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생명과학의 재무상태는 건전하다. 아니 우수하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부도가 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 중에서는 최하위 수준이다. 신평사에서는 그간 HLB생명과학의 누적된 경영활동 결과에 주목했다. 24일 한기평은 정기평가를 통해 HLB그룹의 계열사 HLB생명과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B/부정적'에서 'B-/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B- 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이 부족하고 그 안정성이 가변적이어서 매우 투기적일 때 부여하고 3년차 평균 누적부도율이 공식적으로는 14.36%, 광의로는 16.32%에 달한다. 현재 HLB생명과학의 재무상태를 본다면 부도확률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할지 의문이다.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HLB생명과학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45.4%와 27.4%다. 자본총계가 부채총계의 2배에 달할만큼 부채가 적다. 또한 차입금의존도가 통상 30%를 전후로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입금의존도도 높지 않다. 아울러 지날 18일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외부로부터 731억원을 조달해, 향후 재무 상태는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전환, 현금이 차입금이 많아질 공산이 크다. 그 결과, 아이러니한 상태가 나타났다. 신평사 성격상 채권의 회수가능성을 대전제로 하는데 순차입금 마이너스인 기업의 채권 투자를 '매우 투기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신평사는 신용평가방법론에 근거한다. 그런데 HLB생명과학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기업규모를 제외하면 모두 항목에서 최하등급을 기록했다. 수익성 관련 항목 모두 최하등급이다. 요약하면 영업 및 투자활동에서 현금 유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유상증자 등 재무활동에서 현금을 유입하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HLB생명과학은 2018년 이후 영업이익을 못 내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의약품 유통 △메디케어 △바이오 △의료기기 △에너지 등을 영위 중이다. 주요 부문이 최근 부문 영업이익을 낸 경우는 20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이 역시 의약품 유통 부문에서 1억원 흑자가 전부였다. 유준기 한기평 연구원은 “의약품 유통 사업부문 특성상 저마진의 수익 구조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에너지 사업 부문은 큰 폭의 적자 지속되고 있고, 2019년 이후 소각로 건설 등 수주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바이오 부문의 연구개발비용 증가는 수익성 제약 요인으로 작용2022년 신설된 메디케어 사업부문 또한 영업적자을 기록 중"이라고 덧붙였다. 투자활동 결과도 아쉬운 상황이다. HLB생명과학은 2019년 70억원에 신화어드밴스를, 810억원에 HLB셀(구 라이프리버)를 인수했다. 이어 2022년에는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업체인 에임 979억원들여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일회용 주사기 제조업체인 화진메디칼을 83억원에 인수했다. HLB셀은 아직 수익성이 나지 않아 영업손실이 이어지는건 물론, 체외순환형 바이오 인공 간 개발은 2017년 임상2a가 완료된 이후 추가적인 연구 진척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업체인 에임의 경우,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라 진단키트 판매량이 급감, 지난해 메디케어 사업부문 매출액은 249억원으로 전년 350억원보다 100억원 가량 축소됐다. 또한 에너지 부문 설비투자활동도 엇박자를 나타나고 있다. 2022~2023년 진위 산업단지 공장 신축 관련 투자 이어졌으나, 사업 계획 변경으로 지난해 5월 완공 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유형자산은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취득 혹은 준공하는데 완공 후 즉시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된 것 자체로 사업 계획 단계에서의 준비가 어땠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미미한 타 법인 인수 효과로 부진한 영업실적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차입금의존도가 낮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차입할 신용이 없다고 해석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평가 대상인 BW 역시 공모 방식의 조달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영업활동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열위하기에 금융기관에서 자금 대여를 하지 않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의 재무 지표가 우수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