50톤 면제에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가 올해 1월 1일부터 본 시행체계(definitive regime)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50톤 이하면 괜찮다", “인증서 구매는 내년부터다"라는 말이 들린다. 숫자만 보면 숨을 돌릴 시간이 생긴 듯하다. 그러나 EU의 최근 움직임은 다른 신호를 보낸다. 8월 10일 일부 기본값 수정치를 공개했고, 14일에는 비EU 생산자를 위한 10종의 가이드를, 24일에는 검증인과 국가인정기관을 위한 별도 지침을 내놓았다. CBAM의 초점이 제도 도입에서 배출량을 어떻게 계산하고 검증하며 증명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 50톤은 '후퇴'보다 '선별'에 가깝다 지난해 Regulation (EU) 2025/2083으로 개정된 CBAM 기본규정은 제도를 간소화하면서도 핵심 배출은 제도 안에 남기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 네 부문의 대상 상품을 합산해 EU 수입자별 연간 누적 순중량이 50톤을 넘지 않으면 소규모 수입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전력과 수소는 이 질량기준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50톤을 넘으면 초과분만이 아니라 그해 수입한 관련 상품 전체가 CBAM 의무 대상이 된다. EU가 이 기준을 두면서도 내재배출량의 최소 99%를 제도 안에 남기도록 설계한 이유다. '50톤 면제=규제 완화'라고만 보면 절반만 본 셈이다. 본 시행기에는 실제값이나 EU 기본값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값을 쓰려면 공인 검증을 거쳐야 하고, 복합상품은 선행재의 탄소정보까지 이어져야 한다. 협력업체에서 데이터가 끊기면 실제 배출이 낮아도 그 사실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기본값도 중립적인 숫자가 아니다. 시멘트·철강·알루미늄·수소에는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부터 30%의 가산율이 붙고 비료는 1%다. 탄소를 적게 배출해도 입증하지 못하면 더 불리한 값이 적용될 수 있다. 데이터의 부재가 비용으로 바뀌는 구조다. 철강은 이 문제가 특히 선명하다. 생산방식과 선행재가 달라 제품별 탄소정보의 연결이 중요하다. 다수 철강제품은 직접배출을 중심으로 산정하지만 일부 관련 품목은 간접배출도 반영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회사 전체 배출량 하나가 아니라 제품-공정-선행재를 잇는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다. ◇ K-ETS도 '있느냐'보다 '얼마를 실제 냈느냐'다 K-ETS 제4차 계획기간에는 철강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대부분의 업종에 100% 무상할당 방식이 유지된다. 그렇다고 기업의 실제 탄소비용이 언제나 0이라는 뜻은 아니다. CBAM이 따지는 것은 한국에 배출권거래제가 있느냐가 아니라 탄소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지불됐느냐다. K-ETS 시장가격, 기업이 실제 부담한 탄소비용, CBAM에서 인정되는 공제액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CBAM 인증서 구매는 2027년 2월부터 시작되고, 2026년 수입분의 첫 신고와 인증서 제출 마감은 2027년 9월 30일이다. 그러나 그 비용을 좌우할 데이터는 이미 올해 공장과 공급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데이터는 많이 쌓는다고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연결되고 검증되고 신뢰받을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CBAM이 기업에 묻는 것은 결국 두 가지다.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가. 탄소를 줄이는 능력만큼 탄소를 증명하는 능력이 수출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시작됐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SDGs 시계가 늦어지고 있다…지속가능발전委 기능·권한 실질화할 때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4년 남짓이다. 그러나 세계는 목표 지점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추세를 평가할 수 있는 139개 세부목표 가운데 목표 달성 궤도에 있는 것은 15%, 중간 수준의 진전을 보이는 것은 21%에 그친다. 49%는 진전이 미미하거나 정체돼 있고, 15%는 2015년 기준선보다 후퇴했다. 식수와 전기, 보건, 디지털 접근의 확대는 분명한 성과다. 문제는 성과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변화의 속도가 위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유엔은 분쟁 확대, 기후변화, 세계경제 둔화,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과 공적개발원조 감소를 주요 역풍으로 꼽는다. 그러나 외부 요인만으로 지금의 지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국가 내부에서 장기목표가 부처별 사업으로 쪼개지고, 전략과 예산이 따로 움직이며, 평가가 보고서 발간으로 끝난다면 SDGs는 국정운영의 중심에 설 수 없다. 계획은 있는데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보고와 이행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첫 자발적 국가검토(VNR)를 제출한 이후 두 번째 보고서를 2027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준비하고 있다. SDSN의 '지속가능발전보고서 2026'에서 한국은 169개국 가운데 34위, 78.4점을 기록했다. 결코 낮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규모와 행정역량을 생각하면 이 정도에 안주할 단계도 아니다. VNR 역시 국제사회에 성과를 알리는 홍보물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뒤처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정책을 바로잡는 국가적 검토 과정이어야 한다. ◇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SDGs를 접는 일이 아니라 다시 국정운영의 좌표로 세우는 일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지금,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역할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은 국가위원회에 결코 가벼운 역할을 맡기고 있지 않다. 국가기본전략을 심의하고 중앙추진계획을 협의·조정하며,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주요 법령과 중·장기 행정계획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정책의견을 제시하며 국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장기 방향을 살피고,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하며, 이행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가위원회의 본래 역할이다. 문제는 권한이 법에 적혀 있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먼저 정책조정 기능이 실질화되어야 한다. 탄소감축과 산업경쟁력, 지역개발과 생태보전,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처럼 어느 한 부처의 논리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지속가능성이라는 공통 기준 위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위원회가 단순히 여러 부처의 정책을 모아 보는 곳이 아니라 정책 간 충돌과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범정부 조정의 장이 되어야 한다.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평가 결과가 다음 계획과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평가는 행정절차에 머문다. 주요 정책과 재정사업이 어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기여하고 다른 목표에는 어떤 부담을 주는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함께 살펴보는 지속가능성 예산 연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예산권을 행사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산을 결정할 때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준이 실제 판단자료로 들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평가와 재정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 일이다. 또 하나는 소통의 혁신이다. 지속가능발전은 정부가 계획을 만든 뒤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에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의제를 설정하고 전략을 만들며 이행을 점검하는 과정에 지방정부, 시민사회, 기업,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방적인 의견수렴에서 벗어나 숙의–반영–설명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반영됐고 무엇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까지 다시 설명할 때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지역의 자발적 지역검토(VLR)에서 확인된 성과와 과제도 국가 VNR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 모든 기능을 뒷받침하려면 전문적인 사무조직과 안정적인 데이터, 부처와의 협의 채널, 축적된 조직기억도 필요하다. 조직을 키우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국가위원회가 법으로 부여받은 기능을 실제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행정적 근육을 갖추자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한국에는 법도 있고 전략도 있으며 지표와 평가제도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조정·평가·재정·소통을 하나의 정책과정으로 꿰어내는 힘이다. 2030년까지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이 아니다. 뒤처진 목표를 찾아내고, 정책 간 충돌을 조정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그 결과를 다시 정책과 재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한다는 것도 위원회를 위한 권한 확대가 아니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실제 정책으로 움직이게 할 필요한 힘을 갖추자는 것이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SDGs를 알리는 위원회를 넘어 대한민국의 장기 미래를 점검하고, 조정하고, 사회와 연결하는 국가 지속가능성의 실질적 정책 중심축으로 작동해야 할 때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Scope3 공시는 2031년, 기업은 기다려도 될까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넷제로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지난 6월 11일 '기업 넷제로 표준(Corporate Net-Zero Standard) V2.0'을 발표했다. 새 표준은 2027년 2월 1일부터 사용할 수 있으며, 2028년 2월 1일부터 제출하는 모든 신규 목표에 의무 적용된다. 비록 SBTi가 법적 규제는 아니지만, 전 세계 1만 10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통해 과학기반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SBTi가 이번 변화를 '야망에서 현실 구현으로'라고 칭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제 몇 퍼센트를 줄이겠다는 선언적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은 감축 목표를 구체적인 전환계획과 연결하고 자본 배분, 설비 투자, 구매·조달 등 실제 경영 의사결정으로 옮겨야 한다. 이행 장애요인과 진척도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그저 선언에 머물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실행하고 증명하는 탄소경영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점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Scope3, 즉 가치사슬 기타 간접배출이다. 새 표준은 기업이 가치사슬 내 중요한 배출원과 배출집약 활동을 찾아내고 실제 감축수단과 연결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협력사에 처음부터 실측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처럼 평균 배출계수에만 의존한 단순 계산으로는 감축 성과를 입증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자연스럽게 주요 공급업체의 활동 데이터와 실제 감축 성과 등 신뢰할 수 있는 1차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지속적인 배출 책임(Ongoing Emissions Responsibility)'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품질 탄소크레딧 등을 기후 기여 수단으로 인정하되, 그것이 직접 감축을 대체하는 면죄부는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긋는다. 일각에서는 유연성 확대로 인해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뉴클라이밋 연구소(NewClimate Institute)의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V2.0이 복잡한 기업 현실을 반영해 실질적 넷제로 행동을 촉구하는 '실행 프레임워크'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2031년 유예? 멈추지 않는 글로벌 시계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까지 왔을까. 정부는 지난 7월 8일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9년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8~2029년 운영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원 이상까지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는 거래소 공시가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로 곧바로 출발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다만 구체적인 책임범위와 제3자 인증제도 등은 향후 입법과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확정돼야 한다. 한국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Scope3의 시차다. 정부는 인프라 부족을 고려해 Scope3 공시를 대상별로 3년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 5조원 이상은 2032년, 2조원 이상은 잠정적으로 2033년부터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제3자 인증도 2030년부터 의무화될 방침이다. 겉보기엔 준비할 시간이 넉넉해 보인다. 그러나 국내 공시의 시계와 글로벌 공급망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간다. 당장 SBTi V2.0은 2028년부터 신규 목표 제출의 기준이 되고,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은 이미 공급망의 탄소 정보와 감축 성과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글로벌 스탠더드가 급변하는데도 국내 제도의 유예 기간만 믿고 안주하는 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어리석음이나 다름없다. Scope3 공시의 유예가 곧 Scope3 관리의 유예를 뜻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탄소 책임의 외주화를 넘는 거버넌스 정부도 발 빠르게 준비에 착수했다. 2028년까지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주요 15개 수출 업종의 Scope3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활용 가능한 전과정목록(LCI) 데이터 100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 번 입력한 데이터를 여러 수요기업이 공동 활용하는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도 추진한다. 한국은 K-ETS 제4기를 시행하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공시와 탄소가격, 산업전환을 동시에 제도화하는 궤도에 올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의 도입을 넘어 데이터의 실질적 연결에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같은 협력기업이 대기업 A사에는 A사의 양식으로, B사에는 또 다른 엑셀로 탄소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면 Scope 3는 감축보다 서류작업부터 늘릴 수 있다. 대기업이 협력사에 짐만 전가하는 '탄소 책임의 외주화'를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한 번 측정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여러 제도에서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역 산·관·학이 연계된 밀착형 거버넌스가 중소 협력사의 현장 데이터 산정 역량을 직접 돕고 나서야 한다. Scope 3의 3년 유예기간은 규제를 미뤄둔 시간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의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확보하는 골든타임이어야 한다. 넷제로의 다음 경쟁은 누가 더 큰 감축 숫자를 선언하느냐가 아니다. 공급망의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투자와 조달을 바꾸며, 그 결과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한국 기업에 남은 시간이 2031년까지라고 생각한다면 시계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기후전략은 이미 약속의 문장에서 '실행의 장부'로 넘어가고 있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탄소가격은 높을수록 좋은가…독일이 한국에 던진 질문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유럽의 기후 규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내각은 독일 연료배출권거래법(Brennstoffemissionshandelsgesetz·BEHG) 개정안을 의결하고, 2027년에도 이산화탄소 1톤당 55~65유로의 가격구간(Price Corridor)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대로라면 2027년부터 독일의 국가 탄소가격이 기존 EU 배출권거래제(EU ETS1) 가격과 연계될 예정이었다. 독일은 이를 한 해 더 안정적인 가격구간 안에 두기로 한 것이다. 아직 의회 입법 절차는 남아 있다. 한편 EU 건물·도로교통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2·ETS2)​는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기존 EU ETS와 별도의 시장으로, 건물·도로교통과 일부 추가 부문의 연료배출을 대상으로 한다. 독일의 선택은 이런 과도기에 기업과 가계에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한 해 더 제공하려는 조치로 읽을 수 있다. 이를 기후정책의 후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독일이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원칙을 포기한 것도, 기존 EU ETS를 완화한 것도 아니다. BEHG는 주로 난방과 도로교통에 사용되는 연료의 배출을 다루는 독일의 국가 제도다. 철강·발전 등 기존 EU ETS나 수입제품의 탄소비용을 조정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는 구별된다. 핵심은 탄소가격 신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가격 충격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있다. ◇ 가격표보다 중요한 '시장 설계' 독일의 선택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55~65유로라는 숫자보다 시장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정부안은 한 계정이 경매에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입찰물량을 기존 50%에서 20%로 낮추고, 2026년 배출권을 2027년 의무이행에 사용하는 이월도 제한한다. 독일 에너지·수도산업협회(BDEW)는 이러한 조치가 과도한 청약을 줄이고 기업이 경매 참여에 동원해야 하는 자금과 금융비용을 낮추며 차익거래 유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가격 안정 논의와 별개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 젤레스트라(Zelestra)는 지난 2월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Mecklenburg-Vorpommern)​의 27.5MWdc 규모 클레베노우(Klevenow) 태양광 발전사업 건설 상황을 공개했다. 당시 회사는 연간 약 2만8700MWh의 전력 생산과 30MWh 규모 배터리저장장치(BESS)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이 사업을 이번 BEHG 개정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가격 충격을 관리하는 것과 탈탄소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서로 모순되는 선택은 아니라는 점은 보여준다. ◇ K-ETS 4기가 풀어야 할 '가격의 질' 독일의 선택은 제4기(2026~2030)에 들어선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8월 14일 한국거래소에서 2025년 할당배출권(Korean Allowance Unit 2025·KAU25) 종가는 톤당 2만7650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2025년 11월 약 1만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가격의 높고 낮음만이 아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탄소가격을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기업이 5년, 10년 뒤 탄소비용을 가늠하고 설비교체와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기술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가격 신호를 신뢰할 수 있는가"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감축 유인을 약화시키지만, 급격한 가격 변동 역시 장기투자를 어렵게 한다. 이것이 탄소가격의 '수준(Level)'만큼 '질(Quality)'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제4기 배출권시장에서 한국형 시장안정화예비분(Korean Market Stability Reserve·K-MSR)​을 도입한 것도 이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공급 과잉 때 경매를 줄여 공급량을 조절하고, 공급 부족 때는 예비분을 추가 공급하는 방식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다만 2026년에도 세부적인 설계와 운영기준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관건은 제도를 얼마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있다. K-MSR이 정부가 상황에 따라 임의로 가격을 움직이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급 조정의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하고 시장 참여자가 대응을 예측할 수 있는 '규칙 기반의 안정화 장치'​로 운영해야 한다. ◇ 더 센 가격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가격 그렇다고 유럽 시장의 탄소비용 신호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2026년 2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은 톤당 75.28유로로 공표됐다. 실제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은 제품의 내재배출량과 EU의 무상할당 조정, 한국에서 실제 지불한 탄소가격의 공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유럽이 탄소비용을 무역과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방향을 거둔 것은 아니다. 기후정책의 성패는 가장 높은 탄소가격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감축 신호는 분명하게 주되 기업과 가계가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고, 시장 참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경로를 만드는 데 있다. 앞선 CSRD의 조정에서 보았듯 탄소시장 역시 강도만을 겨루기보다 예측 가능성과 실효성을 함께 높이는 '실용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탄소가격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더 센 가격이 아니라, 더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이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국가인권위 결정문이 다시 그은 기업책임의 경계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ESG 분야에서 실제 변화가 드러나는 순간은 새로운 용어나 유행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 범위가 다시 설정될 때다. 지금은 기업이 정보를 얼마나 공개했느냐보다, 사업 과정이나 공급망에서 어떤 위험을 인지하고,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핵심적인 물음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20일) '기업 인권침해 예방과 책임 강화를 위한 「기업 인권실사법」 조속히 입법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두 건의 법률안에 대한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인권위 상임위원회가 지난 5월 21일 의결한 이번 결정의 정식 명칭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이다. ◇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정문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안창호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최근 일부 인권 현안이나 독립성·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겪어왔다. 그래서 이번 결정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적 목적이나 이미지 쇄신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번 결정문은 그동안 쌓여온 기업 인권 규범의 제도적 연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문의 핵심은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다. 기업과 공급망이 지닌 위험요소를 미리 찾아내고(식별), 예방한 뒤, 실제로 실행했는지를 점검하는 체계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그 근거로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 OECD 다국적기업 책임경영 가이드라인 등이 제시됐다. 공시가 '무엇을 공개했는가'를 묻는다면, 실사는 '위험을 인지하고 실제로 어떤 조치를 했는가'를 묻는다. 이제 ESG 용어는 보고서의 문구에서 현장의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권위는 법 적용 범위도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의원안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매출 2000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박홍배 의원안은 1000명 이상, 매출 5000억 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며 중소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인권위는 기존의 안전보건 관리 프로세스 운영 경험 등을 근거로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분야는 공급망이다. 인권위는 공급망을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직·간접적 관계"까지 포함해야 하며, 위험도가 높은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을 권고했다. 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대기업의 원료·부품·물류·외주 등과 연결된 중소·중견기업 역시 실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은 제품이 오가는 경로이면서, 동시에 책임도 확장되는 통로다. 다만, 실사가 서류 작업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협력업체에 수십 장의 설문지와 확인서를 보낸다고 해서 실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는 또 다른 행정부담만 남길 뿐이다. 강제노동이나 산업재해, 심각한 환경오염 등 실제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부분부터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실사의 본질이다. 인권위는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단체는 물론, 이들을 대변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단체까지 포함해 그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임박한 경우"에는 분쟁해결기구가 즉각적으로 구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고, 금전적 제재나 공공조달 참여 제한 같은 실제적인 행정·재정적 수단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이 '한국판 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의 확정은 아니다. 국회의 논의와 감독 체계, 기업 부담,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 등 남은 과제가 많다. 하지만 흐름은 분명해졌다. 공시에서 실사로, 실사에서 다시 예방과 구제로, 그리고 책임 강화로 이어진다.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넘어서야 비로소 진짜 실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책임이 공급망 구석구석까지 미칠 때, ESG는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하게 된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미국의 ESG 압박, CSRD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최근 글로벌 ESG 뉴스를 보면 묘한 착시가 생긴다. 미국이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규제를 강하게 문제 삼고, EU도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손질하면서 마치 'ESG의 시대가 끝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과 자본시장의 실제 흐름은 다르다. 규제의 범위와 강도는 조정되고 있지만 기업의 기후·인권·공급망 정보를 표준화하고 검증 가능한 투자정보로 만들려는 방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 규제 후퇴가 아닌 '재조정'의 시간 논쟁의 중심에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있다. CSRD는 기업에 '착한 경영'을 권고하는 캠페인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환경·사회·거버넌스 정보를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에 따라 공시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로 기후·사회 문제가 기업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살피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이 핵심이다.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위해를 예방하고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과는 구별된다. EU는 올해 두 제도를 모두 크게 손질했다. 지난 2월 EU 이사회가 최종 승인한 '옴니버스 I'에 따라 CSRD의 일반적인 적용범위는 종업원 1000명 초과이면서 연간 순매출 4억5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좁아졌다. 반면 CSDDD는 종업원 5000명 초과, 연간 순매출 15억 유로 초과 기업​으로 범위가 더욱 축소됐다. 두 기준은 명확히 다른 제도에 적용된다. 7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개정 ESRS를 채택했다. 의무 데이터 항목을 60% 이상 줄이고 전체 데이터 항목도 70% 이상 축소해 기업의 보고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다. 그렇다고 CSRD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ESRS에 따른 공시와 이중 중대성을 중심으로 한 기본 구조는 유지된다. 원칙의 폐기라기보다 경쟁력과 행정 부담을 고려한 '규제의 재조정'에 가깝다. ◇ 기계가 읽는 데이터로 진화하는 ESG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2025년 8월 미·EU 공동성명에는 CSRD와 CSDDD가 대서양 무역에 부당한 제약이 되지 않도록 EU가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8월 14일 앤드루 퍼즈더 주EU 미국대사는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규제 수정을 요구했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협력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EU의 규제체계와 규제 자율성 자체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완화와 통상 압박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지속가능성 공시의 세계적 후퇴로 일반화할 근거는 아직 없다. IFRS재단에 따르면 40개가 넘는 관할권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도입하거나 활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EU도 지난 7월 유럽단일접근점(European Single Access Point·ESAP)의 1단계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금융시장과 지속가능성 관련 공개정보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2027년 7월까지 일반 이용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ESG 정보가 기업이 발간하는 보고서 속 문장을 넘어 기계가 읽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비교·분석할 수 있는 '시장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 한국의 해법은 '데이터 실용주의' 한국의 대응 역시 'EU식 규제를 그대로 이식할 것인가, 미국의 규제완화 기조를 따라갈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이어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해 2029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 2조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할지는 시행 상황을 평가한 뒤 검토한다. 법정공시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 Scope 3 공시는 공시대상별로 3년의 준비기간을 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 실용주의'다. 대기업에는 글로벌 자본시장과 호환되는 공시·검증 체계를 갖추도록 하되, 중소·중견기업에는 업종별 Scope 3 산정도구와 한 번의 입력으로 여러 원청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2028년까지 주요 수출 15개 업종의 Scope 3 가이드라인과 1000개의 전과정목록데이터(LCI)를 구축하고, '단일 입력-다수 대응'을 지향하는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ESG를 둘러싼 정치의 온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탄소와 공급망, 인권과 기후위험 데이터가 기업의 비용과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현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ESG 구호가 아니다. 국제 규제가 바뀌어도 통용되는 데이터와 검증 능력, 그리고 우리 산업구조에 맞는 실용적인 전환 전략이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SG 점수보다 중요한 것, 지속성과 신뢰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기업의 ESG 평가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은 등급에 쏠린다. 누가 A를 받았는지, 누가 한 단계 떨어졌는지가 뉴스가 된다. 평가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가 기업을 비교하려면 공통의 척도가 있어야 한다. 다만 한 해의 높은 점수가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유럽의 최근 움직임은 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개정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을 채택해 유럽의회와 이사회 심사 절차에 넘겼다. 개정안은 의무 데이터포인트를 60% 이상, 전체 데이터포인트를 70% 이상 줄였고, 기업별 보고비용도 30% 이상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인권 같은 지속가능성의 핵심 의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변화는 'ESG의 후퇴'라고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자료를 내놓았느냐보다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人而無信 不知其可也)"고 했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ESG에서 신뢰란 거창한 윤리적 구호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난해 공개한 탄소배출량과 올해의 숫자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가, 협력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숨기지 않고 고칠 수 있는가, 이사회가 그 정보를 실제 투자 결정에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다. 사회적 자본 이론이 신뢰를 중요한 경제자원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뢰가 높으면 매번 상대방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기업과 투자자, 원청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뢰는 선언 한 번으로 생기지 않는다. 같은 행동이 여러 해 반복될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연구가 있다. 카르티카(Kartika), 쿠수마(Kusuma), 누스티니(Nustini)가 2026년 'Economic Studies'에 발표한 연구는 2008~2022년 동남아시아 6개국 251개 상장기업의 1263개 기업-연도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한 해의 ESG 점수와 별도로 최근 4년 가운데 적어도 3년 동안 해당 국가와 산업의 평균보다 높은 ESG 성과를 유지했는지를 'ESG 지속성(ESG permanency)'으로 측정했다. 결과는 의미가 있다. 당해 연도의 ESG 점수도 기업가치와 양의 관계를 보였지만, 여러 해 지속된 ESG 활동 역시 기업가치와 유의한 정(+)의 관계를 나타냈다. ESG를 일회성 행사나 한 해의 성적표가 아니라 축적되는 경영능력으로 볼 근거가 생긴 셈이다. 기업의 축적된 역량을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누라흐만(Nurahman)과 헤르수곤도(Hersugondo)가 2026년 'Economic Studie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인도네시아 비금융기업 44개사를 분석한 결과, 기업연령이 ESG와 재무성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효과가 일부 지표에서 확인됐다. 특히 ESG와 기업연령의 상호작용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것을 “오래된 기업일수록 ESG를 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기업연령이 높아지면 조직의 관성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오랜기간 축적된 내부통제와 정보체계, 이해관계자 관계가 ESG를 실제 경영성과로 전환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생각해 볼 만하다. 한국 기업에는 이 문제가 곧 현실이 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최종안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의무공시는 2028년(FY2027)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된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중소·중견기업 500개사에 ESG 공급망 실사 컨설팅을 지원하고 2028년까지 간편 공급망 실사 플랫폼을 구축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전과정평가(LCA) 등을 다루는 전문인력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일을 수동적인 '규제 대응'으로만 받아들일 때 생긴다.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하고 스코프3(Scope 3)를 계산해도 그것이 설비투자와 구매·조달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숫자는 늘어도 경영은 달라지지 않는다. 재생전력 조달과 에너지 효율 투자, 협력업체 관리가 일상의 경영 판단에 들어와야 공시도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기업 간 차이는 보고서를 얼마나 두껍게 만드느냐보다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실제 의사결정에 얼마나 오래 사용해 왔느냐에서 벌어질 것이다. 등급은 기업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하지만 경영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록이다. ESG 역시 그렇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점수가 아니다. 반복된 실행이 만든 신뢰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SG는 비용인가, 위기의 보험인가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하면 뒤에 닥칠 근심을 덜 수 있다는 오래된 지혜다. 요즘 ESG를 둘러싼 논쟁을 보고 있으면 이 네 글자가 새삼 떠오른다. 기업 입장에서 ESG는 당장 돈이 들어가는 비용일까. 아니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견디기 위해 평소 내는 보험료일까. 시장 분위기만 보면 ESG의 전성기는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로이터가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26년 2분기 유럽에서 새로 출시된 지속가능펀드는 13개에 그친 반면 64개가 폐쇄됐다. 미국도 신규 출시는 3개, 폐쇄는 22개였다. 수익률에 대한 실망과 정치적 반발, 그린워싱 논란이 겹쳤다. 그런데 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금융업계가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말을 '세상을 바꾸는 투자'에서 '회복력'과 '에너지안보' 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세계가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중동의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에너지 수입국에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일깨웠다. 로이터는 최근 에너지안보의 해법을 특정 에너지원이나 특정 지역에 다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과 공급 경로를 함께 다변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1921년 '위험, 불확실성 및 이윤'에서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위험'과 그 확률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구분했다. 지금 기업이 마주한 세계는 후자에 가깝다. 언제 전쟁이 터지고, 어느 항로가 막히며, 폭염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도 이런 세계를 설명한다. 현대의 위험은 국경과 산업의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는다. 한 지역의 전쟁이 원유와 LNG 가격을 흔들고, 폭염이 전력수요와 노동생산성을 동시에 건드린다. 한 기업의 공급망 문제가 다른 나라의 공장 가동까지 멈출 수 있다. 이쯤 되면 환경과 안전, 노동, 공급망, 지배구조를 따로 떼어 보는 것 자체가 현실과 어긋난다. 최근 실증연구도 ESG의 가치를 단순한 선악의 문제보다 위험관리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 누르마사리(Nurmasari) 등 연구진이 2026년 'Economic Studies'에 발표한 연구는 2015~2023년 인도네시아 기업의 411개 기업-연도 자료를 분석했다. 평상시에는 ESG와 기업 시장가치 사이에 음(-)의 관계가 나타났지만, 연구진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으로 설정한 기간에는 ESG가 시장가치 하락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다만 모든 성과지표에서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단기 주식수익률에서는 뚜렷한 방어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모라브초바(Moravcová)와 스클라다나(Skládaná)가 2026년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Euro Stoxx 50 기업을 분석한 결과, ESG 평가가 높은 기업이라고 해서 전쟁 발발 직후 주가를 반드시 더 잘 방어한 것은 아니었다. 전체 ESG 점수보다 사회(S) 부문에서 고평가 기업과 저평가 기업 사이의 시장반응 차이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ESG는 만능 보험이 아니다. 위기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달라진다. 감염병에는 노동자 안전과 공급망의 신뢰가 중요할 수 있고, 에너지 위기에는 조달선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 자체적인 위험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기후재난을 견디는 공장과 전력망에 필요한 능력은 또 다르다.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수출 제조기업들도 공급망 재편, 탄소규제, 노동·인권 기준과 에너지가격 변동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하고, 2028년(FY2027)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의무공시를 시행한 뒤 2029년에는 5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시 일정만 준비해서는 부족하다. 철강·반도체·배터리 같은 수출 제조기업에는 전력조달과 탄소비용, 공급망 안정성이 이미 경영의 핵심 변수가 됐다. 데이터센터 역시 계통 접속과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사업의 전제가 되고 있다. ESG 보고서를 잘 만드는 것과 위기를 견디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꿀 때가 됐다. “ESG를 하면 돈을 더 버는가"보다 “어떤 ESG가 어떤 위기에서 기업을 지켜주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비용처럼 보이는 투자도 위기의 순간 손실을 줄이고 회복시간을 단축한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유비무환의 지혜는 오래됐지만 기업경영의 현실은 오히려 그쪽으로 가고 있다. ESG의 가치는 좋은 이름에 있지 않다. 위기가 왔을 때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있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소비지의 에너지 빈곤, 생산지의 소외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전남 신안군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 일부를 '햇빛연금' 등으로 주민에게 배분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면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편익을 지역에 남길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입지 결정과 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민이 배제됐다는 갈등이 반복된다. 같은 재생에너지라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에 따라 전환의 모습은 달라진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세계은행(WB),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5개 SDG 7 주관기관이 지난 6월 공동 발간한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전력 접근률은 92%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 세계 6억 5500만명은 여전히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 더 주목할 사실은 전력 접근성이 없는 가구 가운데 기본 전력 서비스의 월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소득이 있는 가구가 세계적으로 22%에 그친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전력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인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에너지 빈곤을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다. 세계의 전력 미접속 문제와 한국의 요금 부담은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전력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에너지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한국은 사실상 모든 가구가 전력망에 연결된 국가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 상승의 충격을 더 무겁게 받는다. 정부의 에너지바우처는 당장의 요금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열이 새는 집 자체를 고치지는 못한다. 단열이 취약한 주택에서는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우처가 일시적으로 고지서를 낮춘다면 주택효율 개선은 다음 달과 다음 겨울의 비용까지 낮춘다. 현금 지원과 주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지의 이 같은 에너지 빈곤과 생산지 주민의 소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두 현상은 에너지 비용과 이익을 불공정하게 나눈 '이중 분배 실패'의 두 얼굴이다. 소비지 취약계층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정한 냉난방을 누리기 어렵다. 일부 생산지 주민은 발전설비의 입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수익과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다. 주민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이 사업비를 높이고 금융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사업자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주민을 단순한 수용 대상으로 취급하면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이라는 더 큰 비용이 돌아온다. 신안군 사례는 투명한 이익공유가 지역 수용성과 사업 지속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익공유는 발전사업에 덧붙이는 선심이 아니라 사업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투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에너지 복지와 분배구조를 함께 고쳐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바우처 지급을 넘어 저소득층 가구의 단열과 창호 개선, 고효율 기기 교체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는 금융·입찰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와 사업협약을 통해 주민 지분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 복지는 지원가구 수가 아니라 취약계층 주택의 효율 개선율과 냉난방비 부담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상생은 발전소 인허가 건수가 아니라 전체 발전수익 가운데 주민 배당과 지역기금으로 환원된 비율로 측정해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은 전력선이 연결됐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누구나 감당하고 그 편익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가에서 완성된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재생전력 30% 시대, 설비용량 아닌 ‘계통접속’을 세자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국제에너지기구(IEA), 유엔(UN) 통계국, 세계은행(WB), 세계보건기구(WHO) 등 5개 SDG 7 주관기관이 지난 6월 공동 발간한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력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발전설비가 증가했다고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발전할 수 있는 설비가 충분해도 전력계통의 수용력과 유연성이 부족하면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제어가 발생한다. 발전설비와 전력망이 함께 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목표는 숫자에 머문다. 한국 산업은 이미 이 문제와 맞닥뜨렸다.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무탄소전원 확대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038년까지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23GW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계획보다 먼저 계통 제약이 현실화됐다. 호남에서는 계통포화로 일부 신규 발전설비의 접속이 제한되거나 향후 전력망 준공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핵심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돼 왔다.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을 요구받는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제한된 재생전력 공급과 높은 조달비용에 전력시장 제도와 계통 제약까지 겹쳐 RE100 이행 비용을 높이고 거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과를 재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발전사업 허가와 설비용량이 늘어도 제때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하면 계통을 통해 공급되는 재생전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허가용량과 설비용량만으로 에너지 전환의 성과를 판단하는 착시를 깨야 한다. 이제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표를 실제 계통접속 용량과 발전량 중심으로 전환할 때다. 대규모 송전망 확충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따른다. 계통투자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이나 한전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 송전선로를 늘리는 데만 의존하기보다 전력다소비 시설을 발전지역 인근으로 유도하고, 수도권의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렇다고 필수적인 계통 보강까지 미룰 수는 없다.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진 기존 전력구조에서 수요 분산과 전력망 확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망 투자를 주저하다가 기업의 재생전력 조달이 차질을 빚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그 지연 비용 또한 국민경제가 떠안게 된다. 정부는 이미 수립한 전력망 확충계획의 집행력을 높이고 접속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역별 계통 여유용량, 접속 대기물량과 예상 접속시점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정기 공개해야 한다. 계통포화 지역에는 장주기 ESS와 수요반응 자원을 우선 배치하고, 송전망 적기 준공을 위한 재원과 주민협의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성과는 발전설비의 총량이 아니라 신규 계통접속 용량, 평균 접속 대기기간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량으로 검증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소에서 시작되지만, 전력망을 통과해야 비로소 산업과 일자리를 움직인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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