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국내 협동로봇 각축전…‘글로벌 1위’ 기업도 韓 진출 강화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행보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5900만달러였던 국내 시장은 내년 3억6000만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은 로봇밀도(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1000대를 상회하는 등 압도적 1위다. 전세계 협동로봇 판매량의 4.4%를 차지하는 4위 시장인 것도 이같은 통계와 무관치 않다. 협동로봇은 근로자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제조공정 뿐 아니라 급식·카페·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쓰인다. 활용범위가 늘어나면서 △25~30㎏ 수준의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 △넓어진 작업 반경 △향상된 정밀성 등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조선소 용접용 제품을 필두로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중으로 2026년까지 협동로봇을 포함한 신제품 10종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 국내 시장 1위에 이어 협동로봇을 더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협동로봇 1위 사업자 두산로보틱스도 3년 안에 고객 편의성을 높인 2세대 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협동로봇을 활용한 전기차 자동 충전 솔루션도 개발 중으로, 메가MGC커피에 협동로봇 바리스타 솔루션도 공급한 바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푸드테크 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으며, 최근 차세대 제품 'HCR-5W' 등 용접용 로봇도 선보였다. 조선소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현장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로보티즈가 맞춤형 협동로봇 '오픈매니퓰레이터-Y'와 자율주행로봇 '개미'를 연계한 무인화 배송 시스템 등 중소기업들도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공세도 매서워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높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밀성은 떨어지지만, 대당 1000만원 이하라는 점은 국내 엔드유저들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국내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1.5배 수준인 국산 제품의 가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협동로봇(코봇)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인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도 국내 시장을 중요한 곳으로 여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저출산 등이 자동화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UR은 'UR20' 런칭 1년여 만에 'UR30'을 국내에 선보였고, 팔레타이징 시장 공략 등을 목적으로 이들 제품의 가반하중을 5㎏씩 늘리는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UR30의 가반하중 35㎏는 현존 제품 중 높은 수준이다. 킴 포블슨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첫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조선·반도체·기계·2차전지 등의 분야의 자동화 수요를 확인하고 파트너십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중공업을 찾아 숙련공 부족을 비롯한 기존 고객들의 페인포인트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 국내 최초 'UR 서비스 및 수리센터'를 공식 오픈하고, 국내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많은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관련 기업들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 등 경쟁력 개선을 노력도 경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분할합병 산 넘은 두산, 내년 대규모 자금조달 나선다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을 넘겨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된 로보틱스가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 캐시카우 밥캣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로보틱스에 부족했던 안정성을 더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산업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다음달 12일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3사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예정된 분할·합병을 최종 승인한다. 이후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분할·합병의 핵심은 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이후 로보틱스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두산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골자인 스마트 머신과 클린에너지,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그룹을 재편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인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앞서 두산그룹은 로보틱스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연구개발(R&D) 강화,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특히 해외시장 공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 로보틱스는 2022년 5월 45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 형태의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39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북미지역 진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는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로보틱스는 미래사업에 집중하느라 2016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축적해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차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0월 로보틱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구주매출 없이 신주모집으로 421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그 이후 자금 조달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으나 올해 7월 로보틱스가 밥캣을 넘겨받는 내용을 담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로보틱스가 밥캣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기존 골자였던 로보틱스와 밥캣의 흡수합병도 자금 조달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밥캣은 글로벌 신평사인 S&P로부터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상향 조정받기도 했다. 이에 기존 방안대로 로보틱스와 밥캣이 흡수합병을 통해 한 회사가 됐다면 밥캣이 받은 신용등급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출범 이후 흑자를 피하지 못한 로보틱스 입장에서 캐시카우 밥캣의 신용등급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 다만 두산그룹이 양사의 흡수합병을 우선 보류하면서 밥캣의 신용등급을 로보틱스가 활용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밥캣을 품게 된 것은 로보틱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밥캣은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12억2927만 달러(약 1조7258억원)의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밥캣은 로보틱스에 막대한 배당 이익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밥캣은 모회사인 에너빌리티에 연평균 1386억원의 배당을 단행해왔다. 이 같은 배당을 감안하면 로보틱스의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로보틱스의 당기순손실은 연평균 119억원 규모다. 밥캣 덕에 로보틱스의 실적 적자 문제가 해소된다면 자체 신용등급도 개선할 수 있다. 이후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한다면 이자비용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당초 로보틱스와 밥캣의 합병을 추진했고 지금까지도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자금 조달 때문"이라며 “두산그룹이 흡수합병을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전체적인 핵심사항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로보틱스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로보틱스 만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며 “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3사에게 모두 긍정적일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또 치솟은 불길에 고개 숙인 포스코,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필수

포스코의 안전관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사적 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사고로 높아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밤 11시18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1대 및 인력 50명 등을 투입해 2시간 에 걸쳐 진화 작업을 진행했다. 소방당국과 포스코는 현재까지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경찰·소방당국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은 지난 10일 새벽에도 불길에 휩싸인 바 있다. 포항제철소 전체로 보면 지난해 4월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필두로 △철광석 이송 컨베이어벨트 화재 △선강지역 통신선 △석탄 운반시설 등 8건의 화재가 이어졌다.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로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많은 분이 놀라고 당황했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고에 따른 생산차질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황 부진으로 철강 생산설비들의 가동률이 낮은 상황에서 연산 200만t급 공장이 멈추는 것은 별다는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개수를 마친 2고로를 비롯한 설비를 토대로 악영향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건설기계업계,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진출 본격화

건설기계업계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토대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낮아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25일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해복구 및 재건사업 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4860억달러(약 68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유럽의 곡창' 지위를 회복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현대화를 비롯한 농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비용은 560억달러(12%)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트랙터 수입에 1조원 이상 투입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취임 후 24시간 안에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는 것도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지속적으로 포탄과 드론의 공격이 이어지면 프로젝트 추진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대동은 농기계를 수입해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하는 현지 총판업체에 올해부터 3년간 300억원 상당의 트랙터를 공급한다. 앞서 체결한 시범 공급 계약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동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비즈니스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TYM도 5억5000만원 상당의 기부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농작업 등 피해복구 작업에 활용 가능한 트랙터와 작업기 20세트 및 유지보수용 부품이 포함된다. TYM은 2022년부터 농기계 기증 및 현금 지원을 이어가는 중으로, 최근 드미트로 프리푸텐 우크라이나 의원과 타라스 페둔키브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경제 담당 서기관 등이 용산 사옥을 찾아 재건 사업 협력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TYM은 현지 농업 부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시장 확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도 지난해 피해지역 긴급복구를 위해 30t급 크롤러 굴착기와 21t급 휠 굴착기를 포함한 건설장비 5대를 기증한 바 있다. 유지보수도 지원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으로, 앞서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기업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업계는 연간 1000대 초중반이었던 현지 건설기계 수요가 전후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전후 복구용 장비 공급과 테크니션 양성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현지 자금 사정을 고려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구 사업 규모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8배 달하는 탓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실효성 있는 사업 개발 △인근 유럽 국가 및 기업과의 제휴 △현지 인근 거점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WB·유럽부흥개발은행(WBRD)·유럽연합(EU)·G7·폴란드 등 외부 지원 의존도가 큰 상황이라는 이유다. 공공-민관 협력(PPP) 프로젝트로 타당성 조사와 운영·유지를 비롯한 전 주기에 걸쳐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식별해 참여 기업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 기업이 점유 가능한 시장 규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요 촉진 및 재고 소진에 따른 판가 인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길 잃은 RE100]⑬ “롤러코스터 배출권 가격 잡아라” 내년부터 금융사도 시장 참여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매우 저렴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네 달 동안 45% 이상 가격이 급증했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변동하는 불안정한 탄소배출권 시장 탓에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와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장 참가자가 늘어나면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시장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금융사가 거래 참여자로 들어온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현재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KAU24는 지난 22일 1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AU24는 지난달 말 1만255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여일 가량 1만1000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KAU24의 최저점이었던 지난 6월 29일 8610원에 비해서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고점에 비해서는 45% 이상 차이가 난다. KUA24의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6월 29일까지 8610원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네 달 동안 크게 올랐다.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해준 할당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배출권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오고 있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급변동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 해로 꼽힌다. 실제 KAU21은 2021년 6월 23일 1만155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8월 25일 2만9500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두 달여 만에 가격이 2.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에서는 합리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사업이 순항해 생산을 늘릴 경우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해야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해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배출권 시장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시장기능은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시장 참여업체들이 배출권을 필요로 할 때 구매하기 어렵거나 미래의 시장운영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예비적 저축을 위한 경향이 과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배출권 거래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배출권 시장 참여자를 확대한다.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법제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는 지난 4월 기준 780여개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와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 등에 불과하다. 내년 2월 시행되는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에 의하면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는 기존 할당 대상 업체, 시장 조성자 및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에서 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넓어진다. 내년부터 이 같이 시장 참가자가 늘면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산업권에서는 금융사가 전체적인 거래를 주도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출권을 실제 소비하지 않은 금융사가 배출권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해 시세 차익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RE100 등을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시장 참여자 확대를 통해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신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신호를 주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⑪ 탄소배출 1등 기업들 배출권 팔아서 4747억원 수익···느슨한 배출권 제도 탓에 재생에너지 활용 뒷전

정부의 배출권거래제도의 허점 탓에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기업이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탄소 다배출 기업이 경기 위축 상황에서 남아돌 수밖에 없는 배출권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 배출권을 90%나 제공하는 국내 시장이 너무 느슨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출허용총량 등을 세심하게 설정해 주요 기업들이 실제로 탄소 감축에 노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산업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몇 년 동안 국내 기업 중에 탄소 다배출 기업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덕에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에 따르면 1·2·3차 배출권거래제 기간 동안 주요 다배출기업이 남아도는 배출권을 팔아 큰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포스코 등 10개 다배출기업은 배출권 판매수익으로 약 4747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주요국의 환경정책을 아우르는 근간은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다. 현재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을 뜻한다. 파리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통제하자는 이전(교토의정서)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각국의 대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도다. 배출권거래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과거배출량 기반의 배출권 무상·유상할당량을 제공받게 된다. 만약 어떤 기업이 할당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면 다른 업체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남은 배출권은 거래소에서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전후로 이 같은 배출권거래제도를 준비해왔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부는 시장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첫 법률적 발판이 됐다. 이어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된 1기는 거래제도 안착을 위해 경험 축적 기간으로 배출권 전량이 무상할당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된 2기에서부터 무상할당량이 97%, 유상할당량이 3%로 할당됐으며, 배출권 거래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2021년부터 내년까지 지속되는 3기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이 10%로 이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포스코 등 주요 다배출 기업은 현행 10% 수준의 유상할당량을 대부분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산업권에서는 코로나19와 그 직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탄소 다배출 기업이 생산량을 자연스레 줄이면서 남아도는 배출권을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할당량이 90%에 달하는 국내 시장의 느슨함이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근본적인 도입 이유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탄소 배출에 재무적 리스크를 부여하겠다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도입 취지를 떠올려보면 수년 동안 대규모 무상할당량의 범위 내에서만 생산을 하고 나머지 10% 유상할당량을 매각해 시장에서 수익 올리기에 집중하는 현재의 상황이 적절치는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탄소 다배출 기업의 경우 10%에 해당하는 유상할당량도 다른 기업보다 많이 책정을 받기에 이를 매각한다면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앞서 탄소를 많이 배출해왔을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2026년부터 시작되는 탄소거래제 4기에서는 무상할당량 규모를 현행 90%에서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산업권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의 느슨함 탓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재무적 리스크가 거의 없는 탓에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손해로 인식된다는 분석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민간 LNG 발전사는 발전소를 돌리지 않고 대규모로 받은 배출권을 매각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단순히 탄소배출권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업을 극도로 줄이는 일부 기업의 행태를 막기 위해 무상할당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엇갈리는 철강 전망 “바닥 찍었다” vs “지하실 있다”

철강업계가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한파'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0.9%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2.6%p 하회하는 셈이다. 지난 1월5일 t당 142.58달러였던 철광석값이 11월15일 99.88달러까지 떨어진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올 4분기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산업연구원은 철강업종의 11월 업황 현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10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2월 전망치는 78로 33p 하락했다. 내수·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생산수준과 채산성도 좋지 않은 탓이다. 10월 현황 PSI는 122로 높았으나, 8월과 9월이 각각 56·67로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포함한 4분기 매출 전망 PSI는 92로 나타났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전기 대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내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철강은 74로 주요 업종 중 가장 낮았다고 우려했다. 8월 자동차 생산량이 24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철강의 경우 3분기 BSI(79)도 평균을 크게 하회했는데 4분기가 더 힘들다는 뜻이다. 10월 중국 조강생산이 8188만t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것도 언급된다. 보수를 마친 설비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11월 철근 등 현지 철강재 가격이 하락전환했다. 바오산철강이 12월 자국 내 열연제품 가격을 동결한 데 이어 안강도 12월 동결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내 철강사들의 가동률이 높지 않은 상황으로,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1제강과 1선재공장의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일부 제품의 수급이 불리한 까닭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선재시장의 생산력이 2억t에 달하지만, 실제 수요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노조에 건설용 형강 등을 생산하는 포항 2공장 폐쇄를 통보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끝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중국이 금리 인하와 일부 지역에서 주택구매제한을 해제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이규익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가의 구형 철근 물량이 해소되고, 철강재 재고도 예년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1선도시 주택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생산량 확대가 예상되는 인도에서도 도시화율 증가에 따른 순수입 상태 지속을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중국이) 수요 감소와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조강 생산을 2.2% 줄일 것"이라며 “감산과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로 수출은 1억t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지 소비가 활성화되고 공급이 축소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저가 철강재 물량이 줄어들면서 판가 하방 압력도 완화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귀환이 중국 제조업 반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0%에 달하는 관세가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분야의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세계철강협회도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8억1500t로 올해(17억9000만t)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수요가 소폭 감소하겠으나, 다른 지역에서 이를 만회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은 마진 회복 신호가 있으면 감산 기조를 완화하는 만큼 설비 구조조정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힘들고, 경기부양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한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비용도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금감원, 장고 끝에 두산그룹 개편안 승인…다음달 임시 주총 개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했다. 두산그룹 관련 3사는 다음달 1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개편안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이달 12일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증권신고서 안엔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이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골자는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것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금감원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4개월이 소요됐다. 당초 두산그룹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지난 7월 15일 제출했다. 그 직후 시장에서는 곧바로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알짜회사인 밥캣이 시장에서 저평가됐으며, 적자회사인 로보틱스는 고평가된 결과 합병비율 산정이 소액주주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커졌다. 이후 금감원도 합병비율 산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7월과 8월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이후 지난달 21일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선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도 기존 1대 0.0315에서 1대 0.0432로 상향조정했다. 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로보틱스 주식을 좀 더 많이 받게 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통상 열흘 정도 걸리던 증권신고서 심사를 한 달 가까이 끌며 장고했지만 결국 두산그룹의 절충안을 승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신고서 승인을 받은 두산그룹은 관련 3사의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개편안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3사의 임시 주총은 내달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고려아연, 금감원에 추가 진정서 제출…“MBK·영풍, 사기적 부정거래”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MBK와 영풍은 지난달 초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 2366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2차 가처분 신청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장 불안을 조장했다"며 “심문기일인 지난달 18일에 고려아연 지분을 저가 매수한 행위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고려아연 측은 “합리적 근거 없이 2차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했다"며 “시세 변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 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증권신고서 장고하는 금감원…두산 3사 또 주총 연기하나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3사가 올해 한 차례 더 임시 주주총회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두산이 제출한 분할·합병 관련 증권신고서가 이달 말까지 통과돼야 임시 주총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으나 통과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금융감독원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등 3사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또 다시 연기해야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 9월에도 예정됐던 임시 주총을 한 차례 연기했던 바 있다. 이들 3사가 내달 12일 임시 주총을 개최해 분할·합병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관련 증권신고서를 통과시켜줘야 한다. 주총 2주 전까지 소집공고를 내야하는데, 신고서의 효력발생까지 걸리는 시간이 7영업일인 점을 고려한다면 오는 28일 전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이에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2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해 제출하기도 했다. 외부평가기관을 추가로 선정해 합병비율에 대한 객관성을 보강했고, 추가로 3분기 실적과 재무상황도 업데이트했다. 이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정정 요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통상 상장법인의 3분기 실적이 이달 15일 최종 정리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증권신고서를 최대한 빠르게 정정하기 위해 최대한 서둘렀다는 후문이 들린다. 해당 신고서는 스스로 정정한 횟수까지 합쳐 6번째 신고서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발표한 개편안에는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밥캣 등을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과 로보틱스를 합병한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시장에서는 곧바로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알짜회사인 밥캣이 시장에서 저평가됐으며, 적자회사인 로보틱스는 고평가된 결과 합병비율 산정이 소액주주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커졌다. 이후 금감원도 합병비율 산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7월과 8월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이후 지난달 21일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선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도 기존 1대 0.0315에서 1대 0.0432로 상향조정했다. 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로보틱스 주식을 좀 더 많이 받게 된 것이다. 두산 3사는 지난달 21일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임시 주총 시점도 12월 12일로 설정했다.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금감원의 검사 등이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두산의 증권신고서를 제출받은 금감원이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장고를 거듭하면서 기한이 차츰 다가오게 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두산이 금감원을 장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이 지적한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당초 두산은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밥캣의 주가로만 평가했는데, 금감원은 이 방식을 채택한 근거가 미흡하다고 봤다. 시장에서 흔히 활용하는 현금흐름할인법 등을 대안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수 차례 신고서를 정정하면서도 시가기준 평가 방식을 유지했다. 분할신설법인이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은 사실상 지주회사에 가깝기 때문에 자회사(밥캣) 지분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두산은 최근 이촌회계법인과 우리회계법인을 외부 평가법인으로 추가 선정해 합병가액에 대한 검토를 받기도 했다. 원래는 안진회계법인이 혼자 합병가액 산정 평가를 맡았는데, 이 회계법인이 두산로보틱스의 2023년도 감사를 맡았던 터라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사항인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제외하고서는 두산도 나름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재계에서는 금감원이 두산의 절충안을 받아들일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쟁점사항인 합병비율 산정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측면을 본다면 금감원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두산이 나름대로 절충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세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경우 감독권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쉽게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을 만드는데 두산이 일조하기는 했다"며 “그렇지만 금감원의 고민이 길어진다면 두산이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