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가격이 4300달러선마저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운 가운데 금값이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블룸버그통신은 금 현물 가격이 이날 장중 온스당 4379.93달러까지 올라 신고가를 또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금 시세는 이번 주에만 8.7% 가량 상승했는데 이같은 상승 흐름이 유지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금값 상승으로 올해 누적 상승률은 66%에 육박하다. 금 선물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45% 급등한 온스당 4304.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전날 4201.60달러를 기록했는데 하루 만에 4300달러선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올해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배경엔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지정학적 긴장, 재정악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우려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불거진 미중 무역갈등,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등도 금값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은 미국 두 지역 은행의 대출에서 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용 위험 우려가 부각된 것이 안전자산 수요를 높였다. 자이언스 뱅코프는 자회사 캘리포니아 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 및 산업 대출 가운데 5000만달러 규모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방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B)도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두 은행은 모두 최근 파산한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 그룹에 대한 익스포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JP모건 자산운용의 마셀라 차우 시장 전략가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가격이 420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금을 매수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차우 전략가는 “수요와 공급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면, 수요 측면에서 지지적인 펀더멘털을 볼 수 있다"며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의 호재 속에서 중앙은행들과 중국·인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채굴 제한 등으로 금 공급은 한정돼 있다"며 “금 공급이 통화량이나 정부 부채처럼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수요와 공급 간의 역학 관계 측면에서 보면 금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차우 전략가는 다만 금 투자에 있어서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하는 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은 이자를 발생하지 않는 데다 시장 변동성 또한 국채보다 더 크가"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금을 다른 자산들의 헤지 수단으로 여기는데 금과 주식 간 역의 상관관계가 매우 명확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포트폴리오 구성 시 금을 편입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시장 변동성에 대한 헤지나 보호 수단이라기보다, 분산 투자 측면과 탄탄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도 17일 온스당 54.3775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은값 상승률은 88%에 이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