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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세미나-토론] “공급망 다변화, 에너지물류항로 개발 위해 인프라 구축 및 선사 지원 필요”

“북극항로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에너지 물류항로'로 개발하기 위해 울산 남신항을 중심으로 인프라 건설이 필수다." “선사들이 북극항로를 개발하도록 쇄빙선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언주·문대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사·한국석유공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해양진흥공사 주관, 해양수산부 후원으로 열린 '북극항로와 자원안보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토론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북극항로 개발에 필요한 대책들을 제안했다. 한국석유공사에서는 울산 남신항을 중심으로 터미널 건설 등을 통해 북극항로 물류 허브 역할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태 석유공사 에너지인프라사업처장는 “북극항로는 일반화물 물류항로보다 에너지 물류항로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가격 경쟁력 있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과 정부가 참여해 장기 공급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건설' 달성을 위해 북극항로 주변 자원개발 참여와 울산 남신항 지역에 대규모 에너지 물류허브 조성을 위한 인프라 건설은 필수"라며 “국가 재정 투입과 공기업 주도로 남신항 에너지 물류 거점 터미널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재정 투입 없이 민간의 수익성 논리에만 의존하면 안정적·장기적 물류 인프라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사들이 북극항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영두 해양진흥공사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북극항로를 선사들이 왜 안가냐면 배와 화물이 없고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자원 수입은 남방 항로 쪽으로 고착돼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휘발유 값이 오르고 난리가 난다. 한군데가 막혀도 다른 경로로 수입할 수 있도록 북극항로를 뚫어줘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사들에게 가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가 없다면 금융을 제공하고, 화물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화물을 제공해야 선사들이 간다"며 “러시아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보험 등으로 보완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서 자원안보를 실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단장은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친환경 연료 선박이 될 것"이라며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에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지호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 사무관은 “북극항로는 실제로 운영 중인 항로다. 중국은 지난해에 총 35회 북극항로를 운항했고 올해도 운항할 예정"이라며 “북극해 해빙 면적은 계속 감소 중으로 현재는 연 3~4개월만 운항 가능하나 점차 운항 가능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에 총 39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8월에 러시아 아르한겔스크항 건설 투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은 쇄빙선 15척 구매를 발표해 북극항로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13~2016년 시범운항 이후 정기 운항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류 사무관은 “내년부터 내빙선을 건조하는 선사에 대해서는 최대 110억원의 선박 건조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지원금이 들어가면 배는 약 3~4년의 건조기간을 거친다. 2030년 전후로 정부 지원으로 5척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 운항 선박에는 항만 사용료를 50% 감면하기로 했고, 항만공사와 협의해 감면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북극항로를 제2수도권 남부권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 자원에 대한 정밀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병엽 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본부장은 “북극에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좀 명확하게 조사해봐야 한다. 북극에 미발견 에너지 자원의 22%가 있다는 건 2008년도에 조사한 자료"라며 “이 자료는 지질학적인 추정치이지 실제로 자원 탐사를 하면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에는 석유와 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우라늄, 철광석 자원도 풍부하다"며 “과거에는 외국회사가 우리나라 주변을 탐사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탐사하고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질자원연구원의 탐해 3호 등을 소개하며 “고해상도로 심부 지하자원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자원개발에 초입부터 발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부산·울산·광양 등 남동부권, 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도약시킬 기회”

북극항로가 열리면 한반도가 북극 및 알래스카에서 개발된 주요 자원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새로운 아시아 에너지 허브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뿐 아니라 전남 여수·광양까지를 포함하는 '남부권 제2수도'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언주·문대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사·한국석유공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해양진흥공사 주관, 해양수산부 후원으로 '북극항로와 자원안보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가 열렸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해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항로를 말한다. 부산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잇는 기존 인도양 항로(2만2000㎞)를 북극항로로 이용할 경우 1만4000㎞로 약 36%(8000㎞) 단축시킬 수 있다. 운송 기간은 기존 30일에서 20일로, 연료비도 3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우회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1발제를 맡은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 길은 단순한 해상 물류 루트가 아니라 아시아·유럽·북미·러시아·북한을 모두 연결하는 정치·경제·안보의 '대혈관'이자, 대한민국이 다시 '길을 여는 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에너지 지정학이 'Heartland(러시아·중국·인도)'와 'Rimland(미국·유럽·아시아 동맹국)'의 대립 구도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가 북극항로를 통해 'Rimland'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발제를 맡은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의 강점은 부산·여수·광양·울산·포항 등 남동부권을 북극항로와 연계해 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도약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류지호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 사무관은 “내년부터 내빙선을 건조하는 선사에게 최대 110억원의 선박 건조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지원금이 들어가면 배는 약 3~4년의 건조기간을 거친다. 2030년 전후로 정부 지원으로 5척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 운항 선박에는 항만 사용료를 50% 감면하고, 항만공사와 협의해 감면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북극항로를 제2수도권 남부권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는 울산 남신항을 중심으로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강조했다. 김일태 석유공사 에너지인프라사업처장는 “북극항로는 일반화물 물류항로보다 에너지 물류항로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한국을 에너지 물류 환적 및 트레이딩 터미널로 조성해 부극항로 물류 허브 역할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가장 적합한 울산 남신항 지역을 석유공사 주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극항로 운항 선박의 친환경 연료 사용 의무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친환경 연료 선박이 될 것"이라며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에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도 전기처럼”…여야·전문가들, 국회서 ‘중립적 가스시장 감독기구 설치’ 한 목소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른 원전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가스발전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가스시장 규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15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가스산업 발전을 위한 가스시장 중립감독기구 필요성'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가스 시장의 현행 거버넌스 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독립적인 규제 기구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개회사에서 “전기 분야는 이미 2001년 전기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적 규제·정책 조정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가스산업은 여전히 독립적 거버넌스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통신, 철도, 물관리 등 여타 공공 인프라에는 이미 독립규제기구가 도입돼 있는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더 중요할 수 있는 가스산업에만 여전히 내부 자문기구 수준의 통제체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오늘 세미나를 계기로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은 “에너지 전환과 함께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가스산업에 대한 구조적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되므로 포트폴리오적 균형과 구조 개편이 함께 가야 한다"며, “국회 산자위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적·정책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발제에서 가스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세 가지 핵심 이슈로 정리했다. 백 교수는 “배관망 중립성 부재로 배관 이용 기준이 '설비 능력'이라 명시돼 있으나 정의·검증 기준이 불분명해, 가스공사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크다"며 “이용심의위도 가스공사 내부 자문기구 수준으로 중립성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매요금은 산업부 산하 위원회가 심의하나 외부 공증·자료공개 절차가 없다"며 “민간 직수입자는 비용 구조·원가 정보 접근이 불가해 요금 산정의 불투명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은 위약금·배상 책임 크고, 가스공사는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며 “선수와 심판을 겸하는 구조에서 이해 상충이 불가피한 불공정 약관 구조"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미국, 영국, 일본, EU 대부분이 독립규제기구를 통해 요금·접속권·정보공개를 감시하고 있다"며, “한국도 최소한 물적 분할 통한 배관망 중립화와 함께, 에너지 규제기구 설립을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기위원회가 해상풍력 접속 갈등이나 민간과 한전 간 충돌을 수개월간 심의해 조정한 것처럼, 가스 분야도 중립적인 제3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스공사 역시 억울한 일이 있으면 제3의 위원회를 통해 해명하고 조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부조직 개편과 별개로 시장에서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진수 한양대 교수는 “일본도 법적 언번들링을 했지만, 규제기관이 약해 TPA(제3자접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법적 분할 자체보다 중립적 규제와 정보 공개 구조가 우선"이라며, “규제기구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민간과 공기업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택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장은 “전기와 달리 가스는 독립적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고, 거버넌스 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중립규제기구 신설은 산업 구조 개편과 맞물린 사안"이라며, “지금은 배관망 정보공개, 심의위 법적 지위 강화 등의 실현 가능한 개선부터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배관망 이용심의위원회는 현재 코가스 내부 자문기구 수준에 불과하며, 법적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배관압력 등 주요 정보의 실시간 공개는 국회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정부도 동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의원은 세미나를 마치며 “가스 위원회 신설을 중장기 과제로 미루면 안 된다"며, “정부조직 개편과 무관하게 가스가 산업부에 남는다면, 반드시 가스 위원회는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가스·열을 통합한 규제기구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며 “지금이 에너지안보를 제도화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배터리 대세 ‘친환경 나트륨’…중국은 ‘상용화’, 한국은 ‘검토 단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중국 CATL이 내놓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Na-ion)가 유럽의 저가 전기차 수요와 맞물리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삼원계(NCM) 중심의 고성능 전략에 치중해 있어 “차세대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CATL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자체 테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했다. CATL은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개 후 상용화 개발을 지속해 지난 4월 상하이 'CATL Tech Day' 행사에서 개선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시연함과 동시에 오는 12월 양산 계획 발표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원소재가 풍부하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며, 리튬 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구조로 기존 생산라인 및 기술과의 연계가 유리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선 단가가 저렴한 나트륨 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북미와 달리 저가·도심형 모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탄소 규제 강화로 보급형 전기차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원재료 의존도가 낮은 나트륨 배터리는 좋은 대안디 될 것으로 보인다. 나트륨은 지각 내 매장량이 리튬 대비 약 1200배 많고, 해수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이는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집중된 리튬 정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나트륨 배터리는 코발트·니켈 같은 고가·독성 원소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조건에도 부합한다. 물론 낮은 에너지 밀도라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 하지만 유럽은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만큼 긴 주행거리보다는 가격과 친환경성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가격 경쟁력 하나로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나트륨 배터리도 같은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유럽 현지에서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CATL은 독일과 헝가리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며, 유럽 내 저가 전기차 모델에 나트륨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CATL은 지난 8일 독일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서 나트륨 배터리를 전시하며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YD 또한 유럽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저가 전기차+대체 배터리' 공세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뒤따른다. 나트륨 배터리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며 전략적 산업으로 관리하고, 홍콩 증시 이중 상장을 통해 CATL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점에,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를 무기로 유럽 저가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은 여전히 삼원계(NCM, NCA) 중심이다. 고성능·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이 '고성능'에서 '경제성'으로 이동하면서 대응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LFP 확산에도 뒤늦게 대응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나트륨 배터리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공백이 뚜렷하다.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 시계를 앞당기면서도 전기차 가격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나트륨 배터리 채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시장을 겨냥한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트륨 배터리가 단기간에 리튬을 대체하긴 어렵지만, LFP처럼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유럽 저가 전기차 시장을 나트륨 배터리로 장악한다면,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은 기술 성능 지표만 강조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능뿐 아니라 경제성·공급망 안정성·환경 규제 대응력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배터리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연구과제등을 검토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후리포트] 치솟는 지구 기온…야생 동물도 극심한 더위에 내몰린다

지난해 5월 멕시코 곳곳에서는 200마리가 넘는 원숭이 죽은 채 발견되거나 탈수 증세를 보였다. 당시 멕시코 일부 지역은 한낮 최고기온이 45℃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는데, 원숭이도 폭염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 호주에서는 폭염으로 10만 마리의 박쥐가 떼죽음 당했고, 2017년 1월에도 40℃ 안팎의 폭염에 박쥐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2019년 11월에도 폭염 탓에 날여우박쥐 약 3만 마리가 이틀만에 떼죽음 당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야생 생물들까지 극심한 폭염에 노출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 전 세계 서식하는 척추동물 역시 광범위한 '열 노출'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특정 지역에서 1940~2023년 사이 관측된 연평균 기온과 2024년 연평균 기온을 비교, 2024년이 더 높으면 그 지점에서 해당 종이 '열 노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서식지가 넓은 종은 여러 지점에 걸쳐 기온을 비교했고, 서식지 면적 중 열 노출이 관찰된 면적의 비율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척추동물 3만3000여 종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전례없는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서식지 가운데 25% 이상이 고온에 노출된 종이 5368종이었는데, 전체 척추동물 가운데 6분의 1에 해당했다. 고온에 노출된 종수는 2023년(3188종)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보다 68% 증가했다. 더욱이 2023년 기준으로 고온 노출로 분류된 종 가운데 81%는 2024년에 또다시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돼 열 노출로 인한 위험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류군은 양서류(30%)였고, 파충류(21%)와 포유류(11%), 조류(6%) 순이었다. 연구팀은 847개 생태지역으로 나눠 조사했는데, 생태지역별로 최소 한 종이 고온에 노출된 지역이 51%였다. 2023년에는 이 비율이 45%였다. 종별 서식지 중에서 열에 노출된 면적 비율도 2023년 평균 17.6%에서 2024년 21%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2024년 고온 노출을 겪은 종의 91%는 작은 서식지 범위(

[단독] REC 현물거래액 전년比 14%↑…전기요금 인상 부담 커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거래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일부 태양광 발전사업이 비교적 높은 전력판매가격을 정산받고 있다는 의미다. REC 현물거래액은 한전이 부담하기 때문에 현물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신재생원스톱사업정보통합포털의 'REC 거래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REC 현물시장 총 거래액은 8223억9655만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7191억9080만원 대비 14.4%(1032억57만원) 증가했다. 지난 2023년 동기의 6496억9202만과 비교하면 26.6% 증가했다. REC란 대규모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설비용량 500메가와트(MW) 이상급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에 따라 발전량의 일부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올해 RPS 의무공급비율은 14.0%, 지난해는 13.5%였다. 올해 대규모 발전사들의 REC 의무공급량은 8765만1003REC로 전년 8546만4956REC 대비 2.6%(218만6047REC) 증가하게 된다. REC 현물거래액 증가율(14.4%)이 REC 의무공급 증가율(2.6%)을 크게 웃돈 이유는, 고정가격계약 단가보다 현물시장 단가가 더 높게 형성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물량이 현물시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REC당 단가는 2023년 1월 6만1000원대에서 최근에는 7만1000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전력도매가격(SMP)과 REC 현물시장 가격을 합쳐 1MWh당 19만2039원에 거래됐다. 이는 정부가 올해 상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상한가를 1MWh당 15만5742원으로 설정한 것보다 23.3%나 높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물량의 현물시장 쏠림으로 올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은 모집 1000MW 중 46MW만 낙찰됐다. 지난 2021년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의 낙찰물량 4250MW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고정가격계약이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생산한 전력과 REC를 판매하는 제도다. 반면, REC 현물시장은 일주일에 두 번 열리며 그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대규모 발전사들의 REC 구매비용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서 기후환경비용으로 거둬, 충당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윤석열 정부는 REC 현물거래액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커지자 지난해 6월 RPS를 폐지하고 경매제도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매시장에서는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경쟁 입찰을 통한 장기간 계약만이 활성화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RPS 폐지 및 경매제도 전환 방침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RPS 운영 전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다음달 1일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에 유리한 RPS제도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산업부에서는 전기요금에 영향을 주는 걸 가장 우려해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상한가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누르는데 바쁘고 RPS를 폐지하려고 했다"며 “가격이 올라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되면 RPS 폐지 방향을 바꿔 RPS에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우려

정부는 9월 7일 조직개편안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를 환경부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부가 맡고, 자원과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일방향 정책에 속칭 '올인'하겠다는 의도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원전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탈원전이 아니란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가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만들기 원하는 입장에서는 원전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은 독극물과 같다. 스웨덴 국영기업 바텐폴은 400메가와트 갈렌 해상풍력 투자 결정을 연기한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꼽았다. 유럽 에너지 언론 몬텔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양립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기사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기저, 중간, 피크부하 발전의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충족하며 역할을 마친 후 남은 역할을 수행하는 '잔여 부하'로의 변화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전력 부문의 원전은 진흥이 아닌 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내 에너지산업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이 이원화된 이유다. IEA는 2050년 에너지 믹스에서 66%가 재생에너지이며 원전은 11%, 석유 등 화석연료는 22%에 불과하다는 넷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복잡하고 할 일은 많지만 정책 집행 효능감은 떨어지는 화석연료 자원산업 같은 '잔여 업무'는 산업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스웨덴 대정전 같은 사례에서 배운 것이 없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과잉 공급으로 발생한 정전 역시 재생에너지 우호적인 백업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고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관성과 안정적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존 발전소 대신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그리드 포밍 인버터, 플라이휠로 관성을 제공하고 보조 서비스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은 2022년 이후 보조 서비스 시장 가격이 15배나 올랐으며, 영국 리버풀에 설치된 플라이휠 1대 가격은 470억, 영국 재생에너지 100%에 필요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설치엔 9조 4천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물론 이를 운영하는 보조 서비스 시장 비용은 별도다. 스페인은 현재 전력시장을 강화 모드 – 재생에너지를 대폭 축소하고 가스 발전을 대거 늘려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스페인은 2026년까지 이 강화 모드를 지속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추구했던 유럽과 서방세계가 전기요금 인하정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 전 총리 바비스가 이끄는 최대 야당 ANO는 에너지 가격 상한제와 EU 탄소배출권 거부로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독일 메르츠 정권은 연간 100억 유로를 들여 전력망 요금과 전력세 인하를 위한 법안을 승인했다. 체코는 한국의 원전을 도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2031년까지 탈석탄을 금지시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값 전기요금'을 공약했고 중국 상하이 등 지방정부는 올해 초 기업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메가와트시 당 최대 16%의 전기요금을 인하했다. 일본은 물가 상승 부담으로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폐지하겠다는 정당까지 등장했다. 이런 전 세계의 흐름에서 역행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럽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으로 제조업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앤트워프 선언으로 뒤늦게 제조업 경쟁력확보를 도모하고 있지만 제조업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2년 이후 70% 이상 오른 '전력 인플레이션'으로 탈한전은 물론이고 제조업 탈한국을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은 수출경쟁을 해야 할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보다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높다. 가야 할 길은 무작정 가는 길이 아니다. 이미 유럽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고] ‘인천미래에너지포럼’ 9월 16일 개최

인천시가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신문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2025인천미래에너지포럼'이 오는 9월 16일 개최됩니다. 금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며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연구원,한국남동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등이 주관사로 참여합니다. 포럼은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를 주제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소.부.장 기업의 기술 연계를 통한 수소전문 육성,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 및 탄소포집형 수소생산 기기 구축, 신재생에너지 발굴과 보급 촉진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청정수소 생태계 등을 조기에 조성하고자 열렸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청정수소와 암모니아 산업 중심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민간의 비즈니스 사업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개최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행사개요 □ 일 시: 2025. 09. 16. 10:00~16:00 □ 장 소: 송도 홀리데이인 호텔 □ 주 최: 인천광역시 □ 주 관: 에너지경제신문, 인천연구원,인천테크노파크, 한국남동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 □ 후원: 산업통상자원부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이차전지 산업, 다시 일으켜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차전지 산업이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적자와 가동률 저하로 추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기 산업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25년 상반기 기준 16.6%에 그치면서 작년 대비 5.4% 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세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위 CATL( 중국, 37.9%), 2위 BYD(중국, 17.8%), 3위 LG에너지솔루센(한국, 9.4%), 4위 CALB(중국, 4.3%), 5위 SK온(한국, 3.9%, 6위 파나소닉(일본, 3.7%), 7위 고타온(중국, 3.6%), 8위 삼성SDI(한국, 3.2%), 9위 EVE(중국, 2.7%), 10위 SVOLT(중국, 2.6%) 이다. 세계 1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3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ESS)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아직은 배터리가 68%로 앞서지만 최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SS는 잦은 충전과 방전을 견뎌야 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대규모로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이 중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대부분 제조업 형태에서 시작 되었다. 성능은 낮지만 비용은 휠씬 저렴한 제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생산비가 낮은 지역에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했고. 이차전지 산업도 제조업 성장 방정식이었다. 우리나라는 2003년 김대중 정부때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를 포함 시키고 육성에 나섰다. 이후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미래 핵심 산업은 전기차이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확보부터 나섰다. 리튬을 포함 배터리 소재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 원료 화보에 주력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이 결정된다. 전구체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재료가 필요하다. 특히 원료 중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죄우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1회 충전시 주행 가능한 거리도 늘어난다. 2018년부터 전기차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배터리 시장이 커졌다. 한국은 그 때만해도 이차전지 시장은 우리것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 상품의 다양성, 기술력 등에서 중국은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배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고성능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삼원계가 들어간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높고 특히 타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뒤쳐졌다. 그 사이 중국은 인산철(리튬-철-인,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 LFP는 처음엔 저가, 저성능이였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이 급속히 향상됐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LFP를 앞세워 ESS 시장도 장악했다. 이제 중국은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없는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을 따라 잡을려면 우선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정부의 체계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전략이 수반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지원이 중구난방이면 안된다. 매년 발표되는 미래 기술 선정은 지원도 분산되고 체계적 관리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보다 체계적이며 일관된 정책과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 결합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도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리튬 이외에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개발에 나서 원료 광물부터 채굴, 정련, 생산, 판매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내재화 했고,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이차전지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다시금 힘을 합쳐야 한다. 우선 인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을 보호하면서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히 필리핀 니켈 광산개발에 뛰어든 제이스코홀딩스 같은 기업에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 기반은 여전히 세계적이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강천구

19세기 극심한 가뭄이 주는 경고…‘기후공학’ 도입에 신중하라

200여 년 전 조선은 유례없는 대가뭄과 기근으로 인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이 끔찍한 재앙의 뒤에는 다름 아닌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힘이 도사리고 있었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 변화라는 또 다른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의 화산 폭발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려는 '지구공학' 혹은 '기후공학'(Geoengineering)기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의 비극은 이처럼 지금의 기후 위기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 대응 만큼은 과학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역사의 경고: 소빙하기 화산 폭발과 조선의 비극 소빙하기(Little Ice Age, 약 1350~1850년)의 마지막 시기였던 1809년과 1814년 조선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두 차례의 대기근에 시달렸다. 특히 1809년의 미지의 화산 폭발과 1815년 4월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그리고 그 사이의 세 차례 소규모 화산 폭발(1812년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의 라수프리에르, 1813년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스와노세지마, 1814년 필리핀 루손섬 마욘 화산)은 지구 기후를 심각하게 교란했다. 특히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은 화산폭발지수(VEI)가 7에 이르는 엄청난 폭발이었다. VEI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스미스소니언 연구소가 제안한 화산 분출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수다. 0에서 8까지 등급으로 나뉘며, 분출된 화산재·화산쇄설물의 양, 기둥 높이, 폭발 강도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탐보라 화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폭발 가운데 하나로, 대기 중에 엄청난 양의 황 에어로졸을 방출해 '여름이 사라진 해(1816)'라는 기후 재앙을 일으켰다. 탐보라를 포함한 연쇄적인 화산 폭발은 두꺼운 화산 먼지와 화산재를 성층권으로 뿜어 올려, 지구 곳곳에 다양한 기후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 기후대는 매우 건조한 여름을 보냈는데, 이는 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려 심각한 기근으로 이어졌다. ◇다산 정약용의 기록과 조선왕조실록 등으로 본 기근 대구한의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김성우 교수는 최근 국제 저널인 '과거 기후 연구 (Climate of the Past)'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빙하기 마지막 시기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심각한 기근을 자세히 다뤘다. 논문에서 언급한 두 차례 기근은 순조 재위 기간(1800~1834년)과 겹치는 1809~1810년, 1814~1815년에 발생했다. 김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과 『경세유표(經世遺表)』,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참고로 당시 심각한 기근 상황을 정리했다. 『다산시문집』은 정약용의 전집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중에서 시문집 22권을 국역서 10책(색인 1책 포함)으로 간행한 것이다. 『경세유표』는 정약용이 조선 후기의 혼란한 상황을 바로잡고 부국강병을 이룩하기 위해 『서경(書經)』과 『주례(周禮)』의 이념을 근간으로 하여 조선 사회의 개혁안을 저술한 책이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1809년 여름 전라도 남서쪽 해안의 강진에서는 2월 초부터 8월 초까지 6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가뭄이 너무 심해 대나무는 새순을 돋우지 못하고 소나무는 솔방울을 맺지 못했으며, 모든 수원(水源)이 말라 주민들은 마실 물 부족에 허덕였다. 논의 70~90%에서 벼가 시들어 말라 죽었고, 강진 전체 논 면적의 1.7~10%에서만 벼를 수확할 수 있었다. 나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조선 전체의 상황도 비슷했다. 6년 후인 1814년에 또 다른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7월 하순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보리 농사는 완전히 실패했고, 모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늦은 장마로 강변 저지대에 홍수가 발생했는가 하면, 서리가 유난히 일찍 내려 가을 농작물마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경상도 지역의 곡물 가격 변동으로 미루어 볼 때, 1814년의 기근은 1809년보다 1.5~2배 더 심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근으로 생지옥으로 변한 조선 사회 두 차례의 대기근은 조선 사회를 말 그대로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당시 약 1400만 명의 조선 인구 중 약 24%에 해당하는 340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이질·발진티푸스·,천연두·홍역과 같은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 지방에 피해가 집중되었으며, 강진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의 거의 30%가 목숨을 잃었다. 유배지인 강진에서 이를 겪은 다산은 “백성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관청은 이주민으로 붐볐다"고 기록했다. 곡식을 구하기 위해 금과 은을 들고 시장에 가도 살 수 없었고, 겨울이 오기도 전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해적 행위와 산적이 만연했다. 혹독한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이주민들 사이에서 홍역 등 전염병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1810년 봄 사망자수는 더 늘었다. 다산은 “길과 들판에는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라고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에서는 집의 담이 허물어지고, 문은 뜯겨 나가고, 마당에는 쑥이 무성했다. 1809년 여름에 시작된 대기근은 1810년 6월 말 보리 수확 직전에 절정에 달했다.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은 겨와 모래를 섞은 보리죽을 먹었야 했다. 조선왕조는 3년마다 전국 인구를 조사했는데, 전라도와 경상도 등지의 초과 사망자는 1809~1810년 102만명, 1814~1815년에는 232만명이었다. 두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약 3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4.3%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후 재앙에도 불구하고 조선 조정은 농민들에게 이전 수준의 높은 세금을 강요했다. 이에 다산은 토지 개혁(정전제(井田制)) 방안을 제시했지만, 부패한 권력층의 반대와 무관심 속에서 좌절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 대기근의 충격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조선 왕조의 무능과 무책임은 왕조의 멸망과 한일합방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위험한 유혹: 기후 공학에 대한 우려 과거의 화산 폭발이 지구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듯이, 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은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 SAI)이라는 기후공학 기법을 통해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는 화산 폭발이 성층권에 뿜어내는 황산염 에어로졸과 유사한 물질(주로 이산화황, SO2)을 대량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태양에너지가 지구 표면에 도달하지 않도록 차단해 지구 기온을 낮추려는 것이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약 17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분출되어 약 2년간 전 지구적으로 0.5°C 가량의 기온 하강 효과를 보인 사례가 이러한 아이디어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SAI는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전문가들은 SAI와 같은 지구공학 기법들이 기후 관련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책임 있는 접근 방식으로 간주될 필수 기준(예: 실현 가능성 및 성공 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도 기후과학 전문가들은 기후공학이라는 '꼼수'로는 온난화를 막을 수 없을 뿐더러 환경에도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 42명은 9일(현지시간)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에 '위험한 기후공학으로부터 극지방 보호하기: 제안된 개념들과 미래 전망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기술을 통한 환경 개입으로 제안된 방안 중 비교적 널리 거론되는 것을 검토한 결과, 모두 실현가능성과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환경에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검토한 것으로는 ▶에어로졸을 성층권에 살포하는 것 ▶그린란드나 남극 등 대륙빙하에 따뜻한 바닷물이 닿지 못하도록 '바다 커튼'을 설치하자는 주장 ▶해양 빙하가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바다 얼음에 유리구슬을 뿌려 반사율(알베도)을 높이거나, 펌프로 바닷물을 그 위에 뿌려 해양빙하의 두께를 늘리자는 방안 ▶철분 등 영양분을 바다에 뿌려 식물플랑크톤 번식을 촉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토록 하자는 제안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제안은 급격하고 깊이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외에 다른 수단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의사 결정자들이 입증된 탈탄소화 전략 대신 기후공학에 집중하게 만들고, 심지어 화석 연료 산업과 같은 '약탈적 지연(predatory delay)' 행위자들이 기후 행동을 가장하여 지속적인 배출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진정한 해법: 경각심과 실질적인 행동 과거 조선의 비극은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 현상에 의해 촉발된 기후 재앙이었다. 당시 인류는 그 원인을 이해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임을 명확히 알고 있다. SAI와 같은 기후공학 기법은 과거의 화산 폭발처럼 성층권에 먼지를 뿌려 일시적인 냉각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재앙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금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기술적 해결책에 자원과 노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고, 오히려 기존에 입증된,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전략에 집중하고 이를 신속하게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의 확대를 제한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접근 방식은 '넷 제로(net-zero)' 배출 달성을 위한 즉각적이고, 신속하고, 심층적인 탈탄소화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경각심은 가져야 하지만 불확실한 기후공학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접근법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이러한 기술에 대한 추가 연구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러한 아이디어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우선순위나 극지방에서 기초 연구를 수행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행성 지구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직시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검증된 행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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