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SKY대학 출신 CEO들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약화하고 있다. 특히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CEO들 중에서는 서울대 출신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앞으로도 명문대 편중 현상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5일 발표한 '2024년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대 및 전공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CEO 비율은 29.6%(408명)로 작년보다 0.3%포인트 줄었다. 이는 2007년 59.7%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SKY대 출신 CEO 비중은 1000대 기업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된 2008년 45.6%를 기록한 뒤 꾸준히 낮아져 2013년 처음으로 30%대(39.5%)로 진입했고, 2019년부터는 6년 연속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조사된 1380명의 CEO 중 서울대 출신은 188명(13.6%)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19년 15.2%에서 5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연세대(113명, 8.2%)와 고려대(107명, 7.7%)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대 출신 CEO 감소세의 주된 원인은 젊은 경영자들 중 서울대 출신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올해 서울대 출신 CEO 188명 중 83.5%(157명)가 1970년 이전 출생자였고, 1970년 이후 출생 CEO 중 서울대 출신은 9.3%에 불과했다. 특히 1960년대생이 109명으로, 같은 연령대 CEO 중 14.9%를 차지했다. 서울대 출신 CEO들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최고령자는 1934년생인 고은희 대림통상 회장이다. 이어 이창원(1936년생) 한국단자공업 회장, 이부섭(1937년생) 동진쎄미켐 회장, 허남각(1938년생) 삼양통상 회장, 손경식(1939년생) CJ제일제당 회장 등이 1930년대생 서울대 동문이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구본상(1980년생) 신성델타테크 부회장, 최수연(1981년생) 네이버 사장, 서진석(1984년생) 셀트리온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연령대별로는 1960~1966년생이 17.8%(247명)로 뒤를 이었다. 단일 출생연도로는 1964년생이 107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서울대 출신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12명씩이었다. 1964년생 서울대 출신 CEO로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전자공학), 장용호 SK 사장(경제학), 박병률 진에어 대표이사(독어독문학), 조기석 DB하이텍 사장(금속공학), 이의범 SG세계물산 회장(계산통계학) 등이 있다. 같은 해 고려대 출신으로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사회학),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일어일문학), 정해린 삼성물산 사장(경제학) 등이, 연세대에서는 김경배 HMM 사장(경영학),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이사(금속공학) 등이 대표적이다. SKY대 다음으로는 한양대(59명), 서강대(42명), 성균관대(38명), 중앙대(31명) 순이었다.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대(19명), 동아대(14명), 경북대(13명)가 뒤를 이었다. 전북대(9명), 경남대·조선대·충남대·충북대(각 8명) 등도 상당수 CEO를 배출했다. 전공별로는 경영학과가 22.9%(209명)로 최다였고, 경제학과가 9.2%(84명)로 2위를 차지했다. SKY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총 100명이었는데, 연세대가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35명), 서울대(29명) 순이었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는 장홍선 극동유화 회장, 김영진 한독 회장, 설범 대한방직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오너급 경영자가 많았다. 이공계 출신 CEO 비율은 45.5%로 작년보다 0.1%포인트 늘었다. 이는 2019년 51.6%로 정점을 찍은 뒤 4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세부 전공별로는 화학공학(8%), 전기·전자공학(6.6%), 기계공학(6.2%) 순이었고, 법학(4%), 건축공학(2.6%), 무역학(2.3%), 산업공학(2%)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과거엔 특정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 다양해져 대학보다 성과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며 “특히 AI시대에는 대학 '간판'보다 시대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