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7월에도 대규모 증산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국제유가 끌어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기조에서 벗어난 180도 정책 전환으로, 올 연말에는 브렌트유가 50달러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OPEC+ 8개국(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7월에 산유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OPEC+는 성명에서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 전망과 건전한 시장 펀더멘털, 낮은 원유 재고를 반영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작년까지 하루 220만 배럴의 추가 자발적 감산을 이행한 OPEC+ 8개국은 작년 12월 회의에서 올해 4월부터 3개월간 하루 13만8000 배럴씩 단계적으로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5월과 6월에 이어 7월까지 3개월 연속 애초 계획보다 증산량이 3배 가량 더 늘어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4~7월 총 증산분이 하루 137만 배럴에 달해 하루 220만 배럴 감산에서 62%가 풀리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OPEC+이 증산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감상 이행이 미흡한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을 압박하고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오닉스 캐피탈 그룹의 해리 치링귀리안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시장 점유율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가격을 통해 원하는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물량 공세를 통해 수익 목표를 달성하길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OPEC 맹주인 사우디가 저유가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7월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냉방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등장하는 시기임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리서치 책임은 “현재 펀더멘털은 강하며 원유 재고는 매우 낮다"며 “OPEC+가 시장에 배럴을 추가하기에 좋은 시기이므로 그렇게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OPEC+이 향후에도 공격적인 증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7월 원유 생산량을 두고 산유국 간 OPEC+ 회원국 간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회의 결과를 앞두고 OPEC+ 산유국들은 7월부터 하루 41만1000배럴 이상의 증산을 단행한다는 선택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팩은행의 로버트 레니 상품·탄소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증산 결정이 내려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최근 두 차례 회의에서 논의된 증산 폭을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알제리아, 오만 등 일부 회원국은 7월엔 증산 동결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UBS의 지오바노 스타우노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더 큰 증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시장은 오히려 이번 결정을 유가 상승의 호재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OPEC+의 증산 영향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 이상 과잉되기 때문에 올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 후반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JP모건체이스는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5% 내린 배럴당 60.7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0.39% 하락한 63.90달러에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