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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2분기 호실적 거둬…AI·클라우드 쌍끌이

LG CNS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하반기 에이전틱 AI·피지컬 AI 등 기술을 앞세워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사업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LG CNS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602억원·영업익 1408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0.7%·2.3% 상승한 수치다. 매출의 경우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제시한 시장전망치(1조5460억원)를 밑돌았지만, 영업익과 당기순이익(1309억원·957억원)은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AI·클라우드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비용 효율화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AI·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한 8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AI 분야에서는 금융·공공부문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 공공기관이 발주한 AI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경기도교육청 AI 플랫폼 사업과 외교부 AI 플랫폼 사업을 수주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클라우드 분야에선 AI 데이터센터(DC) 사업 성과가 나타나면서 매출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AIDC 사업 컨설팅·설계를 완료했고, 국내에선 네이버클라우드와 코로케이션 계약을 통해 죽전 데이터센터에 입주를 확정했다. 회사는 올해 AIDC 사업 연간매출이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훈 AI·클라우드사업부장은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자체 구축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토대로 금융·공공 영역 솔루션 도입을 확대 중"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별 AI 확산 정책 속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컨테이너용 데이터 솔루션 'AI 박스'를 개발 중인데, 이를 활용하게 되면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마트팩토리·물류 등이 포함된 스마트엔지니어링 부문 매출은 2667억원으로 전년보다 10.7% 감소했다. 최성훈 스마트팩토리사업부장은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새로운 고객 확보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주가 가시화되며 하반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계열사 신성장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그간 축적해온 해외 프로젝트 수행 능력과 계열사 동반 해외 진출 경험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 매출 또한 3210억원으로 6.9% 줄었다. 다만 하반기에 법원행정처 유지관리 등 상반기 수주한 대형 사업의 매출이 본격 인식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LG CNS는 하반기 에이전틱·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사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에이전틱 AI 사업 본격화를 위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인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 전환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 고객사를 대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사업화 역량과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희석 재정담당은 “최근 모바일 셔틀 로봇 등 산업 특화 로봇을 자체 개발해 LG에너지솔루션에 적용하며 로봇 하드웨어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자체 모바일 셔틀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물류 외 공항·스마트시티 등 영역으로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은 또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AI를 탑재해 다양한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갤럭시Z7 흥행 조짐…삼성전자 ‘폴더블 리더십’ 굳히기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이 정식 출시 전부터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은 이번 흥행을 계기로 연간 1위 수성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의 국내 사전판매량은 총 104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중 최다 기록으로, 폴더블 시장 내 브랜드 위상을 재확인한 성과로 평가된다. 업계는 하드웨어 혁신과 인공지능(AI) 기능 결합이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폴드7은 접었을 때 두께 8.9㎜, 무게 215g으로, 전작 대비 얇고 가벼운 폼팩터(기기 외형)를 구현했다. 플립7은 1.25㎜의 초슬림 베젤과 전면 플렉스윈도우를 적용해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AI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16 기반 'One UI 8'에 '갤럭시 AI'와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최적화해 멀티모달 AI 경험을 제공한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사용자와 기기 간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만든다. 오는 25일 정식 출시 이후에도 판매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규정했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 22일 폐지되면서, 통신사들의 보조금 확대가 고가 스마트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여력이 커지면 소비자들이 중급형 단말기에서 프리미엄 모델로의 업그레이드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초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인도에서 폴더블 신작이 공개된 후 48시간 만에 사전예약 21만대를 기록했다. 역대 갤럭시 폴더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연간 출하량은 1억4000만~1억6000만대에 달한다. 삼성의 폴더블 제품군이 해당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경우,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인 만큼, 플립7·폴드7의 흥행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도 시장에서는 보급형 및 중급형 기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진 반면, 콘텐츠 소비와 생성이 늘면서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애플, 샤오미 등 경쟁사의 추격 속에서도 보급형 '갤럭시 A' 시리즈와 프리미엄 '갤럭시 S25' 시리즈의 동반 호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폴더블 신작까지 더해지며,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삼성은 트리폴드폰 출시를 통해 하반기 시장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Galaxy Z TriFold' 및 'Z TriFold'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연내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전후로 실물 공개와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폴드폰은 기존 폴더블보다 한 번 더 접히는 구조로, 태블릿 수준의 대화면 사용성을 제공한다. 영상 시청, 문서 작업 등 콘텐츠 중심의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으로, 틈새시장 공략이 기대된다. 업계는 9월 애플의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이후 4분기 신제품 공백기를 감안할 때, 트리폴드폰이 삼성의 연말 실적을 견인할 전략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하반기 라인업 강화를 통해 연말 스마트폰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고, 연간 글로벌 출하량 1위 수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AI 예술, 가치를 묻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미술관에 전시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AI 예술은 인간 예술과 어떻게 다른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나 새로움을 넘어,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까? AI 창작물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예술 평가 기준은 작가의 감정, 경험, 철학, 그리고 작품에 쏟는 노력과 고뇌, 성장 과정 등 '인간적인 요소'에 큰 비중을 둔다. 하지만 AI는 감정을 느끼거나 고뇌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AI가 만든 그림은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감동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변형하여 전에 없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하기도 한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움'은 AI 창작물의 중요한 가치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AI가 창조한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시각은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창작물을 발전시키는 과정 등은 인간의 창작 활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AI의 끊임없는 학습과 진화는 그 자체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도와 개입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 창작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정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정도 등도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디자인 분야에 활용되거나, AI가 작곡한 음악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있다. 또한, AI 예술이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거나, 예술계의 기존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저작권 침해,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차별 등 윤리적인 문제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다면, 그 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 더욱이, AI 예술은 일자리 감소, 예술시장 양극화 심화, 예술의 상업화 가속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의 가치 평가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인간성'과 '새로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AI 창작물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예술의 영역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동시에 윤리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AI 창작물에 대한 가치 평가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 진화해나갈 것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갈 예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열린 마음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 수년간 정치 및 정책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가시적인 이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왜 속도를 잃었을까. 그러나 앞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우리가 정말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현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인지적 역량과 사회적 지혜를 총동원하는 문명적 전환이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도입하는 것과 전체 사회 시스템을 공장제로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AI의 하드웨어 기반일 뿐이다. 진짜 경쟁력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즉 AI 모델을 설계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인재(AI Talents)와 데이터(AI Data)에서 나온다. 여기서 첫 번째 현실적 장벽으로 '심각한 AI 인재 부족'이다. 앞서 있는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그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더 심각한 점은 2024년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여파로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혁신 파이프라인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연구 협력은 줄어들고, 벤처 투자도 감소하며, STEM 전공 졸업생들은 창업이나 R&D보다 의대나 해외 이민을 선호하고 있다. 두 번째는 '데이터의 질적 한계'이다. AI 성능은 학습 데이터 품질에 수렴한다. 중국이 14억 인구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국 언어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셋은 흩어져 있고 체계적인 도메인 온톨로지도 부족하다. 이 처럼 인재와 데이터라는 두 핵심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회가 보인다.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혁신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문화적 실리콘'은 AI 개발에서 편향 최소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최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어 기반 AI 및 범용 AI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분전만으로는 세계 톱티어를 추적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 인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AI 학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K-문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삼을 만한 규제는 없다. 이른바 'K-규제'는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AI 특별구역'을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들과 공동 협력하며,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연구비, 생활비, 영주권 패키지를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데이터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K-팝, 웹툰, 게임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Social Transformation, SX)이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의사가 AI와 함께 희귀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교사가 AI를 활용해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예술가가 AI의 영감으로 상상조차 못 했던 작품을 창작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정과 지혜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와 대화하기,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와 팀 프로젝트 수행하기 등을 가르치는 AI 리터러시 커리큘럼이 필수다. 결국 AI 강국이 되는 것은 기술 개발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꾼 것과 같다. AI 강국은 AI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와 함께 사는 법을 먼저 터득한 나라다. 한국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농업국에서 2000년대 IT 강국으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그 DNA를 AI 시대에 맞게 활성화할 때다. 기술에 맞춰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꿈에 맞춰 AI를 설계할 때, 한국은 진정한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김한성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OLED, 2.5배 더 강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제품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50만회 폴딩 테스트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우수한 내구성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의 신제품 폴더블 패널이 글로벌 인증업체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의 50만회 폴딩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폴딩 테스트 통과는 기존 20만회에서 2.5배 많은 50만회로 테스트 기준을 상향해 얻어낸 결과로, OLED 내구성에 강한 경쟁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패널은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갤럭시 Z 폴드7'에 탑재됐다. 뷰로 베리타스 측은 “이번 테스트는 상온 25도 조건에서 13일간 진행됐으며, 50만회 반복 폴딩에도 패널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50만회는 하루 평균 100번 정도 접고 펴는 일반 사용자의 경우 10년 이상, 하루 200번 이상 접고 펴는 헤비 유저(Heavy User)도 6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폴더블 패널의 내구성이 더 이상 폴더블 스마트폰의 수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폴더블 OLED에 방탄유리의 원리를 활용해 개발한 '내충격성(외부 충격에 변형 없이 잘 견디는 특성) 강화 구조'를 적용, 패널의 내구성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반 방탄유리는 강화유리와 특수 플라스틱 필름이 여러겹 붙어 있는 다층구조로, 총알이 날아와 부딪힐 때 유리 표면의 탄성이 총알의 힘을 흡수해 관통을 방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에 착안해 가장 바깥에서 패널을 보호하는 UTG(Ultra Thin Glass)의 두께를 기존보다 50% 올리고 패널 내부의 각 층을 붙이는 특수 점착제도 복원력이 4배 이상 향상된 고탄성 재료로 변경, 패널의 충격 흡수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폴더블 패널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 플레이트에 티타늄 소재를 적용했다. 티타늄 플레이트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는 '갤럭시 Z 폴드 SE'에 이어 두 번째다. 이호중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 상품기획팀장(부사장)은 “상용화 7년차에 접어든 폴더블 OLED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구성과 디자인 면에서 또 한 번의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엑사원 4.0, 메타 라마4보다 우수”…LG ‘AI 굴기’ 돛 펼쳤다

LG그룹의 인공지능(AI)산업 전략이 'AI 생태계 확장'과 'B2B(기업간 거래) 다변화'라는 구체적인 윤곽으로 드러났다. LG AI연구원은 22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5'를 열고 LG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생태계 '엑사원(EXAONE)'을 전면 공개했다. 지난 5년에 걸쳐 기술 고도화를 거쳐 처음으로 실증사례 중심으로 외부에 공유한 것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실증 적용을 통해 범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사원은 LG AI연구원이 2021년 말 처음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멀티모달 AI다. 이후 빠르게 거듭된 연구개발 성과에 힘입어 이날 공개한 '엑사원 4.0'까지 도달했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정밀의료와 임직원용·기업용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 엑사원을 확대적용하고 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최고AI과학자(CSAI)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공개한 엑사원 4.0과 엑사원 패스 2.0을 시작으로 LG AI연구원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소개했다. 엑사원 4.0은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며, 엑사원 패스 2.0은 질병 진단시간을 2주에서 1분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정밀의료 AI 모델이라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또한, 복잡한 전문 문서부터 이미지와 분자 구조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 4.0 VL'도 이날 처음 공개했다. 이홍락 원장은 “엑사원 4.0 VL은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보다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며 “엑사원의 눈 역할을 할 핵심모델"이라고 강조했다. LG는 산업별 맞춤형 AI 적용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도 선보였다. '챗엑사원'은 LG의 기업용 AI 에이전트로, ISO 보안 인증을 획득해 국가 핵심기술 문서 처리까지 가능한 수준의 보안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엑사원 온프레미스'는 AI반도체부터 모델까지 순수 국산기술로 구성된 기업 맞춤형 솔루션이다. 아울러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고품질 데이터를 빠르게 생산하는 AI 플랫폼으로, 기존 60명의 전문가들이 3개월간 생성하던 데이터를 단 1명이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LG 계열사와 국책 기관 등과 실증 사업을 진행한 결과, 기존 대비 데이터 생산성은 최소 1000배, 데이터 품질은 평균 20% 이상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이같은 엑사원 생태계를 기반으로 향후 AI B2B사업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미 여러 현장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민경 교수팀이 엑사원을 활용한 AI 기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은 뉴스·공시·정책자료 등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올해 3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연구원은 전했다. 이밖에 로봇·장비 등 피지컬 AI 분야 기업과 협업도 추진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AI 기술을 산업별로 어떻게 패키징하느냐가 B2B 성공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중"이라고 밝혔다. 이홍락 공동 연구원장은 “엑사원은 현재 글로벌 오픈 모델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고객이 '1순위로 선택하는 AI'가 되도록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갤럭시Z 폴드7·플립7 사전판매 104만대 ‘폴더블폰 최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국내 사전판매가 104만대 기록을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역대 갤럭시 폴더블 사전판매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이다. 이전까지 갤럭시 폴더블 최다 사전판매 기록은 '갤럭시 Z 폴드5·Z 플립5'로, 2023년 8월 1주일간 진행한 사전판매에서 102만대를 기록한 바 있다. '갤럭시 Z 폴드7'과 '갤럭시 Z 플립7'의 사전 예약은 판매 비중이 각각 60%와 40%이며, 폴드 비중이 지난해 40% 수준에서 60%로 늘어났다. 색상은 '갤럭시 Z 폴드7'는 제트블랙, 블루 쉐도우 선호도가 높았다. '갤럭시 Z 플립7'은 블루 쉐도우와 코랄레드가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의 슬림한 폴더블 폼팩터를 구현한 하드웨어 혁신, 편리한 갤럭시 AI 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은 역대급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갤럭시 Z 폴드7'은 접었을 때 8.9㎜, 펼쳤을 때 4.2㎜ 두께에 215g의 가벼운 무게와 21:9 화면비로 접은상태에서도 바(Bar)형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갤럭시 Z 플립7'은 1.25㎜ 슬림 베젤을 적용한 전면 플렉스윈도우와 한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결합해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사전 구매 고객은 오늘부터 제품 수령과 개통이 가능하다.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은 7월 25일부터 한국, 미국, 영국 등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 출시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 CNS, 하니웰과 ‘북미 제조AI 솔루션’ 공략 손잡다

LG CNS가 북미 지역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DAP)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솔루션을 앞세워 제조, 물류, 공공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의 업무 자동화 수요를 이끄는 모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산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 하니웰과 손잡고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제조AX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생산계획·작업지시·자재 입출고·품질관리 등 모든 생산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해 '통합형 MES'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향후 반도체·2차전지·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LG CNS가 국내 기업들과 함께 진행 중인 'AI 100 인(in) 100 프로그램' 중 생산·물류 분야 성공사례를 토대로 AX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LG CNS는 지난해부터 북미를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하고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부동산 전문 운용사 소메라로드·국내 대체투자 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의 미국 법인 마스턴아메리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국 스마트시티 시장에 발을 딛었다. 3사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테네시주 내슈빌 등에서 △스마트 레지턴스 및 호텔 △스마트 멀티패밀리(다세대 임대주택) △스마트 상업용 빌딩 등에 LG CNS의 빌딩 통합운영 플랫폼인 '시티허브 빌딩'을 적용한다. 대형 건물의 △데이터 수집 △설비 관리·제어 △에너지 관리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 부문에서도 잇단 사업 수주로 영토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LG CNS는 올해 상반기 미국 뉴욕시 전기차 충전소 및 관제 시스템, 조지아주 호건스빌시 스마트 가로등 및 관제 시스템 구축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이들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향후 전자정부·클라우드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할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부터 와의 협업, 미국 실리콘밸리 AI 기업 W&B·스킬드AI, 캐나다 유니콘 AI 기업 코히어 등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마트팩토리·스마트물류·스마트시티 등 현지 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적용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앞서 LG CNS는 지난 10일 코히어와 협력해 1110억개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의 추론형 LLM을 개발한 바 있다. W&B와는 기업 고객 대상 에이전틱 AI 통합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증권가는 LG CNS의 글로벌 사업 올해 2분기 매출 1조5000억원·영업익 1300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영역 확장과 AI 경쟁력 확보가 주효할 것이란 평가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계열사 관련 매출 감소 우려가 컸으나, AI 적용 분야 확대로 안정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LG그룹의 DX·AX 구축 경험을 토대로 AX 인프라 구축 수요 증가, 다양한 업종 확대를 통한 실적 성장,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한 성장성 증가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데스크칼럼] 21세기 AI 전성시대 ‘AI맹’ 없어야

지난해 미국 오픈AI의 생성형 챗GPT가 한창 국내외 이슈를 몰고 왔던 시기에 한 모임에서 인공지능(AI)을 재판 과정에 도입하는 문제가 안주거리로 올랐다. 당시 필자를 포함해 참석자 전원이 'AI 재판관' 도입에 찬성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인간 재판관'보다 AI 재판관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사법 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만, AI 재판관의 업무 영역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판사와 변호사 역할까지 AI에 맡겨 개인의 감정과 가치관이 개입되는 '인간적 오류'를 차단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견해와 법리 해석의 '기계적 한계'를 지적하며 판결만은 마지노선으로 지켜야한다는 인본주의 견해로 팽팽히 맞섰던 것이다. 오픈AI의 챗GPT가 지난 2022년 11월 첫 공개된 이후 전세계는 그야말로 'AI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AI 전성시대로 빠르게 빨려들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AI 기술 수준은 최근 몇 년 새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AI 기술 수준을 100으로 친다면 한국은 88.9%로 1.3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 92.5%(0.9년), 유럽 92.4%(약 1년)보다는 뒤지지만 일본 86.2%(1.7년)에는 앞서고 있다. AI기본법도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국가산업 아젠다로 정하고,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전국 AI데이터센터 중심의 AI 고속도로 구축, 독자적 AI 주권 확보를 위한 '소버린 AI' 정립 등을 적극 추진한다. 이렇듯 대한민국 AI산업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 체계는 완비된 셈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장점과 '탁월한 응용력'의 강점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한국이 글로벌 AI산업을 선도할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AI산업의 육성과 발달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초기 발전단계에선 연구개발과 투자를 국가와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성과물에 따른 이익 역시 국가와 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이전의 단순 기계적 발달이 가져온 민간의 수용성 속도와 달리 21세기의 인공지능 전환(AX), 디지털 전환(DX)의 급속한 발달은 수용성의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 그 과정에서 분배와 포용의 불균형(소외)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AI기본법과 함께 제정된 '디지털포용법'이 주목받는 점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않고 급변하는 AI 및 디지털 시대에 사회적 약자의 기술 소외(불평등)를 해소하는 문제는 AI산업 발전 못지 않게 사회통합과 AI 대중화 차원에서 필수다. 마침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AI 3대 강국' 아젠다에 전국민 대상 AI 무료 서비스를 표방한 '모두의 AI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어 다행이다. 20세기에 '컴맹(컴퓨터를 모르는 문맹자)'이란 신조어가 있었지만, 21세기에는 'AI맹'이 사회문제로 등장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고효율로 무장한 가전…‘으뜸환급’ 타고 내수 재점화

정부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구매가의 10%를 환급해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하 으뜸가전사업)'을 본격 시행하면서,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가전 시장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오전 9시부터 으뜸가전사업 종합 안내센터를 개소하고, 전용 홈페이지 및 콜센터를 통해 상담과 안내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이번 사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의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하는 내용이다. 환급 대상 품목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제습기, 김치냉장고 등 총 11개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4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 통과 직후 발표를 통해, 해당일 이후 구매된 최고등급 가전제품에 대해 환급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총 예산은 2671억원 규모다. 업계는 이 같은 정책이 장기간 부진을 이어온 가전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가전 소매판매액은 약 2조542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이 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 등에서의 월별 판매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 국내 가전 판매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수요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재택 수요로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 판매가 급증했으나, 이후 교체 수요가 급감하며 판매가 빠르게 식었다는 것이다. 뚜렷한 수요 회복 요인이 없던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은 이번 정부 지원책이 제품 수요를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으뜸가전사업은 과거 시행 당시 높은 실효성을 입증했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는 더욱 크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동일한 사업이 추진됐을 당시, 예산이 조기 소진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 제조업체 7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환급사업 시행 후 해당 제품군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그때보다 더 큰 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가전업계의 트렌드가 '고효율'로 정착됐고,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에너지 소비효율이 주요 구매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전기요금 절감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등급 고효율 제품의 사용"이라며 관련 제품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에너지 절감 기술을 내세운 프리미엄 고효율 가전 라인업을 이미 다수 구축해 둔 상태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냉장고는 'AI 하이브리드 쿨링' 기능을 탑재해 냉각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스마트싱스 앱을 통한 'AI 절약모드' 설정 시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고효율 AI DD모터를 적용한 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적 진화가 소비자 선택 기준과 맞물리며, 고효율 가전에 대한 수요가 다시금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정부 환급 정책, 제조사 프로모션, 고효율 기술력이라는 삼각 시너지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사들은 특정 모델에 한해 최대 10% 할인 쿠폰, 포인트 적립 등 추가 판촉까지 벌이며 수요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AI 기능이 일반화되면서, 고효율 가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라며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판매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업 개시 이후 가전·유통기업과의 간담회에서 확인해 본 결과,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가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으뜸가전사업이 내수 진작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환급사업의 신청 접수는 8월 13일부터 시작된다. 접수 이후 본인 확인과 제품·서류 확인을 거쳐, 약 일주일 후부터 순차적으로 환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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