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획] ‘39년 전 제자’ 한화오션의 위대한 ‘졌잘싸’…加 60조 수주전서 獨 TKMS 위협

건조와 향후 30년 간의 유지·보수(MRO) 비용을 합쳐 총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TKMS AG & Co. KGaA) 컨소시엄이 사실상 낙점됐다.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Team Korea)'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라는 견고한 거시적 장벽 앞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세계 해양 방산 조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초대형 국방 프로젝트의 최종 선택은 결국 '지정학적 안보 동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방산업계와 주요 외신의 시선은 승자인 독일보다 패자인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번 승부가 입찰 실패가 아닌 K-방산의 진화와 '글로벌 탑 티어' 도약을 전 세계에 증명한 한화오션의 위대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제시한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Batch)-II(장영실급)'는 그간 한국 방산업계가 축적한 혁신의 집약체였다. 체급과 하드웨어 성능 면에서 경쟁 모델인 독일 TKMS의 212CD(2800톤급)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진화는 잠수함의 '심장'이다. 무겁고 효율이 낮은 납축 전지를 떼어내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리튬이온 하이브리드 전지 체계'를 탑재했다. 여기에 고효율 국산 수소 연료 전지(AIP)를 결합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도 2주 이상 은밀한 심해 매복 작전이 가능하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셀(Cell) 규모의 수직발사체계(VLS)를 장착해 파괴적 무장력을 자랑한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다량 운용해 적의 핵심 종심을 타격할 수 있는 준(準)전략 무기로 진화한 것이다. 어뢰관 위주인 독일 모델과 확연히 대비되는 K-잠수함만의 비대칭 전력이었다. 하드웨어 스펙과 경제성에서는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에 2억 달러를 투자하고 2044년까지 연간 2만5000개의 현지 일자리 창출, 최대 104조 원의 국내 총생산(GDP) 유발 효과를 약속했다. HD현대 역시 원유 수입 확대와 건설 장비 인프라 협력 등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 윈-윈(Win-Win) 패키지를 던졌다. 다급해진 쪽은 세계 최다 재래식 잠수함 수출국인 '골리앗' 독일이었다. 아시아에서 날아온 1개 기업의 거센 공세에 독일은 노르웨이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나토 동맹'이라는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등 독일 정부 관료들을 러시아의 해양 팽창주의에 맞서 나토 연합군 잠수함 전력의 70%를 차지하는 자국 모델을 도입해야만 '상호 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심지어 “캐나다에 잠수함을 신속히 인도하기 위해 자국 해군이 발주한 물량의 인도 순서까지 뒤로 미루겠다"며 국가 안보 일정을 양보하는 파격적인 배수진까지 쳤다. 결국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등에 직면한 캐나다 수뇌부는 눈앞의 거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보다 유럽 강대국들과의 '서방 방위 결속'이라는 거시적 프레임 워크를 택했다. 비록 우협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한국 조선사 한화오션이 뿜어낸 기술적 맹위는 세계 해양 방산 역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지금의 K-잠수함 역사는 불과 39년 전인 1987년 극비리에 가동된 '장보고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규 잠수함이 단 한 척도 없던 한국은 현 TKMS의 전신이자 독일 하데베(HDW, Howaldtswerke-Deutsche Werft GmbH) 조선소가 있는 킬(Kiel)에 150여 명의 파견단을 보냈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기술 이전에 방어적이었던 독일 기술자들의 텃세 속에서 어깨너머로 용접과 배관 기술을 훔치듯 배웠다. 낮에는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도면조차 없는 부품을 직관에 의존해 역설계하며 팩스로 고국에 보냈다. 밤낮없이 불이 켜진 이들의 사무실을 보며 독일 HDW 측이 “전 세계 해군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해군"이라며 경외감을 표했을 정도다. 이렇게 피땀으로 건조된 1번 함 '장보고함'은 취역 후 하와이 1만 마일 단독 잠항, 2004년 림팩(RIMPAC) 훈련에서 적 함정 30여 척을 모의 격침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제로 피탐'이라는 전설적 기록을 남기고 최근 명예롭게 퇴역했다. 하데베의 도면대로 철판을 자르던 '조립 하청국' 한국은 어느덧 부품 국산화율 80%를 돌파하며 100% 독자 설계와 완전 건조가 가능한 프런티어 국가로 환골탈태했다. 이번 60조 원 수주전은 한화오션과 K-방산에 값비싼 무형의 전리품을 남겼다. 콧대 높은 잠수함 원조 국가 독일 수뇌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며 K-잠수함이 이미 하이엔드 방산 시장의 '글로벌 탑 티어' 무기체계임을 전 세계 국방 당국자들로 하여금 인식케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상 강화는 곧바로 타 국가들의 수주전에서 강력한 폭발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정치적 이유로 나토 중심의 방산 카르텔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비나토(Non-NATO) 권역인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나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을 비롯해 한화오션의 파격적인 현지화 전략과 기술 이전 조건은 매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뼈아픈 미래 과제도 던졌다. 가성비와 제원표상의 스펙만으로는 피로 맺어진 지정학적 안보 동맹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진정한 룰 메이커로 도약하려면 현재 국산화율 80%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선박 통합 제어 시스템(IAS)·소프트웨어 아키텍처·무인 잠수정(UUV) 자율운항 알고리즘 등 여전히 서구권에 의존 중인 나머지 20%의 핵심 원천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아울러 방어적인 특허 관행을 벗어나 북미와 유럽에 공격적인 글로벌 기술 특허망(IP)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점으로 남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합]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사업 탈락…“아쉽지만 새로운 길 찾겠다”

캐나다 정부가 자국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잠수함 함대를 구축할 사업자로 독일의 TKMS를 선정하며 한화오션 대신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국과 유럽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오션과 방위사업청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큰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7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월요일(현지시간) 핼리팩스에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0개월 동안 한국과 독일이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우며 벌여온 치열한 수주전이 막을 내리게 됐다.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이 소식을 발표한 카니 총리는 이번 잠수함 구매가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 현지 매체 더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 잠수함들은 우리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며 캐나다 기업들이 유럽 공급망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니 총리는 TKMS의 잠수함이 나토 파트너국들과 완전히 상호 호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TKMS가 나토 동맹국의 3분의 1 이상에 잠수함을 공급하는 “전 세계 해군의 선도적인 잠수함 공급 업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이번 결정에 따라 캐나다는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한 독일 TKMS에 최대 12척에 달하는 잠수함 계약을 넘기게 됐다. 캐나다·독일·노르웨이는 모두 1949년에 창설된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의 회원국인 반면, 한국은 해당 사항이 없다. 카니 총리에 따르면 TKMS는 캐나다의 주문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2034년까지 4척의 잠수함을 인도하기로 약속했다. 매체는 캐나다 정부의 이번 잠수함 선정 소식이 극비리에 부쳐졌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캐나다 정부가 조달 규모가 방대하고 상장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업적 민감성을 고려해 발표 전 관련 직원들에게 비밀유지계약서(NDA) 서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결정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TKMS의 주가는 최대 12.9% 급등해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길고 험난할 수 있는 조달 과정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통상적인 대형 국방 조달 절차와 마찬가지로 독일은 이제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지만 본격적인 계약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사업의 규모는 잠수함 자체 건조에만 200억~300억 달러, 향후 운영 및 유지보수, 업그레이드에 400억~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총리는 총 계약 규모 공개를 거부하며 “캐나다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카니 총리는 지난 주말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오랜 시간 통화"를 갖고 캐나다의 이번 선택을 알렸고 아시아 국가인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잠수함 최종 도입 수량에 대해서도 “최대 12척"을 구매할 것이며 최종 수량은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초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의 KSS-III 배치(Batch)-II와 TKMS의 212CD 모델 모두 자국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바 있고, 결국 각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칼턴 대학교의 국방 정책 연구 담당 필립 라가세 교수는 국방 계약을 '주택 리모델링'에 비유했다. 그는 “계약자들은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달이라도 따줄 것처럼 약속하지만 막상 계약을 맺고 나면 제때 나타나지 않고 무례해지고 원래 계획을 조금만 수정해도 엄청난 비용을 청구한다"며 “앞으로 잠수함 문제에 있어 향후 10년이 순탄치 않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라가세 교수는 독일이 기술적 요구 사항과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한국을 앞섰을 것으로 보이며 “친유럽 성향의 캐나다 총리의 존재도 결코 독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중 가장 유럽적인 국가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매체는 이번 잠수함 구매가 캐나다 왕립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상징적인 수준 이상의 실질적인 수중 전력을 갖추게 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1960년대 냉전 시대 이후 새 잠수함을 구매한 적이 없고, 현재 보유 중인 중고 잠수함 4척 중 통상 1척만이 작전에 투입 가능한 실정이다. 작년 8월부터 한화오션과 TKMS, 양국 정부는 캐나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매우 공개적인 수주전을 벌여왔다. 카니 정부는 이 치열한 경쟁을 활용해 미국 보호주의에 맞서 자국의 산업 역량을 보존하고 확대하려는 '캐나다 우선주의' 산업 정책에 부합하는 투자 약속을 얻어냈다. 한화오션은 7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투자와 2026년부터 2044년까지 매년 2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으나 최종 승자가 된 TKMS 측은 캐나다 전역에 걸쳐 1670억 달러의 경제 활동을 창출하고 86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며 프로젝트 기간 동안 65만 개의 연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화오션은 CPSP 수주 경쟁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화오션은 7일 입장문을 통해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임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한화오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과 열과 성을 다해 지원해 준 정부·국회·해군·방위사업청 등 군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수주 경쟁에 함께한 모든 기업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도 TKMS의 손을 들어준 캐나다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방사청은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응해 온 만큼 이번 결과가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기술력의 열위가 아닌 '지정학적 한계' 등 전략적 여건의 불리함을 직접 언급했다. 비록 최종 수주 도장은 찍지 못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게 방사청의 시각이다. 불과 수십 년 전 독일로부터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전수받으며 걸음마를 떼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그 기술의 '원조국'을 상대로 성능과 납기 등 모든 지표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이번 결과를 '방산 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쓴약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무기 판매 외 진입 장벽을 뚫기 위한 획기적인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국방 인공지능(AI) 대전환에 속도를 내 기술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수주 여부와 별개로 이번 경쟁을 통해 물꼬를 튼 캐나다와의 국방·방산 네트워크는 향후 타 분야 협력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이번 치열한 수주전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과 경험이야말로 향후 초대형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강력한 도약대가 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결국 ‘나토 생태계’ 넘지 못했다…한화오션, 加 잠수함 수주전 獨 TKMS에 석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한국을 제치고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최대 500억 캐나다 달러(운영·유지·보수 포함) 규모의 국방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한화오션과 TKMS의 수주전은 독일의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양국 모두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앞세워 총력전을 펼쳤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국으로서의 오랜 유대감과 풍부한 잠수함 수출 실적을 앞세운 독일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6일 캐나다 매체 더 글로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건조할 기업으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현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핼리팩스에서 이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로 출국하기 전 이루어질 이번 발표로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왕립 해군의 모습을 결정지을 양국의 치열했던 경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다만 다른 대형 획득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표 역시 최종 계약 서명이 아닌 '우선 협상 대상자(preferred bidder)' 지명 수준일 것고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총리실과 캐나다 주재 독일·한국 대사관은 월요일 발표 계획에 대한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은 잠수함 자체에만 200억~300억 달러, 유지·보수·운영(MRO)·업그레이드에 400억~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한화의 장보고-III(KSS-III) 배치-II 모델과 TKMS의 212CD 모델 모두 자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고 최종 결정은 두 기업이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달려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양사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내 7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및 투자와 함께 2026년부터 2044년까지 매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온타리오주의 철강업체 알고마(Algoma)에 대한 2억 달러 지원과 5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구매 계획 등이 포함됐다. 반면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제안한 입찰을 통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 GDP에 860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제안했고 캐나다 내에 6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계약을 한화오션과 TKMS에 분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최근 수개월 간 캐나다 관료들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일축해 왔다. 이번 구매로 캐나다 왕립 해군은 냉전 시기인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신형 잠수함을 12척이나 대량 도입하며 수중 전력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현재 캐나다는 중고 잠수함 4척을 보유 중이나 통상 1척만 작전에 투입 가능한 상태다. 캐나다 해군은 12척을 확보함으로써 상시 3척의 잠수함을 배치해 북극·태평양·대서양 연안을 방어하고 적대국을 억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니 정부는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활용해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캐나다 우선주의(Canada-first)' 정책에 부합하는 투자 약속을 최대한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턴 대학교(Carleton University)의 국방 정책 연구 담당 필립 라가세(Philippe Lagassé) 교수는 “한화오션과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캠페인은 캐나다의 일반적인 무기 도입 사업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가시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며 올봄 한국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잠수함을 캐나다에 파견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TKMS와 독일·노르웨이 정부 역시 초기에는 다소 느렸으나 이내 한국의 움직임에 맞춰 적극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경쟁에서 독일은 나토를 포함한 오랜 동맹 관계와 글로벌 잠수함 수출 실적을 적극 부각했다. 초르벤 벨만(Tjorven Bellmann) 주 캐나다 독일 대사는 “세 나토 동맹국이자 두 북극해 인접국인 캐나다·독일·노르웨이가 함께 현대적이고 위험도가 낮은 재래식 잠수함 함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이 재래식 잠수함을 생산하지 않아 강력한 동맹국의 압박이 부재했던 이번 입찰에서 '언더독'이었던 한국은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공을 들였다. 전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판매한 TKMS와 달리 한국과 인도네시아에만 납품 실적이 있던 한화오션에게 캐나다 시장은 중요한 관문이었다. 라가세 교수는 “한국은 잃을 것이 많았던 만큼 광고와 공공 외교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며 “주요 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시장 진출은 그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평을 내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드론’이 바꾼 공군 전투체계…‘미래 유·무인기 복합 운용’ 추진

공군이 2040년대 인공지능(AI)과 자율비행 기술이 주도할 6세대 항공우주전에 대비해 지난 1980년대부터 군사 전력의 절대적 척도로 유지해 온 유인 전투기 중심의 '하이·미들·로우(High-Medium-Low)' 체급 분류 체계를 원점에서 전면 백지화한다. 대신 조종사가 탑승하는 첨단 유인기를 최후방의 '지휘·통제 노드(Node)'로 격상하고, 전투 현장에 투입되는 무인기들을 획득 비용과 작전적 '손실 감내성(Attritability)'에 따라 세분화하는 '4단계(티어) 하이브리드 등급표' 도입을 추진하며 국방 중장기 전력 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이하 전발단) 개념발전과는 '미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기반 전투기 등급 분류'에 대한 긴급 학술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투입 예산은 3336만6000원이고, 수행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간이다. 공군 전발단은 미래 기술을 적용한 주변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대비해 네트워크 기반 아래 차세대 전투기 역할을 고려한 등급 분류 기본 개념을 원점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체의 이륙 중량이나 물리적 제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획득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고, MUM-T 중심 체계로 군의 획득 교리를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군이 새로운 체급표 개편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기존의 재래식 획득 구조가 전술적·경제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딜레마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군은 ▲F-35A·F-15K(하이) ▲KF-16·KF-21(미들) ▲FA-50·F-5(로우) 등으로 등급을 나누어 왔다. 하지만 고도화된 적의 반접근·지역 거부(A2·AD) 방공망 속에서 생존 장비가 취약한 로우급 유인 전투기의 침투는 조종사의 희생을 강요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인구 절벽으로 인한 조종사 수급난과 비행 시간당 유지비가 3만 달러(4500만 원)에 달하는 5세대 스텔스기의 막대한 운용 비용을 고려할 때 퇴역하는 구형 전투기를 고가의 신형 유인기로 1대1로 대체해 공군의 적정 전투 임무기 규모인 400여 대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유인기의 스펙을 낮춰 숫자를 채우던 '로우(Low)급 유인기'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다수의 무인 플랫폼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이번 획득 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공군은 이 사업의 핵심 과업으로 강대국들의 차세대 유·무인 획득 기준·분류 동향의 심층 분석을 꼽았다. 현재 글로벌 군사 강국들은 6세대 편제 방식을 두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진보적인 국가는 '작전 통합'을 꾀한 미국이다. 미 공군은 다크 멀린·퓨리 무인 협동 전투기(CCA) 두 기종에 각각 사상 처음으로 전투기를 의미하는 'YFQ-42A'와 'YFQ-44A' 제식 명칭을 부여하며 무인기를 주력 전술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무인기 단가를 강제하려던 미 의회의 비용 상한 시도를 군 수뇌부가 막아내고 자율성 성숙도에 따라 기체를 고도화하는 '증분(Increment)' 획득 방식을 확립해 냈다. 미 해군 역시 무인기를 항모단에 편입시키며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합동성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영국은 철저한 '역할 분리' 노선을 걷는다. 영국 왕립 공군(RAF)은 작전 생존성에 기반해 무인 플랫폼을 일회용 소모성(티어 1)·다회용 감내성(티어 2)·고가치 생존성(티어 3)으로 등급화하는 자율 협동 플랫폼(ACP) 전략을 공식화했다. 유럽의 FCAS 프로그램 역시 무인기를 '리모트 캐리어(RC)'로 명명하고 기체 물리적 크기에 따라 경·중·대형으로 분류해 전술적 유연성을 노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타격력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적 이원화 전술을 구사한다. 중국은 유인기(J)와 무인기(GJ/WZ)의 명칭을 분리하고 복좌형 스텔스 유인기인 J-20S 후방석 조종사가 중무장 스텔스 무인 공격기(GJ-11)나 협동 전투기(FH-97A)를 전담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러시아 역시 현존 세계 최대 크기인 20톤급 무인기 S-70(오호트니크)을 복좌형 Su-57M1 지휘기와 결합해 서방의 군집 드론 전술에 '대규모 화력'으로 맞서고 있다. 중견국인 호주 또한 독자 개발한 무인기 MQ-28 '고스트 뱃'을 조기 경보 통제기(E-7A)로 직접 제어하며 미들급 공군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증명해냈다. 공군 전발단은 MUM-T 운용 시 '유인 통제기의 최종 통제 하(Human-in-the-loop)' 작전 수행을 가정한 미래 전장 교리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량의 군집 드론이 투입되더라도 인공 지능(AI)이 스스로 무력 사용을 결심하는 '킬러 로봇' 방식을 전면 배제하고, 교전의 최종 승인권은 후방 안전 구역의 인간 조종사가 쥔 채 무인기들이 최전선의 타격과 교란을 전담하는 '분산형 킬웹(Kill-Web)'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기반해 우리 공군이 미국식 '작전 부대 편제 통합'과 영국식 '비용·생존성 중심 획득 분리'의 장점을 결합한 독자적인 '미래 4단계(Tier) 하이브리드 등급 분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경직된 하이-미들-로우 방식을 혁신적으로 대체할 이 체계는 전장의 공간과 기체의 손실 감내성에 따라 항공 전력을 유기적으로 엮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전체 전력의 두뇌 역할을 할 '티어(Tier) 0'은 생존성 100%가 필수적인 최고 가치 지휘·통제 노드로 기존 하이급 유인 전투기의 위상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F-35A나 향후 전력화될 KF-21 복좌형 기체가 이에 해당하고, 적 방공망 밖(Stand-off)의 가장 안전한 최후방에 머물며 다수의 무인기 편대를 원격 지휘하게 된다. 이들의 통제를 받는 무인 전력 중 유인기와 동급의 비행 성능·대형 내부 무장창을 갖춘 국방과학연구소 K-UCAV 헤비급 등의 하이엔드 무인 스텔스기는 '티어 1'로 묶인다. 이들은 피격 시 아군에 치명적 손실을 입히는 전략 자산으로서 심종심 정밀 타격과 적 방공망 제압(SEAD)을 단독 전담한다. 전술적 방패이자 눈이 될 '티어 2'는 호주의 MQ-28 고스트 뱃 체급과 같은 로열 윙맨들이 맡는다. 이들은 전방 정찰(ISR)과 강력한 전자전(EW)을 수행하는 다회용 자산이면서도 전술적 이점을 위해 교전 중 피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미들급 전투기의 하위 임무를 분담한다. 마지막 최전선에는 단기 대량 양산이 가능한 1회용 자폭 드론들인 '티어 3' 전력이 포진한다. 이들은 거대한 스웜(군집) 비행을 통해 적의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 소진을 강제로 유도하고 과거 F-5와 같은 로우급 유인 전투기가 조종사의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야만 했던 고위험 근접 지원 임무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무인기가 획득 비용과 소모성을 기반으로 티어화되면 턱없이 부족한 국방 예산 운용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평시에는 티어 2 이상의 감내성 자산만 비축하다 전시 등 유사시가 발생하면 민간 항공 제조 인프라·3D 프린팅 적층 제조 등 첨단 상용 기술을 총동원해 소모성 드론(티어 3)을 최전방 작전 기지에서 즉각 대량 복제 생산하는 '유연한 물류 작전'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는 조종사 인구 절벽의 한계를 전술적 물량으로 극복하는 승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가 표적 찾고 지휘관이 결심”…공군-서울대, 강남 AX 거점서 ‘실전형 국방 AI’ 연구 돌입

대한민국 영공 방어 패러다임이 인공 지능(AI)을 만나 혁명적인 진화를 앞두고 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공동 개발한 첨단 AI 기술을 실제 작전 현장에 즉각 투입하는 '실전형 국방 AI 생태계'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 AI 허브 메인 센터에서 '공군 AX 거점 소개 및 연구 과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기관은 민·군 협력 AI 연구·개발(R&D) 개시를 알렸다. 미래 항공·우주 작전의 판도를 바꿀 국방 AI R&D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당일 현장에는 70여 명의 AI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군은 '공군 비전 2050' 실현을 위해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오는 8월 서울 AI 허브 산업 AX 혁신 센터 내에 '공군 AX 거점'을 개소한다. 이 거점의 심장부 역할을 할 '공군 AX 협력 센터'는 김재완 서울대학교 공군 AX협력센터장(교수)이 운영을 총괄하고, 공군 실무진이 상주해 기술 기획부터 보안성 검토와 전력화 연계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센터는 ▲공군 소요 AI 기술 개발 ▲국방 데이터 안심존 기반 실증 플랫폼 운영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의 실전형 AI 인재 양성 ▲민군 협력 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장병탁 서울대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장(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공군 AX 거점은 서랍 속 연구로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군이 실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그 결과를 작전 현장에 즉각 적용하는 실전형 민군 협력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2026년 공군 소요 기술 AI 연구 과제' 3건은 공군이 실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들로 구성됐다. 대학의 전담 교수진과 민간 AI 기업이 원팀(One-Team)을 이뤄 수행하며, 군사 작전의 특성을 고려해 AI의 오류를 방지하고 작전 결과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가 함께 적용된다. 우선 장 교수 연구팀은 탄도탄 발사 직후 움직이는 표적의 예상 경로와 은닉 위치를 AI가 자동 식별해 추적하는 'AI 기반 이동 표적(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 위치 추적 모델'을 개발한다. 각종 융합 정보와 지식을 고성능 GPU 클러스터로 분석해 지리 정보 시스템(GIS) 기반으로 실시간 시현하는 고정밀 자동화 분석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곽노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영상 정보와 텍스트를 결합한 멀티 모달(Multi-modal) AI와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법을 활용해 'AI 기반 표적 자동 식별 모델'을 고도화한다. 방대한 영상 데이터 베이스(DB)에서 적의 활동 패턴을 찾아내고 비정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는 적의 가짜 기만체(디코이)를 오탐지하는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김 센터장은 “환각 현상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생성형 AI에서 불거지는 문제"라며 “도입을 추진하는 영상 기반 표적 자동 인식 기술은 정교한 라벨링 데이터를 활용한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방식이므로 애초에 환각 우려가 적고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속적인 데이터 정제로 오탐지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멀티 모달·RAG 분석 시 작전 결과의 무결성 보장 방식에 대해서도 “AI의 판단을 100% 맹신해 즉시 타격 등의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다"며 “AI가 최적의 분석과 추천을 제공하더라도 반드시 공군의 담당자가 이를 한 번 더 교차 검증하고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통합 작전 지침서에 따른 전력 배당·표적 개발·임무 및 무장 추천 등 방대한 전투 계획 수립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기반 항공우주 작전 전투 계획 작성 모델' 연구를 이끈다. 임무 수행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무장 추천 등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만큼 지휘관이 AI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기술도 병행 도입된다. 김 센터장은 “AI가 작전과 무장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결심은 오롯이 지휘관의 몫"이라며 “결심 중심전(Decision-Centric Warfare)에서 지휘관이 완벽히 납득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AI가 특정 결론을 도출한 논리적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기술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획→개발→실증→전력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참여 기업은 비공개 이하의 실제 군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관된 '국방 데이터 안심존' 실증 환경에서 보안 요건을 준수하며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공군 현장 실증을 거쳐 기술이전 및 방산 사업화로 직결돼 참여 기업에게는 국방 AI 시장 진입의 결정적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공군과 서울대는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이번 혁신을 함께 이끌 민간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스타트업·중소기업·방산기업 등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 지원할 수 있고 과제별 서류 평가를 거쳐 서울대 주관 위원회의 심층 평가를 통해 이달 말 최종 선정된다. 본격적인 연구 착수는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오션, ‘7조8000억’ KDDX 우협 선정…“적기 전력화 사활”

총 사업비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수상함 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의 조타수는 결국 한화오션이 쥐게 됐다. 한화오션은 그간 축적해 온 첨단 함정 기술력을 총동원해 2년 넘게 표류하던 KDDX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적기 전력화'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2일 방위사업청은 전날 업체 선정 평가를 거쳐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입찰 공고 이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실사와 제안서 평가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사업은 7000톤급 최신예 구축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로 국산 이지스급 함정을 확보하는 핵심 전력 증강 사업으로 꼽힌다. 조선·방산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이번 수주 배경으로 오랜 기간 뚝심 있게 다져온 '초격차 기술력'을 꼽는다. 대한민국 대표 '함정 명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온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오션은 일찍이 KDDX 개념설계를 주도하며 ▲통합 전기 추진 체계 ▲통합 마스트 ▲통합 네트워크는 물론,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한 병력 절감 자동화 기술 등 차세대 함정의 뼈대가 되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왔다. 나아가 신개념 함정 설계와 생존성 극대화를 위한 독자 연구를 거듭하며 선도함 건조를 위한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해 처음 공개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은 한화오션의 기술적 진보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한화오션이 자체 기본설계를 수행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 로이드 선급(LR)으로부터 설계 인증(AiP)을 획득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 함정은 미래 해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를 구현했고 레이저 함포와 자폭 드론을 아우르는 다층 방어 체계까지 품고 있다는 게 한화오션 측 설명이다. 극한의 지능형 무인화 기술을 적용해 운용 인력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투 효율과 작전 지속 능력은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혁신 스마트 기술을 KDDX에 이식해 기존 국산 함정의 한계를 뛰어넘고, 전 세계 선진 해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수준의 구축함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은 신속한 사업 궤도 진입과 전력 공백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사의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 성실히 임해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작전 보고서 치면 심해 전장이 눈 앞에…한화오션-LIG D&A, ‘AI 잠수함 훈련 체계’ 확보

해군 교관이 채팅하듯 대화창에 텍스트만 몇 줄 치면 즉시 복잡한 해저 전술 시나리오가 3차원(3D)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구축되는 첨단 국방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독자 개발됐다. 이로써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무기 수출 외에도 K-방산이 대규모 데이터와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전(SDW)' 생태계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함정 플랫폼 건조를 선도하는 한화오션과 국방 전투·훈련 소프트웨어(SW) 명가인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사전 정보 기반 잠수함 훈련 시나리오 생성 장치 및 방법' 등 지능형 훈련 체계의 공동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해군 전술 기획의 오랜 난제를 해결해 나아가 초대형 글로벌 방산 수출전의 판도를 바꿀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잠수함 전술 훈련장의 시나리오 작성기는 훈련 교관에게 수작업을 요한다. 잠수함 작전의 눈과 귀가 되는 수중 음파는 수온·염분·해류 등 해양 환경에 따라 탐지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과거에는 교관이 해역의 상태·자함(우리 잠수함)의 무장·적 선단 구성 등 수백 개의 변수를 컴퓨터 시스템에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만약 '서해에서 작전하던 적 선단을 동해로 옮겨 훈련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면 해양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찾아 세팅해야만 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초급 장교는 현실적인 훈련 시나리오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종래에도 시나리오 일부 모듈을 자동 생성하는 '기계-인간 상호 작용' 기반 기술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결국 인간 운용자가 수많은 선택 분기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선택해야 하는 '반쪽짜리 자동화'에 불과했다. 한화오션과와 LIG D&A는 '비전문가인 경우에도 일상적인 언어(자연어)로 작성된 훈련 개요를 바탕으로 잠수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용이하게 생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지 컴퓨팅 모델 개발을 완성했다. 겉보기엔 채팅창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전문가의 일상 언어를 정밀한 시나리오 코드로 탈바꿈시키는 4단계 딥러닝 파이프라인을 구동한다. 우선 교관이 복잡한 다이얼 조작 대신 대화창에 '10월 중순 독도 서부 3km 지점에서 270도로 기동하는 북한 호위함 2척 출현. 자함은 심도 50m에서 5노트 기동, 중어뢰 2발 장착'이라고 평문의 시나리오를 텍스트를 치면 시스템 내부의 '전처리부'가 조사나 문장 부호를 걷어내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숫자(벡터) 형태로 변환(토큰화)한다. 이어 복잡한 패턴과 문맥 파악에 탁월한 딥러닝 알고리즘인 '합성곱 신경망(CNN)'이 투입된다. CNN은 전체 문장을 분석해 ▲선단(적 함정 구성) ▲해역(바다 환경) ▲자함 조건(아군 초기 상태)이라는 3대 핵심 의미 단위로 정밀하게 해부한다. 여기서 국방 AI의 생명인 '안전 장치'가 작동한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가짜 전장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가 임의로 창작하게 두지 않고 추출된 키워드를 군이 축적한 '기밀 실측 데이터 베이스(DB)'에 1대 1로 매핑한다. '10월 독도'로 실제 동해의 그 시기 수온 실측 데이터를, 'O국 호위함'으로 실제 적함의 엔진 소음 제원을 끌어오는 식이다. 취합된 팩트 기반의 방대한 실측 데이터들은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즉각 읽고 구동할 수 있는 기계어 표준 규격(XML)으로 자동 변환돼 단 수 초 만에 하나의 3D 전장 시나리오 파일로 최종 합성된다. 이 기술의 특기할만한 요소는 훈련 준비의 편의성 외에도 사후 전술 복기(디브리핑) 기능이다. 한화오션과 LIG D&A 관계자들은 문서로 작성된 기존 실제 작전의 개요에 대해서도 “사람에 의한 별도의 해석 없이 시나리오로써 재현이 가능해 작전 이전 작전 브리핑 혹은 작전 이후의 디브리핑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함장은 칠흑 같은 심해 해상 임무에서 귀환한 뒤 사령부에 제출하기 위해 텍스트로 작성한 '작전 보고서'를 시뮬레이터 창에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불과 수 시간 전 벌어졌던 대잠전 교전 궤적이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디지털 트윈'으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다. 인간의 희미한 기억이나 평면적인 종이 해도에 의존하던 전술 복기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3차원 워게임으로 진화해 즉각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전술 검증을 가능케 한다. 이는 서구권 군사 학계가 훈련 시뮬레이션의 미래 트렌드로 주창하는 '인간-AI 협업 시나리오 설계(Collaborative Scenario Development)' 방법론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는 AI가 훈련 통제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방대한 해양 데이터 검색과 지루한 스크립트 코드 변환을 전담하는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대우하는 개념이다. 덕분에 인간 교관은 시스템 입력 작업에 얽매일 필요 없이 오직 훈련생의 성취 목표 달성과 교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본질적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교관의 비정형적인 일상 언어를 인지 컴퓨팅을 통해 구조화된 기계어 코드(XML)로 번역해 내는 기술적 궤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신 동향·첨단 자율 주행 산업의 메가 트렌드와도 평행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나토 워킹 그룹은 기존의 분리되고 경직된 MSDL·C-BML 등의 훈련 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상호 운용성 군사 언어인 'C2SIM'을 도입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지휘관의 일상적 전술 지시를 기계어 코드로 자동 변환하는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가 실측 데이터를 참조해 코드를 짜내는 한화오션과 LIG D&A의 독자적인 AI 훈련 체계 메커니즘은 글로벌 기술 학계가 환각 방지를 위해 연구 중인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철학과 보조를 맞춰가는 셈이다. 방산업계는 이 지능형 훈련 솔루션이 한화오션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초대형 글로벌 잠수함 수출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 수명 비용까지 8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같은 초대형 수출전에서는 잠수함 선체의 철강 스펙만큼이나 육상 훈련 시설 패키지의 수준이 수주의 향방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신규 도입국들은 당장 첨단 잠수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 교관과 숙련된 해군 인력이 고질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 지식이 얕은 초급 장교라도 자국어로 텍스트만 치면 인공지능이 현지 앞바다의 해양 환경을 불러와 실전 훈련 조건을 자동 세팅해 주는 K-지능형 시뮬레이터는 독일·노르웨이 등 유럽의 경쟁국들 대비 세일즈 포인트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수소 저상 광역 버스부터 AI 항공 정비까지…K-하이 테크 모빌리티의 향연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이 막을 올렸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우리 국토교통 분야가 맞이한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비전이 선명하게 제시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인공 지능(AI)·로봇·자율 주행·하이퍼 스케일 AI 데이터 센터·신재생 에너지 수소 등 기술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며 “레벨 3 자율 주행차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자동화 무인 로봇 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번 대전이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희망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부는 고속철도 기술을 발전시키고 얼마 전 초정밀 위성까지 쏘아 올리는 등 국토와 교통 분야의 첨단 기술을 연구·실증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맨 앞에서 개척하는 부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항해시대와 산업 혁명을 언급하며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 아닌 새로운 기술과 미래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 부문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화면 밖 현실 세계로 나온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박 본부장은 “기존 AI가 텍스트나 코드를 다뤘다면 이제 AI는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도로를 달리고 로봇의 형태로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비 오는 밤의 젖은 도로나 불법 주정차 등 현실 세계의 수많은 예외 상황에 직접 부딪히며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느냐에 달렸다"며 “전남광주특별시에서 200대의 자율 주행차를 투입하는 국토부의 선도적인 대규모 실증 지원과 매년 약 800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탄탄한 양산 체계가 결합한다면 '데이터 플라이 휠'을 구축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의 무한 비행…정비사 조수가 된 AI와 하늘을 수놓을 무인 편대 특히 지상에서 항공기 하부를 누비며 촬영을 전담하는 검사 로버(Rover)는 대한항공의 협력사인 지상형 로봇 전문 기업 'HI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2세대 신형 로버는 크기를 910x686x430mm(가로x세로x높이)로 재설계하며 전고를 430mm까지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HIM 관계자는 “기존 1차 시제품은 전고가 700mm를 넘어 보잉 737 등 엔진이 낮게 깔린 협동체(소형기) 하부에 투입하기 어려웠다"며 “엔진 나셀 밑 여유 공간인 500mm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전고를 430mm로 납작하게 낮춰 광동체는 물론 협동체까지 사각지대 없이 모두 검사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성능과 기동성도 돋보인다. 무게 약 62kg인 이 로버는 초속 1.3m(시속 4.68km) 속도로 최대 4시간 동안 구동한다. 옴니 휠(Omni Wheel)을 장착해 지게차처럼 부드러운 제자리 회전(Zero-radius spin-turn)이 가능하며, 사람이나 지상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회피한 뒤 원래 경로로 복귀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됐다. 장착된 5000만 화소(50MP) 카메라는 유지 보수와 상용 업그레이드가 쉽도록 내장형 교체 구조로 설계됐다. 실전 배치 시에는 상부 검사용 드론 4대와 지상의 검사 로버 2대가 한 조(크루)를 이뤄 비행기를 동시에 군집 점검하게 된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정비사가 육안으로 대형 비행기를 점검하면 8~12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스템을 통하면 약 50분으로 단축된다"고 귀띔했다. 로봇이 수집한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1mm급 결함까지 정확히 판독해 낸다는 설명도 따랐다. 여기에 국방 분야에서 객체 탐지 기술을 쌓아온 전문 업체 '데이터 메이커'와 협력해 만든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AI 에이전트'가 한몫 한다는 전언이다. 두꺼운 정비 교범과 이전 정비 이력을 '리-아이디(Re-ID)' 기술로 연결해 경험이 부족한 신입 정비사가 결함 대처법을 물어도 마치 챗GPT처럼 최적의 매뉴얼을 즉각 쏟아낸다. 새로운 검사 시스템 도입에 발맞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비사 훈련용 시뮬레이터도 함께 마련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태블릿 화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가상 통제 환경을 구현해 정비사들이 미리 숙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라며 “시뮬레이터 상에서 원하는 항공기 기종을 선택할 수 있고, 가상 기체 표면에 임의로 상처나 결함을 생성하거나 껐다 켤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전 같은 대응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무인 항공체계 코너도 붐볐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 임무 수행 시스템 'AI 파일럿'이 적용된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 모형이 전시됐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우크라이나제 엔진을 개조해 활주로 비행 시험 중이지만 향후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방산 기업 안두릴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무인기 4대가 한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를 2030년대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UAM 생태계 선점을 위한 통합 교통관리 솔루션 '어크로스(ACROSS)'의 청사진도 돋보였다. 운항사의 비행 계획부터 관제사의 모니터링까지 아우르는 이 시스템은 현재 개발이 50% 이상 진행됐다. 대한항공 측은 “내년에는 영국의 버티포트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s)와 협력해 두바이 공항-시내 외곽 지역을 잇는 해외 실증 비행 연계를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졌다. ◇우주 공간부터 지상 인프라까지 촘촘해진 모빌리티 핏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개발 중인 수직 이착륙 미래형 모빌리티(AAV) 콘셉트 모델이 위용을 뽐냈다. KAI가 체계 종합을, 현대차가 파워트레인을 맡는다. 흥미로운 점은 기체 곁에 놓인 '저궤도 위성' 모형이었다. KAI 관계자는 “추후 무인화된 AAV가 고도 8000피트 상공을 날 때도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6G 네트워크를 공중에서 지원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위성센터와 함께 내놓은 초고해상도 '국토 위성 2호' 모형도 주목받았다. 픽셀당 50cm(0.5m급) 크기를 식별해 지상의 차종과 주차선까지 구분이 가능한 이 정밀 위성은 KAI 주도로 지난 5월 발사됐다. 현재 초기 성능 검증 중이고 오는 9월 경 국토위성센터로 관제권이 이관되면 즉시 대국민 재난 대응·국가 시설 관리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비행 중 GPS가 단절되는 비상 상황 시 지상의 특수 차량 두 대가 양쪽에서 무선 주파수(RF) 빔을 쏴 대체 가상 항로를 만들어주는 관제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인 헬기 사전 실증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또한 김포공항 검문소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차량 내 30개의 위해 물품을 찾는 가상 현실(VR) 기반 검색 훈련 시스템도 시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도심 내 적층형 버티포트 환경에 맞춰 2년여의 개발 끝에 탄생한 '소형 기체 이송 로봇' 시스템을 공개하며 다가올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했다. ◇'바닥 탈출구' 뚫은 최장 수소 버스와 3MW급 '괴물 기관차'의 등장 지상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형 부스를 꾸려 로보틱스와 수소 에너지로 한계를 돌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랩 부스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과 '아틀라스' 목업, 상부에 다양한 구조물을 얹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가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스팟은 RGB와 적외선 카메라 등을 달고 이미 실제 산업 현장의 안전 인스펙션에 투입돼 활약 중인 사례를 뽐냈다. 그 옆으로는 12.5m 길이의 '저상 수소 전기 광역버스'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2027년 광역 버스 대폐차와 저상화 의무화에 발맞춰 올해 말 양산을 앞둔 이 버스는 수소를 45.6kg 충전해 910km 이상을 달린다. 또한 잔고장과 느린 구동으로 현장 운수사들의 불만이 컸던 자동형 휠체어 리프트 대신 직관적이고 가벼운 수동형 슬라이드 램프를 채택한 실용성도 빛났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저상화로 인한 승차감 저하를 막기 위해 전륜 독립 현가장치와 유압 댐퍼를 적용했다"며 “전복 사고에 대비해 세계 최초로 지붕뿐 아니라 차량 바닥에도 비상 탈출구를 마련했다"고 했다. 철도의 거인 현대로템은 전작 대비 출력을 46%나 끌어올린 560kW급 견인 전동기와 함께 '3MW급 수소 전기 기관차'의 1대1 스케일 연료 전지(FCTS) 모듈 목업을 선보였다. 각 축당 410kW 출력을 내는 모터 6개와 100kW급 수소 연료전지 모듈 6개, 그리고 배터리가 결합해 화물 견인만을 위해 강력한 동력을 내뿜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는 “국토부 연구 과제를 거쳐 내년 하반기면 실제 차량 조립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캐나다 80조원 잠수함 한-독 수주전…메가 옵션 ‘물량 공세’

캐나다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자국 해군 수중전력의 세대교체라는 1차원적인 목표를 넘어 국가 산업 지형 전체를 뜯어고치는 거대한 거시경제 지렛대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30년대 중반 퇴역을 앞둔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형 플랫폼을 도입하는 CPSP는 총 수명주기 전체 비용이 최대 800억 캐나다달러(약 8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천문학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마크 카니 총리의 캐나다 행정부 정책 의지는 험난한 국제 정세와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 북극해 빙하의 해빙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적 위기,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아시아발 저가 공세에 밀려 붕괴 직전에 내몰린 캐나다 자동차·철강 산업의 구제라는 거시경제적 과제를 고려한 프로젝트다. 현재 CPSP의 최종 후보로 맞붙은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주도 연합 간 진검승부는 잠수함의 잠항 심도나 무장 탑재량 같은 장비 제원에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한·독 두 나라가 자국의 자동차·철강·에너지·항공우주 등 비(非)조선 분야 대기업들을 동원해 캐나다에 제시한 '거시경제적 절충교역 패키지'의 파급력과 실현 가능성이다. ◇ 캐나다 실물경제로의 환원 이번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의 가장 엄격한 채점 기준은 캐나다 정부의 '산업·기술 혜택(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정책이다. 국방조달 계약을 따낸 국가는 수주금액의 100%에 상응하는 비즈니스 창출·재투자를 캐나다 영토 내에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입찰국이 제출한 가치 제안이 캐나다 산업 체질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를 △방위산업 육성 △공급망·중소기업 개발 △연구·개발(R&D) 역량 증진 △수출 확대 △기술교육 등 5대 전략 기둥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카니 정부가 잠수함 도입을 지렛대 삼아 방위산업과 무관한 승용차 조립공장 신설이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거세게 종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글로벌 무기 획득 사업이 이종산업 간 국부를 교환하는 거대한 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기발생 투자(Banked Investment)' 제약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입찰 이전에 이미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민간기업의 투자는 가치 제안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며, 엄격한 조건부 승인 아래 최대 50% 한도 내에서만 부분수용된다는 것이다. 이번 잠수함 입찰을 매개로 새롭게 유발된 부가가치만을 평가하겠다는 깐깐한 잣대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독일 진영의 득점 전략에 구조적인 제동을 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 수소 생태계부터 내륙 철강 부활까지…전례 없는 '하향식 생태계 창조' 우리 정부는 전폭적인 외교 지휘 아래 현대자동차·한화·HD현대·대한항공·LIG D&A 등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최고위 제조기업들을 일사불란하게 결집시켰다. 이들이 캐나다에 약속한 총 700억 캐나다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경제활동 창출과 50만 개 장기 일자리 조성 청사진은 캐나다 핵심 산업의 '체질 부활'을 조준하고 있다. 당초 캐나다 정책 결정자들은 내심 완성차업체의 전기자동차 조립공장 신규 유치를 열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의 복잡다단한 역학관계를 고려해 31억 캐나다달러를 투입해 캐나다 전역에 '수소 상용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로 화답했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지정학적 판단의 산물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압박으로 인해 전기차 최종 조립거점을 캐나다에 두는 것은 관세 폭탄의 위험을 내포하는데 캐나다 내수시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에 취약하다. 반면에 '수소 화물트럭'은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캐나다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온타리오주에 전용 제조시설을 세우고 전국 192개 충전소 거점을 깔겠다는 이 계획은 ITB 정책의 핵심인 '캐나다 공급망 개발'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제안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쇠락하는 내륙철강산업의 피를 수혈하는 이종산업 융합 모델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현지 굴지의 철강기업 알고마와 연합해 51% 캐나다 자본 중심의 합작법인(JV)을 세운다. 이들은 100% 캐나다산 군용 등급 철강 소재를 활용해 온타리오주 현지에서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전량 조립 생산하기로 확약했다. 미국 철강 관세 여파로 자동차공장 가동률이 예년 대비 30% 급락한 상황에서 이 딜은 해상전력 획득 예산을 내륙의 육상 방산·자동차 부품소재산업 육성 예산으로 치환한 절충교역의 획기적 사례로 꼽힌다. APMA는 합작법인 설립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과 맞먹는 3만 개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더해 HD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최대 2000만 배럴 규모 캐나다산 원유 장기수입 확약과 퀘벡·노바스코샤 최고 조선소들에 대한 최상위 군함 건조 지식 재산권(IP) 이전, LIG D&A의 현지 어뢰 생산공장 구축, 대한항공의 캐나다 봄바르디어 제트기 G6500 교차 구매까지 더해졌다. 해양·육상·항공·에너지를 망라한 전방위적 국가 개조 패키지의 완성인 셈이다. ◇獨 TKMS 컨소시엄, 구조적 거버넌스 한계 속 'EU 방산망 편입' 제시 반면에 독일-노르웨이 연합을 이끄는 TKMS는 '잠수함 건조는 곧 국가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1600억 캐나다달러의 거시경제 유발과 6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다. 그러나 독일의 접근법은 한국의 다부문 융합 생태계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입찰 초반에 자국 대표기업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PowerCo)가 온타리오주에 건설 중인 7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잠수함 사업의 최대 경제적 혜택이라고 홍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장 투자는 주주 이익과 글로벌 전략에 따른 독자적 결정일 뿐 국가 간 국방 계약과 무관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자유시장 경제에 깊이 뿌리내린 거대 다국적 민간기업의 의사 결정을 정부의 방산 수주 로비에 억지로 종속시킬 수 없다는 서구 경제 시스템의 명확한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만큼 캐나다 ITB의 '기발생 투자' 제약 요건에 걸려 신규 유발 혜택으로 온전히 채점받기 어려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거시경제 대기업 동원에 난항을 겪는 독일은 곁눈질 없이 고도화된 하이테크 방산부품 생태계의 내재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퀘벡의 초정밀 하이엔드 제조사 마르멘에 최고난도 압력 선체 제조 권한을 전면 이양하고, 글로벌 인공 지능(AI) 선도 기업인 코히어와 잠수함 전술 워크 플로우를 공동 설계하여 수중 인지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청사진을 그렸다. 특히, 눈에 띄는 혜택은 유지·보수·운영(MRO) 인프라 구축에 있다. 212CD 잠수함을 공동 운용할 파트너 국가 노르웨이가 자국의 핵심 잠수함 수리기지 청사진을 캐나다에 무상으로 전격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가 시행착오나 과도한 추가 비용 없이 자국 동·서부 연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리 기지를 복제할 수 있는 파격적인 국가 간 연대다. 독일이 제안하는 혜택은 '유럽 안전보장 조치(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 체계로의 직접 편입'이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진영 재래식 잠수함 함대의 70% 가량은 TKMS가 장악하고 있다. 캐나다가 212CD 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캐나다 현지의 방산 중소기업들은 이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감으로써 약 24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EU 방산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통로를 얻게 된다. 이는 불확실한 약속이 아닌 ITB '수출 역량 강화' 항목에서 즉각적으로 수치화해 증명할 수 있는 실질적 이권이라는 평이다. ◇마크 카니 내각의 고차원 방정식…'조건부 전면 도약' vs '검증된 심층 통합' 수십조 원의 경제 파급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독일의 화려한 제안 이면에는 거버넌스의 구조적 차이와 리스크 관리라는 묵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이 약속들의 '증빙 수준과 담보력'을 가장 날카로운 잣대로 심사할 전망이다. 한국 제안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은 현지 산업투자가 '잠수함 사업 수주 성공 시 발효'라는 조건부에 묶여 있어 입찰 결과에 따라 공중 분해될 여지가 있는 유예된 약속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특사로 나서 민간기업 최고위층을 대동하고 국가가 대외 신인도를 걸고 이행을 보증하기에 일단 계약만 체결되면 이탈 없이 실행될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를 제공한다. 반대로 독일은 비방산 민간 투자를 인위적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체제의 한계를 명확히 수용했다. 대신 이미 수십 년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입증된 범대서양 방산 공급망 네트워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캐나다를 안전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