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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정살이 이븐하게 잘 익었네요”…삼성 비스포크 주방 AI, 스마트 쿠킹 구현

“가전 제품에 인공 지능(AI)을 적용하면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식재료 구매부터 저장, 요리, 설거지까지 모든 과정을 AI로 최적화 해 효율적이고 편리한 주방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AI 기술과 전략은 가전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이정주 삼성전자 DA 사업부 상무) 6일 삼성전자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봄블롬봄온더테이블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삼성 비스포크 AI 키친' 쿠킹쇼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삼성전자의 냉장고·인덕션·오븐 등 비스포크 주방 가전 시리즈가 '스마트싱스'로 연결돼 각 제품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AI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 쿠킹'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종종 퇴근길에 저녁 메뉴를 고민할 때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가 남아 있는지 몰라 답답해 했거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이미 있는 식재료를 구매해 난감했던 상황이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같은 때에 AI가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해준다고 했다. 이수정 삼성전자 DA 사업부 냉장고 상품 기획 담당 프로는 “비스포크 AI 패밀리 냉장고 제품군 상단에는 식재료 자동 인식·관리 기능인 'AI 비전 인사이드'가 있고, AI 기반 카메라가 식품 입출고를 자동 인식해 푸드 리스트를 자동 생성 해준다"며 “보관 기한 설정과 알림 기능도 가능하고, 현재 33종의 신선 식품 자동 인식해 추후 37종으로 확대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치를 보관함에 있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정온'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 측은 사용 패턴에 맞춰 주말과 평일, 또는 낮과 밤에 냉장고를 사용하는 상황과 사용 패턴을 분석해 냉장고 내부 온도를 같은 수준으로 맞춰주는 최적의 운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수정 프로는 “'AI 김치 플러스' 기능은 김치를 장기 보관하고 맛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구입한 김치는 바코드 스캔을 통해 최적화된 보관 모드가 자동으로 선택되고, 이 과정만으로 푸드 리스트에 등록된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를 열면 다른 반찬들에 김치 냄새가 뒤섞이는 때가 많아 음식의 맛이 변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이를 막고자 삼성전자 DA 사업부 개발진은 김치 발효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용 필터로 흡수하고 김치통 내부 압력을 유지해 냄새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에 대한 110건의 테스트를 거쳐 개발해냈다. 실제 현장에서 김치통을 열기 전에는 김치가 들어있는 줄 몰랐지만 열어보니 냄새가 확산돼 밀폐 성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식재료 관리의 편의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전반적인 냉장고 사용 경험 개선에 중점을 뒀다는 언급이 납득되는 지점이었다. 현장에는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임희원 셰프가 등장했다. 임 셰프는 이날 쿠킹쇼를 위해 직접 가져온 재료들을 '비스포크 AI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넣는 것으로 쿠킹쇼를 시작했다. 그는 비스포크 AI 주방 가전들을 활용해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다며 1시간 여 동안 △해산물 토마토 김치 △버섯 영양 솥밥 △묵은지 살사를 곁들인 항정살 구이 △베지테리안 사시미 △배추 구이 등 이색 요리 5종을 선보였다. 임 셰프는 “고기와 해산물이 이븐하게 잘 익었다"며 “특히 기름이 많은 항정살은 기름이 많이 빠져 담백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 이 짧은 시간에 5가지 요리를 하면 땀을 흘리기 마련인데 아주 뽀송뽀송한 상태"라며 “비스포크 AI의 연결성이 편리성을 가져다줌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개발진 5인이 나왔다. 특정 국가의 소비자들이 많아 해당 문화권 요리가 더욱 많이 추천되는 편향성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역별 서버 관리자가 있어 그럴 일은 없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시리즈에는 퀄컴 칩이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엑시노스 칩을 탑재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상무는 “현 시점에서 언제 어떤 칩을 쓴다는 걸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필요한 AI 경험토록 필요한 칩을 계속 알아보고 있고 개발 중"이라고 화답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T, 4500명 구조조정 단행…자회사로 인력 쪼개기

KT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인력의 23%에 달하는 4500여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5일 KT는 기술 전문 자회사인 KT netcore와 KT P&M으로의 전출을 희망한 직원이 17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KT netcore에 1483명, KT P&M에 240명이 지원했다. 특별희망퇴직은 2800여 명이 신청했다. 전출 대상자들은 내년 1월 공식 발령을 받고,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11월 8일자로 퇴사하게 된다. KT는 이번 구조조정이 AICT 기업으로의 성장과 네트워크 안정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선로 등 특정 직무에서 시장 임금과의 큰 차이로 인해 수년간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자회사는 독립적인 조직·인사 체계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고, 사업 영역을 외부로 확장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 기술직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KT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유지보수 인력의 70%가 50대라는 점을 들어 자회사 설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한 임원이 “본사 잔류 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자회사 설립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법인 설립 등기 신청을 마쳤고, 업무 관련 IT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회사는 두 자회사가 정예화된 인력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인프라의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각 자회사의 전출 예정 직원으로 구성된 TF와 신설 법인을 지원하는 별도 TF를 발족했다. 또 현장 상황에 최적화된 유연한 업무 수행 환경과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KT는 자회사 전출 직원들에게 정년 후 3년간 추가 근무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인력 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두고 “기술 전문 인력의 고용 연장 효과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고용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전출이나 퇴직을 선택하지 않은 직원들은 광역본부로 배치돼 영업직무로 전환된다. 이들은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등으로 구성된 직무전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번 구조조정은 KT가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 KT 직원은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갑자기 자회사로 가라고 하니 허망하다"며 “처우에 대한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향후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네트워크 품질 유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두 자회사는 경영기획과 재무 분야 경력사원은 물론 네트워크 현장 직무 분야에서도 신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KT 출신 전문 인력들이 정년 후에도 3년간 더 근무하며 신규 인력을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노사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회사 설립 후 네트워크 품질 저하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향후 운영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인프라는 통신사의 핵심 자산이다. KT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자칫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가 강조하는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이 실제로는 통신 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 netcore와 KT P&M를 통해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일 것"이라며 “사업 영역을 외부로 확장하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환경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현창·이태민 기자 khc@ekn.kr

삼성 가전 “존재감 올리자”… 보안 힘주고 연결 강화 ‘총력’

삼성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제품 보안 강화에 힘쓰는 한편 연결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가전업체에 내준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전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까지 TV·가전 매출은 약 42조원으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약 63조원)과의 격차가 2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가전 1위' 자리를 메이디에 내준 삼성전자는 올해도 사실상 왕좌 탈환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가전업체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요 몇 년 새 기술력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왕좌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가전이 단순히 내수용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이란 걸 증명했다는 이유에서다. 메이디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4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에 대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4'에서 “가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보안"이라며 “이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약점으로 꼽히는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가전이 늘었고, 맞춤형 가전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잇달아 글로벌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가 실시하는 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상반기 프리미엄 냉장고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와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이어 하반기에도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포함한 3개 제품이 다이아몬드 등급을 받았다. 다이아몬드는 메이디가 획득한 '실버'보다 3단계 높은 등급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제품 간 연결을 확장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자사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생활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식이다. 스마트싱스만 있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누구나 연결된 기기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또 제품 간 연결을 늘림으로써 자사 기기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종민 삼성전자 멀티디바이스경험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의 모든 기기가 더 많이 연결될수록 고객 시간과 노력, 에너지 등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한 맞춤형 경험 제공으로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서 SK하이닉스로, ‘주니어 탤런트행’ 인재 유출… 파격 보상안 절실

저연차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이 줄퇴사를 하며 SK하이닉스로의 이직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래 경쟁력 상실 방지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2024년 신입·주니어 탤런트(Junior Talent) 채용' 공고를 올렸다. 주니어 탤런트는 반도체 유관 경력 2~4년차를 대상으로 하는 채용 제도다. SK하이닉스는 1년차의 경우 신입 전형으로 지원하라는 안내문도 달아놨다. 전체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로 알려져 사실상 젊은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들을 저인망식으로 쓸어가려는 심산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와 하빈기에 신입 직원 채용을 해왔지만 2021년부터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며 주니어 탤런트 전형을 도입했다. 반도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지 않고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경력직 인재를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어 회사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앞서 지난 7월에도 SK하이닉스는 신입·주니어 탤런트 채용에 나선 바 있는데 2개월 새 또 시행한 것이다. 인공 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라 최선단 D램 개발과 고 대역폭 메모리(HBM),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Compute Express Link) 주도권을 다져나가고 초격차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주니어 탤런트 전형으로 입사한 직원들을 △연구·개발(R&D) 공정 △R&D 장비 △패키징(PKG) 개발 △소자·기반 기술 △D램 설계 △HBM 디지털 설계 △낸드(NAND) 설계 △SoC 설계·검증 △솔루션 하드웨어 설계 △제품 엔지니어링 △솔루션 검증(PE)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펌웨어 개발·검증 소프트웨어 △양산 기술 △패키징·테스트 양산 기술 △양산 관리 △소자 △기반 기술(인프라 테크) 등의 직무에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실제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까지 주니어 탤런트 합격 이야기로 도배되기 직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직원임을 인증한 한 회원은 “다들 탈출 러시 대열에 꼈고, 공감대도 장난 아닌 수준"이라며 “회사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글을 쓰기도 했다. 또 따른 삼성전자 직원은 블라인드에 “이번 SK하이닉스 '주탤' 시스템 온 칩(SoC) 설계 지원 고민 중 질문이 있다"고 해 사내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삼성전자의 인재 유출 원인으로는 조직 문화 경직성과 함께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제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입 사원의 순수 초봉은 5300만원으로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과급에서 갈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성과급은 근로자 연봉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경제적 부가 가치(EVA)'를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2021년 초 저연차 직원들이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자 과감히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명시했다. 또한 반기별 생산량 목표치와 영업이익률을 근거로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한다. 영업이익률이 30%를 초과하면 기본급의 150%가 주어진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7조5730억원, 영업이익은 7조29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40%를 기록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본급의 150%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초과 이익 성과급(OPI, 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을 전년 EVA의 20%에 해당하는 재원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연말 보너스는 EVA가 기준이지만 산출 방식이나 근거는 사측이 비공개처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는 저연차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핵심 경쟁 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 큰 만큼 삼성전자 DS 부문의 유·무형적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적으로는 R&D 역량도 밀릴 수 있어 납득할만한 OPI·스톡 옵션 재도입 등 임금 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인재 유지 차원에서는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는 등 '계속 다니고싶은 회사'로 조직 체질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빅테크를 포함, 미국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죽도록 일하지만 재밌고 확실히 보상 받는 직장으로 인식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삼성전자 경영진과 이사회는 빠른 시일 내에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사내 구성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해 사기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SK, 생존 전략 재편…‘레거시’ 줄이는 반도체 업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레거시(구식) 반도체 시장 잠식과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완전히 재편 중이다. 반도체 산업 구조와 지정학적 질서를 동시에 재구성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일보 후퇴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5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각사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레거시 반도체 생산 감축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DDR4 생산 비중을 2분기 40%에서 4분기 20%까지 축소하기로 했으며,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라인을 10나노 3세대에서 4세대 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화성사업장을 중심으로 레거시 제품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평택 P3 등 첨단 공정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업계의 1분기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3월 단일 월 기준 362억개를 생산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말 기준 31%였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7년까지 39%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는 28nm 공정에서 월 16만장에서 54만장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화홍반도체도 월 8만3000장 규모의 12인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반도체 업계에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해 생산량을 늘려왔다. 현재 중국에서는 44개의 웨이퍼 팹이 운영 중이며, 22개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32개의 웨이퍼 팹이 28nm 이상 성숙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첨단 공정에 대한 제재로 28nm 이상 성숙 공정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로 DDR3 가격은 2024년 상반기 50~100% 상승이 예상되며, DDR4는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2024년 레거시 DRAM 수급 불균형이 2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대안은 선택과 집중이다. SK하이닉스는 레거시 제품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DDR4 생산 비중을 2분기 40%에서 4분기 20%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라인을 10나노 4세대(1a) 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신 택한 것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 52.5%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의 물량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인 HBM3E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도 레거시 제품의 샌상량 조절을 진행 중이다. 화성사업장의 레거시 라인 인력을 평택 P3 등으로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의 HBM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점은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전체 반도체 부문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엔비디아 HBM3E 인증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48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AI 메모리 시설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24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20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에는 HBM 가격이 추가로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DRAM 산업의 14%가 HBM 생산에 투입될 전망이다. HBM의 DRAM 시장 가치 비중은 2025년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레거시 시장 장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AI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는 글로벌 기업들을 첨단 제품으로의 전환으로 내몰고 있다"며 “HBM 시장은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한 기업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대한상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분석이 놓친 것들

대한상공회의소가 5일 발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지주회사 영향' 보고서를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된다. 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가 지주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분석 방법과 결론 도출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지적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도입했다.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이 중 최소 1명은 분리선출해야 한다. 당초 법안은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했으나, 기업들의 반발로 1인 이상으로 완화된 상태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상의는 43개 지주회사 그룹 산하 112개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인원 확대에 따른 3% 초과 의결권 제한규정(3%룰) 적용시 내부지분율이 48.7%에서 5.1%로 급감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해 최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 과제인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학계의 한 전문가는 “감사위원회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의의 분석이 외부지분율 중 연금과 펀드만을 고려대상으로 삼고 소액주주를 배제한 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긍정적 측면도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구성은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ESG 경영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영법률학회와 한국기업법학회 등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보고의 신뢰성이 향상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상의가 제기한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주주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집중투표제와 결합할 경우 지배주주의 이사 선임권한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절충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종석 배화여자대학교 총장은 최근 논문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기업의 효율적 경영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계적 도입과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 '오너리스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길 잃은 RE100]② 수출 많은 국내기업 “고객사가 RE100 이행 요구”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RE100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조업이 많은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제조 수출기업 중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E100 목표 시점인 2050년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과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이 RE100 달성만을 위해서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RE100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RE100 달성을 기업에게 오롯이 맡기기 보다는 제도·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RE100 가입 기업 중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로 집계된다. 대부분 다른 가입 기업들은 2050년이 목표라 아직 20년 이상 여유가 있지만 이들은 6년여밖에 기간이 남지 않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이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매년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전체 전력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산정해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기업들은 최대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2021년 9만5257MWh에서 지난해 65만6387MWh로 2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었다. SKIET의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2020년 제로 수준에서 지난해 22만6758MWh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양사의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은 LG이노텍 60.9%, SKIET 27.4%로 집계됐다. 국내 평균치가 12%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2030년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에 2030년이라는 목표는 너무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들의 RE100 목표 설정에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적지 않다. 실제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고객사들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은 현재 RE100 가입 기업의 제품만 구매하겠다며 협력사에 은근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CDP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382개사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시점은 2050년보다 19년 앞선 평균 2031년으로 조사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고객사에 발맞춰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연구원은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RE100에 대한 △인식 △가입에 대한 요구 정도 △이행 현황 △애로사항 △정책 과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수출 제조기업의 45.2%가 RE100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62.5%), 중견기업(49.6%), 중소기업(39.2%)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RE100에 대한 인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RE100을 인지하고 있는 276개사가 RE100에 관심을 갖는 주된 목적은 '자사 지속가능경영 목적'(32.6%)으로 조사됐으며, '에너지 비용 절감'(27.2%)과 '고객사 요구'(1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업체 중 16.9%(103개사)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어 기업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44.7%)도 함께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기업들 중 71.8%는 고객사의 요구대로 RE100을 이행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외에 △다른 거래처 물색(13%)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7.5%) △재생에너지 요구 기업과의 거래 중단(1.8%) 등의 대응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지원(29.2%)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16.4%)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5.7%)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2.8%) △부대비용(망사용료, 수수료 등)(9.5%) 인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9.2%)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6.2%) 등을 꼽았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고객사로부터 RE100 이행을 요구받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인프라 문제로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100 측에서도 지난 2023년 발행한 연간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재생가능한 전력을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RE100 회원사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상위 지역으로 꼽혔다. 문제는 RE100을 제때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의 RE100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뒤쳐질 경우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 측은 2040년까지 한국 기업이 RE100에 동참하지 않을 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RE10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생존활동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및 RE100 이행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① 국내 대기업들 3년간 재생에너지 사용 21.3배 늘렸는데도 ‘이행률 12% 낙제점’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국내외 요구에 발맞춰 'RE100' 가입과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맞물린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 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과 관련한 정책 혼란, 인프라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위해서 살펴봐야할 문제를 짚어본다. 최근 몇 년 동안 RE100에 스스로 가입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이행률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1배 이상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RE100 달성을 위한 전체적 진척도는 12% 수준이라 지지부진하다는 진단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36개사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RE100이란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에 따라 RE100에 가입한 국내 대기업 36개사는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RE100 가입 기업 36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메가와트시(MWh) 단위로 공개한 18개사(금융·증권사 제외)의 실적을 합산해보면 지난 2020년 438만3432MWh에서 지난해 1681만5770MWh로 3.8배 늘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영향이 너무 크기에 다른 대기업의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 이전부터도 재생에너지에 신경을 기울여 왔기에 2020년 사용량이 홀로 403만MWh로 해당 연도의 91.9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재생에너지 928만9000MWh를 사용해 전체의 55.24%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7개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합계를 살펴보면 2020년 35만3432MWh에서 지난해 752만6770MWh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수위권 대기업들도 최근 3년 동안 21.3배 가까이 재생에너지 사용령을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RE100 국내 36개사의 RE100 이행률을 따지면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50% 정도의 이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북미(66%)와 일본(15%)은 물론이고 중국(32%)에 마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인도 스마트폰 시장 사로잡은 삼성…中 공략은 숙제

삼성전자가 신흥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서 2개 분기 연속 매출액 1위를 달성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폭넓은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애플·중국 샤오미 등 경쟁사의 추격 속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배력이 약화된 삼성전자에게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한 줄기 빛이 될 거란 평가다. 다만 인도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양대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은 숙제로 꼽힌다.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2.8%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도 매출액 기준 24%의 점유율로 인도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저가형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프리미엄 제품에 특화된 애플과 달리 저가형과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점이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종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델리무역관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제품의 범위가 폭넓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스마트폰이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민 소득 증가와 고도 기술에 대한 수요 확대로 고가 스마트폰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갤럭시 A' 시리즈와 프리미엄 '갤럭시 S' 시리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인도에 선보이며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들어 인도 뭄바이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를 개관하는 등 인도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소비자들은 삼성 BKC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인도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417억달러(약 57조원)이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2028년 591억달러(약 8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 앞으로도 스마트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샤오미의 공세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예전만 못한 삼성전자는 고성장이 예견된 인도에서의 성공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중국의 경우 인도와 함께 스마트폰 양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다"며 “5G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인한 5G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시장 수요를 더욱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 내 입지를 다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의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어렵기 때문에 프리미엄 폴더블 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선보인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6'·'갤럭시Z 플립6' 등에 힘입은 성과도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7.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점유율은 지난 2분기(3%)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최근엔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 스페셜 에디션(SE)의 중국 버전 'W25' 모델을 선보이는 등 중국향 제품을 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도가 당장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폴더블폰 제품 기술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 영향 등 걸림돌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최태원 “AI 보틀넥 해결, SK가 글로벌 혁신 가속화 기여할 것”

인공 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SK그룹이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전략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의 꾸준한 발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그 과정 중에 있을 여러 병목 현상을 해결해 글로벌 AI 혁신의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다짐했다. 4일 SK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SK AI 서밋 2024'를 개최했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협력과 생태계로 만들어 가는 SK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AI를 안다고 하지만 아직은 극 초기이고, 우리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아 이를 풀어내려면 끊임 없이 생각하고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병목 현상, Bottleneck)이 있다"며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Killer Use Case)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 공정 설비(Capacity)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5가지 보틀넥 해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 센터 구축·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AI,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의 시작은 오픈AI의 챗GPT로부터 시작됐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SK그룹 역시 이 두 회사와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 중간 중간에는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영상 축사를 통해 AI 열풍이 부는 업계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조직들이 AI 혁신을 겪고 고객들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CEO)는 “SK그룹은 통신·반도체·데이터 센터에서부터 에너지·소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이고, 협력적 AI 생태계에 대한 여러분의 비전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우리는 (SK그룹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밀월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는 엔비디아 측이 SK하이닉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하이닉스의 고 대역폭 메모리(HBM)와 미래의 맞춤형 메모리 등에 관련된 많은 혁신은 우리가 만드는 아키텍처와의 궁합이 좋아 다방면에서 공동 설계를 하고 있다"며 “오랜 세월 동안 컴퓨터 산업에 변혁을 가져온 SK하이닉스의 로드맵은 매우 공격적이고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HBM4를 공동 개발해 2026년 양산하겠다는 TSMC도 SK AI 서밋에 참가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최첨단 HBM 기술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혁신에 대한 헌신은 AI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AI 분야에서 협력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SK그룹의 지속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더 깊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가 함께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글로벌 AI 리더들이 이와 같은 영상 축사를 보내오자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 3사는 협력을 통해 AI 혁신을 이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학습시키고 있는 LLM을 위해서는 약 50GW 수준의 AI 데이터 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소 중립도 지켜야 하는 만큼 '퀵 레벨'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있고, 데이터 센터에 분산 전원 공급 솔루션을 연결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와 인재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그룹이 보유한 AI 인프라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AI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주요 지역 거점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태평양 허브화를 추진하고, 수도권에서는 GPU 애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를 통해 AI를 구축하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AI 인프라 슈퍼 하이 웨이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HBM3E 16하이 스택 48GB 제품은 16층까지 쌓아올린 제품으로, 선제적으로 개발 중인 제품"이라며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고, 패키징 기술의 경우 양산성이 검증된 선단 MR-MUF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곽 사장은 “이 제품은 전작 대비 학습·추론 성능이 각각 18%, 32% 향상되는 것을 확인해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AI 메모리에 요구되는 스펙도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어 당사는 LPCAMM2 모듈을 PC와 데이터 센터에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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