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후리포트]美 트럼프 행정부,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국내외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가 되어온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가장 공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환경 규제 체계를 근본에서 흔드는 결정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대대적인 후퇴를 예고한 셈이다. 국제 사회와 글로벌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수장인 리 젤딘 청장과 함께 “EPA가 완료한 절차에 따라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 판단을 두고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린 재앙적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강조했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등 6종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국민 복지에 위해를 가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과학적 결론으로, 지난 17년간 차량 연비 기준과 발전소 배출 규제 등 미국 기후 정책의 핵심 근거로 기능해 왔다. 젤딘 청장은 이날 이를 연방 규제 과잉의 '성배(聖杯, Holy Grail)'에 비유하며 “관료적 규제, 이른바 레드테이프가 잘려 나갔다"고 선언했다. ◇배출 급증 전망… 보건·기후 피해 우려 확산 규제 근거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은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로 인해 미국이 2055년까지 최대 180억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EDF는 이로 인해 2055년까지 최대 5만8000명의 조기 사망과 3700만 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폭염과 대기질 악화가 보건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 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보험료, 식료품, 에너지 비용 상승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가정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州) 정부 차원의 법적 대응도 예고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명백히 불법적인 조치"라며 소송 제기를 공식화했다. 과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이번 결정을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대한 거부"라고 평가했다.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 “미국 없는 감축 체제" 가속하나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는 미국 국내 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 기후 거버넌스 전반에 구조적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산업혁명 이후 누적 배출량 기준으로는 최대 배출국이다. 이런 국가가 온실가스 규제의 과학적·법적 근거 자체를 부정하면서 다자 기후 체제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해 이미 재탈퇴를 선언한 파리 기후협정의 실질적 이행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협정은 각국이 자발적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 '하향식·자율형 체제'에 기반하고 있어, 주요 배출국의 이탈이나 정책 후퇴가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감축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상 체제는 과학적 합의와 법적 연속성을 전제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위해성 판단'을 폐기함으로써 과학적 합의 자체를 정치적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향후 기후 협상에서 미국의 발언권과 신뢰도는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후 리더십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을 제외한 기후 거버넌스"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과 무관하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전환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기후 규범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합의 체제가 아니라, 지역 블록별 규범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파장 예상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저탄소 산업 질서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자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시장이 탄소 규제를 기준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만 규제 완화 노선을 고수할 경우 오히려 무역 장벽과 기술 고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동화 정책 후퇴로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86.8% 급감한 1만2166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 수요가 내연기관차로 완전히 회귀하기보다는, 전기차의 대안인 하이브리드차(HEV)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 판매와 수출에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달콤한 독’과의 전쟁 선포…“정부의 공적 개입 불가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당류 섭취 문제를 해결하고, 이른바 '설탕세'로 불리는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국회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민국헌정회,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설탕 소비 억제를 위한 정책적 공감대 형성과 부담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업계 입장을 대변한 패널을 제외하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부담금 도입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윤영호 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주제 발표에서 “청량음료나 주스, 커피 등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충치·비만·당뇨·심경색·뇌졸중·암 등 만성 질환을 유발한다"면서 “치매와 우울증 위험과도 관련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 5명 중 1명, 어린이·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비춰 당류를 과다 섭취하고 있다"면서 “첨가당 과다 섭취는 건강 악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는 지난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각국에 권고했는데, 2023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20여 개국 혹은 지방 정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2018년 '청량음료 산업부담금(SDIL)'을 도입해 음료 100mL에 첨가당이 5~8g이 들어가면 18펜스(약 350원), 8g 이상 들어 있으면 24펜스(약 470원)의 부담금을 징수한 결과, 첨가당 음료 소비자 매출이 33% 감소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기준을 4.5g으로 강화하고,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단장은 “설탕 과다사용 부담금 징수를 위해서는 가칭 '건강공동체문화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하고, '건강 친화 경영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탄산음료 소비가 줄어들고 당 섭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로 칼로리 음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인공 감미료의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당 섭취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 중에 상당량의 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추김치에도 설탕이나 물엿이 적지 않게 들어 제품을 구입할 때 성분·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진수 교수는 “해외에서 'sugar tax'라고 해서 국내에서도 '설탕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당류 과다 사용 부담금'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부담금의 납부 의무자는 부과대상 식품의 제조업자가 되고, 이를 통해 (설탕을 덜 사용하는) 다른 방식의 생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 중에서 당류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식품, 대표적으로 청량음료 등 가공음료와 간식류 등이 부과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축사에서 “오늘날 초가공식품이 식탁을 지배하는 형편이라 설탕 과다 섭취를 개인의 절제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정부의 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 환경부 장관 재직 때 한강 등 4대강 별로 수도요금에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을 도입 과정에서 '준조세' 도입에 반대하는 주민 등을 설득하기 위해 3년 동안 300여 차례의 소통을 가졌고, 두 차례 2만4000명에게 장관 명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설탕 관련 부담금을 도입할 경우에도 끈질긴 설득을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부담금으로 조성한 재원은 건강 인프라 구축에 투입해서 초고령사회의 건강 손실 기간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어릴 때 혀가 한번 중독되면 바꾸기 어렵다"면서 “부담금으로 어린이 식생활 개선에도 쓰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입법 추진 협의체'도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을 가진 이 협의체에는 대한민국헌정회와 서욿대 건강문화사업단, 한국환자단체연합, 한국심장병환우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건강학회 등이 참여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효진퓨어메탄올, 미이용 산림목재 활용 바이오연료 기지 새만금 구축

새만금에서 산림에 방치된 목재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메탄올을 생산하는 시설이 들어선다. 자동차 자동화 및 청정에너지 설비 전문기업인 효진이앤하이(대표이사 김기영)의 자회사 효진퓨어메탄올은 내년 말 상업운전을 목표로 새만금에 '바이오 트리오(Bio-Trio) 리파이너리' 플랜트를 구축한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플랜트는 산림에 방치돼 탄소배출과 산불의 원인이 되는 미이용 산림목재를 활용해 연간 친환경 선박 연료인 바이오메탄올 1만5000톤, 탄소격리 소재인 바이오차 1만3000톤, 운송 연료 외 에너지 생산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리퀴드 6500톤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효진이앤하이는 청정메탄올산업협회 회장사이기도 하다. 효진퓨어메탄올은 자사의 '광양자 기반 열분해 및 개질'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기존 가스화 방식은 합성가스 생산에만 집중해 부산물 확보가 어렵거나 품질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반면 효진의 기술은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정밀 제어함으로써 가스화와 열분해의 장점을 모두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열분해의 고질적 문제인 '타르'를 광양자 에너지로 분해해 메탄과 합성가스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개질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폭시킨다. 효진이앤하이는 10여 년 전 중국 청도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중국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꾸준히 기술 교류를 이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플랜트 핵심 엔지니어링 설계는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중국 측과 협력해 수행하고 제조는 한·중 연합 공정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효진퓨어메탄올은 생산한 바이오차를 콘크리트에 혼입해 탄소를 수백 년간 격리하는 건설 연계형 탄소 제거(CDR) 사업도 본격화한다. 이는 대기 중 탄소를 줄이면서 탄소자발적 탄소시장 등에서 높은 가치의 배출권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리퀴드는 타르가 제거된 고농축 상태로 생산돼 농업 및 산업용 기능성 소재 시장에 진출한다. 김기영 효진이앤하이 대표이사는 “청도 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연합과 우리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해 세계적인 탄소중립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칠곡군, 팔공산 국립공원‘한티재’ 불법 간판 난립... ‘흉물 전시장’전락 (下)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불법 간판 그대로…칠곡군 경관 관리 책임 도마 위 관광객 첫 관문 이미지 훼손 우려…지역 관광 경쟁력 약화 지적 칠곡군 “전수조사 후 정비 추진"…실질적 개선 의지·이행 여부 관건 ​ '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일대 불법 간판 문제는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행정 관리 부실의 상징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칠곡군의 관리 책임과 행정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는 행정 책임과 개선 과제를 짚는다. 글싣는순서 1:국립공원 팔공산 맞나…한티재 진입로 불법 간판 난립, 관광객 첫인상 훼손 2:불법 간판 누가 세우고 누가 방치했나…칠곡군 단속 사실상 손 놓아 3:국립공원 품격 훼손 언제까지…칠곡군 관리 책임과 정비 대책 시급 ​ ​◇칠곡군 “전수조사 후 행정조치 검토…경관 관리 강화 추진"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 진입로 일대에 설치된 광고물 상당수가 여전히 정비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칠곡군 동명면 한티재 일대는 팔공산 국립공원을 찾는 주요 진입로 중 하나로, 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정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지역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허가 여부 확인이 필요한 광고물과 폐업 업소 간판 등이 여전히 존치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허가 여부 확인 필요한 광고물·폐업 간판 장기간 존치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한티재 일대 도로변에는△허가번호 또는 관리번호 표시를 확인하기 어려운 광고물△폐업 이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간판△규격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입간판 등이 다수 설치돼 있었다. 특히 국립공원 표지석 인근 도로변에도 광고물이 집중 설치돼 있어 국립공원 진입 공간의 경관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물 설치 시 허가 또는 신고를 거쳐야 하며, 관리번호 표시 등을 통해 관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된 광고물의 허가 여부와 적법성 여부는 지자체의 공식적인 행정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역 주민 최모(71) 씨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변 환경도 정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광고물은 이전과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외광고물 관리 권한은 지자체…체계적 관리 필요성 제기 옥외광고물 관리와 단속 권한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있다. 지자체는 광고물에 대해△허가 및 신고 관리△위반 광고물 조사△시정명령 및 철거명령△이행강제금 부과△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관리 수준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장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진입로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인 만큼 지속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관광지 첫 인상 좌우하는 공간…경관 관리 중요성 강조 한티재는 팔공산 국립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통과하는 주요 진입 구간이다. 이 때문에 도로변 광고물과 경관 상태는 국립공원의 첫 인상과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관광 분야 관계자는 “국립공원 진입로의 경관은 관광객이 지역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경관 관리 수준은 관광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경관 관리가 요구된다"며 “지자체와 관계 기관 간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칠곡군 “전수조사 실시 후 행정조치 추진" 칠곡군은 한티재 일대 광고물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태 점검과 정비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칠곡군 도시관리부서 관계자는“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일대 광고물 관리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해당 구간 광고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허가 여부와 관리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광고물에 대해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필요 시 관련 법령에 따른 행정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폐업 업소 광고물 등 장기간 존치된 광고물에 대해서도 정비 대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국립공원 진입로 경관에 부합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 실질적 정비 여부 주목 국립공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 자산으로, 진입로 경관 관리 역시 중요한 행정 과제로 평가된다. 한티재 일대 광고물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실질적인 정비와 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경관 환경 조성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환경포커스] 멸종위기 삵과 수달…도로 위에서 숨을 거둔다

설 연휴를 맞아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차량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는 설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도로 위에 오르지만,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바로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이다. 로드킬은 차량에 탑승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포유류인 삵과 수달은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와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기윤 교수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Animal Cells and Systems)'에 국내 멸종위기종 삵과 수달의 로드킬 발생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2021년 국토교통부 로드킬 정보시스템(KROS)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종의 사고 발생 시기와 공간적 특성을 정밀 분석했다. ◇가을철에 집중된 삵 로드킬 분석 결과, 삵(Prionailurus bengalensis)은 조사 기간 동안 총 589건의 로드킬 피해를 입어, 국내 멸종위기 포유류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건 가까운 수치다. 삵은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대표적인 '가장자리(edge) 종'이다. 이 같은 서식 특성상 도로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로드킬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특히 삵의 로드킬은 가을철에 집중되는데, 이는 여름철보다 약 6.9배 높은 수준이다. 가을은 어린 개체들이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분산기로, 도로 위험에 익숙하지 않은 개체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도 번식을 앞둔 수컷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로드킬 발생 빈도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수달(Lutra lutra) 역시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총 22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달은 하천과 해안 등 수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 반(半)수생 포유류다. 수달의 로드킬은 여름철에 가장 집중되고, 가을철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번식과 새끼 분산 시기와 맞물려 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달이 다리 아래 수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로 위로 올라와 이동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수달의 로드킬은 해안 도로와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도로 폭와 차량 속도가 중요한 변수 연구팀 분석 결과, 삵과 수달 모두 3~4차선 도로에서 로드킬 발생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삵 로드킬은 주로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에 위치한 4차선 국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4차선 도로가 한국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가장 흔한 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달 역시 4차선 도로처럼 규모가 큰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삵의 경우 차량 속도와의 상관관계에서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제한속도가 시속 40~50㎞ 구간과 시속 80~100㎞ 구간에서 사고 위험이 높았다. 시속 40~50㎞ 구간은 주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에 비해 시속 80~100㎞ 구간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구간이고, 이런 도로에서 사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달은 차량 속도 자체보다는 수역과의 거리나 고도 등 서식지 환경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수달 역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근처나 해안 도로처럼 차량 속도가 빠른 구간을 지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결국,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는 동물이 접근을 기피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교통량과 높은 주행 속도가 결합된 구간은 동물이 도로에 진입했다가 피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다. ◇도로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장벽'이 됐다 삵과 수달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상위 포식자다. 이들의 감소는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로드킬의 근본 원인으로 도로 건설에 따른 서식지 파편화를 지목했다.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도로가 가로막으면서, 도로 횡단이 불가피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차선이 넓고 차량 속도가 빠른 국도와 고속도로는 동물들에게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장벽이자 고위험 지대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개인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연구팀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표적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삵의 경우, 산림과 농경지 경계부에 위치한 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와 생태 통로를 집중 설치할 필요가 있다. 수달은 하천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수중 이동이 가능한 통로나 육상 언더패스를 설치해, 도로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로드킬 다발 구간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특히 사고 빈도가 높은 4차선 국도 및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속도 제한을 강화해 운전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오갈 것이다. 도로 위에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하면 ‘오염 불평등’ 그림자 드리울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중이라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이른바 '새벽 배송' 카드를 꺼내 들면서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의 급성장에 대응해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배송 시간대의 변화가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새벽 배송 확대는 단순한 유통 규제 완화가 아니라, 대기 오염과 환경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밤에는 오염이 더 쌓인다"…토론토대 연구의 경고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시민·광물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비(非)피크 시간대 상업용 배송이 대기 질 및 환경 정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팀은 상업용 배송 트럭의 운행 시간을 낮에서 저녁·밤 시간대(비피크 시간대)로 전환할 경우,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와 공간적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에 위치한 광역 토론토 및 해밀턴 지역(Greater Toronto and Hamilton Area, GTHA)이다. 그 결과, 배송 시간이 밤으로 옮겨지면 낮 시간대 교통 혼잡이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절반에 불과했다. 밤 시간대에는 오히려 대기 오염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핵심 요인은 '대기 안정성'이다. 낮에는 태양 복사열로 인해 공기가 활발히 위아래로 섞이며 오염 물질이 확산한다. 반면 밤에는 지표면이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화되고, 오염 물질이 퍼질 수 있는 혼합 경계층이 매우 얕아진다. 이로 인해 디젤 트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은 공기 중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표면 근처에 정체된다. 특히 블랙 카본(BC)과 이산화질소(NO₂)와 같은 자동차 기인 오염 물질은 밤과 새벽 시간대에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비피크 시간대 배송 시나리오에서 하루 평균 블랙 카본 농도가 소폭 상승하거나, 낮 시간대의 개선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류센터와 도로 인근은 '오염 핫스팟' 이러한 영향은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물류센터, 대형 유통 허브, 고속도로 인근은 트럭 통행이 집중되며 대기 오염의 '핫스팟'이 되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도로 화물 운송은 전체 주행 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의 약 65%, 초미세먼지(PM2.5) 배출의 약 69%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 기여도가 높다. 특히 새벽 배송처럼 야간·새벽 시간대에 트럭 운행이 집중될 경우, 이들 지역 주민은 밤의 대기 정체로 인해 더 높은 오염 농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외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공기 질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연구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문제다. 캐나다의 경우 물류 거점이나 고속도로 인근에는 이민자,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낮 시간대 배송 감소로 인한 대기 질 개선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리지만, 동시에 밤 시간대에 집중되는 오염 증가의 피해 역시 가장 직접적으로 감내하게 된다. 그 결과, 배송 시간 조정이라는 정책 변화가 지역 간, 계층 간 대기 오염 노출의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야간과 새벽에 근무하는 배송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대기 오염 물질이 지표면에 정체되는 시간대에 오염원이 발생하는 도로 위에서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트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교통 관련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짧은 시간의 노출이라도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해법은…전기차 전환과 경로 재설계 연구팀은 새벽 배송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디젤 배송 트럭의 전기차 전환 및 친환경 차량 도입 ▶주거 밀집 지역과 소외 계층 거주지를 피한 야간 배송 경로 재설계 ▶물류센터 주변 지역의 대기 질을 고려한 공간적 형평성 평가 ▶초단기 배송을 당연시하는 소비자 기대치 조정 ▶충전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 물류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확대 등이 제시됐다. 특히 배송 차량의 전기차 전환은 블랙 카본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거의 제거할 수 있어, 새벽 배송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건강 피해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은 유통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배송 시간대의 변화는 특정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직결되고, 물류 시스템 전반의 환경 부담을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새벽 배송 확대를 논의할 때, 쿠팡과의 경쟁 구도나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대기 오염의 공간적 불평등과 환경 정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적 시야가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유통 혁신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재활용 빙자 시멘트공장으로 몰리는 수도권 쓰레기

올해 본격 시행된 수도권 직매립 금지 이후 수도권 쓰레기의 충청지역 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뜨겁다. 충청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얼마만큼의 수도권 쓰레기가 반입되는지, 어느 수도권 지자체에서 쓰레기를 보내는지 관심이 쏠리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시한 채 민간 소각장의 배만 불려준다는 논란도 벌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지자체들은 민간 소각장을 대상으로 과다 소각 여부나 수도권으로부터의 반입량을 수시로 특별 점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와중에도 지나치게 조용한 곳이 있다. 바로 시멘트 벨트로 일컬어지는 강원 강릉․동해․삼척·영월과 충북 제천․단양 등 6개 지자체다. 수도권 쓰레기는 보통 소각장으로 보내 소각 처리하기도 하지만, 중간 재활용업체에 들어가서 파쇄된 후 산업폐기물로 둔갑해 시멘트공장에서 처리되기도 한다. 이들 6개 지역의 9개 시멘트공장으로도 수도권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너무도 조용하다.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이 연일 수도권 쓰레기의 시멘트공장 반입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앞 1인시위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시멘트공장에 대한 수시 점검은 고사하고 관련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멘트 환경문제 국민대책위원회가 나섰다. 지난달 초 시멘트벨트 6개 지자체에 “수도권 생활폐기물 시멘트공장 반입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라"고 공개 질의했다. 시멘트공장의 폐기물 사용에 대한 환경오염과 안전성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수도권 쓰레기의 지역 반입 시 안정적 처리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려는 취지였다. 6개 지자체 중 충북 단양군과 강원 삼척시 2곳에서만 회신이 왔다. “생활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시멘트공장 반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단양군은 지난달 22일 관내에 있는 한일시멘트·성신양회 두 시멘트공장과 환경적 가치 보호와 주민 우려 해소를 위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어려운 시기에 대승적 결단을 해준 단양군과 삼척시에는 감사한 마음이다.하지만 여전히 강원 강릉·동해·영월, 충북 제천시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는 사이 수도권 쓰레기가 이미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생활폐기물은 평택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낙찰받아 시멘트공장으로 반입하여 처리하고, 마포구는 원주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생활폐기물을 인근 시멘트공장으로 반입하고 있다. 강북구도 역시 원주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충북과 강원도에 있는 시멘트공장을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 2024년 8월 법제처는 “재활용업체는 생활폐기물을 재활용 대상 폐기물에 추가할 수 없다"라고 법령 해석한 바 있다. 시멘트 공장은 재활용업 지위를 갖고 있는데, 재활용 대상이 아닌 생활폐기물을 수도권에서 가져와서 처리하는 것은 명백히 법령에 위반이다. 하지만 작금이 상황을 보면, 이런 법제처의 위법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시멘트업체에서는 생활쓰레기를 대체원료, 보조연료라고 주장하면서 소성로에 넣어 태우고 있고, 기후부는 이런 시멘트업체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의도적 침묵과 회피, 방관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민간 소각장보다 위험한 곳이 시멘트공장이기 때문이다.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는 폐기물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고, 환경 기준마저 허술하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은 시멘트공장이 270ppm으로 소각시설의 50ppm에 비해 5배 이상 완화돼 있다. 총탄화수소(THC)는 배출허용기준이 있지만, 굴뚝자동측정기기(TMS)로는 측정이 안 돼 실시간으로 관리가 안 된다. 국민의 안전과 환경은 어떠한 이유로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대책 마련이 분주한 상황에서 시멘트 벨트지역 지자체만 침묵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강원 강릉·동해·영월, 충북 제천시는 쓰레기 떠넘기기와 환경 차별을 스스로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재활용을 빙자해 시멘트공장으로 수도권 쓰레기가 몰리는 이른바 '수도권 쓰레기받이'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는 방법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멘트공장이 수도권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라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bienns@ekn.co.kr

낮 최고 12도까지 올라 ‘포근’…미세먼지는 ‘나쁨’

오는 11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권에 머물며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10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1일 전국 최저기온은 -3∼4℃(도), 최고기온도 4∼12도로 전망됐다. 전국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터 점차 맑아지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리던 눈과 비는 오전에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과 충남권은 오전에, 충청권 내륙과 전라 내륙은 오후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0.1㎝ 미만의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계속 쌓이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그 밖의 지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외 발생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호남권과 대구·경북은 오후부터, 부산·울산·경남은 저녁에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낙동강변 공기에서 남세균 독소 불검출…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를 분석했으나, 모든 시료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세균은 녹조의 원인 생물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인체에 해로운 조류 독소를 생산한다. 조류 독소는 간 독성, 생식 독성 갖고 있어 인체에 해롭다. 기후부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경북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낙동강 본류 5개 지점의 공기 중 남세균 독소를 조사한 결과, 모든 조사 지점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 6종이 검출 한계 미만(불검출)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가 녹조가 수그러든 9월 이후에 진행됐고, 해외에서도 공기 중 조류독소 검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동 조사는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난 2024년 여름 낙동강 주변 주민과 환경활동가 등 97명을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건강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후부는 지난해 봄부터 시민사회와 공동조사를 추진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 가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조사는 9월 15~25일 사이 ▶대구 화원유원지 ▶대구 달성보 선착장 ▶경남 창녕 남지 유채밭 ▶창원 본포 수변공원 ▶김해 대동선착장 등 5곳에서 진행됐다. 수변경계로부터 5m 이내에 채집 장치를 설치해 공기 시료를 채취했고, 별도로 강물(상수원수) 시료도 채취했다. 강물·공기 시료는 시민단체 측인 경북대 연구진과 기후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의뢰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에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 지점의 공기 시료 20개 모두 검출한계 미만이었다. 이에 비해 강물(원수) 시료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부터 최대 328ppb(㎍/L)까지 검출됐다. 분석에 참여한 경북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가 줄어드는 시기에 조사를 실시했고, 일부 채집일에는 비가 내리는 등 최적의 실험 조건은 아니었다"면서 “공기 속 독소 채집 시간도 2시간으로 짧았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7일의 경우 대구는 6.6㎜, 북창원에는 1.1㎜, 기헤에는 2.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풍향이나 풍속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조사 지점별로 강물에서 검출된 조류 독소 6종의 농도를 보면, 화원유원지가 최대 16ppb, 달성보 선착장에서는 최대 0.36ppb, 남지 유채밭에서는 최대 328ppb, 본포 수변공원에서는 최대 5.34 ppb, 대동선착장에서는 최대 8.94ppb를 기록했다. 이번 강물 조사에서 나온 최대치 328ppb는 기존에 기후부(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를 크게 웃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수치는 2022년 7월 25일 낙동강 매리지점 수심 0.5m 표층 시료에서 검출된 41.9ppb, 같은해 8월 8일 같은 지점의 혼합시료 47.3ppb가 최고였다. 328ppb일 경우 정수장에서 99.7% 이상 제거해야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크로시스틴 먹는물(수돗물) 수질기준(1ppb 이하)를 달성할 수 있다. 한편, 환경단체는 지난 2022년 여름 낙동강물에서는 조류독소 농도가 최대 3000~4000ppb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단체는 효소결합면역항체법(ELISA) 키트를 이용해 200여 가지의 마이크로시스틴 전체 농도를 분석했다. 만약 조류 독소 농도가 4000ppb라면 99.9%를 제거해도 먹는물 수질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중국 꽃매미, 한국을 교두보 삼아 미국 침공에 성공하다

20여 년 전 한국 사회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선 곤충에 두려운 시선을 던졌다. 붉은색 날개의 꽃매미(주홍날개꽃매미)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이 곤충을 '중국매미'로 불렀다. 도심 나무 그늘에서도 쉽게 발견됐던 이 곤충은 포도밭과 과수원을 덮친 해충이기도 했다. 유충과 성충은 나무의 즙을 빨아 먹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원인이 된다. 배설물은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이 꽃매미(학명 Lycorma delicatula)가 10여 년 전부터 멀리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 널리 퍼져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간간이 들려왔다.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꽃매미도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것으로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가 꽃매미의 글로벌 침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여러 피해 지역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꽃매미는 중국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는 단계적 확산 경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침입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도시 환경에 적응한 꽃매미가 한국 진출 꽃매미는 문헌상으로는 1932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고 학계에 공식 보고됐다. 이후 수도권과 충청·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포도·사과·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 피해를 입히며 농가의 경계 대상이 됐다. 방제는 쉽지 않았다. 살충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도심 공원과 가로수, 철도·고속도로 주변 녹지까지 꽃매미 서식지가 확대됐다. 뉴욕대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이 시기의 한국 개체군에 주목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한국의 꽃매미 집단은 중국 상하이 도시 개체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미 도시 환경에 적응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꽃매미가 한국 침입에 성공한 이유로 도시 환경의 구조적 유사성을 지목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는 고온의 열섬 현상, 반복적인 살충제 사용, 단순화된 녹지와 가로수 체계라는 점에서 중국 상하이와 매우 닮았다. 한국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스트레스 대응 능력, 대사 조절 능력, 화학물질 해독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살충제와 식물 독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선택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지'가 아니라 '교두보'였던 한국 이 연구가 기존 인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한국의 위치를 단순한 중간 경유지가 아닌 '교두보(bridgehead)'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교두보란 침입종이 한 번 자리를 잡은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꽃매미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개체 수를 늘렸고, 이 가운데 일부가 2014년 쯤 미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도시 환경은 침입 대상이 된 미국 동부 도시들과도 닮았다. 비록 미국으로 건너간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이미 도시 생존에 필요한 핵심 유전 형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의도치 않게 미국 침입을 가능하게 한 '중간 증폭기' 역할을 한 셈이다. 다시 말해 연구팀은 한국에서의 적응과 확산 과정이 미국 침입을 위한 '사전 적응 과정'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최적화된 개체를 골라내는 역할을 한국 도시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통합적 대응전략 없이는 피해 반복돼 연구팀은 꽃매미 이동과 확산 과정을 '인위적으로 유도된 침입 적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외래종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지와 경유지에서 이미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결과, 어디로 가든 침입에 성공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꽃매미 문제는 특정 국가의 관리 실패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가 낳는 문제인 셈이다. 글로벌 대도시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결된 생태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도시 확장이 계속되는 한 꽃매미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국경 통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 녹지 정책, 생물다양성 관리, 외래종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또 다른 '글로벌 침입자의 교두보' 혹은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