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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AI 시대 선도” 한목소리

삼성전자를 이끄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과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자"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DS부문과 DX부문의 업의 본질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 각 부문 임직원들에게 부문별 경영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DS부문·DX부문 신년사를 각각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라며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며 고객들과 함께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했다. 이어 “최신 AI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반도체 설계부터 연구개발(R&D), 제조, 품질 전반에 적용해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또 “HBM4(6세대)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메모리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자"고 당부했다. 파운드리 부문을 향해선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면서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성과로 이어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눈높이가 곧 우리의 기준이어야 하는 시대"라며 “제품 중심에서 고객 지향 중심의 회사로 변화하자"고 말했다. 노 사장은 “DX부문의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노 사장은 “AX(AI 전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생각과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까지 혁신해 업무 스피드와 생산성을 높여 나가자"고 했다. 또한 “우리의 기술력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압도적인 제품력과 위기 대응력으로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자"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시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센싱하고 경영 활동 전반에서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빠른 실행력과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를 정착시키자"고 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신년사]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AI 수요는 상수…초일류 기업으로 도약”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곽 사장은 “2025년은 역대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며 질적·양적으로 분명한 성장을 이뤄낸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구성원과 경영진이 원팀 정신으로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전 구성원과 주주,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곽 사장은 “이제는 작년의 성과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시점"이라며 “예상을 뛰어넘었던 인공지능(AI) 수요는 더 이상 기대 이상의 호재가 아닌 상수가 됐고, 경쟁의 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른 만큼,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중장기 지향점으로 '초일류 기업'을 제시했다. 곽 사장은 “단순히 1등을 넘어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MS를 기반으로 한 기술 우위와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충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계를 선도한다는 동기부여는 극대화하되 패기 있게 도전하는 SUPEX 정신과 끊임없이 점검하는 겸손한 태도, 협업의 문화 역시 지속돼야 한다"며 “치열한 기술적·전략적 논의를 통해 One Team 정신을 완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환경 변화에 대응한 실행 전략으로는 '속도'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차별화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행 기술과 차세대 제품을 한발 앞서 개발하고, AI 기술 도입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 O/I 전반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정한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 Stack AI Memory Creator)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제품과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2026년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초혁신기업] 삼성전자 ‘초격차 리더십’…반도체 끌고, 스마트폰 밀고

2026년 새해 대한민국 경제의 선봉에 다시 삼성전자가 섰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상승세 속 '기술 초격차'를 통해 존재감을 발산했고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폴더블에 새로운 폼팩터를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했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등 변수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연구개발(R&D) 고도화'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업종인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이 부진했던 2023년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8조9355억원, 6조5670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이 수치를 300조8709억원, 32조6270억원로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320조원 이상, 영업이익 40조원 안팎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DS) 부문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의 공급을 본격화했으며, 최근에는 6세대인 HBM4 실물을 공개하며 메모리 시장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Rubin)'에 탑재될 HBM4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주도권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2나노(nm)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함께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수주가 잇따르며 '기술만 있고 고객은 부족하다'는 우려를 씻어냈다. 지난해 7월에는 테슬라에 물량을 대거 공급하는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2나노 공정을 적용해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AI6'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첫 계약 크기만 165억4000만달러(약 22조7600억원)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사상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공격적이다. 최근 평택 캠퍼스의 5라인(P5) 골조 공사를 재개하며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 차세대 초격차 생산 기지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패키징(AVP)을 모두 보유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빅테크들이 삼성의 '원스톱 솔루션'에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HBM4부터는 로직다이(Logic Die) 공정이 중요해지는데, 삼성은 이를 자사 파운드리에서 직접 생산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선단 공정 비중을 확대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가시적인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하드웨어 혁신과 소프트웨어 고도화라는 '투트랙' 전략이 적중한 모습이다. 하반기 출시된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10월 출시된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은 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구글 제미나이 AI를 탑재해 애플의 비전 프로를 위협하는 가성비와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 AI'의 진화도 한몫했다.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전 라인업으로 확대한 삼성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수하던 애플보다 한발 앞서 사용자 맞춤형 AI 비서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산업의 성숙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지속은 긍정적이나,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변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는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결국 해답을 '연구개발(R&D)'에서 찾고 있다. 주력 업종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6G 통신, 로봇, 전장 사업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펀더멘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의 기대치도 어느 때보다 높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AI 가속기용 HBM뿐만 아니라 기업용 SSD(eSSD)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뒷받침되면서 메모리 부문에서만 60조~70조원 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개발 속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내재화 등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2023년 28조3528억원 수준이었다. 반도체 부문 적자에도 지출을 확대하며 미래를 위한 발판을 준비했다. 2024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215억원을 썼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역시 11.6%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많은 37조~38조원을 투입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투자금이 26조800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역시 11% 중반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초혁신의 마침표는 결국 인적 자원에 찍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이라며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총 6만명 규모 신규 채용을 통해 AI, 6G 등 차세대 전략 분야의 두뇌를 대거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삼성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며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의 초혁신'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관록과 패기로 위기 돌파…새해 재계 ‘말띠 경영인’ 달린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재계 '말띠 경영인'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록을 앞세운 총수부터 패기를 내세운 신진 리더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말띠 경영인의 대표 주자는 1978년생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다. 김 의장은 작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약 3370만명의 고객 정보가 노출된 대형 보안 사고다. 단일 사건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은 특히 이를 인지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사건 축소, 2차 피해, 책임 회피 등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김 의장은 유출 사실이 알려진지 한 달여만인 지난해 12월28일 처음으로 사과문을 내고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김 의장이 향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일부 고객들을 중심으로 '쿠팡 불매운동'에 불이 붙고 있다. 대형마트 역차별 규제 해소 등이 공론화되며 유통가에 구조적인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역시 1966년 말띠 인물로 주목받는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재판 등 개인적인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방식이 IT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전환이 화두인 시대에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변화를 위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78년생인 허희수 SPC그룹 사장은 작년 말 승진과 함께 각종 낭보를 전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허 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 사업을 확장하거나 배스킨라빈스에 '케이크 플랫폼 전략' 등을 구사해 SPC가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에는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먼저 풀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 역시 1978년생이다. 박준경호(號)는 업황이 불안한 가운데도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지배구조 개편작업에도 속도를 내며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심사는 동갑내기이자 사촌지간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의 대결 구도다. 박준경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로서 경영진을 압박하며 경영권 분쟁 불씨를 지피는 박 전 상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눈길을 끈다. 상법 개정과 금호석화의 자사주(13.4%) 처리 방식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에도 말띠 경영인이 엮여있다. 1954년생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대립하며 주주총회 표 대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 최대주주다. 신동빈 회장은 이에 맞서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1990년생 '젊은 말띠 경영인' 가운데는 CJ그룹 4세인 이선호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가 주목받는다. 이 경영리더는 지난해 인사를 통해 그룹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상위 조직인 미래기획그룹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했다. 전세계적으로 K-컬쳐과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이 경영리더의 행보에 따라 CJ그룹이 '퀀텀점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 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반도체·LLM·데이터센터·전력인프라 생태계가 ‘K-AI 경쟁력’

인공지능(AI)이 산업과 경제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대규모 언어 모델(LLM),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인프라, 스마트팩토리와 가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 생태계가 AI 경쟁의 실체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새해를 맞아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제조·인프라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 능력과 전력이 필요하다. GPU 확보,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 전력 인프라까지 갖추지 못하면 AI 전략은 지속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AI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많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AI를 운영하느냐의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AI 관련 투자가 늘어날수록 전력비용과 인프라 부담이 급증하면서, 기술력 못지않게 운영 효율과 비용 구조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역시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역량 강화를 통해 파운드리와 메모리 전반에서 AI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전력 대비 성능, 즉 에너지 효율의 싸움이다. 전력 소모가 큰 AI 연산 환경에서 효율이 낮은 반도체는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는 이유도, 기술 경쟁력을 넘어 에너지 효율을 포함한 종합 경쟁력 확보에 있다. 해외 빅테크가 주도하는 LLM 시장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와 산업 특화 모델을 앞세운 '소버린 AI'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국어 특화 AI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추론 능력을 강화한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공개하며 GPT-4.1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어 벤치마크에서는 오픈AI를 앞서는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소형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출시 한 달 만에 3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존 100B급 모델을 3분의 1 수준으로 경량화하면서도 성능은 개선해 운영비용을 50% 이상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LG그룹은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전문가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각 산업군에 특화된 AI 전문성을 강화해 그룹 핵심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DC)는 더 이상 단순한 서버 공간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며 24시간 가동되는 'AI 공장'에 가깝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둘러싸고 전력 확보와 지역 수용성, 인프라 투자 문제가 새로운 산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모델 개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기반 확보가 필수 조건이 됐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인프라 경쟁력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설비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아마존과 공동으로 약 7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삼성SDS가 주도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경북센터를 비롯해 목동·분당 등 전국 15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평촌2센터의 2·3단계 증설을 병행하며 수도권 AIDC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AI 확산의 또 다른 축은 전력기기 산업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제조시설이 늘어나면서 변압기, 차단기, 배전 설비 등 전력기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며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전력기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9년까지 미국 동남부 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 525킬로볼트(kV)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한다. 해당 설비는 인근 대형 데이터센터의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유럽 전력기기 시장에서 고압 차단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일진전기 역시 영국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계기로 유럽과 중동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AI 투자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고도화와 고효율 설비 투자는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전력기기 산업은 AI 시대의 조용하지만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계는 제조 공장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군에서 AI를 생산라인에 적용하며 미래 제조 혁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반도체 공장을 '반도체 AI 팩토리'로 전환한다. 향후 5만개 이상의 GPU를 투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 구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로봇과 AI를 결합한 산업 기술을 검증하고, 이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조선업계 역시 AI와 로봇을 앞세운 스마트 조선소 전환 경쟁에 돌입했다. 가전 분야에서도 AI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에 AI를 적용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에너지 소비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부재중일 때 전력을 조절하거나, 요금이 높은 시간대를 피해 작동을 분산하는 기능은 가전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가정용 전력 관리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장 예측과 부품 수명 관리, 에너지 사용 리포트 기반의 서비스 확장 역시 AI 가전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에너지와 산업 인프라를 누가 선점하느냐로 귀결된다. 반도체에서 시작해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제조와 가전으로 이어지는 AI 연관 산업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2026년,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그 AI를 움직이는 힘은 전력과 산업 기반이다. AI 시대, 에너지가 곧 경제다. 국내 기업들이 축적해온 제조 역량과 인프라 경쟁력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다크 팩토리와 어쩔수가 없다

2025년의 화제작 중 하나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는 제목부터 체념과 강박 정서를 드러낸다.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직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중산층 가장의 폭주를 그린다. 예민한 관객이라면, 그 폭주보다 다른 데에 주목할 법하다. 주인공의 살의보다도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음산한 풍경에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해 인간의 숨결이 사라진 공간, 즉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연상시키는 곳을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거니는 묵시록적 마감에서 말이다. '다크 팩토리'는 '다크' 자체에서 뭔가 음울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다크'는 원래 '스마트'에서 시작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효율적이고 깨끗하며, 데이터가 흐르는 지능형 공장이다. 하지만 '스마트'는 종국에 '다크'를 지향한다. '스마트'의 본질은 '다크'이다. '다크 팩토리'는 “불 꺼진 공장"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말이다. 기계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조명이 필요 없다. 적외선 센서와 데이터 전송으로 움직이는 공장에서 조명은 불필요한 비용이다. 1980년대 GM의 로저 스미스 회장은 '라이츠 아웃(Lights-out)' 제조 공정을 꿈꾸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기계들끼리의 충돌을 막지 못해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반 세기가량이 지나면서 지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은 그 '어둠'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마트'가 경영의 언어라면, '다크'는 실존의 언어다. 노동자의 눈을 위해 켜두었던 불이 꺼지는 상황은, 그 공간에서 인간의 자리가 완전히 소멸했음을 의미하는 섬뜩한 선언이다. 로봇은 야근이나 잔업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어둠도 상관하지 않는다. 한데 이 대목에서 다급한 문제는 철학이 아니라 생존이다. '다크 팩토리'는 인간 존재에 관한 첨예한 논쟁을 불러올 테지만, 당장은 에너지 충당을 발등에 불로 떨어뜨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어두운 공장은 전기라는 뜨거운 문제로 야기한다. 노동자는 밥을 먹지만, AI와 로봇은 전기를 먹어 치운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결합한 현대의 '다크 팩토리'는 과거의 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불 꺼진 공장이 불을 켠 공장보다 전기를 더 필요로 한다. 한국 경제의 곤란을 예감한다. 글로벌 시장은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강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AI와 '다크 팩토리' 시대를 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전력를 갈망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세계 수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숙제와, 폭증하는 산업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 연료를 줄이면서도,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불 꺼진 공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쥐어짜내야 하는 현실은 연극 같다. 박찬욱의 영화 속 주인공이 직장을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한 일터가 결국 인간의 빛이 꺼진 '다크 팩토리'라는 설정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을 지워내는 '다크 팩토리'를 건설한다. 국가적으로는 이 거대한 기계 장치를 돌리기 위해 에너지 전쟁을 벌인다. 전기 문제를 해결하고, AI 주권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 4차산업 혁명에서 살아남는 것은 국가의 과제다. 그러나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결합한 '다크 팩토리'에 더 없이 인간적인 전력인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마주할 세상이 과연 우리가 꿈꾸던 아름다운 곳일까. 당장은 공장의 불을 꺼야 하는 처지이긴 하다. 그것도 남보다 빨리.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일단 가야 하는 길일까. 안치용

[AI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나라도, 기업도 ‘AI 패권 경쟁’…한국 ‘3강 도약’ 사활 걸었다

새해에도 인공지능(AI) 시장은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AI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AI를 공급망 전반에 접목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먼만큼 민·관·학 협력에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주요국은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기술력과 자본 측면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중국이 뒤를 추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강 도약'을 목표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의 AI 관련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55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 한 곳의 연간 투자액만 놓고 보면 미국 전체에서 석유·가스 시추 등을 위해 쓴 에너지 섹터 총지출보다 큰 수준이다. AI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라는 거대 물리 인프라를 독점하려는 '에너지 및 영토 전쟁'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AI 연산 능력을 H100 환산 수치로 비교해 보면 미국이 약 3970만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약 510만개 수준으로 글로벌 4~5위권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다만 2024년 AI 민간 투자액 상위 10위를 국가별로 뽑았을 때 우리나라는 10위권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시기 미국의 AI 민간 투자 규모가 1090억달러로 한국(13억달러)의 80배를 넘는 수준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 영국,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독일, UAE,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등이 경합하고 있다. 전세계 우수 인력과 자본이 집중된 미국 실리콘밸리는 AI를 통해 재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경제연구소인 The Bay Council Economic Institute 소속 션 란돌프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개최한 '한-미 혁신생태계 및 AI 미래전략' 세미나에 참가해 미국의 현 상황을 전했다. 란돌프는 “2024년 전세계 벤처투자액 중 AI분야가 37%를 차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특히 미국 내 AI 투자의 76%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집중됐다"며 “2024년 전세계 AI 투자 유치액 기준 상위 5위를 기록한 기업들도 모두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등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161개사 중 64개사(40%), 펜타콘 기업(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 79개사 중 45개사(57%)가 소재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혁신생태계가 가장 잘 구축된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안정적인 정책 환경에서 AI에 자본을 집중 투자해 왔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 속도가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1만3000여장의 최신 그래픽장치(GPU)를 확보한 것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인 오픈AI 한 곳에서만 2024년 기준 GPU 모듈 H100를 72만장을 가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문은 2026년부터 AI와 제조업의 접목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인력·자본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발간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2.3%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49.2%)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4.2%)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3.6%는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AI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인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0.7%가 '없다'고 했다.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의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한국의 AI 인재가 2만1000명 수준으로 △중국 41만1000명 △인도 19만5000명 △미국 12만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오는 203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 1위 달성을 목표로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최근 'AI 액션플랜'을 발표하고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은 제조업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인공지능전환(AX)을 가속화하고 AI 전주기와 연관된 수출 확대에 힘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국방 AX를 가속화하고, AI 기반의 K-콘텐츠 창작·제작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AI 학습에 필요한 원본 개인 정보와 저작물 활용이 권리 침해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걸친 중복 사업을 효율화하고 초·중·고 학교의 연속적인 AI 필수 교육 체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나아가 'K-AI' 특화 시범도시를 단계적으로 조성하는 한편 노동, 복지, 교육, 기본 의료 등을 포함한 'AI 기본사회 추진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글로벌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국가 차원의 AI 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AI 동맹에 따라 엔비디아는 우리나라 정부 및 4대 기업에 블랙웰 등 최신 GPU 총 26만장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세계 국가 단위 인프라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엔비디아도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젠슨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를 선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는 “삼성의 제조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로봇 칩 생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정상회의 결과물로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도 눈길을 끈다. 당시 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이 사상 최초로 AI 공동 비전에 합의했다. 그 중심에 한국의 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결합된 모델이 제시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가운데 한국이 엔비디아와 결속을 통해 AI 중립 지대이자 핵심 거점으로서의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로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일단 한국이 AI 벤처투자 유치 세계 9위인데 글로벌 시장 비중은 1%에 그친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운영하는 'AI정책저장소'(AI Policy Observatory)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기준 전세계에서 AI 분야에 투입된 벤처투자액은 총 1584억달러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5년 400억달러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전체 벤처투자액 중 AI 분야에 투자된 비중은 2015년 20%에서 지난해 55.7%까지 뛰었다. 생성형 AI가 본격화된 202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으며, 글로벌 벤처투자의 절반이상이 AI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별로 보면 2025년 AI분야 벤처투자액 1584억달러 중 72%인 1140억달러가 미국기업에 투자됐다. 직전 2024년에 해당비중이 64.4%였는데 쏠림이 더욱 커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AI 분야 벤처투자 유치 2위 국가는 영국으로 115억달러를 기록했다. 3위는 90억달러의 중국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억7000달러로 9위를 기록했고, 이는 미국의 약 1.4%, 중국의 17.4% 수준에 해당한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여건을 고려한 스타트업 집중 육성과 규제환경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현 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와 로보틱스·제조 현장에 결합된 피지컬 AI 등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유망한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 연구위원은 “거대언어모델(LLM) 및 AI 활용 서비스 분야에서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선구매를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선도적인 스타트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모험자본의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AI시대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경쟁정책 패러다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해 11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AI·디지털 혁신과 경쟁정책' 정책심포지엄에서 정철 한경연 원장은 “AI가 산업지형을 바꾸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공정하면서도 유연한 경쟁의 새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적극 공감했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복잡한 경쟁이슈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계의 자율규제와 공동협약을 병행해 혁신과 공정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AI 경쟁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경쟁당국은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높여 혁신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발전하고 AI 산업의 특성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네이버 추론 AI, 글로벌 평가 첫 등재 ‘국내 2위’

네이버클라우드의 고성능 추론 인공지능(AI) 모델이 글로벌 AI 평가 지표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30일 글로벌 AI 성능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A)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가 하루 전인 29일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 고성능 추론모델이 AA의 지능지수(Intelligence Index)에 새롭게 등재됐다. AA의 지능지수에서 하이퍼클로바X 고성능 추론모델은 44점으로 평가돼 국내 AI 모델 중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국내 AI 모델 중 AA 지능지수 최고점수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모티프 12.7B'로 45점이었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4.0'은 43점,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는 38점을 각각 획득했다. AA 지능지수 전체 순위에서 구글 '제미나이3 프로'와 오픈AI '챗GPT 5.0'이 나란히 73점으로 최상위를 차지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고성능 추론모델은 통신사 고객 지원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에이전트 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87%를 기록해 국내 AI 모델 중 최고점수를 얻었다. 네이버클라운드는 앞서 29일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이해하고 생성해 내는 차세대 AI 옴니모달 모델 2종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CES 2026도 한국 기업 ‘혁신상 잔치’

내년 1월6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6'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미 '혁신상' 절반 이상을 휩쓸며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혁신상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기술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CES 개막 이전부터 참관객 및 언론 등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상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30일 업계와 CES 주관사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등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올해 CES 혁신상 '최다 수상국' 타이틀을 이미 꿰찬 상태다. CTA는 이날까지 CES 2026 행사의 혁신상 수상작 347개(중복 제외)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10여개를 한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미국(50여개)과 중국(40여개)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열린 'CES 2025'에서도 혁신상 208개를 받아 참가국 중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혁신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영예인 '최고혁신상'마저 휩쓸었다. 총 30개 중 14개를 받아 미국(5개), 중국(3개) 등을 압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인공'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최고혁신상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영상디스플레이 12개, 생활가전 4개, 모바일 3개, 반도체 7개, 하만 1개 등 분야도 다양했다. LG전자도 최고혁신상 2개를 포함해 총 18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안았다. 이밖에 두산로보틱스의 인공지능(AI) 로봇 설루션 '스캔앤고(Scan & Go)'가 AI 부문 최고혁신상과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함께 받았다. 크로스허브, 스튜디오랩, 망고슬래브 등 토종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도 낭보를 전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CES 2026 참가 행보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역대 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계열사들이 힘을 모아 대규모로 참가한다. LG도 LG전자를 중심으로 가전 분야의 홈로봇, 완성차 분야의 전장(전기전자 장치) 솔루션 등 신기술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메인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대신 윈 호텔에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 단독 전시관을 마련한다. 전시 공간만 4628㎡다. 개막 전에는 '더퍼스트룩' 콘퍼런스를 열어 차세대 AI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전시 키워드는 AI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간에서 관람객들에게 'AI와 함께하는 일상'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TV, 가전, 모바일 등 모든 제품군과 서비스가 끊김 없이 연결되는 차별화된 AI 경험을 만끽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 RGB TV,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탑재된 냉장고, 새로운 에어드레서 제품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장에서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동식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실물 시연할 계획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이 함께 모여 LVCC 웨스트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린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 개념도 공유한다. SDF를 활용해 로봇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새로운 '홈로봇'을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티저 영상을 통해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집안의 물건들을 들거나 집어올리는 모습, 사람과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 등을 공개한 상태다. 제품은 집안일을 대신하는 동시에 각종 AI 가전을 제어해 고객을 케어하는 일종의 비서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HL그룹도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HL만도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 HL로보틱스 '캐리', HL디앤아이한라 '디봇픽스' 등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산업 서비스 로봇이 총출동한다. LG이노텍은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공개한다. 이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다. 차량 내부의 카메라·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 AI연구원 ‘K-엑사원’ 공개···“美·中 목표 모델 추월”

LG AI연구원이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에서 'K-엑사원(EXAONE)'의 성능을 공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K-엑사원'은 프런티어급 모델인 236B(매개변수 2360억개)로 규모를 키운 게 특징이다. AI 신기술을 적용해 엑사원 4.0 대비 추론 효율성은 높이면서도 메모리 요구량과 연산량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독자적인 '전문가 혼합 모델 구조'(MOE, Mixture-of-Expert)로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하이브리드어텐션(Hybrid Attention) 기술을 더해 메모리 요구량과 연산량을 70% 줄였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최신 AI 모델 대비 100% 이상'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내걸고 'K-엑사원' 개발에 섰다. 이번 발표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프런티어급 오픈 웨이트(가중치 공개) 모델 중 비슷한 규모인 알리바바의 '큐웬3(Qwen3) 235B'를 1차 성능 목표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K-엑사원'은 1차 평가 벤치마크 13종의 평균 점수에서 72.03점을 달성해 1차 목표 모델인 큐웬3 235B(69.37점) 대비 104%의 성능을 달성했다. 또 오픈AI의 최신 오픈 웨이트 모델인 GPT-OSS 120B(69.79점)와의 성능 비교에서도 103% 성능을 나타냈다. 오픈AI의 GPT-OSS 120B 모델과 알리바바의 큐웬3 235B 모델은 현재 글로벌 AI 분석 전문 기관인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인텔리전스지수(Intelligence Index) 평가에서 오픈 웨이트 모델 중 글로벌 6위와 7위에 자리잡고 있다. 연구원은 5년간 쌓아온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기술력을 기반으로 'K-엑사원'을 5개월만에 완성했다. 향후 조 단위의 파라미터 규모를 가진 글로벌 빅테크들의 최상위 모델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K-엑사원은 글로벌 최신 AI 모델 100% 이상 성능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했다"며 “LG만의 차별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K-엑사원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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