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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중소·스타트업 AI 기업에 차세대 GPU ‘H200’ 무상 지원 추진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가 22일 AI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최신 고성능 연산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AI 고성능 컴퓨팅 자원 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AI 기업에 H100, A100, V100 등 기존의 고사양 GPU부터 차세대 'H200'까지 지원하는 것은 도가 처음으로 GPU는 AI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데 필수적인 고속 연산 장비로 'H200'은 기존 모델보다 연산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차세대 제품이며 도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 'H200'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도는 앞으로 H200보다 더 발전된 차세대 GPU 'B200' 등 최신 연산 자원을 단계적으로 추가 도입해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의 확장성과 지속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나 NPU(신경망 처리 장치) 중 원하는 자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크레딧(이용권) 형식으로 제공된 자원은 자사의 개발 일정과 필요에 맞춰 자유롭게 활용하면 된다. 특히 AI 전용으로 설계된 반도체 'NPU'는 국산 제품으로 구성해 전체 자원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K-AI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도는 내달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사업 전담 운영기관인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함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연구원은 민간 클라우드 전문기업들과 협력해 기업에 자원을 제공하고 네트워킹 프로그램, 성과 공유회, 우수기업 시상 등 커뮤니티 중심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은 “AI 기업에 있어 고성능 컴퓨팅 자원 제공은 실질적인 성장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과 같다"면서 “잠재력 있는 혁신기업들이 AI 인프라 격차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고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AI 고성능 컴퓨팅 자원 지원 사업'이 AI 기술 고도화를 비롯해 국산 AI 반도체 수요 기반 마련, 경기도 AI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장벽 해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sih31@ekn.kr

네카오 해외 무대 ‘선택과 집중’…북미서 진검승부

글로벌 사업을 확장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북미를 새로운 진출 무대로 삼고 기반을 닦고 있다. 이용자 저변을 확대해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네이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개인간거래(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 호주 법인(Poshmark Pty Ltd.)을 청산했다. 포시마크는 2011년 설립된 미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지난 2023년 인수해 현지 사업을 확장해 왔다. 영국·호주·아시아·인도 등지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거점을 마련했지만, 이용자 지표가 감소세를 보이며 철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인도 법인 또한 순차적으로 청산할 예정으로, 미국·캐나다 법인만 남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법인은 포시마크 호주 사업을 담당하던 법인으로, 핵심 시장인 북미에 집중하기 위해 정리했다"며 “현재 포시마크 사업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최근 신규 스타트업 투자가 북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현지 공략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의 지난해 현지 스타트업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생성 AI 기반 3D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패션 특화 멀티모달 AI 개발 스타트업 예스플리즈 △AI 기반 동영상 광고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램브랜드에 각각 11억3000만원, 14억7000만원, 29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 비중의 약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네이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규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사회에 복귀한 이해진 창업자가 다음달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현지 벤처캐피탈(VC)·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이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인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관련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기회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D2SF US 사무소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국내 스타트업의 북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위주로 몸집을 줄이는 중인 카카오는 지난달 다음카카오차이나(DK CHINA Co., Ltd.)와 크로스코믹스 인도(KROSS Komics India Private Limited) 법인을 잇따라 청산했다. 다음카카오차이나는 다음·카카오 합병 이듬해인 2015년 카카오의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해당 법인은 중국 현지에서 다음 웹과 카카오의 인터넷 서비스 운영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 2019년 다음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중국에서 행정 절차나 법인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고, 사업 확장 불확실성 등으로 청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시선은 북미로 돌려진 모양새다. 최근 글로벌판에 광고 플랫폼을 출시하고, 북미 지역 광고주를 모집하며 현지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그동안 광고 사업이 포함된 톡비즈는 국내판 위주로 제공돼 왔는데, 이번 확장이 톡비즈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3년 인도 웹툰 플랫폼 '크로스코믹스'를 종료한 후 현지 법인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2022년 웹툰 사업 영역을 인도로 확장하기 위해 법인을 인수한 지 1년 3개월 만이었다. 특이점은 이와 동시에 북미 진출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신설법인 '카카오엔터 글로벌(KEG)'을 설립했다. 해외 지식재산(IP) 확장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현지화 콘텐츠를 유통해 구독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사가 북미 진출에 힘을 주는 이유는 시장 다각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카오의 경우 내수 점유율 비중이 높은 구조를 띠는데, 최근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새로운 무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난해 라인야후 사태로 그동안 주력해왔던 일본·동남아 시장 지배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주효할 것"이라며 “카카오의 경우 콘텐츠 사업 매출 회복이 시급한 상황인데, 잠재력 측면에서 북미를 글로벌 확장 전초기지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전자 ‘매출 올라도 빈약한 영업익’…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 수익성 끌어올리나

LG전자가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등 평균가가 1분기 들어 하락 전환해 수익성 개선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 중인 회사가 마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21일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MS(Media Entertainment Solution) 사업부가 사용하는 LCD 모듈의 1분기 매입 가격은 작년 대비 6.8% 내렸다. 작년에는 가격이 전년 대비 16% 올라 비용 부담을 키운 원재료다. 1~3월 LG전자의 LCD 모듈 매입액(9868억원)은 단일 품목 기준 4개 사업부 통틀어 가장 많다. VS(Vehicle Solution) 사업부가 사들이는 차량용 칩 평균가 움직임도 비슷하다. 작년에는 2023년 대비 7.3% 상승했지만 올해 1분기 들어 지난해 대비 4.9% 하락했다. HS(Home Appliance Solution)에서 쓰는 스틸의 지난해 평균 매입 가격은 전년 대비 0.7% 내렸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 평균가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VS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14.5%, 7.9% 하락했다. ES(Eco Solution)에서 쓰는 스틸 매입가 역시 1.7%, 3.3% 빠졌다. 이들 3개 품목의 1분기 매입 규모는 각각 4115억원, 1579억원, 240억원이다. HS·ES 사업부에서 쓰는 구리와 합성수지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다만 1분기 매입액이 각각 2530억원, 1379억원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LG전자 자회사 LG이노텍 상황도 비슷하다. 광학솔루션 사업 주요 원재료인 이미지센서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6.3% 올랐지만 1분기에는 작년보다 5.5% 내렸다. LG이노텍의 1분기 이미지센서 매입액은 1조3305억3200만원으로 단일 원재료 기준 가장 비중이 높다. 전장부품 사업 주요 원재료인 IC 가격은 같은 기간 3.7%, 1.3% 각각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재료 외 원가 요소인 판관비, 인건비, 물류비 등 절감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생산지 운영 최적화 등 원가경쟁력 개선 노력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전기차부품 사업의 오퍼레이션 최적화, 자원운영 효율성 제고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가 요소 중 일부인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환경을 두고 일각에서 회사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는 배경이다. LG전자가 마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몸집이 커지는 만큼 영업이익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LG전자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7조7282억원으로 2022년(83조4673억원) 대비 5.1% 늘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3조5510억원에서 3조4197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25%에서 3.9%로 내려갔다. 회사가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체질 개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고 고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등 비중을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LG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점찍은 냉난방공조, 전장 등 B2B 사업 역량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할 전망이다. 관세 전쟁 후폭풍, 환율, 해상운임 등 외부 요인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제품 믹스 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VS 이익추정치는 올라가되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MS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하향 요인은 관세 전쟁 격화이며 상향 요소는 해상 운임 부담 완화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얽혀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태양광 발전 패러다임 전환…SK이터닉스 ‘구조화’ 눈길

수익성이 낮고 변동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SK이터닉스가 '구조화'를 통한 수익 확보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단과와 판매가가 정부의 정책에 좌우되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뚜렷했다. SK이터닉스는 이런 태양광 사업에서 '구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SK이터닉스는 전국 65건의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된 자산과 계약 권리를 다른 회사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829억2000만원이다. 이 자산을 넘겨받는 회사는 '솔라닉스2호 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발전소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묶어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공시 내용을 보면, SK이터닉스는 2개의 발전소 설비를 넘기고(계약금 90%, 잔금 10%), 나머지 63건은 전력을 팔 수 있는 계약상의 권리를 넘긴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에 약 248억원을 27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6.05%다. 즉, 자산을 넘기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태양광 사업을 구조화한 사례다. 전국에 흩어진 작은 태양광 발전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방식이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수료와 용역비, 투자수익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솔라닉스1호' 모델부터 태양광 구조화를 시도했다. 당시 SK이터닉스는 전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약 4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단지를 구성했다. 이 발전소들은 모두 SPC에 편입됐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의 일부 지분(약 19%)만 갖고, 나머지는 SK가스와 금융회사들이 투자했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발전소들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역할에 따라 SK이터닉스는 '개발 용역비'라는 이름의 수익을 받는다. 또, SPC가 발전한 전기를 기업에 팔 때 SK이터닉스가 거래를 중개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받는다. 이 밖에 SPC 지분에서 나오는 수익과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수익으로 잡힌다. 실제로 솔라닉스1호에서는 개발 용역비로 약 102억원을 받았고, 전기를 팔아서 연간 약 65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방식이 나타난 배경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크게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싶어졌다. 또 RE100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직접 구매(PPA 계약)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구조화된 SPC는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SPC와 계약을 맺고, 20년에서 30년 동안 전력을 고정된 조건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요금 불확실성을 줄이고, 탄소배출량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소를 가진 소규모 사업자 입장에서도, SPC에 자산이나 권리를 넘기고 정해진 수익을 받는 구조는 일정한 장점이 있다. SK이터닉스는 이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익을 확보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본 효율성이다. 솔라닉스1호 사례에서 SK이터닉스는 1억7000만원만 출자했지만, 전체 SPC 자산은 760억원 규모였다. 즉, 적은 자본으로 큰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번 솔라닉스2호 역시 SK가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자금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러 발전소를 묶어 하나의 SPC에서 운영하면 발전량이 고르지 않더라도 위험이 분산된다. 발전소 한 곳이 문제가 생겨도 전체 수익 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안에 솔라닉스3호도 출범시킬 계획이며, 기업들로부터 PPA 계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태양광 산업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를 얼마나 잘 팔 수 있는지, 즉 어떻게 계약을 구성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거래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구조화 사업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도 연결된다. SK가스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SK E&S는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도 관련 분야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K이터닉스의 이번 구조화 사업이 그룹 내 다른 에너지 사업들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태양광 발전은 어떤 구조로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가가 중요한데 SK이터닉스는 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잘나가는 中 로봇청소기에 설자리 잃어가는 삼성·LG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촘촘한 라인업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뚜렷한 대응책 없이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 로보락은 약 114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드리미 또한 약 23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쿠팡에서 진행된 '가전 세일' 프로모션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유통 플랫폼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단일 요인이 아닌 제품 라인업 강화와 유통 전략, 마케팅 방식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은 올해 들어 신제품 라인업을 잇따라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드리미는 이달 초 프리미엄 제품인 'X50s 프로 울트라'를 출시했다. 2만5000Pa의 흡입력과 최대 100℃의 고온 걸레 자동 세척 기술이 주요 특징이다. 에코백스는 지난 2월 롤러식 자동 세척 물걸레 시스템을 적용한 '디봇 X8 프로 옴니'를 공개했다. 로보락 역시 프리미엄 모델 'S9 맥스V 울트라'와 슬림형 'S9 맥스V 슬림', 그리고 보급형 모델 '큐레보 엣지C'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품 라인업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팝업스토어 및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순 진열 공간을 넘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핵심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0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 4300억원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아직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없다. 로봇청소기만을 위한 전략 마케팅 공간도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로보락은 이달 말 '로봇 팔'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5축 접이식 로봇 팔 '옴니그립'을 통해 최대 300g의 물체를 들어 옮길 수 있으며, 주변 환경을 감지해 자동 제어하는 기능도 갖췄다. 드리미는 최근 출시한 제품에 최대 6cm 높이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실사용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아직 이러한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중국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성능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체험 공간에서는 제품 기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 중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 업체들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보안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전망이다. 실제 로보락은 올해 초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 외부 기업 공유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에코백스 역시 지난해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삼성과 LG는 그간 보안 강화를 제품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보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로보락의 'S8 맥스V 울트라'는 글로벌 보안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2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보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안 이슈 이후에도 중국산 로봇청소기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기술 혁신 없이 단순히 '보안'만 강조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전자, 북미 1위 세탁솔루션 기업과 맞손…B2B 사업 확대 속도

LG전자가 북미 1위 세탁솔루션 기업과 손잡고 생활가전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최근 미국서 'CSC 서비스웍스(이하 CSC)'와 상업용 세탁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김상용 LG전자 미국법인 HS담당 전무, 로드리고 카스텔라노스 CSC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CSC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약 150만대의 상업용 세탁·건조기를 운영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세탁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주로 아파트, 단지형 주택 등 대규모 주거 시설 및 대학 기숙사, 호텔에 설치된 공용 세탁실과 코인 세탁소 등을 대상으로 세탁장비 판매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LG전자는 상업용 세탁 시장 내 방대한 인프라를 보유한 CSC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점유율을 확대한다. CSC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은 LG전자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유력 세탁솔루션 기업 '워시(Wash)'에도 상업용 세탁기를 공급하는 등 B2B 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아파트와 같은 다세대 주거시설에서 집집마다 세탁실을 설치하는 대신, 대용량 세탁기·건조기로 빨래방 형태의 공용 세탁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수의 인원이 장시간 사용하는 상업용 세탁기는 세탁 시간 단축, 제품 품질, 서비스 편의성 등이 중요하다. LG전자 상업용 세탁기는 세탁통의 진동과 회전을 정교하게 감지해 대용량 빨래에도 최적의 움직임으로 세탁 시간을 단축한다. 또 제품을 이동하지 않고도 내부 수리가 가능하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전면 케이스 및 벨트 없는 인버터 DD 모터 등을 적용해 유지 보수 역시 편리하다. LG전자는 상업용 세탁기 전용 앱 '런드리 크루'로 관리솔루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앱을 활용하면 제품 관리자가 기기 원격 제어, 오류 알림, 스마트 진단 등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상업용 일체형 세탁건조기에 저온제습 방식의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하며 건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AS 역량도 장점이다. LG전자는 북미에 1900개가 넘는 서비스 센터를 활용해 전국 각지 고객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업용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14억3000만 달러(약 2조440억원)로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5.6%씩 성장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구글 스마트 안경 ‘깜짝 협업’ 연내 출시

구글이 삼성전자와 확장현실(XR) 헤드셋에 이어 스마트 안경까지 협업을 확대한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 안경을 공동 개발해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13년 '구글 글래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을 시범 출시했지만, 성과 부진으로 2015년 단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시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디자인을 맡는다. 공개된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연동돼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도 전화, 문자, 앱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구글의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이 적용돼, 사용자가 보고 듣는 정보를 AI가 카메라를 통해 인식하고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질문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사안을 실시간으로 알린다. 또한 스마트 안경에는 실시간 번역 기능도 포함돼 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며, 이날 시연에서는 힌두어와 페르시아어 화자가 각각 말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협업으로 구글과 삼성전자의 XR 분야 협력은 한층 강화됐다. 양사는 앞서 '프로젝트 무한'이라는 이름의 XR 전용 헤드셋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헤드셋은 안드로이드 기반 XR 플랫폼 위에 구축되며, 고급 디스플레이와 외부 현실을 함께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XR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라며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XR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경과원, ‘In-Best 판교’ 참여기업 모집...내달 2일까지 접수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21일 판교 제1·2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In-Best 판교' 참여기업을 내달 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과원에 따르면 이번 투자교류회는 도내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타트업의 단계별 투자유치 전략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경기도가 운영하는 1조 원 규모의 G-펀드와 연계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선정 기업에는 △IR 집중 멘토링 △투자교류회(데모데이) 참여 △경기도 G-펀드 및 국내·외 투자자와의 1:1 매칭 투자 상담 △대기업 및 선도기업과의 기술 파트너 협약 △후속 투자유치 연계 등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어진다. 올해는 총 4회 운영되며 판교테크노밸리 내 대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 교류 등의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오픈이노베이션 추진기업 및 전략적 투자 담당자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런치 교류회'가 새롭게 마련됐다. 비즈니스 식사와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실질적 교류를 유도하며, 참가 기업의 협력 기회를 한층 확대할 예정이다. 모집 대상은 판교 제1·2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창업 7년 이내 첨단 업종 또는 혁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며, 최종 20개사를 선정한다. 경과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투자유치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지역 투자 생태계와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이번 'In-Best 판교'는 단순한 투자유치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전주기 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판교 내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In-Best 판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경기기업비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과원 테크노밸리기획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sih31@ekn.kr

엇갈리는 D램 가격 전망···반도체 업계 ‘셈법 복잡’

반도체 업계가 D램 가격 변동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선구매 효과'가 끝나면 업황이 어두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어서다. 2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2.2% 급등한 수치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 등에 따라 고객사들이 선구매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D램 가격은 지난해 9월(-17.07%)과 11월(-20.59%)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였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4개월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일단 공급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관세 불확실성을 반영해 납품가를 올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움직였다. 그동안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구형 D램 가격이 신형(DDR5) 보다 인상률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D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분야인 만큼 기업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이 꾸준히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소비여력이 충분하고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수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구형 제품 감산을 미리 결정해놨다는 점도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일부 대형 고객사들의 선구매 움직임도 '트럼프 불확실성'에 적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고를 쌓아뒀다는 이유로 향후 관세 장벽이 생기거나 사라진다 해도 주문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자 한국 기업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1~2년 단위 장기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하반기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희박하다.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AI 붐'이 또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된 상태기도 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업황은 제한된 공급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서버·그래픽향 수요로 인해 안정적인 수급 밸런스를 보일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PC의 경우 하반기 아이폰 17 시리즈와 AI 기능 탑재한 PC 출시로 출하량보다는 용량 증가로 D램 수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D램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관세와 인플레이션 등이 하반기 수요에 영향을 우려가 여전하다"며 “관세 불확실성과 국가 사이 무역 장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D램 가격 상승폭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도 고객사들의 선구매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재고를 쌓아둔 것과 별개로 소비 시장이 위축될 경우 가격 하락폭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까지는 D램 업황이 당초 우려보다 양호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선구매 부작용과 생산량 증가에 따른 레거시 D램 업황이 재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의 DDR5 재고는 2~3주치에 불과하나 유통 재고가 증가 중"이라며 “DDR5 현물 가격 반등은 조만간 종료될 듯하고 재고가 과다한 DDR4 가격 반등 역시 2분기까지 장기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업계는 HBM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가격 변동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구형 제품은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DDR4와 3세대 HBM인 HBM2E 등 제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DDR4 생산 비중을 낮추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최신 D램은 DDR5와 HBM3E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 등을 앞세워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라인 증설을 위한 신규 투자를 계획 중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두 자릿수씩 성장하는 中 가전…韓 수익성 악화에 ‘고심’

중국 가전업체들이 내수 진작 정책과 글로벌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디, 하이얼 등 주요 업체들이 1분기 두 자릿수 실적 개선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하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기술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의 공세에 한국 가전업계가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 24조8046억원, 순이익 2조39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8% 증가한 수치다. 하이얼은 매출 15조3000억원으로 10.1% 늘었고, 순이익은 15.1% 증가한 1조원으로 집계됐다. 하이센스는 매출 4조8000억원(+5.8%), 순이익 2172억원(+14.9%)을 기록했고, TCL그룹은 매출 7조7334억원으로 소폭 증가(+0.5%)했으나 순이익이 322% 급증하며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부문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서는 뒷걸음질 쳤다.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VD·가전사업부는 1분기 매출 14조5000억원으로 7.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그치며 43.4% 감소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TV 사업을 맡는 HS·MS 사업본부 역시 매출 11조6571억원으로 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95억원으로 15.4% 줄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사이, 중국 업체들은 내수 확대와 해외 공략을 앞세워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 진작 정책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구환신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소비자가 자동차·가전·가구 등을 교체하거나 새로 구매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중국 상무부가 소비 촉진과 환경 보호를 목표로 도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하이무역관 관계자는 “지난해 추진된 이구환신 정책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며, 보조금 지원 대상 가전제품은 기존 8개에서 12개로 확대됐다"며 “중국 가전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전 수요 확대를 비롯한 소비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주민 1인당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가전제품 수출액은 2019년 700억달러(약 97조원)에서 지난해 1124억달러(약 156조원)로 60% 이상 증가했다. 과거 중국산 가전은 '가격만 저렴한 제품'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의 중국 가전 수출은 15% 이상 증가했다. 하이얼은 1분기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메이디는 프리미엄 브랜드 '콜모'를 앞세워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술집약형 제품군인 TV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이센스는 올해 CES 2025에서 'RGB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기존 백색 LED에 컬러 필터를 씌우는 방식과 달리, 빨강(R)·초록(G)·파랑(B) LED를 각각 독립 구동시켜 색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킨 구조다. 하이센스는 이 제품을 삼성전자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와 직접 비교하며 색 표현력과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주장했다. 안드레 클라크 하이센스 이사는 “세계 최초로 RGB LED 칩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QD-OLED보다 우수한 색 재현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며 “이 제품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가전제품의 기술 격차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좁혀졌다고 평가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CES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산 TV는 기술 완성도가 이전보다 확연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저가형'으로 인식되던 중국 제품이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응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인공지능(AI) 가전과 신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구독형 모델과 TV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우위를 이어가며, 앞선 기술력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무기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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