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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그룹, 국가적 위기 극복 위한 ‘전사적 에너지 절감 캠페인’ 돌입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은 고유가 및 국가적 에너지 절감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지속되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임직원들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절약을 실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귀뚜라미그룹은 친환경·에너지 기술의 핵심 거점인 '마곡 냉난방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운행 및 주차를 제한하는 '차량 5부제'를 전격 시행한다. 또한, 임직원들이 일상에서 즉각 행동에 옮길 수 있는 '6대 에너지 절약 실천 수칙'을 제정해 실행력을 높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4개층 이하 이동 시 계단 이용 △퇴근 시 PC 및 사무 기자재 전원 차단 △적정 냉난방 권장 온도 준수(난방 18도 이하, 냉방 26도 이상) △미사용 공간 상시 소등 △점심시간 및 퇴근 후 일제 소등 △연구 실험 종료 후 장비 전원 즉시 끄기 등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일반적인 사무 공간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력 소모가 큰 연구시설 내 실험 장비의 운영 관리 단계까지 에너지 절감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이를 통해 전 사업장에 걸쳐 고효율 에너지 사용 문화를 체질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국가적인 에너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절약 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송·변전설비 주민동의, ‘전체 합의’서 ‘75% 이상’으로 대폭 완화

정부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 지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주민 동의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주민 전체 합의가 필요했던 규정을 '주민 4분의3 이상 동의'로 바꾸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한 명 반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345kV 이상 송전선로와 변전소 주변 마을에는 주민지원사업과 공동지원사업이 각각 50% 비율로 지원된다. 주민지원사업은 주택용 전기요금 보조 등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공동지원사업은 복지시설 설치나 소득증대 사업 등 마을 단위 사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주민지원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려면 마을 주민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더라도 단 한 명이 반대하면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없어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기준을 완화해 주민 75%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지원사업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역 상황에 맞춰 전기요금 지원 등 직접 지원 중심의 사업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송·변전설비 인근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송전선로나 변전소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 우려와 경관 훼손,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민원을 제기해왔다. 또한 실제 지원사업 운영 과정에서는 엄격한 합의 기준 때문에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원금 집행 방식도 일부 개선된다. 기존에는 천재지변이나 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업, 예산 절감 노력으로 잔액이 발생한 경우 등에만 지원금 이월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원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한 뒤 남은 통상적인 집행잔액도 다음 연도로 넘겨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을 단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말까지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민 수요에 맞춘 사업 설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며, “앞으로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진 인턴기자

해줌,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시장서 점유율 50% 선점

가상발전소(VPP) 및 태양광 발전소 운영·관리 전문 기업인 해줌이 호남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달성해 운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준중앙급전이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대신 정산금을 받는 제도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하면 그대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를 받았다. 준중앙급전은 일방적인 출력제어가 아니라 발전량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준중앙급전은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호남 지역에서 일부 규제를 완화한 형태로 시행됐다. 해줌은 자체 개발한 VPP 운영 플랫폼 '해줌V'를 통해 발전소 제어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기상 예측 모델로 급전 지시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높였으며 24시간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출력제어 상황을 자동으로 해결해 사업자의 편의성과 수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줌은 현재 준중앙제도 전체 등록 자원 약 470메가와트(MW) 가운데 약 50%인 233MW를 운영하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실제 해줌의 준중앙제도 참여 자원은 지난 3월 5회(총 9시간·제어율 3.9%), 4월 3회(총 5시간·제어율 3.5%), 5월에는 21일 기준 3회(총 6시간·제어율 4.11%)의 제어가 진행됐다. 해줌은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로부터 킬로와트(kW)당 9.42원의 정산금을 받아 제어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했다. 권오현 해줌 대표는 “준중앙제도는 단순 참여가 아니라 정교한 발전량 예측 기술과 신속한 대응 체계가 수익을 결정한다"며 “해줌은 검증된 플랫폼과 운영 체계를 통해 출력제어로 고민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PS 폐지 앞둔 마지막 고정가격 입찰…사업자 막차 탈까 고심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를 앞두고 올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태양광 발전 전력 판매용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이 열린다. 신규 태양광 사업자들은 현물시장에 남아 새로 생길 전환시장에 참여할지 아니면 마지막 RPS 고정가격계약 막차를 탈지를 두고 갈림길에 놓였다. 최근에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을 통해 기업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어 이번 RPS 고정가격계약 역시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한국에너지공단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2026년 상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종합설명회'를 개최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 및 대규모 발전사와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제도다. 대규모 발전사들은 RPS 제도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해 고정가격계약을 통해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확보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사실상 마지막 RPS 기반 장기계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을 목표로 RPS 폐지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사업자들의 관심은 고정가격계약보다 현물시장에 쏠려 있었다. RPS에서는 고정가격계약뿐 아니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현물시장도 운영된다. 현물가격이 고정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업자들이 현물시장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낙찰용량은 총 46MW로 전체 모집용량 1000MW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낙찰물량인 72MW보다도 약 36% 감소한 규모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은 현물가격 강세 영향으로 지난 2022년 이후 계속 미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업자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다. 다음 달 초 열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거나, 최대한 현물시장에 남아 있다가 향후 전환시장으로 이동하는 방식, 혹은 기업과 직접 PPA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현물설비 전환계약시장 운영 방향(안)도 공개됐다. 정부는 현물시장을 3년 유예기간 이후 고정가격계약 방식으로 전환한 뒤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환가격은 균등화발전비용(LCOE)과 기존 현물시장 수익 등을 고려해 산정될 예정이다. 다만 설명회에서는 전환시장 2년 차부터 매입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직 사업별 구체적인 가격 구조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사업자들은 어떤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RE100 기반 민간 PP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상한가격을 설정하는 시장보다 기업과 자율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할 수 있는 PPA 시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고정가격계약은 과거 낮은 가격에 계약했던 사업자들이 계약 해지를 원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는 않다"며 “현재는 사업자들의 관심이 PPA 시장으로 많이 이동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현대건설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태양광발전사업자모임(태사모) 등은 RE100 기반 민간 PPA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하연 인턴기자

태양광 늘어 날수록 LNG는 더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어날 수록 천연가스 발전량도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드는 낮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대는 기동성이 좋은 다른 발전원이 감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천연가스발전밖에 없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화재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해 보급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부처님오신날 연휴 기간이던 지난 24일 낮 12~1시 기준 태양광 발전 비중은 실제 총수요 기준 46.3%까지 치솟았다. 당시 태양광 발전 출력은 약 27.2GW로 전체 전력수요 5만8737MW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했다. 산업체 조업 감소와 맑은 날씨가 겹치며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오후 8~9시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전력수요는 6만570MW까지 증가했지만 태양광 발전량은 '0MW'를 기록했다. 태양광 비중 역시 0%였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력시장을 장악했지만, 해가 진 뒤에는 다시 LNG·석탄·원전이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기존 구조로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최근 전력시장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LNG 발전 출력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저녁 시간 다시 급증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도 낮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이 50%를 돌파하자 LNG 발전은 새벽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6GW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다시 19GW 수준까지 치솟았다. 역설적이게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면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도 늘어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량은 2020년 1만6611GWh에서 2024년 3만2725GWh로 1.97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천연가스발전량도 14만5911GWh에서 16만7205GWh로 1.15배 늘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LNG 같은 빠른 출력조정 전원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LNG 필요성이 동시에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여름철 전력피크는 단순 주간 냉방수요를 넘어 밤 시간대까지 이어지는 '열대야형 피크'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태양광 발전 확대만으로는 야간 피크 대응이 어렵고, LNG발전과 같은 유연성 전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책 방향은 오히려 신규 LNG 억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조 아래 신규 LNG 발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LNG발전 비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력업계에서는 현실적인 계통 운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 변동성이 커질수록 LNG 발전기의 빈번한 기동·정지와 출력조정이 불가피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효율 저하와 운영비 증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발전사 내부에서는 최근 잦아진 출력조정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2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껐다 켜는 것이 운영 효율과 환경 측면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요금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LNG 가격 반등 움직임이 겹치며 발전용 연료비 부담이 다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LNG 도입가격 상승분이 SMP(계통한계가격)에 반영될 경우 전력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 송전망 보강, 장주기 저장기술 등 계통 유연성 확보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ESS 역시 경제성 한계가 뚜렷해 단기간 내 대규모 확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보다 변동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단계"라며 “재생에너지와 LNG, 저장장치, 계통 투자를 함께 보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동시에 잡는 ‘바이오연료’ 공급망 뜬다

바이오연료가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시대에서 석유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이나 선박과 같은 대형 수송 분야에는 전기화가 어려운 만큼 바이오연료가 현실적인 대체 수단으로 꼽혔다. 26일 서울 강남 삼정호텔에서 한국바이오연료포럼 정기 컨퍼런스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시대, 바이오연료 공급망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열렸다. 바이오연료포럼은 2016년 7월 출범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병권 바이오연료포럼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중동 사태로 석유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보완할 석유대체연료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바이오연료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대국민 홍보와 기술 개발을 통해 K-바이오연료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후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조연설에서 바이오연료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풀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한국의 원유 중동 의존도는 70% 수준"이라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역사는 반복돼 왔고 그때마다 한국과 일본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원유 자급률이 사실상 0%이고 전체 에너지 자급률도 낮은 '에너지 섬'이라는 점에서 대체 연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바이오연료의 역할을 부각했다. 폐식용유, 음식물 폐기물, 농업 잔재,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등을 원료로 쓰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림 파괴 등을 통해 생산한 원료는 지속가능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원료 관리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전기와 수소만으로는 당장 석유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공기, 대형 선박, 장거리 트럭 등은 전기화와 수소화에 기술·인프라 한계가 있지만 바이오연료는 기존 엔진과 주유소, 선박 연료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연료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쓰면서 석유를 대체할 수 있어 전기·수소보다 빠르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음 이미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지속가능항공유(SAF) 시범 운항을 진행했고,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도 바이오항공유와 바이오선박유 생산·수출에 나서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바이오연료는 정유산업의 위협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 정유산업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연료라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사이언스가 주목한 1180만 건의 경고…“인간의 발길이 야생동물을 멈추게 한다”[환경포커스]

도로나 건물을 덜 지으면 야생동물은 더 안전해질까. 지금까지 생태 보전 정책은 대체로 이런 전제 위에 서 있었다. 도로와 건물, 농경지 같은 물리적 개발이 얼마나 자연을 훼손했는지를 중심으로 서식 환경을 평가해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예일대와 스미스소니언, 캐나다·유럽 등 국제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대규모 분석 결과는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야생동물이 단지 인간이 남긴 구조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개발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사람이 드나들 것인가"라는 이야기다. ◇미국 전역 야생동물 4581마리 추적 연구진은 미국 전역에서 위성 위치 확인시스템(GPS) 추적기를 부착한 포유류와 조류 37종, 4581개체의 이동 기록 약 1180만 건을 분석했다. 대상에는 회색늑대·코요테·퓨마·흰꼬리사슴·무스 같은 포유류와 큰까마귀·캐나다두루미·대백로 같은 조류가 포함됐다. 도시 주변에서 인간과 자주 마주치는 종부터 비교적 자연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종까지 다양하게 포함됐다. 핵심은 이 동물들의 이동 정보와 인간의 활동 정보를 따로 확보한 뒤, 이를 같은 공간과 시간 축 위에 올려 비교했다는 점이다. 동물의 경우 GPS 추적기를 통해 '이 개체가 언제 어디 있었는가'를 정밀하게 기록했다. 이를 통해 동물이 하루나 일주일 동안 얼마나 넓은 영역을 움직였는지, 어떤 환경을 선택해 이용했는지를 계산했다. 인간 활동 정보는 위치정보 분석 기업 세이프그래프(SafeGraph)가 제공한 스마트폰 이동 통계를 활용했다. 개별 사람을 추적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하루 동안 스마트폰 이용자가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익명화된 집계 자료로 정리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연구진은 '어느 늑대가 어느 날 어느 지역을 이용했는가'와 '그날 그 지역에 사람이 평소보다 얼마나 더 있었는가'를 비교한 셈이다. ◇'개발 정도'와 '실제 사람 출현'을 분리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 영향의 두 요소를 분리해서 분석했다는 점이다. 하나는 지형 개조인데, 도시화, 도로, 농경지, 에너지 시설처럼 인간이 장기적으로 자연을 바꿔놓은 흔적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인간 출현으로, 특정 시점에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그곳에 나타났는지를 뜻한다. 기존 연구는 대개 이 둘을 하나로 봤다. 도로나 건물이 많으면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코로나19 시기의 특수한 상황을 활용했다. 2019년과 2020년 미국에서는 이동 제한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급감했다. 도시와 도로는 그대로였지만 사람의 움직임만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덕분에 연구진은 '동물이 반응한 이유가 개발된 환경 때문인지, 실제 인간 출현 때문인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었다. ◇야생동물 65% 이상이 인간 존재에 반응 분석 결과, 전체 종의 65% 이상이 인간 출현 자체에 반응했다. 포유류의 67%, 조류의 68%가 인간이 많이 나타나는 시기에 활동 영역이나 자원 이용 방식을 바꿨다. 포유류는 대체로 더 민감했다. 인간 활동이 많아질수록 활동 반경이 중앙값 기준으로 11%나 줄었다. 코요테의 경우 인간 출현이 늘어나면 활동 범위를 평균 11.3㎢ 줄였다. 인간이 남긴 음식물 같은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인간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좁은 안전권 안에서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회색늑대는 오히려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인간을 피해 더 멀리 우회하거나 새로운 이동 경로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조류는 더 다양하게 반응했다. 큰까마귀는 인간 활동이 늘어날수록 활동 범위를 약 26㎢ 넓혔다. 인간이 남긴 음식물이나 도로변 사체 같은 자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결과다. 같은 인간 적응형 동물이라도 어떤 종은 숨었고, 어떤 종은 기회를 찾아 움직인 것이다. ◇더 자연스러운 곳일수록 더 민감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동물의 반응이 더 강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종의 약 60%에서 인간 출현 효과가 서식지의 개발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호작용이 확인됐다. 같은 수준으로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이미 도시화된 지역보다 자연성이 높은 숲과 초원에서 동물의 행동 변화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를 인간에 대한 '익숙함'의 차이로 해석했다. 인간과 자주 접촉하는 도시 주변 동물은 어느 정도 인간에 익숙해져 반응 폭이 작지만, 사람과 마주칠 일이 드문 야생 지역의 동물은 인간 출현을 더 강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즉각적으로 이동 경로와 활동 범위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구역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일수록 출입 관리가 더 정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존의 해법은 “언제 들어갈 것인가" 이번 연구 결과,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이 남긴 도로나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지하고 살아간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려면 '어디까지 개발할 것인가'를 넘어, 우리가 언제 자연 속에 들어갈 것인가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야생동물 보호가 단순한 출입 금지나 상시 개방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대신 시간과 빈도를 조절하는 '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번식기 특정 시간대에는 탐방객 출입을 제한하고, 야행성 동물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에는 차량 통행을 줄이는 식이다.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대를 쓰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태양과 바람’ 전력 시장의 주인이 되다…2040년 재생에너지 성장 지도[창간 기획]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보조 전원'이 아닌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높은 발전 단가와 낮은 효율로 인해 정책 지원 산업에 가까웠던 태양광과 풍력은 이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향후 신규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은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모듈 가격 하락과 효율 개선, 대규모 생산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태양광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풍력 역시 대형화와 해상풍력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발전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물론 미국 역시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송전망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6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보급량은 2016년 3716MW에서 2026년 현재 3만2153MW로 10년 동안 7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풍력 보급량은 1051MW에서 2470MW로 135% 증가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고, 산업계 역시 RE100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도체·배터리·철강·자동차 업계는 재생에너지 조달 여부 자체가 수출 경쟁력과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는 2038년 재생에너지 122GW 보급을 목표로 했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의지를 봤을 때 올해 수립되는 12차 전기본(2026~2040)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00GW 수준으로 대폭 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부지 부족 등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34% 이상의 발전효율을 내는 탠덤 태양전지와 10MW급 이상의 풍력터빈이 상용화된다면 신규 설치 외에도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리파워링까지 더해 도전해볼 만한 목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 경제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전남과 전북, 제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고, 울산·경남은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양플랜트 산업 연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을 소비하던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지방이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떠오르는 셈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향후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대규모 해상풍력 잠재력을 갖추고 있고, 조선·철강·플랜트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터빈·케이블·하부구조물·변전설비 등 공급망 구축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전력망과 출력제어다. 제주에서는 이미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일상화되고 있고, 육지 역시 송전망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ESS와 계통 안정화 기술, 장거리 송전망 구축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시장 구조 변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중앙집중형 발전소와 한국전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간 직접 전력거래(PPA)와 분산형 전원 확대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요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장기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수록 공급망 의존 문제도 함께 부각된다. 태양광 모듈과 핵심 광물 상당수가 중국 중심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산업 기회이자 동시에 또 다른 지정학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재생에너지 경쟁이 단순한 발전량 경쟁이 아니라 “계통·ESS·소재·전력시장·공급망"까지 포함한 종합 산업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ESS와 전력망 투자, 수소와 데이터센터 연계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2040년 전력 시장의 주인은 더 이상 원전과 화석연료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태양과 바람이 전력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그 속도와 방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계통·산업·시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데이터는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그린 데이터센터 기술혁명[창간기획]

AI 시대의 가장 문제 중 하나는 “AI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 연구진은 이제 단순히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기를 덜 쓰는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경쟁의 핵심이 서버 성능에서 냉각·효율·저전력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미래의 모든 개별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제한을 받게 될 것이고, 이제 '전력 제한 산업'이 됐다"고 지난해 말한 바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최대 고민은 '열'이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서버는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다시 소비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전체 소비 전력의 상당 부분은 냉각 설비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냉각 효율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수중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통해 수중 데이터센터를 2년 이상 운영하며 냉각 효율과 서버 안정성을 실증했다. 중국 역시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닷물을 활용하면 냉각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소음과 열 배출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울산시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GS건설·포스코 등 민간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 역시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우주로 가는 데이터센터도 있다. 우주의 온도는 영하 270도로 매우 낮아 열 관리에 유리하고, 태양광 효율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합병을 통해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구 궤도에 로켓 100만 대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구글, 스타클라우드, 카우보이 스페이스 등도 우주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냉각 기술 혁신은 데이터센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지하 염수층에 냉기를 저장해 여름철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저류층 열에너지 저장(RTES)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냉각 방식 대비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AI 작업 우선순위를 자동 조정해 전력망 부담이 커질 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실증했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전력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에 참여하는 '유연한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GPU와 반도체 효율 개선 경쟁도 치열하다. 전력 손실을 줄이는 차세대 전력 변환 칩과 저전력 반도체 구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운영체제(OS) 코드 최적화만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AI 시대 경쟁력이 단순한 연산 속도를 넘어 “얼마나 적은 전기로 AI를 돌릴 수 있는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는 10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ESS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기 전해질(유기용매 기반 전해액)을 사용하는 유기 흐름 배터리와 차세대 장주기 저장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미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전·저장·냉각·수요반응(DR)·폐열 활용이 하나로 연결되는 방향이다. 일부 국가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 난방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중 데이터센터는 해수 부식과 유지 보수 문제가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는 방사선과 냉각·발사 비용 등 현실적 한계가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시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발전소"와 함께 “더 적게 쓰는 기술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에머랄드 Al의 수석과학자이기도 한 아이세 코스쿤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는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히 전력을 소모하는 거대한 소비자가 아니다. 전력망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전력망에 도움을 주는 '자산'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전력망의 수요에 맞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그리드 상호작용 자산'으로 진화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결국 미래 데이터센터 경쟁은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냉각 효율과 전력 최적화, 저장 기술과 저전력 반도체, 그리고 전력망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강국 vs 탄소중립 딜레마…“이념 벗어나 현실 전략 짜야”[창간 기획]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선언하며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 전략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단기간 내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현재로선 천연가스(LNG)밖에 없는데,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도 지향하고 있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목표를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초기부터 AI 3대 강국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또 다른 국정과제에 발목이 잡힌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AI 강국을 위해선 탄소 배출 증가가 불가피한데,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좇다 보니 정책에서부터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전기본)과 제16차 장기천연가스(LNG) 수급계획이 동시에 표류하는 최근 상황은 이러한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전력 수급계획을 정하는 전기본이 정리되지 않으니 장기 가스계획이 못 수립되고, LNG 수요 전망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내부 시각차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도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LNG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규 LNG 발전 가동연한 제한과 수소 혼소·전소 옵션 축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흐름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산업계는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신규 공장 전력 공급 방안으로 LNG 열병합발전을 적극 추진 및 검토하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이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울산은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통해 300MW급 가스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대규모의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단기간 내에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현재로선 LNG밖에 없다. 원전은 건설 기간과 입지 규제 문제로 평균 건설기간이 16년 걸린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조합은 계통 제약과 간헐성 한계가 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유력한 미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상용화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석연료인 LNG 사용이 늘면 탄소중립 목표는 후퇴하고 만다. 또한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CF100(무탄소 에너지 100%) 흐름 속에서 글로벌 바이어들의 탄소 규제 기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력은 LNG로 공급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은 줄여야 하는 이중 압박 구조가 한국 산업계에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순되면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 실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급한 것은 AI 3대 강국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뒤처질 순 없다. 여기에 단기간 내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전력은 현재로선 LNG밖에 없다는 점에서 LNG발전 허용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나오는 탄소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다만 아직 CCUS의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술 고도화와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AI 3대 강국은 단기 목표이고, 탄소중립은 중장기 목표이다. 우선 단기 목표부터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CCUS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는 됐지만, 탄소 단가가 톤당 160달러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를 경제성 확보 수준까지 내리기 위해 기술 고도화 및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톤당 2만원으로, 160달러(약 24만원)와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재생에너지+ESS 조합을 대폭 늘리면 LNG를 늘리지 않고도 AI 3대 강국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초기 천연가스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존 원전과 신규 대형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SMR 상용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으로 간다면 나중에는 AI 강국과 탄소중립이 동시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이재명 정부가 원전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지층인 환경단체들의 상당한 반발을 살 수가 있다. AI 3대 강국 목표를 우선 달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건히 하고, 이후 AI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기술을 고도화하면 후반부에는 탄소중립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에너지원을 둘러싼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AI 강국과 탄소중립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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