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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월렛 300만 고객 등에 업고”...우리은행, 글로벌 결제시장 파고든다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월렛 머니의 해외 결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갤럭시 스마트폰 하나로 해외 주요국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실물 카드 발급과 사전 환전, 별도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필요 없는 결제 환경을 구축하며 이용자 편의를 높였다. 28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에서 삼성월렛 머니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비스 성장 성과와 해외 결제 도입 배경, 결제망 및 보안 체계 등을 소개했다. 삼성월렛 머니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충전식 간편결제 서비스다. 지난 27일 기준 유효 가입자 300만명을 달성했다. 충전계좌 가운데 우리은행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20개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은 가맹점과 직접 제휴하는 직가맹 구조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생활밀착형 가맹점과 직접 제휴해 카드사 중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이를 포인트 적립과 할인 등 고객 혜택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과 가맹점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해외 결제 확대의 핵심은 국가별로 다른 결제 환경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부터 중국 내 위챗페이 가맹점과 전 세계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삼성월렛 머니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는 위챗페이 가맹점의 QR코드 결제를 지원한다. 음식점 등에서 활용되는 테이블오더 결제도 가능하다. 중국 외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마스터카드 결제망이 연결된 210개국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1억5000만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해외 결제를 위해 별도 실물 카드를 발급받거나 미리 환전할 필요가 없고 현지 결제 앱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 사용하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삼성월렛 머니를 실행해 국내와 같은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 결제 수수료와 연회비가 없으며 건별 제한이나 적립 한도 없이 기본 혜택을 적용한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프로모션을 통해 최대 5.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해외 결제 기본 적립률 0.3%에 삼성월렛 머니와 우리은행 계좌 연계에 따른 추가 적립률 각각 2.5%를 더한 수준이다. 해외에서 10만원을 결제하면 최대 5300원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조 역량과 자사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결합해 해외 결제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기와 채널, 하드웨어 기반 보안 기술을 제공하고 우리은행은 선불금 발행과 관리부터 충전·결제·정산까지 금융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보안 체계도 강화했다. 개인정보 등 민감정보는 별도 보안영역에 보관하고, 결제 때마다 서로 다른 일회용 인증정보를 사용한다. 결제정보를 암호화해 전송하며, 우리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삼성월렛 머니 전용 탐지체계를 결합한 이중 모니터링 체계도 운영한다. 거래 특성과 이상거래 패턴을 분석해 부정사용이나 전기통신금융사기 의심 거래를 조기에 탐지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2027년 이후 삼성전자와 협의해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 결제 가능 국가를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갤럭시폰 하나로 전 세계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길을 연 만큼 삼성월렛 머니의 편의성과 혜택, 안전성을 지속 고도화해 해외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컨콜] AI칩당 필요한 MLCC 용량 매년 2배…삼성전기 “증설해도 부족”

AI 데이터센터발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6조8000억원 규모의 기판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패키지 기판 모두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만큼, 추가 증설의 시점과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삼성전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7633억원, 영업이익 69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165%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7%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4296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사업부별 매출은 컴포넌트 1조8830억원, 광학솔루션 9413억원, 패키지솔루션 9390억원 순이다. 특히 패키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 서버 CPU·AI 가속기·네트워크용 등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이 늘어나면서다. MLCC가 주력인 컴포넌트도 서버·네트워크·파워 등 AI 데이터센터용을 중심으로 전 응용처 매출이 늘며 36% 성장했다.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환율이 우호적이지 않았는데도 실적이 좋았던 배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삼성전기는 “AI 데이터센터 부품 수요의 고성장세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수요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MLCC·FCBGA 고부가 제품 판매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기가 마주한 현실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세종·베트남 등에 6조8000억원 규모의 패키지 기판 증설 투자를 공시했다. 이날 증설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삼성전기는 “이번 대규모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 추가 물량 확대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수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시점과 규모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만들수록 모자란 AI 부품, 품귀 언제까지 가나 삼성전기는 AI 부품 공급 부족이 4분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용 GPU가 고성능화하면서 MLCC의 고용량화·초소형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GPU·ASIC 한 개에 필요한 MLCC 정전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나는 현상을 'AI MLCC 법칙'이라고 부른다. 수요가 몰리면서 3분기 MLCC 출하량은 늘고 전체 재고는 줄었다. 평균판매가격(ASP)도 초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제품 구성이 개선되며 전 분기보다 올랐다. 고객사들은 물량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현재까지 약 50곳의 고객사와 고용량·고압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MLCC 매출의 과반이 장기공급계약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기판 역시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비를 지원받고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전기는 “고객 관점에서도 패키지 기판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반드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전략 부품으로 간주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최첨단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요구돼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고, 캐파(생산능력) 증설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 부품을 기판 안에 내장하는 임베딩 기판에 대해서는 “수동 부품과 이를 임베딩한 FCBGA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유일 업체"라고 강조했다. 실적 구조도 AI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매출 8743억원 가운데 약 97%(8476억원)가 컴포넌트와 패키지솔루션에서 나왔다. 1년 전 3214억원이던 패키지솔루션과 광학솔루션의 매출 격차는 이번 분기 23억원까지 좁혀졌다. 광학솔루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기는 3분기부터 북미 거래선에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시작하고 북미 거점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등 새 수요처 발굴에 나섰다. 투자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국내외 부지·인프라 확보를 위한 선행 투자까지 감안하면 올해 투자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4분기에도 MLCC와 FCBGA의 제품 구성 강화와 판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통상적인 수준을 훌쩍 넘어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예상했다. 필리핀에 건설 중인 신공장은 내년부터 최첨단 고부가 MLCC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9월 공시한 기판 증설분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들어가 2028년부터 매출에 본격 기여할 예정이다. 임베딩 기판 공급량도 2027년 이후 본격 확대된다. 삼성전기는 내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북한 IP서 의심 접근 440만건”...금융권 보안망 탐색했나

금융당국이 북한 IP 대역에서 포착된 440만건 이상의 금융권 대상 의심 접근에 대응해 금융회사들의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이달 초 금융권 해킹 사태가 알려진 이후 북한 IP를 통한 접근 정황이 공식적으로 공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금융보안 통합관제시스템 '퍼스트(FIRST)'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에 북한 IP 대역의 스캔성 접근 관련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당국은 21일 오전 3시부터 다수의 북한 IP가 금융권 시스템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탐색을 시도한 정황이 대량으로 감지됐다고 밝혔다. 공문 발송 당시까지 집계된 접근 건수는 약 440만4101건이다. 문제가 된 IP 대역은 '175.45.[176].0/22'로, 해당 대역의 상당 부분이 북한에 할당된 것으로 파악됐다. 스캔성 접근은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을 시도하며 열려 있는 네트워크 포트나 보안 취약점 등을 탐색하는 행위다. 공격에 앞서 침투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의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각 회사에 정보보호 체계와 내부통제 절차를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해당 IP 대역의 접속 이력을 확인해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당국에 알리도록 당부했다. 다만 IP 주소만으로 공격 주체를 북한 해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IP 주소는 우회하거나 출처를 조작할 수 있어 접속 기록에 나타난 국가 정보만으로 실제 공격자의 국적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일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한 언론 공지에서 일부 IP는 국가를 특정하기 어렵고, 국가 정보가 확인되더라도 우회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을 겨냥한 보안 위협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진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후 송기호 3차장 주재로 금융위원회 관계자들과 긴급 대응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발생한 해킹 관련 사고의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탄소중립에 성장률 연 0.07%p 하락...생산자물가도 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206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하락 폭은 0.06~0.07%포인트로 추산됐으며, 감축 속도에 따라 경제적 충격이 집중되는 시기도 달라졌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탄소중립 이행경로의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 시행 시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하한을 토대로 배출량을 일정한 속도로 줄이는 선형감축과 2030년부터 감축 속도를 높이는 조기감축 등 두 가지 경로를 설정해 경제적 영향을 추산했다. 탄소중립 정책 없이 기존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기준 시나리오의 연평균 성장률은 1.0%로 가정했다. 두 경로의 차이는 국내총생산(GDP) 감소 시점과 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기감축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30년께 1.7% 줄어든 뒤 2035년 2.5%, 2040년 3.5%로 감소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2045년에는 6.1%, 2050년에는 8.2%까지 확대되지만 이후 충격이 완화돼 2060년 감소 폭은 2.2%로 축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선형감축 경로에서는 초기 GDP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2050년을 전후해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났다. GDP 감소 폭은 2035년 2.1%, 2040년 2.7%에서 2045년 4.7%로 확대된 뒤 2050년 10.2%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2060년에는 감소 폭이 2.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두 경로의 연평균 성장률 하락 폭을 선형감축 0.07%포인트, 조기감축 0.06%포인트로 각각 추산했다. 조기감축의 성장률 하락 폭이 소폭 낮게 나타났지만, 비용이 초기에 집중되는 특성과 할인율 미적용 등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 측면에서 어느 경로가 더 유리한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가 부담이 커지는 시점도 감축 방식에 따라 달라졌다. 조기감축 경로에서는 초기에 강한 감축 규제가 적용되면서 2030~2045년 생산자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형감축 경로에서는 2045~2050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은은 “두 경로에서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가 뚜렷이 갈리는 것이 특징"이라며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물가 안정과 경기 안정 간 상충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비용을 추정한 것으로, 기후변화 완화에 따른 편익은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은은 선행연구에서 추산한 기후변화 완화 편익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가량 높이는 수준으로, 이번 연구의 비용 추정치를 웃돌았다고 덧붙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은행 앱 믿고 썼는데”...전산장애 554건에 배상액은 1인당 1400원

은행의 모바일·인터넷뱅킹 전산장애로 피해를 신고하거나 배상을 받은 고객이 최근 5년여간 11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발생 건수는 550건을 넘어섰지만 전체 배상액은 1억5000만원대에 그쳤다. 특히 프로그램 오류가 전체 장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은행권의 전산시스템 관리와 사전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19개 은행에서 발생한 모바일·인터넷뱅킹 전산장애는 모두 55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들이 보고한 배상 고객은 10만9769명에 달했다. 하지만 전체 배상액은 1억5364만2133원으로, 고객 1명당 평균 약 1400원 수준이었다. 장애로 영향을 받은 고객 규모와 비교하면 배상액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의 배상 고객이 6만9686명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이 1만8155명으로 뒤를 이었고 토스뱅크 1만375명, 제주은행 6776명, 우리은행 2586명 순이었다. 배상 규모와 고객 수가 비례하지는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6만명 넘는 고객에게 배상했지만 지급액은 총 193만7329원으로, 1인당 평균 약 28원에 그쳤다. 카카오뱅크 측은 소액 저축 상품인 '저금통'의 자동 모으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6만명에게 총 20만원을 지급했으며, 교통카드 요금이 중복 청구된 21명에게도 45만원을 배상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배상 고객 501명에게 총 8만9203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배상액이 약 178원이었다. 신한은행 측에 따르면 햇살론을 성실하게 상환한 차주에게 금리 인하를 적용하는 등록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해 501건이 누락됐다. 은행은 관련 이자 1300만원을 환급했으며, 여기에 이자 지급 지연에 따른 소액 배상을 추가했다. 전산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프로그램 오류였다. 조사 기간 발생한 554건 중 280건으로 50.5%를 차지했다. 시스템·설비 장애가 92건(16.6%), 외부 요인 86건(15.5%), 시스템 장애 66건(11.9%)으로 뒤를 이었다. 인적 재해는 29건(5.2%), 시설·설비 장애는 1건(0.2%)이었다.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은행도 다양했다. 토스뱅크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SC제일은행 35건, KB국민은행 34건, 카카오뱅크 30건 순이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전체 전산장애 45건 가운데 34건이 프로그램 오류로 발생해 그 비중이 75.6%에 달했다. 19개 은행 중 전체 장애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장애 건수는 SC제일은행이 83건으로 최다였다. 토스뱅크 63건, 카카오뱅크 53건, Sh수협은행 50건, KB국민은행 45건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37건, 우리은행은 34건이었으며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2건, 20건으로 집계됐다. 박성훈 의원은 “프로그램 오류에 의한 전산장애가 빈발하는 것은 은행의 기본적인 시스템 검증과 관리부터 허술하다는 방증"이라며 “금융당국과 은행은 전산시스템 사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화하고, 피해 고객에게도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이날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으며, 빗썸에서도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일부 웹 시스템에서 외부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확인해 경로를 차단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신한은행장 후보군 1차 압축…최종 후보는 ‘12월 초’

신한금융지주가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군을 1차 압축하고 최종 후보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신한지주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지난 27일 신한은행장과 제주은행장 1차 압축후보군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후보군 규모는 최종 압축후보군의 2~3배 수준이다. 자경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한 뒤 12월 초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이번 절차에서는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은행장 후보군을 자체적으로 심의해 자경위에 추천하는 방식이 처음 도입됐다. 자경위는 은행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군과 의견을 검토해 1차 압축후보군을 선정했다. 앞서 자경위는 지난달 21일 자회사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했다. 은행 임추위는 대내외 경영환경과 향후 전략 방향을 고려해 차기 은행장 자격요건을 수립하고 이에 부합하는 역량과 경험을 갖춘 후보군을 심의해 자경위에 추천했다. 은행 임추위의 참여 범위도 확대했다. 자경위 최종 회의에 은행 임추위원장이 참석해 그간의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최종 후보 선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후보군 추천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선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올해 처음 도입한 은행 임추위의 은행장 후보군 추천 절차는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주 자경위와 자회사 임추위가 긴밀히 협력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승계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경위는 이날 신한은행을 비롯한 10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의 심의 기준도 확정했다. 자경위는 확정된 기준과 은행 임추위의 추천 의견 등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심의하고, 최종 압축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추천된 후보들은 각 자회사 임추위 심의와 이사회·주주총회 승인 절차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이찬진, 은행지주 이사회에 날 선 주문...“승계 절차 투명성 높여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를 향해 경영진 선임과 내부통제의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연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후보 선정부터 평가까지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해외점포 금융사고와 사이버 보안 위협에도 이사회가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자회사 CEO 선임과 관련해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 기록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6일 하나금융지주 등에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하자 인선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사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전문성과 책임 의식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이 원장은 “제도적 노력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교육을 체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사업다각화와 경영진 보수 및 성과평가(KPI) 등 주요 경영 현안에서도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할 대목이다. 지난해 8개 은행지주의 의결 안건은 총 993건으로, 수정 가결 9건과 보류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처리됐다. 최근 잇따른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는 AI를 활용한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IT 자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자율 방어체계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보안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관행을 경계하고, 사고 예방과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경영진과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해외점포 관리·감독 강화도 주요 현안으로 제시됐다. 최근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른 만큼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통합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해외점포 검사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를 뒷받침할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과 금융 접근성 개선에 대해서도 당부가 이어졌다. 올해 은행권 사회공헌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회성 지원이나 보여주기식 활동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금융 취약계층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점포 운영에서도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들이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는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으며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파급효과와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적 관리와 함께 CEO 선임과 내부통제, 위험 관리 전반에서 이사회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신증권·미래에셋운용·빗썸 잇단 해킹…금융권 침해사고, 금투업권까지 번졌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해킹 침해사고가 잇따라 확인됐다. 26일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이번에 증권·자산운용업권까지 사고가 나면서 금융권 전반의 보안 관리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빗썸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신증권의 해킹 침해 사실을 추가로 인지하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대신증권에 현장 점검반을 보냈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객 3만8490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 항목은 고객명, 이메일, 주소, 통신ID, 은행명, 입출금 계좌번호,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8개다. 이 가운데 계좌번호 2종과 휴대전화번호는 암호화된 상태였다. 사고는 지난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과 연계된 서버에서 해커의 비정상적인 접근 징후가 포착되면서 드러났다. 대신증권은 공격에 쓰인 IP와 우회접속 IP를 차단하고 규제당국에 신고했다. 이후 금융보안원과 함께 정상 서비스로 가장한 신호 6만여 건을 전수조사했고, 26일 기준으로 유출 규모를 확정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2차 피해 정황이나 핵심 업무시스템에 대한 불법 접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유출 대상 고객에게 개별 안내를 하고, 손해가 발생한 고객에게는 법령에 따라 배상할 계획이다. 해당 서버의 접근통제와 외부연계 시스템 보안 점검도 강화한다. 진승욱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이번 유출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고객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보호와 재발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은 27일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시스템에서 외부 비인가자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탐지했다. 이 사고로 임직원 6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빗썸은 외부 접근을 차단한 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현재는 사내 메신저 대화에 고객 개인정보가 담겼는지, 그 정보까지 빠져나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정확한 유출 범위와 항목에 대한 분석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부 웹 시스템에서 외부 IP의 비정상적인 접근 정황을 확인했다. 회사는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유출 범위는 일부 업무용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보다. 고유식별정보와 민감정보, 개인신용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회사는 밝혔다.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가 아니어서 투자자 정보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14일까지 파악한 침해사고 발생 금융회사는 16곳이었고,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건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에서는 신고가 없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조찬 간담회에서 “어제 주요 금융투자사 쪽에서 전반적인 해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 해킹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취약점이 쉽게 탐지되고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 IT 자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자율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보안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여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또 “IT 보안은 고객의 재산과 정보를 보호하고 금융신뢰를 위한 핵심 업무라는 인식 하에 이사회가 IT보안 역량 제고를 위해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점검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을 관리하는 111개 기관, 약 172개 시설의 취약점을 점검한다. 통신 3사의 유무선 서비스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스템도 대상이다. 점검은 외부 인터넷에 노출된 서버와 웹페이지 등 인터넷 접점 자산에 집중한다. 최근 금융권 사고에서 회사가 파악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자산이 침해 경로로 쓰였을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까지 점검 대상 현황을 취합하고,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연내에 각 기관의 자체 점검 결과 확인을 마칠 계획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공개매수가 인상 직전 ‘콜옵션가 70만원 고정’…영풍-MBK 계약 변경의 배임 의혹, 쟁점은?

영풍과 MBK파트너스(한국기업투자홀딩스)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경영협력계약 내용이 드러난 가운데, 공개매수가격 인상 직전 영풍 측이 자신에게 유리했던 '콜옵션 행사가격 연동 조항'을 포기하고 기준가를 70만 원으로 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풍 이사회가 MBK 측의 인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회사의 잠재적 경제적 이익을 희생시켰는지 여부가 배임 논란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법조계 및 자본시장에 따르면, 영풍이 법원에 제출한 경영협력계약 문건 분석 결과 당초 영풍·장형진 고문과 MBK 측이 체결한 최초 계약에서는 영풍 보유 고려아연 주식(257만91주)에 대한 MBK의 콜옵션 행사가격 기준을 '공개매수 신고서에 기재된 매수 가격(수정된 경우 최종 가격)'에 연 5% 이율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규정했다. 이는 공개매수가격이 상승할수록 영풍이 향후 주식 매각 시 수령할 금액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MBK와 영풍 측은 2024년 9월 25일 후속 변경계약을 체결하여 콜옵션 행사가격 기준금액을 '주당 70만원(+연 5% 가산이자)'으로 고정했다. 주목할 점은 변경계약 이튿날인 9월 26일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했고, 이어 10월 4일에는 83만원까지 재차 높였다는 사실이다. 최초 계약의 가격 연동 조항이 유지되었다면 공개매수가격 인상분(83만원) 및 이후의 고가 매수가격이 콜옵션 행사가에 반영되어 영풍이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컨대 2년 뒤 시점을 적용할 때 '70만원 기준가(+가산이자)'와 '83만원 기준가(+가산이자)' 간에는 주당 약 14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대상 주식 수(257만여 주)를 곱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3500억원 규모 가격 격차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변경계약을 통해 MBK는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따른 향후 주식 취득 비용 증가 부담을 차단한 반면, 영풍은 수천억 원대의 잠재적 이익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자본시장업계에서는 75만원으로의 가격 인상이 추가 자금 조달 및 이사회 의결을 수반하는 중대 사안인 만큼, 9월 25일 계약 변경 당시 영풍 경영진이 이미 하루 뒤 발표될 가격 인상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만약 인상 계획을 알고도 연동 조항을 포기했다면, 영풍 이사회가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을 위해 합리적 반대급부 없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포기하고 성실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법적 공방의 중심에 서게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콜옵션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영풍 이사회가 2024년 9월 25일 변경계약을 통해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승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을 초래했는지 여부가 업무상 배임죄 성립의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선박왕’도 피하지 못한 세금의 무게

국세청이 오랜 난제였던 이른바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천문학적인 체납액을 징수하며 조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고액 체납액 회수를 넘어, 과세당국의 집요한 추적 의지와 고도화된 글로벌 공조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 전개될 기업 사주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강력한 철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세무업계를 뒤흔든 이번 소식의 중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7,902억 원에 달하는 권혁 회장의 체납 청산 약속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역외 탈세 혐의로 권 회장에게 종합소득세 등 4,101억 원의 세금을 고지한 바 있다. 이후 오랜 조세 불복 소송 끝에 3,938억 원의 개인 납부액이 최종으로 확정되었으나, 무려 15년 가까이 징수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납부의 '현실화'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이미 현금 1,000억 원을 납부했는데, 이는 종전 최고 납부액(5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 현금 납부 기록이다. 또한, 나머지 2,938억 원의 잔액에 대해서는 납부 계획서와 함께 해외 소재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내에 본인 명의 재산이 없는 체납자로부터 해외 선박을 담보로 확보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개인 체납액에 더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시도탱커홀딩, 시도홀딩 등 관련 법인의 체납액까지 합치면 사실상 약 8,000억 원의 장기 미제 체납액이 국고로 환수되거나 소멸하는 셈이다. 국세청은 담보물의 적정성을 신중히 평가하기 위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병행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고 있으며, 선박 가치가 잔여 체납액을 충분히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유례없는 징수 이면에는 올해 1월 출범한 국세청 '고액 체납 특별 대응 TF'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국내 재산이 없는 권 회장을 상대로 국세청은 일찌감치 해외 재산으로 눈을 돌렸다. 자산 은닉 위험이 큰 해외 정보 확보를 위해 영국, 뉴질랜드, 헝가리, 벨기에 등과 실무 협약을 맺고 글로벌 공조망을 촘촘히 짰다. 특히 선박이 많이 등록된 라이베리아, 파나마 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권 회장의 선박 소유 현황을 철저히 파악하고 본격적인 압류를 추진했다. 이러한 촘촘한 그물망은 권 회장에게 강한 심리적·사업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한때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170여 척의 선박을 굴리며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되길 원했던" 권 회장에게 있어, 글로벌 과세당국의 공조로 인한 해외 사업 리스크 가중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TF팀은 전방위적인 압박과 함께 “세금을 정당하게 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사업을 해달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인 설득을 병행했고, 결국 이 강온 양면 전략이 권 회장의 결단을 끌어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발성 징수 성과가 아니라, 국세청이 보여준 향후의 '시스템적 진화'와 '엄중한 조사 기조'다. 국세청은 이번 특별 대응 TF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지방청(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에 '세무조사·체납 추적 연계 특별조사 팀'을 최초로 신설하기로 했다. 다가오는 11월과 12월, 역외 정보 수집 및 사주 재산조사 분야의 최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악의적 고액 체납 및 탈세 혐의 법인에 대해 상시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기업 사주 일가의 '법인 자금 사적 유용'에 대한 전면전도 선포했다. 최근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19개 법인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 임금은 수년째 동결하면서 36억 원대 슈퍼 카 굴리는 사주 탈루 유형으로 최근 적발된 제조업체 A 사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직원 급여는 철저히 동결했다. 그러면서도 시가 3억 원이 훌쩍 넘는 슈퍼 카 6대(총 36억 원 상당)를 포함해 총 45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사주 일가의 개인 전용차로 굴린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유학 복귀 선물로 법인 슈퍼 카 제공 탈루 유형으로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자녀를 위해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슈퍼 카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수십억 원대 빌딩 취득 자금까지 증여세 없이 편법으로 넘긴 사주 일가도 철퇴를 맞았다. 회삿돈 10억 원으로 최고급 자택 인테리어 탈루 유형으로 사주 C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최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비용 약 10억 원을 고스란히 회삿돈으로 결제하는 등 법인 자금을 마치 개인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상적이면 사주가 급여를 받아 소득세를 내고 본인 돈으로 취득해야 할 것들을 법인 돈으로 몰래 해결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으로 보고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슈퍼 카를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남용하거나, 한강 뷰가 보이는 강남권 초고가 법인 주택 및 직원 복지용 콘도를 이른바 '황제 사택'처럼 독점하는 행태가 온전히 바로 잡힐 때까지 2차, 3차 고강도 세무조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로 교묘히 재산을 빼돌리거나 차명으로 자산을 은닉해 과세 망을 빠져나가려는 꼼수는 이제 진일보한 징수 기법과 글로벌 공조망 앞에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선박왕' 체납 징수와 사주 일가의 일탈을 향한 날 선 경고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성실 납세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기업에 던지고 있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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