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폭등 시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내놓은 각종 규제 정책들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등 현실에 맞지 않아 역효과를 내고 있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물가인상에 국제적 이슈까지 겹쳐 집값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자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 그동안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무분별한 개발 억제 등을 위해 실시돼 온 기존 규제정책들을 시장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분상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해 분양가를 산정한 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도록 한 규제정책이다. 건설업체 또는 재건축 조합의 과도한 이익 편취를 제한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경제 정의를 실현하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 때 전국 확대 실시됐다가 현 정부들어 대폭 축소됐다.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로 한정돼 있다. 문제는 분상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채 오히려 분상제를 적용받는 지역에만 '로또 청약'이 몰리는 등 시장 왜곡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분상제 제외 지역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비싸더라도 '완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분상제를 적용받지 았던 지난해 12월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나 마포구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은 시세보다 비싸게 공급됐지만 대부분 단지들이 순위 내 높은 흥행을 거뒀다. 반면 분상제를 적용받은 지역들의 경우 '로또 청약'으로 100만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려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나 올해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가 대표적 사례다. 강제로 가격을 눌러 주변 시세보다 많게는 수십억원씩 분양가를 낮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상제는 주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인데, 오히려 입주 후 주변 시세 수준으로 껑출 뛰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같은 서울 내에서 규제를 하면 오히려 가격을 더 왜곡시킬 우려가 있고, 로또청약만 부추기며 민간 공급 축소를 불러 온다"고 설명했다. 재초환과 토허제 역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재초환은 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금액 이상을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에 3000만원 이상 차익이 생기면 세금이 부과됐던 것을 8000만원 이상 차익이 생길 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 단지 시장에서 공사비 폭등으로 준공 이후 오히려 분담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살인적 물가에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면서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 이익이 거의 남지 않거나 오히려 적자인 상황인 만큼 재초환의 유연한 적용을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정부가 자잿값이나 인건비, 금리 등을 직접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나마 손댈 수 있는 재초환 폐지를 통해 어느 정도 사업성 있는 곳들이 착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허제의 경우 부동산 투기 제한을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역대 최대 규모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대대적인 개발 호재 폭탄을 터뜨리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토허제는 과밀·난개발, 투기 억제를 위해 주택이나 토지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에는 실제 거주목적일 경우만 거래를 허용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현재처럼 극심한 침체기엔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소장은 “토허제가 해제될 경우 집값을 크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도심의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야 시장이 잘 돌아가는 데, 토지 거래를 국가가 제한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