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올해 들어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의 목표가가 상향됐지만, 정작 증시에서는 기관 매도세가 이어져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측이 차익을 취하기 위해 매수 리포트로 현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실제 증권사가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규모가 크지 않고, 파생상품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매도 규모가 잡힌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중 증권·자산운용사가 포함된 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4529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6조6162억원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4.84% 뒷걸음쳤다. 그런데 이 중 각 증권사에서 ‘매수’ 리포트를 내고 목표가를 상향한 종목들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의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들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5899억원어치 팔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1194억원어치 팔아치우며 두번째 최다 순매도 종목이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미래에셋증권(9만원→10만5000원), BNK투자증권(8만2000원→8만6000원) 등 5개 증권사가 반도체 업황 회복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상향했었다. 하지만 증시에서의 강력한 기관 매도세로 주가는 연초 이후 7.12% 내린 7만3100원을 기록했다. 목표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상향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5일(1월 8일~12일) 동안 가장 많이 매도(1361만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리포트를 낸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상상인증권 등 4개사가 일제히 목표가를 상향했지만, 금융투자의 매도세가 이어진 끝에 주가가 5.23% 하락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기아 역시 목표가 상향 리포트가 다수 발표됐지만 금융투자의 매도세를 견디지 못해 주가가 각각 7%, 10%가량 급락했다. 이어지는 기관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들이 증권사의 투자의견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리포트를 내 매수세를 유도한 후, 고점에 올랐을 때 매도 주문을 내 차익을 편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특히 작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으로 증권사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저하된 것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자기자본을 이용해 직접 주식 트레이딩을 하는 사업, 소위 ‘알주식’으로 얻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오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61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 총합은 146조원이었는데, 이중 증권사가 직접 보유 주식을 매도해 얻은 이익(주식처분이익)의 합은 3조7000억원 수준으로 2.5% 비중에 불과했다. 가장 주식처분이익이 컸던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5451억원)으로 매출(18조원) 대비 2.8% 수준이었다. 따라서 금융투자 기관의 순매도는 기관의 직접투자 의사보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의한 상환·환매 등 움직임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혼합형 ELS에서 삼성전자가 포함된 상품의 총 상환 규모는 원화만 865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문사 등 사설금융사(부티크) 등이 매도 주문을 낼 때도 증권사의 창구를 통해, 증권사의 의사와 관계없이 매도 거래실적으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증권사가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행위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점차 비중을 줄이는 추세며, 관련 부서에 주어지는 자본 규모도 수십억원대로 크지 않다"며 "파생상품이나 부티크 쪽의 영향이 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uc@ekn.kr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