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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매일 겪는 기후 위기: 한반도의 현실과 해법은

지난 19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한국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2000여 편의 논문 등)을 종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 현재의 충격, 미래 전망, 그리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 기후 재난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위험 수위 돌파 한반도에서 최근 10년(2013~2022) 동안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율은 연평균 2.5ppm으로 그 이전 10년(2003~2012)의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빠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11ppb, 1.1ppb의 연평균 농도 증가율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4년 안면도와 울릉도, 제주(고산리) 기후관측소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8~431ppm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 지구 평균보다 5~8ppm 높다. 매년 약 3.4ppm씩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의 한계선인 450ppm까지 불과 6~7년밖에 남지 않았다. 메탄도 심각하다. 안면도에서 관측된 메탄 농도는 2030ppb로, 전 세계 평균보다 약 100ppb 높았다.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다른 온실가스도 모두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가스는 각각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대기에 남아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한반도는 얼마나 더워졌나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1912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지표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40% 이상 빠른 속도다. 100년 넘게 쌓인 온난화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반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8℃ 이상 더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 평균 상승폭(1.2℃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봄과 겨울철의 온난화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100년 전보다 3℃ 가까이 상승했고, 눈 내리는 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원 산간 지역에서조차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잦아졌고, 겨울 스포츠 산업과 산림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 미래 전망: 지금보다 7℃ 더 뜨거워질 수도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AR6)기반의 공유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단기(2021~2040년 이전) 및 장기(2081~2100년) 기후 전망을 제시했다. 온실기체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단기적으로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간 및 높은 배출 시나리오(SSP2-4.5, SSP3-7.0)에서도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81-2100년 장기적 전망에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1.5°C를 초과해 SSP1-2.6에서 1.8°C, SSP2-4.5에서 2.7°C, SSP3-7.0에서 3.6°C, SSP5-8.5에서는 4.4°C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는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기온이 7℃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난다. 5일 단위 최대 강수량은 31% 증가해, 서울 같은 대도시는 매년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바다의 경고: 뜨거워지고 높아지는 해역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변화는 육지 못지않게 심각하다. 1968~2023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7℃)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특히 동해에서는 표층 수온이 196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9℃ 상승했고, 중층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울릉분지에서는 최근 18년간 중층 수온이 1.075℃ 상승하는 등 심층 및 중층 해수의 열, 염분, 산소 특성 변화가 관측됐다. 해양 극한 현상도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해양열파는 해수온이 과거 평균 대비 매우 높게 오르는 현상으로, 국내 해역에서 특히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1982~2020년 동안 동해는 전 세계 해역 중 해양열파 누적강도가 세 번째로 높았으며, 여름철 발생일수는 다른 계절보다 65% 이상 많았다. 해수면 상승도 빠르다. 동해 일부 해역은 연평균 7㎜ 이상 해수면 상승을 기록하며, 세계 평균(3.7㎜)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2100년까지 해수면은 최대 82㎝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연안 지역이 침수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천·군산·부산 등 항만과 어촌 마을은 장기적으로 거주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일상화된 극한기상 기후위기는 평균 기온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체감하는 극한 날씨로 나타난다. 2025년 여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보였다. 기후 보고서가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기온 상승이 가파르고 극한호우도 심해지고 있다. ▶폭염: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폭염 일수는 15.6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0년대 평균(7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8년과 2023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 40℃를 넘는 날이 잇달아 발생했다. ▶열대야: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폭염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1970년대 연평균 2.5일에서 최근 10년간 20일 이상으로 늘었다. ▶집중호우: 강수 패턴이 변해 6월 강수량은 줄고, 7~8월에는 국지성 호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장마 시작일과 2차 장마 시작일이 모두 앞당겨지면서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호우 빈도가 증가했다. 장마가 물러나는 날은 2000~2014년의 기간 동안 약 10일 늦춰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2020년 충청지역 기록적 폭우, 2022년 서울 강남 도심 침수, 2023년 경북 지역 산사태는 모두 이 같은 흐름의 단면이다. 2022년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태풍: 북태평양의 폭풍 수는 최근 증가하며 생애 주기가 길어졌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이선', 2022년 '힌남노'가 대표적 사례다. ▶가뭄: 여름철 폭염과 겹치면서 '폭염형 급성가뭄(돌발가뭄)'이 늘고 있다. 2022년 제주도의 경우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2022년 수도권에서 극한강수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남부 지방은 역대 최악의 기상 가뭄을 겪는 등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파: 극한저온현상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감소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 감소, 음의 북극진동 발달, 성층권 극와도 순환 약화, 우랄 블로킹의 빈도 증가 등에 기인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1973~2023년 한반도 한파일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의 사회·생태적 충격 ▶수자원: 지난 40년간 제주 지역 연강수량은 206㎜ 증가했지만, 충남은 120㎜ 감소했다.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며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늘고 있다. 물 부족에 있어서는 한강권의 임진강 하류와 주변 낙동강권역이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일찍 개화하는 식물 종의 개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고산 침엽수 구상나무는 집단 고사 중이며, 남방계 나비와 야생벌은 북상하고 있다. 반대로 양서류와 민물고기는 서식지를 잃고 있다. 외래종인 뉴트리아, 붉은불개미, 작은입배스의 서식지가 확대돼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 지난 40년간 매해 약 400㏊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발생면적과 피해액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는 강우, 지형, 지질, 식생 등의 자연적 요인과 토지이용, 산림관리, 벌목 등의 인위적 요인이 존재한다. 산불은 매해 약 4004㏊의 피해가 발생했고, 2020년대 피해면적이 2010년대보다 10배 증가했다. 산불 증가의 원인은 사회경제적 원인과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농업: 벼의 출수 한계기가 늦어지고 보리의 유수형성기가 빨라지는 등 이상기상의 피해가 발견됐다. 채소와 과수의 수량성과 품질도 낮아지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북상하거나 축소되고 있다. 사과 최대 산지인 충북 일부 지역은 앞으로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밭작물의 생산성과 품질도 이상기상으로 감소세다.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 병해충도 확산 중이다. ▶수산업: 수온 상승으로 명태는 거의 사라졌고, 오징어·고등어 어획량도 감소 중이다. 김·다시마 양식장은 고수온 피해로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고 있다.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의 어획량 변화는 최대 2923억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양식업 중에서는 멍게와 해조류가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보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018년 여름 한 해에만 4000명 이상 발생했다. 대기오염과 알레르기 질환, 감염병 확산도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말라리아 국내 연평균 환자 수는 2016~2019년 310명에서 2020~2023년 370명으로 늘었고, 특히 2023년에는 673명으로 급증했다. ◇결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한국은 이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은 더 이상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경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적응 전략을 강화한다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기후위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재이자, 우리의 미래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 의무화…8년간 최대 10%까지 늘린다

정부가 국제항공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항공유에 1% 혼합해 사용하고, 2035년에는 최대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국제항공 탄소중립 선도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동 발표,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SAF는 폐식용유, 옥수수 곡물, 농업 잔류물, 폐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를 뜻한다. 두 부처는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비율을 확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SAF 혼합의무비율 적용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로 정했다. 이들의 의무 이행 여부는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 유연성 제도를 도입해 전체 이행량의 20%까지 최대 3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국토부는 2028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연간 급유량의 90% 이상을 해당 공항에서 급유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SAF 생산 과정에서 함께 발생하는 바이오 연산품(납사·디젤 등)이 가격 손실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다원화된 지속가능성 인증기준(EU, CORSIA 등)이 상호 호환될 수 있게끔 오는 9월 23일부터 열리는 ICAO 제42차 총회에서 제도 개선도 요청할 예정이다. SAF 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SAF 혼합의무비율을 초과해 급유·운항하는 국적 항공사에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3.5점으로 확대 적용한다. SAF 혼합급유를 활용 및 국내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에 제공하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2027년부터 항공사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산업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 관련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최대 25%)를 지속 지원한다. 재생합성 SAF 등 차세대 생산기술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한다. SAF 주요 원료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시설투자와 원료 구매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석유관리원 내에 석유대체연료센터를 설치해 전담 조직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의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정부, 항공업계가 분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AF 혼합의무 비율 1%를 기준으로 전체 국적사 부담액은 92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는 현재 SAF로 인한 항공요금 인상 계획이 없으나, 오는 2030년 전후로 업계 경영 여건, 사회적 공감대, 국제 동향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한수원, 700MW 포천 양수발전소 건설 본격 추진...2033년 12월 준공 목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일원에 건설하는 포천 양수발전소 사업이 본격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거쳐 지난 8월 실시계획이 확정됐다. 2026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33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포천 양수발전소는 총 700MW(350MW×2기)규모로 건설된다. 사업면적은 약 2,230천㎡이며, 상·하부 저수지를 활용해 전력이 남는 시간에 물을 끌어올려 저장하고, 수요가 많은 시간에 방류해 발전하는 가변속 양수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사기간은 착공 후 약 91개월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2021년 5월 우선사업자 선정, 2022년 2월 공공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2023년 9월 예정구역 고시를 거쳐 이번에 본격 착수 단계에 들어섰다. 포천 양수발전소는 수도권 전력수급 안정과 더불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한 대규모 전력저장장치 기능을 수행해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포천 양수발전소는 친환경 전원 확충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새만금 조력발전, ‘한수원·수자원公·농어촌公’ 3사 합작으로 추진

새만금 조력발전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추진될 첫 대형 청정에너지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쟁관계이던 환경부 산하의 수자원공사와 산업부 산하의 한수원이 이제 한 식구가 되면서 사업 방향이 '경쟁에서 협력'으로 급선회하고, 여기에 새만금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농어촌공사까지 참여하는 모양새다. 19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새만금 조력발전 추진을 놓고 수자원공사, 한수원, 농어촌공사가 3자 협력 체계로 공동 사업을 진행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력발전 기술을 활용한 탄소중립형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새만금 프로젝트를 집중 검토 중이다. 해당 사업은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과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던 대표적인 중복구조 사례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양 기관이 한 지붕 아래 들어오게 되면서 협력체제로 전환됐다. 과거에는 양 기관 간 관할 부처가 달라 협의가 지지부진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계기로 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예정자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지역구 의원, 새만금개발청도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조력발전 방식은 양방향 수차형 발전소로, 발전 규모는 200MW에서 최대 520MW까지 확장 가능하다.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를 활용해 수문을 개폐하고, 그 흐름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이미 시화호 조력발전소(254MW)의 운전 경험을 보유한 한수원이 기술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수자원공사는 수문·저수지 제어 등 수리학적 운영 경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조력발전이 현실화될 경우, 연간 수백GWh의 탄소배출 없는 청정전력이 생산돼 새만금 산업단지 내 RE100 기업 유치 및 그린수소 생산 기반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력발전이 풍력·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베이스로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정책 차원에서도 '탄소중립 실현형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새만금 조력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방조제와 조차(潮差)를 활용한 청정에너지 사업으로, 국내 수력·해양 발전의 대표적인 대체에너지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수문‧댐 설치, 수질‧생태 영향 등을 고려한 환경부와 에너지 생산성과 경제성을 우선한 산업부 간 시각 차로 인해 수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로의 통합 개편을 계기로 수공과 한수원이 협력체제로 전환, 농어촌공사와 함께 3자 공동사업 추진에 합의한 것은 물론 새만금사업의 총괄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조력발전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조력발전 사업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상징적 1호 사업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초대 장관 내정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 지역구인 전북 군산‧김제‧부안 출신 의원들, 그리고 새만금개발청 등 관계기관 모두가 적극 협력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만금 일대는 신재생에너지 실증단지, 대규모 태양광 단지, RE100 기반 수출산업단지 등이 밀집된 지역으로, 조력발전까지 더해질 경우 에너지 자립형 청정 스마트그린 지역 모델로 주목받을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력발전은 산업·환경·지역개발·탄소중립이라는 정책의 교차점에 있는 사업"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존재 이유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1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갯벌 생태계 훼손, 초기 건설비용의 경제성 문제, 주민수용성 부족 등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조력발전소 건설은 수문 구조물 변경, 어업권 조정, 조류 변화 등의 민감한 사안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회적 설득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연말 착수 예정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12차 전기본)에 새만금 조력발전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기 위한 전력망 보강, 계통연계 대책, 생태영향 평가 방안 등도 패키지로 다뤄질 전망이다. 에너지 및 환경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과 협업구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사업성, 생태 영향, 주민 수용성 등 세심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위 변화와 조류 흐름, 갯벌 생태계에 대한 영향 분석 등 환경영향평가를 정밀하게 진행한 후 착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해상풍력특렵법 시행령 발표 앞두고 업계 “기존 사업자 보호해야”

풍력업계가 내년 3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풍력특별법으로 집적화 단지 구성 단계에서 기존 사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주장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19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령 업계 의견수렴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세미나에서 풍력업계의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발표했다. 업계 의견으로 가장 먼저 기존 사업자 보호 문제가 언급됐다. 최 실장은 “특별법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의 권리를 보장해야만 민간 투자 안정성이 확보가 되고, 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도 기존 허가 사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승계, 편입 절차를 마련하해 투자자 신뢰와 사업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예비지구나 발전지구 지정 단계에서 기존 사업자의 포함도 함께 고려를 해 달라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발전소 건설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총 31기가와트(GW)에 이른다. 이중 사업자가 사업 현황을 제출한 사업은 14GW로 설비용량으로는 1GW 원전 14기에 달하는 용량이다. 풍력업계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사업 중 사업자가 추진 역량을 갖춘 진성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권을 보호해달라는 입장이다. 최 실장은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라 신설되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위원회의 투명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를 통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투명한 평가 체계를 통해서 이제 이 기관들이 잘 운영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실장 해상풍력 입지정보망은 풍황·어업·환경·계통 등 모든 정보를 포함해 사업자가 위험요소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전달했다. 민관협의회는 실제 영향을 받는 주민과 어업인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사업자의 참여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업계는 인허가 기한의 명확화와 해상풍력 발전사업 여러 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공동 접속설비 구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수소 등 전력계통 보완 시 사업 우선권 부여 △풍황 데이터 제공 비용의 투명성 확보 △공사 중단 신고 기준 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 웨스팅하우스와 美 원전시장 진출 발판 마련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글로벌 원전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미국 원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전은 최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원자력 에너지 컨퍼런스&엑스포(NECX 20251) )에 참가하여 미국 원전시장 진출 의지를 표명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미국 원자력학회(ANS)와 원자력협회(NEI)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美전력회사, 설계·시공사, 美규제기관, 아마존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참여해 미국 원전 정책과 신규 원전시장 전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한전은 현지 주요 개발사인 TNC(The Nuclear Company)를 비롯해 대형 전력회사 등과 연이어 면담을 갖고, 신규 원전사업 개발·건설·운영·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주최측인 NEI 관계자는“2050년까지 원전을 4배 확대하는 미국 정부의 목표 달성에 있어 한전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엑스포 참석에 이어, 한전은 인근 회의장에서 9월 11일(목)부터 12일(금)까지 웨스팅하우스와'기술교류 워크숍'을 공동 개최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사업 협력방안과 상호 경험을 공유했다. 이번 워크숍은 최근 확대되는 글로벌 원전시장에 대응하고 韓-美 원전동맹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로,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건설사 등이 함께 참여해 팀 코리아의 미국 진출 기반을 다졌다. 워크숍에서 양사는 원전 기술소개와 사례를 발표하고 대형원전 사업에필요한 기술과 사업관리 리스크를 공유했으며, 향후 공동 대응 전략 모색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급성장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하였다. 아울러 한전은 글로벌 투자은행 및 법률 자문사와 별도 회의를 통해 미국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한 재원조달 방안, 미국 원전사업 추진 시 노무·법률 리스크 관리방안 등을 논의하며 사업 추진을 위한 다각적인 방향을 검토했다. 한전은 이번 방문을 통해 확보한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 원전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팀 코리아를 대표해 韓-美 기업이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환 환경부 장관 “재생에너지 2030년까지 100GW로 계획 수정”…11차 전기본 바꿀 듯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로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수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장관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총괄 토론회에서 NDC 추진 현황 및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김 장관은 토론회에서 “현재까지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총 누적량이 34GW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최소 100GW로 늘리려고 계획을 수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35년에는 재생에너지를 150~200GW로 늘려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지난 2월 확정한 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030년까지 78GW로 정해놨다. 김 장관은 11차 전기본대로가 아니라 이보다 28%(22GW) 높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2035년 재생에너지 목표 보급량은 107.8GW다. 김 장관은 수송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략 2035년, 2040년 더 늦지 않게 사실상 내연차를 중단해야 하는 결정도 해야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2035 NDC 정부안 4가지 후보도 소개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감축률을 기준으로 '48%', '53%', '61%', '67%'(2018년과 2035년 배출량을 모두 순배출량으로 할 경우 65%) 등이다. 산업계는 60%를 넘는 감축률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40% 중후반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나 기후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감축비율 48%나 53%는 기후위기 심각성에 견주면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내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 2035 NDC는 61.2% 이상(순배출량 기준)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환경부가 제시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기후헌법소원 결정에 부합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순배출량 대비 기준 최소 65% 이상을 감축하는 시나리오로 2035 NDC를 정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내달 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1월 10∼21일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기 전 2035 NDC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최첨단 마약 탐지기술 개발사업…시작부터 삐그덕

정부가 날로 늘어나는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마약이 들어오는 길목인 항구에서 최첨단 기술로 이를 탐지해내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이 사업이 시작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이 실증과제 수행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사유가 발생하면서 참여기관들이 절차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과제 입찰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세청은 지난 7월 11일 '2025년도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 2.0 사업 신규과제'를 공고했다. 과제는 총 4개이며, 총 연구비는 약 184억원이다. 과제 목적은 마약 탐지기술 개발이다. 첫 번째 과제인 '컨테이너 구조공간 은닉물품 적발기술 개발'은 항구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안에 숨긴 마약 등 의심품목을 직접 수색하거나 파괴하지 않고도 X-레이 또는 CT 기술을 이용해 탐지해 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전체 과제 중에 핵심이다. 이 과제에만 가장 많은 84억원이 배정됐다. 이 탐지기술이 효과를 인정받아 전국 단위로 구축된다면 총사업비는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단속된 마약사범은 2000년 1만304명에서 2024년 2만3022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마약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막고자 마약이 주로 들어오는 루트인 항구에서 마약을 탐지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한국연구재단이 전문기관으로서 총괄관리하고, 커스텀즈랩2.0 사업단이 주관연구개발기관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재단은 과제를 수행할 1곳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발표평가 시간을 가졌다. 그에 앞서 18일 오후 12시까지 발표자료를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인 IRIS와 커스텀즈랩2.0 사업단 부단장의 개인 이메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그런데 18일 제출 마감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석연찮은 일이 발생했다. 오전 9시 41분에 커스텀즈랩2.0 부단장은 자기의 개인이메일 계정을 통해 참여기관들에 “현재 전산시스템 오류로 발표자료 전산시스템 등록이 되지 않으니, 금일 12시까지 이메일로 발표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공지했다. 부단장은 당초 제출마감 시간인 12시가 지난 13시 49분에 다시 개인이메일 계정으로 공지를 통해 “현재 발표자료 전산시스템 등록이 가능하오니 금일 16시까지 발표자료를 등록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마감시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부단장은 또 다시 16시 30분에 개인이메일 계정으로 공지를 하면서 “전산시스템상 발표자료 등록시간을 아래와 같이 연장하오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금일 오후 4시→변경:금일 오후 6시"라고 전하며 마감시간을 또 한 차례 연장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모 정부 출연연이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참여기관들은 마감시간을 두 차례나 연장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취재한 결과 자료 제출 마감 당일에 IRIS 시스템의 오류는 없었다. IRIS 시스템 운영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일 시스템 오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저희가 연구재단에 확인해 본 결과 선정 평가위원을 위촉해야 하는데, 시스템상 일정이 재단에서 생각한 것보다 지연되면서 참여기관들에 편의상 사유를 전산시스템 오류로 고지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이어 “저희도 마감시간 연장 사유를 시스템 오류라고 고지했다고 해서 당혹스럽다"며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서 참여기관들도 알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커스텀즈랩2.0 측도 IRIS 전산시스템 오류는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규정은 모두 지켰다는 입장을 보였다. 커스텀즈랩2.0의 장 모 부단장은 “당일 IRIS에 업로드할 것이 있었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마감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고, 고지를 전산시스템 오류라고 표현한 것이었다"며 “저희가 마감시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없다. 이번 수행기관 선정 이후 이의신청 기간 동안에도 신청 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기관들은 여전히 마감시간 연장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당일 IRIS 시스템에 이상이 없었던 것이 확인됐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사전에 고지한 제출방법에 이메일로도 제출할 것을 알렸기 때문에 마감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과제에 참여한 A기관의 한 관계자는 “예정된 마감시간에 IRIS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아무런 장애가 없었는데, 커스텀즈랩2.0 측에서 시스템 접속 오류를 마감시간 연장 사유라고 고지해 와서 의아스러웠다"며 “또한 사전에 고지된 자료 제출방법에도 IRIS와 이메일로 모두 제출할 것을 알렸기 때문에 설사 IRIS 시스템에 이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마감시간을 연장할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탈락한 참여기관들이 이 문제를 쉬이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 연구과제의 사업비는 84억원이지만 탐지기술이 인정을 받아 전국 단위로 구축되면 총 사업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잠재적 대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A기관 관계자는 “이번 연구과제 선정에 5개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한 컨소시엄당 평균 5개 기관으로 구성됐다고 보면 25개 기관이 이번 과제 선정에 사활을 건 셈"이라며 “이처럼 중대한 사업에서 중립성, 신뢰성이 중요한 절차를 아마추어식으로 대충 처리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되고, 향후 정부 과제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건을 계기로 정부 연구과제 수행기관 선정에 있어 절차를 보다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기관 관계자는 “마감시간이 연장되는 과정에서 참여기관에 전화 한통 없이 오로지 이메일로만 고지가 됐다. 이메일을 들여다보지 못한 곳은 이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며 “정부가 객관성, 투명성을 위해 IRIS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굳이 이것을 쓰지 않고 그냥 개인 이메일로 절차를 진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번 사업에서 드러난 만큼, 좀 더 절차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핀란드, 모래배터리·가상발전소로 열분야 탄소중립 추진

핀란드는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모래배터리, 폐열 가상발전소(VPP) 등의 최신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핀란드 노동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인 '비즈니스핀란드'는 18일 '에너지 혁신, 지역난방과 에너지 저장의 녹색 전환'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해 핀란드의 최신 열 저장 기술 및 사업을 소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폴라나이트에너지는 세계 최초 모래를 활용한 열 저장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폴라나이트에너지는 세계 최초로 모래를 활용한 열저장 기술을 선보였다. 모래 배터리는 전력망에서 전기를 열로 변환한 다음, 탱크 안의 모래를 가열해 열저장고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역난방을 위해 최대 600~650℃의 열을 수개월간 저장할 수 있으며, 가정 등 수요처에 열을 공급할 수 있다. 폴라나이트에너지 관계자는 “모래배터리는 수천톤의 온실가스를 저감시킬 수 있고, 단가도 저렴하다"며 “30년 이상 사용가능하고 독소나 해로운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는 전력도매가격의 변동성이 커서 메가와트시(MWh)당 3유로에서 373유로까지 치솟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풍력 발전이 많을 경우 전력도매가격이 하락하도록 전력시장이 설게돼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면, 전력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즉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전기를 소비해 모래배터리에 열로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래배터리 설비용량은 최대 10메가와트(MW)로도 설계 중이다. 노드블록은 버려지는 폐열을 묶어 VPP로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VPP는 소규모로 분산된 설비를 IT로 통합해 거대한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력 설비 중심의 VPP가 논의되지만, 핀란드는 열 부문에서도 VPP를 운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테디에너지는 소형모듈원전, 오일론은 히트 펌프, 큐히트는 지열 기반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선보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현대차, 5년간 77조 투자…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친환경차 60% 목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변수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를 달성하고, 이 가운데 60%인 330만대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투자 계획과 재무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이 다시 찾아왔지만 글로벌 판매 확대와 생산 거점 강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26~2030년까지 총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제시했던 70조3000억원보다 7조원 늘어난 규모다. 투자 분야는 연구개발 30조9000억원, 설비 38조3000억원, 전략 투자 8조1000억원 등이다. 재무 목표로는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 달성을 제시했다. 관세 등 변수로 올해 가이던스를 일부 조정해 매출 성장률 목표는 5~6%로 상향했지만, 영업이익률 목표는 6~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투자 규모도 기존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줄였다. 대신 미국 투자액은 2025~2028년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확대해 현지 생산 확대와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더불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EREV(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2030년까지 18개 이상으로 늘린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후륜 기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고, 엔트리급 모델도 개발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신형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 적용된다. 전기차의 경우 지역 맞춤 전략을 강화한다. 내년 유럽에서는 소형 EV '아이오닉 3', 중국에서는 준중형 SUV '일렉시오'와 전기 세단을, 인도에서는 2027년 경형 SUV를 출시한다. 또 2027년에는 전기차 대비 55% 작은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EREV를 선보이고,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목표를 555만 대로 잡았다. 이는 올해 예상치(417만 대)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친환경차 판매량을 330만 대까지 끌어올려 비중을 현재 25%에서 60%로 확대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비중을 올해 30%에서 2030년 77%까지 높일 계획이다. 생산능력도 120만 대를 추가 확보한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되며, 내년부터 인도 푸네 공장(연 25만 대)과 울산 신공장(연 20만 대)도 가동에 들어간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CKD(반조립제품) 방식으로 생산 거점을 넓혀 25만 대 이상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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