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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전기차 완속 충전요금 13% 낮춘다…상한가 손질

정부가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충전요금을 완속 기준으로 최대 13%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기차 운전자가 여러 업체의 충전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로밍 카드'의 완속 충전요금 상한가를 대폭 인하하면서다. 다만, 정부가 가격을 직접 정하는 행위는 시장 논리에 어긋나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9일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사업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충전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에서는 충전요금 원가를 △30킬로와트(kW) 미만 kWh당 234.7원 △30kW 이상 50kW 미만 272.2원 △50kW 이상 100kW 미만 281.9원 △100kW 이상 200kW 미만 315.6원 △200kW 이상 348.7원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업계가 가져갈 이윤 20%를 더해 실제 충전요금이 정해진다. 즉 30kW 미만 구간은 234.7원에 이윤 20%(46.9원)를 더한 281.6원으로 산정됐다. 기존에는 100kW 미만은 kWh당 324.4원, 100kW 이상은 347.2원으로 단순화돼 있었으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이를 세분화했다. 30kW 미만 요금은 281.6원으로 기존 324.4원 대비 13.1% 낮아진 셈이다. 해당 충전요금은 기후부의 로밍 카드를 이용할 때 적용되는 요금 상한가다. 로밍 카드는 여러 업체의 충전기를 하나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개별 사업자가 로밍 카드 요금보다 높게 요금을 책정하더라도, 로밍 카드를 이용할 경우 상한가 이상으로는 부과되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요금에 사실상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것과 유사한 효과다. 최근 전기차 충전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기후부가 완속 요금 인하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전자청원에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공식 회부됐다. 해당 청원에는 스마트 전기차 충전기가 완속 충전요금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전기차 충전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석유 최고가격제처럼 수급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상시적으로 로밍 가격을 정부가 임의로 정해 통제하는 건 시장 논리에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왜 우리는 ‘되는 기술’을 스스로 금지했나: 수소 내연기관의 실종

자율주행과 전기화가 수송부문의 대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하나의 선택지가 암묵적으로 지워진 현실 자체는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로 한정하고 있다. 이 정의 속에는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수소 내연기관 차량이 애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차 일변도의 전환 경로 속에서 수소는 연료전지라는 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허용되었고, 그 결과 수소가 지닌 또 다른 기술적·산업적 가능성은 충분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는 Tesla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라고 본다. 그는 수년간 공개 석상과 인터뷰를 통해 수소차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발언을 반복해 왔다. 전기를 생산해 수소로 전환한 뒤 다시 이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 방식은 변환 손실이 크고, 승용차 기준에서 전기차 대비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문제는 머스크의 비판이 연료전지를 넘어 수소 전체, 특히 수소 내연기관까지 동일하게 포괄해버렸다는 점이다. 그의 “에너지 변환 단계가 많다",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비판은 전기→수소→전기로 다시 변환하는 연료전지에는 상당 부분 타당하지만, 수소를 직접 태워서 기계적 동력을 얻는 수소 내연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핵심 비판인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복잡성과 달리 수소 내연기관은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수소를 하나의 비효율적 선택지로 단순화한 이유는, 의도적인 전략이었다. 수소 내연기관을 인정하는 순간 전기차 중심의 정책·투자 집중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의 단순화된 비판은 글로벌 담론과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대안을 완전히 논외로 밀어냈다. 한국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법상에서도 이를 명시적으로 배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EU의 무공해 수송수단 (ZEV: Zero Emission Vehicle) 기준도 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CO₂ 배출이 없음에도 고온 연소로 인해 미세먼지 NOx가 완전히 0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엔진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로배출 차량 배제 사유가 된다. 경유차에서 요소수 넣어 미세먼지 원인인 NOx 저감하듯 똑같이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2024년 보고서도 현행 규제가 수소 내연기관을 넷제로 기여 기술로 인정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분류 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수소 내연기관 인정이 신속한 탈탄소화 옵션 제공, 공기질 개선, 경제 기여, 일자리 보호 등의 부가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수소 내연기관의 핵심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에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0년 이전부터 실증 사례가 존재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도 2022년 칼럼에서 수소엔진이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를 활용하면서 탄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임을 지적한 바 있다. 자동차 제조업 강국으로서 비용과 생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내연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한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은, 한국이 산업 구조적으로 수소 생산 자립 국가라는 점이다. 정유·석유화학·철강 공정 전반에서 이미 대량의 개질수소와 부생수소가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 이 수소의 상당 부분은 공정 내부 연료로 소모되거나 저부가가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수소 생산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한국을 구분 짓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처럼 부가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활용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우, 그레이·블루 수소 자체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논란과는 별개로 총 배출은 무조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CCS (Carbon Capture & Storage)등으로 자체 배출을 제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고 말이다. 반면 전기차를 위한 전력 생산은 여전히 수입 연료에 의존하고, 배터리 핵심 원자재도 대부분 해외 조달에 의존하며, 전기차 확산은 전력망 부담을 키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개별 차량에서 발전소로 몰아준것에 불과하니,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크지 않음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선택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채 전기차 중심 전환 경로에 편입된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결국 2015~2020년 사이 형성된 '수송부문 기후 대응=전기차, 산업 전환=배터리' 이라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결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수소 내연기관이나 혼합 전략을 제시할 정책적 공간은 사라졌다. 보조금, 규제 인정, 국제 협력, 수출 인증 모두 연료전지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수소 내연기관을 추진하는 것이 시장도 없고 리스크만 큰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수송에 대한 국내 시장 방어 혹은 자원 안보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감안하면, 지금 이 문제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수소 생산 및 수소차량 기술 보유 국가에서, 단지 정책 분류와 국제 분위기에 밀려 잠재력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전기차와 한국의 배터리 산업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이 가진 산업 구조와 자원 현실을 기준으로 할 때,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제라도 다시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문제 제기일 뿐이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소한 선택지를 스스로 줄이는 전략은 굳이 할 필요 없지 않을까. bienns@ekn.kr

석탄의 도시 보령, 수소로 전환 본격화…신보령에 그린수소 기지 착공

보령=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보령시가 화력발전 중심 도시에서 수소에너지 거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사업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 1월 충청남도, 한국중부발전, 현대엔지니어링, 테크로스 워터앤에너지, 아이에스티이와 함께 신보령발전본부 부지에 그린수소 생산기지 조성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석탄화력 산업에서 수소도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보령시 에너지 정책의 핵심 거점이다. 2.5M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설치해 연간 약 395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수소 승용차 약 7만 9천 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형 화력발전소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전국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석탄 발전소 폐지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우려에 대응해 해당 부지를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생산 거점으로 전환함으로써 '정의로운 전환'의 구체적 모델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보령시는 생산기지 조성을 계기로 관내 수소충전소와 연계한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수소 공급 체계를 통해 지역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타 지역 수소차 이용객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과 서비스 산업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이번 수소 생산기지 착공은 보령이 '에너지 그린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에너지 생산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시민 복지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기획]농촌도시의 녹색전환 실험…봉화, 전기차 확산으로 ‘탄소 감축’ 속도 높인다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 북부 산간지역인 봉화군이 교통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한 구조적 전환에 나섰다. 내연기관 중심의 이동 수단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무공해차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예산, 물량, 인프라를 동시에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예산·물량 동시 확대… “110대에서 302대로" 군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보급 규모는 110대 수준이었다. 올해는 지원 예산을 30억 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리며 보급 목표를 302대로 설정했다. 승용 170대, 화물 100대, 이륜 30대, 버스 2대 등 차종별 배분도 세분화했다. 이 같은 증액은 지역 내 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특히 농업 활동과 소규모 물류 이동이 잦은 지역 특성상 전기화물차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군은 실제 운행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은 차종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재편했다는 설명이다. ▲노후차량 교체 유도… 전환지원금 신설 올해 사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환지원금' 도입이다. 일정 기간 이상 운행한 내연기관 차량을 폐차하거나 처분한 뒤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인 배출 저감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원 대상은 최초 등록 후 3년 이상 경과한 일반 내연기관 차량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제외된다. 가족 간 증여나 형식적 거래를 통한 신청은 인정되지 않는다. 군은 제도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 서류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촌 맞춤형 전략… 화물·이륜차 집중 지원 봉화는 넓은 면적과 분산된 거주 구조를 가진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이에 따라 군은 소형 전기화물차와 전기이륜차 보급 비중을 확대했다. 전기화물차 지원 대수는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100대로 책정됐다. 농산물 운반, 마을 간 이동, 근거리 배송 등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도록 유도해 연료비 절감과 소음 저감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유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보급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충전망 37기 추가… 외곽 접근성 보완 보급 확대에 맞춰 충전 인프라도 확충한다. 올해 급속 27기, 완속 10기 등 총 37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공공기관과 읍·면 행정복지센터,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해 이용 편의를 높인다. 특히 외곽 지역의 충전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은 장거리 이동이 잦은 농촌 특성을 고려해 주요 생활권을 잇는 지점에 급속 충전기를 우선 배치할 방침이다. ▲기후 대응 전략의 일환… 지방정부 역할 확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차량 보급을 넘어 지역 차원의 기후 대응 전략으로 읽힌다. 중앙정부의 무공해차 정책 기조에 맞춰 지방정부가 실행력을 높이는 구조다. 군은 향후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청·심사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는 행정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 보급 신청은 2월 중순부터 접수에 들어간다. 세부 기준과 지원 단가는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산간 농촌 지역에서 시작된 이동수단의 변화가 생활 환경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美 전기차 판매 10년 만에 감소…현대차 시장 2위 유지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였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 속도가 다소 둔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판매 2위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27만5714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130만1441대)보다 약 2% 감소한 것으로, 최근 10년 사이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천500달러를 지원하던 연방 세액공제가 지난해 9월 종료된 것이 시장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보조금 종료를 앞둔 3분기에는 소비자 구매가 몰리며 판매가 36만5830대로 급증했지만, 4분기에는 23만4171대로 크게 줄었다.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는 테슬라가 58만9160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모델Y가 판매를 견인한 가운데,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 생산을 축소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으로 공장 활용도를 전환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9만9553대를 판매하며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을 중심으로 6만5717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 판매 호조로 3만3천836대를 기록했다. 브랜드별 순위로는 현대차가 3위, 기아가 8위에 올랐다. 이 밖에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가 9만6951대로 뒤를 이었고 캐딜락, BMW, 리비안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조금 축소와 규제 완화에도 전기차 전환 흐름 자체가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 충전 인프라 확충과 차량 가격 경쟁력 개선이 진행되면서 전기차 시장은 향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리포트]美 트럼프 행정부,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국내외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가 되어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가장 공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환경 규제 체계를 근본에서 흔드는 결정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대대적인 후퇴를 예고한 셈이다. 국제 사회와 글로벌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수장인 리 젤딘 청장과 함께 “EPA가 완료한 절차에 따라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 판단을 두고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린 재앙적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강조했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 6종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국민 복지에 위해를 가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과학적 결론으로, 지난 17년간 차량 연비 기준과 발전소 배출 규제 등 미국 기후 정책의 핵심 근거로 기능해 왔다. 젤딘 청장은 이날 이를 연방 규제 과잉의 '성배(聖杯, Holy Grail)'에 비유하며 “관료적 규제, 이른바 레드테이프가 잘려 나갔다"고 선언했다. ◇배출 급증 전망… 보건·기후 피해 우려 확산 규제 근거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은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로 인해 미국이 2055년까지 최대 180억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EDF는 이로 인해 2055년까지 최대 5만8000명의 조기 사망과 3700만 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폭염과 대기질 악화가 보건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 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보험료, 식료품, 에너지 비용 상승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가정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州) 정부 차원의 법적 대응도 예고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명백히 불법적인 조치"라며 소송 제기를 공식화했다. 과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이번 결정을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대한 거부"라고 평가했다.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 “미국 없는 감축 체제" 가속하나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는 미국 국내 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 기후 거버넌스 전반에 구조적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산업혁명 이후 누적 배출량 기준으로는 최대 배출국이다. 이런 국가가 온실가스 규제의 과학적·법적 근거 자체를 부정하면서 다자 기후 체제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해 이미 재탈퇴를 선언한 파리 기후협정의 실질적 이행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협정은 각국이 자발적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 '하향식·자율형 체제'에 기반하고 있어, 주요 배출국의 이탈이나 정책 후퇴가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감축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상 체제는 과학적 합의와 법적 연속성을 전제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위해성 판단'을 폐기함으로써 과학적 합의 자체를 정치적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향후 기후 협상에서 미국의 발언권과 신뢰도는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후 리더십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을 제외한 기후 거버넌스"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과 무관하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전환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기후 규범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합의 체제가 아니라, 지역 블록별 규범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파장 예상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저탄소 산업 질서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자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시장이 탄소 규제를 기준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만 규제 완화 노선을 고수할 경우 오히려 무역 장벽과 기술 고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동화 정책 후퇴로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86.8% 급감한 1만2166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 수요가 내연기관차로 완전히 회귀하기보다는, 전기차의 대안인 하이브리드차(HEV)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 판매와 수출에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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