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지난달 대비 약 6조원 급감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린 영향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CMA 잔액은 72조2478억원으로 지난달 말(78조8959억원)보다 6조6480억원이 줄었다. 최근 저PBR 열풍에 증시대기자금인 CMA 잔액은 빠르게 증가해왔다. 지난 1월 초 74조원 수준이었던 CMA 잔액은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8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으로 자금이 흡수되면서 다시 72조원대로 줄어든 것이다. CMA 계좌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하루를 넣어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증시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통상 CMA 잔액은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경우 대기자금 형태로 유지되지만 대어급 공모주 청약 같은 투자처가 나타나면 청약증거금으로 유입되면서 줄어드는 양상을 띤다. 앞서 지난해 9월 두산로보틱스의 일반 투자자 대상 일반청약 당시 33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모이면서 CMA 잔액이 하루 만에 9조원 가까이 증발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역대급 대어'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청약 기간에는 CMA 잔액이 이틀 새 약 22조원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도 IPO 흥행이 이어지면서 증시대기자금인 CMA 잔액이 공모주 청약으로 빠져나갔다. 오는 21일 상장하는 자동차 부품 기업 삼현은 지난 12일과 13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16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 규모만 약 12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삼현 일반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13일 CMA 잔고는 전일 대비 8조원이 줄었다. 오는 2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진행한 엔젤로보틱스의 흥행도 CMA 잔고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엔젤로보틱스는 일반청약에서 22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약 8조9680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지난 1월 상장한 현대힘스, 우진엔텍 등이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한 이후 달아오른 IPO 시장의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올해 첫 조단위 코스피 상장 종목이었던 에이피알에는 약 14조원이 몰렸고 케이엔알시스템(약 8조480억원), 오상헬스케어(약 5조2600억원) 등으로도 뭉칫돈이 대거 유입됐다. CMA 계좌 수도 올해 초 3821만개에서 지난 14일 기준 3877만개로 50만개 넘게 늘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3628만개)과 비교하면 250만개 이상 증가했다. 공모주 청약 흥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초소형 이차전지 제조 전문기업인 코칩, 배터리 진단 기업 민테크 등이 상반기 중 상장을 앞두고 있고 기업가치만 약 5조원대로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오는 5월 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공작기계업체 DN솔루션즈 등 조단위 대어급 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은 IPO 시장이 소강 상태이지만 지난달 에이피알이 상장에 성공한 이후 이달에도 대어급 IPO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는 최근 IPO 승인을 받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