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금 ETF도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당분간 국제 금값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65원(3.09%) 오른 1만55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국제유가 하락으로 10% 가까이 하락했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WTI원유선물(H) ETF는 7월 2일 1만602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해 7월 30일 1만493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도 전 거래일 대비 125원(2.81%) 상승한 4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ETF는 지난달 7거래일을 제외하고 전부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간 원유 ETF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지속적으로 하락사면서 수익률도 부진을 거듭해왔다. 실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7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4달러선은 지난 6월 초 이후 2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세계 원유 소비량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만에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7월 31일(현지시각)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4.25% 급등한 배럴당 77.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다. 유가 급등 배경은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다. 하니예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유가 불안이 심화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국제 전문가들도 하니예의 암살로 가자전쟁 휴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역내 확전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미국 원유 재고(현지시각 26일 기준) 전주 대비 343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시장 평균 감소 추정치(110만배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동 전쟁 확전 불안이 심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도 급등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강하게 언급한 영향도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21.10달러(0.86%) 오른 온스당 2473.00달러에 마감했다. 금 관련 ETF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 1개월 수익률은 3.01%다.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80원(0.52%) 상승했다. ACE 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H)와 TIGER 골드선물(H), KODEX 골드선물(H)도 각각 전장대비 1.89%, 0.94%, 0.87%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에 따라 국제유가 반등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반기에도 금값의 호조에 따라 각종 금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금 가격이 온스당 27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금값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확대되며 상승했다"며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에서 이스라엘 전략이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관련 수위에 따라 국제유가와 금, 채권 등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