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원인은 고려아연에 있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재무 상태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박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배경을 밝혔다. 강 사장은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이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이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더 할 수 없다"며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며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지만,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최 회장이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최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인 MBK와 손을 잡은 것은 장씨와 최씨 일가 문제를 넘어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경영을 위한 조치로 설명했다. 강 사장은 “현재 고려아연은 집안 내부에서 몇몇이 나눠 경영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한 경영감각과 비전을 가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MBK는 이를 추진할 경험과 인력풀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논란도 정면돌파했다. 강 사장은 “적어도 내가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절대 중국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도 10여년 가량 해봤고, 그들이 걱정하는 사안도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공개매수가 끝나면 직접 울산에 찾아가 약속할 계획이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공격성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최윤범 회장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에 대해서도 이사회 은폐를 지적했다. 영풍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사회를 패싱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해 511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은 “원아시아펀드 건은 이사회를 거친 적이 없다. 공시와 신문을 보고 인지했다. 이사회 의결을 피해 최윤범 회장이 지인의 회사에 투자한 것"이라며 “주주총회를 거쳐 영풍과 MBK 측 인력도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의 정당성도 언급했다. 강성두 회장과 기자회견에 동참한 이성훈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고려아연은 특수관계인 묶여 공개매수 기간 중 자기주식 취득이 금지됐다"며 “공개매수 전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올랐고, 인수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 고려아연이 손실을 입기 때문에 현재 자기주식 취득하는건 배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대해 고려아연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M&A를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며 더 큰 위기를 자초해 혼란에 빠진 주식회사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아울러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해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풍 개인 지분을 단 0.68%(공시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날을 세웠다. 동시에 영풍이 1조5000억원대 달하는 단기 차입금의 이자와 원금 반환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풍 이사회의 밀실 야합 계약의 배임 의혹부터 밝히라고 압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했다"며 “MBK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부여했다는 점,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넘김으로써 MBK에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는 점, 추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은 영풍에 불리한 요소"라고 꼬집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