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열 관리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장비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공랭식 냉각 방식으로는 서버의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워지면서, 액침냉각 기술이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에 적용되는 액체 냉각 시스템 보급률이 올해 약 10%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침냉각은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공랭식에 비해 냉각 효율이 월등히 높고 전력 소비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전해졌다. 또한 균일한 온도 유지, 외부 오염물질 차단, 화재 위험 감소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30~50%가 냉각에 소비되고 있다.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하면 이러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절감과 함께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액침냉각 업계에는 국내 기업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먼저 SK엔무브는 가장 최근 액침냉각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SK엔무브는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델 테크놀로지스와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SK엔무브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SK엔무브는 올해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에서 자사의 액침냉각 시스템을 테스트한 후, 해외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 방식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을 특수 열관리 유체로 채워 각 셀을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이고 안전성을 높였다. 특히 해양 응용을 위한 안전성과 화재 예방에 중점을 둔 ESS 개발로, 선박용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도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제품은 미국보건재단 식품등급 인증을 받은 환경 친화적 제품이다. GS칼텍스는 최근 4종의 액침냉각유를 추가로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도 확대했다. 새로운 제품들은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ESS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한 상태다. 인천 본사에 구축한 시스템에서 4개월간의 테스트 결과,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전력을 93% 절감하고, 서버 전력을 10% 이상 절약하여 전체 전력 소비량을 37%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SK텔레콤은 이를 바탕으로 인천 본사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도 액침냉각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에쓰오일은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의 윤활R&D팀을 중심으로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용 액침냉각유를 개발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 하며 'XTeer E-cooling Fluid'라는 상표권을 미리 확보한 상태다. 또 LS일렉트릭은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와 손잡고 액침냉각시스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액침냉각 환경에서의 메모리 성능과 호환성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3년 4억 달러에서 2031년 2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24.1%에 달한다. 특히 AI 컴퓨팅의 발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는 액침냉각 시스템에 대한 수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침냉각유는 전기 비전도성과 높은 열전도성, 환경 친화성 등을 모두 갖춰야 해 개발이 쉽지 않다. 또 초기 설치 비용이 높고 관리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기술의 안정성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비용 효율성 개선, 산업 표준화된 기술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며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전기차와 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액침냉각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