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재원이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정형외과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2023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 제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비급여 보고 제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현황을 파악하고, 국민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보고토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4078곳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594개 비급여 항목의 그해 9월분 진료내역을 보고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9월(1개월치) 병원급 의료기관 594개 비급여 항목 진료비 총액은 4221억원이었다. 종별로는 병원이 1938억원(45.9%)으로 절반이었고, 이어 종합병원(21.3%), 상급종합병원(15.8%), 치과병원(8.1%) 순이었다. 진료과목에서는 정형외과가 1170억원(27.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경외과(12.9%), 내과(10.6%), 일반외과(6.6%), 산부인과(5.6%) 순으로 비급여 진료비 규모 상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전체 진료비 40.6%(1715억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도수치료가 494억원(11.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인실 상급 병실료 451억원(10.7%), 척추-요천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187억원(4.4%) 순이었다. 도수치료는 관절 가동범위가 감소했거나 척추나 요추 통증, 근골격계 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손을 이용해 신체 기능 향상을 돕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비급여 의료행위로, 병의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수치료 중간금액은 10만원, 최고금액은 28만원으로 2.8배 수준이었다. 도수치료는 가격 차이도 큰 데다 뚜렷한 의학적 필요 없이 시행되는 '과잉의료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 정부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급여 보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행위가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진료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의료행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따라 비급여 모니터링 강화와 관련 정보 확대로 소비자가 합리적 의료 선택을 하게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의료 현장 의견을 수렴해 비급여 표준 진료 지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있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는 의학적 필요가 적을 경우 '병행진료' 급여 제한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를 유도하는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급여 항목에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병행해 진료하면 건강보험료 청구를 막는 것이다. 다만 의학적 필요에 따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행위 등을 모두 막는 것은 아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