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에 위치한 국립기상과학원의 구름물리실험챔버에서 특별한 실험이 공개됐다. 연소탄을 이용한 구름 씨앗 생성, 얼음 결정의 실시간 변화 관찰, 그리고 초록빛 구름 입자 관찰까지 이어진 이날 실험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 구름 씨앗을 챔버에 투입합니다" 연구진의 신호와 함께 실험이 시작됐다. 첫 단계는 연소탄 실험이었다. 연소탄이 불꽃을 뿜으며 요오드화은과 염화칼슘 같은 화학 물질을 연소하자, 순식간에 수백만 개의 구름 씨앗이 생성됐다. 이 구름 씨앗은 대기 중에서 빙정핵 역할을 하며 물방울이 얼어붙고 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차주완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응용연구부 연구관은 “구름 씨앗을 활용하면 수도권 면적에 1mm의 강수를 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연간 1억톤 가까운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런 기술은 작은 댐을 하나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물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연소탄 실험을 통해 생성된 구름 씨앗이 강수량을 증가시켜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의 토양을 적시고,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소탄 실험 후에는 모니터링 공간에서 얼음 결정의 변화를 관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모니터 화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가 변하는 결정들이 생생히 비쳐졌다. 기둥 모양에서 판 모양, 별 모양으로 실시간으로 변하는 결정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예술 작품 같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은 실제 대기 중 구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며 “구름 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상호작용을 관찰해 강수량 예측 모델과 기상 시뮬레이션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름물리실험챔버는 다양한 구름 생성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미세 염화나트륨과 혼합 나노 물질을 사용해 구름 생성 효율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챔버는 온도와 습도, 기압을 정밀하게 조절해 다양한 구름 환경을 재현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초저온(-40℃) 환경에서는 빙정이 생성되고, 약 -22℃에서는 비균질 과정을 통해 빙정의 성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데이터는 대규모 구름 생성 실험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강수량 예측 및 인공강우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챔버 내부를 직접 관찰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구름 입자들은 구름 씨앗과 수증기가 만나 생성된 결과물이었다. 연구진은 “챔버 내부는 마이너스 7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실제 대기 조건을 재현할 수 있다"며 “이곳은 전 세계에서도 드문 시설로, 다양한 기상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도 (이런) 챔버를 만들고 싶어서 투어를 오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름물리실험챔버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로 삼차원 입자영상 관측 장비, 빙정핵 관측 장비, 에어로졸 분석 장비 등을 통해 구름 생성부터 강수 메커니즘까지 전 과정을 연구한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과 산불 예방을 위한 연구에도 활용되며, 새로운 구름 씨앗 물질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구름물리실험챔버는 단순히 연구 시설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수량 예측과 자연재해 예방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