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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동성·화력·방호력 과시 K-2, ‘전차 무용론’ 씻어냈다

“쿠르르르르르르응 위이이이잉 우으으으응~" 지난 14일 찾아간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 내 주행시험장에 세워진 K-2PL 전차 두 대에 시동이 걸리자 각각 1500마력의 고출력 디젤 엔진에서 구동음을 뿜어냈다. 축을 잡고 90도로 회전하는 선회(피보팅, Pivoting)하는 기능을 시연하는 장면을 보니 좁은 험지나 야지에서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속 70km로 질주한 K-2 전차 두 대는 굉음을 내며 시험장을 한 바퀴 돌아왔고, 전차장들은 주행 중 취재진을 향해 절도있게 거수 경례를 했다. 멈춰 선 전차들은 무릎을 굽히듯 자세를 제어하기 시작했고, 좌우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현장에 있던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렇게 자세를 조정하면 주포를 아래로 향하도록 해 낮은 각도로 '저각 사격'이 가능해진다"며 “헬리콥터 등 공중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사면을 통과할 때 자세 제어 기능은 전차가 전복되는 것을 방지해준다"며 “특히 모래나 진흙과 같이 접지력이 낮은 험로에서 차량이 제어력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고 부연했다. 눈으로 보고 온 전차는 폴란드향 수출 모델이다보니 땅이 뻘로 변해 통행이 힘들어지는 도로인 동유럽의 '라스푸티차' 지대에서의 탈출 능력도 궁금했다. 몽골 제국의 서방 원정과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2차 대전 시기 중 독소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라스푸티차는 전쟁에서 적을 수렁에 빠뜨리는 천혜(天惠)의 무기로 작용해서다. 이에 또 따른 현대로템 관계자는 “인수 검사를 하는 폴란드 군과 평지 뿐만 아니라 늪과 같은 곳을 같이 달려보고 성능을 확인한 후 납품 과정을 마쳤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드론, 핵무기 등 신형 무기 체계가 재래식 무기 체계인 전차의 생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전차 무용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로템 창원 공장에서 보고 온 K-2는 고도의 기동성과 화력, 방호력을 자랑해 여전히 전장에서의 전차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고, 오히려 여러 장비와 전술이 조합되는 복합 체제에서 존재 가치를 증명해줄 것만 같았다. 현대로템은 단순히 '지금 잘 팔리는 전차'를 만든 회사가 아니다. 1976년 국방부로부터 전차 생산 1급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1978년 창원 방산공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전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1985년 한국군 최초의 한국형 전차인 K-1을, 1990년대에는 개량형 모델인 K-1A1과 K-1E1을 완성했고 2008년에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차세대 전차 K-2 개발에 성공했다.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K-2는 반세기에 걸친 한국 전차 기술의 집약체로, 현대로템이 쌓아온 독자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 축적은 해외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은 2022년 K-2 전차를 폴란드에 처음 수출하며 K-방산의 글로벌 진출을 알렸다. 이어 2023년에는 폴란드와 2차 이행 계약(EC 2)을 체결해 총 180대 추가 공급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긴급 소요분 K-2GF 116대와 현지 요구 사항을 반영한 폴란드형 K-2PL 64대가 포함된다.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약속한 점이 핵심이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PL 전차에는 현대전 양상에 맞춘 첨단 기능이 대거 추가된다. 최우석 폴란드PM1팀장은 “PL 모델에는 하드킬(Active Protection System) 방식의 능동 방호 장치와 드론 재머, 12.7mm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가 새로 탑재된다"며 “폴란드 군 체격에 맞춘 내부 공간 확장과 냉방 장치 탑재, 시계 개선 등 편의성 강화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PL형과 GF형이 생존성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현대로템 측은 “GF는 한국군 3차 양산형과 동일하지만, PL은 드론·대전차 미사일 대응 능력을 높인 추가 방어 체계가 적용돼 생존성이 확연히 강화됐다"고 답변했다.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부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K-2는 한반도를 넘어 동유럽 최전선의 방패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한국-폴란드 간 국방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나아가 인공 지능(AI)·자율 주행·무인 차량과 융합한 차세대 전차를 개발해 2035년까지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성욱 현대로템 방산공장장 역시 “창원 공장은 반세기 가까이 전차 생산에 매진해왔다"며 “납기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 폴란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K-2 전차의 성능은 올해 3월 폴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 훈련에서도 입증됐다. 최 팀장은 “레오파르트·르클레르·에이브람스와 함께 기동했는데, 일부 전차가 언덕을 오르지 못할 때도 K-2는 안정적으로 주행했다"며 “3~5km 장거리 사격에서도 높은 명중률을 발휘해 폴란드 군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K-2 전차는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인 훌륭한 선택"이라고 호평했고, 폴란드 국방부도 “한국-폴란드 간 전차 협력은 신뢰 관계를 공고히 했다"며 3국 수출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K-2 전차 수출은 협력사들에게도 '도약의 기회'로 작용했다. 유기압 현수 장치(ISU)를 제작하는 김장주 금아하이드파워 대표는 “이는 세계적으로 현대로템만 확보한 기술"이라며 “K-2 전차의 압도적인 기동력과 안정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 수출 이후 매출이 260% 증가했고, 생산 라인 증설과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K-방산 확대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731개 협력사와 함께 국산화율 90%를 달성했다"며 “K-2 수출 이후 일부 협력사 발주량은 4년 새 360% 가량 늘었다"고 해 대기업이 중소·중견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낙수 효과도 상당함을 알 수 있었던 자리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 1.8조 ‘한국형 전자전기’ R&D 사업 도전장

21일 대한항공은 LIG넥스원이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전자전기(Block-I) 체계 개발 사업 수주전에 본격 참여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오는 9월 초 제안서를 최종 제출할 예정으로, 국산 전자기전 능력 확보를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총 1조7775억 원 규모의 대형 방위 산업 프로젝트로, 외국산 중형 민항기를 개조해 전자전 임무장비를 탑재·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자전기는 전시에 적 방공망과 통신 체계를 무력화·교란해 아군 작전을 지원하고 전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자산이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EA-37B 컴파스 콜 외에는 전례가 드문 고난도 사업으로, 국내 방산 역량 도약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공군은 신규 기체 개발 대신 기존 플랫폼 개조 방식을 선택했다. 고도·속도·작전 지속 시간 등 군의 요구 조건을 감안할 때 검증된 민항기를 기반으로 개조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빠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에서 체계 통합과 기체 개조·제작을 맡고,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 개발 및 탑재를 담당한다. 전자전기는 적 전자 장비나 레이더,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전자 공격(ECM)'과 함께, 아군의 작전 항로를 개방하고 상황 인식을 지원하는 '전자 지원(ESM)' 기능까지 포함하는 특수 임무기이다. 복잡한 전자기 스펙트럼 환경에서 아군의 네트워크 중심 작전을 뒷받침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50여 년간 군용기 체계 개발과 성능 개량, 민항기 개조·정비 분야를 두루 수행하며 플랫폼 통합과 감항 인증 역량을 쌓아왔다. 보잉 777과 A330 여객기 화물기 개조, P-3C 해상 초계기 성능 개량, 대통령 전용기 운영 지원 등 전례가 이를 입증한다. 또한 김해공항 비행 시험 인프라와 정부 인증 대형 격납고, 수천 대에 이르는 항공기 개조 경험을 기반으로 본 사업 역시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LIG넥스원은 47년간 축적한 전자기전 핵심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의 지향성 전자 공격 기술 실증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KF-21 통합 전자전 장비 △해군 함정 전자전 장비 △신형 백두 정찰기 체계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전자기전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FA-50 RWR 수출과 페루 해군 함정 전자전 솔루션 계약까지 따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어떤 기체를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자전 장비를 탑재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미국·독일·튀르키예 등 주요국 역시 특수 임무 항공기 개발에서 기체보다 전자전 수행 체계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LIG넥스원이 확보한 임무 장비 개발력과 대한항공이 가진 개조·통합 역량이 결합될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한국형 전자전기'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전자전기 사업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도전"이라며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로 우리 군 첨단 전력 확보에 기여하고,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 기회까지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사 컨소시엄의 성패는 오는 연말 이후 평가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으로, 수주가 확정되면 한국군의 전자기 스펙트럼전 수행 능력과 방산 산업 위상은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서울 ADEX 2025’, 10월 17일 개막…우주 경제·K-방산 위상 강화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는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가 오는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8일간 성남 서울공항(17~19일)과 일산 킨텍스(20~24일)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시작해 2009년부터 지상 방산까지 포함한 종합 전시회로 확대된 서울 ADEX는 올해 35개국 600개 업체가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는 2023년(34개국·550개사)보다 더 늘어난 수준이다. 개최지는 항공기 비행 시범과 일반 관람 프로그램이 열리는 서울공항과 비즈니스 상담·전시가 집중되는 킨텍스로 나뉜다. 킨텍스 실내 전시장은 4만9000㎡ 규모로 2023년 대비 58.1% 확대됐다. 이는 7만9000㎡인 세계 최대 파리 에어쇼와 4만9000㎡의 영국 판보로 에어쇼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행사장 내 신기술관 규모도 2260㎡에 달해 파리 에어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크다. 올해 ADEX의 핵심 키워드는 '우주 경제'와 '도심 항공 교통(AAM)'이다. 신기술관에는 △재사용 발사체 모형 △첨단 위성 통신 장비 △우주용 탄소 섬유 △AAM 실물 기체 등이 전시된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산하 홍보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 전시관도 마련돼 우주 인터넷과 위성·우주 쓰레기 회수 기술, '스페이스 팜(우주 농장)' 등이 소개된다. 킨텍스 야외 전시장에는 K-방산의 수출 주력 장비들이 대거 전시되며, 약 30여 개의 관련 세미나가 현장에서 병행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공항에서는 17일부터 19일까지를 '퍼블릭 데이'로 설정해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공군 블랙 이글스와 민간 에어쇼 팀의 곡예 비행, 국산 전투기와 항공기 시범 비행은 물론 항공기·지상 장비 탑승 체험, 드론 경연 대회, 군악·의장대 공연 등이 마련된다. 이강희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장은 “서울 ADEX는 이미 세계 3대 에어쇼로 발돋움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K-방산 수출 확대와 국제적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ADEX 공동운영본부는 올해 행사의 방향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향한 글로벌 협력과 우주·AAM 중심 신기술 확산, 국민 참여 확대 통한 자긍심 고취로 정했다. 특히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이 직접 전시관을 운영하는 등 전례 없는 지원도 예고돼 있다. 전시 기간 내내 일반 성인 관람객은 서울공항과 킨텍스를 모두 방문할 수 있으며, 주최 측은 증가하는 참여 규모에 맞춰 전시 현장 안전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IG넥스원, 중동 수출 박차…사우디 거점 사무소 확장 이전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한 확장 이전 기념식에는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와 이현수 해외사업부문장, 현지 정부와 방산 기업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사무소 확장 이전으로 중동 사업 확대에 발맞춰 현지 거점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한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LIG넥스원은 중동 각국에서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 수출을 위한 전담 사업·연구 조직을 통해 현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고, 지역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R&D)과 사후 관리로 중동 국가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중동 현지에서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Long Range Surface to Air Missile System) 등 첨단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LIG넥스원은 해당 지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제고함으로써 지속 성장의 기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사무소 확장 이전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현지 고객과 협업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동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남부발전과 美 LNG 도입 추진…‘에너지 안보’까지 사업 확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산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글로벌 액화 천연 가스(LNG) 협력 강화를 위한 팀 코리아 구축'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한·미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산 LNG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LNG 조달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는 남부발전과 △미국 LNG 공동 도입 △국내 LNG 스왑(SWAP)을 통한 수급 안정성 강화 △글로벌 LNG 시장 정보 교류 등을 추진하며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한화오션의 LNG 운반선를 활용해 조달부터 운송·공급까지 이어지는 'LNG 밸류 체인'을 구축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향후 약 11조원의 투자 계획과 함께 LNG 등 에너지 분야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일부를 북미 LNG 사업 확장에 투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1803억원을 투자해 미국 LNG 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 Corporation)의 지분 6.83%를 확보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방산 분야를 넘어 남부발전과 협력하고,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민간과 공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변화하는 글로벌 LNG 시장에 함께 대응할 계획"이라며 “LNG 도입과 스왑을 통해 '팀 코리아'의 안정성과 유연성 강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은 “최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대내외적인 변화 속에서 민간과 함께 LNG 직도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팀 코리아 협약이 미국산 LNG 공동 도입 등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무기 성능만으론 못 판다…K-방산, ‘정부 패키지’ 지원 급부상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순항 중이던 K-방산이 최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유럽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 등 외부변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약 19억유로(약 3조730억원) 규모의 단거리·초단거리 방공 시스템(V/SHORAD) 사업 입찰 결과 단거리용에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스파이더를, 초단거리용은 유럽 다국적방산기업 MBDA의 미스트랄을 최종 선정했다. 루마니아 국방부 관계자는 “기술·상업적 평가를 포함한 완전한 절차적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각 무기 체계들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상호 운용성 요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수해 장기적으로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주전에서 스파이더와 경쟁했던 한국 LIG넥스원의 단거리 방공 시스템과 독일 IRIS-T SLM은 탈락이 확정돼 루마니아 군수품 시장 참여의 기회를 잃었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알려진 루마니아 방공 무기 도입 사업에서 한국산 방산 제품이 고배를 마신 것은 정치·외교적 요인과 진영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최정상급이나,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이 그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23년 4월 노르웨이 전차 도입 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가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의 레오파르트 2A8NOR에 밀려 탈락한 적이 있다. 당시 현대로템의 K-2는 △낮은 중량·높은 기동성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가혹 지형 대응 서스펜션 △자동 장전·3인 승무원 △확장성·네트워크화 등이 경쟁 우위점이었다. 하지만, 기존 전력·운용 연속성과 주변국·NATO와의 상호 운용성, 독일과의 전략적·산업 협력 확대, '더 나은' 산업·후속 지원 조건 등은 현대로템이 제시한 강점을 상쇄했다. 우선 스웨덴·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 이웃과 대부분의 NATO 회원국이 레오파르트 전차를 운용 중이어서 같은 플랫폼을 택하면 합동 훈련·탄약·부품 공유가 용이했다.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212CD 잠수함 공동 사업·해저 인프라 보호와 천연 가스·에너지 동맹 등 독일과 굵직한 협력을 진행 중이었다. 독일산 주력 전차 채택은 군사·에너지 협력 시너지를 강화하는 외교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4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주곡사포 K-9A2는 최근 영국 국방부의 신형 '기동 화력 플랫폼(MFP) 사업' 입찰에서 탈락했다. 유력 경쟁 상대였던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의 RCH 155이 영국-독일 정부 간 협력 강화에 따라 일종의 수의 계약 형식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양국은 복서 차량에 장착될 RCH 155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린 수소 수출 등 재생 에너지·생명 과학·부동산 자본·공간 투자 등 독일 기업이 영국에 80억파운드(한화 약 13조7678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불법 이민 조직 범죄 소탕에도 공조하기로 하는 등 양국은 밀월 관계를 형성하는 추세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폴란드의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한화오션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SAFE(Strategic Technologies for Europe Platform) 기금에서 200억 유로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이 중 90%는 국내 구매, 10%는 유럽 내 구매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유라시아 비즈니스 뉴스는 지난 달 “폴란드 국방부가 독일·스웨덴·이탈리아 측 제안에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고 전하며 “다만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폴란드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24'는 “SAFE 기금을 통한 자금 조달은 한국으로부터 구매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럽에서 온 나머지 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웨덴·스페인의 응찰 기업들이 경쟁에 남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방산 수출은 정부 간(G2G) 계약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방산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수출국이자 글로벌 중견국이라는 역할 사이에 일관성을 확보해 저변에서 국가간 상호신뢰를 구축해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협력국의 복잡한 국내외 정치·경제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전략이 필요한 방위 산업의 특성상 체계적인 수출 증진을 위해 외교적 지원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재외 공관을 활용한 정보 수집은 물론, 정기적인 장관급 정상회담, 안보 중심의 실무그룹, 경제 안보와 공급망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잠재적 협력국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는 외교적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관계자는 “지속적인 글로벌 방산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이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첨단 제조 부문의 강력한 비교 우위를 기반으로 다른 방산 수출국과 차별되는 강점이 있음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전략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한화, 조선·방산 공략 ‘같은 목표, 다른 방식’

국내 조선·방산 기업 HD현대와 한화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방식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현지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다져나감으로써 고정비와 정책 리스크를 줄이는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반면에 한화는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을 사들여 연안무역법(Jones Act) 장벽을 정면 돌파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미 해군 함정 건조·정비(MRO)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인도 국영 코친 조선소(CSL)와 선박 설계·기자재 공급·기술 교육 및 훈련 체계 고도화을 포괄하는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곳은 인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현지 정부 지분율이 67.91%에 달한다. 코친 조선소는 상선·항공모함 등 다양한 선종 설계·건조·수리가 가능하다. 최근 5년 새에는 소형 상선 60척과 함정 10척 등 총 70척을 인도했다. HD현대가 '한국형 조선 DNA'를 인도에 이식하겠다며 현지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켄 리서치는 2022년 약 9000만 달러 규모였던 인도 선박 건조·수리 시장이 2024년 기준 11억2000만 달러로 12배 이상 성장했고, 2033년까지 연 평균 60% 넘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는 미국 인공 지능(AI) 방산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의 무인 수상정(USV) 개발에도 협력키로 했다. HD현대는 자율 운항 기술을, 안두릴은 자율 임무 수행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군수 지원 센터를 설치해 현지 군함 MRO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HD한국조선해양은 일부 부지를 임차해 해상 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HD현대는 수빅 조선소를 해상 풍력 제작 기지로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상 풍력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HD현대가 해외에서 '협력' 방식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정비와 정책‧정치 리스크를 한꺼번에 낮추면서도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 지역에서 부족한 공정을 현지 기업과 나눠 맡아 생산 효율을 제고하면 미·중 패권 경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국 우선 조달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동시에 기술·인력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수주 물량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응할 '버퍼'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한화그룹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오션·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은 각각 4000만달러, 6000만달러 등 총 1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 일대에서 연안무역법 적용 상선의 상당수를 건조해 온 이 조선소는 한화그룹의 미국 내 첫 완전 생산 거점이 됐다. 이어 올 6월에는 미국 모빌에 대규모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계 기업 오스탈의 미국 법인 지분을 19.9%까지 늘리는 안이 미 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과했다. 또 한화는 오스탈 미국 법인 지분을 최대 100%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도 따낸 상태다. 현지 생산 설비를 직접 보유함으로써 '미국산 선박만 연안 운송과 해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연안무역법 규제 조건을 충족했고, 동시에 해군·해안경비대의 함정 정비·신조 프로젝트 입찰 자격도 손에 넣은 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레이더·전투 체계와 한화오션의 선체·추진 기술을 한데 결합해 '풀‑스택' 고부가 함정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필리 조선소로 시작된 한화그룹의 미국 진출은 투자는 오스탈 조선소로 이어지고 있고, 랫포트 장약 공장 현대화 사업 참여 등 방위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선제적 투자와 현지화 전략은 앞으로 현지에서 대규모로 발주될 차기 자주포 사업과 함정 사업 등에서 한화그룹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로템, K-2 전차 성공모델로 글로벌 방산 공략

현대로템이 국제 규격과 상호 운용성을 기반으로 한 수출형 무기체계 개발에 본격 나선다. 유럽의 역내 방산 물자 구매 정책과 서방 안보 동맹의 표준화 노력,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비대칭 위협 증가 등 글로벌 방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맞춰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 모델의 성공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전차'와 무인지상차량 등 차세대 무기체계를 통해 세계 방산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럽 방위 태세 2030 공동 백서(Readiness 2030)'를 발표하고 지역방위산업 육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C의 방위백서 발표는 8000억유로(한화 약 1289조5600억원) 규모의 국방 자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골자이다. 방위 관련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EU는 결속정책(Cohesion Policy)을 활용하고, 역내 유럽투자은행이나 저축투자연합 등 민간자본 동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유럽은 동맹·지역 단위로 방산 시장을 구축하며 '바이 유러피안(Buy‑European)' 정책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캐나다도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해 7월까지 포탄 규격 표준화를 이룩하며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공 지능(AI)·빅데이터·네트워크·다목적 모빌리티와 증강·가상(AR·VR) 현실 등 신기술이 빠르게 무기 체계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다영역전장에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저가 드론이 고가장비를 무력화하고, 미사일·드론 복합공격이 기존 방어망을 관통하는 등 전장의 양상이 급변해 비대칭 위협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유럽과 나토의 방산 흐름에 발맞춰 현대로템은 수출지향 설계·개발 초기부터 국제 규격과 운용 개념(CONOPS)을 반영해 맞춤형 통합 패키지를 제안하며 민수 기술 스핀-인과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 등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 특히,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버전인 K-2PL의 현지 생산·기술 이전·공급망 구축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게 현대로템의 공식 입장이다. 또한 인공지능(AI)·자율 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진화차량(SDV, Software-Defined Vehicle)·전동화·수소 파워트레인 등 현대자동차의 선진기술을 방산에 적용해 20~30톤급 무인차량과 55~60톤급 전차의 전동화를 이뤄낸다. 이와 관련, 전차·장갑차에 OTA(Over‑the‑Air) 업데이트 체계를 도입,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정의 전차(SDV‑T)'를 개발하고자 한다. 아울러 전기식 파워팩과 수소 연료 전지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기반 전동화는 열·소음 시그니처를 줄여 스텔스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수소연료전지는 500 km 이상 항속거리와 '배출 제로'를 동시에 충족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정부·산업계·학계·연구소·군 간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유·무인 복합 전차 연구·개발·시험·인력도 양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장 센서-슈터 체계가 다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현대로템의 4세대 무인 지상 차량(UGV) 'HR-셰르파'도 주목받고 있다. 6X6 인 휠 모터 기반 전기식 플랫폼은 원격사격·화물수송·환자 후송용 등 모듈을 빠르게 교체할 수 있고, 최대 1.6톤의 하중을 싣고도 시속 25㎞로 기동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종속 주행 외에도 원격 주행·경로점 자율 주행과 같은 다양한 무인 운용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AI 스웜 네트워크를 적용해 MUM-T 전술 시범에 들어간다. 야전 시범운용을 성공리에 완수한 HR-셰르파는 국내 첫 군용무인차량으로 우리 군에 납품됐다. 관건은 폴란드 이후 체코·루마니아 등 2·3차 파생 계약을 얼마나 빨리 성사시킬지와 SDV-T 시제차량이 오는 2027년까지 나토 합동실험을 통과해 4세대 전차 시대의 주류 표준으로 자리잡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김명근 현대로템 기동체계개발실장(상무)는 “'거북선 정신'을 계승해 차세대 전차를 비롯한 플랫폼을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고, 대한민국 방산의 세계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드론·UGV·eVTOL…차세대 K-무인 솔루션 총출동

AI 시대에는 드론과 무인기, 해상 드론 등 무인 이동체가 현대전과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에서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을 활용해 물류 혁신을 이루고 있고, 국내에서도 물류·시설 점검 등에서 무인 이동체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산업 흐름에서 9~11일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무인이동체산업 엑스포 2025(UWC 2025)'는 국내 무인이동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UWC는 국방·물류·재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무인 이동체의 최신 기술과 산업 동향을 소개하는 행사로, 관련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기술을 연결하고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장을 둘러보니 '드론 명가' LIG넥스원의 부스가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이 회사는 △다목적 무인 헬리콥터(MPUH) △KCD-40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VTOL 드론 3종을 선보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MPUH는 전방 정찰용으로 먼저 보내 상황을 영상·통신으로 전달할 수 있고, 5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며 “2017부터 2021년까지 4년 간 개발을 끝냈고, 아직 양산·배치는 계약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육중한 덩치를 자랑한 KCD-40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은 휘발유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체로, 40km 거리에 40kg을 실어나를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회사 측은 “플랫폼 개발비는 12세트 기준 약 48억원이 소요됐다"며 “군 보급·산불·교통 마비 같은 상황에서 물자 투하용으로 쓰고, 민간 택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VTOL 드론은 정찰 모드 90분, 탄두 탑재 공격 모드로는 30분 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총 15kg 수준으로 가볍고, 날개·꼬리가 분리돼 백팩에 넣어 휴대하며 현장 조립도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또 탄두 장착 시 자폭용 운용도 가능하고 예상 단가는 대당 약 2억원 수준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 차량(UGV) 'HR-셰르파' 2대를 가져다놨다. 평소 다른 전시회에서는 육군에서 활용하는 모델만 봐왔는데 이날엔 무인 소방 로봇 형태를 볼 수 있었다. 다목적 UGV는 3년 넘게, 소방 로봇은 1년 조금 넘게 개발·테스트 중이라는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육군 시험 평가를 마친 다목적 무인 차량 플랫폼에 소방 임무 장치만 올린 버전"이라며 “올해 말 4대를 소방청 중앙구조본부에 납품하고, 내년부터 소방대원과 실전 투입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자율 주행 플랫폼이기 때문에 국방·소방 외 공항 토잉카, 수하물 물류 차량 등 민수 물류용으로도 개발 컨셉을 잡고 있고, 방수포 외에 화학 사고 대응 장치와 대연(排煙) 팬 등 다양한 모듈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공식 입장이다.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가격은 나라장터 계약 체결 시 공개될 예정이어서 현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같은 플랫폼을 두고 경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공 지능(AI) 기반 '아리온 스멧'은 육군 부스에 배치돼있었다. 이 제품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조준하고 보병 물자와 부상자 수송, 선(先)침투 감시·정찰 기능을 갖췄다. 기술 특징으로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했고, 모터가 차체에 내장돼있으며 국산화율이 90%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또 기본 부가 장갑으로 방호 능력은 '초과 충족'한다는 게 제작사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육군의 시험 평가를 마쳤고, 전투형 적합성 판정을 획득했다"며 “현재 기종 결정 평가만 남아 있고 구매 사업은 착수 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023년 미국 국방부 비교 성능 시험 경험치를 반영한 4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같은 모델을 해외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개발 중인 5인승 전기 추진 수직 이착륙기(eVTOL) 1:4 크기의 모형을 전시했다.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고, 완전 전동체여서 도심에서도 저소음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형상을 변경해 후방 프로펠러를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현재 기본 설계는 끝났고, 초도 비행은 2027년 6월, '실증기' 완료는 2028년, 형식·감항 인증을 거친 상용 '인증기' 출시 목표는 2031년이라고도 했다. KAI 관계자는 “군 인증 절차가 더 빨라 초기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군용 버전을 먼저 개발해 군 감항 인증을 획득한 후 그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수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카본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에 장착되는 1:1 크기의 수직 이착륙·순항 겸용 프로펠러를 선보였다. 64dB 이하 소음 기준을 맞춰 도심 운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한국카본 관계자는 “상용화는 KAI의 기체 개발 완료 시점 이후이고, 현재는 연구·개발(R&D) 단계라 단가는 미정"이라며 “대한항공과 같은 같은 체계 업체나 조비 애비에이션 등 UAM 스타트업 등이 주 수요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로봇·통신 분야에서 AI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중인 펀진도 현장에 부스를 차렸다. 이 회사가 현장에 내놓은 KWM-오셀롯(Ocelot)은 AI 전자기 스펙트럼 분석 시스템으로, 해당 시스템은 적 통신 신호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가시화하는 기술이다. 펀진 관계자는 “600 MHz에서 6 GHz RF 탐지·스펙트럼 분석이 가능하고, AI 기반 신호 패턴 학습과 전장 지도 실시간 시각화를 해낼 수 있다"며 “최근 잠재력을 인정받아 KAI의 전략적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고 부연했다.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드론 산업 발전 기본 계획 수립과 UAM법 제정, 실험 평가·표준화 등 드론·UAM 산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의 자립화, 군·공공기관 수요 창출, 글로벌 공급망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8년 1400마력 무인기 엔진 독자개발 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와 함께 독자 기술로 무인기 엔진의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해외 기술 도입이 제한되는 무인기 엔진 기술을 국산화해서 자주 국방과 수출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과연 주관 '프로펠러 추진 항공 엔진 시제 개발 및 엔진 인증 실증기술' 개발 과제를 계약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2028년까지 차세대 중고도 무인기(MUAV) 탑재를 목표로 1400마력 터보프 롭 엔진 시제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무인기의 감항 인증을 대비해 초도 비행 허가(IFR) 수준의 엔진 품질 인증과 실증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무인기 엔진은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과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통제(EL) 등 국제 규제로 인해 국가 간 거래나 기술 이전이 제한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계약한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 외에도 정부계획에 따라 국과연 주관 5500파운드(lbf) 터보팬 엔진, 1만 파운드 터보팬 엔진 등 다양한 크기의 국내 독자 무인기 엔진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무인기 엔진의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 유인 전투기와 민항기 엔진 개발에 활용하고, 국제 사회의 제재 없이 성능 개량이나 유지·보수는 물론 수출도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탑재를 목표로 1만6000파운드(후기 연소기 작동시 2만4000파운드)의 첨단 항공 엔진 국내 독자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설계-제작-인증-유지∙보수∙정비(MRO)'까지 항공 엔진 전(全)주기 역량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기술력과 경험으로 다양한 무인기 엔진을 독자 개발해 자주국방과 방산 수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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