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국토부, 주택 공급 속도전…HUG 보증 한도 대폭 늘린다

국토교통부가 주택사업자의 자금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보증 한도를 총사업비의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등 자금지원 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국토부는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대책 후속 조치로 HUG의 주택건설 관련 보증 요건 등의 제도 개선을 마치고, 향후 연간 100조원 규모의 공적 보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PF 대출 보증 한도를 총사업비의 50%에서 70%로 높이고 시공사 시공순위 제한을 폐지하는 등 보증 요건 완화 특례를 1년 연장한다. 분양률 저조나 공사비 상승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공사비도 최대 총사업비의 70% 한도 내에서 추가 지원한다. 또, PF대출 보증으로 대환할 수 있는 브릿지론(미납이자 포함)의 범위를 원금과 2년치 이자에서 원금및 5년치 이자로 확대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인다. 정비사업 본사업비 대출보증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시공사 대여금을 중심으로 초기 사업비가 조달됐지만, 최근 금융기관의 고금리 브릿지론 이용이 증가한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이를 위해 기존 신탁사 대여금, 금융기관 PF 대출금 뿐 아닌 '금융기관의 브릿지 대출금도 본사업비 보증으로 대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보증 활용 시 연 5~7%대의 고금리 브릿지론을 약 3~4%대의 저리 본사업비 대출로 전환 가능하다. 아울러 대출보증을 통해 착공 전 단계에 대환할 수 있는 초기 사업비를 신탁사 대여금과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범위를 넓혔다. 단, PF대출금은 예외로, 시공사 신용등급이 AA 이상이거나 시공순위 20위 이내일 경우에 한해 제공한다. 혹은 한시적 연대입보를 제공해야 적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신축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1금융권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도심주택특약보증'의 보증 한도를 상향해, 수도권은 총사업비(매입대금의 90%)의 90%, 지방은 80%까지 2027년 12월 말까지 지원한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최대 47만6000호 규모의 정비사업 자금 조달을 뒷받침한다는 목표로, 향후 2년간 약 7만호 규모의 신축 매입임대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국토부는 서울 40만호, 수도권 68만호 등 대규모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추진위원회·조합 대상 초기 사업비 융자, 공공정비사업 수수료 지원 등 법령·예산·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지원 방안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토허제 여파에 서울 분양 미룬다…건설사들 생존 전략 ‘전전긍긍’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주택 분야 주 수입원인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다. 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줄고 수요자 관심이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중도금 대출 등 계약 관련 규정이 불명확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건설사들은 현재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나 지방 분양에 집중하며 실적 방어 중이나, 분양 시점을 지나치게 늦출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청약홈에 따르면, 29일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무순위 단지 '대방역 여의도 더로드캐슬'의 모집공고가 신탁사 요청으로 취소됐다. 해당 단지는 현강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은 아파트로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이후 사후 분양으로 진행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등 '막차'에 적합한 이점이 있지만, 신탁사는 “10·15 대책을 비롯해 사업 전반에 대한 여러 사항을 검토 중이며, 재공고를 예정하고 있다"고 청약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이 같이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분양을 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10·15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 전역을 비롯해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등 경기도 12곳이다. 해당 구역에서는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됐다. 양도세·취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규제도 더해지며 실수요자는 물론 건설사들의 부담도 크게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분양 일정을 미뤘다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토허제 영향으로 청약자들의 심리가 위축됐고, 분양할 때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공급이 다소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단순히 토허제가 지정돼 분양이 어려워질 것 같아 미룬 것만은 아니고, 실무적인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이 축소된 대출 규제 기준인 LTV 40%에 포함되느냐 마느냐 등 세부 규정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금융권에서도 혼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중도금 대출 관련해 추가 일정 검토가 필요해 현재로서는 모집공고에 관련 내용을 담기 어렵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계약금을 낸 뒤 중도금 대출을 받고 3~4년간 잔금을 모아 납부하는 구조다 보니, 중도금이 40%밖에 나오지 않으면 납부 일정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대출 조건 뿐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한도 등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정책이 100%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보니,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분양이라는 게 사업성을 따져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하는 사업인데, 갑자기 이런 변수가 생기면 대출이 어려워지는 청약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도 분양을 미루다가, 결국 이자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처리하고자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토허제 구역 분양 물량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근시일 내 분양 계획이 있었던 건설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을 앞둔 단지들을 보면 대부분 규제를 피해간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나 지방에 집중되고 있다. GS건설은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 905번지 일원에 '북오산자이 리버블시티'를 11월 분양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같은 달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더스마트'를 공급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도 같은 달 인천 용현·학익 도시개발구역 공동 2BL 일원에 '시티오씨엘 8단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을 비롯한 규제 지역 대신 수도권 비규제 지역과 지방 분양에 주력하며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만간 다시 서울 분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일정이 그렇게 많이 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자금 조달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우는 등 일정을 점검하기는 해야겠지만, 분양가를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수도권 주변 시세가 워낙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기에 분양이 그렇게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삼성물산 건설부문, 3문기 매출 영업익 모두 감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28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3조900억원, 영업이익 1110억원을 공시했다. 이는 작년 3분기 매출(4조4820억원) 대비 1조3920억원 감소한 수치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2360억원)과 비교해서 1250억원 감소한 수치다. 전 분기 매출(3조3950억원)과 비교해도 3050억원 감소했고, 2분기 영업이익(1180억원) 대비 70억원 줄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하이테크(반도체 시설 시공)를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 마무리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에 김우석 재무실장 내정

한화그룹이 28일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이사로 김우석 한화 전략 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대표이사 내정자는 30년 이상 한화그룹에 재직하면서 경영, 재무 분야를 맡아왔다. 김 내정자는 재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화 건설부문의 재무 건전성 제고와 안전 경영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김승모 현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방산 담당으로 이동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한화그룹, ‘미래 속도전’ 승부수…‘반도체 베테랑·재무통’ 전진 배치

한화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내년도 사업 계획의 조기 실행을 위해 3개 핵심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28일 밝혔다. 단순 자리 이동이 아닌 △반도체 기술 △재무 △글로벌 전략 분야의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속도전에 나선다는 포석이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한화세미텍의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다. 한화그룹은 삼성전자와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AMAT) 등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반도체 장비 베테랑' 김재현 현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을 전격 발탁했다. 한화그룹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점찍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시장 선점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화 건설부문은 '재무통'인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이 맡는다. 30년 넘게 그룹에 재직하며 재무와 경영을 담당한 전문가로 향후 건설부문의 우량 수주 확보와 재무 건전성 제고, 안전경영 강화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한화임팩트 사업부문은 글로벌 사업 역량이 검증된 양기원 대표 내정자가 이끈다. 그는 한화솔루션 전략기획실장과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수출 시장 확대를 견인할 임무를 받았다. 한편 김승모 현 ㈜한화 건설부문 대표는 그룹의 핵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으로 이동한다. 방산전략담당으로서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아 이번 인사가 그룹 차원의 전략적 재배치임을 분명히 했다. 신임 대표이사들은 각 사 일정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며, 즉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내년도 경영 전략 수립을 조기에 완료해 실행에 나설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건설업계, 이른 추위 속 불량 레미콘 퇴출·콘크리트 품질 강화…현장 안전 확보

공사현장의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해 건설사들이 건물의 근본 재료인 레미콘과 콘크리트 품질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른 추위가 다가오면서 주요 업체들이 겨울철에 취약한 콘크리트 타설 문제를 해결하고 레미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납품된 레미콘 상당수가 불량 자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제출받은 '2020~2021년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결과' 분석 결과 해당 사고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레미콘의 배합 비율을 준수하지 않거나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한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불량 레미콘이 콘크리트에 사용되면 강도가 약해져 부실 시공이 이뤄지고 건물 붕괴 등로 산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동절기 공사가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겨울에는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이 더 걸려 여름보다 2배 더 많은 시멘트가 요구된다. 일반 아파트 기준 3.3㎥(1평)당 300㎏의 시멘트가 들어가고, 겨울엔 10~20%(30~60㎏)가 더 필요하다. 건조시간은 최대 28일, 적어도 열흘 정도는 말려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공사비 절감을 위해 공기 단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충분히 시간을 들여 콘크리트를 굳히지 않고, 강도가 약한 콘크리트가 자재로 사용되면서 사고가 발생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두산건설은 국내 최초로 AI 기반 레미콘 생산검증 시스템을 개발했다. 레미콘이 건설 구조물의 안전성에 주요한 핵심 자재인만큼, 두산건설은 레미콘 생산 과정에서의 배합비 임의 조정이나 물을 섞는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AI 기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레미콘 생산부터 현장 반입까지 원자재 투입량과 출고시간 등 주요 데이터를 별도 서버에 실시간 전송해 위·변조를 차단한다. 또한 AI가 계량 오차를 분석해 설계 기준에서 벗어난 제품은 자동으로 불량 판정을 내려 현장 반입을 금지하고, 건설사와 감리자 등 품질 관리자들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자체 개발한 '탄소저감 조강형 콘크리트'가 국내 건설사 최초로 기후환경에너지부로부터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받았다. 대우건설이 개발한 이 콘크리트는 동절기에도 조기 강도와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현장 적용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또 기존 프리캐스트 구조물 위주로 사용되던 조강형 콘크리트의 한계를 넘어 현장 타설 구조물 전반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전국 주요 8개 현장에 '탄소저감 조강형 콘크리트'의 적용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삼표그룹이 출시한 '블루콘 윈터'는 국내 최초의 동절기 내한 콘크리트다. 이 제품은 영하 10도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별도의 보양이나 급열 양생 없이 표면 양생만으로 타설 48시간 이내 압축강도 5메가파스칼(MPa)을 구현할 수 있어 한겨울에도 안전한 시공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기 단축과 균일한 품질 확보가 가능해 현장 만족도가 높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광주 지역에선 특히 몇 년 전 화정동 사고로 부실 레미콘 및 콘크리트 자재에 대한 우려와 안전 시공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며 “당사가 도입한 AI 검증 시스템을 최우선적으로 광주 지역에 운영해 불량 레미콘 자재 반입을 원천 차단해 공사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산재를 방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 10·15 대책에 전·월세 직격탄…서민 주거 대책 ‘시급’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며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고 기업형 장기임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민간 참여를 확대해 최근 설 자리를 잃은 지식산업센터나 공실이 많은 상가 건물 등을 활용할 경우, 1년 내 주택 공급 확대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세액공제 및 바우처 지원 확대와 효과 검토를 비롯해 다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촉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래 의무가 부여됐다. 그러나 갭투자가 막히며 전세 매물이 줄어들자, 월세 가격은 치솟고 전세의 월세 전환도 더욱 가속화되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월세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 월세 비용은 약 10% 가량 상승했다. 서울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는 원래도 찾기 어려웠는데, 있던 매물도 집주인들이 거둬들이며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월세는 최저도 130만 원 이상으로, 100만원 이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나와도 그날 바로 계약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미 월세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44만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서울 구로구 등 비교적 저가 지역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구로구 평균 월세는 전월 대비 14만원(25.1%) 오른 71만 원으로 집계됐다. 중랑구도 72만원에서 84만원으로 17% 올랐고, 광진구는 75만원에서 81만원으로 월세 가격이 전년 대비 9% 상승했다. 이로 인해 청년과 취약계층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한 청년 1인 가구의 월급 대비 주거비 부담률은 16.5%에 달했다. 2023년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주거비 부담률은 19.7%로 상위 20%(8.5%)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주거 부담이 증가하면 세입자들이 교육비, 식비 등을 줄이게 돼,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실물 경기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전세사기 등 부작용이 심각한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는 사실상 '폐지'시키자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논의가 돼 왔지만 존치된 것은 서민 주거 안정과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2022년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정부는 전세 제도를 본격적으로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올라 불평등도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 해야 한다"며 “월세 받는 사람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도 조화시켜야 한다"고 전세 제도 폐지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10·15대책 이후 서민 주거 부담 가중의 해법으로 월세 주택 공급 확대가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공공임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공모리츠를 활성화하는 등 민간 시장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다. 즉 △세제 혜택 △용적률 완화 △장기 모기지 적용 등으로 초기 비용과 이자 부담을 줄이되, 혜택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 월세 가격이 오르는 건 전세가 줄어들면서 월세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 개인 임대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제한이 없어 마음대로 올리는 영향이 크다"며 “기업형 임대주택이 도입되면 기업만 관리해도 월세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식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은 기업이 월세를 한정 없이 올리지 못하도록 1년에 5% 이상 인상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업형 임대주택을 도입한다고 하니 모건스탠리, KKR 같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겠다며 계속 진입하고 있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전세사기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니 우리도 월세 시장을 선진적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에 적합한 공간으로는 최근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와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가, 오피스 등을 지목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준주거로 전환해준 것처럼, 이런 공간을 코리빙 형태로 리모델링해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 교수는 “서울 내 비어 있는 공간이 굉장히 많은데, 이를 한 번에 전환하면 월세 안정 속도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며 “기업형 임대가 자리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부 하기 나름이지만, 빠르면 1년 뒤에도 가능하다. 늦어도 2~3년이면 이뤄질 거라고 본다"며 “월세 공제나 바우처,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보호 정책은 공급이 확대될 때까지 당분간 필요하지만, 시장이 선진형으로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0·15 대책 발표 이후, 홍콩계 아시아태평양 주거 전문기업인 '위브리빙'은 지난 20일 한국에 임대주택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서울에 총 6350억원 규모의 임대주택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1위 운영사인 '더리빙컴퍼니'도 지난 8월 서울 사무소를 열며 시장 진입을 알렸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 모건스탠리, 하인즈, 그레이스타, 인베스코, M&G 리얼에스테이트 등도 국내 운영사와 함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전세에 집중됐던 지원을 월세 보증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도 올해 세제 개편안을 통해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세대주는 월세로 낸 비용의 17%, 총급여 5500만~8000만원 이하 세대주는 1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도 월세 세액공제를 늘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액공제에 그치지 않고 선제적인 세입자 보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지자체 차원의 월세 지원금 확대와 갱신청구권 보장, 재계약 시 일방적인 가격 인상 방지책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다주택 규제가 전·월세 시장 불안의 근본 요인인 만큼, 관련 규제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가격 인상에 상한을 두기 위해 등록임대제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임대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의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 중에는 등록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도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자진 말소를 권유해 등록 물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등록 민간임대주택을 늘리면 보증금 등 안전장치도 마련되고 월세 상승률도 연 5%로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시장을 정상화해 전월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나, 현재는 이 모든 정책 실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래서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에 뭘 해야 하느냐는 다음 문제다. 최근 대책들로 인해 수요가 전월세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기존 규제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월세 세액공제에 대해 “현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월세 가구가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니 월세 세액공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전체 월세 가구에 지원되는 부분이 크지 않다면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한강변 층고 완화 ‘부작용’…성수4지구 주민 갈등 심화

서울 한강변 개발의 상징으로 꼽히는 성수4지구가 통합심의에 들어서자 인근 두산위브·대명루첸(존치지구) 주민들이 재개발 구역 편입을 다시 요구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2.0' 정책 이후 성수동 일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자산가치 격차가 갈등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를 둘러싼 조합과 존치지구 주민 간 대립이 최근 다시 격화됐다. 지난 24일 존치지구 주민들은 성동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초고층 단지로 인해 일조·조망·교통권이 침해된다"며 “두산위브·대명루첸을 재개발 구역에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재개발로 인한 생활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제기하며 단순 민원이 아니라 재산권 침해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층 건물군에 둘러싸일 경우 일조와 조망은 물론 교통권까지 침해되고, 성덕정길이 재개발로 폐쇄되면 사실상 단지 진출입로가 막힌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강을 전혀 볼 수 없게 되고, 초고층 단지에 가려 재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이격거리 규정을 지켜도 실질적 피해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사익을 위한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성수4지구 조합 관계자는 “존치지구 주민들이 일조·조망·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편입을 요구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일조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서울시교육청과 사전 협의를 마쳤고, '설계 배치가 적정하다'는 공식 의견을 받았다"며 “학교 방향 일조를 우선 확보해 피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존치 방향에는 높은 건물을 배치하지 않았고, 녹지·도서관·경로당 등 공공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며 “공익 설계임에도 개인 재산가치 문제를 이유로 편입을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법적 절차상으로도 편입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전자투표 결과 498명이 반대했다"며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한 사안을 내세워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4지구 내 존치지구인 두산위브와 대명루첸은 2006~2007년 준공된 신축 단지로 2010~2020년대 초에는 추가부담금에 대한 우려와 신축 아파트라는 점을 들어 재건축·재개발 구역 편입에 대부분의 주민이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수4지구의 77층 초고층 재개발 설계가 본격화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두산위브·대명루첸 주민들은 일조, 조망, 교통권 침해와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올해 들어서는 구역 편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성수4지구는 한강 조망권을 갖춘 250m 초고층 주거단지(1592가구)로, 시 전략정비구역의 핵심 사업이다. 지난달 시에 통합심의를 공식 접수했고, 내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12월 시공사 공고를 준비 중이다. 이번 갈등은 시의 '한강르네상스 2.0'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 현장에서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오세훈 시장이 2007년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는 한강변 용도·층수 제한을 완화해 수변 고급 주거지와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개발 비전이었다. 재임 복귀 이후 '2.0'으로 재가동되면서 성수·압구정·여의도 등이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한강변 초고층 개발이 본격화됐다. 성수동을 서울의 대표 프리미엄 입지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비(非)정비구역과의 자산가치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성수4지구와 존치지구 간의 대립은 그 구조적 불균형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한강르네상스가 성수동을 상징 입지로 만들었지만, 주변 지역과의 격차도 키웠다"며 “이번 갈등은 한강변 개발이 만든 자산가치 격차가 현장 갈등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GS건설, 북오산자이 리버블시티 11월 분양…“동탄 생활권·직주근접”

GS건설은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2구역 지구단위계획구역 A1블럭에 들어서는 '북오산자이 리버블시티'를 11월 분양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으로 총 10개동, 전용면적 59~127㎡ 총 1275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로 △59㎡ 382가구 △74㎡ 280가구 △84㎡ 502가구 △99㎡ 108가구 △126㎡PH 2가구 △127㎡ PH 1가구이다. 공동주택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되며, 동탄신도시와 세교지구의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롯데백화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동탄점, 이마트 오산점 등의 쇼핑시설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을 차량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과 평택캠퍼스를 비롯해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와 LG디지털파크, 동탄테크노밸리, 동탄일반산업단지, 오산가장일반산업단지 등 주요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북오산IC가 위치해 서울과 수원·용인·평택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단지 내부에 어린이집이 설치되며 다양한 학원들이 밀집돼 있는 동탄 학원가도 차량으로 접근 가능한 거리에 있다. 분양 관계자는 “남향 위주의 배치와 판상형 위주의 설계를 도입해 채광과 통풍을 강화했다. 넓은 동간 거리를 확보해 일조량, 조망권이 좋다"면서 “주택형별로 드레스룸, 팬트리, 알파룸, 베타룸 등 다양한 공간옵션을 마련해 공간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화 커뮤니티인 '클럽 자이안'에는 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센터, 필라테스, GX룸 등 다양한 운동시설과 작은 도서관,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견본주택은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 272-2번지에 마련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살인 부르는 ‘층간소음’…“20년된 시공 기준부터 바꿔야”

“매일 귀마개를 끼고 잡니다. 새벽에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자 홧병이 났다. 이 아파트를 얼마에 주고 샀는데, 이런 초고가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 정말 층간소음 문제 하나 때문에 이 비싼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급아파트 단지의 한 주민이 층간소음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이 아파트는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가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16년 입주한 단지다. A아파트는 비싼 아파트들이 많은 강남에서도 '선두 주자'다. 2019년 당시 소형 평형인 전용면적 59㎡(24평)가 24억원에 팔리면서 대한민국 아파트 거래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 1억원 거래'의 시초를 열였던 단지다. 특히 대형건설사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를 적용해 고급화를 꾀한 단지로도 유명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층고(각 개별 세대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다. 2010년대 이후에 지어진 3세대 서울 신축 아파트가 일반적으로 2.3~2.4m 정도의 층고로 지어진 것과 달리 이보다 층고가 더욱 높은 2.6m로 지어졌다. 층간 소음 방지가 주목적이었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장 아파트인 바로 옆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 층고도 2.5m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원베일리와 7년이라는 연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2016년 입주 당시 보기 드물게 높은 층고로 설계된 것이다. 층고가 높게 설계되면 그만큼 개방성이 보장돼 집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윗층이나 아래층과 세대 간섭이 약해져 층간소음 문제가 경감된다. 시공사가 층간소음 문제 해소와 개방성 확보를 위해 지금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개별 세대 내 층고를 2.6m로 설계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혁신적인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층고를 높게 설계하면 그만큼 공간을 많이 차지해 용적률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세대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재건축 아파트는 세대 수를 많이 확보해 일반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층고를 높이면 수익성은 저하된다. 시공사와 조합은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층간소음 해소를 위해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이런 A아파트마저 층간소음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전용 84㎡(34평)이 55억원 이상에 팔려 '평당 1.5억' 아파트가 된 A아파트 입주민들 마저도 층간소민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한국 아파트의 고질병인 '층간소음' 문제다. 일반 아파트보다 30cm나 더 층고가 높은 A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이 있는데 다른 일반 아파트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입주민간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한 애로사항 만이 아니다. 각종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전국 아파트 거주민 상당수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기엔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인 입주민들의 피해 여부나 이해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A아파트의 경우에도 피해 세대의 주장과 같이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사까지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층간소음이 없어 너무 좋다"고 평가하는 입주민들도 있다. '전혀 상반된 이야기'가 동일 단지 내애 공존한다. 피해 정도가 주관적인 영역으로 정의하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작은 소리나 진동에도 민감한 반면 그렇지 않은 입주민들은 피해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등 개인적인 차이가 크다. 또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자산 손실'로 받아들이는 문제도 있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거론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 A아파트 주민의 층간소음 피해 고발 게시물에 다른 입주민들은 '우리 집은 문제 없다', '층간소음은 이웃을 잘못 만난 것이지, 아파트 문제가 아니다', '층간소음 결국 복불복 문제인 것인데 당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아니냐', '층간소음이 심하면 관리실을 통해 해결할 것이지, 남들 다 보라고 이런데다 올리는 이유가 뭐냐'는 날선 반응들이 나온다. 층간소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해도 이를 입증하고 공급자인 시공사(건설사)에게 피해 보상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우선 층간소음 인정 기준이 까다롭다. 환경부의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평균 1분 당 주간엔 평균 43데시벨(dB), 야간엔 38dB이 넘는 소음이 입증되야 층간소음으로 간주한다. 입주민 개인이 이 같은 소음의 수준을 체크하고 입증하기엔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려운 부분이 크다. 입주민이 장비를 동원해 층간소음으로 간주되는 그 이상의 소음을 입증해도 건설사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실시공 탓이 아니라 개인 생활습관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반박한다. 개인이 규정 이상의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증명해도 부실시공 때문인지 아닌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피해자들이 이를 증명하기 힘들다. 시공사와 피해 주민이 법적인 소송을 진행한다면 대기업인 건설사는 재원과 시간을 들여 법원으로부터 정당함을 주장한다. 피해자 개인이 건설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자비로 변호사를 고용해 부실시공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본인의 자산과 시간을 소비하면서까지 시공사와 싸우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 본인이 층간소음으로 입는 손해를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 입증해야 하지만 이 피해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으로 역시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으로는 층간소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한국 건설사의 아파트 시공법에도 문제가 크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98%)은 수월한 시공 난이도, 저비용 장점, 공간 활용성, 난방 및 단열 효율 등의 이유로 벽식 구조로 지어진다. 그런데 벽식 구조는 슬래브(수평구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그대로 벽을 타고 전달되는 취약점이 있다. 물론 벽식 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해도 슬래브와 벽을 지탱하는 철근 콘크리트를 충분히 두껍게 시공하면 소음이 슬래브를 통과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건설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슬래브와 벽 두께를 기준치에 맞춰 최소한으로 짓는다. 현재 마련된 기존에 120~150mm 수준이었던 슬래브 두께는 2005년 이후로 210mm까지 강화됐지만 이마저도 20년 전에 세워진 기준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슬래브 두께 시공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도 나름대로는 '층간소음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현실에서 결국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를 시공하는 것이 경쟁사와의 차별화는 물론 '계속적인 지속 경영'을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것에 건설업계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복합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을 신설하고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 시공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지난 8월에 완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구마을 제3지구 재건축)에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기술을 상용화해 첫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현재 슬래브 최소 규정 210mm에서 강화 모르타르·흡음재·탄성체·차음시트·복합 완충제로 구성된 110mm의 다층 구조체를 더한 320mm 두께의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마다 경쟁적으로 경량1등급, 중량1등급 인증을 받고 있는 추세지만, 대우건설은 자체 개발한 320mm 바닥구조인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로 경량·중량 1등급 인증을 따냈다"며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는 바닥충격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우수한 시공성과 구조적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인만큼, 층간소음 차단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