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기후변화의 역습: 겨울 연무 ‘배출 저감’만으론 못 막는다](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07.bb253b09ce3045018e0ef158a64f7ffe_T1.jpg)
'삼한사미'. 전통적인 한반도 겨울 날씨를 가리키는 '삼한사온' 대신 최근 한반도 겨울철 날씨를 가리키는 말이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사흘 정도 기온이 떨어진 다음에는 서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기온은 오르지만 대신 나흘 정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다. 이처럼 겨울철마다 찾아오는 뿌연 대기와 답답한 시야, 호흡기 질환의 악화와 같은 '연무(靄霧, haze)' 문제는 이미 익숙한 계절 현상이 되었다. 연무의 원인으로는 중국 북부의 석탄 연소, 국내 대기오염 배출, 공장·산업지역 집중, 그리고 한반도 상공의 약한 대기 순환이 지목돼왔다. 최근의 과학 연구는 앞으로 이 문제의 핵심 요인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록진 교수와 한양대 예상욱 교수 등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겨울철 동아시아 대기의 '정체(停滯)'를 크게 강화해 연무 발생 가능성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신 기후 모델(CMIP6)과 실제 관측 자료를 분석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특히 “앞으로 동아시아의 겨울 대기는 오염물질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추진하는 미세먼지 배출 저감 정책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염 배출량보다 '대기가 얼마나 갇혀 있느냐'가 핵심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지표는 연무 기상 지수(haze weather index, HWI)다. 이 지수는 겨울철 연무를 촉진하는 대표 기상 요소 세 가지를 종합해 만든 것이다. HWI는 연무 발생에 기여하는 세 가지 주요 기상 변수, 즉 ▶수직 온도 차(ΔT) ▶500 hPa 존(Zonal) 풍속 차이 ▶850 hPa 남북 방향 바람(V850) 등을 통합해서 산출하게 된다. 먼저 수직 온도 차(ΔT)는 대류권 하부의 안정성을 나타낸다. 850 hPa(헥토파스칼, 기압 단위)의 기압이 나타나는 고도의 공기층이 250hPa 기압 층보다 따뜻할수록 오염 물질이 위로 분산되는 것을 막는 '뚜껑' 역할을 한다. 하층 공기가 따뜻하고 상층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우면 일종의 대기 역전층이 만들어져 오염물질이 상승·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500 hPa 기압을 보이는 고도에서의 풍속 차이는 중부 대류권 편서풍의 세기를 나타낸다. 편서풍이 약해지면 대기 정체를 유발해 오염 물질이 축적된다. 850 hPa 기압을 보이는 고도에서의 남북 방향 바람은 지표면 근처 오염 물질의 확산 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바람이 약하거나 변칙적인 남풍일 경우 오염 물질이 쌓이게 된다. 연구팀은 이 HWI와 관측된 일일 PM2.5 농도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HWI는 특히 북부 동아시아 지역(동중국 및 한국)에서 일일 초미세먼지(PM2.5) 수준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제 관측 결과, HWI의 예측력은 매우 높았다. 심각한 연무 조건 (HWI 값이 1.5보다 클 경우)에서는 중국 베이징-톈진-허베이(BTH) 지역의 일일 평균 PM2.5농도는 겨울 평균 대비 ㎥당 4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즉 51% 증가했다. 반면 청정한 조건 HWI가 -1.5보다 작을 경우)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PM2.5 농도는 겨울 평균 대비 49 ㎍/㎥, 즉 55% 감소했다. HWI 값이 오를수록 중국 북부와 한반도의 일일 PM2.5 농도가 즉각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북부 동아시아의 대기 오염 수준이 기상 조건에 따라 하루 만에 크게 변동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무는 오염 배출의 문제가 아니라 기상 조건 문제라는 얘기다. ◇미래 전망: 기온 상승 → 대기 안정도 증가 → 연무 급증 연구팀은 16개 CMIP6(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Phase 6) 기후 모델을 활용해 오는 2100년까지 연무 발생에 유리한 기상 조건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예측했다. 2020년부터 2100년까지 네 가지 기후 시나리오(공통사회경제 경로(SSP)를 사용, SSP1-2.6, SSP2-4.5, SSP3-7.0, SSP5-8.5) 하에서 잠재적 연무 발생일의 변화를 예측했다. 과거 평균(1980~2014년 평균)과 2090년대를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 시나리오의 경우 연무가 재앙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HWI가 0보다 커 연무 발생에 유리한 기상을 보이는 날은 과거 45.5일에서 2090년대에는 55.5일로 2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HWI가 0.5보다 큰 '보통 연무'일은 29.3일에서 39.7일로 35%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HWI이 1.5보다 큰 '극심한 정체'가 나타나는 날은 5.7일에서 10.7일로 87%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극심한 정체 조건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한반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시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기온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온난화로 인해 하층 공기 온도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이로 인해 대기 상부의 안정층이 강화되면서 오염물질을 가두는 '뚜껑 효과'가 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는 연무의 '직접 영향 지역' 한반도는 중국발 대기오염 논란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문제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다. 한반도와 중국 북부는 겨울철 동일한 대기 순환 체계에 속해 있으며, 정체가 강화되면 양쪽 모두 동시에 악화된다. 즉, 중국이나 한국 모두 오염 배출을 줄여도 대기 정체가 강화되면 개선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 완화가 동북아시아의 대기질 개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단순한 보완적 조치가 아님을 보여준다"면서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 간의 강력한 상호작용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 정책과 대기질 개선 전략을 명확하게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장·수송 부문 PM2.5 감축 정책이나 석탄발전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유입 오염물질 공동 관리에 더해 기온 상승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 대책이 바로 최고의 미세먼지 대책이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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