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이과학회(회장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국가적인 보청기 지원 확대를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박시내 회장은 지난 4∼5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72차 학술대회 기간 중인 4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임기 내 노인 보청기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인 난청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노인들도 충분히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만큼, 이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보통 장애 이후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경도·중등도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지적했다. 이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보청기 지원체계는 청각장애 등록자를 대상으로 5년에 1회 등 고도 난청 위주로 짜여 있다. 보청기는 노인성 만성질환 관리 중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으로 통하지만 착용률은 10∼15% 수준으로, 40∼50%에 달하는 유럽 대비 현저히 낮은 상태다. 박 회장은 “노인들이 보청기를 보다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고,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현실적으로는 지자체 중심의 시범사업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이 우선 실현가능한 가능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이과학회는 이번 학술대에서 귀의 날(9월 9일) 제정 60주년을 기점으로 유전자 치료 강화 등 새로운 목표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문일준 총무이사는 “대한이과학회는 1990년 창립 이래 현재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귀 전문 학회"라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지향적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윤 공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966년 귀 질환은 사실상 치료 불가로 여겨졌으나, 60년이 지난 현재 유전자 진단, 인공와우 이식, 내시경 정밀 수술, 유전자 치료 등 상전벽해를 이뤘다"면서 “앞으로 유전자 치료의 임상 적용을 가속화하고, 방치된 난청이 치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인 청각 건강관리 체계 강화에 이과학회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국 스탠퍼드대 콘스탄티나 스탠코비치 교수를 초청해 '광학 영상과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비롯, 일본·대만 이과학회에서 참여한 15명의 해외 학자가 특강을 하는 등 국제적인 학술 교류가 진행됐다. 또한 국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선정된 △정밀 전이유전자를 이용한 난청 회복을 위한 유전자 보충 마우스 모델 연구(정진세 연세대 교수) △편측 전정기능장애 선별 도구로서 단일온도안진검사의 임상적 적절 기준 설정에 대한 연구(임지형·서재현 가톨릭대 교수) △전정안반사 평가를 위한 전정기능검사의 불확실성 보완을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 연구(최준 고려대 교수) 등 다수의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난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질환 정보도 발표됐다. 특히 영유아 난청은 뇌의 청각 신경이 급격히 발달하고 언어 습득이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나타나는 특성상 언어 발달 지연은 물론 인지 능력,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언어 발달의 골든타임' 동안 난청이 발견되지 않거나 적절한 재활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에 치료를 하더라도 언어 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신체검진 및 정밀 청력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양측성 난청(40~59dB)이 있는 장애 미등록 아동에 대한 보청기 지원 연령이 기존 만 6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초등학생 전체)으로 전격 확대된다. 장영수 공보위원은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의 난청은 골든타임 내 조기 진단이 평생의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번 연령 확대가 아이들의 발달과 사회적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이과학회 산하 8개 임상연구회 역시 학술대회를 통해 임상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했다. 이식형청각기기연구회는 국내 9개 주요 대학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공동 연구를 통해, 그동안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비대칭성 난청 환자에게 인공와우 이식술을 시행했을 때 언어 인지력과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을 입증, 급여화 확대를 위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했다. 보청기연구회는 난청과 보청기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의들이 직접 집필한 일반인용 보청기 안내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어지럼연구회는 이석증(BPPV)의 근본 치료가 약물이 아닌 '이석치환술'임을 명확히 하며 불필요한 약물 오남용을 경계했다. 이명연구회는 세계 이명학회(TRI 2025)의 성공적인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진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한국형 이명 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면신경연구회는 안면마비가 단순한 표정 변화를 넘어 웃고 말하며 눈을 감는 필수적인 '기능'의 문제임을 지적하며, 초기 골든타임 내 과학적으로 검증된 진단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외이재건연구회는 소이증 등 귀 기형 환자들의 정서적, 기능적 회복을 위해 자가 늑연골 및 다공성 폴리에틸렌(PPE)을 활용하는 맞춤형 재건 수술의 발전상을 공유했다. 내시경귀수술연구회는 2023년 관련 수술의 보험 급여화 이후 카데바 실습 등 핸즈온 교육을 정례화하여 수술의 안전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이관질환연구회는 새롭게 통과된 이관기능검사(JK-05) 신의료기술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이관 질환의 진단과 수술법에 대한 대규모 다기관 공동연구를 본격화하며 진단 분야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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