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비용인 전력구입비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들어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줄어들고 전력판매수입이 늘고 있어 공공과 민간 발전사들은 “또 발전사 쥐어짜기"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싱황이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해 전력구입는 전년대비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전력판매수입은 17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흑자다. 1분기 매출은 23조2927억원으로 작년 대비 7.9% 증가했다. 다만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공개석상 발표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력구입비 감축 등의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제연료가격 하락으로 인해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적 적자가 40조원 넘게 쌓여있는데다 2027년부터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5배까지로 늘려놨단 채권발행 한도까지 다시 2배로 낮아지게 되는 만큼 소매 요금을 올리거나 도매가를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또한 한전은 2036년까지 송전, 변전, 배전 등 필수분야에 약 100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재무악화 개선에 실패해 투자가 불발될 경우, 상당기간 동안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은 물론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의 계통 부족의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이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해 올리지 못한 킬로와트시(kWh)당 25.9원의 기준연료비 인상을 요청했으나 하반기 흑자와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매요금이 통제되자 결국 도매요금 축소 기조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구체적인 전력구입비를 절감 계획도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전력예비력을 5.4GW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의 ICT기술을 활용하면 예비력을 더 낮출수도 있다. 그럼 전력구입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모아보니 4조1000억원 정도를 더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산업부, 전력거래소 등과 확정한 금액은 2조2000억원이다. 올해 이정도 전력구입비를 낮춰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발전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이미 정산조정계수는 0에 수렴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에는 중간배당까지 먼저 가져갔는데 여기서 또 쥐어짜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시장거래가격으로 적용해 거래가 이뤄진다. 낮은 소매전기요금을 고려하면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SMP에 0~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발전사가 1만원을 벌었을 때 정산조정계수가 1이면 1만원을, 0.0001이면 1원만 가져가게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커지면 발전자회사가,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한전의 이익이 커지게 된다. 한전의 재무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장치로 사용돼왔다. 여기에 이미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SMP가 급등하자 긴급정산상한가격제도(SMP상한제)를 시항해 발전사의 수익을 강제로 낮춘바 있다. 현재도 기존의 정산 구조를 수익성에 부정적 방향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민자발전사 전반의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사업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된다. GS동해전력은 최근 전력거래소를 대상으로 석탄발전소 건립과 가동에 따른 손실 보상금 1000억원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 소송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직접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보상금 지급이 어렵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기업이면서도 일종의 규제기관인 한전과 가스공사는 소매요금 인상이 여의치 않은 만큼 적자와 미수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재무적 차액계약, 지역별 LNG 발전 전기 도매가격 차등제, 열병합발전에 대한 억제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업계에서는 한전의 방침이 실행될 경우 상당기간 경영난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와 함께 '발전사의 총괄원가를 보상하겠다'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전력판매 독점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사실상 정부의 실패인데 이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전력 생산을 충실히 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불경기에 전기요금 상승이 어려워 총괄원가 보상원칙 적용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의 재정 투자를 통해서라도 관련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