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 작업이 또 다시 지연을 겪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 중인 KBI그룹이 금융당국에 낸 주식취득 승인신청을 철회하면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KBI국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며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이로써 매각 절차가 다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다만 시장에선 양 측의 딜 완수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딜 성사 여부 자체보다 최종 협상 조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I그룹은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상상인저축은행 주식취득 승인신청을 자진해서 거뒀다. 거래종결 시한은 8월 31일로, 당국 미승인과 인수 부담 등이 겹치면서 시일 안에 승인 절차를 마치지 못한 까닭이다.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은 지난해 10월 상상인이 보유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를 110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KBI의 승인신청 철회로 인해 금융위의 주식취득 승인을 전제로 한 거래종결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당초 거래 종결 예정일은 올해 3월 말이었지만 주식취득 승인 등 선행조건 불충족에 시한이 지난달 말로 밀렸다. 상상인은 이번 시한까지도 승인이 나지 않으면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지난 4월 공시했다. 그러나 승인신청 철회로 양측이 계약을 곧바로 해제한 것은 아니다. 상상인 측도 거래 종결일과 주식 처분 예정일을 이달 21일로 연장 공시하며 계약을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인수 의지를 유지했다. 인수 측인 KBI도 인수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등 거래 완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매각 작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KBI그룹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 처분예정일자가 변경됨에 따라 향후 긴밀한 협의 및 협조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매각 과정이 사실상 마지막 조건 재협상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21일까지 가격부터 자본확충 부담 등을 다시 조정한 뒤 거래를 살릴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을 인수 측의 철회 배경 중 하나로 꼽고 있다. KBI그룹은 앞서 라온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당시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라온 대비 규모가 훨씬 큰 까닭에 그룹 입장에서 건전성 부담이 커진 것이란 분석이다.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은 지난 2023년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미충족을 문제삼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았을 당시 BIS비율은 10.5%로 규제비율 8%를 웃돌았지만 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는 게 당국 판단이었다. 올 상반기까지도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연체율 14.75%, 고정이하여신비율 19.24%로 부실 수준이 높은편이다. 핵심 변수는 '대규모 유상증자 여부'가 지목된다. 당국과 KBI간 협의 과정에서 인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필요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I가 최근 입장문에서 “인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에 적극 동의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추가 비용 문제 뿐만이 아닌 인수 조건의 재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현재 계약 가격 및 조건에 추가 충당금과 자본확충 비용까지 KBI가 모두 떠안을 경우 부담이 막대해질 수 있어 인수 후 대규모 증자를 고려한 매매가격 조정이나 추가 자본투입 부담을 상상인 측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확충 방식면에선 인수 후 유상증자 규모와 시점 등을 조정해 여유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정상화 과제 중 하나인 부실자산 정리에 대한 부담도 인수 후 상당한 어려움일 수 있어 추가 충당금이나 상각 비용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협상에선 양 측이 최대한 가격이나 조건 양보에 나서 거래를 완수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인 측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주식처분 명령과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을 계속 보유할 경우 자본 투입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KBI에 매각해 금융당국의 대주주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을 택한 상태다. KBI 측은 이미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던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상황에서 부실·중견 저축은행을 인수해 정상화한 뒤 저축은행 사업을 키우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란 평가다. 상상인저축은행 또한 1분기 기준 여·수신이 각각 1조원을 훌쩍 웃돌고, 인천·경기지역에서 여신 점유율 7.35%, 수신 점유율 8.53%를 나타내고 있어 이후 사업 시너지가 예상되는 회사다. KBI그룹 관계자는 “원활한 인수 절차 진행을 위해 상상인그룹과의 계약기간 연장과 세부조건을 재협의하고 인수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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