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용금융을 그룹 차원의 경영과제로 끌어올리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금융지주들이 조직과 권한을 어떻게 재편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를 새로 두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조직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을 제외한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CIFO 제도화 논의를 지켜보며 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전략·경영 라인과 포용금융 관련 조직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향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별도 CIFO 선임이나 전담 조직 신설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나금융은 지속성장·포용금융부문장인 이승열 부회장을 그룹 CIFO로 선임했다. 금융권에서 CIFO 직책을 공식적으로 신설한 첫 사례다. 하나금융은 CIFO 선임과 함께 그룹 차원의 포용금융 핵심성과지표(KPI)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들도 포용금융을 전략·경영 라인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KB금융은 김경남 ESG본부장(전무), 신한금융은 고석헌 전략부문장(부사장), 우리금융은 이정수 전략경영총괄(사장)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들 금융지주가 별도의 CIFO 직책을 공식적으로 신설한 것은 아니다. KB금융은 지주 내 포용금융부를 두고 있으며 금융위의 CIFO 도입 논의와 향후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역시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제화와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CIFO 직책 자체보다 그룹 차원에서 포용금융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CIFO의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금융소비자보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생금융, 리스크관리 등 포용금융과 맞닿아 있는 업무가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어 새로운 C-레벨 직책을 만들 경우 기존 조직과의 업무 중복과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련 부서 없이 CIFO만 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신 심사와 여신·상품 규정, 서민금융진흥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까지 포용금융에 포함될 수 있어 한 부서에서 실무적으로 모두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C-레벨을 신설한다면 보여주기식 직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밑에 조직과 부서가 따라붙어야 한다"며 “아직 포용금융의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기능을 어디까지 떼어내고 새 조직으로 묶을지도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들이 CIFO 선임 여부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포용금융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과거에는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이나 취약계층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채무조정, 연체채권 관리, 신용평가 체계 개선 등 금융사의 여신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포용금융 공급 목표를 잇따라 확대했다. KB금융은 포용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선제적 연체채권 소각 등을 포함한 지원 규모를 7조원으로 확대하고 상반기까지 2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신한금융은 연내 4조5000억원 규모를 추진하며 상반기까지 2조4000억원을 공급했고 하나금융은 올해 포용금융 목표액 3조1000억원 가운데 상반기에 2조1398억원을 집행했다. 우리금융 또한 올해 포용금융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조3000억원 늘린 3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향후 CIFO의 역할 역시 단순히 포용금융 공급 실적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CIFO의 성과를 포용금융 종합평가나 임직원 평가, 내부통제 체계와 연계할 경우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포용금융을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체계에 함께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연체율과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등을 관리해야 하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와의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 기존 임원이 CIFO를 겸직할 경우 책무구조도상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CIFO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포용금융을 일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업무와 역할이 분리돼 있는 만큼 CIFO가 실제 기능을 하려면 조직과 권한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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