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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 “주세 바꿔야 ‘K-위스키’ 날개 펼친다”

한국은 주류 소비 강국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랫동안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경기 남양주에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을 생산하는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도정한 대표는 해외 면세점에서 마주한 외국인 파트너의 한마디 질문을 계기로 K-위스키 개척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고충부터 주세법 규제, 최근 '기원 시그니처' 원액 논란까지 기원 증류소와 국내 위스키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들을 도 대표로부터 들어봤다. ◇ “왜 한국 위스키는 없나" 질문에 불모지 개척 나서 경기 남양주 기원 위스키 증류소에서 최근 기자와 만난 도 대표는 한국 위스키 제조에 투신하게 된 계기로 '직관적인 의문'을 꼽았다. 과거 운영하던 맥주회사를 매각한 후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는 해외 파트너들에게 아시안 위스키를 소개하고자 면세점에서 일본의 위스키를 구매해 가곤 했다. 도 대표는 “해외 파트너들이 한국인들도 위스키를 많이 마시는데 왜 한국 위스키는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우리 주류 소비량은 많은데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위스키 자체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선례가 없는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고충은 기술적·제도적 자문을 구할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도 대표는 “당시에는 물어볼 사람도, 참고할 레퍼런스 자체도 없었다"며 “정부에 기대할 수도 없었던 것이, 정부가 우리보다 더 모르니 가르쳐 주면서 같이 헤쳐 나가야 하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고 초기 개척 당시를 회상했다. 규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정부와 도 대표가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하나씩 법적 기준을 정립해 나가야 했다. ◇ 국내 제조사 발목 잡는 종가세…'계단식 종량세'가 대안 우여곡절 끝에 2020년 6월 남양주에 문을 연 기원 위스키 증류소는 현재 미국과 일본 등 해외 10여 개국에 원액을 수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도 대표는 현행 국내 주세법을 K-위스키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도 대표는 “해외 수출처를 넓히며 더 많이 활동하고 싶지만 국내에서 이익이 남지 않으니 마케팅 비용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사들은 들여올 때만 세금을 내고 국내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세금을 안 내지만, 국산 제조사는 패키징 비용부터 업무용 차량 유류비까지 모든 활동에 세금을 내야 해 불합리하다"고 현재의 세제 역차별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세를 바꿔야 후발주자도 들어오고 기원 위스키도 날개를 펼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세법상 위스키·와인·소주 등은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가세(從價稅), 맥주·탁주는 용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從量稅) 체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세수확보 문제로 위스키에 대해 전면적인 종량세 개편이 어렵다면, 과거 수제 맥주 도입 당시에 적용했던 '계단식 종량세'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도 대표는 설명했다. 도 대표는 “수제 맥주처럼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양조장에 한해 첫 20만 리터는 60%를 감면하고, 그 다음 40만 리터는 40%를 감면하는 식의 계단식 제도를 도입한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수입사는 제외하고 국산 양조장에 한해 허들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세제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 “종량세 개편으로 국산 맥아 소비 촉진 가능"…높은 원가는 한계 도 대표는 종량세 개편을 유도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산 원료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력해 국산 보리와 쌀 등 국산 원료의 소비 촉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상업적인 단가 압박이 상당하다고 도 대표는 설명한다. “국산 보리를 더 많이 쓰고 싶어서 연간 몇십 톤 규모로 매입하고 있지만 원가 장벽이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국산 보리는 영국산 보리에 비해 1㎏당 단가가 거의 두 배에 달하는데 효율은 오히려 30~40% 떨어집니다. 한국 보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영국 보리는 증류를 목적으로 수백 년간 품종을 바꾼 반면 한국 보리는 밥으로 먹기 위해 기른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죠." 여기에 한국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했던 로컬 재료 실험 역시 경직된 법적 규제에 가로막혔다. 기원 위스키는 국산 복분자 캐스크 숙성 외에도 전통 수정과나 오설록 녹차 등을 오크통에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나 주류면허허가센터로부터 판매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도 대표는 “수정과나 녹차 등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주류면허허가센터로부터 음식 성분을 넣으면 안 된다는 해석을 받았다"며 “주세법상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못해 위스키로 부르면 안 되고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야 하는데 제약이 까다로워 출시가 무산됐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기원 시그니처' 논란, 대응 잘못했다"…재출시 당분간 유예 기원 위스키는 지난해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인 영국 국제와인&스피릿대회(IWSC 2025) '최고상(Trophy)'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SFWSC 2025) '대상(Best of Class)'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SFWSC 2026에서 출품작 8개 제품이 모두 수상작에 선정되는 등 K-위스키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최근 위스키 커뮤니티에서는 국제 품평회 수상작인 '기원 시그니처'와 실제 시판 제품의 원액 구성이 다르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도 대표는 “대응을 잘못했음을 확실히 인정하고 소비자와 커뮤니티에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출품 당시 품평회 가이드의 '개발 중(In development)' 조항만 확인했을 뿐, 성분과 도수(ABV)에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세부 FAQ 조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잘못됐기 때문에 변명하고 싶지 않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도 대표는 소비자 간담회를 열어 직접 경위를 설명했다.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그는 “소비자 지적을 충분히 이해해 기존 패키지에 '수상작'이 아닌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해 전면 수정했다"며 “이번 이슈를 계기로 당분간 재출시는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기원 한 잔 달라' 듣는 것이 목표" 도 대표는 기원 위스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종착지가 스카치 위스키나 재패니즈 위스키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 대표는 “처음부터 스카치 위스키를 만들거나 일본 위스키를 따라 하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며 “한국 기후 속에서 자란 한국 위스키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기원 위스키의 스타일은 맛과 향이 풍부하고 묵직하되 마실 때는 알코올이 세게 치고 나오지 않고 부드럽게 정돈되는 위스키"라고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도 대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기원 한 잔 달라(Let me have a Ki One)'는 말을 듣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연교차 60도가 빚는 K-위스키…‘기원’ 증류소 가보니 [양조장 여행]

경기 남양주 화도읍에 위치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 이곳의 증류기에서 받아낸 59.1도 도수의 원주(New Make Spirit)는 사납고 거칠다. 후추와 생강류의 알싸한 스파이시함이 직관적으로 튀어나온다. 알코올 향이 매운 것인지 향신료의 매운 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수십 미터 떨어진 숙성고에서 꺼낸 원액은 숙성 수년 만에 자극이 줄고 부드럽게 정돈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증류소 측의 증류기 설계와 경기 남양주 지역의 기후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기원' 위스키를 결정짓는 첫 번째 핵심 요소는 물이다. 증류소 측은 최적의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을 2년 넘게 조사했고 최종 후보지로 제주도와 남양주 화도읍 녹촌리를 검토했다. 녹촌리를 최종 부지로 선택한 배경에는 북한강 자락이 품은 지하수의 청명함과 정수 적합성이 있었다. 현재 기원 증류소는 위스키 생산 전 공정에 수돗물이 아니라 자체 정수 시설로 처리한 북한강 지하수만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제조 생산장 2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증류기다. 철망 바닥 아래로는 거대한 발효조 등 설비들을 볼 수 있다. 핵심 설비인 100% 구리 단식 증류기 2기는 스코틀랜드 포사이스(Forsyths)사에서 수작업한 것으로, 설비를 먼저 안착시킨 뒤 건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세워졌다. 이 증류기는 세계적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처럼 넥(Neck)을 짧게 설계해 원액 고유의 묵직한 바디감을 확보했다. 그러면서도 증류액 통로인 라인 암(Lyne Arm)은 위로 꺾어(상향선), 목 넘김 전후로 화사하고 상쾌한 향이 치고 올라오도록 유도했다. 설비가 뭉쳐 멈추는 현상을 막고 효율을 맞추기 위해 맥아 입자를 나눠서 굵은 입자 2, 중간 입자 7, 고운 입자 1의 2:7:1 비율로 분쇄한다. 발효과정도 다른 증류소 대비 두 배에 달하는 160시간 이상을 투자해 증류 시 화사한 과실 향을 내는 에스테르 성분을 확보한다. 이렇게 만든 워시(술덧)를 증류한다. 증류된 하이 스피릿이 오크통에 통입되는 도수는 59.1도다.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알코올 도수 60도 이상은 위험물로 분류돼 엄격한 소방 감사를 받기 때문에, 통입 도수를 스코틀랜드 표준보다 낮은 59.1도로 조정했다. 위스키를 완성하는 것은 백봉산 기슭의 혹독한 기후와 음지 숙성고의 환경이다. 하루 일조량이 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산기슭 음지에 위치한 6동의 숙성고에도 냉난방이 없다. 겨울철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바짝 수축했던 오크통 나뭇결은 여름철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고온 속에서 숨 가쁘게 팽창하며 원액을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는다. 큰 연교차가 만드는 내부 압력에 오크통 이음새로 원액이 나와 흘러내린 자국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숙성고 한쪽 벽에는 오크통 안에서 분출된 원액이 숙성고 흰색 벽면에 검은 자국을 남긴 흔적도 있다. 기원 측에서는 이렇게 분출되더라도 “그냥 둔다"고 설명한다. 원액을 머금은 나뭇결이 팽창해 틈을 메우면 분출은 저절로 멈춘다. 이러한 기온 변화는 원액이 오크통 나뭇결에 흡수되는 속도를 앞당긴다. 증류소 측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 약 7년이 걸리는 오크통 내부 침투 깊이가 이곳에서는 약 3년 만에 관찰된다. '한국에서의 숙성 1년이 스코틀랜드의 3년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문을 연 기원 위스키 증류소는 5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하절기 고온으로 인한 품질 편차를 막기 위해 조업을 한시 중단한다. 연간 생산량은 오크통 약 1200개 규모다. 제조장 한편에는 일반적인 오크통 외에도 전통 옹기(甕器)를 활용해 원액을 숙성하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하절기 조업 중단을 통해 공정별 원액의 품질 관리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기원 측에 따르면 위스키를 저장하는 캐스크를 통째로 구입할 수도 있다. 가격은 약 3000만원이다. 기원 위스키측에 따르면 힙합그룹 다이나믹듀오의 최자도 지인들과 캐스크 한 통을 구입했다. 기자가 직접 시음해 본 피티드 스피릿 원주는 맥아 고유의 잔잔한 훈연 향을 명확히 지니고 있었다. 약 5년간 숙성된 26번째 오크통의 캐스크 스트랭스(CS) 원액은 초기 원주 특유의 거친 스파이시함이 누그러졌고 부드럽게 정돈된 상태를 보였다. 거친 원주가 숙성을 거치며 싱글몰트 위스키의 풍미를 갖춰가는 이 과정은 국내 크래프트 위스키 제조가 안정적인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시음은 여섯 잔을 할 수 있다. 세 잔은 양조장 투어 중에 마시게 된다. 각각 원주와 술덧, 캐스크에서 바로 꺼낸 위스키다. 다만, 조업이 멈춘 기간에는 술덧 대신 피티드 원주와 같은 다른 시음이 제공된다. 나머지 석 잔은 시제품을 마셔볼 수 있다. 위스키 4종과 진 4종, 원주(스피릿) 3종 가운데 3잔을 골라서 시음할 수 있다. 기자는 위스키를 위주로 시음했다. 6년밖에 되지 않은 증류소지만, 숙성이 빠르게 이뤄져 십수 년 숙성한 위스키에 뒤지지 않았다. 3년 후, 5년 후 10년 후를 더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기원 위스키는 위스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K-위스키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 당당히 내놓아도 될 정도의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K-위스키의 시간은 이곳에서 스코틀랜드보다 세 배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첫 승에 들뜬 치킨집·유통가…아침부터 ‘월드컵 집관족’ 잡기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우리 국가대표팀 조별리그 경기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잇따라 편성되면서 전통적 월드컵 수혜업종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영업·주문 시간을 앞당기고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혜택을 쏟아내며 '집관족(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 잡기에 나섰다. 특히 우리 대표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까다로운 체코를 상대로 1승을 거둠에 따라 치킨업계는 물론 당초 관망세를 보이던 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의 우리 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매장 오픈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12·19·25일 BBQ앱 주문을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부터 받고 있다. bhc치킨 역시 가맹점은 점주 자율에 맡기되 직영점은 조기 오픈하고 있다. 치킨업계는 과거 '심야 야식'이 월드컵 특수를 이끌었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경기를 생중계로 보는 오전부터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는 저녁까지 먹거리 수요가 폭넓게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 관계자는 “올해 월드컵은 평일 오전 경기 편성으로 인해 생중계 시청뿐만 아니라 저녁까지 소비자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시간대가 넓어진 만큼, 응원 먹거리 수요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당초 월드컵 열기가 예전만 못하고 우리 대표팀을 포함한 주요 경기가 주로 오전에 편성됨에 따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집관' 또는 회사 '브런치 응원'에 적합한 품목 위주로 할인 행사를 펼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선전을 펼침에 따라 축구 열기가 되살아나고 월드컵 특수도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CU는 체코전이 있었던 지난 12일 거리응원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인근 10여개 점포의 매출이 전주 대비 3.4배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얼음 510.3%, 아이스드링크 495.8%, 스포츠·이온음료 480.9%, 아이스크림 409.2%, 생수 394.7%, 맥주 310.1% 매출이 증가했고 삼각김밥 202.5%, 샌드위치 183.1 등 간편식품들의 매출도 일제히 증가했다. 이날 광화문 거리응원에는 1만1000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도 이날 광화문 인근 매장 매출이 같은 기간 대비 25.1% 올랐다. 평일 오전 경기 일정 영향으로 무알콜맥주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1367.8% 증가했고, 맥주는 490.6%, 소주는 178.3% 매출이 올랐다. 스낵 254.8%, 치킨 158.7%, 얼음컵 401.9%, 안주 87.5%, 물티슈 81.1% 등 먹거리 매출도 나란히 증가했다. CU와 GS25는 2·3차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거리응원이 이뤄지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상품 물량을 확대하는 한편 집관족과 사무실 '브런치 응원족'을 겨냥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대한축구협회(KFA)와 손잡고 월드컵 테마의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롯데백화점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비자(VISA)와 협업해 공식 굿즈 증정 행사를 전개하는 등 백화점 업계도 현장감을 살린 체험형 행사로 축구 팬들을 공략한다. 배달앱도 대표팀 경기 당일 평소와 다른 주문 트렌드를 보이며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12일 체코전 경기 당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의 고객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시간대 주문 수는 전년 같은 요일(2025년 6월 13일) 대비 65.4%, 전월 같은 요일(5월 8일) 대비 36.6%, 전주 같은 요일(5일) 대비 5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카테고리별로는 치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주 동요일 같은 시간대 대비 치킨 주문 수는 875.8% 증가하며 모든 음식 카테고리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상 오전 시간대는 치킨 주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이날은 이례적인 수요를 보인 것이다. 상권별로 봐도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을지로·여의도·강남 등 주요 오피스 상권의 배달음식 주문 수가 전주 대비 46.4% 증가해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축구를 보며 배달 음식을 즐겼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배달의민족은 대학가 배달음식 주문 수도 전주 대비 평균 51.5% 증가해 대학가에서도 학교 안팎에서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관람하며 배달음식을 주문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이날 배달음식 주문 수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에서 59.6%, 동대문구 회기·이문동 경희대·한국외대 인근 56.6%,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인근 56.1%, 서대문구 신촌·창천·대현동 연세대·이화여대 인근 49.4% 증가하는 등 주요 대학가 상권 전체에서 고르게 주문이 증가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오전에 이 정도 규모의 주문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국가대표 경기를 배달 음식과 함께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궁중비책, ‘K-영유아 스킨케어’ 브랜드로 존재감 강화

국내 영유아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이 엄격한 품질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K-베이비 스킨케어' 대표 주자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궁중비책은 지난해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에 입점한 이후 중동, 유럽에 잇달아 진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뷰티의 기세를 확장해 영유아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궁중비책에 따르면 올해 1~4월 아마존에서 궁중비책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늘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약 59%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올해 초반부터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또 판매 증가에 따라 주요 카테고리 제품의 노출이 확대되면서 매출액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영유아 스킨케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았다. 대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어느정도 기반을 닦고 해외로 나아가는 수순이어서 국가별로 서로 다른 안정성과 품질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특히 영유아 스킨케어 제품은 안정성과 품질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유통 플랫폼들도 입점 제품의 성분 정보 공개를 철저하게 따지기 때문에 국내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빈틈없는 준비가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궁중비책의 행보는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다른 브랜드에도 해외진출 가능성의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궁중비책은 아마존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대표 약국 체인 '아스터 파머시' 62개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에서도 판매 중이다. 아스터 파머시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 '아스터 DM 헬스케어' 산하 약국으로, 현지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 접근성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유럽 시장 공략도 순항 중이다. 궁중비책은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유럽 주요 5개국의 아마존에 동시 론칭했다. 이어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중부 유럽 지역의 로컬 대표 약국 체인과 프리미엄 베이비 리테일 오프라인 채널 등에 입점을 완료하며 유럽 진출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유럽 시장의 경우 이제 막 발을 뗀 시기인 만큼 마케팅 물량 공세 등 공격적이고 화려함보다 현지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궁중비책 관계자는 “미국, 중동, 유럽에 진출한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영유아 스킨케어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대하겠다"며 “향후 유럽 국가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로의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며 영토를 순차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정부 ‘탈모 급여화’ 재시동…약가인하 앞둔 제약업계 ‘부글부글’

정부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산정 범위를 확대하는 이른바 '탈모 급여화'에 재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실무 검토를 이미 진행했다"며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수혜 대상으로 지목되는 국내 제약업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를 통해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의 하반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매년 20만~24만명 규모의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되는 탈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촉발되는 원형탈모와 지루성 피부염으로 인한 탈모 등 질환성 탈모 등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유전성 요인이 큰 이른바 'M자 탈모'의 경우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아 약제비 등 치료 비용을 환자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세대가 직면한 탈모 치료 문제의 심각성을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고 이번 정책 추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회 진입에 나서는 청년층의 탈모가 단순 미용 문제를 넘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병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간 정부 주도의 탈모 급여화 추진은 수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 불안의 측면에서 반대에 직면해왔다. 이미 급여 대상인 질환성 탈모를 넘어 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게 되면 점진적으로 수천억원대의 추가 건보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반대에도 정부는 급여화 방식과 재정 소요 규모 등 실무적 문제에 대한 검토를 이미 진행했다는 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조사에서 급여 확대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급여화 추진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탈모 급여화의 수혜 대상으로 지목되는 국내 제약업계에선 반대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상당수 필수의약품보다 (기등재) 탈모약의 약가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용 영역에 가까운 탈모를 급여화하겠다는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필수의약품을 비롯한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약가 보상 합리화조차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용 영역인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하는 것은 보건 안보와 건보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선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약가가 제대로 보전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제약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며 “정부는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에 따른) 국민 불편과 환자 불안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이 급여화를 요할 만큼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큰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업계의 반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비급여 탈모약 시장은 이미 오리지널 제품과 다수 제네릭(복제약)이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가 항암제처럼 환자 생명과 직결돼 있으면서 급여 논의가 시급한 약물도 아니고, 지금 시점에서 굳이 탈모를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더욱이 올 3분기부터 '제네릭 약가 인하'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상황에서 탈모 급여화가 추진되는 점 역시 업계의 반발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향후 10년에 걸쳐 45% 수준까지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건보 재정 건전화와 제약산업 혁신을 위해 제네릭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제네릭을 주요 수익기반으로 하는 현 산업구조에서 제네릭 약가인하는 신약개발 투자 동력을 저하시킬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권 탈모약이 급여권에 진입하면 약가인하 압박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안그래도 하반기 제네릭 약가 인하 예정으로 연구개발(R&D) 비용 마련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모약이 급여권에 진입하면 제약사 재정 부담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내달 4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제1차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미-이란 종전 합의에 K-제약바이오 ‘반색’…‘두바이 더마’ 9월 8일 개최

4개월간 끌어왔던 미국-이란 전쟁의 종전 협상이 타결되며 국내 의료현장·의약품 수출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종전협상 타결이 원료 수급과 의약품 수출의 정상화로 이어지며 새로운 성장기회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개전과 함께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도 전면 개방 수순에 진입하며 국내 수출산업을 짓눌러온 해상물류 등 리스크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종전에 따른 정상화 기대감이 가장 큰 분야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기반 의료제품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의료현장에선 나프타 수급 우려가 가중되며 일회용 주사기와 수액팩, 물약통 등 플라스틱 의료제품 공급 불안이 확대됐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의료기기 수급관리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매점매석 행위 단속에 나서는 등 집중 관리하기도 했다. 국내 수출 의약품과 원료 의약품 운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공물류 역시 종전 합의에 따른 유가 안정 기대를 높이며 불확실성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40분 기준 브렌트유 8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67% 하락한 배럴당 83.25달러를 기록했다. 중동권 정세 완화로 이른바 '파머징 마켓(신흥 제약시장)' 진출에 공들여 온 보툴리눔 톡신 등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업계의 수출 활성화 기대감도 엿보인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지난 3월 말 개최될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피부·미용 박람회 '두바이 더마 2026'은 미국-이란 전쟁이 중동권으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자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러한 여파로 파머징 시장 공략에 나서던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업계는 참가 일정을 조정하는 등 현지 수출·파트너십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번 종전협상 타결로 업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던 리스크가 해소되며 중동향(向) 수출이 다시 활성화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두바이 더마 2026 주최측은 잠정 연기됐던 개최 일정을 오는 9월 8~10일로 확정하며 글로벌 투자자 등 관람객을 맞기 위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과 이란간 종전 합의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해상 물류와 원료 수급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프타 수급 안정에 따라 수액백 등 필수 의료제품의 생산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중동지역의 정세 안정은 우리 의약품의 수출과 현지 진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보건 투자 확대와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캠페인 동참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KMDS)는 조진환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위험성과 중독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건강한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각계 인사와 기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참여하는 공익 캠페인이다. 조 회장은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정신건강과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롯데온, 2년 만에 희망퇴직…대기업 이커머스 칼바람 다시 부나

출범 이래 매년 적자 행진을 지속해온 롯데온이 2년 만에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 고삐를 다시 죈다. 매년 점진적인 수익성 회복세를 보임에도 조직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타 대기업 이커머스 계열사까지 희망퇴직 기조가 번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이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알렸다. 신청 기한은 6월 말까지로, 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이다. 내부 심의를 거쳐 희망퇴직 승인을 받으면 퇴직 시 최대 12개월 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대학생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희망퇴직 시행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 속에 인력 재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온은 2020년 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이래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범 첫 해 9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021년 1558억원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 △2024년 685억원 △2025년 294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4년 6월·12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더해, 패션·뷰티 등 핵심 카테고리를 앞세워 수익성 개선 작업을 이어가면서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롯데온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면서 같은 처지의 대기업 이커머스 계열사까지 희망퇴직 기조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11번가와 SSG닷컴, G마켓 등 다른 대기업 이커머스 계열사들도 롯데온과 마찬가지로 2024년에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11번가와 롯데온은 매년 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 반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는 해마다 적자 폭이 커져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업계 분석이다. 2019년 이마트에서 물적분할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SSG닷컴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2023년 1030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2024년 727억원 영업손실로 반등의 가능성을 엿봤지만, 지난해 117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폭이 전년 대비 450억원 커졌다. 신세계그룹의 또 다른 이커머스 기둥인 G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신세계에 인수된 첫 해인 2021년 43억원의 흑자를 거뒀지만, 이듬해 -65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3년에는 -320억원으로 적자 폭을 절반 수준까지 축소했으나 2024년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손실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손실 규모가 다시 2배 가량 증가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희망퇴직 계획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한 적이 없고, 말 나온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G마켓 측도 “얘기 나온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겨울 한철 작물 한계 넘는다…CJ제일제당, 사계절 수확 가능한 육상 김 양식 상용화

본래 겨울철에만 수확할 수 있어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동성이 컸던 김을 계절과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된다.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개발한 육상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충남 천안에 상업화 시설을 착공하며 안정적인 조달망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육상양식 김 상용화를 가속하기 위해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충남 천안 지역에 오는 8월 착공한다고 15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은 다수의 수조와 배양 설비 등으로 구성되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비비고 김'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 공급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부터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21년 3톤 수조 배양 성공, 2022년 전용 품종 확보 등의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시설이 가동되면 수원의 CJ블로썸파크 랩 파일럿 연구 결과와 인프라 역량이 결합해 대량 상업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자체 개발해 올해 상반기 특허 등록을 마친 전용 품종을 비롯해 김 전체 생애주기 제어 기술, 전용 배지(배양 영양액) 및 종합 품질관리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품종은 기존 해상양식 품종 대비 생산성과 온도 적응성이 우수하며, 성장 촉진 배지를 통해 중금속 축적 방지와 폐기물 저감 효과도 갖췄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말 한식 셰프 육성 프로젝트인 '퀴진케이'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육상양식 김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며 사전 품질과 맛 검증을 마쳤다. 아담 리차도네 CJ제일제당 R&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시설은 10여 년간 축적해 온 육상양식 기술을산업화 현장에 적용하는 핵심 시험대이자 K-푸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상업화에 더욱 속도를 내 국내외 소비자들이 사계절 맛있고 신선한 비비고 김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천안 상업화 시설을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지자체 및 어민과 협력해 지역 상생형 양식 모델도 함께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 정책, ‘지원’보다 ‘혁신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지도한 장영재 박사의 논문 '중소기업의 역량과 혁신성과의 순차적 매개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얻은 정책적 시사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세제, 인력, 판로, 연구개발 지원을 각각의 사업 단위로 제공해 왔다. 물론 이런 지원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원이 기업 내부의 역량 강화, 혁신활동 실행, 경쟁우위 확보, 성과 확산으로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많지만, 그 지원이 실제로 제품혁신이나 공정혁신으로 이어졌는지, 나아가 시장에서 차별적 위치를 확보했는지는 충분히 관리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가 중기부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기부는 '지원금 배분 기관'에서 '역량 진단 기관'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신청서가 잘 쓰였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제품혁신이 필요한지, 공정혁신이 필요한지, 디자인·브랜드·지식재산 보강이 필요한지, 아니면 시장 접근 전략이 문제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 전에 진단을 하듯, 중소기업 지원도 진단 없는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정책사업을 단절된 메뉴가 아니라 단계별 성장 경로로 재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1단계는 역량 진단, 2단계는 혁신활동 실행, 3단계는 비용우위 또는 차별화우위 확보, 4단계는 매출·수익·생산성·지속가능성 성과 확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 R&D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수출지원, 디자인 지원, 지식재산 지원이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처와 사업을 찾아다니는 행정 순례가 아니라, 자기 성장단계에 맞는 정책 경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기부는 혁신성과의 기준을 단기 매출 증가에만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논문은 혁신성과를 경제적 성과, 운영 성과, 지속가능성 성과로 나누어 보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중소기업의 혁신은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불량률 감소, 납기 단축,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고객 반복구매 증가, 지역사회 기여 같은 성과도 혁신의 중요한 결과다. 정책평가도 이처럼 다차원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정책의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은 대체로 투입과 산출을 보았다. 얼마를 지원했는가, 몇 개 기업이 참여했는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기업이 지원 이후 시장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디자인, 브랜드, 데이터, 고객관계를 확보했는가. 바로 이 지점이 혁신활동과 혁신성과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다섯째, 납품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혁신해도 원청기업의 단가 압박 속에 성과가 흡수된다면 혁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기부의 혁신정책은 공정거래, 판로 다변화, 공공조달, 수출, 브랜드 구축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개발만 지원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은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중소기업 혁신정책의 핵심은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이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며, 혁신활동이 경쟁우위로 축적되고, 그 경쟁우위가 경제적·운영적·지속가능성 성과로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중기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자기 역량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혁신활동을 실행하며,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정책의 순서를 다시 짜는 일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지원의 양'에서 '성장 경로의 질'로 이동할 때, 비로소 혁신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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