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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대전환의 관건은 탄소 가격… “가격 낮으면 혁신 신호 약화시켜”

탄소 가격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혁신의 신호'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내 탄소 가격이 너무 낮으면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조셉 알디(기후경제학) 교수는 2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의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넷제로 인텔리전스 국제포럼(Net Zero Intelligence International Forum)'의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셉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탄소 가격(carbon pricing)이 갖는 결정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배출권거래제(ETS)를 사례로 들며, 제도 설계 자체는 상당히 진전돼 있지만 탄소 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알디 교수는 “한국 ETS는 발전·산업 등 주요 부문을 폭넓게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가격이 2019년 이산화탄소 1톤당 4만 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1만 원대까지 하락했다"면서 “이러한 가격 수준은 기업의 장기적인 기술 전환과 설비 투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 추정하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 세계적으로 톤당 약 190달러 수준임을 언급하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제 탄소 가격은 기후 피해 비용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진단했다. 이날 포럼은 '녹색 대전환을 위한 기술과 시장의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책·시장·기술이 어떻게 결합되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국내외 정책 전문가와 학계, 금융 및 산업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소 가격제의 역할, 배출권거래제와 자발적 탄소시장의 관계, 정부 지원과 민간 금융의 역할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탄소 가격은 가장 저렴한 감축 수단을 찾게 만드는 '시장의 나침반' 알디 교수는 탄소 가격이 기술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탄소 가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가스 복합화력 발전이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탄소 가격이 도입되거나 상승하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시스템이 더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된다는 것이다. 탄소 가격은 기업이 가장 낮은 비용으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시장의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격이 낮거나 불안정하면 기업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설비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혁신을 지연시킨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 가격제가 본격화된 이후 저탄소 기술 관련 특허와 연구개발(R&D)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언급하며 “탄소 가격은 규제가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알디 교수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시장 안정화(market stability)'였다. 그는 탄소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지만, 가격 변동성이 클 경우 기업의 장기 투자가 더욱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 5년, 10년을 내다보고 설비와 기술 투자를 결정하는데,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면 시장의 방향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이럴 경우 기업은 투자를 미루거나 최소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로 ▶투명하고 일관된 규칙 운영 ▶가격 하한선 설정 등 합리적인 가격 범위 관리 ▶시장 안정화 예비분(market stability reserve)의 전략적 활용 ▶배출권 공급 조절에 대한 명확한 신호 제공 등을 제시했다. 알디 교수는 “정부가 가격의 방향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만 탄소 가격이 제대로 된 혁신 신호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일본 GX 전략 조명… “기술과 시장 결합한 산업 전환"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의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전략도 소개됐다. 일본 경제산업성 나카하라 히로미치 GX그룹 부국장은 “일본의 GX 정책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정적 공급, 경제 성장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나카하라 부국장은 일본 정부가 GX를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산업·금융 정책을 통합한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산업 구조 전환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대규모 재정 지원과 민간 투자를 결합해 수소와 암모니아, 차세대 전력망 등 전략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명확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초기에는 정부 주도로 시장을 형성하되 점진적으로 민간의 자율성과 경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GX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지난해 국회 입법을 거쳐 오는 4월부터 전국적으로 ETS를 시행할 예정이다. 10만톤 이상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300~400개 정도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체 탄소 배출량의 60% 정도가 ETS 제도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거래제와 자발적 탄소시장, “대체재 아닌 보완재" 포럼에서는 정부 주도의 배출권거래제(ETS, 준수 시장)와 민간 중심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관계도 핵심 논제로 다뤄졌다. 알디 교수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0%만이 ETS와 같은 탄소 가격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나머지 70%를 포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기업의 자발적 감축 목표를 확대하고, 산림 보호, 재생수소, 신기술 실증과 같은 영역에서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검증, 투명한 기준, 신뢰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VCM과 ETS는 상호 보완 관계"라면서 “ETS는 정부 할당을 통해 배출권을 공급하기 때문에 공급도 비탄력적이고, 배출을 피할 수 없는 대기업의 배출권 수요 역시 비탄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ETS에서 가격 변동성은 피할 수 없고, 불확실성은 기업의 결정을 미루도록 한다"면서 “가격이 높아도 불안적하다면 탄소 저감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VCM이 완충작용을 한다면 ETS 탄소 가격의 불확실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과 민간 금융 “마중물 역할이 중요" 정부와 금융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알디 교수는 “공공 재정은 민간 투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특허 활동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녹색 전환을 위한 민간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K-GX 기획단의 김병훈 부단장은 “지난해 마련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계획(NDC) 달성을 위해 '종합 팩키지' 형태로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오는 6월 K-GX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산업을 성장 동력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모두가 참여하며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해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세 가지를 축으로 하는 전략을 마현하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바이와알이·한국제지, 경북지역 육상풍력 추가 개발 나서

재생에너지전문기업 바이와알이가 한국제지와 경북지역에 육상풍력발전 사업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바이와알이는 지난 25일 한국제지와 경북지역 2단계 풍력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사가 앞서 협력해 온 60메가와트(MW)급 육상풍력사업에 이은 후속 단계로, 약 40MW 규모의 추가 풍력단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은 약 1200억원 규모로 추진되며 한국제지는 본 사업을 위해 토지를 제공하고 바이와알이는 사업개발부터 건설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바이와알이는 기존 1단계 사업과 기존 개발중인 사업을 포함해 경북지역 내 약 240MW 규모의 육상풍력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무게중심이 '탄소중립'에서 '전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27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남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대통령실 이유진 기후에너지환경비서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재식 전력망정책관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수석이 전력계통 운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력망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107일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 봄철은 냉·난방 수요가 줄어 전력 수요는 낮아지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하는 '저수요·고발전' 구조가 나타나는 시기로, 공급 과잉과 계통 불안정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시기다. 실제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전력수요가 기록되는 등 계통 운영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하 수석은 “전력은 산업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반 인프라"라며 “지능을 생산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정책 총괄 인사가 전력망 운영을 직접 점검한 것은 데이터센터·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정책 최상위 의제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력거래소는 대책 기간 동안 발전량 조정과 수요자원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전력수급 균형을 관리할 계획이다. 필요 시 출력제어 등 단계적 대응도 시행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로 계통 운영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력망 안정성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설 연휴 기록적 최소 수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며 “봄철 대책기간에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계통 안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를 단순한 계절 수급 점검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력정책이 요금·발전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데이터 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전력망 운영 능력 자체가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 AI수석이 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는 것은 앞으로 전력망 문제가 산업·안보·기술 정책과 직결되는 국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AI·데이터 기반 계통 운영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통령은 공직기강 강조하는데...전례없는 한전KPS 사태 언제까지

위법성 논란 속에 27일 소집된 한전KPS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변경 구성안'이 또다시 보류되면서 사장 인선 문제가 장기 표류 국면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한전KPS 이사회는 신임 대표이사 관련 임추위 변경 구성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하고 재차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에 이어 동일 안건이 다시 미뤄지면서 기관 정상화 시점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대통령실이 최근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 안정 강화를 강조하며 공공기관 인사 관리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한전KPS 사장 인선 문제만 장기간 표류하며 예외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부 기관에서는 신속한 면직과 인사 정리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한전KPS에서는 이사회 보류가 반복되며 인선 절차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가 이어지면서 공기업 인사 운영의 일관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앞두고 허상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와 관련된 사안이 전남 나주경찰서에 고발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물론 정부에서도 2024년 당시 사장 공모 절차를 담당했던 한전KPS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인선 갈등이 법적 공방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신임 대표이사 임명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미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가 진행됐고, 공식적으로 내정 철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장 공모를 위한 임추위 구성 문제만 반복 논의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상장 공기업 이사회에서 동일 안건이 계속 보류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사회 의사결정 기능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독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론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기후부는 해당 사안을 회사 이사회 권한 영역으로 보고 직접 개입을 자제해 왔지만, 인선 공백이 반복되자 정부 차원의 정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선출된 인사 문제를 언제까지 이사회 내부 갈등에 맡겨둘 것인지 의문"이라며 “산하 기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다른 공기업 인선에도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한 최종후보자에 대한 인선이 반복적으로 보류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공직 인선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대통령실이 공직기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기관 정상화와 공직 사회 안정을 위해 조속한 사장 임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KPS 사장 인선 문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국가스연맹 정기총회 개최…LNG 국제협력·에너지안보 활동 강화

한국가스연맹이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확정하며 글로벌 LNG 협력과 에너지안보 활동 강화에 나선다. 한국가스연맹은 27일 서울 강남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2026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2025년 사업실적 및 수지결산 △2026년 사업계획 및 예산 △임원 선출 안건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연맹의 주요 활동 성과가 보고됐다. 연맹은 글로벌 LNG 시장 정보 제공 확대와 회원사 협력 강화에 주력하며 간행물 구독자를 14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에너지 정보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LNG 시장 전망 웨비나, 에너지안보 포럼, 국제 세미나 등을 통해 가스 산업 정책 논의와 산·학·연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특히 국제 가스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세계가스총회(WGC) 및 국제가스연맹(IGU) 활동 참여를 강화하고 해외 가스협회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 점이 주요 성과로 평가됐다. LNG 국제행사 'LNG2029' 국내 유치에도 도전했으나 개최지는 호주로 결정됐다. 연맹은 올해에도 글로벌 네트워킹 확대와 LNG 국제행사 유치 기반 조성에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LNG2026 및 차기 LNG 행사 참여를 통해 국제 협력 기반을 유지하고 향후 LNG2032 유치 가능성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안보 논의 활성화와 회원사 지원 기능 강화를 위한 세미나·포럼 운영, 국제 정책 대응 역량 확대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됐다. 가스업계에서는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민간·공기업·학계가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으로서 한국가스연맹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마스크, 미세먼지 걸러내 심장병 위험 낮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건강한 사람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에도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역학·임상 연구는 이러한 논란에 분명한 과학적 답을 제시하고 있다. 마스크는 단순한 감염병 대응 수단을 넘어, 미세먼지 흡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낮추는 효과적인 공중보건 도구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팬데믹이 드러낸 '자연 실험'… 미세먼지 차단 효과 입증 마스크의 환경보건적 효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일본에서 수행된 대규모 분석이다. 구마모토 대학 의학과학연구과 이시이 마사노부 박사팀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전역의 급성 심근경색 환자 27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사회적 변화를 일종의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으로 활용했다. 해당 연구는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팬데믹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진 마스크 착용과 이동 감소가 개인의 미세먼지(PM2.5) 노출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할 때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시기에는 특정 유형의 심근경색 위험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상동맥 폐쇄가 없는 심근경색(MINOCA)의 경우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위험도가 팬데믹 이전 1.303에서 이후 1.230으로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연구팀은 일본 사회에서 법적 강제 없이도 광범위하게 마스크 착용이 이뤄졌고, 덕분에 미세먼지 흡입이 줄어 심혈관계 부담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가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경로는 비교적 명확하다.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면 전신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가 유발된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ROS)가 과도하게 생성돼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미세혈관 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스크는 이러한 병리적 연쇄 반응의 출발점인 '흡입 노출' 자체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 차단 효과도 재확인 마스크의 효과는 환경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지난 2024년 11월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JAMA 네크워크 오픈(Network Open)'에 발표한 논문에서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정책의 실효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10개 병원에서 발생한 64만 건 이상의 입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편적 마스크 착용과 선제적 검사 정책을 중단했을 때 병원 내 호흡기 바이러스(코로나19,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률이 이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을 경우 감염률은 33% 감소했다. 이는 의료 환경에서 마스크가 여전히 핵심적인 감염 차단 수단임을 보여준다. ◇“선택이 아닌 과학적 예방 수단" 이들 연구 결과는 마스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심장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과거의 논란과 달리,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동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근거에 기반한 효과적인 공중보건 전략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규제, 환경 넘어 ‘통상 장벽’ 급부상···정부·기업 협력 절실”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행사 주제는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전략'이다. 올해는 전세계 탄소 무역 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 원년이다. 그동안에는 각국이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탄소를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서도 기후 관련 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한국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통상 관련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2026년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장 실장은 “올해는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공식화한 해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변화보다 실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며 “그 상징적인 사건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다. 작년까지는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을 보고만 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산정해 내년부터 금액을 직접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는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무역 질서로 자리 잡았고 기후 대응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무역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온실가스배출 규제가 근거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규제를 유지하고 EU도 마찬가지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 전쟁' 등 여파로 기업들이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여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방향성은 한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쪽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제 및 재정지원, 규제완화 등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좌장 역할을 맡았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 등이 의견을 나눴다. 정 교수는 “탄소 배출 관련 과거에는 호기심과 앞으로 미래 가능성을 가지고 논의했던 아젠다들이 지금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이자 생존을 위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에 잘 대응한다면 국가는 나름대로 굉장한 기회를 잡을 것이고 기업은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된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기후환경·경제정책 변화 양상을 살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국전력, 영업이익 13.5조 ‘턴어라운드’…에너지 위기 이후 최대 실적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가격 급등 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전력은 26일 발표한 2025년 결산(잠정) 실적에서 매출액 97조4345억원, 영업이익 13조52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조1601억원 증가하며 61.7%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8조7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늘었다. 이는 연료가격 안정과 전기요금 조정 효과,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노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한전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비용 구조 안정이다. 전력 판매량은 549.4TWh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지만, 판매단가는 170.4원/kWh로 4.6% 상승하면서 전기판매수익이 4조원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 더해지며 연료비 3조1014억원 감소, 민간발전 구입전력비 6072억원 감소, SMP 12% 하락, LNG 가격 13% 하락 등 비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동시에 낮아지면서 한전의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단순한 외부 환경 개선을 넘어 구조적인 비용 혁신도 병행했다. 2025년 재정건전화 계획 이행 규모만 약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고객참여 부하차단 제도 등으로 1.3조원 절감 AI 기반 자산관리(AMS) 고도화로 유지보수 효율 개선 투자 시기 조정 등 사업 구조조정 0.5조원 절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0.9조원 추가 수익 창출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요금 인상만이 아니라 운영 효율 개선이 실제 성과로 나타난 첫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에서도 매출 95조5362억원, 영업이익 8조5400억원, 순이익 7조2416억원으로 실적 반등이 뚜렷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9.7% 증가하며 사실상 정상 영업 체제로 복귀했다. 다만 재무 구조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05조7000억원, 차입금은 약 130조원 수준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9억원에 달한다. 2021~2023년 연료비 급등기 동안 발생한 누적 적자 47조8000억원 중 약 36조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즉, 실적은 회복됐지만 완전한 재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전은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미래 투자 확대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매년 약 10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 재원만 2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간대별·지역별 요금제 개편 등 전력시장 구조 개편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 실적을 한전 경영의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평가한다. 연료가격 급등과 요금 동결이 겹치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2022년 이후, 전력요금 정상화·비용 혁신·시장 안정이 맞물리며 공기업 재무 구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전력망 투자 확대와 산업용 전력 수요 변화, 요금 정치화 문제는 여전히 한전 실적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면직은 ‘빛의 속도’, 임명은 ‘하세월’…靑에너지 공기업 인선 이중잣대

정부가 공공기관 인사 운영을 둘러싸고 '이중잣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면직이나 사퇴 수리는 빠르게 진행하는 반면, 신규 임명은 장기간 지연시키고 있어 에너지 공공기관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김인호 산림청장을 바로 다음날 전격 면직 조치하며 신속한 인사 결단을 보였다. 또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강 사장은 임기가 약 2년가량 남아 있었음에도 정치 일정이 명확해지자 빠르게 후속 절차가 진행됐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인사 정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반대 사례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상당수가 기관장 공석 또는 임명 지연 상태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KPS는 2024년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 선임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 및 대통령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임을 취소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하려는 논란까지 겹치며 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현 최연혜 사장의 임기가 만료돼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됐지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에 들어가며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력거래소,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주요 기관 역시 사장 공석 또는 임기 만료 이후 장기간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임에도 통상적인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인사 속도의 차이를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와 연계된 인사는 매우 빠르게 정리되지만 산업 운영과 직결된 기관장 임명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 전력망 투자, 신규원전 건설, 에너지 전환 정책 등 대형 현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실용주의'와 '전문성 중심 인사'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산하 SRT 운영사 에스알(SR)은 내부 출신 사장을 임명하며 조직 안정성과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 인선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이 산림청장을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 안정 필요성을 이유로 즉각 면직한 사례와 비교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가 조직 안정과 업무 연속성을 인사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면, 오히려 기관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 역시 동일한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면직 사유로 조직 안정을 강조했다면, 현재 수장 없이 운영되는 기관들에 대해서도 정책 추진력 확보와 조직 혼선을 막기 위한 조속한 기관장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임명 지연 자체가 정책 리스크"라며 “기관장 공백은 곧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 공기업 인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정책 현안이 적체된 상황에서 선거 국면까지 겹치면 기관장 인선이 선거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내부적으로 나온다"고 전했다. 전력시장 개편, 송전망 투자 확대, 원전·재생에너지 믹스 조정 등 굵직한 정책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핵심 공기업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실행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인사 원칙과 속도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단상] 태양광 발전비중 47%→2.5%, 이러다 스페인 대정전 날라

설날 연휴였던 지난 17일 오후 1시, 우리가 사용한 전기의 거의 절반이 태양광 발전에서 나왔다. 제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반면 지난 24일에는 전국에 눈과 비가 내려 같은 시간 태양광 비중이 2.5%밖에 되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태양광 발전량은 비중으로 보면 25분의 1이나 급락했다. 태양광은 왜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17일 오후 1시 기준 전체 전력수요(총수요 기준)는 49.9기가와트(GW)로 이 중 태양광의 순간 출력은 23.6GW로 총 47.4%를 차지했다. 연휴에 공장이 쉬고 날씨가 따뜻해 전력수요는 줄었고 날이 맑아 태양광 발전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통념과는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고 전체 발전량의 10% 정도라고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말도 맞다. 연간 전체 발전량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비교하면 약 10%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기온 차이가 큰 나라에서는 전력 수요도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높은 전력수요를 기록한 날은 2024년 8월 20일로, 103.6GW까지 올랐다. 지난 17일 오후 1시의 49.9GW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은 전력수요와 상관없이 날씨에 따라 발전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전력수요가 낮을 때 태양광 발전이 많으면 순간 비중이 50%에 달할 수 있는 것이다. 평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전국에 눈과 비가 내린 지난 24일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자. 당시 오후 1시 기준 태양광은 겨우 2.0GW만 가동됐고 전체 전력수요 83.0GW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바로 다음 날인 25일에는 날씨가 풀리자 오후 1시 기준 태양광이 다시 23.9GW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는 전국에 눈과 비가 동시에 내릴 수 있어 하루 만에 태양광 발전이 거의 전멸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7일을 스페인 대정전 당시와 비교해보자. 스페인 정전은 전력망에 갑작스럽게 과전압이 발생하면서 연쇄적으로 정전이 이어진 사고다. 갑자기 늘어난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정전이 발생한 2025년 4월 2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전력수요는 25GW였으며 총 32GW가 공급됐다. 이 가운데 4.3GW는 다른 나라로 수출됐고, 3GW는 양수발전에 사용됐다. 태양광 발전은 19.5GW, 풍력은 3.6GW였으며 나머지는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이 채웠다. 공급량 32GW 중 태양광이 차지한 비중은 59.0%(19.5GW), 풍력은 12.0%(3.5GW)였다. 우리나라에서 17일 오후 1시 태양광이 23.6GW로 전체의 47.4%를 공급한 점을 고려하면 스페인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매년 약 3~4GW의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 대정전을 일으킨 원인과 유사한 조건이 곧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태양광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양수발전이나 대용량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방심은 금물이다. 정전 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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