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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건축기술 탐방⑪]“탄소 삼키는 시멘트”…물 대신 CO₂로 굳힌다

“시멘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를 차지한다. 그런데 시멘트에 물이 아니라 이산화탄소(CO₂)를 넣어 굳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탄소 배출량의 3분의1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훨씬 더 빨리 굳힐 수 있어 공기도 대폭 단축된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탄소국경세, 탄소감축 목표의 압박 속에서 시멘트 산업도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굴뚝 산업의 상징이던 시멘트가 이제는 CO₂를 먹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 산업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건설이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기술이 나왔다. ◇“물 대신 CO₂로"…시멘트 상식 뒤집는 기술 롯데건설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된 'CO₂ 반응경화 시멘트(CSC)' 기술을 건설 현장에 실증 적용했다. 기존 시멘트는 물과 반응해 경화되는 반면 CSC는 물 대신 CO₂와 반응하며 단단해지는 구조다. 지난달 24일 오후 롯데건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김영선 롯데건설 건축기술연구팀 수석(공학박사)은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OPC)는 수화반응을 통해 굳지만 CSC는 칼슘계 재료가 CO₂와 직접 반응해 탄산칼슘(CaCO₃)을 형성하면서 경화된다"며 “말하자면 시멘트가 스스로 탄소를 '흡수하며' 굳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 콘크리트처럼 골재와 함께 배합한 뒤 이를 챔버(밀폐 공간)에 넣고 고농도의 CO₂를 주입하면 경화가 이뤄진다. 주입 농도와 압력 조절에 따라 일반 시멘트가 28일 걸리는 압축강도를 CSC는 1~3일 만에 확보할 수 있다. CSC 기술은 현재 보도블럭, 벽돌, 염해 방지용 코팅제 등 2차 제품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오산 세마 오피스텔 외부 조경 블럭(8㎡), 부산롯데타워 외벽(10㎡) 등에 시범 적용됐으며, 모두 KS 기준을 충족했다. ◇1톤당 0.63톤 탄소 감축…기술은 갖췄지만 CSC는 일반 OPC 시멘트 대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뚜렷하다. OPC는 1톤 생산 시 약 0.92톤의 CO₂를 배출하는 반면, CSC는 석회석 사용 절감과 저온 소성, CO₂ 경화 반응을 통해 약 0.63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훨씬 더 빠르게 굳고, 강도나 내구성 역시 일반 콘크리트에 준하는 수준이다. 공기가 단축되고 그만큼 비용도 줄어든다. 다만, 대량 생산이나 구조물 타설 등 본격적 현장 적용을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김영선 수석은 “성능은 확보됐지만, 생산성과 경제성, 운반성 등 다양한 변수를 더 검증해야 한다"며 “기술보다 현장성과 제도적 기반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 개발된 탄소광물화 시멘트로 이루어진 콘크리트는 초기에 강도 발현 속도가 늦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2~3개월의 양생 기간이 지나면 일반 시멘트 콘크리트와 유사한 강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CCS만 인정, CCU는 제외"…제도에 갇힌 기술 기술은 갖춰졌지만 상용화에는 제도라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 김 수석은 “정부는 탄소를 저장하는 CCS(이산화탄소 저장) 기술만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우리가 개발한 CCU(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직접 탄소를 줄이고 고정화시키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용화를 위한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다. 설비 추가, CO₂ 저장 및 주입 비용 등이 건설사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지금처럼 CCU 기술에 대한 지원이나 세제 혜택 없이 상용화만 요구된다면, 탄소를 줄인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관련 자재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공기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청정수소 인정제도가 시행됐지만 CSC 기술을 CO₂ 고정화로 포함시켜보려 한 시도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도와 기술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현장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 전반의 제도 혁신이 열쇠 홍 교수는 탄소중립 건축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설계·시공·유지관리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탄소저감 자재 개발에 대해 신기술 선정 품목을 확대하고, 시멘트 생산공정의 대대적인 변혁과 대체재 품질 유지를 위한 인증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광물화 시멘트 기술이 '탄소중립 건축'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기술은 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로, 탄소저감을 위한 성공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와 내구성이 다소 낮은 값을 나타내는 만큼 적용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고 향후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도 '탈탄소' 전환 박차…“기술이 생존을 가른다" 롯데건설 외에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탈탄소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SMR(소형모듈원자로)·모듈러 등을 3대 미래 사업으로 삼고, 김천 그린수소 기지 등 국내외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특히 3D 모듈러 공법과 디지털트윈 기반 운영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건축 전략으로 ESG 성과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ESG 비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원자력·수소 플랜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SMR 기반 수소 플랜트 설계에 나섰으며,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2045년까지 전사 밸류체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설정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 자회사 '카본코'를 통해 CCUS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북미·유럽 암모니아 사업, SMR 투자 등 글로벌 탄소 저감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디벨로퍼'라는 비전 아래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OSC(공장 제작 조립공법) 확대와 함께 연료전지·그린수소·BESS(배터리 저장시스템) 등 탄소중립 건축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OSC는 기존 공법 대비 약 40%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공공 부문 확대에 맞춰 인력·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각사 모두 “탄소저감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인식 아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제도 기반과 경제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에 맞춘 제도 정비와 함께,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건설 생태계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은 해체물로 탄소 줄이고, 미국은 도로에서 충전한다 이미 해외에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시멘트 관련 기술들이 일반화되고 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유럽에선 해체 건축물의 잔재에 남은 미반응 시멘트를 공기 중 CO₂와 반응시켜 순환골재로 재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에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상상 이상의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 사용되는 '해체 콘크리트 재탄산화 기술'의 경우 철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야적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자연 반응시키고, 이로 인해 알칼리성을 줄인 뒤 이를 순환골재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미 상용화됐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콘크리트를 '에너지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김 수석에 따르면 미국 일부 고속도로는 콘크리트 포장 내부에 무선 충전 코일을 내장해 전기차가 주행 중에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그는 “해외에선 콘크리트를 단순한 구조재가 아닌 에너지와 환경을 연결하는 융합재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술의 생존 과제와 시장 대응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탄소 저감 기술은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앞으로 건설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기후협약과 무역환경 변화 속에서 이러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상용화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탄소 감축 효과가 뚜렷하다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글로벌 건설 발주 시에도 탄소 감축 의무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지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성과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수석은 “CO₂ 반응 경화 기술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 국내외 공동연구와 다수의 실증 작업을 통해 완성된 기술"이라며 “현재 기술은 충분히 준비돼 있으며 이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수요처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도적 지원과 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탄소중립 건설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연이은 산재에 민관 공사 현장 철저 점검

공사 현장서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와 건설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안전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날 부로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출범시켰다. TF팀은 학계, 기관 등 외부전문가들과 직원, 노조 등 대의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그룹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모든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는 7월 28일 발생한 인명사고에 따른 것이다.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들어서만 발생한 네 번째 사망사고로,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에 이어 지난달 말 사고로 올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네 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중대재해가 연이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직접 건설사 이름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 앞서 포스코이앤씨 사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강한 질책이 이어지자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전 공사 현장에서 작업 무기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감행했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 행보도 분주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사옥을 방문해 철저한 안전 진단 여부를 주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함양~울산고속도로 사고 현장을 찾아 철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공사 현장 사망사고로 매우 엄중한 시국인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를 시공사 측에 주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단독] 재성건설, 완주 화산-운주 도로시설 개량공사 현장서 사망사고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례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직접 건설사 이름을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을 하는 가운데 또 다시 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205위에 오른 재성종합건설(이하 재성건설)에서 시공을 맡은 도로 개량공사 현장서 전기작업자가 사망한 것이다. 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 경 전북 완주 화산-운주 도로시설 개량공사 현장에서 전기작업 과정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약 320억원 규모의 이번 공사의 원청 시공사는 재성건설이다. 재성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루센체'를 짓는 건설사로 2000년 설립돼 현재 경기 성남 분당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889억원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205위에 올라있는 중견 건설업체다. 2004년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해 2010년 USACCK(주한미군 계약사령부) 미8군 공사등록을 마쳤고 2017년 주택건설업 면허도 취득했다. 상지대학교와 인천대학교 등 대학 기숙사를 비롯해 청년주택, 여의도 선착장 신축공사를 진행한 업력을 갖고 있다. 또 당진수력발전소, 군 부대 개편사업,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증축공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찾추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7곳의 MG새마을금고 공사를 진행할 정도로 새마을금고 공사를 전담하는 업체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는 당일 작업을 하기 위해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다. 해당 근로자는 본 공사인 도로시설 개선 작업 공정이 아닌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된 상황에서 현장사무소 철거 작업의 일환으로 전기 시설 작업을 위해 채용된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망한 근로자는 원청인 재성건설이 직접 채용한 근로자가 아니라 재성건설로부터 하청을 받은 업체가 계약한 근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 하도급업체의 계약 근로자가 아닌 위법 사항인 하청에 하청을 받은 재하도급 업체를 통해 일을 하게 된 근로자인지 여부다. 특히 이 경우 재성건설은 원청으로서 안전 관리 소홀을 넘어서서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편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도로국과 해당 공사 발주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원청 시공사인 재성건설 등 이번 사태의 이해 관계자들은 이번 사망 사고 근로자의 하청 계약업체가 어느 곳인지, 그리고 재하도급 업체를 통한 불법 계약 여부에 대해 그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올해 시공능력평가, 삼·현·대 ‘톱3’ 유지…DL·GS건설 오르고 현엔 하락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결과, '삼현대'로 불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올해도 상위 1~3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6위권에서는 DL이앤씨와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간의 순위 변동이 있었다. 10위권 밖 중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큰 폭의 순위 상승과 하락도 잦았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건설업체 중 평가를 신청한 업체를 대상으로 시공능력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31일 공시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절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공사 실적,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공공 입찰 자격과 보증·신용평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평가액도 34조7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평가액이 17조2485억 원으로 3.8% 줄었지만 2위를 유지했고, 대우건설은 11조8969억원으로 1.6% 증가하며 3위를 지켰다. 특히, DL이앤씨는 평가액이 11조2183억원으로 12.4% 뛰어오르며 전년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8082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수치이다. 부채비율도 102.8%, 차입금 의존도는 11%에 불과해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인 것도 장점이다. 6위에서 5위로 올라선 GS건설도 평가액이 10조9454억원으로 15.3% 급증했다. GS건설은 1분기 매출 3조629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전년보다 매출은 0.3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10조1417억원으로 평가액은 1.6% 증가했지만, 지난해 4위에서 두 계단 하락한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올해 연이은 안전사고 여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뒤이어 7위는 포스코이앤씨(9조8973억원)로 8.6% 증가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중대재해가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을 받았으나, 평가액이 상승하며 현재 순위를 유지했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7조4021억원(14.4%↑)으로 8위를 유지했다. SK에코플랜트는 6조8493억원(27.5%↑)으로 9위에 머물렀다. HDC현대산업개발도 5조8738억원(14.6%↑)으로 10위를 유지했다. 상위 10개사는 구성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순위 내 일부 자리바꿈이 있었다. 10위권까지는 현대건설을 제외한 전사 평가액이 모두 증가했다. 10위권 밖에서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평가액을 15.4% 늘리며 24위에서 19위로 다섯 계단 상승해 주목받고 있다. KCC건설도 15.5% 상승해 5계단 올라 20위에 올랐고, 우미건설은 28.7% 증가하며 6계단 상승해 21위를 차지했다. 두산건설은 21.4% 늘어나면서 7계단 오른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상승 사례로는 효성중공업이 있다. 효성중공업은 평가액이 38.0% 증가하며 12계단 상승해 27위에 올랐다. 삼성E&A도 전년 대비 36.6% 늘리며 10계단 오른 36위를 기록, 지난해 13계단 급락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동부건설은 19.9% 감소하며 6계단 하락한 28위에 그쳤다. 지난해 123계단 상승했던 SK에코엔지니어링은 올해 35.3% 평가액이 줄어 10계단 하락한 48위로 밀려났다. 중흥토건도 60.9% 줄어들며 42위로 전년 대비 26계단 하락했다. 또, IS동서는 73.9% 감소해 37계단 떨어진 58위에 머물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법정관리 중인 업체들도 높은 하락폭을 보였다. 68위로 평가액이 25.1% 감소해 10계단 하락한 신동아건설과, 19.5% 감소하며 78위로 7계단 내려간 삼부토건 등이다. 한편, 토목건축 통합 분야에서는 삼성물산이 13조6904억원으로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건설(11조3433억 원)과 현대엔지니어링(10조2359억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분야에서는 현대건설이 6조3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GS건설(6조1000억원)과 대우건설(5조원)이 뒤를 이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상장 건설사 2분기 삼성·대우 ‘울고’ 현대·현산 ‘웃음’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 건설사 6곳이 2분기 상반된 실적을 거뒀다. 업계 1위 삼성물산과 톱3 대우건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고, 현대건설은 매출 감소 속에서도 영업익과 순익을 끌어올렸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매출과 당기순익이 부진한 가운데 영업익은 성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익, 순익 모두 신장세를 기록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상장 건설사 6곳(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현대산업개발, 이상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순)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하락한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이번 2분기 매출액이 3조3950억원으로 전년(4조9150억원) 대비 3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1180억원으로 지난해(2830억원)보다 58.3%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적으로 삼성물산 일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사압이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규모가 축소된데다 사우디 메트로, UAE(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복합발전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서 공사 물량이 축소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하이테크(반도체 공사)를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 마무리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했다"며 “또 국내 주택부문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어난 것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2분기 매출2조2733억원, 영업이익 8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2분기와 비교해 각각 19.4%와 21.6%씩 감소한 수치다. 당기 순이익은 –430억원으로, 작년 2분기 965억원의 순익을 거둔데 비해 적자 전환했다. 대우건설 2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은 전반적인 국내 주택 시장 침체와 달러화 약세로 인한 환율불안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대형 주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운영 현장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작년 대비 축소됐다“며 “여기에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분양사업이 줄어든 것도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매출 1조99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81%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62억원으로 작년 대비 287.49% 급증했다. 반면 당기순익은 83억원으로 전년 대비 79.60% 감소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원가율을 낮추면서 수익성이 개선돼 영업익이 늘어났고 작년 2분기 영업익이 평년 대비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며 “당기순익은 환율 불안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면서 규모가 축소됐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매출액이 3조19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7% 소폭 줄어들었다. 반대로 영업이익은 1621억원으로 작년 2분기(934억원)보다 73.45% 불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871억원 손실을 입으면서 흑자를 거둔 전년(35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 부문에서 대형 현장(메이플자이,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에서 공사비 증액분이 환입됐고, 상반기에 다수 프로젝트가 공사를 마친데 따른 준공정산 효과로 영업이익이 상승했다"며 “당기 순익은 외화 관련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산 손실분이 반영되면서 회계상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현금흐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종가 현대건설은 매출 감소 속에서도 영업익과 순익을 끌어올려 선방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은 7조720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170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47.3% 신장했고, 당기순이익도 1586억원을 거둬 지난해보다 8.5% 성장했다.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정률이 지난해 대비 하락하면서 매출 규모가 줄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코로나19 당시 수주했던 단지들이 준공되면서 수익성이 확보돼 영업익과 순익은 오히려 올랐다. 현대산업개발은 상장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 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1632억원으로 7.0%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803억원으로 49.1% 올랐다. 당기순이익도 527억원으로 11.2% 성장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대우건설, 상반기 실적 매출 줄었지만 영업익은 증가

대우건설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빠지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 등 환율 불안이 마이너스 순익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대우건설은 올해 2분기 매출2조2733억원, 영업이익 8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2분기와 비교해 각각 19.4%와 21.6%씩 감소한 수치다. 당기 순이익은 –430억원으로, 작년 2분기 965억원의 순익을 거둔데 비해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4조35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 3088억원) 대비 18.1%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196억원) 대비 6.3% 증가한 2335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2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은 전반적인 국내 주택 시장 침체와 달러화 약세로 인한 환율불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대형 주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운영 현장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작년 대비 축소됐다"며 “여기에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분양사업이 줄어든 것도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국내 사업장 외에도 전 세계에 프로젝트가 많은데 올해 1분기 이후 달러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환율 불안에 따라 순익이 크게 내려갔다"며 “최근 들어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장들의 순익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이 하반기엔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공사 원가 상승기에 착공한 현장들이 순차적으로 준공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 계상 시 매출과 영업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수주 물량이 늘어난 것도 하반기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대우건설 상반기 신규 수주는 5조822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4조4008억원)대비 32.3% 증가했다. 1분기 서울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6970억원), 인천 청라국제업무지구 B1BL오피스텔(4795억원) 등을 수주했고, 2분기엔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플랜트(9401억원), 서울 영등포 1-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5103억원), 풍무역세권 B3BL 공동주택(3583억원) 등의 일감을 챙겼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을 비롯해 이라크 Al Faw 항만 해군기지 및 공군기지,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등 준비된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의 수주가 가시화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분양성 양호한 수도권 중심의 주택건축사업을 확대하고, 특히 핵심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여 올해 목표를 초과달성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드론 실증 확대 나선 국토부, 배송·산불 감시 등 상용화 돕는다

국토교통부가 드론 산업의 상용화 기반을 넓히기 위해 드론특별자유화구역을 32개 지자체의 67개 구역으로 대폭 확대했다. 국토부는 제3차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지정을 통해 기존 23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던 47개 구역에 더해, 신규 9개 지자체의 18개 구역에서도 드론 실증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기존 운영 지자체인 광주 북구와 전남 고흥군에서도 2개 구역이 추가 지정돼 총 20개 구역이 늘어난 셈이다. 드론특별자유화구역은 비행승인, 특별비행승인, 안전성 인증 등 6개 주요 드론 비행 규제를 면제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는 제도다. 지자체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제로 실제 환경에서의 드론 비행을 가능하게 해 민간 기업이 실제 공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다. 이번 제3차 지정에서는 도심, 농촌, 해양, 산림 등 다양한 지역 특성에 맞춘 드론 실증이 가능하도록 해 드론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구현에 중점을 뒀다. 즉, 총 110여 개 드론 기업들이 장거리·고하중 드론 배송, 산불 감시 및 진화, 하천 수질 관리 등 생활 밀접 분야에서 실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충남 당진시는 말벌 개체 수 증가로 인한 농가 피해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한 탐지·제거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충남 공주시는 재난 발생 시 드론을 통한 심장제세동기 및 응급 의료품 배송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전남 강진군은 하천과 강진만 수역의 수질 변화 및 조류(藻類) 발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실증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부는 제1·2차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운영을 통해 이미 다양한 성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태안에서는 군집 드론 라이트쇼 기술이 고도화됐고, 인천·포천·서산 등지에서는 드론 배송 실증이 성과를 거뒀다. 제주와 울산은 지역 축제 안전 모니터링에, 경주는 국가유산 주변 관리에 드론을 활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다각화가 필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둔촌주공 재건축 ‘포레온’ 균열 긴급보수 이후 안전 문제는

둔촌주공을 재건축 한 1만2000세대 규모의 국내 최대 대단지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이하 올파포)'에서 균열이 발생한 가운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긴급보수를 마쳤다. 아직 특정동, 특정층 1개소에 발생한 현상이지만 이번 사태로 단지 전체적으로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 전용 39㎡(18평)과 49㎡(22평) 등 소형 평수로 구성된 복도식 동인 319동 최상층 34층 복도 내벽에서 균열 현상이 발생했다. 1~4단지로 구성된 올파포에서 이번에 균열이 발생한 319동, 3단지 시공을 맡은 업체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해당 내벽 균열 발생 부분에 V커팅(홈을 넓고 깊이 파내는 작업)을 실시한 뒤 23일부터 25일까지 무수축몰탈 충진 과정을 거쳤고, 26일에 해당 균열 부분에 샌딩 및 퍼티 작업을 마쳐 틈을 메웠다. 현대건설은 당초 실금 수준이었던 크랙 부분이 보수 작업의 일환인 V커팅 도중 작업 사진이 실제 균열 현상인 것처럼 오해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균열 원인에 대해 현대건설은 인은 해당층 레미콘 타설시 수직/수평 분리타설로 시공이음 구간에 크랙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최상층 세대는 품질 확보를 위해 수직재 타설 후 수평 구조의 지붕층 슬라브 타설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번에 발생한 크랙 부위도 수직재 타설 시 슬래브 철근이 정착되는 길이 확보를 위해 타설한 위치에서 발생한 균열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시공이 감리원의 승인후 진행된 공정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건설은 강동구청과 올파포를 시공한 다른 3개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협의를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현대건설의 후속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최상층 시공 시 수직/수평 분리타설 시공 작업을 통해 시공이음 구조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공이음으로 시공된 최상층에 균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정 과정에서 부실이나 소홀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시라도 시급하게 보수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맞지만, 보다 정밀하게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균열의 진짜 발생 원인을 밝혀내 근본적인 후속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 교수는 “이번 현대건설의 보수작업은 관리감독 기관 하에서 정밀안전진단 작업을 거쳐 실시된 상황이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균열의 진짜 발생 원인을 밝혀내려면 외부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보다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거쳐 보수작업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번 보수작업은 이런 사전 작업 절차 없이 진행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신속한 보수 작업이 필요했다"며 “28일 올파포 입대위와 강동구청 및 당사를 비롯해 올파포를 시공한 3개 건설사 간 협의를 통해 전수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위기 안 끝나”…2분기 실적 선방 건설사, 하반기도 웃을까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개선 흐름을 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자체사업 매출 인식과 정비사업 수주 효과가 반영되며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분양시장 불확실성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국면은 끝나지 않았다"며 실적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신중한 시선을 보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HDC현산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1% 증가했고,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7.0%, 11.2% 늘었다. 서울원 아이파크와 청주가경 아이파크 6단지 등 자체사업 매출이 반영됐고, 원가율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건설도 영업이익 211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동 플랜트와 토목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고, 일부 국내 리스크 현장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컸던 것에 비하면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DL이앤씨는 영업이익 증가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DL이앤씨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조9137억원이다. 반면 영업이익(1078억원)은 230.9%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작년에 착공한 9100가구 규모 물량의 공정률이 높아지며 외형 확대에 기여했고, 플랜트 부문에선 샤힌 프로젝트 등 3개 현장의 매출 기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의 실적 호조 배경은 과거 분양한 자체사업 매출 인식이다. 정비사업 수주도 수주잔고 확대와 브랜드 회복 등 긍정적 효과를 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에서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2분기 실적이 잘 나왔다"며 “6·27 대출 규제의 영향은 하반기보다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역시 기존 분양사업의 수익이 이어지며 방어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는 수도권 핵심지에 집중돼 있고, 지방은 분양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하반기 역시 방어 중심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변수로는 6·27 부동산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지역에서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대출의 보금자리론 전환도 차단했다. 전세자금·신용대출 규제도 예고되며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경기 아파트 계약 해제는 발표 3주 만에 326건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등 상급지에서 고가 거래 해제가 급증하며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실적은 과거 착공 사업장의 매출이 인식된 결과일 뿐, 현재 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며 “PF 리스크와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위기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회복이 아닌 버티는 장세"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 일정 지연 △자재·노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정부 SOC 예산 집행 속도 △중동 플랜트 수익 반영 시기 등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치만 보면 반등한 것 같지만 체감은 여전히 냉랭하다"며 “버티는 장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인터뷰]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랩장 “실수요만 막혔다…서울 쏠림 더 심해진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는 서울과 지방 사이의 양극화를 더 키우는 정책입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함부로 집을 샀다간 대출이 막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지고, 결국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화됩니다. 지방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서울 쏠림은 더 뚜렷해질 겁니다." 지난달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최근 4주 연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6·27 대책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됐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27 대책 이후 실수요자 타격…“지방 수요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윤 랩장은 이번 대출 규제의 핵심 문제로 '정책 대상의 착오'를 꼽았다. 그는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실수요자의 진입을 막는 구조"라며 “결국 서울과 지방 간 수요 양극화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랩장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매수자 중 90% 이상은 실수요자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인해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로, 1주택자가 갈아타는 경로 모두가 대출 한도 제한에 막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30대, 신혼부부 등 자금력이 부족한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에는 40년, 50년 만기의 모기지라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 축소돼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방 시장의 반사이익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이다. 윤 랩장은 “지방은 대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하지만, 수도권 진입 시 다시 규제에 걸리기 때문에 지방에서 먼저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유인은 떨어진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서울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외국인 매입 규제 논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외국인의 보유 비중과 거래 비중 모두 1% 이하에 불과하다"며 “일부 초고가 단지에서 외국인 자금이 최고가를 형성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전체 서울 집값 흐름을 외국인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건 통계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지역보다 연식에 따른 선호 차이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윤 랩장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처럼, 연식 5년 이내 신축 아파트는 서울 전역에서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며 “강남은 신축과 구축 모두 오르기 때문에 유독 상승률이 부각되는 것일 뿐, 서울 25개 구 전체에 온기가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불균형·정책 왜곡…“강남만 짓고, 실수요만 막는 구조" 공급 측면에선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구조가 중저가 주택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랩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아파트 수요가 절대적이고, 비아파트는 사실상 기피 대상이 됐다"며 “신축 빌라는 미분양 우려로 민간이 아예 착공을 꺼리고, 공공도 대부분 매입임대 방식으로 대응할 뿐 직접 공급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에 몰리는 현상에 대해선 “강북은 공사비 협상과 분양 리스크 문제가 많고, 강남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의 수익이 있다"며 “압구정, 반포 같은 지역은 수익이 나지 않아도 상징성과 마케팅 효과 때문에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매매와 전월세 시장을 동시에 안정시키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두 시장은 서로 풍선효과 관계에 있는데, 한쪽을 누르면 반드시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며 “이 구조를 무시한 채 규제를 반복하면 시장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 신호를 읽는 데 있어 통계 해석의 오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상승폭이 둔화된 것을 가격 하락으로 해석하는 보도가 많다"며 “예를 들어 0.1% 오르던 것이 0.05%로 줄었을 뿐인데, 이를 하락 전환으로 해석하면 시장 심리를 오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거래는 줄겠지만, 가격은 오히려 최고가를 갱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주비 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막히면서 매물 자체가 줄고, 거래 가능한 물건이 희소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거래절벽 속에서도 일부 단지는 최고가를 경신하는 구조적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선 “유휴부지 활용,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반복된 방식"이라며 “사전청약 등 공급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 외엔 단기적 해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랩장은 마지막으로 “지금 시장이 왜곡된 가장 큰 원인은 대출·세제 기준이 '주택 수' 중심이라는점"이라며 “100억짜리 한 채보다 3억짜리 세 채가 더 강하게 규제받는 구조는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춰야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고, 그로 인해 수요 분산과 지방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규제를 개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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