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외환위기(IMF)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든 시절을 겪고 있다. 이미 올해 지역 굴지의 건설사들이 줄줄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도산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정부는 4월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주택을 넘어 비주택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해 상반기 연쇄부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무려 958개 건설업체가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900건, 2022년 760건, 2021년 679건 등과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특히 지역 업체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달 29일 전남 나주에 연고를 둔 전국 시공능력평가 105위, 전남 9위인 새천년종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건설사는 '아르니'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중도금 대출 무이자 등 파격할인에 들어갔던 천안 '아산 아르니퍼스트' 입주에정자들은 내지 않기로 한 중도금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전국 122위, 경기 20위권의 선원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디엘본' 브랜드를 쓰는 이 건설사는 통일교 재단 소속으로 현재 진행 중인 경기 가평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공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전남 지역에서 '아델리움' 브랜드로 영업해온 한국건설(전국 99위·지역 6위)도 분양 전 중도금 무이자를 내세웠지만 자금경색으로 인해 입주 예정자들에게 대출이자를 지급하라는 통보를 보내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광주지역 15위(전국 243위)인 송학건설과 세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포괄적 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또 울산 지역 1위(전국 179위)인 부강종합건설과 인천 지역 9위(전국 176위)인 영동건설이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최근 법정관리 신청이나 회쟁절차를 밟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토목공사가 아닌 주택 등 건축물공사를 주로 하는 곳들이었다. 주택 건설을 위해 조성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건설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갚아주는 채무인수 대출약정 등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이같은 건설사들의 리스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1월말 기준 6만3755가구로 전월 대비 2.0%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만1363가구로 전월 대비 4.7% 늘어났다. 주택은 그나마 낫다. 업계에 따르면 진정한 미분양 리스크는 건설사 부실 제2의 뇌관이 될 지식산업센터(지산)나 물류센터 등 비주택 부문이다. 이 곳에서 자금유동성 악화가 더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산의 경우 약 300곳의 현장에서 시공도 못하고 PF 대출 이자만 내는 실정이다. 지산은 3종 일반 주거나 준주거용지도에도 허가받을 수 있고, 대기업 반도세 생산 시설 배후 단지나 산단 인근에 무차별로 시공하다 보니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건설 보증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주택은 그나마 어느 정도 분양이라도 하는데 지산은 지어놓고 분양자체를 못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분양금이 회수 안 되니 건설사가 자기돈으로 자재를 구입하며 책임준공을 하다가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돈을 못 받고 나가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귀띔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