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처음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월드컵이 개막했다. 국내외 전쟁·불황 등 악재로 축구 열기가 이전 대회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식품·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월드컵 열기가 국내 소비심리 회복에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12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39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이전 대회들과 규모·운영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이 공동 개최하며 개막식도 국가별로 총 3차례 열린다. 가장 먼저 열린 멕시코 개막식은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른 가수 샤키라 등이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13일 새벽 2시 30분에는 토론토에서 캐나다 개막식이 열리고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국 개막식에는 블랙핑크 리사가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월드컵은 출전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것도 큰 특징이다. 직전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조별리그는 8개조에서 12개조로 늘었고 총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확대됐다. 각조 1·2위 24개팀과 조별 3위 8개팀이 합류하는 32강 토너먼트 방식도 사상 첫 시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사포판에 있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우리 대표팀은 개최국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축구통계 전문업체 '옵타'는 A조에서 32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멕시코 87.2%로 가장 높게 점친데 이어 한국 70.1%로 A조에서 2번째로 32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다. 이어 체코 64.2%, 남아공 48.9%로 점쳐졌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도 이번 대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다. 우리 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 체코전,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25일 오전 10시 남아공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평일 오전에 치르는 것으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대규모 거리응원을 펼치던 종전 대회 때의 모습을 연출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 때문에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기업들은 우리 대표팀의 성적 만큼이나 변화된 경기 시간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물가·내수침체,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 저하로 가뜩이나 월드컵 특수가 예전만 못한데 주말이나 저녁 경기 때 높아지는 '치맥' 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월드컵 공식 스폰서 기업들과 그 외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전략이 사뭇 엇갈리고 있다. 공식 스폰서 기업들은 평일 낮 응원이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특화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반면, '월드컵' 단어 자체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비 스폰서 기업들은 기존에 해오던 여름철 프로모션을 강화하거나 직장인들의 회사 내 '브런치 응원' 수요에 대비해 간편식 등 물량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대표팀 평일 오전 경기'에 공식·비공식 후원사 엇갈린 셈법 국내 주류기업 중 유일한 FIFA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 카스는 11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체험형 팝업스토어 '카스 FIFA 월드컵 팬 베이스캠프'를 개장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평일 오전에 치러지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카스 FIFA 월드컵 팬 베이스캠프'를 별도로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아침 시간대에도 직장인과 학생들이 일상에 지장을 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모여 한 뜻으로 단체 응원을 펼칠 수 있도록 시차별 맞춤형 구체적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낮 시간대 음주 부담 완화를 위해 논알코올 음료도 배치했다. 또 다른 식음료 분야의 대표 월드컵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월드컵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해 시각적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열정적인 국내 소비자들로 구성된 '코카콜라 원정 응원단'을 직접 선발해 조직했다. 이들은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 현지로 출국해 전 세계 축구 팬들과 함께 현지 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맥도날드 역시 대회 개막 주간에 맞춰 전 세계 축구 팬들과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2026 FIFA 월드컵 기념 특별 세트'를 전국 매장에 전격 출시하며 적극적인 월드컵 특수 잡기 대열에 합류했다. 식음료 분야 외에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의 공식 글로벌 파트너사들도 전 세계를 무대로 대규모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라는 대형 글로벌 캠페인 방향성을 공표하고 미국 뉴욕 현지에 월드컵 맞춤형 특별 전시관을 개관,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 전파하고 있다. 기아 역시 2026 FIFA 월드컵 대회 전용 차량을 공식 지원, 경기장 안팎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한다. 오랜 월드컵 파트너사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인구 공급과 독점 스포츠 용품 및 관련 의류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전개 중이며, 국내 IT 분야의 공식 스폰서인 KT도 특화 마케팅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프로모션 참여 숙소를 예약하는 고객에게 '2026 FIFA 월드컵 무료 입장권'을 증정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선보여 글로벌 축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치맥' 대신 논알콜·아이스크림·간식 수요증가 기대 반면,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월드컵' 명칭이나 공식 로고를 광고 및 프로모션에 직접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축구대회'나 '축구 국가대표팀'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업계는 우리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에 열리는 점에 주목, 여름철 수요가 높은 아이스크림이나 회사 내 '브런치 응원'에 적합한 간편식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축구대회 개막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편의점 CU는 6월 한 달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하겐다즈 전 상품에 대해 2개 이상 구매 시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비비빅, 누가바, 바밤바 등 인기 바 아이스크림 11종은 10개 구매 시 5600원에 판매하는 번들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한다. 이밖에 △한국 대표팀 경기 전날과 당일에 칭따오·삿포로 등 맥주 5종을 최대 60% 할인 판매하는 맥주 이벤트 △get커피와 프라페를 5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대한민국 32강 진출 기원 이벤트 △대용량 즉석조리 치킨 3종 할인 이벤트 △훈제막창 등 가정간편식(HMR) 10여종을 1만원 내외에 판매하는 포켓CU 홈배송 안주류 기획전 등도 선보인다. GS25도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12일, 19일, 25일에 맞춰 치킨·피자·맥주·안주 제품군을 할인 판매하고, 세븐일레븐 역시 즉석 치킨과 즉석 피자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한다.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 야식배달·치킨집·호프집을 대신해 이번 월드컵의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셈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도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기존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월드컵에 국한시키지 않고 내달 초복 등을 두루 겨냥한 여름 최대 할인행사 '배민 먹을복 페스타'를 내달 19일까지 개최한다. BBQ, BHC, 맥도날드, 맘스터치, 버거킹, 처갓집양념치킨, 요아정, 배스킨라빈스, 푸라닭 치킨 등을 비롯한 총 100여개 인기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1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전에는 수요가 다소 적겠지만 경기를 다시 돌려보거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 치킨을 먹는 수요가 더 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모션과 SNS 마케팅은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에 열리지만 치킨, 맥주 등 전통적 인기 품목의 수요가 기존 월드컵 때보다 감소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며 “첫 체코전 때의 매출을 분석해 이후 마케팅 전략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전 당일 매출을 보면, 치킨업계에서는 bhc가 전주 대비 180%, 교촌에프앤비는 150%, 제너시스BBQ는 100% 매출이 증가한 바 있다. 편의점 맥주의 경우 CU는 155%, GS25는 121% 매출이 상승했다. 배달앱 역시 조별리그 첫 경기 당시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를 겪는 등 월드컵 특수를 체감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등은 평일 오전임에도 우리 대표팀 경기 시간에 맞춰 광화문광장 등 거리응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는 조별리그 체코전(12일 오전 11시), 멕시코전(19일 오전 10시), 남아공전(25일 오전 10시)에 맞춰 광화문광장 일대에 무대와 대형 화면을 설치하고 거리응원을 지원한다. 뚝섬한강공원 복합문화공간 '한강플플'에서도 단체 응원전이 열린다. 서울시는 12일부터 28일까지 북중미 월드컵 팝업 행사를 운영하고 한강 파노라마 존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통해 경기를 실시간 중계한다. 이 밖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키스스퀘어 등에서도 대형 화면을 통해 경기를 보며 단체 응원을 할 수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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