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모두 수장을 교체하면서 내년 은행권의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경우 각각 KB라이프생명, 하나카드 사장을 역임한 이환주 대표, 이호성 사장을 앞세웠으며,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정진완 후보는 4대 은행 중 가장 나이가 젊은 점이 특징이다. 4대 은행장 모두 정상혁 행장을 포함해 내년 초부터 2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만큼 각 은행 CEO의 경영 색깔과 리더십도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 그룹 최대 계열사인 은행장 자리에 모두 변화를 줬다. '안정'을 택한 곳은 단연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는 관례를 깨고 정상혁 행장에 임기 2년 연임을 추천했다. 이에 따라 정 행장은 작년 2월 취임 후 2026년 12월 말까지 신한은행장을 맡게 됐다. 1964년생인 정상혁 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역삼역금융센터장, 성수동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계열사 CEO를 은행장으로 발탁하며 안정 속 변화를 줬다.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미 경영능력과 리더십, 실적이 입증된 CEO를 은행장에 발탁해 조직의 안정과 변화, 계열사 시너지 창출 등을 동시에 거두겠다는 포석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와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정상혁 행장과 같은 1964년생이기도 하다. 이 중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작년 1월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되기 전 대기업영업1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전무),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 영업그룹장(부행장)을 거치며 하나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불린다. 이호성 후보는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영업 노하우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하나카드 사장 재임 기간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며 하나카드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도 이번 하나은행장에 내정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는 KB국민은행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영업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 국민은행, KB금융지주의 주요 핵심직무를 거친 점이 특징이다. 이환주 후보는 2022년 KB생명보험(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로 선임된 후 명확한 방향성과 비전 제시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환주 후보는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내부의 주목도도 높다.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4대 은행장 가운데 가장 젊은 점이 특징이다. 정상혁 행장과 이호성 후보, 이환주 후보는 모두 1964년생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장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젊은 정진완 후보를 앞세워 조직 쇄신과 경영 연속성 확보를 모두 이루고자 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치며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것이 강점이다. 4대 금융지주 내 은행장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연임 문턱을 넘지 못한 현 은행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추가 이동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두고 현 양종희 회장과 경쟁하기도 했다. 현재 KB금융지는 부회장직을 폐지했지만, 아직 그룹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발표되지 않아 이재근 행장이 그룹에서 요직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근 행장은 재임 기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달성하며 조직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