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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좀 막아주세요”…공공기관장에 정치인 인기 상한가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새 수장 뽑기에 나선 가운데, 기관 내부에선 정치인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전문가 수장이 오는 것이 통념상 맞지만, 한국은 국감 등 워낙 정치적 외풍 영향이 세다보니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 수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공공기관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신임 수장 선임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이 3년 임기가 만료돼 새 사장이 오기 전까지 연장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신임 사장 후보는 5배수로 압축된 상태다. 국민의힘 3선 출신이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인기 전 의원과 가스공사 내부 출신의 이승 전 관리부사장, 이흥복 전 전북지역본부장, 김점수 전 본부장, 이창균 전 KOLNG 지사장, 박상욱 전 노조위원장이 후보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이 지난 11월 자진퇴임하면서 수장 공백 상태다. 일명 대왕고래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했으나, 전 정부 사업으로 낙인찍혔고 특히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9일 신임 사장 공모를 냈다. 아직까지 유력 후보는 거론이 없는 가운데, 다수의 내부 출신들이 지원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지난 9월 황수호 사장이 자진퇴임하면서 현재까지 수장 공백 상태다. 체코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주했으나,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굴욕협정을 맺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다만 현 정권이 초기에는 원전을 그리 반기지 않는 기조를 보였으나, 이후 한미 관세협상, 대통령의 중동 외교, AI강국 및 탄소중립 국정과제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모색되면서 한수원의 중요성도 재조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수원 신임 사장 서류접수는 지난 8일 마감된 가운데 11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서류심사,, 16일 면접이 진행될 예정이다. 에너지공단은 이상훈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취임해 윤석열 정부를 지나 현재까지 3년 11개월째 자리를 맡고 있다. 에너지공단의 주요 임무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진흥으로, 윤 정부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향후 기관의 역할과 권한이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 서류접수는 지난 10월 30일 마감돼 현재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수석부위원장(햇빛배당네트워크 대표)과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부남 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가 막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정용기 사장 임기가 11월로 만료되면서 아직 신임 사장 공모는 내지 않았으나,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진 점으로 볼때 곧 공모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난방공사는 공공기관 중 거의 유일하게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건실한 실적까지 올리고 있어 사장직에 대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현 정 사장도 국민의힘 2선 출신이며, 역대 사장들도 정치권 출신이 많다.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정치인 사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기존에는 기관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국내 및 해외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전문가가 선호됐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의 특성상 사업 결실을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이를 인정받기 힘들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지출과 오해가 늘면서 경영평가 점수만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국감에서 정치적 공격 포인트가 되면서 결국 예산까지 깎이게 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반면 정치인 사장은 내부 사업이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구성원에 유리하고, 정치권의 역풍도 막아줄 수 있어 내부로부터 가장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통령도 국회 출신이고, 장관까지도 국회 출신이다. 사실상 국회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다"며 “특히 에너지 전환으로 기존 사업 전략이 불투명하고 기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기관이 힘을 받으려면 정치인 사장이 오는 것이 우리로선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A기관은 내부 출신 사장을 선임했다가 결국 비리 혐의로 쫓겨났고, B기관은 해외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했지만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예산까지 끊겨 존립 위기까지 갔다"며 “안타깝게도 한국의 현실과 수준에서는 바람막이용 정치권 사장이 최고인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사고] ‘새만금 RE100산단, 기업의 기회와 도전’ 세미나 16일 개최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고 새만금청, 군산시, 에너지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새만금 RE100산단, 기업의 기회와 도전(그린에너지 중심 기업 투자유치 방안)' 세미나가 오는 12월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됩니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RE100산단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새만금 RE100 산단은 재생에너지100% 특화 산단으로 국내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유치, 재생에너지메카, 재생에너지클러스터 조성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미나는 태양광, 풍력, 조력, SMR 등 종합 에너지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새만금RE100산단이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도전을 창출할수 있는 산단임을 조명해 현실적인 육성과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가스·포스코홀딩스, 국내 첫 청록수소 협의체 출범

SK가스(대표이사 윤병석)와 포스코홀딩스(대표이사 장인화)는 10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SK에코엔지니어링, 포스코, 충청북도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가스공사 등 15개 참여기관과 'K-청록수소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하고, 청록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체는 탄소 배출 최소화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청록수소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수소로 부상함에 따라, 청록수소 기술 상용화 및 한국형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 특히 청록수소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협의체 출범을 통해 저탄소사회 실현을 한층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 8월, 수소 사업 관련 주요 산학 전문기관들과 함께 청록수소의 필요성과 저변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청록수소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어 이번에 출범한 K-청록수소협의체는 실제 참여 기관들간 협력과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플랫폼이자 청록수소 사업을 위한 경제정책 논의의 장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참여 기관들은 △ 청록수소 생산 기술의 고도화와 실증 연구 △청록수소 실증사업 추진과 공동 투자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청록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업 기반 마련을 핵심 목표로 상호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협의체 출범을 시작으로, 내년 초 전문가 용역을 통한 심층 분석, 정기 모임 및 대관 활동, 그리고 참여 기관간 전략적 협력 방안 확정 등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에 따라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청록수소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열분해(Pyrolysis) 하면서 생산된다. 부산물로 고체탄소(C)가 발생해 CO2의 직접 배출이 없는 무탄소 수소에 해당한다. 청록(Torquoise)은 청색(Blue)과 녹색(Green)을 혼합할 때 만들어지는 색으로, 청록수소는 블루수소와 같이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지만 그린수소와 같이 무탄소 수소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부산물로 생산되는 고체탄소는 CO2보다 산업적 제어가 쉽고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돼 자원화도 가능하므로, 수소생산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산업적 파급효과도 우수하다. 고체탄소는 순수한 단일원소의 고체 상태이기 때문에 산소와 결합되고, 기체상태인 CO2보다 부피 제어가 용이하다. 이를 통해 가탄제 및 카본블랙은 물론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블루수소는 CO2의 매립지 확보가 중요한 반면, 청록수소는 고체탄소의 국내 육상 매립이 상대적으로 쉽고, 또한 그린수소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좋고 전력 및 수자원의 소모가 적기 때문에 경제성이 우수하며 현실적인 국내 생산 모델이다. 청록수소의 에너지 소비(10~35kWh/kg-H2)는 그린수소의 20~60% 수준이고, 물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용수 확보 부담도 적다. SK가스 김철진 부사장은 “이번 청록수소 협의체 출범은 국내 수소 산업을 재도약시키고, 우리 산업과 에너지 전환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SK가스는 K-청록수소협의체의 주관사로서, 한국형 청록수소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정책 협력 등 전반적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김기수 CTO는 “포스코그룹은 철강산업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다양한 기술적 해법을 검토·개발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체를 SK가스와 함께 공동 주관하게 된 것은 청록수소의 기술적 가능성과 산업 적용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 기관들과 함께 실증, 공급망 검토, 산업 기반 마련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현실적이고 검증 가능한 성과를 도출하고, 국내 산업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실행 모델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수도권 쓰레기’ 내년부터 직매립 금지, 소각시설 여유로 대란은 없을 듯

내년 1월부터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업계와 정부는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근교에 위치한 소각시설에서 충분히 처리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활폐기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해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라는 점에서 공공처리시설 확충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정부 및 폐기물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바로 매립해 처리하던 수도권지역의 생활폐기물이 더 이상 매립이 금지된다. 앞서 2021년 7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체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고, 최근에도 이를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직매립 금지로 새롭게 발생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은 하루 3213톤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내 공공 소각장 등을 확충하거나 새로 지어서 이를 처리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지금까지 확충된 소각장 용량은 없다. 이 때문에 자칫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는 2018년 벌어진 쓰레기 대란 같은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란은 중국이 갑자기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이에 대응할 물리적 여력이 부족해 발생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약속을 했고, 정부와 지자체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수도권 내 민간 소각장의 용량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민간 소각장의 여유 처리용량은 하루 3351톤으로, 직매립 물량을 상회한다. 여기에 시멘트 업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소각로 열원으로 석탄 대신 폐기물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소각장과 시멘트 업계 간에 폐기물 확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어, 처리단가까지 안정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수도권 내 처리용량은 충분하더라도 쓰레기를 이동해야 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각장 및 소각로가 위치한 지역주민들이 '남의 지역 쓰레기를 받아 줄 수 없다'고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활폐기물이 시멘트 공장으로 유입되면서 공장 인근 주민들은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도권 쓰레기를 지역에서 처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생활폐기물은 지역 내 처리가 원칙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면 10~20개 이상 업체가 응찰하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조건만 적정히 제시하면 업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가급적 발생지 공공시설에서 처리되는 게 맞다. 이 원칙은 이어갈 것이다. 공공시설이 확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는 2018년 발생한 쓰레기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쓰레기 대란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이라는 대외 변수에서 촉발됐다. 예상하지 못한 수입 차단으로 폐지·폐플라스틱 물량이 한꺼번에 국내로 유입되며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재활용 처리 단가는 급락했다. 이에 수거업체들이 수거를 포기하면서 결국 대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내년 수도권 직매립 금지는 정부가 사전에 예고하고 준비해온 정책이다. 신규 처리시설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민간 소각장이나 시멘트업계의 소각로에서의 처리용량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폐기물관리법에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기후부 장관이 정한 폐기물에 한해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대란급의 사태가 벌어지면 다시 어느 정도 직매립이 허용될 수 있다. 기후부는 수도권 시행 이후 제도 운영 결과를 점검한 뒤 2030년을 목표로 전국 단위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2차 전기본 예측] “재생에너지 변동 구간은 LNG가 메운다”…김성환의 달라진 인식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출력이 부족한 구간은 LNG의 기동성으로 보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미칠 정책적 함의에 시선이 쏠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기조로 제시해왔지만, 전력계통의 실시간 운용이라는 '현장의 물리법칙' 앞에서는 LNG 발전의 단기 대체 불가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겨울철 태양광 이용률 저하, 적설·한파 시 전력수요 급증 등 계통 리스크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LNG 발전의 비중과 역할이 당분간 축소되기 어렵다는 신호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난 5일 기후부는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통해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88.8~94.5GW로 전망했다. 상한치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피크(2022년)에 근접한다. 문제는 피크 시간대가 기존 저녁 시간에서 오전 9시·오후 5시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태양광 확대 이후 '출력 공백 구간'이 뚜렷해진 결과다. 눈이 내릴 경우 태양광 출력은 급락하고, 난방 수요는 급증한다. 이 취약 시간을 메우는 전원은 사실상 LNG가 유일하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석탄발전은 세계적 추세상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고, 재생에너지 출력이 부족한 시간대는 LNG의 기동성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전은 기저부하, 재생은 변동성 전원인 만큼 그 변동 구간을 LNG가 메우는 믹스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LNG발전은 그 자체로 석탄발전에 비해서 탄소배출이 적고 기동성이 매우 높아 태양광이나 풍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떄 비상용 전원으로 의미가 있다" 발언한 바 있다. 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적으로 “향후 몇 년간 LNG는 필수 전원"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겨울철 수급대책 회의에는 GS EPS, 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LNG 발전 3사가 처음으로 겨울철 전력대책 회의에 참가했다는 점에서도 LNG발전 축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회의에서 민간 LNG 설비가 현재 7.9GW, 국가 전체 발전설비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전원임을 공식 확인했다. 특히 고단가 발전기라도 '첨두·비상 전원'으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민간 발전사들은 △전력수급의 유연성 확보에 LNG가 기여하는 구조적 불가피성 △LNG 발전의 경제성 개선 필요 △정책 수립 시 민간 비중 반영 등을 건의했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원전 중심의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민간 LNG 섹터를 직접 호출하여 의견을 들었다는 것 자체가 정책 지형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차 전기본 작업을 막 시작한 단계다. 새 정부는 석탄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계통·시장 개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전력계통 현실을 감안하면 LNG를 당장 후순위로 밀어낼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회의에서 확인됐다. 업계는 물론 기후부에서도 석탄은 확실히 줄어들지만 LNG는 '대체 전원'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발전 53기 중 최대 17기를 겨울철 가동정지하며, 나머지도 80% 출력상한을 두는 등 석탄 감축 기조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반면 LNG는 △빠른 기동성 △계통 안정 △피크 보완 △첨두 수요 대응 등에서 대체 가능한 전원이 없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공백'이 커지고, LNG는 그 구간을 메우는 유일한 전원으로 작동한다. 특히 겨울철 태양광 의존도가 낮아 LNG 사용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당장 12차 전기본에 LNG 비중 축소가 담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12차 전기본 초기 방향은 탈석탄 중심이지, LNG 축소는 아니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관의 최근 발언들은 그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LNG 역할을 인정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12차 전기본에서 LNG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내용이 담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전업계에서는 △석탄 감축 확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무탄소전원 중심 계획이 가속화되면서 LNG 비중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는 △단기 계통운영 △겨울철 안정성 △재생에너지 변동 구간에서는 LNG가 사실상 필수 전원임을 공식 확인했다. 따라서 업계가 우려하던 'LNG 역할 축소' 시나리오는 최소 중기(2030년까지)에는 현실성이 낮아진 셈이다. 김성환 장관의 이번 발언은 △재생에너지 간헐성 관리 △석탄 감축 △원전 기저전원이라는 구조 속에서 LNG가 전력 믹스의 '완충·조정 전원'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 기조는 바뀌되, 물리적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어떤 형태로 담기든 LNG의 역할과 비중은 단기간 내 크게 축소되기는 어려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감사원, ‘한수원·웨스팅하우스 비밀협정’ 공익감사 사실상 종결… 시민단체 “면죄부 결정” 반발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웨스팅하우스(WEC) 간 '불공정 비밀협정' 의혹과 관련해 시민 813명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를 사실상 종결 처리했다. 시민단체는 “감사원이 핵심 쟁점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12월 5일, 지난 9월 19일 접수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개하며 “본 사안은 외교·국가 정책적 요소가 포함돼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법·부당함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시민들이 제기한 핵심 의혹 대부분을 감사 진행 없이 종료 처리했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감사 청구는 △비밀협정 체결 과정의 적정성 △국민 이익 및 경제성 검토 여부 △향후 원전 건설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같은 경위·절차적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나 사실확인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협정이 “한·미 간 정책적·외교적 성격을 띠고 있어 감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관련 문서와 협정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외교 사안을 이유로 면밀한 검증을 포기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이번 협정에 포함된 이른바 '굴욕 조항' 논란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고 있음에도 감사원이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단체 측은 “협정 당사자들이 기밀을 이유로 사실을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까지 감사 불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보호막을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알권리를 제한하고, 향후 대규모 재정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 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며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 청구는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간 비밀협정이 국내 원전산업에 불리한 조건을 담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시민단체들은 향후 후속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며, 국회 차원의 검증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16일 한수원과 한전은 미국 원자로 설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 합의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원자로 설계 기술인 APR1400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한수원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24년 8월엔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냈다. 이후 계엄사태로 대통령까지 탄핵되고, 체코 당국의 최종 계약 발표가 늦어지면서 초조해진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전격적으로 지재권 분쟁에 합의했고, 올해 6월 체코와 최종 계약이 체결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속속 공개되면서 한수원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해 광범위한 지적재산권(IP)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국이 제3국에 원전을 수출할 때 미국 측의 사전 동의 또는 로열티 지급이 필요해져, 사실상 독자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비밀 유지 범위가 매우 넓고 기간도 장기적이며, 분쟁 발생 시 미국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 조항 등도 포함돼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체결 과정에서 이러한 조항들이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경제성에 미칠 영향을 정부와 한수원이 충분히 검토했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시민사회 감시의 핵심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밀협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앞으로 불필요한 분쟁 없이 한미간 공조를 통해 세계 원전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한국 원전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사실상 하도급화될 위험이 있다며 '굴욕 협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남북 경협은 재개돼야 한다

북한은 1984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합영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통일에 이러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이자 혁신적인 이머징 마켓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이머징 마켓들이 가지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라는 장점 외에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대부분이 중고등 교육 이상을 수료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2,500만의 북한 시장 뿐만 아니라 1억 4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 시장 및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 방식은 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투자가 다시 재기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동일하게 채택할 방식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 악화 시 지난 5.24조치와 같은 전면적인 교류 금지 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 방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남과 북한 사이의 특수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북한이 남한 기업들에게 다른 외국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법이 아닌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할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에 북한은 남한에 외국인 투자법 외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기업의 북한 투자 시 직접 투자보다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경우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거나, 아니면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할 지 생각해야 한다. 남북 교류가 잘 진행되었던 2006년 6월 남과 북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의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남북이 합의한 광물 및 광산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남과 북은 합의에 따라 2007년 7~12월까지 6개월간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 아연, 대흥 및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에 대해 3차례 공동조사를 했다. 남과 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것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개발지원 본부장(실무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받았는데 이는 희토류 개발을 남한과 같이 하자는 의미였다. 그 날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는 “남북 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북측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 중에서 “희토류, 흑연,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석탄, 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측에서 제공하는 광물(광산)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합의 사항은 이행되지 못했다. 결론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책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2007년 설립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지하자원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각종 현황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강천구

낙월해상풍력, 착공 1년 9개월만 첫 상업운전 개시

영광 앞바다에 365M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 중인 낙월해상풍력발전이 첫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고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가 10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선정됐고 지난해 3월 착공됐디. 낙월해상풍력은 지난 2일 변전소의 계량기 봉인을 완료하고,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최초 전력거래 개시 승인 확인서'를 발급받아 첫 호기의 상업 발전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전남 영광군 계마항에서 약 20㎞ 떨어진 해상에 전체 364.8메가와트(MW) 규모로 5.7㎿ 풍력발전기 총 64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말 기준 7기의 터빈 설치를 마쳤고 내년 6월까지 64기의 설치 및 상업 발전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명운산업개발이 태국 에너지기업 비그림파워(B.Grimm Power)와 함께 추진해 2019년 1월에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12월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2023년 12월 정부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선정된 후 지난해 2월 한국남부발전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서 준공돼 운영 중인 해상풍력단지 전체 규모는 352㎿로, 낙월해상풍력사업이 내년에 최종 준공되면 국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716.8㎿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또 약 2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연간 90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연간 약 43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낙월블루하트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는 100여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전체 투자비의 70% 이상이 국내 기업에 돌아가는 등 초기 단계인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2차 전기본 예측] 기후부 “해상풍력, 여건상 2030년까지 3GW”…전기본 수정 불가피

정부가 항만과 설치선박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3기가와트(GW) 보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현실적 진단을 고려할 때 앞으로 수립될 12차 전기본에서 해상풍력 보급계획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TF)' 2차 회의를 열고 '해상풍력 기반시설(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을 발표한다. 계획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항만과 설치선박의 해상공사 공급 능력이 각각 연간 0.6GW, 1.0GW에 불과하다"며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3GW 보급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설치선박이 추가로 확보되더라도 해상풍력 지원 항만이 사실상 목포신항이 유일해 연간 공급능력 0.6GW가 해상풍력 보급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 11월 기준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설비는 총 0.35GW로 2030년까지 누적 3.35GW 수준이 한계로 전망된다. 11차 전기본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수립됐다. 해상풍력 보급이 11차 전기본 목표보다 약 10GW가량 부족할 경우 이를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계획은 기존 항만 기능 조정과 신규 지원부두 개발을 병행해 2030년에는 연간 4GW 보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해상풍력 누적 보급량을 25GW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2030년 250원 이하,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2035년까지 kWh당 150원 이하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은 부유식 해상풍력을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말로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우려가 큰 만큼 2030년까지 15MW급 설치선박 4척 이상을 확보하고 미래에너지펀드 등을 통한 금융 지원과 보증·융자 한도 확대도 검토한다. 핵심 인허가인 군작전성 협의를 정비해 발전사업이 허가된 모든 단지를 대상으로 검토를 실시한다. 내년 경쟁입찰은 군 작전성 검토를 사전에 마친 이후 추진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경쟁률은 2대 1 이상으로 유도해 발전단가 인하를 추진한다. 아울러 2035년까지의 장기 보급 입찰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제시하고 국장급 전담 조직인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신설해 사업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 3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에 맞춰 계획입지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2029년부터 입찰을 진행해 평균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6.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MW급 국산 터빈 기술개발과 100MW급 부유식 실증시설 구축, 지역사회와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소득 모델'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수용성도 동시에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겨울 냉기 땅속 저장 ‘21세기 석빙고’…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절약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암호화폐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국가 단위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 지층을 '냉기 저장고'로 활용하는 저류층 지열 에너지 저장(reservoir thermal energy storage, RTES)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의 새로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RTES가 전력 소비 대폭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약, 폭염 대응력 확보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겨울 냉기의 저장'…물 절약 효과도 RTES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기술이 '지열'을 직접 냉각에 활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RTES는 땅속의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차가운 에너지'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겨울이나 야간처럼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드라이 쿨러를 이용해 물을 차갑게 식힌 뒤, 이를 기수 또는 염수 대수층에 주입해 저장한다. 이 지층은 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냉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저장된 차가운 물을 다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에서 보내오는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열을 머금은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져 다음 겨울까지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기는 거의 가동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RTES는 폭염 속에서도 냉각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RTES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물 사용량 절감 효과다. 기존 냉각탑 방식은 대량의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지만, RTES와 드라이 쿨러 조합은 현장에서 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RTES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의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겨울의 냉기를 저장해 여름의 폭염에 대응하는 구조는 기후변화 시대에 특히 강점을 갖는다. ◇5MW 데이터센터 실증…냉각 비용 3분의 1로 감소 RTES의 경제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정밀하게 입증한 연구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오현준 박사 연구팀이 국제 저널인 '용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냉각 부하 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RTES를 적용했을 때의 연중 성능과 20년 수명 주기 경제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냉각기와 드라이 쿨러를 사용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RTES 적용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냉각기의 냉각 평준화 비용(LCOC) 은 전력 1MWh당 약 15달러였지만, RTES를 적용하면 약 5달러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RTES는 압축기 기반 냉각기와 달리 순환 펌프와 드라이 쿨러만으로 냉각이 가능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피크 시간대 성능계수(COP) 는 기존 냉각기가 2.4 수준인 반면, RTES는 16.5에 달해 효율이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RTES에 열 회수 시스템까지 결합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최대 78.2% 감소하고, 연간 약 148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만으로도 상당한 기후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MW 초대형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용 가능 RTES는 중소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저널 (Journal of Clean Energy and Energy Stor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70MW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30MW 암호화폐 채굴 시설에 RTES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RTES 적용 시 냉각 평준화 비용은 70MW급 센터가 11.9달러/MWh, 30MW 암호화폐 센터가 14.8달러/MWh로 분석됐다. RTES는 전체 냉각 부하의 최대 60%까지 공급했고, 나머지는 드라이 쿨러가 담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 장비의 작동 온도를 기존 70~75도에서 20~25도 수준으로 낮추면, 장비 효율 향상으로 추가 전력 사용량이 18~28%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RTES는 폭염으로 인해 냉각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열 폭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 평가됐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도 기후 인프라가 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RTES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통해 흡수된 열은 다른 곳을 난방하는 데 활용될 잠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TES는 단순한 냉각 설비를 넘어, 에너지 저장 기술이자 기후 적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뿌리를 내린다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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