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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 삼천리그룹, 백년기업 향한 새로운 도약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그룹은 도시가스, 열, 전기 등 국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수기업으로 거듭났다. 창립 이래 연속 흑자 기록과 상장 이후 연속 배당 등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삼천리는 현재 다방면에서 전도유망한 신규 사업을 지속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제 삼천리는 에너지환경, 생활문화, 금융에 이르는 모든 방면에서 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하며 미래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환경 부문에서 주축이 되는 도시가스 사업은 삼천리가 경기도 13개 시, 인천광역시 5개 구의 335만여 고객에게 연간 38.5억㎥에 이르는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의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이다. 총 8188km에 이르는 단일 기업 최장 배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중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가스 판매량 중 산업용 비중이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정용 비중과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하고 있다. 또한 업계 리딩 컴퍼니로서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여 도시가스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집단에너지 및 발전 사업에서는 삼천리 광명열병합발전소가 광명역세권지구 및 소하·신촌지구 등지에 냉·난방용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집단에너지 전문 기업인 휴세스와 안산도시개발이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아울러 민간 발전 기업인 S-Power(에스파워)가 안산복합화력발전소에서 저탄소 연료인 LNG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국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삼천리ES는 고객이 깨끗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자원순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삼천리ENG는 도시가스 배관과 열수송관을 시공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돕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삼천리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축적해 온 전문성을 살려 연료전지 사업, 탄소배출권 개발 사업, 친환경 차량 충전 사업 등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생활문화 부문 역시 활발히 전개 중이다. 외식 사업에서는 모던 중식당 'Chai797', 홍콩 대중음식점 '호우섬', 한우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직화구이 전문점 '서리재'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국내 외식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중식과 한식을 운영하며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식에도 새롭게 진출해 최근 도쿄 3대 스시로 이름난 '이타마에 스시'를 국내에 론칭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외식과 호텔을 운영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자동차 딜러 사업에서는 BMW 공식 딜러사인 삼천리 모터스가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BMW 신차 및 BPS(BMW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전기차인 BYD 공식 딜러사로 삼천리EV가 출범하면서 목동, 송도, 안양 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삼천리자산운용이 전통적 에너지 자원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각종 에너지 상품에 특화한 투자·운용에 나서고 있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신기술사업금융업자로 출범한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데 나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천리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천리그룹은 지역사회와 고객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사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노력할 예정"이라며 “지난 70년을 넘어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데 주력 중인 삼천리그룹은 유망한 시장과 산업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지속성장하는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금융투자자가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비자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이 마구 밀려왔는데, 그 와중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눈앞에 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라 기후 위기와 국제 협약에 적극 대응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에너지 분야의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따라 국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중후장대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의 분리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금융투자자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녹색금융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 정부 시기에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소형모듈형원전(SMR)이나 대형 원전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점은 2035년 이후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은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텐데, 전력 부족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으로 전력 수요를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기존 계획을 뒤엎기보다는 로드맵을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목표의 조기 달성을 모색하는 편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요구된다. 전체 발전을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어 RE100을 달성하더라도, 철강·금속 등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기술과 역량으로는 2050년에 전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Net-Zero)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 및 실증에 힘써야 한다. 따라서 현재 관점에서 경제성이 낮아 보이는 수소, 암모니아, 탄소포집·이용·저장(CCUS)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화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른바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공 및 민간 벤처캐피털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기에 놓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탄소 녹색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특히 녹색채권과 녹색여신)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대선 공약에서 강조된 2040년 석탄화력발전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시장의 힘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으로의 전환과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일을 공공만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 금융과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 및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에 대한 정책적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신속히 제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신과 신호를 주어야 한다. 금융투자자는 구호보다 구체적인 결과, 정치보다 안정적인 정책, 돌풍 같은 인기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한다. 양대 강대국이 한국에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바로 이 시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다. 전환과 혼란의 시대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할 만큼, 공공과 민간 자본을 조직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발력 있는 전략 수립과 이행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금융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모습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부, 신규 댐 14개 중 절반 중단…‘기후대응’ 이름도 박탈

환경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4개 신규 댐 가운데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한다.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부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댐 건설 계획 자체를 문제 삼으며 뒤집은 만큼,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28일 신규 댐 관련 브리핑을 열고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천) 등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7개 댐에 대해서도 기본구상 단계에서 용도·규모·사업비 등을 철저히 검토할 계획이다. 14개 신규 댐 중 7개 댐의 추진이 중단되면서 당초 약 4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던 총사업비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14개 신규 댐 건설을 홍보했으나,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인 소규모 댐 여러 개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에서 요구하는 물 수요에 대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하거나, 하천 정비 등 다른 대안보다 댐 건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대응댐은 추진할 때부터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환경단체로부터 이름이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비판 받아왔다. 댐이 실제로 기후대응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음에도 홍보를 위해 이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기후대응댐에 대해 “너무 뭉뚱그려서 표현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신규 댐 중 일부는 과거 주민 반대로 철회됐음에도 무리하게 재추진된 경우도 있었다"며 “댐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에야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지역 사회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수발전댐이나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 저수지를 홍수 조절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면밀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사업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과도한 사업 추진은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댐별 추진 중단 사유를 보면, 수입천댐(양구)·단양천댐(단양)·옥천댐(순천)은 지역 반대가 심해 전 정부에서도 이미 추진이 보류된 곳이다. 동복천댐(화순)은 기존 주암댐과 동복댐 사이에 신규 댐을 건설하는 계획으로 주민 반대가 심했다고 판단됐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식수 전용 댐인 산기천댐(삼척)은 국고 지원이 불가한 사업임에도 전 정부에서 무리하게 국가 주도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분석됐다. 용두천댐(예천)은 주변 양수발전을 활용하는 대안이 가능하고, 운문천댐(청도)은 하류 정비를 통해 댐 건설 외의 대안이 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댐 건설 계획이 수립된 점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 댐이라고 얘기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의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정부 내에서 감사원 감사 등과 관련한 절차를 통해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장박원 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념에 갇히면 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드디어 닻을 올린다. 기후 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총괄하는 부처의 필요성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에너지 조직과 환경부를 합치려는 입법 활동이 시작된 건 2012년부터다. 이때부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부처의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규제 부처인 환경부와 에너지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조직이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론에 에너지 안보가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앞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인공지능(AI) 사용이 확산하면 에너지 수요가 폭증할 텐데 환경 문제에 매달리다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고 과거 정부처럼 전기요금을 억지로 묶어두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의 투자 여력이 급속이 떨어지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정부도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후 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의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책을 놓고 이념 전쟁을 하면 안 된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전도 있는 건 써야 한다. 저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서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에너지부, 에너지 차관, 환경부서, 규제부서, 환경 담당 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막 갑론을박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는 거 하고 어떤 게 낫나.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간 절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근거로 전기차 보조금을 예로 들었다. 환경부 주도로 보조금을 주었더니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 보존 측면만 생각해 보조금을 지급한 결과다. 만약 환경과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이 같은 부처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렇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다. “에너지와 기후 환경 정책을 지금처럼 따로 놔두면 안 된다. 차라리 에너지 담당 부서와 환경부서가 그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논리는 그럴 듯하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정책 담당자와 기후 환경 담당자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조직에서는 파워 게임이 벌어진다. 이권을 놓고 다툰다. 이견을 가진 두 집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가장 큰 권력을 쥔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정부 부처에서는 장관이 최종 결정권자다.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에너지와 기후 정책은 일방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만약 장관이 기후 환경을 중시하는 전문가라면 에너지 안보가 소홀해질 수 있다. 에너지부와 환경부를 합친 유럽 국가들이 바로 이런 문제로 어려움에 겪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했다 . 미래 세대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촌이 홍역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탄소 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이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있지는 않다. 꼭 가야 할 길이지만 국민 안전과 생명, 국가의 번영을 희생하면서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지고지순의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후 이념'에 갇혀 에너지 산업을 등한시하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기후 환경과 에너지 조직을 하나의 부서로 합쳐 실패했던 유럽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을 놓고 이념 전쟁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성공으로 이 말을 증명해야 한다. 장박원 기자 jangbak@ekn.kr

국회예산정책처, 수송분야 탄소 감축 위해 탄소세 도입 제안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송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 조세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세 도입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약 9390만톤 감축했으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1억2700만톤의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송부문의 경우 2018년 이후 감축 실적이 1.7%에 그쳐 저조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휘발유 대비 경유 세율 비율(탄소배출량 기준 환산 시 51.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60~80%)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탄소가격 기능이 약화돼 있다는 평가다. 조세 지원 측면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이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보급 성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0만대에서 지난해 14만7000대로 1.5배 증가에 그쳤고, 올해 6월 기준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중 전기·수소차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기 위한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행 유류세 중 기후대응기금에 배분되는 7%에 탄소배출량을 연동한 세율(탄소세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 경우 초기 탄소가격은 톤당 약 1만6500원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톤당 1만6500원 수준의 탄소가격을 2035년까지 국제 평균 수준인 6만7200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수송 부문 배출량은 기준선 대비 2026~2035년 10년간 약 4.8% 추가 감축되고, 같은 기간 세수는 총 13조7000억 원(연평균 1조37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탄소세는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확산에 따른 세수 공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출 비용을 높여 감축 유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연료비 상승은 기업의 물류비·운영비를 높여 부담을 키울 수 있고, 이 비용의 일부가 최종가격에 전가돼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세 수입은 무공해차 전환, 충전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유류비 부담 완화, 경유차를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전환 이행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합리적 세율체계 마련 △저탄소 투자 및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지원 강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제도와 세제의 보완적 연계 강화 등의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지난 24일 개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유럽연합(EU)처럼 오는 2035년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송 부문의 감축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안전대상 은탑산업훈장에 이흥복 통영에코파워 대표

가스안전 및 가스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는 '제32회 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이 2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정관)가 주최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가스안전관리에 공헌한 100명의 개인과 3개 단체에게 은탑산업훈장 등 정부포상(13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25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상(65점)이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통영에코파워 주식회사 이흥복 대표이사가 국내 최초 천연가스 수급체계를 민관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설비건정성 확보를 통해 무재해·무사고를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훈격인 은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성산기업 권찬용 대표이사는 40여년간 열교환기와 산업기기 제작에 헌신한 점을, 삼천리 김원중 전무이사는 저탄소에너지의 보급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편의개선 및 가스안전 홍보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날 한국가스안전공사 박경국 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확산과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안전관리 패러다임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안전관리 확대 △수소 안전관리 강화 △탄소중립 시대의 안전 리더십 확보 △규제 혁신과 산업경쟁력 강화 병행 등을 제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로 초단기·초정밀 기상예측…재난 피해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

기상청이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해 기상예측 기간을 6시간 단위로 단축하고, 지역단위도 시·군·구보다 더 좁혀도 예측 정확도를 높게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후 재난 피해를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기상청은 24~26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함께 'AI 초단기예측 시범사업(AINPP)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에 'AI 3대 강국 도약'을 명시해 왔으며,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도 이에 발맞춰 예보 전 과정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상청은 초단기 예측 모델을 올해 5월부터 현업에 활용 중이며, 14일 이상을 내다보는 중기 AI 예측 모델은 2029년까지 개발을 추진한다. 초단기·단기 영역에서는 국지호우·돌발강풍 등 재난 기상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 시간을 벌고, 중기 예측에서는 대기 순환·해수면온도 패턴을 학습한 AI가 전통 수치예보와 결합해 정확도 개선을 돕는 방향이다. 이번 포럼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W4ALL)' 이행을 뒷받침할 목적에서도 기획됐다. 유키 혼다 WMO 통합처리·예보시스템 과장은 기자회견에서 “AI 개발은 민·관·학의 협력 과제"라며 “각국 기상청은 '적시에 경보를 발령해 생명을 구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고, 국제 협력의 원칙(제네바 합의)을 지키며 기술을 공유·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며 단시간 내 정확한 기상 변화 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50㎜ 이상의 극한 호우가 관측돼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AI는 재난 대비를 넘어 데이터 기반 사업로도 이어지고 있다. AI를 통해서 시군구 단위의 평균 기상 예측이 아닌 좁은 지역에 대한 날씨 전망도 가능해질 수 있다. 데이비드 존 가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리더는 “미국에서도 최근 수년에 걸쳐 에너지 트레이더와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상산업 스타트업들이 굉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AI를 활용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과 기상산업기술원이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개최한 '기상기후산업대전'에서는 AI 관측·예측 장비로 특정 공사 현장의 열지수와 강풍 위험을 사전 경보해 작업자 안전을 높이거나, 태양광 발전소 인근 일사량 변화를 추적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CCTV 영상 AI를 통해 한 구(區)를 수십개 격자로 세분화해 '골목 단위' 농도를 실시간 지도 형태로 제공, 취약계층 이동 동선에 바로 반영하는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화웨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도 이번 세미나에서 각사의 AI 예보 모델을 소개하며 한국 기상청과의 협업 의지를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윤병효의 에·바·다] 이재명 정부는 대왕고래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성공적인 에너지전환과 이를 통한 2050 탄소중립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부라는 파격적인 부처가 탄생했고, 곧 재생에너지 대거 보급 및 화석연료 감축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먼저 적용했던 유럽의 실패 사례로 볼 때 우리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게 되면 자연스럽게 화석연료 중요도는 떨어지게 된다. 그러다 지정학 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국내 에너지요금도 폭등하게 되고, 이로 인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제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불만이 가득한 국민들이 선거에서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연료를 강조하는 선택을 하면서 결국 탄소중립 정책은 한발 물러서게 된다. 대응책은 있다. 우리나라가 지정학 분쟁에 휘둘리지 않도록 탄탄한 에너지 공급망을 갖추면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우리 영해에 대규모 석유가스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포항 앞바다에서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량을 찾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 가스전 사업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 사업에 극도의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바 있지만, 당시는 정부와 정치적 대치 상황이었고, 이제는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이 사업의 진정한 의미와 효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게 됐다. 신설 부처지만, 사실상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분야를 흡수한 '거대 환경부'라고 할 수 있다. 기후와 에너지 분야는 서로 상충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에너지 분야에서 보면 지금도 에너지 사용량의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급작스럽게 줄이는 것은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선뜻 대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더 방점을 두고 기후가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기후를 더 우선에 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든 것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앞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올해 2월 조기 치러진 총선에서 그동안 연정을 통해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온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모두 뒤로 밀려나고, 중도우파인 기민·기사련이 1당, 극우성향인 대안당이 2당이 됐다. 지난 5월 6일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우리나라의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같은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 신설이 처음부터 잘못된 구상이었다고 비판하며 경제와 기후를 분리시킨 '연방경제에너지부'로 회귀시켰다. 영국은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를 신설한 뒤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를 거쳐 현재는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로 이어오고 있다. 에너지안보가 탄소중립보다 우선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에선 가축 수 1/3을 줄이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농민-시민운동당(BBB)'이 2023년 3월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됐다. 이 당은 “정부의 기후 위기론은 과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극단적으로 친환경 체제에서 화석연료 체제로 돌아선 케이스다. 바이든 정부는 이전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에 다시 가입하며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정부는 다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앞장섰던 서구는 왜 선거에서 탄소중립 체제에서 한발 물러나는 선택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요금 폭등이 꼽힌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40~50%에 달하는 유럽 주요국의 전기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각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을 보면 kWh당 아일랜드 0.45달러, 이탈리아 0.43달러, 독일·벨기에·영국 0.4달러, 덴마크 0.36달러, 네덜란드 0.29달러 등이다.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아일랜드는 636원, 독일은 565원가량이다. 현재 120원인 우리나라보다 무려 4~5배 비싸다. 우리나라 국민들 소득수준이 높아진다 한들, 현재보다 전기요금이 4~5배 높아진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이를 주도하는 정당을 선거에서 가만 둘까? 유럽은 전기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요금이 비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24년 기준 OECD 나라별 리터당 휘발유값은 네덜란드 2902원, 덴마크 2941원, 독일 2640원, 벨기에 2410원, 스웨덴 2321원, 영국 2460원 등이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1646원이다. 유럽 에너지요금이 비싼 이유는 수급 불안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럽은 신규 유가스전 탐사를 중단하면서 대부분의 전통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러-우 전쟁 이전까지는 상당량의 석유, 가스를 러시아로부터 가장 저렴한 방식인 배관을 통해 들여왔으나 전쟁 이후로는 러시아 수입을 거의 중단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부분을 미국과 중동으로부터 선박을 통해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팔 중동전쟁으로 수에즈운하를 통한 수입선까지 막히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호주산까지 들여오는 신세가 됐다. 유럽의 사례는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 즉 에너지 안보력이 약화되면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하게 되고, 실제로 지정학 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경제 저성장으로 이어져 탄소중립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명실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에너지 안보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가장 튼튼하게 하는 것은 수입이 필요 없도록 자기 영해에 대규모 석유가스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사업은 동해 울릉분지에서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량을 찾는 것으로, 탐사자원량은 35억~140억배럴로 조사됐다. 총 7개의 유망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유망한 대왕고래 구조에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약 12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첫 탐사시추를 진행했지만, 드라이(경제성 없음) 판명이 났다. 여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사기극' '예산 탕진'이라며 엄청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 그 돈이면 AI 반도체인 GPU를 3000장 살 수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대왕고래 구조의 드라이로 오히려 매장량 발견 가능성은 더 커졌다. 구조들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구조에서 드라이가 나면, 그 안의 물량이 다른 구조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개발권자인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15일 마감한 투자유치 입찰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3월부터 투자유치 입찰을 실시한 결과 복수의 해외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 중 한 곳인 영국의 BP로 확인됐다. BP의 참여 소식만으로도 매장량 발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공사는 외부 업체들로부터 최대 49% 지분투자를 받아 탐사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석유공사에 시추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외부 업체들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량은 9억6000만배럴로 7위이며,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은 17.42배럴로 세계 4위다. 10위국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36.82배럴 △캐나다 23.06배럴 △미국 21.96배럴 △한국 17.42배럴 △일본 9.89배럴 △러시아 9.49배럴 △독일 9.01배럴 △브라질 5.47배럴 △중국 4.21배럴 △인도 1.38배럴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 규모와 집중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급격한 체질 변화는 심각한 부작용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본지 기고에서 “한 국가의 에너지와 자원확보는 국가 산업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성과 변화가 있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이어달리기와도 같다. 내가 맡은 임기만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며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에서 각 정부의 주어진 임기에서 주어진 책무를 잘 이해하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실의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도 긴 안목으로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산업계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에 기술·설비 못 따라와…투자 지속 가능성 의문”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산업 협회 관계자들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설비 설치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각 산업이 위기를 겪는 만큼 투자 지속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목표의 사실상 하향을 요청했다. 정부는 26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해 산업부문을 주제로 네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센터장은 토론회에서 2035년 NDC 후보로 거론되는 '48%·53%·61%·65%' 등 4개 안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 부문 배출을 지난해 2억5090만 톤에서 2035년까지 1억9300만~2억 1930만 톤 수준(감축률 21~30%)으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산업 부문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체 배출량은 줄었지만, 생산량 단위당 배출량은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산업 배출은 2018년 2억6080만 톤에서 지난해 2억4270만 톤으로 6.9% 감소했다. 생산량 단위당 배출량은 철강이 2022년 톤당 2.17톤에서 지난해 2.18톤으로 오히려 늘었고, 시멘트는 0.99톤에서 1.03톤으로 상승했다. 석유화학은 1.68톤에서 1.62톤으로 소폭 개선됐다. 철강과 시멘트는 경기 위축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톤당 배출이 되레 늘어난 셈이다. 부문별 감축 수단으로는 철강의 수소환원제철·저탄소 강재, 시멘트의 혼합재 확대·저탄소 시멘트, 석유화학의 전기·수소 등 무탄소 연료 전환과 생분해 플라스틱 활용 등이 꼽혔다. 토론회에서 각 협회는 2035년 NDC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2035 NDC에서 제시한 최소치 48%도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철강의 경우 수소환원제철이 탈탄소 핵심 기술이지만, 250만톤 규모 실증설비가 실제 가동돼 감축 효과를 내는 시기는 2035년이 아니라 2037년으로 본다"며 “설비 건설에만 36개월이 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공기를 단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환원제철이 지연될 경우 전기로 전환이 대안이지만, 전기로 원료인 철스크랩은 국내 전량 조달이 어려워 약 20%를 해외에 의존한다"며 “철스크랩은 원한다고 곧바로 조달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고 주요 수출국들이 수출을 줄이고 있어, 정부의 안정적 조달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2035년 감축 수단으로 제시된 납사의 바이오 전환과 폐플라스틱 원료 활용은 현재 기준으로 기술 상용화가 지연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며 “최근 배출 감소는 일시적 가동률 조정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지속 가능한 구조적 감축이라 보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감축 기술의 상용화 시점과 한계를 고려해 단계적 감축 수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실장은 “시멘트의 혼합재 확대 역시 기술적으로 쉽게 극복할 과제가 아니다"라며 “시멘트 업계의 올해 내수 판매량은 상반기에만 20% 줄어,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는 2021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6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였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2035년 NDC의 48% 목표만 달성하는 데도 추가 설비 투자 2조2000억원과 연간 운영비 12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를 강력히 추진해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환경부가 배출권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도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기반해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도록 한 제도가 배출권거래제가 아닌가"라며 “정부가 목표를 강화해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15만 원으로 정상화되면, 기업들은 그 가격 이하에서 가능한 모든 감축 수단을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부조직법 통과에 즉시 출범…에너지정책 지형 대전환 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즉시 출범하게 됐다. 환경부를 확대·개편한 신설 부처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던 대부분의 에너지 기능이 이관된다. 다만 원자력 수출은 산업부(산업통상부)에 남게 된다. 이로써 한국의 에너지정책 컨트롤타워가 새롭게 재편되며, 향후 정책 방향과 산업계 대응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개편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으며,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다. 환경부가 이름과 기능을 바꿔 신설 부처로 전환되면서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전담한다. 정부는 “미래 위기 대응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내년 1월 시행)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내년 10월 시행) △방송통신위원회 폐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개편 △통계청·특허청의 국가데이터처·지식재산처 격상 등도 포함됐다. 이번 개편으로 중앙행정기관은 기존 19부 3처 20청 6위원회(48개)에서 19부 6처 19청 6위원회(50개) 체제로 바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한데 묶어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대응, 전력망 확충 등 굵직한 과제를 전담하게 되면서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다. 에너지업계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수소·CCUS(탄소포집저장활용) 등 친환경 전환에 힘을 쏟아온 기업들에겐 새로운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분리된 에너지 기능이 환경 중심으로 기울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책 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요금제 개편이나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첫째, 전기요금 및 시장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전 재무구조 개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비용을 반영한 전기요금 현실화 여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기후위기 대응 부처의 출범은 석탄화력 감축과 LNG 브릿지 전원 활용 강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산업부와의 역할 조정이다. 원자력 수출은 산업부에 남아 있어, 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다른 부처에서 추진된다. 두 부처 간 정책 조율과 협업이 향후 정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은 한국 에너지정책사에 '환경·에너지 일원화'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정책 혼선과 규제 강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새 부처가 탄소중립·에너지안보·산업경쟁력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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