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한 데 힘입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은 여전히 아쉽지만, 기업은행 홀로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리며 NH농협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5위에 안착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기업은행 주 고객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조197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31.8% 증가한 8036억원이었다. 은행 별도 기준으로는 1~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1조994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신한은행(3조1028억원), 하나은행(2조7808억원), KB국민은행(2조6179억원), 우리은행(2조5244억원)에 이어 순이익 기준 은행권 5위를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3.2% 증가한 1조65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권 6위에 그쳤다. 기업은행의 이러한 실적은 중소기업대출의 성장과 충당금 감축에 기인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233조8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24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9월 말 현재 23.32%로 작년 말(23.24%)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2023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작년과 같은 A등급을 획득했다. 공공기관 평가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미흡) 등 여섯 단계로 나뉘는데, 기업은행은 2년 연속 우수등급을 받은 것이다. 다만 은행을 제외한 자회사별 당기순이익은 3분기 누적 기준 28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8% 감소하며 부진했다. IBK투자증권이 3분기 순이익 3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7%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중국유한공사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6.8% 감소한 232억원에 그쳤다. IBK캐피탈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8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8% 늘어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은행을 제외한 자회사 순익에서 IBK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제조업,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은행의 총 연체율은 작년 9월 0.64%에서 올해 9월 현재 0.86%로 치솟았다. 9월 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이 0.88%였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61%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연체율은 작년 9월 0.75%에서 12월 0.61%로 떨어졌다가 올해 3월 0.79%, 6월 0.73%, 9월 0.86%로 올랐다. 음식숙박업은 지난해 9월 1.35%에서 올해 9월 현재 1.89%로 치솟았다. 기업은행은 총 대출액(297조원)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82%(243조6000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계대출(43조1000억원)은 14.5%에 불과해 기업들 건전성이 악화되면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분야는 가계대출인데 기업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적고 정책금융에 집중하기 때문에 시중은행 대비 이익 증가 폭은 크지 않다"며 “연체율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이제는 건전성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안에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타 금융사와 달리 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점도 기업은행만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인데다, 통상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어 KB금융지주 등 경쟁사와 달리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건 분기배당인데, 이 역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내부적으로 밸류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행적 차원에서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해당 계획은 연내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