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LG, 현대차,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분쟁은 국내 비철금속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와 대기업 전략적 제휴 18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의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이 33.99%를 보유 중이다. 만약 여기에 HMG글로벌(5.00%), 한화H2(4.79%), 한화임팩트(1.90%), LG화학(2.00%), ㈜한화(1.20%) 등 대기업들의 지분을 합하면 48.88%에 달한다. 지분 구조에 따라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대기업들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몇 년간 이들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2022년 11월 23일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56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고려아연 지분 1.7%(39만1547주)를, 고려아연은 LG화학 지분 0.47%(36만7529주)를 각각 취득했다. 양사는 같은 날 IRA 대응을 위한 포괄적 사업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전지소재 분야에서 IRA 공동 대응에 합의했으며, 울산 전구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2만t에서 5만t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이에 양사는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와 LG화학의 합작회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통해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합작 전구체 공장을 세우고 최근 시제품 생산도 마쳤다. 같은 날 고려아연은 한화그룹과도 1600억원 규모의 주식 맞교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1.2%(23만8358주)를,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7.3%(543만6380주)를 각각 취득했다. 자사주 교환의 이유도 협력이다. 고려아연의 호주 암모니아 수입, 저장 시설, 크래킹 시설 등에 한화가 참여하고, 한화의 육상 풍력발전소 전력을 고려아연이 구매하며, 해상 풍력발전소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의 첨단 발파 솔루션을 활용해 고려아연의 채굴 효율성을 높이고, 미국 블루 암모니아 투자 사업에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계열사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은 약 33.13%를 보유하고 있으며, MBK파트너스는 14.61%의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할 경우 47.74%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이대로 제휴사들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장 고문 측이 지분율에서 밀리지만 변수가 있다. HMG글로벌의 지분은 유증을 통해 납부와 신주발행까지 완료된 상태지만 현재 영풍 측이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 발목이 잡힌 상태라는 점이다. 이 소송에서 영풍 측이 승소하면 영풍의 지분 우위 상황이 된다. 결국 고려아연의 최 회장 측이 이기려면 지분투자로 엮인 우호지분의 100% 확보와 HMG글로벌의 신주 관련 소송의 승소가 조건이 된다. 반대로 영풍의 장 고문 측이 이기려면 HMG글로벌 소송의 승소나 한화와 LG화학 등의 '변심'이 필요하다. ◇LG·현대차·한화 등과 시너지 돈독…변수 될까 고려아연이 다른 회사들과 관계가 깊어진 것은 고려아연의 산업적인 위상 덕분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산업에서 세계적인 위치다.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은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의 기업으로, 국내 비철금속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10조9791억원, 영업이익은 1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고려아연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중점 육성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한 덕분이다. 이 전략은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통적인 비철금속 산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중점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LG, 현대차, 한화와 미래 사업 방향을 공유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각 기업의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산업에서의 세계적 위상과 2022년 기준 10조원이 넘는 매출 실적은 이러한 협력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에도 고려아연은 LG화학과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현대차와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화그룹과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각 기업의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이들 대기업의 입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공식적으로 백기사 역할을 부인하고 있지만, 고려아연과의 기존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펀드로서의 특성상 기존 협력 관계보다는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수익 실현과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여러 기업 인수 사례에서 보여주었듯이,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의 결과에 따라 국내 비철금속 산업과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어,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분쟁의 결과는 한국의 미래 산업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