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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모니터 사이···삼성·LG ‘이동형 TV’ 新가전 흥행에 웃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동형 TV' 흥행에 함께 웃고 있다. TV와 스마트모니터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신(新)가전이 1인가구·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제품 특성을 잘 살린 마케팅 활동을 해외에서 진행해 수요를 더 늘리는 게 양사의 공통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에 무빙스탠드를 결합한 '무빙스타일'을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2023년 10월 출시 이후 5개 분기 연속 판매가 늘고 있다. 전분기 대비 매번 두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일 정도다.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 전체 판매량 5대 중 4대는 무빙스타일로 나가고 있다. 이는 제품이 처음 나온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비중이 약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혼수·이사철을 앞두고 제품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의 경우 5월 한달에만 1만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2021년 'LG 스탠바이미'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한 LG전자는 최근 상품성 개선 모델 'LG 스탠바이미 2'를 출시했다. 지난달 5일 진행된 첫 신제품 라이브 방송에서는 초도물량 1000대 이상이 38분만에 완판됐다. 당시 방송에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40만명에 육박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전작인 스탠바이미도 온라인 행사 물량이 1분만에 동나는 등 이미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동형 TV 흥행 배경으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꼽고 있다. 집안에 TV를 두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며 무빙스타일이나 스탠바이미가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1인가구나 신혼부부 사이에서 이동형 TV 선호도가 높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편리하게 이동하며 TV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데 세컨드 TV 등 활용성이 다양하다는 게 인기의 원인"이라며 “최근에는 집 안을 넘어 매장 등으로 진출하며 B2B로 수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는 비슷하지만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무빙스타일은 4K 해상도 M8·M7·M1부터 FHD 해상도 M5까지 4개 라인업을 선택할 수 있다. 크기 또한 43·32·27형 등으로 다양하고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필요에 맞게 제품을 조합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무빙스타일을 조합해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를 삼성닷컴에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 '올인'했다. 수년간 쌓은 제품 판매 노하우에 고객들의 목소리를 결합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놨다. LG 스탠바이미 2는 화질·음질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알파8 2세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AI가 영상과 사운드 등을 분석·보정해 콘텐츠에 최적화한 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를 전달한다.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를 탑재해 기존 LG전자 TV제품들과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LG전자는 이동형 TV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전통적인 TV 대신 OTT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제품이지만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무빙스타일과 스탠바이미 2 모두 기존 TV 라인에서 만들 수 없다는 점은 변수다. 제조사 입장에서 국내 수요가 언제 정체될지 모르는 상황에 생산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셈이다. LG전자의 경우 4년여전 스탠바이미 출시 초기 기존 제품과 혼류생산이 불가능한 탓에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역대급 폭염 예고’…에어컨 시장, 조기 격돌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어컨 시장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여름 성수기 대비에 나섰다. 이는 올해 여름이 예년보다 덥고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에어컨 구매 수요가 조기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기상청의 '2025년 여름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로, 낮을 확률(10%)보다 50%p 높게 나타났다. 특히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전통적인 성수기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에어컨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봄은 사실상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폭염을 정확히 예측했던 기후 전문가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더위가 조기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예년보다 빠르게 계절 존에 에어컨을 전면 배치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미리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어컨은 기온이 오를수록 판매량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에 폭염이 찾아오면서, 제조사별 에어컨 판매량이 2023년 대비 최소 10%에서 최대 60%까지 증가했다. 2024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25.6도)은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고가 가전 중에서도 수요 변동성이 가장 큰 제품"이라며 “기후 변화에 따라 시장 규모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예년보다 빠르게 경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가전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5년형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여름 대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두 업체 모두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등 4개 라인업을 출시하며 'AI 쾌적' 기능을 적용했다. LG전자 역시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 '뷰I 프로' 모델에 'AI바람'과 'AI열교환기' 기능을 추가했다. 다만 세부적인 차별화 전략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절감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신제품의 '절약모드'를 활용하면 전력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 씽큐 앱의 '스마트 스케줄' 기능을 통해 고객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삼성스토어에서 에어컨 신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최대 50만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이달 말까지 25만 원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중견 가전업체인 캐리어에어컨도 시장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름철 수요 확대를 고려해 조만간 신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단가가 높은 핵심 가전제품으로,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올여름이 예년보다 덥고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전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큰형님’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삼성물산 7조·삼성생명 12조 평가손실 ‘날벼락’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손실로 전이된 지점이 확인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인공지능) 경쟁력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32% 넘게 하락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삼성물산의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2305억원 규모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평가손실 7조2238억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5.01%)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2023년 말 7만8500원에서 2024년 말 5만3200원으로 32.2%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지분의 평가가치가 23조4572억원에서 15조8971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기록한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7조5601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금융자산 평가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삼성물산의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모두 총포괄손익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회계적으로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되며, 당기순이익(NI)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총포괄손실은 금융자산 평가손실 규모에 비해 적은 2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실한 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삼성물산의 총포괄손익 적자 전환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재무건전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말 대비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 심화 등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8.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보다 더 많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약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말에는 40조원에 달했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가 하락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평가손실 규모는 12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2023년 당기순이익 2조337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본총계를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 삼성물산의 경우 자본총계가 39조8971억원에서 37조2585억원으로 감소해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또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자산 평가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 경쟁력 우려가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또 엔비디아 등 업계 주요 고객사의 AI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삼성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경쟁력 확보를 통해 주가를 회복해서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룹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바이든 선물 뺏는 트럼프…삼성 6.8조원 ‘풍전등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칩스법(CHIPS Act)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주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칩스법을 “끔찍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폐지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는 “칩스법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며 “이 법안을 폐지하고 남은 자금을 부채 감축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금 대신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칩스법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칩스법을 통해 약 47억4500만 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37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전망이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이미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당초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가동 시점이 2026년으로 연기됐고, 주요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칩스법 폐지 가능성까지 더해져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사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칩스법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는 큰 위기다. 보조금 없이 미국 내에서 생산을 유지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만의 TSMC나 미국의 인텔 등 경쟁사 대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칩스법 폐지 주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3조2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최근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 또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TSMC와 삼성전자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이미 생산을 시작했다. 당초 계획보다 4~9개월 앞당겨 2024년 9월부터 애플의 A16 칩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또 TSMC는 이미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지만,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칩스법 보조금 지원이 불확실해진다면, 고객 확보와 투자 일정에서 이미 뒤처진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칩스법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당초 칩스법은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력해 만든 법안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칩스법을 제한하거나 집행을 지연하면서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테일러 공장의 투자 규모나 가동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의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미래 성장 위해 뭉친다… 로봇 시장 공략 키워드는 ‘팀코리아’

글로벌 관세 장벽, 전세계 주요 소비국들의 경기침체 우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국내 정치 불안. 당장 어디로 튈지 몰라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이같은 '복합위기' 상황에 우리나라 전자업계가 다양한 형태로 '로봇 동맹'을 맺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위험요소도 상존하는 시장인 만큼 '팀코리아' 전략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전자 계열사들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다방면에서 손을 잡으며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는 로봇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제품에 탑재하기로 뜻을 모았다. 삼성SDI가 주목한 점은 현재 상용화된 로봇들이 전동 공구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은 구조가 복잡한 탓에 공간이 제한적이라 출력 용량이 줄어드는 등 한계가 있었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도 로봇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분야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가 첨단 공장을 만들면서 삼성전자의 5G 통신 기술을 적용해 반응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자사 로봇을 사용해줄 수요처를 중심으로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물류 로봇 솔루션 공급 및 시스템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거나 조선호텔앤리조트와 '호텔 서비스 업무 효율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로봇 개발 협력'을 도모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과 '스마트 병원 라이프를 위한 로봇 서비스 발굴 및 사업협력 MOU'를 맺었다. 아예 로봇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을 매입해 혈맹을 맺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관련 조직도 재정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와 KT, SK텔레콤과 포스코 등이 로봇과 관련된 분야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로봇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인식하지만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펼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자체적으로 모든 역량을 갖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효율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로봇 산업은 반도체, 광학, 통신, 소프트웨어, 기계공학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가 집약된 게 특징이다. 아직까지는 제조업이나 물류, 요식, 의료 등에 보편화돼 있지만 향후 상업·가정용 시장 확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서비스용, 산업용, 협동로봇, AI 로봇 등 분야가 다양한데 아직 뚜렷한 선도기업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SIMTOS)는 2021년 332억달러(약 48조원)였던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741억달러(약 107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여성인력 3만명 고용 ‘1위’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고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명이 넘는 여성 인력을 보유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가 여성 직원 비율 50%를 넘어섰으며, 전체 대기업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상장사 중 주요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 총 150개 대기업의 남녀 직원 수와 고용 현황을 비교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조사는 2023년 사업보고서(별도 기준)를 기초 자료로 삼았으며, 직원 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를 합산한 전체 인원으로 미등기임원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150개 대기업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89만1717명으로, 이 중 남성은 67만1257명, 여성은 22만460명이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에 그쳤다.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2998명의 여성 직원을 고용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여성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직원 1만명 이상을 고용한 '여직원 고용 만 명 클럽'에는 이마트(1만3522명), 롯데쇼핑(1만3166명), SK하이닉스(1만855명) 등 총 4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의 여성 고용 규모는 2위인 이마트보다 약 2.5배 많은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 중 여성 고용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에서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유통·상사 업종은 여성 직원 비중이 51.2%로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업종에서는 여직원(3만4210명)이 남직원(3만2619명)보다 1590명 더 많았다. 금융업도 전체 직원 중 50.2%가 여직원인 것으로 조사돼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 높았다. 이어 식품(44.8%), 운수(39.1%), 섬유(33.3%), 제약(30.7%) 순으로 여직원 비율이 30% 이상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속한 전자 업종 역시 여성 고용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강 업종은 여직원 비중이 5.1%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 철강 업체 10개사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2만3275명이었으나, 이 중 여성 직원은 1196명으로 2000명에도 못 미쳤다. 자동차(6.9%)와 기계(8.6%) 업종도 여성 비율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건설(12.2%), 가스(13.9%), 전기(17.5%), 석유화학(18.4%) 업종도 여성 인력 비중이 10%대 수준으로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개별 회사는 150곳 중 14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여직원 고용률이 60%를 넘어선 곳은 4곳이었다. 여성 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전체 직원 1만9676명 중 여성이 1만3100명 넘게 근무해 66.9%의 비율을 보였다. 식품 업체 오뚜기는 전체 직원 3300명 중 여성이 65.2%(2150명)로 2위를 차지했다. 동원F&B(61.5%)와 CJ ENM(61.1%)도 여직원 비중이 60%대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이마트(59.5%), DB손해보험(58.1%), 기업은행(56.4%), 일신방직(56.3%), 농심(55.8%), 대상(54.9%)도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어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꼽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체 인력 수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여성 비율 면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않아 총 고용 규모가 크다는 점이 여성 고용 숫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50개 대기업의 업종별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고용이 활발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 차이가 뚜렷했다. 유통·상사, 금융, 식품 등의 업종에서는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반면, 철강, 자동차, 기계, 건설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 분야에서는 여성 고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50개 대기업의 2023년 기준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원, 여성 직원은 6650만원으로 여직원 연봉은 남직원의 69.8% 수준이었다. 업종별 여직원 평균 연봉은 금융(9260만원), 정보통신(9000만원), 전자(7450만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14곳으로, 에쓰-오일이 1억15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1억1450만원), 삼성SDS(1억1300만원), 삼성화재·SK텔레콤(각 1억900만원), 미래에셋증권(1억790만원) 등이 여직원 억대 연봉 클럽에 포함됐다. 15개 업종의 남녀 급여를 비교했을 때, 제약 업종이 여직원 보수(5910만원)가 남성(7570만원)의 78% 수준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건설 업종은 여직원 연봉(5400만원)이 남성(9050만원)의 59.7%로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출산율과 고령화 등 인구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실질적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며 “최근 국내 기업에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성별 중간관리자 비율 등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칩스법은 끔찍” 트럼프 발언에…삼성·SK, 美 투자 어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한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인 '칩스법(CHIPS Act)'을 “끔찍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슈다. 이어 한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불공정하다고 지적해 양국의 통상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하면서 국내 업계와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527억 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백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대신 관세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각각 47억5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와 4억58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보조금은 두 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의 핵심 동력이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투자 계획들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칩스법이 폐지되고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가 부과하는 것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도 이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든 적이든 상관없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시스템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향후 양국의 관세 정책에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다보니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미 수출에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언급한 점이 한미 통상 관계에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특별히 높은 관세를 부여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국 산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거래하는 대부분의 상품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미국 측의 관세 정책이 확정될 경우 향후 입을 피해를 우리 업계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전략일 수 있다"며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 의회의 동향과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정부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좌표찍기’ 기승에 네이버 대응 나서…5월 언론사 통지 기능 도입

네이버가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집단이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여론전을 펼치는 이른바 '좌표 찍기'에 대한 대응에 나선다. 기사 댓글에서 이러한 행태가 감지되면 언론사에 이를 통보해 조치토록 하는 기능을 오는 5월 도입할 방침이다.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총괄 전무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사회적 참사에 대한 좌표 찍기나 트래픽 어뷰징(여론 조성을 위해 같은 내용의 댓글을 여러 번 올리는 행위) 등이 감지되면 언론에 전달해 자체 운영방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월 공지사항을 통해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나 의견 대립이 발생한 것으로 감지된 기사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한 검토안으로는 특정 기사의 댓글 내 공감·비공감이 모두 일정 기준 이상 빠르게 올라갈 경우 이를 언론사에 알려 댓글 정렬 방식을 최신순, 답글순, 과거순 등으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네이버는 언론사가 댓글 정렬 기준을 자체 설정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순공감순으로 기본 설정돼 공감 수가 가장 많은 댓글이 상단에 올라오는 방식이다. '좌표 찍기'는 특정 집단의 입장을 담은 댓글을 맨 위에 노출시키기 위해 공감·비공감 클릭을 연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론 장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에 급격한 트래픽 변동이 있을 경우 일반 대중에 '좌표 찍기'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고지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을 언론사만 통지받는 불투명한 구조가 아닌, 이용자 스스로 댓글 여론 양상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미디어 리터러시(콘텐츠를 접하는 과정에서 가짜 뉴스·왜곡된 정보 등을 구별하는 능력)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제안"이라면서도 “좌표 찍기 등을 매크로로 기술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개인 참여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 하에선 이용자에게 좌표 찍기 가능성을 안내하는 건 보다 밀착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댓글이 공론장인 동시에 잘못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하며, 지적을 겸허히 듣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란 언론사가 직접 해당 매체 기사의 댓글 제공 여부와 정렬 옵션, 댓글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언론사는 일부 기사 댓글창을 선제적으로 막거나, 사용자 요청에 따라 섹션·기사별로 댓글을 달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현재는 사회적 참사 및 극단적 선택 관련 기사에 대한 2차 가해성 댓글 한정으로 이 기능을 도입 중인데, 단순 악플 이외에도 좌표 찍기와 같은 비이성적 패턴도 감지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좌표 찍기'의 기준이 명확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혹 특정 기사의 댓글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 여론전이 아닌 투표 독려와 같은 목적일 경우도 있기 때문.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댓글을 남기는 케이스도 있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마련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가 네이버 측의 통지를 무시하고 댓글 제공을 유지했을 경우에 대한 후속 조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썬 네이버 차원에서 댓글 차단을 강제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인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여론몰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제공 중인 '클린 옵저버'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며 “댓글창 운영 주체인 언론사와 협의를 거쳐 의견을 종합 반영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위기의 한국 가전, 14억 인도서 돌파구 찾는다

한국 가전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수출마저 감소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 가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내 가전 업체들은 '14억 인구' 인도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 수출액은 6억3400만달러(약 92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1월에도 수출이 줄어든 데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6% 줄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0% 성장에 그쳤다. 2023년 12월 이후 1년 2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가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공장에서 연간 약 1000만대의 TV·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연간 약 600만대 이상의 가전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 모두 멕시코를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해왔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성이 높은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8일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수출시장 다변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인도는 미국과 직접적인 무역 마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대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 중 하나다. 특히 2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40%(약 6억명)에 달해 향후 20년간 주요 소비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급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더욱 유리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매출은 프리미엄 제품(50만원 이상)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9%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제품 현지화 및 고객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를 개장했으며, 서비스센터 수도 기존 400개에서 800개로 두 배 확대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내 생산망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노이다, 푸네에 이어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세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을 생활가전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LG전자 노이다 생산 공장을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가 앞서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하이닉스, 키옥시아 투자 손실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KIOXIA·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손실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반도체 업계 내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보라고 조언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키옥시아 관련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은 1239억1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조6558억원, 2022년 1조88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 폭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약 3조9100억원을 투자해 키옥시아의 지분 약 19%를 확보했다. 키옥시아 전체 몸값은 20조원으로 평가한 딜이었다. 구체적으로 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SPC1)와 BCPE Pangea Cayman2 Limited(SPC2)라는 두 개의 SPC를 통해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관련 투자 자산 가치는 총 3조5062억7200만원으로, 이는 SK하이닉스 전체 자산의 약 2.93%다. SPC1에 대한 지분 투자가 2조961억5400만원, SPC2에 대한 전환사채 투자가 1조4101억1800만원이다. 키옥시아 관련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상장 효과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630억엔(약 8조1000억원)으로 마감했다. 현재 키옥시아의 주가는 당시보다 상승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장부가 대비 손실 상태에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의 회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옥시아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재무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한 상태다. 솔리다임 인수와 관련해 아직 잔금 지급이 예정되어 있어, 솔리다임 관련 회계를 SK하이닉스에 반영하는 것은 2025년 이후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투자회사인 키옥시아와의 시너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자회사인 솔리다임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익성 측면이 아니라 전략적 포지셔닝 차원에서 평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키옥시아는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특히 NAND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투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투자 이후 여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M램(MRAM)'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키옥시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적인 손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면서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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