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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호반 갈등, 사업 충돌 넘어 지배구조 전쟁으로

LS그룹과 호반그룹의 갈등이 단순한 사업 경쟁을 넘어,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둘러싼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에서 비롯된 법적 다툼은 이제 지주사 지분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번졌고, LS는 대응 차원에서 한진그룹과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방어에 나섰다. 최근 호반그룹이 ㈜LS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며 회계장부 열람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자, 양측의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갈등의 출발점은 버스덕트 특허 소송 및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분쟁이다. 2019년 시작된 부스덕트 관련 특허 분쟁에서 LS전선은 최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추가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도면 유출 의혹도 있다. 대한전선이 관련 기술을 부정 취득했다는 LS전선의 주장에 따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반그룹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하며 전선 산업에 본격 진입했고, LS전선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사업 영역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법적, 전략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기술 분쟁과 별개로, 갈등은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둘러싼 문제로 확장되는 중이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호반 측이 ㈜LS의 지분을 3%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상법상 상장회사 지분 3%는 회계장부 및 기록 열람 청구권, 주총 소집 청구권, 이사·감사 해임 청구권 등 강력한 소수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선이다. ㈜LS는 구자은 회장이 3.63%를 보유하고 있고, 총수 일가 45인의 합산 지분이 32.11%에 이르는 구조다. 1인 중심의 절대 지분이 존재하지 않아 외부 지분 압력에 취약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호반의 '3% 돌파'는 이러한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정조준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LS그룹도 방어적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LS는 한진그룹과 미래사업 협력을 골자로 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이후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 교환사채는 향후 LS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해, 사실상 전략적 백기사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구조다. 한진그룹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의 개인 지분이 5.78%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20.8%에 그친다. 반면 호반그룹은 18.46%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한진 측은 자사주 0.66%를 복지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LS와 한진의 연대는 '반호반 동맹'으로 불린다. 공통적으로 지배구조가 분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외부 자본의 위협을 인지하고 공동 방어전선을 구축한 사례로 해석된다. 호반그룹은 ㈜LS 및 한진칼 지분 확보가 모두 “단순 재무적 투자"라는 공식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들은 이 해명에 회의적이다. LS 지분 매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주가는 하루 만에 18% 급등했으며, 한진칼 역시 호반의 지분 확대가 공시된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 투자 이상의 '지배권 변수'로 시장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분 확보 시점과 기술 소송의 전개가 맞물린다는 점, 상법상 주주권 행사 기준선을 정교하게 넘겼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그룹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전통 대기업의 틈을 노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흐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중견 그룹의 공세에 대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방어 전선을 형성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것도 생경하다. 결국 이러한 방어 전략이 “경영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자사주를 복지기금 등에 이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반의 행보가 적대적 인수합병(M&A)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지배구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자본시장과 규제당국이 바라보는 '투자의 선'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LG전자 ‘年 15조원’ 러시아 가전 시장 재진출 카드 ‘만지작’

삼성·LG전자가 전쟁 여파로 철수했던 러시아에 재진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장 재가동을 추진하고 마케팅 활동 재개 방안을 고민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한국 기업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채운 상황이라 연간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지 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고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러 성향을 지닌데다 후보 시절 “전쟁을 당장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종전 또는 휴전에 대한 언급이 나온 올해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재진출 시기·방법을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광고·마케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연초 게재된 광고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 생산을 일부 재개했다. 생산설비 노후화 방지 차원에서 일부 물량을 만들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보유 재고를 활용해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서) 당장 공격적으로 뭔가 하는 것은 아니고 규제가 해제되거나 하면 다시 (공장 가동 및 영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러시아 칼루가주에 47만㎡ 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들어오다 2022년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 역시 2006년 모스크바주 루자 지역에 가전·TV 공장을 지었다. 연간 100만대 생산 목표로 1억달러를 투자했지만 2022년 생산을 멈췄다. 전쟁 이전인 2021년 양사 현지 법인의 매출액은 각각 4조4000억원, 1조원 수준이다. 삼성·LG전자가 제품 생산을 멈춘 사이 가전 시장 지배력은 중국 업체들이 가져간 상황이다. 코메르산트는 2022년 25%가 넘던 삼성전자의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이 2023년 5% 가량으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LG전자 역시 2021년 세탁기·냉장고 등 분야 점유율이 2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스마트폰 역시 1위 삼성전자 지배력이 30%대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간 상태다. 중국 영향력이 커졌다고 인구 1억4000만명의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현지에서 전쟁 이후에도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부는 만큼 소비재 판매 기업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한국산 음반 수입액은 약 139만달러(약 19억원)다. 국가별로는 독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POP 그룹 러시아 공연도 작년부터 재개됐다. 'W24' 등 5개 팀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7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작년 11월 열린 'X:IN'은 총 6000장 이상 티켓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한류를 매개로 형성된 콘텐츠 소비가 브랜드 가치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한류와 함께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종전이 언제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협상 내용·방식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상보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식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일각에서 나온다. 시장조시기관 Mordor Intelligence는 러시아 가전 시장 규모가 올해 115억달러(약 15조7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크기는 연평균 3.4% 커져 2030년 135억9000만달러(약 18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 인력 등은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기도, ‘AI 혁신클러스터’ 6개 거점 선정하고 구축 ‘본격화’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30일 '2025년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최종 대상지로 기존 조성 예정지인 판교, 성남일반산업단지(하이테크벨리) 2곳과 함께 시흥시, 부천시, 하남시, 의정부시 등 4개 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총 6개의 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도에 따르면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AI 기반 산업 생태계 구축 △시·군 맞춤형 스타트업 육성 공간 마련 △중점산업의 AI 대전환 지원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며 도는 발표 평가와 현장 심사 과정을 거쳐 공모에 참여한 10개 시 가운데 △공간의 적합성 △행정·재정적 지원 및 협력 의지 △조성효과 등이 우수한 4개 시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선정 지역에는 스마트 오피스 환경이 적용된 온·오프라인 융합 업무 공간이 조성되며 글로벌 AI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산업 AX(인공지능 대전환. AI Transformation) 지원 사업 등이 연계된다. 도는 AI 혁신클러스터를 통해 지역별 경쟁력 있는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AI 기반 스타트업 성장 인프라를 마련하여 AI 경쟁력 확보와 함께 AI 생태계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은 “경기 AI 혁신클러스터는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기업이 AI를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선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디스플레이 업계 ‘불확실성 파도’ 기술력으로 넘는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관세 전쟁, 중국 저가 공세,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돌파구로 '기술력'을 택했다.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인 '울트라씬 원'(UT One)을 최초로 공개했다. UT One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최초로 '1헤르츠 가변 주사율'이 가능한 차세대 저전력 기술이다. 기존 패널 대비 소비전력을 30% 더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UT One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경우 줄어든 무게만큼 노트북 등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휴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1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5'에서 성능이 개선된 '전계발광 퀀텀닷'(EL-QD)을 공개하기도 했다. EL-QD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이용해 적녹청(RGB) 픽셀을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 고휘도 제품과 264PPI(1인치당 픽셀 수) 고해상도 제품 등을 소개했다. 고휘도 제품은 작년 대비 화면이 50% 이상 밝아진 게 특징이다. 고해상도 제품도 기존 202PPI 제품보다 픽셀 밀도를 더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센서 OLED 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정 부분이 아닌 화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하고 빛으로 혈류량을 측정해 심혈관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업 확대와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4세대 OLED 패널에는 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쌓아 빛을 내는 독자 기술인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를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이 제품은 이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휘도 4000니트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 4세대 OLED 패널 신기술 연구 논문은 SID에서 '올해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휘도, 색 표현력, 에너지 효율 등 측면에서 기존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4세대 OLED 패널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 라인에서 청색 인광 OLED 패널 제품화 성능 검증에 성공한 것도 LG디스플레이 기술 리더십 확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OLED 패널의 발광 방식은 크게 형광과 인광으로 나뉜다. 형광은 전기가 들어오면 바로 반응해 빛을 내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발광 효율은 25%에 그친다. 인광은 전기를 받은 뒤 잠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빛을 내는 방식이다. 기술 난도는 높지만 발광 효율이 100%에 달한다.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모두 인광으로 구현한 OLED 패널은 '꿈의 제품'으로 불린다. 다만 청색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인광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래층에 청색 형광 물질을, 위층에는 청색 인광을 쌓는 '하이브리드 투스택 탠덤' 구조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OLED 패널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을 15% 가량 절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불확실성 파도'를 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통상 갈등,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시야를 더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패널 출하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지만 세트 부문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세 변수로 인한 고객사 '선구매 효과'로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입 등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업황 반등을 이끌 소재로 작용하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에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 업체들 견제를 위해 '기술 장벽'을 쌓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시장 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2년 81.3%, 17.9%로 격차가 컸지만 지난해에는 67.2%, 33.3%까지 좁혀졌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꼽힌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계) 대외환경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전체적인 수요 증가를 가정하기는 어렵다"며 “외부 환경에 적게 영향을 받는 동시에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업체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新가전 추격전’… 입지 다진 LG, 반격 나선 삼성

LG전자가 신(新)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상 공간을 재해석한 혁신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며 시장 지형을 선도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기술 차별화 전략을 중심으로 신가전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신가전 라인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며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다. 무빙스탠드 디자인과 무선사용 기능을 앞세운 이 제품은 침실, 주방, 서재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제품 출시 초기 예약판매 당시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출시된 후속작 '스탠바이미2' 역시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의 누적 판매량은 전작 같은 기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스탠바이미2는 제품 분리 방식을 개선해, 버튼 하나로 화면부를 스탠드에서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스탠드에 내장돼 있던 배터리도 화면부로 이동시켜,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책상 위에 세워 쓸 수 있는 폴리오 커버, 이동이 편리한 스트랩 액세서리, 액자처럼 벽에 거치할 수 있는 홀더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사무실, 교육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일러'는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기록 중이며, 위생 기능을 강조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OTT 보급 확산과 맞물려 성장 중인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제맥주 제조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으로 신생활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신가전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가전 분야에서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중심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최근 터치 기능을 적용한 가정용 초단초점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5'를 출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약 43㎝ 거리에서 최대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벽·바닥·테이블 등 평면이 있는 어디서든 대형 스크린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초단초점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도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대형 TV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일반 프로젝터가 100인치 화면 구현에 3~4m 거리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초단초점 제품은 20~50㎝만으로 동일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 앞을 지나가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아 몰입감도 높다는 평가다. 이동식 스크린 시장에서도 삼성은 새로운 카드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탠바이미에 맞서는 무선 이동식 스크린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OLED 및 Q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하며, 하드웨어 스펙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가전 제품군 전반에서도 삼성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인원' 콘셉트를 내세운 로봇청소기 및 세탁건조기 통합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올인원 제품을 선보였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2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세탁건조기의 경우 고성능과 합리적 가격대를 동시에 갖춘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가전이 향후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 TV·냉장고·세탁기 등 전통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신가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 성장은 신가전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LG전자는 신가전 사업 확장세에 힘입어 2023년 생활가전 부문이 사상 첫 연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가전 분야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이동성, 공간 연계성 등 다층적인 영역에서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제품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신가전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험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오픈AI, 왜 한국을 선택했나…K-AI의 강점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서울에 공식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도쿄, 싱가포르 등에 이은 행보다.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가 한국을 찾은 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은 주요 기술·정책·사회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는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한국 내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29일 AI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45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5'를 보면 한국의 AI 관련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17.3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 미국(5.2건)을 모두 상회했다. 인구 규모 대비 고밀도의 지적 재산 축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혁신 기반의 질적 수준을 보여준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 수준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은 3만14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해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등 고정밀 산업 분야에서 AI 통합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영역에서도 경쟁력은 확인된다. 스탠포드 보고서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K–12 정규 교육 과정에 AI 교육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소수 국가 중 하나로 소개했다. 또 2022년 기준, 한국은 약 3만7000명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고등 교육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석사 졸업자는 9716명, 박사 졸업자는 247명이다. 오픈AI가 연구·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고급 인재가 밀집된 국가를 우선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치는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AI 인덱스에 포함된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AI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보이는 국가군에 포함된다. 이는 AI 제품 및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 베타 서비스 수용, 신규 기능 테스트 등에 유리한 조건이다. 한편 오픈AI는 2023년 이후 일본,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는 한국 지사 설립의 기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유효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4월 문을 연 도쿄 지사에서 오픈AI는 일본어에 최적화된 GPT-4 모델을 공개했다. 일본 내 사용자 경험과 언어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기존 모델 대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SB OpenAI Japan'을 설립하고, 그룹 내 AI 솔루션을 우선 적용한 뒤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추가로 일본 22개 지자체와의 협업도 병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지사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허브로 기능 중이다. 오픈AI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AI Singapore와 협업해 동남아 언어 및 문화 특성을 반영한 로컬화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기업 Grab과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및 지도 정보 업데이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2024년부터 싱가포르는 OpenAI의 데이터 레지던시(Data Residency) 제도가 적용되는 국가에 포함되어, 기업 고객의 데이터가 자국 내에 저장된다. 오픈AI는 한국에서도 데이터 레이던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인 데이터 주권에 대해서도 우려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보는 오픈AI가 각 국가에서 단순한 지사 기능을 넘어, 현지화된 모델 개발, 대기업 협력, 정책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오픈AI가 한국에서 수행할 주요 역할로는 △한국어에 특화된 GPT 모델 고도화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대상 Chat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산학연 협력 기반 연구 거점화 △현지 AI 인재 채용 및 육성 △AI 인프라 투자 및 정책 파트너십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가능성도 크다. 오픈AI가 주도하는 'OpenAI for Countries'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나 모델 테스트 인프라 등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기술, 산업, 교육, 사회 수용도, 정책 환경 모든 면에서 AI에 최적화된 국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오픈AI가 수행한 현지화 전략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나아가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AI 전략 속에서 실질적인 실험과 확산이 가능한 '기술 실증 국가'"라며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단순한 지사 개설이 아닌 전략적 전환점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강원 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 준공… 미래차 산업 전환의 핵심 거점 출범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는 28일 원주 한라대학교에서 '강원 미래모빌리티 혁신센터' 준공식을 개최하며, 강원도의 미래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태 도지사를 비롯해 원강수 원주시장, 김응권 한라대학교 총장, 김진균 고등기술연구원장 등 관계기관과 기업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미래차 부품산업 전환의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강원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 혁신지원센터 구축'(174억 원)과 '바이오트윈 기반 미래차부품 고도화 기반 구축'(160억 원) 두 사업을 통합해 건립된 시설이다. 총사업비 334억원(국비 118억, 지방비 216억)이 투입됐다. 센터는 연면적 2920㎡, 지상 4층 규모로 연구동과 장비동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는 디지털 트윈과 바이오 트윈 기반의 첨단 장비 13종을 갖추고 있으며, 미래차 소재ㆍ부품 설계, 시제품 제작, 공정장비 및 시험평가, 제품 인증 등 미래차 기술개발 전주기 프로세스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실제 주행 조건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생체정보 인식 기반 HVI(Human Vehicle Interface) 기술은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센터는 한라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강원테크노파크가 건축을 총괄했으며, 고등기술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운영을 맡는다. 향후 고등기술연구원, 한라대학교, 강원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강원 내 50여 개 자동차 부품 기업의 미래차 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컨설팅과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센터는 산·학·연 연계 기술 세미나, 포럼 운영, 사업 맞춤형 직무교육 등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 및 네트워킹 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진태 도지사는 “원주와 횡성을 중심으로 총 12개 미래차 관련 사업을 통해 클러스터화를 추진 중이며, 이번 센터 준공은 그 출발점"이라며 “자동차 대기업 유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강원도의 미래차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강원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는 기업이 성장하고, 인재가 양성되며, 신기술이 탄생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원주의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센터의 기술지원과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센터 준공을 계기로 강원도는 원주와 횡성을 연계한 미래차 산업 전주기(설계→개발→시험ㆍ인증→생산→재사용) 실증 지원체계를 본격 가동하며, 전국적인 미래차 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하고자 한다. ess003@ekn.kr

수출 줄고 내수 얼어붙고…우울한 가전업계

국내 가전업계가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올해 가전 수출은 역성장이 예상된다. 내수 시장 역시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2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전 수출액은 전년 대비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 미·중 무역 분쟁,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가전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전년 대비 각각 7%, 1%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내수 역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약 2조296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감소했다. 해당 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 등에서의 월별 가전제품 판매 실적을 집계한 수치다. 국내 가전 소매판매는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수요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의 판매가 급증했으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꺾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약 35조4638억원이던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코로나 정점이던 2021년 38조2080억원까지 급증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2년 35조8074억원, 2023년 32조4203억원, 지난해 30조508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0조원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계절가전 부문은 반등세를 보이며 업계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무더위와 장마 예보에 따라 에어컨과 제습기 등 냉방·제습 가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6~8월)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6월과 7월, 8월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각각 80%, 90%, 90%에 달한다. 이미 더위는 시작됐다. 지난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3도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한 장마가 시작되는 6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습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계절가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가정용 에어컨 일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중순 대비 약 한 달 앞당겨진 기록이다. LG전자도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들어 주요 가전 양판점의 제습기 매출도 지난해보다 10~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러한 제품 수요 증가가 단기적으로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계절가전의 반등만으로 가전업계 전반의 위기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의 수요 위축이 계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악재도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신흥 시장인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와 베트남의 대규모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가전 및 스마트폰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 중이다. LG전자도 이달 초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현지 가전 공장을 착공했다. 아울러 내수 대응 전략으로는 구독형 모델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 서비스는 경기 불황에도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작년 말부터 업계 전반에서 관련 사업이 확대되고 있어 내수 부진 타개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물러설 곳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두뇌’ 개발 총력전 이유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AP 매입액이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영업이익을 넘어서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술 자립'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들여 개발한 '엑시노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 일감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월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7' 일부 모델에 자사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할 계획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Z플립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AP 분야 경쟁에서 퀄컴, 미디어텍 등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5년(갤럭시 S6) 당시만 해도 전세계 판매 제품에 모두 엑시노스를 넣기도 했지만 이후 북미와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스냅드래곤 사용 빈도가 늘었다. 2020년(갤럭시 S20) 발열·성능 논란 등을 겪으며 2023년(갤럭시 S23)에는 엑시노스 탑재를 완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나온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 탑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수율과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탓이다. 회사는 이후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AP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MX사업부장)도 해당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차세대 제품인 엑시노스 2600 역시 수율을 안정화하는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두뇌'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326억원에 이른다. DX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67조7958억원)의 16.1%에 해당한다. 작년 삼성전자 MX부문 영업이익(10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기도 하다. 매입처는 퀄컴, 미디어텍 등 해외 기업이다. 원재료 가격도 상승 추세다.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 가격은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연간 평균 대비 가격이 19% 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1~3월 모바일 AP 매입액은 4조7891억원까지 상승했다. 엑시노스 개발을 통해 퀄컴 등 의존도를 낮추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AP 자립은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엑시노스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탁 생산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2500의 경우 최첨단 라인인 3나노미터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3조원 이상을 벌었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조원 안팎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AP 독립 행보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성격도 있다. 샤오미는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 '쉬안제O1'을 공개했다. 대만 TSMC가 만드는 3나노 공정급 제품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체 재발 AP를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저가 공세'를 할 수 있는 체력을 쌓는 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AP 역량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글로벌 성능실험 사이트 긱벤치 등은 샤오미 쉬안제O1이 일부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등을 앞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Z폴드7과 내년 출시되는 S26 시리즈에서 성능이 검증되면 (삼성전자 제품 중) 엑시노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1승 1패’ 기록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상장은 ‘좌절’·승계는 ‘착착’

타이어 유통 전문기업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최근 두 건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먼저 코스닥 상장사 파멥신을 활용한 우회상장은 결국 상장폐지로 끝났고, 투입된 수백억원은 사실상 회수 불능 상태다. 반면 김 회장과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AP홀딩스는 중장거리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 사업 확장의 한 축은 무너졌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사실상 승계 기반을 굳히며 '1승 1패'의 투자 성적을 남긴 셈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7거래일동안 파멥신의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파멥신이 거래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11일 상장폐지가 확정적이다. 파멥신은 타이어뱅크의 우회상장 통로로 기대되던 곳이다. 타이어뱅크는 지난 2023년 말 항체 치료제 개발사인 코스닥 상장사 파멥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13.31%를 확보했다. 바이오 기업이던 파멥신의 정관에 타이어 및 자동차 부품 판매를 추가하고, 유상증자 대금을 연이어 투입하며 '우회상장' 시나리오가 본격화됐다. 실제로 타이어뱅크는 2024년 한 해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약 4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무리한 경영 개입과 공시 번복, 유증 철회 등의 혼란 끝에 파멥신은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상장폐지 절차가 확정되면 타이어뱅크가 투입한 자금은 대부분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셈이다. 파멥신은 타이어뱅크 본사 명의로 투자된 자산이었다. 기업 차원의 사업 확장 혹은 자본시장 진입을 위한 '법인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룹의 실탄만 소진하고, 기업 신뢰성에 흠집을 남겼다. 유상증자 대금을 통한 자금 회전, 자산 이전, 사업 시너지 창출 등 후속 시나리오도 더는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정반대의 결과는 에어프레미아 인수에서 나타났다. 김 회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비상장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조용히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과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 AP홀딩스를 활용했다. 2025년 5월 2일, AP홀딩스는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의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기존 보유 지분 48%에 이를 더해 총 70%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확실히 손에 넣었다. 계약금 200억원은 이미 납입됐고, 잔금은 9월까지 순차 납입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건 인수 구조다. 에어프레미아 인수는 타이어뱅크 본사가 아닌, 김 회장 일가 개인이 지배하는 AP홀딩스가 주체였다. 2023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자본금 1억원의 페이퍼컴퍼니로 시작해, 전환사채와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사실상 '가문의 지주회사'가 항공사 지배 구조를 차지한 셈이다. 종합하자면 타이어뱅크의 파멥신 투자는 상장 진입이라는 전략적 확장을 노린 '법인 명의의 투자'였고, 에어프레미아 인수는 가문 지배력 확대를 위한 '오너 명의의 투자'였다. 두 투자 모두 같은 시기, 같은 그룹 내에서 병행됐다. 타이어뱅크는 매년 수백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비상장 캐시카우지만, 파멥신 실패로 자본시장 접근 통로는 봉쇄됐다. 반면 김 회장 일가는 AP홀딩스를 통해 차입 기반의 고위험 투자 구조를 설계해 자산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위험은 법인이 지고, 열매는 개인이 챙겼다는 구도가 성립된다. 한편 타이어뱅크는 파멥신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 매출은 5563억원, 순이익은 720억원대에 달하며, 보유 현금성 자산만 370억원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어프레미아 잔금 990억원 납입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항공기는 리스와 정비, 노선 확보, 슬롯 경쟁 등에서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한 업종이다. 에어프레미아가 올해 안으로 기재를 2대 추가 도입하고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면 적어도 수백억원 규모의 후속 자금이 더 필요하다. 현재 AP홀딩스는 사실상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은 크지 않다. 타이어뱅크 본사의 지원 없이는 향후 확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이 구형된 상태이며, 선고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유죄 확정 시 경영권 공백이 불가피해지고,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타이어뱅크 그룹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투자와 지배를 이중구조로 나눠왔지만, 향후 리스크 역시 그렇게 분산될지는 불투명하다"며 “에어프레미아는 구조 자체가 오너일가 명의로 이뤄진 만큼, 사업적 실패는 곧 자산가치 하락과 지배력 훼손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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