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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를 가다③]“‘59년 왕십리’?…철도지하화로 제2의 여의도 노린다”

가수 김흥국의 노래 '59년 왕십리'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왕십리. 노래 제목처럼 왕십리는 한동안 4대문안 도심이나 신흥 지역인 여의도, 강남 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지형적으로 북쪽의 북한산, 동쪽의 아차산, 남쪽의 관악산으로 둘러 쌓인 서울 분지의 한 가운데 위치한 요지다. 하지만 600여년 전 조선초 궁궐터가 될 기회를 놓친 이후 상인, 군인 등 중인층들이 주로 사는 '2등 지역'의 설움을 겪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 교통의 중심지가 됐고 성수동 등 일부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현재 지역을 두 동강내 교통-물류-유동인구의 흐름을 막고 있는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도시의 핵심 업무 지구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기대감에 설레이고 있었다. 11일 오전 찾아간 왕십리역 일대. 이 곳은 이미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고 지하철 2호선·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등 4개 철도가 지나며 GTX-C(덕정~수원)·동북선(중계동 은행사거리~왕십리역)까지 개통 예정인 핵심 요지였다. 문제는 지상철도 구간으로 인해 심각한 교통 혼잡 등 지역간 단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철도가 지하화되면 도로가 확장되거나 개선되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고, 도심 내 교통 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역 단절 및 진동, 소음 피해 등도 성동구 주민의 오랜 민원이었다. 이날 왕십리역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왕십리역은 여러 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철도 소음과 진동이 상당하다"며 “철도지하화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미 성동구청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활용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성동구의 지상철도 구간은 옥수에서 왕십리를 지나 청계천까지의 경의중앙선 4.4km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왕십리역 일대, 응봉역 일대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구간의 경우 왕십리-청량리를 오가는데, 마장축산물시장과 연계돼 발전 가능성이 높다. 왕십리역 일대는 현재도 광역 철도 교통의 중심지이며, 응봉역 일대는 응봉산을 배후로 한강을 마주보는 배산임수의 지역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구 관계자는 “서울에서 가장 긴 수변을 접하고 있는 물의 도시"라며 “중랑천 및 한강변에 위치한 경의중앙선 지상부 개발은 일대 경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툭히 구와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왕십리역 일대 국제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여의도를 능가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상부공간에 숲과 공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현재 성동구청·성동구의회·성동경찰서가 있는 곳에는 상업·업무 공간을 확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왕십리역 근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십리 일대는 50층 건축이 가능한 역세권 일반상업지역으로 앞으로 여의도 같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 설 수 있다"라며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사업은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 함께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왕십리역은 향후 6개 노선이 지나갈 예정이고 개발사업도 여러 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인구유입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여의도를 넘는 서울의 핵심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왕십리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양대, 한양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한 한양대 재학생은 “왕십리역은 한양대 먹자골목과 연결될 만큼 한양대와 가깝다. 그래서 왕십리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매우 힘들었다"며 “철도지하화가 되면 주변 미관 개선은 물론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등교도 편리해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주변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성동구 일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 1-4구역, 행당7구역, 신당8·10구역, 응봉1구역, 모아타운 1·2·3차, 용답재개발사업 등 각종 도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왕십리역은 교통 요충지로 철도지하화로 인한 변화는 주변 지역 개발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철도 지하화와 연계된 상부개발이 완성되면 주변 재개발 추진 지역들과 함께 왕십리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부동산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여러 노선을 지하화하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왕십리역 5호선 노선이 지하 약 30m의 중심도에 있으며 동북선과 GTX-C노선도 착공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하화 계획을 수립한다면 지하화 노선의 심도는 60m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은 물론 기존의 선로 등 기반시설이나 역사 등 운영시설 축소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왕십리역은 여러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 투입과 난공사가 예상된다. 착공시 운영시설 축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선호하지 않는 공사현장"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보유세↓·취득세 부담↑에 아파트 증여 대폭 감소”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이 2017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 증여시 세 부담은 높아진 반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증여 건수는 신고일 기준 총 438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량 7만320건의 6.2% 수준이었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8%)보다 감소했고, 2017년 3.8%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2018년부터 증가하는 추세였다. 아파트값이 오르고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종부세율 인상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요가 몰린 탓에 2018년과 2019년에는 연간 증여 비중이 각각 9.6%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증여 비중이 14.2%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각각 13.3%, 14.1%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7.9%로 줄었고, 올해도 감소 추세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 1~3분기 전국 아파트 증여 비중은 4.7%로 작년 같은 기간(5.4%)보다 낮고, 2018년 4.7%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아파트 증여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작년 1월부터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을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인정액(매매사례가액, 감정평가액, 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꾸면서 증여 취득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2년에 하락했던 아파트들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다시 급등하면서 증여 취득세 부담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치명적이었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증여에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다주택자의 종부세율도 하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유세 부담을 낮췄다. 과거 증여 수요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이었는데, 보유세 부담은 줄어들고 증여 취득세 부담은 커지면서 집값 상승기에 굳이 증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향후 집값이 증여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철로를 가다②] 쇠락한 ‘원조 핫플’ 신촌…철도지하화로 부활 노린다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공원이 된다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경의선숲길 공원(연트럴파크) 때문에 홍대 앞에 빼앗긴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원선 등 지상철도 전체 구간 지하화 계획에 대해 신촌역 일대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상인의 설명은 이랬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젊음의 성지'였다. 연세대 앞쪽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는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 1순위였다. 이화여대 앞 거리는 한국의 패션과 뷰티를 선도했다. 하지만 2015년 '라이벌' 홍대 앞의 경의선 철로가 폐쇄되고 '연트럴파크'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철도로 인한 소음·진동이 사라지고 단절된 도로가 연결되고 걷기 편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됐다. 단숨에 젊은이들의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당연히 최고의 '핫플' 지위는 홍대 앞으로 넘어갔다. 결국 신촌 일대 상권은 과거의 명성을 잃은 채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신촌역 일대 상권은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지워진 채 쇠락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이 다수 보였고, 공실인 상가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역 상권의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4%나 된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화된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었다.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의중앙선 철로와 역사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연세대와 이화여대쪽 안산 일대와 서강대쪽 노고산 일대의 '분단'시켜왔다"면서 “지역 환경 개선은 물론 연트럴파크처럼 유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상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촌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학교를 오가기 위해 철로 밑 굴다리를 지나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신촌역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등교가 한층 편해질 것 같기는 하다"며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매번 계단을 통해 역에 올라가거나 밤마다 굴다리 지나가는 것도 고충이다"고 말했다. 신촌역 앞쪽에는 오피스텔 상권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열차 소음 및 교통체증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철로 지하화로 인해 지상부가 공원화되고 역사가 업무·문화·상업 시설로의 복합개발이 이뤄진다면 보행환경 및 교통체증 개선으로 인해 역으로의 이동 동선이 편리해지고 주거 환경이 향상된다. 결국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년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증가해 신촌역 상권이 확장돼 상업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촌역 앞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촌역 오피스텔 상권은 서울 대학가 중 월세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며 “현재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철도화가 완료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신촌역 오피스텔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권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하화 사업 이후 공원이 조성되고 상권이 재개발된다면 제2의 '연트럴파크'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인근 주민들 또한 지하화 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C씨는 “역사 바로 앞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며 “확실히 대학가 상권이 있는 곳이라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라 지하화 사업이 완료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공원 및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며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물은 많이 남아 있다. 워낙 큰 공사로 대규모 재원 투입과 장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 교통 체증 등 불편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보면 이 사업은 개발수익 및 민간자본으로만 진행하게 돼있다. 즉 지자체 및 정부 국비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기존 철도 운행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화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완료된다면 신촌이 다시 한 번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고 집값 상승 및 상권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에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이 광대해 여러 사업자가 구간을 나눠 진행한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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