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10여년간 뇌전증 신약 한우물을 파오며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성공시킨 SK바이오팜이 제2의 엑스코프리를 위한 분야로 '방사성의약품(RPT)'을 점찍고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1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방사성의약품 사업관련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방사성의약품사업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회를 갖고 엑스코프리 이후 주력할 3대 사업분야로 △방사성의약품(RPT)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홍콩 바이오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로부터 대장암·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회사 '테라파워'와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생명공학기업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해 TPD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지만 RPT 분야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뉘는데 이 중 치료용은 방사성물질을 바인더(항체 등 암세포를 찾아가는 물질)에 결합해 암세포만 찾아가 파괴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대표적으로 상용화된 제품이며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퓨쳐켐' 등이 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은 고순도 악티늄-225를 독점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RP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암세포 파괴효과나 적절한 반감기 등 현재 방사성의약품에 가장 적합한 동위원소로 꼽히는 악티늄-225는 우라늄에서 생산되는 물질(토륨)로부터 추출하기 때문에 생산이 매우 제한적이고 이를 사용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도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는 악티늄-225보다 암세포 파괴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려진 동위원소 루테튬(Lu)을 사용하며, 악티늄-225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악티늄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임상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10월부터 테라파워로부터 악티늄-225를 공급받아 SKL35501의 전임상 시험에 착수, 내년 하반기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하고 임상 2·3상을 거쳐 203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방사성의약품 중 진단용 제품은 비교적 널리 상용화됐으나 치료제는 아직 시장형성 초기단계다. 진단용과 치료용을 합친 전체 방사성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10조7000억원에서 2030년 34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중 치료제만 21조4000억원을 차지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국내기업 최초로 개발부터 미국 FDA 승인, 미국 현지판매까지 독자 수행한 '엑스코프리'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2011년 창립 이래 처음 연간 영업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매출로 창출되는 현금을 SKL35501 개발에 투자하고 내년 중 2개 이상의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추가 도입해 2027년 글로벌 리딩 RPT 기업으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매력적인 시장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모그룹의 지원과 함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서두르지 않고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가되 중요한 상황에는 타이밍에 맞게 나섬으로써 글로벌 RPT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중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