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급등하다 최근 미끄러지던 은행주가 지난 22일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주를 주도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루에만 9.11% 올랐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8.78%, 신한금융지주 6.11%, 우리금융지주 4.51%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국내 은행주 10개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이날 778.63으로 6.47% 급등했다. 직전 한 달간 약 13%가 떨어졌지만 하루 만에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오랜만에 은행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이를 좋게 보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국내 은행주가 그만큼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은행주 주가가 오른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재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은행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언급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바통을 이어받은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공식화하자 은행주는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은행주가 코인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급경사를 타던 은행주의 상승 분위기는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바뀌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주가 보인 주가의 롤러코스터 변화는 사실상 은행주가 외부 요인에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행 업종이나 개별 회사의 가치에 따른 주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주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워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은 주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라, 총선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보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들의 푸념섞인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