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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카카오 지분 전량 매각…SK브로드밴드 인수 실탄 마련

SK텔레콤이 보유하던 카카오 지분 전량을 전격 매각했다. 거래 규모는 약 4133억 원에 달하며,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됐다. SK텔레콤은 이번 매각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과 인공지능(AI) 분야 등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보유 중이던 카카오 주식 1081만8510주를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거래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매수 주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매각 이후에도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력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2019년 양사 간 체결한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은 이번 거래를 통해 종료된 셈이다. 이번 매각 자금은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에 투입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태광그룹(16.75%)과 미래에셋그룹(8.01%)이 보유하던 SK브로드밴드 지분 24.76%를 총 1조1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이 거래가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100%에 근접하게 되며, 유선통신, IPTV, B2B 사업을 포함한 통신 전반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SK텔레콤은 최근 AI 관련 투자를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의 GPU 클라우드 기업 Lambda에 2000만달러, AI 검색 엔진 Perplexity에 1000만달러, 반도체 기업 Smart Global Holdings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아울러 자체 AI 반도체 자회사인 Sapeon을 통해 국내 기업 리벨리온과 합병하며 기업 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검색 기술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기술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SKT의 이번 카카오 지분 매각은 SK텔레콤의 AI 중심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파트너십 축소에 따른 사업적 불확실성 또한 함께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김상철 한컴 회장 재판행…그룹 “관여한 적 없어” 선긋기

김상철 한글과컴퓨터(한컴) 회장이 9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그룹은 “해당 사업에 관여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강성기)는 전날인 지난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0개월 동안 회사가 소유한 가상자산 '아로와나 토큰'을 사업상 필요한 것처럼 위장해 매각했다. 또 이를 통해 취득한 96억원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무단 처분한 뒤 아들 명의로 이전하고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4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3년 동안 차명 주식 취득 목적으로 A계열사 자금 2억4000여만원을, 지인 허위 급여 목적으로 B계열사 자금 2억5000만원을 각각 임의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그룹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암호화폐다. 2021년 4월 20일 상장한 지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 50원에서 5만3800원까지 1075배 치솟아 시세조작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아로와나토큰 발행 개수는 5억개였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의 실소유주가 한컴그룹 오너며,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폐지된 상태다. 한컴그룹은 이에 대해 “이번 기소는 김 회장 개인 사안으로,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사업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룹은 변성준·김연수 대표이사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김 회장을 기소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 주주, 투자자, 고객, 임직원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분께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해명했다. 이어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세워놓은 계획들은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내 모든 경영진은 대내외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르포] ‘AI 전쟁터’ 된 코엑스…2025 월드IT쇼, 미래 기술 쏟아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2025 월드IT쇼(WIS)'의 막이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9개 기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AI로 디지털 대전환, 과학기술로 미래 선도'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 국내 ICT 대기업을 비롯해 유망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45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참가국은 17개국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자가 직접 찾은 개막 첫날, 전시장 내부는 치열한 기술 경쟁의 현장이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AI를 중심으로 한 각종 기술과 서비스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먼저 찾은 KT 부스는 'K intelligence'라는 AI 마스터 브랜드 아래, 일상에 스며든 AI 기술을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개발한 업무용 AI 에이전트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 AI는 기업의 상담 업무를 효율화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도 강화됐다. 월 이용료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관리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KT 통신망 기반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폰', 문자·국제 SMS·알림톡 등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KT 커뮤니즈 플랫폼' 등 다양한 기업용 AI 서비스가 전시됐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콘텐츠도 다채로웠다. 수원 AI 스타디움에서 실제 사용되는 AI 전광판 등이 전시됐으며, AI가 생성한 댄서와 함께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체험 이벤트는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KT 바로 옆, SK텔레콤 부스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를 주제로 구성됐다. SKT는 자사의 AI 데이터센터(AI DC) 기술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분산된 전력원에서 전력을 수급하고 AI로 이를 제어하는 에너지 기술, SK엔무브와 함께 선보인 액침냉각 기반 발열 관리 기술 등 고효율 인프라 솔루션이 소개됐다. 여기에 AI DC의 효율적 운영을 지원하는 'AI DC 인프라 매니저', 보안을 강화하는 'AI DC 시큐어 에지',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AI 클라우드 매니저', 올해 MWC에서 수상한 '페타서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도 함께 공개됐다. 통신 인프라에 기반을 둔 전통 통신사들이 이제는 AI 기업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기술이 단지 편리함을 넘어 업무와 일상을 아우르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LG전자는 '공간, 미래, 연결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AI 기술이 구현하는 스마트한 생활상을 선보였다. 특히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것은 AI 기반 스마트홈 콘셉트 'LG AI홈'이었다. 거실, 부엌, 세탁실 등 집안 공간을 미니어처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구현했으며, 날씨에 따라 옷을 추천하거나 세면 시 적정 수온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등 실생활 속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동형 AI홈 허브도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공감지능을 갖춘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소리, 표정, 말투를 분석해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서, 인간과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갤럭시 AI'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입구에 마련된 AI 쇼룸에서는 “오늘 일정 알려줘"라는 간단한 명령으로 앱들이 자동 실행되는 멀티모달 AI 기능을 시연했다. 또 지하철 내부를 연상시키는 공간에서는 사용자의 위치, 일정, 선호 정보에 따라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나우 브리프'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견기업, 연구기관들도 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XR), 스마트 리빙, 디지털 헬스케어,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AI 기술이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과 산업 속에 깊숙이 녹아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바일과 가전, 통신을 넘어 도시 전체와 산업 전반에 걸쳐 AI가 사회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을 뽐내는 모습이 마치 'AI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되며, AI 기술 시연 외에도 콘퍼런스, 투자 상담회,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돼 있어 ICT 산업 관계자는 물론 일반 참관객들에게도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전장 끌고 HVAC 밀고…LG전자 1분기 매출 ‘역대 최대’

LG전자가 올 1분기 매출액이 역대 최초로 22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6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기업 간 거래(B2B) 핵심인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22조7398억원, 영업이익이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영업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5.7% 감소했다. LG전자의 호실적은 △B2B △구독, webOS 등 Non-HW △소비자직접판매(D2C) 등의 '질적 성장'이 이끌었다. B2B 핵심인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와 ES사업본부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대비 37.2% 늘었다. 매출액 증가 폭도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 12.3%를 기록했다.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HS사업본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독, D2C 등 사업모델과 사업방식 변화를 가속화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는 web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LG전자는 2분기에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신모델과 볼륨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구독, 온라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성장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빌트인 가전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부품 외판 등 B2B 영역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생산지 운영 최적화 등 원가경쟁력 개선 노력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 확보에도 주력한다. MS 사업본부는 2분기 TV, ID(상업용 디스플레이), IT(노트북, 모니터 등)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 간 구조적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장 수요회복 둔화에 대응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속 성장하고 있는 web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은 지역과 모수(母數)를 확대하는 동시에 콘텐츠 공급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VS 사업본부는 100조원에 이르는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사업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기여도를 높였다. LG전자는 2분기도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전기차부품 사업의 오퍼레이션 최적화, 자원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해 간다는 계획이다. ES 사업본부 VS사업본부와 함께 LG전자 B2B 성장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2분기는 가정용 신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흥시장의 상업용 에어컨 수주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초대형 냉동기 칠러(Chiller)를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등 산업·발전용 대규모 수주 기회 확보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무디스·한신평 “트럼프 2기, 韓 반도체·철강·車 산업에 구조적 충격”

무디스(Moody's)와 한국신용평가(KIS)는 24일 공동 웨비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한국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경고했다. 두 기관은 “반도체, 철강, 자동차 산업 모두 단기적 가격 경쟁력 저하를 넘어, 공급망 재편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을 본격화하며, 상호관세 및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 부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왔다. 특히 한국은 25%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90일간의 유예 조치로 10% 기본 관세만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이 유예가 오는 7월 9일 종료될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에 본격적인 타격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무디스와 한신평은 산업별 영향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관세 부과가 없지만, 최근 미국 상무부가 개시한 232조 조사 대상에 포함돼 향후 관세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국신용평가 원종현 실장은 “반도체는 기술 기반 경제의 핵심이자 전략 산업으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철강 산업은 이미 정책 영향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기존 철강 쿼터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철강 제품에 25%의 일률적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정용강관, 송유관 등 한국 철강업체들의 주력 수출 품목이 가격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안희준 실장은 “포스코, 세아제강 등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며, 현대제철은 향후 현지 투자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수입 차량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일부 방어가 가능하지만, 주요 SUV 수입 모델에는 평균 5천 달러 이상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디스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차량에 대해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실질 판매량이 줄고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별 충격이 거시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1.5%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이는 G20 국가 중 세 번째로 큰 폭이다. 특히, 수출 중심 구조를 갖는 한국 경제에 관세 리스크는 신용도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디스와 한신평은 “오는 7월 유예 종료 이후 관세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공급망 다변화,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책 대응력 제고를 위한 정부-기업 간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7조4405억원’ 韓 기업 1분기 영업이익 1위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꿰찼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HBM3E 12단의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조4405억원으로 잡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7.8% 급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9% 상승한 17조6391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323% 뛴 8조1082억원이다. 이같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4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종전 1분기 최대 기록은 매출의 경우 작년 1분기(12조4296억원), 영업이익은 2018년 1분기(4조3673억원)에 세웠다.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1% 포인트(p) 개선된 42%를 나타내 8개 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2023년 4분기 3%로 흑자전환한 뒤 계속 상승했다. 작년 1분기(23%)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1분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4조3000억원으로 확인됐다. 작년 말 대비 2000억원 가량 늘어난 숫자다. 이에 따라 차입금과 순차입금 비율도 각각 29%와 11%로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당초 SK하이닉스가 6조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7조원 고지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 인해 작년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6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비결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맞춰 HBM3E 12단,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의 경우 올해 전년 대비 약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과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 제품 특성상 성장이 예고돼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HBM3E 12단 판매를 순조롭게 확대해 2분기에는 기존 계획대로 해당 제품 매출 비중이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지난달 주요 고객사에게 제공한 상태다. HBM4 12단 제품은 고객 수요에 맞춰 올해 내 양산 준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낸드 분야도 힘을 보탰다. 중국의 소비 촉진 정책과 AI향 물량 증가로 인해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관세전쟁 등을 앞두고 고객사들이 제품을 선주문한 경향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지만 공급 업체들이 저마다 감산에 나선 상황이라 앞으로 기대치도 낮지 않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AI PC용 고성능 메모리 모듈인 'LPCAMM2'도 올해 1분기부터 일부 PC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AI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인 'SOCAMM'은 고객과 긴밀히 협업해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AI 메모리 리더로서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 한계를 돌파해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올해 HBM 매출 2배 성장” SK하이닉스 실적 고공비행 자신감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경은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였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 지배력을 키웠고 글로벌 관세 불확실성 영향도 최소화하며 승승장구했다. 회사 측은 “HBM 장기 수요 성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하며 앞으로 실적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4일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은 고객과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 제품 특성상 한동안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하고 전체 수요 역시 2028년까지 연평균 5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만 놓고 보면 HBM 5세대인 HBM3E 12단 매출 비중이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 역시 회사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이 공개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늘고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HBM 뿐 아니라 96GB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전 분기 74%에서 1분기 80%로 확대된 것도 'HBM 효과'로 봤다. 수익성 높은 제품 수요가 늘어 영업이익률 개선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장조사기관들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사업 관련 기존 계약 체결한 내용에 변동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AI 서버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PC나 스마트폰 같은 IT 소비재들은 당분간 관세 적용이 예외되는데다 올해 AI 기능이 탑재된 신제품 효과까지 기대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인상 전 구매를 생각하는 여지가 생겨 교체수요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회사 매출 중 미국 고객에게 가는 비중은 감사보고서 기준 60% 가량으로 높다"면서도 “본사를 미국에 둔 고객이라 해도 (회사 제품) 선적은 미국 외 지역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양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 분야도 AI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이날 발표에서 “2분기 출하량 목표는 D램은 전분기 대비 10% 증가, 낸드는 20%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생성형 AI 추론 서비스에 고품질이 요구되면서 관련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해 고성능 TLC SSD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고용량 QLC SSD도 128TB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예정된 투자는 계획대로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1기 팹(공장)은 계획대로 2027년 2분기에 준공할 예정"이라며 “청주에 짓고 있는 M15X도 올해 4분기 문을 열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어 “미래 성장 기반을 적기에 준비해 운영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되 향후 수요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신규 팹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재고 조정은 유연하게 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 출하량이 기존 계획을 크게 상회하지 않았고 모바일, PC 등 클라이언트 제품에 국한돼 있다"며 “이에 고객들 재고 수준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2분기의 경우 국가별 관세 부과대상 등이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지만 고객들이 재고조정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고 공급업체도 코로나19 팬데믹때와 같은 급격한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당사 경쟁력을 입증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이 조정기에 진입하더라도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 개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문협회, ‘뉴스 무단 이용’ 네이버 공정위 신고

한국신문협회가 네이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회는 24일 네이버가 자사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하이퍼클로바' 및 '하이퍼클로바X' 개발·운영 과정에서 언론사의 핵심 자산인 뉴스 콘텐츠를 무단 학습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네이버가 관련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콘텐츠를 부당 이용해 언론사의 저작권 및 권익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네이버의 행위에 대해 “국내 검색 시장 및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언론사와의 뉴스 제휴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라며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 및 제45조(불공정 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 즉각 중단 및 시정조치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 기준 마련과 대가 지급 △AI 기술 발전과 언론이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 등을 요구했다. 협회는 이번 신고가 개별 기업의 불공정 행위 시정을 넘어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언론 다양성 확보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는 단순히 개별 언론사의 피해를 넘어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대가 없이 뉴스 콘텐츠를 무단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콘텐츠 생산자인 언론사는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양질의 뉴스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향은 “세계적으로도 언론사와 AI 개발사·디지털 플랫폼 간의 공정한 관계 정립을 위한 경쟁 당국의 조사나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2023년 관련 약관을 개정한 후 언론사의 동의 없이 뉴스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있었으나, AI와 AI 모델의 상업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해당 약관을 개정, 학습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저희가 뉴스 관련 AI 기술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언론사는 저희에게 뉴스를 학습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주는 구조의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유심 정보 털린 SKT, 고객에 직접고지 없어… 침묵하다 치명상 입을라

최근 서버의 유심 정보 해킹 피해를 입은 SK텔레콤(SKT)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에게 해킹 소식을 알리는 것도 지연되면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T 측은 유출된 정보도 민감한 개인정보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해외의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 주의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IT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SKT은 지난 19일 밤 발생한 자사 핵심 시스템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부분의 고객에게 직접적인 주의 문자를 발송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고객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SKT 서비스 페이지인 T월드 내 공지사항이 전부다. 이처럼 이용자 보호 조치가 미흡한 가운데, 유심(USIM) 인증정보 유출이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T의 핵심 시스템이 해킹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격자는 SKT의 홈가입자서버(HSS)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유심(USIM) 관련 정보 일부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11시 무렵으로, SKT는 약 40분 만에 이를 감지하고 악성코드 삭제 및 관련 장비 격리에 나섰다. HSS(Home Subscriber Server)는 LTE와 5G 네트워크에서 가입자 인증과 통신망 접속 권한을 통제하는 핵심 장비로, 고객의 IMSI(국제 이동 가입자 식별 번호), 인증키(Ki) 등의 민감 정보를 포함한다. SKT는 사고 다음 날인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 사실을 신고하고, 22일 오전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PIPC)에 유출 정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SKT는 자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사건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고객 대상 직접 고지(MMS)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논란이 확산 중이다. SKT는 사고 발생 후 약 72시간이 지난 시점에 고객들에게 공지했으며, 그마저도 홈페이지 게시 공지로 한정됐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PIPA)이 명시한 '지체 없는 통지' 원칙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 유출 규모가 1만명 이상인 경우에는 홈페이지 게시로 대체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통지가 필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사고 이후 SKT는 '유심 보호 서비스' 무료 가입을 안내하며 고객 불안을 해소하려 했지만, 이 서비스는 옵트인(opt-in) 방식이어서 가입자의 자발적 신청이 필요하다. 정작 고객에게는 공지가 제대로 닿지 못했는데, 고객의 자발적인 신청이 필요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SKT의 해킹 공격 최초 인지 시점이 고객 정보 탈취를 인지한 날로 알려진 19일보다 하루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침해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침해사고의 발생 일시, 원인 및 피해 내용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ISA에서도 SKT가 24시간 내 해킹 공격을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T 측은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가입자가 많아 한 번에 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별 안내를 받은 고객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GDPR은 침해 사고 발생 시 72시간 내 규제당국 신고와 동시에, 이용자 대상 직접 통지를 원칙으로 요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현행 법제는 '피해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 홈페이지 공지로 갈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 대비 고객 보호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건이 심각해질 수 있는 이유는 유출된 정보의 성격이다. SKT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계좌번호 등 전통적인 개인식별정보(PII)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 IMSI와 Ki는 단순 식별자 수준을 넘어서 네트워크 접속을 위한 인증 자격증명(Authentication Credential)이 가능한 정보다. 특히 Ki는 USIM 복제(SIM Cloning) 공격의 핵심 정보로, 유출 시 심 스와핑(SIM Swapping) 등의 2차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심 스와핑이란 심 카드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바꿔치기한 뒤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통과해 타인의 금융 자산을 탈취하는 범죄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유사한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018~2019년 동안 수백만 달러의 암호화폐가 심스와핑 공격을 통해 탈취된 사례가 보고됐다. 최근 미국의 대형 통신사 T-Mobile은 지난 2020년 2월 발생한 심 스와핑 사건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3300만달러(약 47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의 공격자는 심 스와핑으로 고객의 전화번호 통제권을 탈취해서 문자 메시지(SMS) 기반의 2단계 인증 코드나 비밀번호 재설정 링크 등으로 모두 가로채고, 이를 통해 고객의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해 이를 탈취했다. 결국 유심 정보가 해당 고객의 이름이나 주민번호 등의 식별정보는 아니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T는 본 사건에 대해 '유심 정보에는 성명, 주소, 주민번호,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라는 프레임을 강조했지만, 기술적·실질적 위험성을 축소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보보호 업계는 이번 사고가 기술적으로는 해커가 고도의 내부 접근 권한을 활용했거나, 특정 시스템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해킹 경로는 조사 중이지만, HSS 서버라는 고도 보안 시스템이 뚫렸다는 점에 따라 SKT의 전반적인 보안 아키텍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 PIPC는 현재 SKT와 공동으로 사고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향후 개인정보 유출 범위와 피해 고객 수가 특정되면, SKT는 법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23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6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의 핵심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통신사 보안은 기술보다 '투명한 대응'과 '사전 예방 체계'에 달려 있는데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성남시, ‘스마트 에너지 통합 플랫폼’ 내년 7월까지 확장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는 24일 '경기RE100 선도사업' 공모에 선정돼 내년 7월까지 15억6893만원(도비 4억원 포함)을 들여 '스마트 에너지 통합 플랫폼'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스마트 에너지 통합 플랫폼은 공공 청사, 단독·공동주택, 점포 등 건물의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 방법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시는 이 플랫폼을 통해 관리하는 건물을 현재 복지시설(3곳), 소상공인 점포(5곳), 공동주택단지(10곳), 단독주택(30곳) 등 48곳에서 218곳을 추가해 모두 266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확대 대상 건물(218곳)은 △시·구청, 동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건물 54곳 △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설치된 건물 158곳 △공동주택 6곳 단지다. 성남시청사 건물엔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설치해 층별, 공간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전력 사용량을 5%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태양광 등이 설치된 건물엔 해당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발전량 수집 장치를 달아 가동률, 발전 효율, 고장률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전기 사용을 줄이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성남수요자원거래 사업 참여 단지는 모두 16곳 단지로 늘려 운영한다. 전기요금 절약에 관한 동기를 부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성남시 관계자는 “에너지 통합 플랫폼 확장을 통해 관리 대상 건물은 새어나가던 전기요금 잡게 될 것"이라면서 “전기량 절감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날 중원구 하대원동 일원에서 추진된 '삼남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이 준공인가를 받아 공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서 소규모로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성남시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소규모 재건축사업 사례다.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사업 시행구역 면적이 1만㎡ 미만이며 노후·불량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 수의 60% 이상, 기존 주택 세대수가 200세대 미만인 소규모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 함께 제출할 수 있어, 절차가 간소화되고 대규모 단지에 비해 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번에 준공된 삼남아파트는 연면적 2670㎡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5층, 2개 동 117세대 규모로 조성됐다. 해당 아파트는 1986년 105세대로 지어졌으나, 노후화로 인한 주거 불편이 지속되면서 2019년 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2021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착공해, 조합 설립 6년 만인 지난 4월 21일 공사를 마무리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번 준공은 소규모 재건축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더 많은 지역이 쾌적한 주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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