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거나, 상장날을 제외하면 급락세를 보이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과열됐던 IPO 시장이 정상화를 찾아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기반한 주가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알에프시스템즈'와 '사이냅소프트'가 공모가 대비 하락해 마감했다. 알에프시스템즈는 이날 공모가(8280원) 대비 2420원(29.23%) 하락한 5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알에프시스템즈는 교보12호스팩과 흡수 합병을 통해 상장했다. 알에프시스템즈는 안테나 시스템과 레이다 시스템, 환경제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방산 전문기업이다. 2020년부터 LIG넥스원의 주력 유도무기체계인 천궁-II에 들어가는 탐색기 안테나를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아랍에미리트(UAE)향 천궁-II의 탐색기 안테나 수주를 확보하는 등 장기적인 제품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이냅소프트도 공모가(2만4500원) 대비 6010원(24.53%) 내린 1만8490원으로 마감했다. 시초가는 14.29% 떨어진 2만1000원에 형성됐다. 사이냅소프트는 문서 디지털화, 문서 구조 분석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삼성전자, SK, 현대, LG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7000개 이상의 민간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정부기관 점유율 80%를 기록 중이다. 전날 상장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업 에스켐도 마찬가지다. 에스켐의 주가는 현재 6840원으로 공모가(1만원)을 밑돌고 있다. 에스켐은 전날에도 공모가 대비 2910원(29.10%) 내린 7090원에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1만 148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내 급락세를 보였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던 더본코리아도 상장 첫날 종가보다 하락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날 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주가가 51% 넘게 오르며 5만원대에 마감했지만,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당일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 기대감도 나왔지만 실패했다. 현재 더본코리아 주가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아직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알에프시스템즈와 사이냅소프트, 에스캠 등을 포함해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더본코리아를 제외하고 전부 상장 당일 공모가를 하회해 마감했다. 최근 상장한 에이럭스는 현재 공모가(1만6000원) 대비 53.18%나 하락했다. 노머스(-47.7%)와 토모큐브(-39.4%)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자,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린 기업들도 있다.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차전지 드라이룸 제조사 씨케이솔루션은 지난 12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동방메디컬(7일)과 미트박스글로벌(11일)도 이달 IPO 기업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에는 케이뱅크가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국내 상장 작업을 멈추고 미국 증시 IPO를 우선 검토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수급도 불안해졌단 이유에서다. 그간 과열됐던 IPO시장이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상장 이후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단기 차익보다는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접근이 유효하단 의견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공모주가 상장 첫날부터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공모가가 높게 결정됐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시장이 정상화를 찾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내년 초까지는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켜 줄 만한 기업이 없어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 중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한 종목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