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나프타 공급 대란…“국내 생산 ‘재생 나프타’ 활용방안 강구해야”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오염물질 배출 없이 분해해 나프타 수준의 재생유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국산 기술이 정치권에서 거론돼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국내 한 재생유 생산업체의 신기술을 소개하며 활용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 질의에서 박 의원은 “지난해 가을 전북 정읍에 있는 한 회사를 방문했는데 세라믹 파동 기법을 사용해 폐플라스틱·폐비닐로 나프타(나프타급 재생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는 현장을 직접 봤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이 소개한 회사는 지난해 11월 정읍에 세계 최초로 폐비닐·폐플라스틱 저온열분해 시설 '웨이브 정읍'을 준공한 도시유전이다. 이 시설은 도시유전이 30여년간 독자 개발한 'RGO 기술'을 적용한 시설로, 세라믹에서 방출되는 파동에너지를 이용해 저온(300℃ 미만)에서 폐비닐·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플라스틱의 고분자 결합구조만을 끊어냄으로써 플라스틱의 최초 원료인 나프타 또는 경질유 수준의 원료유로 복원시키는 세계 유일의 촉매 기반 열분해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는 농가에서 발생하는 영농폐비닐을 비롯한 연간 6500톤의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처리해 최대 4550톤(약 540만 리터)의 플라스틱 재생원료유를 생산할 수 있다. 무게 기준으로 약 70%의 수율을 가진다. 소각 없이 저온(300℃ 미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온실가스는 물론 다이옥신 등 일체의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 이 시설에서 생산되는 재생유는 총 3개 등급으로, 1급 재생유(RGO-1)는 NCC(나프타 크래킹 공정) 라인에 직접 투입이 가능해 PE, PP, PET 등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 2급 재생유(RGO-2) 및 3급 재생유(RGO-3) 역시 기존 열분해 기술로 생산하는 재생유인 '중질유'보다 품질이 우수하다. 이 기술의 중요성은 국내보다 해외 기업들이 먼저 알아봤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재생원료는 해외 수출될 예정이며 이미 독일의 굴지의 화학기업인 B사는 이곳에서 생산된 재생유 샘플을 자국 본사에서 테스트 중이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계약 추진을 통해 국내 NCC 라인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이날 대정부 질의에서 박 의원은 “온실가스 발생 없이도 나프타(나프타급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는데도 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가 배경을 알아보니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인데도 폐기물 재활용 시설로 분류되는 바람에 인허가 절차도 까다롭고, 운송용으로는 사용을 못하는 등 법적 제약이 있어서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려 해도) 원료인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기존 규정이 아직 정비가 안된 것이 있어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도시유전 관계자는 “국내 재생연료 정책은 중유와 디젤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고급유 재생원료는 '사용 허용'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의무사용이나 혼합비율, 스코프3(Scope3) 인정체계 등이 부족하다"며 “재생유를 연료용, 일반 원료용, 나프타급 고품질 원료 등으로 구분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단계적 의무사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전국 휘발유값 2000원 눈앞…서울 이어 전국 확산 ‘초읽기’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국 평균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이 이미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전국적으로도 고유가 국면 재진입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64.7원으로 전날보다 6.4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도 1955.6원으로 같은 폭 올랐다. 서울은 휘발유 가격이 2000.3원을 기록하며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2000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2019.2원으로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고, 서울(2000.3원), 대구(1949원), 광주(1948원), 세종(1946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지역 가격이 모두 1900원 후반대에 진입하면서 전국 평균 역시 2000원 돌파를 앞둔 상황이다. 실제 1년간 가격 흐름을 보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2025년 4월 8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30원이었으나, 2026년 4월 7일에는 1940원으로 올라 약 19%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된 이후, 올해 3월부터 급등 구간이 형성됐다. 서울은 같은 기간 1710원에서 1947원으로 237원 상승했으며, 대구는 1620원에서 1949원으로 329원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세종(1640원→1946원)과 광주(1645원→1948원)도 각각 300원 이상 상승하며 뒤따랐다. 이에 따라 지역 간 가격 격차는 다소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이 여전히 최고가 지역을 유지하고 있지만, 후발 지역의 상승률이 더 가팔라지면서 최고·최저 지역 간 격차는 약 200원 수준에서 유지됐다. 최근 상승 속도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서울은 3월 중순 열흘 사이 약 80원 급등했고, 대구와 부산 역시 같은 기간 70원 안팎 상승했다. 통계적으로도 기준선을 크게 웃도는 급격한 변동이 확인되며, 해당 구간은 '이상치'로 분류된다. 국제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가격은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신재생 발전 10년새 82% 증가…태양광 중심 구조 재편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발전 구조가 태양광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5년 3733만MWh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4년 6811만MWh로 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는 3623만MWh에서 5846만MWh로 61% 늘었고, 신에너지는 109만MWh에서 965만MWh로 약 9배 확대됐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이 성장을 주도했다. 태양광 발전량은 2015년 422만9946MWh에서 2024년 3744만9731MWh로 8.9배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태양광에서 발생했다. 반면 폐기물 발전은 감소세를 보였다. 폐기물 발전량은 2019년 1844만9443MWh에서 2020년 43만9137MWh로 급감했고, 2024년에는 42만4724MWh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비중은 2015년 62%에서 2024년 1% 미만으로 축소됐다. 바이오 발전은 2015년 554만6583MWh에서 2024년 1211만7654MWh로 증가했고, 수력은 215만13MWh에서 431만3488MWh로 늘었다. 해양 발전은 같은 기간 15.7% 감소했다. 신에너지 부문에서는 연료전지가 확대됐다. 연료전지 발전량은 2015년 108만MWh에서 2024년 758만MWh로 증가했다. 신에너지 내 비중은 99.9%에서 78.6%로 낮아졌지만 발전량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IGCC는 2020년 237만MWh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23년 99만MWh까지 감소했다가 2024년 207만MWh로 반등했다. 이 기간 발전 구조도 변화했다. 2015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97%였으나 2024년에는 86%로 낮아졌다. 반면 신에너지 비중은 3%에서 14%로 확대됐다. 한편 2020년 총 발전량은 4312만MWh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뒤 2021년부터 다시 증가해 2024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국힘 “재생에너지 일변도, ‘하늘의 호르무즈’ 자초”…원전 중심 에너지믹스 촉구

국민의힘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강하게 비판하며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믹스 복원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발표한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겨냥해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인 원자력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며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 치우친 균형감각 상실"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최근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공급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도 원전 활용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기후 여건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이 어렵다"며 “장마, 풍량 감소 등 기후 변동성이 큰 국내 환경에서는 전력 공백, 이른바 '하늘의 호르무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전력망 안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원전은 연료 비축이 가능하고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추진 중인 '햇빛·바람 연금' 구상에 대해 “대다수 국민의 부담으로 일부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라며 “태양광과 풍력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AI·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는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향해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무탄소 기저전원인 원전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에너지믹스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찾아가는 복지” 가스공사, ‘도시가스요금 대신 신청’으로 에너지 사각지대 깬다

한국가스공사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찾아가는 에너지 복지' 모델을 도입하며 공공서비스 혁신에 나섰다. 한국가스공사는 취약계층을 대신해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신청해주는 '도시가스 요금 경감 대신신청 제도'를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로 지적돼온 '신청주의'를 보완해,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도시가스 요금 경감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의 어려움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복잡한 신청 과정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가스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이나 공사 측이 대상자를 대신해 요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이는 수혜자의 자발적 신청을 기다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이 먼저 찾아가는 적극적 복지로 전환한 사례로 평가된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이스피싱 우려가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와, 콜센터 안내 전화가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가스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보안성 검토와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거쳐 법적·기술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카카오톡 채널 개설과 KT 발신정보 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해 통화 신뢰도를 높였으며, 그 결과 콜센터 통화 성공률을 기존 35.6%에서 58.9%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대구광역시와 협력해 190개 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시범교육을 실시하고, 대신신청 주체를 가스공사에서 지자체까지 확대하며 현장 참여를 강화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가스공사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31만 8825가구를 발굴해 이 가운데 12만 8971가구에 제도 안내를 완료했으며, 총 1만 7729가구가 새롭게 요금 경감 혜택을 받게 됐다. 가스공사는 향후 네이버, 유튜브, 카카오톡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홍보를 강화해 2028년까지 약 9만7천 가구에 대신신청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84% 수준인 요금 경감 수혜율을 9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에너지 공기업 최초로 시행된 모델로, 향후 한국전력이나 지역난방공사 등 다른 에너지 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례"라며 “단 한 명의 국민도 에너지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제도는 기획재정부의 '2025년 공공기관 대국민 체감형 서비스 개선방안' 중 사회적 배려 확대 과제로 선정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도 '국민 삶을 바꾸는 민원서비스 혁신' 대표 사례로 꼽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돌리라는데 못 돌린다”…송전망 부족 동해안 석탄발전 ‘한숨’

정부가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낮추고 대신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동해안 석탄발전소는 더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송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송전 용량은 올해 4분기부터 점차 늘어날 예정이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송전망의 신뢰도 기준을 완화해 송전 용량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신 석탄발전 설비를 갖춘 동해안 석탄발전 3사인 GS동해전력,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가 정부의 봄철 가동률 상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을 못 올리고 있다. 3사의 평균 설비 가동률은 20~30%대이다. 송전망이 부족해 망을 번갈아 쓰는 등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 대책으로 봄철 석탄발전 가동 상한제를 완화했지만, 이들 발전사들한테는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송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해안의 송전망 용량은 약 11GW이다. 이 송전망을 사용하는 발전 용량은 17.9GW이다. 여기에는 원전 8.7GW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원전에 송전망 우선 접속권을 주고 있다. 나머지 망 용량 2.3GW에 7.9GW의 화력발전이 접속돼 있어 가동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송전망 확충을 위해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건설 중이다. 한전에 따르면 HVDC는 총 2단계에 걸쳐 구축된다. 1단계 4GW는 올해 10월, 2단계 4GW는 2027년 완공 예정이다. 1단계가 완공되면 동해안 송전망 용량은 약 15GW, 2단계가 완공되면 약 19GW로 증가해 동해안 발전용량 상당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발전사들은 송전망 제약에 원전 변수까지 더해져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정부가 중동 사태 대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높이기로 하면서 현재 정비 중인 울진 지역 원전이 조기 가동되거나 출력이 상향될 경우,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민간 석탄발전의 급전 순위는 더욱 밀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석탄발전 상한을 풀어도 실제 가동률은 오히려 더 낮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이용률을 높이면 계통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민간 석탄 입장에서는 가동 기회가 더 줄어드는 구조"라며 “결국 정책 효과가 특정 전원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발전원 간 단순한 '정책 전환'만으로는 전력시장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송전망, 계통 제약, 급전 순위 등 물리적·시장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에서 특정 발전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정책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 대책으로 송전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신뢰도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동해안 송전망은 'N-2(두 개 송전선 동시 고장 가정)' 기준이 적용되면서 전체 용량의 약 50% 수준만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경우 발전기 2~4기 수준의 추가 가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기준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라며 “위기 상황에서는 N-1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이용률을 60~70%까지라도 높이면 LNG 사용을 줄이고 연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 이용률은 20~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송전 기준 완화만으로도 가동률 개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의 에너지 위기를 넘기려면 있는 설비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신규 발전, 송전 설비들은 계획대로 준공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력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원 구성보다 계통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해안 HVDC와 같은 대규모 송전망 구축 지연은 전력시장 전반의 비효율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발전원 믹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보다, 생산된 전기를 어디로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며 “송전망 투자와 계통 운영 개선 없이는 어떤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단상] 끝날 기미 없는 중동위기, 대국민 담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에너지 주무장관이 대국민 담화를 한 건 역사상 두 번뿐이다. 제4차 중동전쟁 발발로 촉발된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3년 11월 23일, 당시 김용환 재무장관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위기상황을 공식화하고 국민 절약을 호소했다. 석유파동은 이후 1978년 에너지 전담부처인 동력자원부 신설로 이어졌다. 또 한 번은 2011년 1월 12일 겨울철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력수급 위기를 우려하며 절약을 요청했다. 같은 해 9월 15일에는 실제로 전국 단위의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며 경고가 현실이 됐다. 중동 전쟁은 이 두 사례와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다.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지금까지 한달 이상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가스의 20~25%가 공급되는 핵심 통로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7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3달러, 유럽 브렌트유는 110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전 60달러 후반 수준과 비교하면 6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더 길어질 경우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도 전쟁이 장기화될 시에는 물론이고 조기 종료된다 하더라도 유가는 90달러 이상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제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7일 기준 국내 휘발유는 1964원, 경유는 1955원 수준이지만, 국제 가격을 국내 시장에 반영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2200원, 경유는 3500원 수준이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는 전쟁 전 톤당 570달러에서 현재는 990달러로 올랐으며, 수급 차질로 여천NCC 등 일부 석유화학사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쓰레기종량봉투 등 일부 비닐, 플라스틱 제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에너지 수급 위기는 이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비해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일 자원안보특별법에 근거해 두 번째로 높은 '경계'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사상 처음으로 발령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민간 공영주차장 5부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12가지 에너지 절약 방안을 발표하고 기업에도 에너지 절감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부는 홍해지역에 호르무즈를 대체할 경로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책들이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절감에 나서게 하려면 정부의 에너지 총괄자가 대국민 호소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주무부처는 기후부와 산업부로 나뉘어 있다. 기후부는 전력과 에너지 효율 및 수요 관리를 맡고 있고, 산업부는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산업부가 발령하고 에너지전환과 절약 정책은 기후부가 주로 발표하는 구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기후부와 산업부가 에너지를 쪼개서 맡고 있어 이번 중동사태 대응에 있어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두 부처가 하나의 부처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단순한 절약 권고를 넘어 국민에게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단계다. 한두 달만 지나면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이 시작된다. 과거처럼 위기를 공식화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대국민 담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서울정부청사로 지하철로 출근하며 에너지 절약에 국민들이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보다 분명한 메시지로 국민 앞에 나설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고유가 시대,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 시급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지역 군사·정세 불안이 원유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면서, 원유 선박 운항 차질과 일부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빠르게 전이됐다. 올해 3월 들어 국내 주유소 기준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이 1,700원대 초반에서 2,000원을 눈앞에 두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가계 및 화물·운송업계의 교통비, 물류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가 국내 경제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히 크다. 유가 10% 상승 시 한국의 수출이 약 0.39% 감소할 수 있다는 한국 무역협회의 보도처럼 우리 경제는 원자재·에너지 수입 의존형 구조이다.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유가 상승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의 부담을 동시에 겪으며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채산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가계 측면에서는 자가용 운행비, 버스·택시 등 운송 관련 비용이 증가해 실질 구매력이 하락한다. 또한, 유가 급등은 국내 자본시장에까지 파급된다. 과거 고유가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을 들 수 있다.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7월 최고 147달러 수준까지 급등하며, 국내 원유 수입 가격과 운송비·물류비가 크게 상승했다. 해당 과정에서 코스피는 1년간 약 40% 이상 하락하는 등 전방위적인 약세를 겪었다. 특히, 2008년 5월 고유가 국면에서는 '고유가의 늪'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증시가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학술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운송업 중심의 주가 수익률이 둔화되며 코스피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실증분석도 보고된 바 있다. 이로써,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자동 조정하는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처럼 정부의 개별 연장·확대가 아니라, 고유가 구간(예: 배럴당 90·100달러 통과 시)을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폭과 기간이 사전에 조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고유가를 에너지 구조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전기·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장, 대중교통 요금 안정화 및 서비스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기·수소차의 구매보조금 지원과 자동차세 감면을 고유가 기간에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광역시를 중심으로 버스·철도 요금을 유가 상승 구간에 동결 또는 인하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셋째, 국내 석유제품 안정화를 위해서 원유의 공급원 다변화와 비축 체계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 산유국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해외 석유개발사업·전략비축유 공동 비축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략비축유의 규모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국제유가 구간에 따라 방출량·시기를 사전에 공개하는 '단계별 비축유 방출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포괄적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고유가 충격의 직접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화물·택배·버스·택시 업계의 유가 연동 보조금,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설비구축을 지원하는 대출 등 분야별로 보조금 지급 기준과 기간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1,900원대 수준으로 밀어 올리며 가계 부담과 제조·운송업의 수익성에 커다란 압박을 주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동반하는 구조적 위기 요인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유류세 인하, 석유 가격 상한제에 그치지 말고,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 도입, 전기·수소차 확충, 원유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방출 로드맵 구체화, 그리고 화물·택배·버스·택시와 중소기업 중심의 맞춤형 보조·금융 지원 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kn@ekn.co.kr

ESG 공시 의무화 충돌…“글로벌 기준에 맞춰” vs “기업 부담 적게”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제도 설계의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논란이 뜨겁다. '글로벌 정합성 확보'와 '기업 부담 완화'라는 두 축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ESG 공시 제도는 지난 2월 26일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의결하면서 본격적인 틀이 마련됐다. 기준은 일반 공시를 다루는 '제1호'와 기후 관련 공시를 담은 '제2호'로 구성되는데, 특히 기후 관련 정보는 의무 적용 대상이다. 반면 기타 ESG 요소는 자율 공시로 설계됐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하루 전인 2월 25일 단계적 의무화 로드맵 초안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ESG 공시는 2028년부터 자산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작되고, 2029년에는 자산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 3(Scope 3)' 공시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2031년으로 3년 유예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점진적 도입' 전략은 발표 직후부터 투자자, 기업, 시민사회 간 첨예한 논쟁을 촉발했다. ◇쟁점 1: 공시 대상과 시기…“너무 늦고 좁다" vs “현실 무시" 가장 큰 논란은 공시 대상 범위와 도입 시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30일 서원주 기금이사 명의 의견서를 통해 금융위 안이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공시 의무화 기준을 자산 30조 원 이상으로 할 경우 약 58개 기업만 포함하고, 더욱이 그중 상당수가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제조업 등 실질적 전환 리스크를 지닌 기업이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을 자산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시행 시기도 2027년으로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반면 재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ESG 전담 인력 없이 기존 업무와 병행하는 '겸직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한경협 측은 “전문 인력 확보와 데이터 체계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쟁점은 결국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조기 도입"과 “기업 생존을 고려한 속도 조절" 사이의 충돌로 요약된다. 현재 로드맵 기준으로 한국의 ESG 공시 도입 시기는 주요국 대비 2~3년 늦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부터 시행 중이고, 일본·중국 등도 2026년 전후로 의무화를 시작한다. 특히 공시 확대 완료 시점 역시 한국은 2033년으로 예상돼 글로벌 흐름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정보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 이탈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쟁점 2: 스코프 3 공시…유예 기간을 둘러싼 격돌 스코프 3 공시를 3년 유예한 방안도 핵심 논쟁 대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플랜1.5 등 시민사회는 국제 기준과의 괴리를 문제 삼는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1년 유예를 권고하고, 주요국이 2030년 이전에 공시를 완료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2031년으로 늦추는 것은 국제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업들은 현실적 한계를 강조한다. 스코프 3는 협력사 데이터를 포함해야 하는데, 중소 협력사의 측정 역량 부족, 데이터 신뢰성 문제, 막대한 비용 부담, 그리고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적 책임이 수반될 경우 '그린워싱' 논란까지 겹쳐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점이 핵심 우려다. 이 논쟁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의 완결성"과 “조기 공개 필요성"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낳은 갈등을 반영한다. ◇쟁점 3: 공시 방식…거래소 vs 법정 공시 공시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초기에는 부담이 적은 '거래소 공시'로 시작한 뒤 점진적으로 법정 공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도 김포시을)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안을 통해 처음부터 사업보고서에 포함되는 '법정 공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돼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대신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조항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고의가 아닌 오류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일정 기간 면제하는 장치로, 불확실성이 큰 ESG 데이터 공시의 현실을 반영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 쟁점은 “신뢰성 확보"와 “법적 리스크 완화" 사이의 균형 문제로 귀결된다. ◇데이터 부족엔 비례성 메커니즘 활용을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으로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첫째, 국제적 정합성 확보다. 지현영 변호사 등은 “글로벌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지표를 공시에 포함하고 법정 공시 전환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둘째, 인프라 구축이다. 전문가들은 제3자 인증 의무화와 함께 중소 협력사까지 활용 가능한 공공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한다. 이는 스코프 3 공시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셋째, 실무적 유연성이다. 정량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 가정과 방법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공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정량적 데이터가 없을 때는 정성적 설명을 허용하는 '비례성 메커니즘' 활용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비례성 메커니즘'은 기업이 공시 의무를 이행할 때 자사의 상황과 역량에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 주는 원칙을 말한다. '과도한 원가나 노력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뒷받침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 한국이 2028년을 ESG 공시 의무화 시점으로 설정한 데에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등 EU의 역외 규제 영향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U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수출과 투자 유치를 위해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 부담과 준비 수준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한 측면이 있어, 단순히 외부 압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 대응과 완충을 병행한 절충적 결정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의무화는 외부 규제 대응 성격과 내부 수용성 고려가 결합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어쨌든 국내 ESG 공시 의무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있다. 투자자들은 빠른 도입과 정보 신뢰성을 요구하고, 기업은 현실적인 준비 기간과 부담 완화를 호소한다. 결국 해법은 단순한 속도 조절이 아니라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 △데이터 인프라 구축 △법적 리스크 완화 장치 마련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말 확정할 최종 로드맵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그 결정이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李대통령 “에너지전환 속도 느리다” 지적…공장 지붕태양광 의무화, LPG택시 전기화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보고 진척이 더딘 것 같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인허가 과정을 최대한 동시에 진행해 속도를 끌어올리라고도 지시했다. 기후부는 6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누적 100기가와트(GW) 이상으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의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변동하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재생에너지 용량의 1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용량은 약 37GW, 발전 비중은 약 9% 수준이다. 또 2030년까지 신차 중 전기·수소차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고,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에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우선 보급해 전기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날 보고가 기존 기후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속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애기만 하고 진척이 잘 안되는 것 같다"며 “지금부터 과감하게 투자해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먼 심사를 1~3년씩 해서 너무 오래 걸린다. 정부가 너무 안전하게 하려고 한다"며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허가 심사 동시에 진행해서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이같은 대통령 지적에 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국무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2030년 100GW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공장 지붕 태양광은 현재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신축 건물부터 일정 규모 이상 의무화를 추진하는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차, LPG 택시, 렌터카, 법인차 등을 전기차로 전환하면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내연기관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에너지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대한민국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부는 이날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태양광, 풍력, 송전망 사업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바람·계통 소득' 사업에 국민 1000만 명이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