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첨단산업 일자리와 정주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청년층의 지역 전입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1일 '청년층의 지역 전입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5년 동안 청년층(20~39세) 전입과 전출 추이, 첨단기업 사업체 수, 정주환경(교통 접근성, 문화·의료시설 등) 등 청년층의 지역 전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총 사업체 중에서 첨단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0.7%에서 2021년 19.9%로 9.2%p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총 사업체 중 첨단기업 비중이 2006년 평균 12.7%에서 2021년 23.8%로 증가하는 동안 비수도권은 평균 9.0%에서 16.1%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기준으로는 전국의 평균 첨단기업 비중이 17.5%로 나타났다. 서울(25.2%)과 경기(23.5%), 인천(22.6%), 세종(20.4%) 등 서울에 가까울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 부산(19.0%), 광주(18.1%) 등 주요 광역시도 평균을 상회했으나 제주(12.4%), 강원(12.2%) 등 도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첨단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비수도권에서 타지역으로 전출하는 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부터 50%를 상회하기 시작해 2023년 51.8%로 집계됐다. 전출 청년 중 수도권으로 전입한 비중은 2015년 43.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3년에는 47.0%로 나타났다. 전출하는 청년 인구의 절반 수준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셈이다. 보고서는 첨단기업이 청년층 인구의 지역 유입에 유의미한 영항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15년간(2006~2021년) 청년층(20~39세) 인구의 전입과 전출 인구 통계 추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주환경 조건에 대해 계량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역 내 총사업체 중 첨단기업 비중이 1%p 증가하면 지역 내 전입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0.43%p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의는 교통 편리성과 문화시설 등을 전국 평균 이상으로 갖춘 경우로 산정했을 경우에는지역 내 총사업체 중 첨단기업 비중이 1%p 증가할 때 청년층의 지역 전입 비중이 0.15%p 추가로 증가한다고 짚었다. 이 경우 지역 전입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0.59%p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20·30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와 교통 접근성 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정주환경이 갖춰져야 청년들의 비수도권 거주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정주환경이 청년층에게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소득을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에서도 첨단산업을 지역에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2차전지(청주, 포항, 새만큼, 울산), 반도체(용인·평택, 구미), 디스플레이(천안·아산) 등 첨단산업을 대상으로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신규로 지정해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규제 완화,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와 같은 제도적 지원도 함께 제공한다. 또 첨단기업이 투자를 희망하는 지역을 '첨단투자지구'로 선정해 부지 장기 임대 및 임대료 감면, 부담금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현재까지 충남, 전북, 울산, 부산 등에 총 9개 지구를 선정했고 세부적인 지원사항에 대해 부처 간 논의를 준비 중이다. 보고서는 첨단투자지구의 경우 기업이 입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자율성을 높인 점과 기업투자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첨단투자지구 내 기업의 정주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현재 별도의 지원수단이 미비해 첨단기업과 근로자가 원하는 정주여건 수요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청년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첨단산업 일자리와 정주환경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청년의 지역 전입을 촉진하려면 첨단기업과 정주환경을 동시에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청년층이 다니고 싶은 일터와 정주환경을 기업과 청년 등 수요자가 직접 꾸릴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