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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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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폭탄, 수출 한국 강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를 '경제 해방(Liberation of American Trade)' 조치라고 명명했다. 한국은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분류돼, 주요 수출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즉시 시행됐다. 백악관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역사적 조치"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됐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오전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전례 없는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피해 분석과 외교적 해법 마련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의 접촉을 확대해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조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이자 최대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은 약 81만 대로 전체 수출 차량의 28%에 해당한다.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차량 1대당 최소 400만~600만 원의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현지 공장의 가동률 확대를 검토 중이다. 철강과 기계류도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한국산 철강은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연간 무관세 수출 할당을 받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모든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적용되며, 추가 파생 품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2025년 1분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계·금속부품 업계도 미국 수주 일정 재조정과 가격 전략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은 이번 관세 부과 1차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공급망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석유화학과 섬유, 플라스틱 등 중간재 산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완제품 제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수입을 줄일 경우,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섬유산업은 대체 공급국이 많은 만큼, 관세 인상은 곧바로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대응 여력이 제한돼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업계는 공급 계약 재협상, 납기 연기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부품사들은 거래선 다변화와 환차손 보전 등 정부 차원의 세부 대책 마련을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은 한미 양국 간 무역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며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정책 조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종별 영향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자동차·철강·기계 업종에 대해 수출 보험 확대, 긴급 금융지원, 수출시장 전환 지원책 등 실질적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부품기업 대상 긴급 경영안정자금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CJ CGV, 784억 날린 ‘극장 투자 참사’에 미국도 주목

CJ CGV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극장 투자 실패 사례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지역 매체 SFist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은 1일(현지시간) 일제히 CJ CGV가 현지 극장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고 철수한 과정을 집중 조명하며 “애초에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계약 회피를 위한 꼼수와 법적 소송까지 이어진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CJ CGV는 해당 사실에 대해 국내 언론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사업을 정리했지만, 미국 법원 판결과 지역 보도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가 뒤늦게 드러났다. 총 손실은 최소 5350만달러(한화 약 784억 원)에 달하며, 실제 영업 손실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극장은 샌프란시스코 도심 1000 Van Ness Avenue에 위치한 AMC 1000 건물 내 멀티플렉스 극장이었다. CJ CGV는 이곳을 2018년 인수해 4DX, IMAX 등을 도입하며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팬데믹 여파로 공사가 지연된 끝에 2021년 9월 'CGV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하지만 극장이 들어선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범지대'로 꼽히는 텐더로인(Tenderloin) 인근이었다. 노숙자 밀집과 마약 거래 문제, 범죄율 급증으로 인해 현지 관광청에서도 야간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곳이다. 팬데믹으로 도시 전반의 공실률이 치솟은 상황에서 고급 관람 경험을 내세운 CJ의 전략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CGV 샌프란시스코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지적하며, 지역 광고나 마케팅도 거의 없었고, 정작 월세는 30만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업은 개장 1년 반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CJ CGV는 장기 임대계약 조기 해지에 따라 막대한 위약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하자, 이 계약을 '회계상 손실'로 남기지 않기 위해 우회 전략을 택했다. 2022년 12월, CJ CGV는 극장이 위치한 건물을 기존 건물주로부터 2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이를 별도 법인(1000 Van Ness LP)에 헐값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손실 처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계약 해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건물 자체를 사들였다가 넘기는 식의 회피성 거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손해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가중시켰다. SFist는 “이들은 극장을 접고, 건물을 떠안고, 결국 되팔았지만 남은 건 공실 건물과 회피 실패뿐"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3년째 비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철수 과정에서 CJ CGV는 법률 대리를 맡은 미국 로펌 '파출스키 스탱 지엘 & 존스'와도 분쟁에 휘말렸다. 해당 로펌은 위약금 협상에서 일정 부분을 줄여줬으니 '성공 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CJ CGV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9월 로펌의 손을 들어줬고, CJ CGV는 약 1070만 달러(약 157억원)를 추가로 배상하게 됐다. 이로써 총 손실은 확인된 것만 784억원에 달한다. CJ CGV 측은 한국 내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정기공시나 보도자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CJ가 최근 추진 중인 7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벤처캐피털 펀드 조성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조기 처분과 은폐를 병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J CGV는 이번 사태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글로벌 투자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때 2만3000원까지 올랐던 CJ CGV의 주가는 최근 4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CJ CGV의 실패를 “거대 자본이 지역 이해 없이 밀어붙인 결과"로 해석한다 특히 치안·수요·입지·임대료 등 리스크를 전방위적으로 간과한 채, 'K-콘텐츠 프리미엄'만으로 수익을 기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기술 패권의 상징 ‘HBM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HBM(High Bandwidth Memory)이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DRAM보다 수배의 대역폭과 소비전력 효율을 가진 HBM은 고성능 GPU와의 병렬 연산 구조에서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메모리 솔루션으로 꼽힌다. HBM은 이제 메모리 업계의 '주력 제품군'이자, AI 생태계의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상징적 제품이 되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은 약 9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1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 AMD, 인텔 등 AI 반도체 설계사가 HBM을 필수 요소로 채택하면서, 고객사와의 연계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중심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2022년 HBM3, 2024년 초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AI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B100, GH200, GB200 등 최신 GPU 플랫폼 대부분이 하이닉스 HBM을 채택하고 있으며, 고객사와의 공동 설계·동기화 개발을 통해 패키징 호환성과 전력 효율까지 최적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었다. 이어 마이크론도 HBM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마이크론은 2025년 3월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확정지으며 본격적인 진입에 성공했다. HBM3E 12단 제품은 동급 대비 소비전력을 20% 절감하고, 발열 제어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이크론은 'SOCAMM'이라는 모듈형 메모리 패키징을 병행 공급하며, 단순 메모리가 아닌 플랫폼 맞춤형 솔루션 벤더로 전략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삼성은 2023년 하반기부터 HBM3E 제품을 개발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추진해왔으나, 2025년 3월 말 현재까지 납품이 공식화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HBM3E 초기 제품에서 발열 및 수율 문제, 소비전력 최적화 이슈가 지적됐으며,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플랫폼에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는 삼성의 제품 개발 전략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설계-인터페이스-패키징을 맞춰가는 방식이라면, 삼성은 제품을 먼저 개발한 뒤 고객사에 제안하는 '단방향 납품 구조'를 고수해왔다. 이는 HBM처럼 초정밀 맞춤 설계가 요구되는 제품군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이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관계 경쟁"이라며 “고객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채택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인은 “삼성의 기술력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고객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입지를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에게도 기회는 있다. 바로 HBM4다. HBM4는 HBM3E 대비 속도는 60% 이상 빠르고, 소비전력도 개선된 차세대 메모리다. AI GPU 업체들은 2026년부터 HBM4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B400 등)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 한 해가 공급사 선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HBM4에서도 삼성전자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을 이미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설계 협의 단계에 들어섰다. 반면 삼성은 HBM4 개발을 가속화하고는 있으나, 핵심 공정인 1c D램의 일정이 지연돼 시제품 제작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당초 2024년 말 목표였던 1c D램 양산은 2025년 6월로 연기되었고, 이는 HBM4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등은 HBM4를 기점으로 전략을 전면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 공동개발, 플랫폼 최적화, 패키징 역량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HBM 시장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양자 구도로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전쟁은 단기 수주 경쟁이 아니라, AI 시대를 선도할 '기술-고객-생태계 동맹'의 전쟁"이라며 “삼성이 이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2025년 HBM4 공급 전선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MBK-홈플러스 후폭풍…한신평, 사모펀드 리스크 ‘체계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불거진 신용등급 논란을 계기로,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PEF)가 대주주로 참여한 기업에 대한 신용도 평가 항목을 보다 명확히 정리해 시장에 제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일 한국신용평가는 '사모펀드의 경영참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이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경우 신용등급 평가에서 어떤 항목을 중심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일반적인 신용도 평가시 다양한 항목들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참여로 신용도 분석의 체계가 크게 달라질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이슈가 집중 조명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자주 오해되거나 혼선이 발생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 논리를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설명의 배경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 사례가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대규모 배당과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으나,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는 점차 악화됐다. 유통업 업황 부진과 맞물려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한동안 A급 신용등급이 유지되면서 “등급이 과도하게 유지됐다"는 시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채권자는 “사모펀드의 회수전략에 따른 리스크가 등급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신평사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정 부분 수용해,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어떤 점을 중점 점검하는지를 항목별로 구체화했다. 한신평은 특히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기존에 인정되던 '유사시 계열지원 가능성'이 사라지는 경우,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표적으로 SK렌터카는 2023년 자체신용도 개선으로 A+ 등급을 부여받았으나, 이후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제거돼 2024년 A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의 신용도를 판단할 때, 사업 경쟁력의 변화 여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투자 및 배당 소요에 비해 현금흐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등을 핵심적으로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또 인수금융 부담이나 SPV(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 가능성 등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제시됐다. 또 회사채 관리계약서상 '지배구조 변경 조항'에 따라, 최대주주 변경 시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됐다. 실제로 인수 직후 자금재조달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사모펀드나 기존 대주주가 유동성 대응 수단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ESG 평가 항목 중 지배구조(G) 관련 요소 역시 모니터링 대상임을 언급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배구조 변경 후 장기간 경영 및 재무정책을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재무전략·계열 구조·경영진 구성·공시 등 지배구조 요소를 점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선경실록’ 복원…故최종현 회장 경영 철학 총망라

SK그룹이 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 활동이 담긴 방대한 기록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이는 SK의 기업사뿐 아니라, 한국 산업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료로 주목된다. SK는 27년간 보관해 온 13만여 건의 아날로그 기록물을 디지털로 전환해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 제작 과정에서 자료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본격화됐으며, 2년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마무리됐다. 이번에 복원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파일 5300여 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에 달하며, 콘텐츠 수는 13만1647점에 이른다. 특히 최종현 회장의 육성 녹음만 3530개 테이프 분량으로, 하루 8시간씩 들어도 1년 이상이 걸릴 정도다. 그는 임직원 간담회, 전략회의, 대외 협상 등 모든 순간을 원본 그대로 녹음·보존했고, 이러한 원칙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이어져왔다. 녹음 내용에는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중동 외교, 이동통신사업권 반납 당시 구성원 독려 발언, 환경규제 대응 제안서 등 주요 경영 판단이 담겼다. “정치가 불안할수록 기업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경영 철학으로 회자된다. 1982년 신입사원 간담회에서는 지연·학연 타파를 강조했고, 1992년에는 “R&D도 시장을 이해해야 성공한다"며 기술 경영의 본질을 짚었다. 이러한 발언은 당시엔 생소했던 선진 경영 인식을 반영한다. 이번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최종현 회장은 SK그룹 제2대 회장으로, 그룹의 산업적 지형과 경영철학에 결정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형인 故 최종건 회장 별세 후 1973년 그룹을 승계한 뒤,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에너지·정보통신 중심의 첨단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대표적 사례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이노베이션) 인수다. 그는 석유화학 부문을 그룹 주력으로 끌어올렸으며, 북예멘 유전 개발(1984년)을 성사시켜 한국 최초의 해외 유전 개발 성공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다. 이어 울산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 건립(1991년)으로 정유부터 섬유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정보통신 분야 진출 역시 그의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1994년, 최 회장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그룹의 성장 동력을 다각화했으며, 이는 이후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으로 확장되는 ICT 사업군의 기반이 됐다.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 현지에 미주경영실을 설치해 글로벌 IT 흐름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최 회장은 또한 인재 육성에도 집중했다. 1974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사재를 들여 만든 국내 최초의 고등교육 지원 재단으로, 현재까지 매년 해외 유학 장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국가가 좁은 만큼, 인재는 넓게 써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이러한 철학은 SK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 정립으로 이어졌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기준과 기업문화는 그가 도입한 SKMS와 수펙스(SUPEX)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SK그룹의 핵심 운영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SK는 이번에 복원한 자료를 그룹 구성원 교육과 경영철학 전파에 활용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영 기록은 단순한 기업 기록을 넘어, 한 시대 기업인의 철학과 도전이 담긴 귀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무역장벽보고서 살펴보니…“비시장적 규제 전방위 압박”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5 미국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가 한국 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은 해당 보고서를 분석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이 작성한 이번 리포트는 미국의 통상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NTE 보고서'의 정의와 기조 변화를 주목하며, 한국 관련 주요 지적 사항과 향후 시사점을 정리했다. 특히 비시장적 정책을 포함하는 정의 확장, 방산 조달 제도의 구조적 지적, 디지털 무역 규제 확대 등 기존 보고서 대비 특징적인 변화가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무역장벽을 규명·기록한 문서로, 미국 무역법 제181조에 따라 매년 3월 말 의회에 제출된다. 최근 보고서는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거나 약화시키는 정부의 법률, 규정, 정책 또는 관행'을 무역장벽으로 정의하며,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제도 전반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 7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무역장벽 사례로 지목됐다. 전통적으로 반복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자동차 접근성, 제약·의료기기 가격정책 외에도, 방위산업 절충교역과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규제가 새롭게 부각됐다. 방산 절충교역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구조적 무역장벽으로 명시됐다. 한국의 제도가 계약금액 1000만달러 초과 시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공동생산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구조적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는 향후 미국이 '비차별성' 확보를 명분으로 방산 조달 제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지털 무역 분야 역시 문제 제기의 범위와 밀도가 확대됐다. 미국은 네트워크 사용료 부과 추진이 외국 콘텐츠 업체에 불리하고, 한국 통신망 시장의 과점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전 규제안,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이전 제한과 과징금 기준 확대,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이유로 한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제한 조치 등도 공정한 시장 접근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보험 분야 정보 국외이전 제한, 일부 농산물의 시장 접근 제한, 포장·표시제도의 불명확성 등도 지속 지적했으며, 지식재산권과 투자장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유지됐다. 연구원은 상호관세 부과가 수출품에 즉각적 피해를 주는 직접적 압박 수단이라면, NTE 보고서는 국내 정책 전반에 구조적 개입을 유도하는 장기적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공익을 위한 규제조차 비우호적 환경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제도 설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연구원은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전략 수립을 제안하며, △통상환경에 대한 구조적 이해 및 정책 인식 전환 △정부·국회의 통합 대응역량 강화 △산업계의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규제 거버넌스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코딧은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입법·정책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기업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ESG, AI, 바이오·제약, 순환경제 등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리스크에 대한 정기 세미나와 리포트 발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티앤씨재단, 산불 현장에 긴급 식사·구호 지원

티앤씨재단(이사장 김희영)이 최근 발생한 경상북도 의성군·안동시와 경상남도 산청군 일대의 대규모 산불 피해 현장에 긴급 출동해, 이재민과 진화 인력,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식사 지원과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재단은 주불이 잡히지 않은 위험 지역까지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하며, 산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갔다. 재단의 식사 지원 푸드트럭 '밥먹차'는 피해 지역 인근 대피소에 배치돼, 이재민과 진화대원 등 약 2000여 명에게 즉석 조리한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 제공된 식사는 비빔밥, 갈비덮밥, 샌드위치, 핫도그, 어묵 등이며, 커피와 과일 주스 등의 음료도 함께 제공돼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선사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식사 퀄리티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힘든 현장에서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밥먹차'는 평소 취약계층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복지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난 상황 발생 시에는 긴급구호형 식사 지원 차량으로 전환돼 운영된다. 이와 함께 전달된 구호물품에는 이재민을 위한 파스, 양말, 수건, 속옷, 여벌 옷과 함께, 진화 인력을 위한 방진마스크, 접이식 에어매트 등이 포함됐다. 해당 물품은 의성, 산청, 안동 지역의 행정기관 및 구호지원센터를 통해 신속히 배포됐다. 티앤씨재단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과 현장에서 헌신하는 진화대원들께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티앤씨재단은 교육 불평등 해소와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공감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재난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대응하는 긴급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재단은 매년 산불 피해 학교 지원, 홍수 복구,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등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흔들리는 1위’ 삼성전자의 균열, 어디서 시작됐나

삼성전자가 내달 발표할 2025년 1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은 '부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D램·낸드 등 전통 주력 제품의 가격 반등이 더디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HBM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의 기술 자립화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에 본지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와 경쟁 지형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삼성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 순간, 메모리 산업의 권력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다음달 초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예측은 명확하다.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이 유력하며, 메모리 사업도 낙관하기 어렵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을 예상하는 증권가 보고서는 대부분이 컨센서스 하회를 점치고 있다. “낙폭은 줄겠지만, 턴어라운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DRAM과 NAND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반도체 매출 기준으로도 글로벌 톱티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수치상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고객 신뢰·시장 내 영향력 등 '질적 리더십'은 분명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단순한 실적 부진이나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1등 삼성전자가 이제 대세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작은 2023년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 핵심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고부가 제품군이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삼성은 후발주자의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HBM3E 제품의 고객 인증이 지연되고 있으며, 실제 납품에 있어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모두 밀리는 상황이다. 수율·발열·전력 효율 등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2022~2024년의 삼성전자의 전략 흐름을 되짚어 보면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된 지점이 보인다. 이 시기는 메모리 업계 전체가 혹독한 다운사이클을 겪은 시기다. 수요 급감에 대응해 삼성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물량 공세' 전략을 고수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점유율 방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고객 신뢰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낳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중심의 유연한 공급 전략을 택했고, 고객사와의 설계 단계 협업도 강화하며 기술 중심 생태계로 발빠르게 이동했다. 이 차이는 HBM 시장에서 특히 극명하게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사실상 플랫폼 수준에서의 최적화를 실현했고, 최근 마이크론도 HBM3E 납품을 통해 '대체 벤더' 이상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독자 설계 전략을 고수했고, 고객사와의 밀착 협업 구조가 뒤늦게 시작되었다다.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닌 '고객과의 거리'가 패권 구도에서 밀려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얘기다. 삼성의 약점은 조직 전략 차원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부문 간의 시너지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고객사는 AI 반도체를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보고 메모리-CPU-GPU까지의 연결성을 중시하고 있으나, 삼성은 부문 간 전략 연계보다는 독립 채산제 기반의 사업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역량은 있지만, 이를 고객 맞춤형 설계로 구체화하는 역량에서는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의 메모리 산업은 '관계의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고객은 단순히 메모리를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벤더를 선정해 최적화 구조를 함께 만들어간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MD와 긴밀한 개발 파트너십을 형성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대량 생산→고성능 납품'이라는 과거형 전략에 머물러 있었고, 이로 인해 신뢰의 고리를 잇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계 최대의 메모리 생산 능력과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패키징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위기는 단지 기술이나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기의 전략 실패'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단기간의 수익 개선이나 제품 출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다시 중심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함께 설계하고 미래를 제안하는 회사'로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며 “플랫폼에 최적화되고, 전력 효율과 패키징 구조까지 설계에 반영된 '맞춤형 기술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한덕수 대행, 상법 개정안에 ‘7번째 거부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행사한 7번째 거부권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41번째 거부권 행사다.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 권한대행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의 설명과 결정의 방향은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것으로 분석된다. 쟁점이 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지난달 13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의 취지는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대행은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 문언만으로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 경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는 국민의힘과 주요 경제단체들이 법안 통과 이후 꾸준히 제기해온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간 재계는 이같은 개정이 “행동주의 펀드에 악용될 수 있다"거나 “경영 의사결정이 위축된다"는 입장을 반복해왔고, 한 권한대행도 그 논리를 수용한 모양새다. 이어 한 대행은 “일반 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지만, 정작 법안이 지향한 목표 역시 '일반 주주 보호'였다. 오히려 “실효성 있는 일반 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한 대행의 발언은, 상법이라는 기본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틀을 보완하는 취지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 그는 “충분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거나 공론화에 나서지는 않았다. 재계와 금융위원회 등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이는 애초 입법 논의 과정에서 병행되거나 선제적으로 준비된 정책은 아니었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거나 이미 이루어진 상황에서, 재계의 우려를 수렴해 사후적으로 제시된 보완책이라는 점에서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는 국회 입법권과 사법적 판단, 국민의 여론 등을 통해 형성돼 온 '기업 책임의 확대' 흐름을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상의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것을 다행스럽게 평가한다"며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경영에 더욱 노력하는 한편, 저성장, 통상문제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현창·여헌우 기자 khc@ekn.kr

롯데, 모터쇼 참가로 모빌리티 사업 본격화

롯데그룹이 모빌리티를 4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롯데는 4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그룹의 모빌리티 역량을 종합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롯데 화학군(롯데케미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인프라셀)과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 롯데는 '엘 모빌리티 파노라마(L.Mobility Panorama)'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전시관은 모빌리티 기술존, 자율주행존, 수소 밸류체인존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자율주행, 수소 에너지까지 롯데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모빌리티 스페셜티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화재 확산을 지연할 수 있는 고강성 난연 플라스틱과 자동차 강판과 유사한 성능을 가지면서도 가벼운 고강성 경량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생산에서 이차전지 종합 소재사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익산2공장에서 연산 1000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샘플 생산을 시작했으며, 국내에서 준양산급 규모로 생산하는 첫 기업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B형 자율주행셔틀에 대해 시속 40km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번 모빌리티쇼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전시장 외부에서 자율주행셔틀 탑승 체험을 제공한다. 킨텍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간 왕복구간에서 운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친환경 물류와 자율주행 물류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면서 기아와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공동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업체 마스오토와 자율주행 화물차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율주행 화물차 시장 활성화, 전용 환승 거점 개발, 글로벌 시장 확장 등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사업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자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한다"며 “전지소재, 전기차 충전,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반 사업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서울모빌리티쇼는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모터쇼다. '공간을 넘어, 기술을 넘어(Mobility Everywhere)'를 주제로 12개국 451개사가 참여해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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