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민간·공공 공사장에서 공사비 급등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 공급 일정 차질은 물론 주요 사회 인프라 공사까지 지장을 초래해 정부 차원의 인건비 안정화 등 적극적인 추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이 대표적 사례다. 이 아파트는 최근 조경·시설 등 공사를 맡은 업체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어 막바지 마무리 작업이 지연되면서 1만2000여가구의 입주 일정이 늦어질 뻔했다. 조합은 지난 24일 단지 내 기반시설·조경 담당 시공사 대표들과 만나 공사비 막판 현상을 벌인 결과, 공사비 약 210억원 증액에 합의했다. 결국 공사 기간은 이달 31일에서 다음달 25일까지로 늦춰졌다. 시공사들은 인건비·자재비 급등, 공기 연장 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났다며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합 측이 약 170억원만 인상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에 반발한 시공사측이 지난 19일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 공공 공사에서도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시 도기시반시설본부는 지난 9월 이후 공사를 중단한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조성 공사 시공사에 전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공사는 양천구 목동운동장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총 연장 3.51㎞ 구간의 약 1만6000㎡ 면적인 노후화된 보도 및 부족한 녹지공간을 정비해 자전거도로와 녹지대를 확충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시공사가 지난달 돌연 자금이 부족하다며 공사를 중단해 골치를 앓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 5월부터 공사에 투입된 자재·장비·노무비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순환로(개봉1동사거리 주변) 평탄화 공사도 하도급사의 재정 악화로 중단됐다. 이같은 갈등은 계약 시점 공사 금액과 착공 이후 공사 금액간 차이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이후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진 반면 실물가치는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고, 인건비·금융조달비용 등도 가파게 올랐다. 최근 들어 공사비 급등의 원인이 됐던 원자재가격 등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한 번 오른 시장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 탓에 실제 공사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을 경우 아예 수주를 하지 않으며 계약서에도 공사비 급등 관련 보상 조항을 넣고 있는 추세"라며 “과거에 계약을 맺었던 공사들을 중심으로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해당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