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가 발표한 자율규제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이미 과거부터 적용됐다고 알려진 반면, '밈 코인' 등 경제적 비전이 있다고 보기 힘든 코인이 아직까지 버젓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곧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각 거래소가 신규 코인을 대거 상장시키기도 했다.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지원 심사 요건 및 절차, 정보공개 등이 명시된 자율규제안이며, 오는 19일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각 거래소에 공통 적용될 예정이다. 가상자산의 거래지원 기준은 발행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유무 등을 따지는 형식적 심사요건과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질적 심사요건이 존재한다. 향후 신규 상장되는 코인들에 이같은 내용이 적용되며, 이미 상장된 종목에 대해서도 재심사를 거쳐 상폐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얼마 전 '코인 대거 상폐' 우려가 제기됐을 때 업계에서는 유사한 기준이 그동안 자체 적용돼 왔음을 들어 줄상폐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자율규제안은 그간 적용된 기준에 새로운 법 및 금융당국 등의 지원을 받아 보강한 내용일 뿐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자율규제안에서 요구하는 상장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코인들이 각 거래소에서 여전히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예시로 '밈 코인'이 지목된다. 밈 코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프로젝트임에도 인터넷 밈(meme)을 상징하는 이미지나 이름을 넣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끄는 코인을 말한다. 실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기존 가상자산보다도 더 내재적 가치가 없어 '투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밈 코인의 시초로 불리는 도지(DOGE)부터 유사 코인인 시바이누(SHIB), 페페(PEPE)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외에도 빗썸·코인원 등지에서 플로키(FLOKI), 봉크(BONK) 등이 거래되고 있다. 이들 밈 코인은 변동성이 심한 코인 시장 내에서도 유달리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여기에 혹한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이 몰리고 있다. 밈 코인 외에도 많은 '잡코인'의 기반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불분명하지만, 정작 각 거래소의 어떤 심사기준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아 자율규제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 거래소에서 밈 코인을 포함한 종목을 대거 신규 상장되는 현상이 보이기도 했다. 업비트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원화마켓에 6종의 코인을 상장했지만, 6월 한달 동안에만 4종의 코인을 집중 상장했다. 같은 달 점유율 2위 빗썸도 7종의 코인을 새로 선보였다. 코인원의 경우 무려 9종의 코인이 상장됐으며, 그중 4종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매일 하나씩 추가됐다. 해당 기간 상장된 코인 중에도 캣인어독스월드, 북오브밈 등 밈 코인이 존재했다. 이에 대해 이용자보호법 및 자율규제안 적용으로 관심이 쏠리기 전에 최대한 신규 상장에 집중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상장이 이뤄진 코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자율적인 상폐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우선 상장하고 보자'라는 심리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밈 코인의 유동성에 주목한 투자자 수요가 높은 만큼 거래소 입장에서는 상장 안 하는 게 손해"라며 “어쩔 수 없는 자율규제의 필연적인 한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