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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중부발전 인천화력과 개별요금제 계약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1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과 발전용 개별요금제 천연가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과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을 비롯한 양사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계약으로 가스공사는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인천복합화력발전소 2·3호기에 연간 20만 톤, 전체 200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가스공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기반으로 올 6월 서부발전과 9월 남부발전에 이어 중부발전도 새로운 개별요금제 고객으로 유치했다. 개별요금제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시설 이용률 향상을 통한 공급비용 인하를 위해 2020년 도입됐다. 특히, 중부발전은 인천복합화력발전소가 수도권 전력 생산의 중추 역할을 맡는 핵심 발전시설이라는 점에서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개별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현재 연간 약 360만 톤의 누적 매매계약 물량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개별요금제 공급을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이번 계약은 양사 모두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민께 더 큰 혜택을 드리는 매우 의미 있는 발걸음이자 새로운 에너지 협력의 미래를 여는 소중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 경쟁력과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 강화는 물론, 신사업 분야 역량을 활용한 탄소중립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출범 5개월’ 李정부, 공공기관장 물갈이 본격화

이재명 정부 출범 5개월째를 맞으면서 주요 공공기관장 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장도 속속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신임 사장으로 가스공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의 차관급 인사가, 한수원은 원전 진보단체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한국관광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가스공사, 에스알(SRT), 서민금융진흥원,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국민연금공단의 신임 사장을 공모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9월 정부부처 조직개편이 발표된 뒤 10월 추석연휴와 국정감사도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기관장 물갈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1월 김장실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조기 퇴임하면서 1년 10개월 넘게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공개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계엄 여파가 지속되면서 사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달 10일부로 임기가 만료된 뒤 차기 사장 임명 전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금융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핵심 자리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금융위 또는 내부 출신 등이 거론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이 오는 12월 10일부로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최 사장은 임기 동안 부채율을 499%에서 375%로 낮추며 준수한 경영성적을 거뒀지만, 전임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재임까진 가지 못했다. 가스공사 신임 사장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마지막 차관을 지낸 박기영 차관과 박진규 차관, 그리고 내부 출신 등이 거론된다. 보통 산업부 차관급은 한전 사장으로 많이 갔으나, 한전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가스공사도 유력한 행선지가 됐다는 평가다. 12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차기 이사장도 뜨거운 관심이다. 공단은 지난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후보를 접수받아 현재 4배수까지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의 국민연금 운용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 적립금 1269조1355억원이며, 주식에 투자된 금액은 635조5734억원으로, 총자산의 50.1%를 차지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차기 이사장 공모 접수가 지난 10월 30일 끝난 가운데 십여명이 지원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릴 예정인 가운데, 공단은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관리 및 진흥 업무를 맡고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청으로 승격 전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전 태양광단체 임원, 지역(울산) 정치인, 내부 센터장 출신 등이 꼽히고 있다. 현재 사장이 공석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달 말에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황주호 전 사장은 올해 8월 임기 만료 후 연장 중에 있었으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계약 논란이 일자 지난 9월 17일 사퇴했다. 한수원의 차기 사장으로는 원자력분야 진보적 단체의 기관장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김동섭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곧 차기 사장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김 사장은 임기가 지난해 7월 종료됐으나, 동해심해가스전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지금까지 연장돼 왔다. 하지만 1차 시추에서 매장량 발견에 실패하면서 추가 시추를 계속할지 상당히 불투명해진 상태다. 다만 석유공사의 프로젝트 투자유치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메이저 비피(BP)가 선정되면서 발견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 공공기관장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의 전문성과 이해성을 바탕으로, 국제적 흐름을 읽는 눈과 국내 중앙정부 및 정치권과도 소통할 수 있는 정무성까지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과총 회장 선거 1차 투표 통과…“23년간 과총 지켜온 책임감으로 결선 간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선거에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가 후보추천위원회를 통과하며 결선에 올랐다. 과총 내부에서 23년 동안 편집인·이사·부회장·고문 등을 지내며 '과총을 가장 잘 아는 후보'로 꼽혀온 그는, 이번 결선 진출로 조직 정상화와 회원단체 중심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교수는 과학계는 물론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활발한 언론 기고와 발표를 통해 과학계와 에너지업계의 정책 조언에도 힘써 온 인물이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총을 23년이나 드나들며 바닥부터 올라왔다. 과총의 현장과 구조적 문제를 누구보다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과총의 리더십이 부끄러운 수준으로 무너져 버렸다"며, 과총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총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화려한 말 잔치보다 실행 가능한 내부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02년부터 과총 편집인, 이사, 부회장, 고문 등을 지내며 과총의 제도·조직·재정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해왔다. 그는 선거공보에서 “과총의 주인은 회원단체이며, 과총의 성장이 회원단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총 창립 60주년을 맞는 2026년을 '과총 재창립의 해'로 선포할 것을 제안하며, 미국 AAAS·영국 왕립학회처럼 국가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형 총연합회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교수는 공보에서 현재 과총에 대해 리더십 붕괴, 정체성 약화, 회원단체의 소외 등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과총은 회원단체의 역량을 기반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기구여야 한다"며, 이사회 중심 운영, 정관·규정 기반의 '법치적 운영 원칙' 확립 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거공보에서 투명한 운영을 위해 △판공비 전면 폐지 △업무활동비 내역 공개 △기업 회원 유치를 통한 재정 자립 △ERP 기반 투명 재정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외부 간섭 없이 과학계의 목소리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과총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40년간 연구자, 과총 실무자, 학회장, 언론·사회 기구 경험까지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는 △과총 편집인·부회장·고문(2002~현재) △대한화학회 및 기초과학학회연합회 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국제화학올림피아드 국제운영위원장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2018~2024) △교수신문 편집인, KBS 시청자위원·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을 지냈다. 이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신뢰하는 과총, 과학정신을 구현하는 과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결선 투표에서 이 교수가 20년 넘게 구축해온 '과총 개혁 구상'이 회원단체들의 지지를 얻을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시민환경단체 “고리 2호기 포함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13일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데 대해 기후위기 시만행동과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등 시민환경단체 등은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를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재명 정부와 원안위는 국민의 안전보다 핵산업의 이해를 앞세우는 바람에 부실한 안전성 검증과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강행했다"면서 “이번 원안위의 허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원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하면서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총원 9명인 위원 중 3명이 공석인 상태이고, 특히 기술 전문 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바람에 안전성 검토는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원안위가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에 앞서 수명연장에 필요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사하려 시도했던 점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는 사고관리계획서에 맞춰 작성하게 돼 있고, 중대사고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에 제출한 사고관리계획서에는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고, 드론·항공기 충돌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이 빠져 부실한 계획서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부실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원안위 심사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명 연장을 시도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13일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를 먼저 심사하면서 해소됐지만, 사고관리계획서 심사 자체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고리2호기의 영구 정지와 더불어 남은 9기의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중단을 위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형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13일 원안위 회의를 방청했는데, 원안위 위원들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됐다'는 식이었다"면서 “위원들이 꼼꼼하게 검토하기보다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번 수명연장 결정은 날치기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면서 “산업계가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을 공공에 전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 본부에 있는 고리2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40년의 설계수명 40년을 채운 뒤 2023년 4월 가동이 정지됐다. 이번 10년 수명 연장으로 2033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 미국, 한국의 우라늄 농축·재처리 공식 인정…한미원자력협정 ‘사실상 개정’ 수준 확대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enrichment)·재처리(reprocessing) 절차 개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123협정)의 해석 범위를 사실상 조문 개정 수준으로 확장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이 13일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미 정상회담의 수많은 합의 중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닌 “미국은 대한민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는 한국이 단순 연구나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농축·재처리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길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연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이 동맹국에 이러한 권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 국내 한 원자력 전문가는 “이는 조문을 바꾼 것이 아니라 123협정의 포괄적 해석 범위를 넓혀 사실상 개정 이상의 효과를 부여한 것"이라며 “한국이 연료주기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승인했다는 점이다.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또한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AUKUS(호주)에 이어 비핵보유국 중 두 번째로 미국이 핵잠수함 프로그램을 승인한 사례다. 특히 “연료 조달 방안(fuel sourcing)"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HEU 또는 HALEU)을 공급하기 위한 한국의 자체 농축 능력 활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군사 전략 분야 연구자는 “미국이 이 정도 문구를 공식 문서에 담았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을 AUKUS와 유사한 '전략적 핵심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의 원자력 프로젝트 중 민수용 원전, 핵연료 공급망, SMR, 해군 원자로까지 전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국이 향후 원전 수출(APR1400·SMR), SMR용 고농축 연료 확보, 사용후핵연료 처리, 핵잠수함 기술, 군·민 겸용 원자력 추진체계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합의는 한국 에너지·방산·원전 생태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SMR·수소·고농축 연료 시장 경쟁력이 대폭 확대되는 것은 물론 체코·폴란드 등에서 진행되는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연료주기 자율성이 확보돼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핵잠수함 확보가 현실화되면서 대한민국 해군력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서 미국과 공동 대응이 가능해져 정책적 부담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법적 조문 개정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정 이상의 효과를 지닌 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비핵보유국의 핵연료주기 능력 확보를 극도로 제한해 왔다. 그 벽이 처음으로 한국에게 크게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에너지안보 전문가는 “2025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원자력 협력의 새로운 시대, '123협정 2.0'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이재명 정부 ‘원전 실용주의’ 본격화

정부가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해온 '원전 실용주의'가 공식 정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소중립 달성, 전력요금 안정, 한전 재정 개선 등 복합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전력·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최근 재차 상향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전기요금 안정화, 한전의 재무 개선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원전은 현행 전력시장 체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원이다. 정산단가 기준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대비 원전 비용이 크게 낮아, 원전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줄어든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원전의 현실적 역할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전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도 원전 가동은 필수적이다. 한전은 최근 3분기 연속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향후 송전망 확충·재생에너지 연계 투자 등을 지속하려면 안정적 영업이익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원전 가동률 하락은 다시 적자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원전 비중이 기업 재정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또한 탈석탄 기조가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할 안정적 기저전원이 부족한 현실도 작용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고, 석탄은 2040년 폐지가 명문화된 만큼 LNG와 원전만이 NDC 달성을 위한 가용 전원으로 남아 있다. 지난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전 2호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고리 2호기는 685MWe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웨스팅하우스)으로 1978년 건설허가를 받아 198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3년 4월 8일 40년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어 현재 운전이 정지된 상태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약 3년 4개월간 안전성 심사와 원안위의 약 7개월간 심사 끝에 계속운전 허가를 결정했다. 원전업계는 이번 결정이 “예상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전력수요가 데이터센터·AI 인프라 확대로 급증하는 가운데, 단기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원전과 LNG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석탄이 고정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NDC·전기요금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일단 기존 원전은 최대한 돌리는 방식밖에 없다"며 “신규 건설은 매우 제한적으로 추진되겠지만, 계속운전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밝혀온 '감(減)원전' 원칙, 즉 무리한 신규 확대는 지양하되 기존 원전의 현실적 활용은 인정하겠다는 그 동안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가동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것도 잘 지어야 한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탈원전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에 최소 15년 넘게 걸리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으로 급증하는 전기 수요에 대응하려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수명 만료 예정 원전 9기 또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계속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는 이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에서 예고된 방향이기도 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는 신규 원전 최소화, 기존 원전 최대 활용, 재생에너지 점진적 확대, 라는 구조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원전 실용주의는 사실상의 원전 회귀"라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고리 2호기 이후 다른 원전으로 계속운전이 확대될 가능성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원전 안전 약속을 파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환경단체의 반발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지지층과도 맞닿아 있어, 향후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후단체·산업계·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고리 2호기 결정은 단순히 개별 원전을 둘러싼 행정 절차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첫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전기요금 안정, 한전 재정 안정, 데이터센터·AI 전력수요 급증, NDC·탄소중립 의무, 탈석탄 불가피성이라는 압축된 조건 속에서 지속가능한 전원믹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 복합된 과제를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 '원전 실용주의'는 피할 수 없는 정책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에너지요금위원회’ 독립기관 신설 법안 발의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전기·가스·열 등 에너지 요금 결정을 정치적 판단으로부터 독립시키고, 합리적·전문적 가격 결정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에너지요금위원회' 신설 법안을 13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에너지법,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집단에너지사업법,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포함한다. 현행법상 전기요금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결정 과정이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왜곡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전기위원회가 독립적 전문기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한 전기·가스·열 등 에너지원별로 분리된 요금 결정 체계로 인해 부문 간 정책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으로 '에너지요금위원회'를 신설하고,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의 인가·승인을 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집단에너지(열) 요금의 경우 위원회가 지정·고시한 요금 상한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가스·열 요금을 각각 인가·승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권한이 독립적 기구인 에너지요금위원회로 이관된다. 이를 통해 가격 결정 과정에서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 요금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에너지원 간 정합성을 높이는 관리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등 주요국의 에너지 규제기관은 높은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에너지 요금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산업경쟁력, 국민의 삶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전문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전기·가스·열 등 에너지원별 가격을 종합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전문적·독립적 가격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기안전공사, 삼성SDS 상암데이터센터 UPS 특별안전점검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남화영)이 서울 마포구 삼성SDS 상암데이터센터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설비 특별안전점검을 진행했다. UPS는 정전 상황에도 일정 시간 전력을 공급해주는 설비로, 민감한 전기설비나 데이터가 정전으로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관리원에서는 UPS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 업무시스템이 일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번 점검을 통해 상암데이터센터의 안전관리 실태와 대응 매뉴얼 확인 등을 진행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번 점검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UPS 설비 안전관리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취약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해당 업체가 정교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남화영 사장은 “특별안전점검을 통해 현행기준 대비 미흡사항에 대해 개선을 안내하고 점검결과 취약점을 안전점검 체계에 반영하여 '국정자원 화재' 같은 재난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산단 태양광, 지붕 임차권·발전량 저하 리스크 해소 필요

산업단지 태양광 발전사업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의 주요 수단으로 꼽히지만, 지붕 임차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저하되는 문제 등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RE100협의체·고려대 기후변화대응기술센터 주최, 세미나허브 주관으로 13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2025년 한국RE100 컨퍼런스'가 열렸다. 명진우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운영전략부문 대표는 컨퍼런스에서 “산업단지 태양광은 인허가 포함해 설치기간이 짧고, 환경 훼손 및 주민수용성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다"며 “계통에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고 자가소비형 태양광을 추진하기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단지 태양광이 잘 활성화되지 못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붕 임차권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지목했다. 발전사업자들은 20년 이상 지붕임대 계약을 전제로 투자를 하지만, 산업단지 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소유주가 변경될 경우 태양광 시설 철거 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즉, 육상 태양광 대비 사업 지속 가능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 가입을 고려해도 비용 증가로 인한 부실 공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명 대표는 “기술적으로도 지붕 누수, 여름철 화재 발생, 안전사고 가능성, 분진·매연 등에 따른 발전량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차권 리스크를 해지할 수 있는 방안이 대출이 필요한 사업 추진의 핵심"이라며 “자본력을 갖춘 민간 기업들이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자가소비형 태양광을 직접 추진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의 변화와 가격 변동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 팀장은 “제주에서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 시범사업이 조만간 육지로 확대될 수 있다"며 “발전사업자들은 입찰제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하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분산에너지나 전력구매계약(PPA) 등 다양한 시장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준호 한화솔루션 에너지솔루션사업팀 프로는 “단기적으로는 PPA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장기적으로는 RPS 제도 개편과 보급 확대 등을 고려하면 우하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수요자 입장에서 정산이 복잡하고 조달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직접전력구매계약(VPPA)을 활용하는 것이 조달 및 운영측면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향후 전력도매가격(SMP)에 따라 조달 비용이 변동할 수 있어 직접PPA와는 다른 가격결정 구조를 인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입장에서 PPA 계약 방식의 제도적 제약 문제도 지적됐다.여러 발전소를 묶어 한 기업과 계약하거나, 여러 기업이 한 발전소와 각각 계약하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여러 기업과 여러 발전소가 동시에 참여하는 다자 간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진글로벌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 방식이 혼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안위, 고리 원전 2호기 계속운전 허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수명 만료 2년 반 만에 다시 운전에 돌입하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위원회는 13일 제224회 회의를 열어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표결로 의결했다. 이번 허가에 따라 고리 2호기의 수명은 설계수명 만료일로부터 10년 늘어나 2033년 4월까지로 연장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22년 계속운전을 신청한 지 3년 반만으로,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 운영 허가 기간 만료로 운전을 멈춘 지 2년 반여 만에 다시 재가동 절차를 밟게 됐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4월 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발전소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685메가와트(MWe)급 원전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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