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 품목 중 하나인 올리브유 가격이 조만간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여건 개선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후플레이션 여파로 줄줄이 제품가 인상에 나섰던 국내 식품사들이 이를 계기로 올리브유 가격을 다시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업체인 스페인 데오레오를 이끄는 미구엘 안겔 구즈만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기상과 수확 조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11월, 12월, (내년) 1월부터 가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강수량을 비롯한 기상여건이 정상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가격 하락세가 2025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미 경제매체 CNBC에 말했다. 올리브유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은 지난 2년간 가뭄에 시달리면서 글로벌 벤치마크로 꼽히는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은 급등세를 탔다. 영국에 본사를 둔 농산물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인 엑스파나에 따르면 2022년 5월 kg당 3유로 중반대였던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은 작년 상반기엔 5유로선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여름엔 8유로선마저 넘어섰다. 그 이후 올리브유 가격은 작년말까지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올 1월에 9.2유로로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7.8유로에 달하는 등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 그리스, 튀니지 등 주요 생산국에서 올리브 수확량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 사이에 확산되자 올리브유 제품 가격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6일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은 6유로를 기록해 전월 대비, 역대 최고가 대비 각각 19%, 35% 하락했다. 이와 관련, 구즈만 CEO는 올리브유 생산량이 예상대로 더욱 늘어나면 올리브유 가격은 5유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 가격은 생산량 증가의 맥락에서 합리적일 것이며,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2025년 올리브 수확 시즌에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위기가 끝났다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향후 몇 개월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엑스파나의 카일 홀란드 유지종자 및 식용유 선임 연구원은 “올리브유 가격 전망과 관련해 업계 대부분은 약세론을 보이고 있다"며 “스페인의 경우 2024~2025년 시즌 올리브유 생산량이 13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2~2023년 시즌 생산량인 67만~68만톤 수준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깝다"고 말했다. 홀란드 연구원은 이어 “스페인을 제외하더라도 그리스, 튀니지, 튀르키예에서 올리브 수확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리브 품질 또한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은 약세 전망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향후 공급량을 감안했을 때 가격이 어떻게 다시 오를 수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글로벌 벤치마크 가격으로 통하는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식품사들도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인하할지 관심이 쏠린다.앞서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동원 F&B 등 지난 5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 이상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