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공사 중단위기에 봉착한 건설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공사비 급등 관련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인건비 부담 완화, 갈등 조정 기구 설치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현대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공사 중단 위기에 빠졌다.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2021년 4월 조합이 롯데건설과 공사 계약을 체결해 2022년 8월 착공했다. 공사가 계속 지연되다가 이달 초 현재 기초공사(공정률 10.5%)를 진행하던 도중 공사 기간 조정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불거졌고, 급기야 시공사가 공사 중지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당초 평(3.3㎡)당 542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롯데건설 측은 자잿값 상승 등의 이유로 926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도 공사비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시공사인 GS건설은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호소문을 붙였다. GS건설은 올해 초 공사비 약 722억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한 뒤 지난 7월 483억원 증액안이 나와 논의 중이지만 아직 합의되지는 않았다.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아예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한 경우다. 지난해 4월 이주·철거가 완료된 방화6구역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가 1년째 이어졌다. 당초 조합은 3.3㎡당 471만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증액을 계속해서 요청하면서 지난해 727만4000원으로 공사비가 올랐다. 올해 시공사가 공사비 210억원 추가 증액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결국 조합이 지난달 28일 임시총회를 열고 계약 해지를 결의했다. 지난 3년간 공사비가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속 공사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지난해 127.9로 3년간 28% 상승했다. 올해 7월에는 129.96까지 올랐다. 올해 시공사들이 24곳 조합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 규모는 총 2조6548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더 확산될 경우 서울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어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건설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갈등을 겪는 현장이 늘고 있다"며 “주택공급에 악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낮추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산 등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과 골재 채취원 확대가 핵심이다. 건설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의 주범이 인건비인데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다자간 갈등중재 전문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분쟁 해결을 위해선 진전된 인건비 대책이 포함된 공사비 안정화 추가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다자간 입장을 현명하게 조율하는 갈등중재 전문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