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의 정기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올해 주총에서는 정부와 시장의 니즈가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 제고를 위한 의사결정기구를 만들고, 이사회 전문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가 영입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열린 제43기 BC카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김영우 대표가 선임됐다. BC카드 대표가 바뀐 것은 약 5년 만이다. KT에서 전략·재무·글로벌 사업을 맡았던 김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물러난 박순애 사외이사의 자리는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채운다. 이 교수는 데이터 기반 경영 뿐 아니라 ESG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BC카드는 앞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임원 자격 요건도 재정비했다.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에 맞춰 내부통제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올해 카드사 주총은 19일 삼성·우리카드를 필두로 하나카드(23일), 신한카드(25일), KB국민카드(26일) 현대·롯데카드(27일) 순으로 열렸다. 가맹 수수료율 인하 등에 따른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한 카드사들이 많았다.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 전 사장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를 거쳐 2017년부터 6년간 신한카드를 이끌었고, 2023년 신한카드 고문을 맡았다. 하나카드가 경쟁사 경영진 출신의 베테랑을 영입한 것은 데이터·플랫폼 등 신사업과 운영능력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트래블카드와 법인카드 시장 1위 지위를 다진 것을 넘어 다양한 성장동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카드 주총장에서는 △독립이사 구성 비율 확대 △전자주총 도입 근거 마련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 삭제를 비롯한 안건도 처리됐다. 업계 유일의 상장사라는 특성상 상법개정안과 소액주주 권익 확대 등과 관련된 정관 개정이 이뤄진 셈이다. 현대카드는 심수옥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유용근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이사회에 더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출신으로 현재 롯데쇼핑·풀무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심 교수는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다. 다른 카드사들이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등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만큼 관련 역량을 높여 대응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 교수는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았던 회계 전문가로, 국내·외 신판을 늘리면서도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 유지를 노리는 현대카드의 목표에 도움될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영입으로 경영진 견제와 의사결정 능력을 높였다. 조 교수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밸류업자문단 위원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등 민·관을 망라하는 경력을 쌓았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김기현 신정회계법인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금융투자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체율 관리 등 내실을 다졌던 지난해를 거쳐 금융자산 전반에서 양·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KB국민카드의 목표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카드는 소비자보호 중심 경영을 본격화하는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위훤회'를 이사회 내에 신설한다. 이는 소비자보호 관련 최고 수준의 의사결정기구로,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다. 의장은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이사장 출신 전문가가 맡는다. 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소비자위험 예방을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경영전략을 심의한다. 내부통제위원회를 비롯한 기구의 보고사항도 점검한다. 신한카드 역시 이사회 내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드는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소비자보호 전략과 경영계획 등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긴다. 기존에도 관련 조직이 있었으나, 최고경영자(CEO) 직속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산하로 격상한 것은 지난해 19만명에 달하는 가맹점주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CCO가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를 총괄하고, KB국민카드도 본부 수준의 소비자보호 조직을 그룹 단위로 격상시키는 등 다른 카드사들도 기존 유닛을 업그레이드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특정 분야 강화 또는 방향성 제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흐름"이라며 “카드사의 경우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적 자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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