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EU는 7월부터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동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연설을 통해 “이 방에 앉아 있으면 중국의 산업정책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전략적이고 일치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의 생존이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반중 정책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의 행동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므로 하나 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청정에너지 기술과 다른 분야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공세를 지적하면서 이런 야망으로 인해 “신흥 시장을 포함해 한 전 세계 국가들의 성장 산업 구축이 방해받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설이 끝난 후에는 기자들에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역에 관해 서로 다른 우려를 갖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과도한 수출 보조금에 대한 우려가 공유되는 만큼 “하나의 그룹으로 중국과 소통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유럽이 무역 장벽을 세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공동 전선을 통해 중국에 일깨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EU 역시 중국과의 무역 불공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중국의 관계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추진하고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에도 과잉 생산을 포함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공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파이낸셜타인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엄청난 과잉생산능력으로 인위적으로 값싼 제품이 EU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세계의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으로, 수입 규모는 2020년 16억 달러(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15억 달러(15조7000억원)로 급증했다. 유럽으로 수입되는 모든 전기차의 약 37%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EU는 내달 6일까지 중국산 전기자동차 반보조금 조사를 마무리 짓고 7월 초엔 관세 인상을 포함한 예비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EU는 이미 중국산 태양광 패널·풍력터빈·전동차·의료기기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EU는 중국산 주석도금 강판(tinplate steel·이하 석도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EU는 다만 미국처럼 광범위한 관세 장벽을 세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다른 접근 방식, 훨씬 더 맞춤형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EU 관리도 미국의 접근 방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자동차 주요 수출국인 독일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에 더 신중한 입장이다. 독일 총리인 올라프 숄츠는 지난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 제조업체와 일부 미국 업체가 중국시장에서 성공적이고, 많은 유럽산 차가 중국에 판매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EU에 대응하는 '맞불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전날 저녁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5일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수입 브랜디 반덤핑 조사도 개시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