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 사상 최초로 E7-1(전문인력) 비자 발급이 허가되면서 외국인 전문 기술자들을 수입해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업계에선 인구 감소·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한 건설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워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기술인력 3명이 E7-1 비자를 취득해 국내 건설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번 E7-1 비자는 총 1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신청해 3명이 발급받았다. E7(특정활동) 비자는 법무부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기술 또는 기능을 가진 외국인력 도입이 특히 필요하다고 지정하는 분야에 종사하려는 사람 등에 발급하는 비자다. E7-1비자의 경우 현재 67종에 도입돼 있으며, 건설업은 토목공학 전문가 등 5종에 허용근거는 있었으나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비자가 발급된 사례는 없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비자 발급에 대해 외국인력 정책의 경직된 현장 적용과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현실적 난관을 극복한 끝에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고령화와 내국인,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인력난이 심한 건설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인력과의 시너지, 생산성 제고를 통해 건설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현장은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7만명으로 전월(209만8000명) 대비 1.3% 감소했다. 5월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2.2% 줄었으며, 이미 지난 4월 취업자 수가 전월(211만7000명) 대비 2만명가량 줄어든 가운데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이어서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고령화도 문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의 평균 연령(2024년 5월 기준)은 51.1세로 2019~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2014년 48.7세에서 10년간 2.4세 높아졌다. 2023년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은 44.4세로 건설기능인력의 평균보다 6.7세가 낮다. 업계에선 E7-1 비자발급의 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운 만큼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E7-1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무려 150종에 달하는 서류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자격도 석사 학위 또는 학사 학위+실무 경력을 요구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E7 비자발급 요건이 여전히 까다롭다"며 “기술인력의 빠른 도입 확대를 위해선 요건과 절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 사고·부실시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국인 일자리 감소를 문제삼는 이들도 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꾸준히 일하고 싶어하는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