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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플레이 인기순위에 ‘짝퉁 게임’ 버젓이…저작권 분쟁 격화

최근 게임업계에 이른바 '짝퉁 게임' 개발이 빈발해지면서 법적 분쟁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표절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법적 테두리를 보완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에 △각성하라! 포켓(18위) △전설의 신수 게임(25위) 등 닌텐도의 유명 지식재산(IP) '포켓몬스터'를 무단 도용한 게임 2종 올라 있다. 모두 중국 게임사에서 개발됐으며, 각각 이달 4일, 15일 출시됐다. 이들은 '피카츄' 등 캐릭터 디자인을 모방해 썸네일 및 예시 이미지에 활용하거나, 일부 배경음악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의 기본 포맷 및 세계관 등도 일부 차용하고 있지만 저작권을 보유 중인 포켓몬컴퍼니에 대한 언급은 없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즉각적인 제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개발되는 창작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권의 명확한 침해 판단 기준을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조약 '트립스(TRIPS)'에선 어문 저작물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선 영상저작물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합물로 인식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어문·음악·미술·영상 등 모든 예술이 결합된 저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저작물 결합 유형에 따라 적용 법률과 기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아울러 분쟁 유형에 따라서도 법 적용이 달라지는 만큼,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행위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게임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국내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같은 법적 소송이 다수 진행 중이다. 다음달 4차 변론기일을 앞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저작권 침해 분쟁의 경우, 퇴사자의 미공개 프로젝트 유출 및 표절 여부가 쟁점이다. 엔씨의 경우 웹젠·레드랩게임즈·엑스엘게임즈 등 다수의 게임사와 게임 사용자 환경(UI)·무기 시스템·아이템 컬렉션·장비 강화 기능 등 인게임 구성 요소에 대한 표절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게임물 간 유사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가다. 현재 저작권법상 게임 규칙이나 방법 등은 보호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일례로 '테트리스'는 떨어지는 블록의 모양을 조정해 정렬하는 기본 메커니즘이자 아이디어다. 이는 다른 방식으로 변형하기 어려워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다만 게임 내 독창적 요소는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현재 저작권법에서는 △의거성 △실질적 유사성을 저작권 침해 근거로 보고 있다. 게임을 개발할 때 특정 게임물을 인식하고 이에 근거했는지, 구성 요소가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지를 살펴본다. 그러나 현재의 분쟁 양상을 살펴보면 표절의 범위가 넓어지고, 내용도 더 촘촘해져 이같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히 최근엔 불법 사설 서버, 비인가 프로그램(게임 핵) 등을 활용하거나, 인공지능(AI)으로 게임을 제작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가별 분쟁 사례 및 기준을 검토해 판단 기준을 구체화·세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의 표현을 다듬는 한편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정책 기획과 민간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저작권보호 통계모형 개선 △계층별 접근 방식 다양화 △AI 기술 활용 등 상시 대응 체계 구축 △저작물 등록 시 이의 제도 도입 △저작권 신탁 및 위탁관리 제도 도입 등 대안이 제시됐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게임 저작권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소위 '리니지 라이크' 등 게임은 대부분 기존 게임의 특징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인 표현이 넓어질 때만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에 저작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회하는 등 게임 등급 부여 단계에서부터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잘나가는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웃는다…블랙웰 효과도 기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 잔치에 미소 짓고 있다. AI 칩 구동에 필수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최신 AI 칩 '블랙웰'의 생산도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이는 SK하이닉스에게 호재로 작용할거란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3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하고, 350억8000만달러(약 49조1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181억2000만 달러) 대비 약 9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92억4300만달러)와 비교해 108.9% 증가한 193억900만달러(약 28조18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111억8800만달러) 대비 56% 성장한 174억1100만달러(약 23조9923억원)였다.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번 호실적 배경으로는 데이터센터용 AI 칩 수요 급증이 꼽힌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308억달러(43조126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총 매출의 87%를 차지한다. 지속적인 AI 열풍 속에 AI 칩의 수요가 견조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지난달 실적 발표를 통해 내년에도 AI 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들이는 주요 고객이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시장 내 엔비디아의 선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AI 칩 구동을 위해선 HBM 탑재가 필수적인 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가 가파른 성장을 보일 때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HBM 효과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다. 당초 예상과 달리 4분기부터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 및 출하가 이뤄질 거란 점도 SK하이닉스에게 반가운 요소다. 미국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 등 외신은 최근 엔비디아 블랙웰 AI 가속기를 서버에 탑재할 경우 서버가 과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설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블랙웰이 내년 초나 돼서야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엔비디아는 4분기부터 블랙웰의 생산과 출하에 나선다고 밝히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 및 출하는 이번 4분기부터 시작한다"며 “내년에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랙웰의 생산·출하 여부는 SK하이닉스에게 중요한 요소다. SK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의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는 블랙웰의 최상위 모델 B300 등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블랙웰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내년 상반기 중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이 8단 물량을 넘어서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대부분의 HBM 물량이 5세대 12단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향 제품으로부터 나오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고공행진 할 전망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12단 HBM3E를 앞세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23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37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경협 “합병비율, 실질가치 반영해야”

한국경제인협회가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발표 자리에서 기업 합병 시 실질가치를 반영하는 합병비율 산정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에는 두산은 물론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개 주요 그룹 사장단이 참석했다. 행사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경련 관계자는 “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 제도상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면 합병 비율 산정 방식을 개선해 현재 시가 중심에서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산정 방식을 도입하거나, 합병 시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맞춤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두산그룹의 현재 지배구조 개편 계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1:0.63의 합병비율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산밥캣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적자기업이다.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합병비율은 96:4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합병비율대로라면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14%에서 42%로 높일 수 있고,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두산밥캣의 미처분이익잉여금에 대한 배당 수취권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가치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된다면 이러한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경련이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이미 금융당국과 주주들의 반발로 두산그룹은 당초 계획했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철회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기업 사장단들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에 대해서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 논의 중단을 요청했고, 정부에는 AI, 반도체, 2차 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재계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반대’ 성명…논리는 ‘글쎄’

재계가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그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삼성전자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 등 16개 그룹 사장이 참여했다. 한경협은 상법 개정안이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자본의 공격을 초래해 이사회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명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주장의 논거를 충분하게 밝히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소송을 남발할 거라는 우려라는 게 상법 개정이 되더라도 이사들은 지금처럼 계속 결정을 할 거고, 그래서 주주들이 이거는 우리에게 충실한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 소송을 할 거라는 우려인 건가"라며 “이사들이 주주 충실의무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면 오히려 소송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경협 관계자는 “주주의 다양성을 볼 때 주주의 의견이나 권위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며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한경협은 또 “사외이사들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 때문에 제대로 된 결정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외이사 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한경협 관계자는 “이사가 이중으로 대리 관계를 맺는다면 어느 한쪽의 배임 관계가 성립한다"며 배임 위험을 새로운 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들은 질문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평가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왜 소송으로 이어지는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게 왜 배임이 되는지 등 핵심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실제 이유는 소송 남발 우려보다는 현행 경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재계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기업 사장단은 성명을 통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 수출 경쟁력 제고, 내수활성화 등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메가클러스터의 明과 暗]② TSMC 생태계 넘어서야 하는데…공급망 자립률 낙제점

[편집자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산업 구조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대만 TSMC의 독보적 위상과 중국의 맹추격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480조원 규모의 이 국가적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라는 최대 난관을 해결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에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까지, 우리가 직면한 기회와 위기의 본질을 살펴봤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며 첫 발을 내디뎠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 구축, 환경 문제 대응, 인프라 확충 등 내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가장 큰 과제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생태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TSMC는 2008년부터 'Open Innovation Platform(OIP)'이라는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운영하며 39개의 설계자산 기업, 16개의 설계자동화 기업, 29개의 설계하우스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소부장 기업이 현재 4개에 불과해 이를 10개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한 도전 과제다. 반도체는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폐수와 휘발성 화합물, 유해가스, 고형폐기물이 발생한다. 특히 발암성, 유전독성, 생식독성 물질 등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처리 방안이 필요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용인 메가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3377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우려하는 환경계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잠재된 리스크다.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도 큰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한국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이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TSMC가 2040년까지 RE100 달성을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응이 더딘 상황이다. 배후도시 조성도 쉽지 않은 과제다.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는 신도시로 개발될 예정이지만, 70개 이상의 기존 기업들의 이전도 필요하다보니 관련 논의가 더 필요하다. 이전 대상 기업들의 영업 손실 최소화와 원활한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시설의 규모가 아닌,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에 달려있다"며 “용인 메가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환경 문제 해결, 인프라 확충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통한 규제 완화, 세제 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가속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용인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 세계 최초 공개…내년부터 판매 시작

현대자동차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골드스테인 하우스에서 전동화 SUV '아이오닉 9'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9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을 확장할 대형 SUV 모델로, 동급 최대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실내 공간을 극대화해 2열 및 3열 공간성과 최대 7인승을 달성해 국내 및 글로벌 고객들에게 전기차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더욱 다양한 전기차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시장의 핵심 도시이자 전기차 비중이 높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오닉 9의 최초 공개 행사(IONIQ 9 World Premiere)를 개최했다. 아이오닉 9 세계 최초 공개 행사는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사장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아이오닉 9 실제 차량 공개, 차량 브랜드·디자인·공간성에 대한 테라스 토크 세션 등이 진행됐으며 아이오닉 9의 개발 과정이 담긴 전시존도 마련됐다. 아이오닉 9은 22일 개막하는 '2024 LA 오토쇼'에서 일반 고객들에게 처음 공개되며, 내년 초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해 미국, 유럽, 기타 지역으로 판매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오닉 9의 디자인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날렵한 외관과 넓고 아늑한 실내 공간을 동시에 품고 있는 보트(Boat)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9에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실루엣을 연출했다. 에어로스테틱은 공기 역학을 의미하는 에어로다이나믹(Aerodynamic)과 미학을 뜻하는 에스테틱(Aesthetic)의 합성어로 공력의 미학을 담은 디자인을 말한다. 아이오닉 9에 적용된 에어로스테틱 실루엣은 차량 주요 코너부와 루프 라인을 매끄러운 곡선 형상으로 처리해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하며 공력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한 아이오닉 9은 보트 테일(Boat Tail) 형상을 구현해 측면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하고, 세계 최초로 전면 범퍼 하단에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을 탑재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아이오닉 9의 전면부 및 램프 디자인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 픽셀을 적용했고, 그 위를 투명한 소재로 덮어 모던한 분위기를 구현했다. 차량 측면은 차량 앞좌석부터 뒷좌석까지 모든 탑승자가 넉넉한 헤드룸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유려한 곡선으로 설계된 루프 라인이 강인한 인상을 전달한다. 여기에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 가장 긴 휠베이스는 웅장한 분위기를 전달하며 정교하게 조각한 듯한 휠 아치 부분과 도어 하단부에 있는 로커 패널 라인(Rocker Panel Line)은 차량의 깊이감과 입체감을 더해준다. 아이오닉 9 후면은 테두리를 두르는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가 유니크한 디자인을 연출해 눈길을 사로잡으며 히든 안테나는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차량 실내는 긴 휠베이스와 3열까지 확장된 플랫 플로어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아이오닉 9은 전장 5060mm, 축간거리 313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로 넓은 공간을 갖추고 동급 최대 수준의 2·3열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해 차량 전체 탑승객의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아이오닉 9은 넉넉한 수하물 공간도 돋보인다. 2열 후방 기준 수하물 용량은 908ℓ(VDA 기준)로 골프백과 보스턴백 각각 4개를 실을 수 있으며, 프렁크 용량은 88ℓ로 여러 가지 물품을 수납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의 실내 공간은 전기차 고유의 플랫 플로어와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편안함을 높였다. 유니버설 아일랜드 2.0(Universal Island 2.0) 콘솔은 최대 190mm까지 후방 이동이 가능하고 전방과 후방에서 모두 열 수 있는 양방향 암레스트를 통해 1열뿐만 아니라 2열 승객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를 곡선 형태로 연결해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였으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티어링 휠은 중앙에 4개의 도트(점)로 표현된 인터렉티브 픽셀 라이트를 통해 충전, 전원 온·오프, 음성인식 등 차량 상태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조명으로 제공함으로써 운전자가 차와 교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를 장착해 직관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에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시트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를 사용했으며 헤드라이너와 크래쉬 패드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원료가 들어간 바이오 소재를 적용했다. 아이오닉 9은 E-GMP를 기반으로 110.3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532km 주행을 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은 항속형과 성능형 모델로 나눠 운영될 예정이며 모든 모델이 500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에 초고장력 핫스탬핑 부품을 확대 적용하고 승객실의 차체 구조물 두께를 증대시켜 우수한 차체 강도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또 차량 충돌 시 에너지가 분산될 수 있도록 차체를 설계했으며 차체 멤버를 연결시켜 차체 구조물이 이어지는 부위를 더욱 강건화함으로써 배터리 적용 부위를 보호할 수 있게 했다. 아이오닉 9은 전동화 대형 SUV에 걸맞은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으로 고객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에 △큰 용량으로 차량 내 활용도를 높인 100W USB C타입 충전 시스템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야간 시인성을 높여주는 전주등을 적용한 아웃사이드 도어핸들 앰비언트 램프 △우천 또는 야간 주행 시 선명한 후방 시계를 확보해주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디지털 센터 미러 등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아이오닉 9은 전동화 전환에 대한 현대차의 변함없는 의지와 자신감을 담고 있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구현된 월등한 공간 경쟁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아이오닉 9의 핵심 상품성과 Built to Belong 메시지를 담은 론칭 필름을 공개했으며, 이후 다양한 론칭 콘텐츠를 현대자동차 월드와이드 유튜브와 소셜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美 FCC 위원장에 ‘무임승차 반대론자’…망 사용료 논의 불 붙는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취임하는 가운데 망 사용료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빅테크 책임론자로 꼽히는 브랜든 카(Brendan Carr) 연방통신위원회(FCC) 상임위원이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빅테크의 국내 망 무임승차 문제 해결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7일(현지시간) FCC 위원장에 카 위원을 내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위원회는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카 FCC 위원장 내정자는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현상에 반대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뉴스위크 기고를 통해 “빅테크들은 공짜로 광대역망 수혜를 누리면서 2020년에만 1조달러 넘는 매출을 창출했다"며 “우리는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지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통신 정책 기조가 국내 망 사용료 납부 이슈와 망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IT업계에선 빅테크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망 투자 부담은 국내 통신사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통신망 트래픽 사용량은 구글(28.6%), 넷플릭스(5.5%), 메타(페이스북) 4.3%, 아마존 3.2%, 애플 0.3% 등 순이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구글 등 콘텐츠 사업자(CP)가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뜻한다. 그러나 글로벌 CP들은 망 중립성을 내세워 분담 의무를 거부해 왔다. 다만 업계에선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1심 소송에서 법원은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상호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핵심은 글로벌 CP와 국내 ISP 간 협상력 불균형으로 인한 공정성 훼손과 시장 실패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CP와 ISP의 협상 구조는 비대칭적 규제로 인해 CP에 유리한 상황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CP는 언제든 ISP와 연결을 끊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이용자 이익 저해로 ISP가 처벌되기 때문. 이에 따라 협상력 차이가 벌어지면서 빅테크가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김영섭 KT 대표는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구글이란 거대한 기업과의 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협상력 차이에 있어 국내 통신사가 밀릴 수밖에 없음을 내포한 셈이다. 따라서 글로벌 CP의 과도한 교섭권 행사를 억제해 공정하고 자율적인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2대 국회에선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각각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두 법안 모두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망 사용료 갈등과 관련해 전체적인 시장 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개별 기업 간 협약 사항인 만큼 해결되지 않은 지점들이 남아 있다"며 “근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트래픽 점유율 격차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입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감안하면, 결론적으로 미국에 한정된 규제로 귀결되며 현지 통신사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테크 입장에선 미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 망 사용료 의무를 피해갈 명분이 생기기 때문. 특히 빅테크의 대부분이 미국 기업임을 고려하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장치를 함께 마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카 위원장 내정자의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한 관점을 고려하면, 해당 문제는 자국 산업 보호·우선주의 정책에서 열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앞장서서 국회 입법 논의에 협조해야 한다. 미온적 자세보단 명확한 입장 표명을 통해 관련 법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조선 빅3, 가스운반선 앞세워 조단위 영업익 본격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가스운반선을 비롯한 선종의 건조계약 규모가 커지는 등 마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조4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시현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400% 가까이 높은 수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1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2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2026년 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 시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선부문의 선종 믹스 개선이 실적 향상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선종 수주잔고에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비중이 11.9%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소들이 내년 인도할 예정인 LNG운반선 74척 중 대부분은 2022년 수주한 물량이다. 척당 신조선가는 2억2000만~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로 전년 대비 4000만달러 가량 상승했다. 국내에서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은 이들 '빅3'가 사실상 전량 건조한다. LNG운반선의 선가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2억6500만달러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2억6000만달러대 초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후에 인도될 170척에 달하는 물량은 내년분 보다 단가가 더 높다는 의미다.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후판값 협상에서도 조선사들이 철강사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조선-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t당 90만원대 초반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인하 또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철강사들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및 과거 철강사들의 '대승적 양보'도 고려하고 있으나 외부 상황이 조선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철광석값은 t당 99.88달러로 집계됐다. 1월5일 142.58달러에서 9월20일 91.18달러로 36% 떨어졌다가 잠시 반등했으나, 또다시 100달러 미만으로 낮아졌다.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이어지는 것도 협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10월 중국산 수입 철강재는 753만5000t로 전년 동기 대비 2%, 후판은 115만7800t로 7.35% 가량 불어났다. 후판만 보면 2022년 1~10월 대비 각각 37.3%, 80.5% 급증했다.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 소비 부진을 비롯한 이유로 '밀어내기'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산 보다 t당 20만원 가까이 저렴한 중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국내 조선소에게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LNG 수출 확대로 물동량이 많아지고, 대중국 견제도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귀환을 제안한 것도 언급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중국 관세 로드맵을 그린 인사로 불린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수락시) 중국 조선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결과 도출이 빨라질 수 있고,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기 힘든 기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메가클러스터의 明과 暗] ①큰 산 넘었다…480조 반도체 투자 ‘첫발’

[편집자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산업 구조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만 TSMC의 독보적 위상과 중국의 맹추격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480조원 규모의 이 국가적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라는 최대 난관을 해결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에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까지, 우리가 직면한 기회와 위기의 본질을 살펴봤다.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가 총대를 매기로 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됐다는 평가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하는 총 480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기지 건설을 넘어선다. 이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도전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력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송전망 건설 비용 부담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했다. 수도권 전체 최대 전력수요의 40%에 달하는 16GW의 전력 공급 문제는 한전이 공용망을 늘리고 기업의 전용망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6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당초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던 송전망 건설 비용이 1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프로젝트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다. 용수 공급 문제 해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 110만톤의 용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2031년부터 팔당댐과 하수 재이용수로 20만톤을, 2035년부터는 화천댐 용수로 60만톤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나머지 물량 확보를 위해 한탄강댐의 다목적댐 전환, 용인 이동저수지 활용 등 다각적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행정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산업기반시설에 대한 특례 지원을 확대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시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용인특례시를 비롯한 4대 특례시의 건설·건축 관련 특례도 대폭 확대된다. 교통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자 사업으로 제안된 '반도체 고속도로'는 올해 말까지 적격성 조사와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국도 45호선 확장, 인덕원-동탄선 연결, 경강선 연계 철도망 구축도 함께 추진된다. 이를 통해 수도권 주요 거점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배후도시 조성도 진행 중이다.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는 직주락(職·住·樂) 하이테크 신도시로 개발되며, 첨단 인재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가 구축된다. 실버타운과 청년 세대를 위한 '영 타운'이 결합된 주거문화복합타운도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용인 인구는 1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기업들의 이전 문제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70개 이상의 기존 기업 이전을 위해 인근 산단의 미분양 용지 활용, 국가산단 후보지 내 협력화부지 배치, 별도의 대체 이주 산단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204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망 문제 해결을 시작으로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남은 과제들도 차질없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겨울에 온풍 나오는 에어컨… 가전업계 ‘사계절 전략’ 변화

가전업계가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사계절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통상 '여름 에어컨·겨울 김치냉장고' 등 계절 가전으로 인식돼 왔던 제품에 일 년 내내 활용 가능한 기능을 넣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동시에 기업의 재고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계절 전략을 활용한 대표 제품은 에어컨이다. 그간 강력한 냉방 기능을 소구 포인트로 내세우며 여름철 대표 가전으로 불리던 에어컨은 연중 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휘센 뷰 사계절 에어컨'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제품에는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로 냉매를 압축·순환시켜 따뜻한 바람을 만드는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휘센 뷰 사계절 에어컨을 여름뿐만 아니라 환절기나 실외 온도가 영하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한 겨울에도 온풍기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무풍에어컨'도 사계절 가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등의 간절기에는 한기를 막기 위해 30~40℃의 따뜻한 바람으로 쾌적함을 주는 제품이 된다. 에어컨뿐만 아니라 얼음정수기, 김치냉장고 등도 사계절 가전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가전 업체들은 얼음정수기를 출시할 때 여름철 시원한 음료는 물론 겨울철 따뜻한 차 제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김치냉장고도 '겨울철 대표 가전' 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치는 물론 다른 식재료 보관에도 용이한 기능을 더해 '냉장고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와 소비자의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기후로 인해 계절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다목적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 기업들도 제품에 일 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조사 입장에서 사계절 가전은 특정 계절에만 판매가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중 꾸준한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판단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사계절 전략은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계절 가전은 여러 제품을 구매할 필요를 줄여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어컨과 난방 가전을 모두 구매하는 것보다 사계절 가전 활용 시 비용이 약 20~30%가량 적게 든다. 아울러 사계절 가전은 한 제품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사계절 전략은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매출을, 소비자는 경제적이고 편리한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 전략'이 되고 있다"며 “가전업계의 이 같은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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