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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프레임 씌우기

광고와 홍보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다. 우리가 화랑에서 유화를 감상한다면 액자가 중요한가 아니면 그림 자체가 중요한가? 당연히 그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액자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프레임 전쟁이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의 선언되었을 때,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3·4호기의 건설을 중지시켰다. 각각 30%와 10% 정도의 건설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자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해서 공론화에 붙였다. 이때 건설중단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한 프레임이 '밀집'이었다. 고리부지의 4개호기과 신고리부지의 6개호기를 합치면 고리에 10기의 원전이 서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밀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리와 신고리는 '고리'라는 단어만 같이 쓸 뿐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3-4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구릉과 도랑도 지나간다. 그런데 '밀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나자 아무도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야말로 '밀집'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커졌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염수를 처리하고 희석하여 배출기준치 이하 농도의 처리수를 만들고 이를 방류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염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하였다. 이 단어가 더 친숙하고 널리 사용됨으로써 오해가 확산되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여년간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였다.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하였던 것인데 그 이전 단계로 실무안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해놓고 분위기를 봐서 조정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원전비중이 너무 많다.'는 프레임을 걸었다. 산업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1기 줄이고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그 2배정도 늘리는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프레임의 마법에 걸려서 신규원전 건설이 당초에 얼마였고 재생에너지 건설이 얼마였는지 보는 대신에 '원전비중이 많다'는 것을 그대로 믿는 듯하다.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실무안에서 신규원전 건설은 4.9 기가와트(GW)였다. 대형 원전 3기와 SMR 1세트인 셈이다. 재생에너지는 72GW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14배 많다. 기존에 건설된 것을 포함하여 보아도 마찬가지다. 2038년 설비비중이 원전이 36.6GW, 재생에너지가 119.5GW가 되는 것에 원전비중이 높은가? 비중이 높거나 낮다는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신규발전의 양 또는 설비용량 어느 쪽으로 보다도 원전비중이 높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전력공급의 원칙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이 세가지 원칙 가운데 어떤 것이 얼마나 우선이고 또 다른 원칙을 어떻게 잘 섞어서 최적안을 만들어내는가 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도 원칙이 아닌 듯하다. 원전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 자리에 재생에너지보급이라는 프레임이 걸린 것이다. RE100이나 여러 가지 환경관련 지표는 같은 오류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RE100의 뜻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배출저감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전체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따지는 것이 맞다.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보급으로도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요금은 치솟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기요금떄문에 미국으로 이전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전 10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7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SK하이닉스 등은 전기요금이 2배로 뛰었다.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이다. 전력공급의 다른 원칙인 안정적 공급과 가격은 완벽히 무시되고 있는 듯하다. 당초안인 재생에너지 72GW도 제대로 건설할 수 없을 것이고 전력공급의 차질을 예상하던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프레임씌우기를 잘하는 비전문가가 압도하는 듯하다. 정범진

[기자의 눈] 어게인, 개미의 봄

올겨울에도 대한민국 증시판에 상장사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빼미 공시는 물론이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등 주주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장이 종료된 6시40분경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악재성 정보를 일부러 장 마감 후 기습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수페타시스의 올빼미 공시로 시장이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월 줄기세포 연구 전문 기업인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장 마감 후 유증 공시를 내는 등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반복됐다. 무리하게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상장사도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폐암 신약인 렉라자를 유한양행에 기술이전을 한 오스코텍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증명됐음에도 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예비심사 청구 하루 전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깜깜이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목에스폼은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와 대주주의 차익 실현 의혹을 제기한 소액주주연대를 지난해 두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기업들이 주주들의 반발을 알면서도 꼼수를 강행하는 데는 주주 보호보다는 사측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가 꼼수를 쓰는 건 결국 대주주 배불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나 중복 상장의 이면을 파헤치면 그 이익이 모두 대주주에게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꼼수 방지의 출발점이 될 자본시장법 개정을 놓고도 여야 간 진통이 거센 상황이다. 탄핵 정국을 핑계로 여당도, 금융당국도 법 개정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듯하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으니 기업들도 '배 째라'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인 소액주주들에게로 전가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해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선 주주연대도 있고 주주활동 자금으로 수천만원 넘게 모금한 주주연대도 생겨났다. '뭉치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개미들의 결집이 대한민국 증시판에 봄을 일으킬 날이 오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이슈&인사이트] 계엄 사태 후 유동성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계엄이 무산되고 50일이 지나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수괴혐의 피의자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임기 중 수감되는 불명예와 한국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기록했다. 국가의 수장이 공백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경제라는 배는 표류를 하고 있다. 계엄사태 후 원달러 환율은 1430원에서 1460원대로 30원 이상 올랐다. 그 여파로 한국은행 물가통계에 의하면 12월 15일 현재 경제 성장률은 0.6%에 그치고 물가는 2.4% 넘게 올랐다고 한다. 계엄이 선포되고 무산된 다음 날 경제수장 F4들이 모여 경제의 혼란을 막기 위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결의했다. 한은은 12월 한달만 RP(환매조건부채권)를 47조나 매입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였고 계엄이후 1월 10일 현재까지는 62조원의 RP를 매입하였다. RP는 금융기관(보통 시중은행)이 단기간 수급의 불일치로 한은에게 빌리는 7-14일짜리 단기 채권이다. 한은은 이 RP 매입을 통해 해당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보통 한은의 통화공급 조절은 금리로 하지만 현재처럼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RP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RP는 보통 비상시에 많이 쓰는 정책이다. 과거 RP의 발행이 늘었을 때는 2008년 리먼사태 때 19조, 코로나 때 42조가 가장 많았던 때였고 보통은 2-3조의 발행 정도만 유지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세수가 마이너스가 나면서 시중에 화폐 유동성이 줄어들자 22년 27조, 23년 51조 그리고 작년에는 106조원이 발행되었다 이중에 거의 반인 47조가 계엄이후 발행된 액수다. 세계는 트럼프 2.0 시대 관세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앞다투어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내수의 부진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도 금리를 동결했고 미국이 9월부터 금리를 100bp 내렸지만 우리는 겨우 50bp 정도 인하에 그쳤고 이번 달에는 동결을 한 상태다. 미국이 작년 9월 50bp의 공격적 인하 이후 3달 만에 100bp 금리를 인하하자 올해는 그보다 많은 금리 인하를 전망했지만 작년 10월 이후 예상외의 고용 실적 호조와 끈적끈적한 인플레로 올해 1-2번의 금리 인하로 갑자기 FED의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해 10년물 미국채는 4.7%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우리의 10년물 국채가 2.8%이니 양국간 시중 금리가 2%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우리의 원달러는 지속적으로 평가 절하(환율상승)가 되었다. 환율 방어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의 선물환 거래를 통한 시장개입을 하면서 1470원을 경계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 또한 단기 처방 밖에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장은 알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케인즈가 얘기한 '유동성의 함정'이다 유동성 함정은 시장에 현금이 풍부하게 공급되어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않아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한다. 우리는 계엄 이후 국민들이 소비를 멈추었다. 작년부터 가뜩이나 내수의 부진을 겪고 있고 모든 돈은 수익이 많이 나는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금리차로 환율 하락은 불가하고 금리 인하도 불가능하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RP가 마지막이다. 이제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여야가 추경을 얘기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아무 진전이 없다. 특히 소상공인과 다중채무자에 대한 핀셋 지원이 시급하다. 최용

[EE칼럼] 인공지능(AI)으로 펼쳐질 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

2022년 말 오픈AI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를 출시했다. 그 이후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던 캄브리아기에 빗대어, 인공지능의 캄브리아기라고 부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챗GPT의 '챗'은 대화형이라는 말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사람끼리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입력하면 된다. GPT의 'G'는 '생성한다'는 뜻이다. 글, 그림, 동영상과 같은 것을 만드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다. 'P'는 '사전 학습한'이란 뜻이다. 챗GPT는 3천억 개의 단어와 5조 개의 문서를 학습했다.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문서를 다 봤다고 할 수 있는 양이다. 'T'는 트랜스포머의 약자이다. 주어진 문장을 보고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06년에 딥러닝 논문을 발표하여 인공지능의 선구자가 되었다. 2024년 이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물리학 연구가 아닌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로 컴퓨터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첫 사례이다. 인공지능의 암흑기라 부르는 1980년대부터 캐나다 정부가 인공지능 연구에 투자한 결과물이다. 현재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연구자와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드는 인공지능의 메카가 되었다. 사람의 두뇌는 불과 20W의 전력만을 사용한다. 챗GPT의 학습에 사용한 엔비디아의 A100이라는 GPU는 1초에 312조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다. A100의 소비전력은 모델에 따라 300~400W이다. 챗GPT는 이런 A100을 1만 개나 사용했다. 인공지능이 확산되면 필연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미국을 보면, 2022년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의 약 4%를 차지했다. 2026년에는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전력망 현대화와 무탄소 전력 확보가 새로운 도전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에너지산업에 숙제거리와 더불어, 성장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다양하고 많은 설비가 전국적으로 산재되어 있고, 데이터의 양이 많아, 인공지능 활용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재생에너지의 신뢰성을 높이고 기상 조건에 따른 영향을 줄여준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날씨 예측, 과거 발전량 데이터, 실시간 상태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발전량을 예측하여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고장나거나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 통계, 날씨 데이터, 과거 유지관리 기록과 같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 고장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동중지 시간을 최소화하고 수리 비용을 줄이며 재생에너지 설비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수요반응(DR)과 같은 기술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저장 기술을 통해 변동성을 보완하는데, 인공지능은 수요, 공급, 가격, 전력망 상태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저장 시기, 방전 시기, 방전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마트 그리드와 수요반응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에너지 소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과거와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하여 소비 패턴을 예측할 수 있어 발전사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인공지능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기에 가장 필요한 곳으로 전력이 향하도록 하여 정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의 오류나 중단을 감지할 수도 있다. 문제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어 전력을 다른 경로로 연결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단을 최소화하고 가동중단 시간을 줄여 전력망의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수요반응은 상업시설, 산업체와 같은 소비자들의 전력 사용량을 전력망 운영자 또는 에너지 공급자의 신호에 따라 조정한다. 인공지능은 수요 변동을 예측하고 관리함으로써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울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출력제한, 전력망 확충 등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변동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를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 및 최적화로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향후 5~10년 안에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이로 인해 펼쳐질 재생에너지의 미래가 기대된다. 박성우

[특별기고]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1.법원이 19일 새벽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윤석열대통령(이하 尹으로 표기)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 77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구속은 이로써 다섯 번째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윤석열.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 나라의 격이나 수준이 엄청나게 퇴보한 건 분명하다.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의 격과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말아야 하건만, 어찌 여파가 없을까. 2.외국 신문에는 1단 기사 정도로 나겠지만, '코리아'라는 나라나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얼마나 부정적으로 소모될까. “사우스 코리아가 계엄사태(Martial law)를 수습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3류 국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후진성의 상징이기도했던 계엄. 그 계엄이 잦았던 남미 여러 나라처럼. 3.도대체 尹은 어디까지 생각해보고 계엄령을 발동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민주당과의 적대적 대립으로 꽉 막힌지 오래인 정국, 장관급 인사들 탄핵안의 잇단 국회통과, 다가오는 김건희특검법과 본인에 대한 탄핵. 지금은 선거브로커 명태균사건이 잠시 가려졌지만 계엄 직전까지는 시한폭탄이었다. 이 모든 게 계엄으로 해결될 일이나 상황이었나. 정치로, 대화로, 사과와 반성으로 풀었어야 했다. 정 안되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법원의 판단을 구하거나. 그거 다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으니 혹시 '한 방 계엄'을 꺼낸 건 아닌가. 성패를 떠나 밖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이 어찌 평가될지는 애초부터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같다. 성공했다 해도 국격 추락은 달라지는 게 없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욱~하듯 계엄을 발령하고 군과 경찰을 투입해서 내란이라는 괴물이 된 것이다. 정녕 몰랐을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마자 尹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했다. 수 백명이 난입해 무법천지 상황이 벌어졌다. 내내 계속 될 것이다. 실질적 내전이 시작됐다. 내란이 내전을 낳았다. 4.그렇게 많은 국민이 주야장천 얘기했건만 尹은 취임 직후부터 소통/대화는 내던졌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같은 국민, 섬겨야 할 국민이라 여기지 않은 듯하다. '1국가 2민족'이라는 파시즘적 망령에 사로잡혀 비판자들을 적대시했다. 공감능력도 소통능력도 없었다. 진영주의에 매몰됐고, 갈라치기를 통한 정치적 내전상태 유지를 정치라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사람은 '거짓말쟁이 3류 잡범'으로 간주해 상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선연장전이 3년 째 치러지며 두 그룹 사이에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서로 핑계 댈 상대가 있어서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정치경제사회는 피폐해져갔다. 한 마디로 정치적 내전 상태였다. 내전 상태가 내란으로 덮히거나 해결되겠는가.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한 일이다. 판단착오도 그런 착오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심각한 판단 불능 상태로 보인다. 수사를 맡은 공수처는 그에 대해 “확신범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극우 유튜브에 편향된 인식에 빠졌고, 2년 7개월 폭주하다가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尹을 당선시킨 투표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5.윤석열대통령의 삶이 망가진 건 자업자득이랄수 있다. 그런데 왜 국가나 국민이 함께 퇴보해야 하나. 두 말 할 필요없이 그가 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그 퇴보의 벌을 따지게 될 것이다. 주권침탈의 벌도 있을 것이다. 앙앙불락하지 말고, 손편지썼다던 그 만년필로 성찰의 일기를 적어나가면 좋겠다.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이념전쟁이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인식의 소산이자 공동체파괴였는지 꼭 깨닫기를 바란다. 지난 대선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윤 대통령에게나 국민에게나. 6. 정치적 내전 상태는 향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는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면서 이 충격적 내란사건의 후유증과 내전을 수습하는 게 책무 1순위다. 구속수감으로 머잖아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가 일찍 끝날 가능성이 높은 현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3류 국가로 남느냐 다시 출발하느냐의 중대 기로를 책임질 정권이다. 첩첩산중이다. 겨우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이슈&인사이트] ESG 평가기관의 과제

흔히 ESG로 알려진 환경 사회책임 그리고 거버넌스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또는 위험)을 평가하는 요소이다. 비재무적 요인이 중요하게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에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로 BP(British Petroleum)는 세전 53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2015년에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74억 유로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8년에 페이스북은 8,700만 명의 사용자로부터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십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였다. 이는 모두 환경, 사회 책임 및 거버넌스가 재무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준 사례들로 꼽힌다. 그렇다면, ESG에 대한 금융시장의 인식과 불편함은 무엇이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어떤 지 알아보자. ESG 평가기관의 평가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는 중간 또는 낮음이 80%이상이다. 이는 주로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에 대해 평가기관이 공개하지 않고 있고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해 상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ESG 평가결과를 활용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ESG 평가가 너무 늦어 투자판단의 지료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데이터 추출을 주로 수작업에 의존하여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공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인덱스들이 시장의 벤치마크인 KOSPI보다 성과가 좋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ESG평가결과가 늦게 나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2021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의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에 따르면, 기업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응답자 63%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부문별로는, 환경은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 사회는 '일자리 부족'(31.7%), '근로자 인권 및 안전'(31.0%)이 거버넌스는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36.3%), '경영진 모럴해저드'(32.7%) 등으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024년 10월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1%가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SG 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해 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 이해 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ESG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인식과 국민의 ESG경영 및 기업의 ESG평가에 대한 인식은 ESG평가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선 ESG평가기관은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다양한 유형 무형의 '이해상충'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는 국제증권관리협회(IOSCO)의 ESG평가기관에 대한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ESG평가에 IT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접목이 필요하다. ESG평가결과 공시가 늦어지면 이를 사용한 ESG인덱스의 성과는 벤치마크 지수를 쫓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SG관련 공시 및 규제는 이미 목전에 다가왔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세계 최초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여 2023년 5월 입법안을 최종 승인했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2025년 상반기에 ESG 공시기준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 않아 시행될 글로벌 ESG관련 다양한 규제에 대처하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인식수준을 고려하면, 기업은 ESG경영의 현 위치와 보완점을 제시하는 ESG평가 및 분석을 적기에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ESG평가 세부항목과 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이해상충 문제에서 독립적으로 평가결과나 분석자료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는 ESG평가기관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데스크 칼럼] 은행권 소환 반복, 민생 보호인가 포퓰리즘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6대 시중은행장과 만난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참석한다. 은행장들 입장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이 반가울리 없다. 이 대표가 은행장들에게 소상공인과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상생금융 지원 폭을 확대하고 기준금리 인하추이에 맞춰 가산금리도 낮춰달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3일, 맞춤형 채무조정과 폐업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 다른 청구서가 날아드는 셈이다.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외쳤던 주체라는 점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대표의 소환 요구는 실제 메시지를 떠나 금융지주사들로 하여금 일종의 군기를 잡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간 정부부처,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이 은행권을 소집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은행 실적을 봐도 정치권의 요구에 거부할 명분은 부족하다.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작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비교할 때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단연 눈에 띌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인해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최대실적·대출금리 인상 등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정치권 입장에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리 만무하다. 그러나 거듭된 은행권의 소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속성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심각한 염려를 낳는다. 금융지주사 전체 지분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현재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실적이 정치권의 자원으로 치부되는 행위가 당연시된다면, 이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경제, 금융시장을 계속해서 누르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펀더멘털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등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달 8일에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금융·외환시장 당국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금융시장이 경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국민께서 걱정이 많다"며 “금융당국, 외환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국도 정치권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국회가 사사로운 싸움과 정쟁에만 휘말려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의 책임을 당국, 은행권에만 전가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고 정치 등 여러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마이너스 폭)도 늘어나고 있어 통화정책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곪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본인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작금의 모든 태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경제와 탄핵, 계엄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장신구 따위가 아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기자의 눈] 얼어붙은 경기, 건설산업 투자부터 늘리자

내수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 물가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12·3 계엄사태'까지 터지며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전월(100.7)과 비교해서는 12.3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0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던 2021년 2월 이후 3년10개월만에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수와 직결된 건설업(-15만7000명)과 도·소매업(-9만6000명)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은 낮은 상태다. 정치 불안이 지속되며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통상 구도가 어떻게 짜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유가도 불안한데 환율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 둔화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환율 탓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런 형국에 주목해야 할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데다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으로 파급력이 커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건설활동이 제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건설산업에 의한 제조업 생산유발액은 2020년 기준 157조원에 달한다. 제조업 총산출액의 8.9% 수준이다. 앞으로 건설투자를 5조원 확대할 경우 3만2000명의 건설산업 고용이 창출되고 연관산업 고용도 2만2000명 유발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산업 투자를 늘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셈이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정부는 이미 건설업 활력 제고를 위해 주택공급확대, 사회간접자본(SOC) 조기발주·착공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예정된 공사 일정을 앞당겨 예산을 앞서 집행할 수 있다. SOC 예산 추가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OC 예산이 전년 대비 1조원 가까이 감소한 탓에 건설경기 반등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민간이 단기간에 분양을 늘리는 등 선택을 하기 힘든 만큼 관련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공공 분야 공사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산업 투자를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자국우선주의’ 트럼프 취임, 한국 에너지정책은 어디로 가나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 또한 국제적 흐름과 국내의 현실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히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통해 산업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기존 화석연료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 자국 경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거대 야당의 주도하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정되고 있다. 과연 국가 경제와 에너지안보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 지리적, 환경적 특성상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다.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석탄발전은 경제성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을 무작정 줄이는 것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지나치게 정치적·이념적이거나 급진적 변화는 절대 금물이다. 에너지빈국에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에 민감한 한국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국내의 현실을 모두 고려한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발전시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 석탄발전도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야말로 경제와 환경, 에너지 안보를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율의 정치 칼럼]‘체포’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체포됐다.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의 발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수도 방위 사령관, 방첩 사령관 등 구속된 장성들의 증언이나, 역시 구속된 경찰 고위 간부들의 말을 들어 보면, 과연 '경고'를 위한 계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경찰, 그리고 군 장성들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군 장성들과 경찰 고위 간부들의 증언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기는 무리라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 측 변호인들의 주장이 지금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속성상, 하나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체포된 이후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묵비권 행사는,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추론해 보자면,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공수처는 내란혐의를 수사할 수 없는 존재인데, 현재 자신을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체포 영장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대통령 측은 가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조사에 응하면 체포 영장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윤 대통령 측의 생각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공수처가 내란혐의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은 맞는 얘기고,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곳이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의 체포 영장에 대한 이의 제기는 서부 지법에 의해 기각당했고, 국회에 출석한 법원행정처장 역시 법적 차원에서 영장은 유효하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공수처의 영장이 불법·무효라고 마냥 주장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은 아닐 수 있지만, '편법'일 수는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려 한다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한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고, 해당 사안은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아주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이견 혹은 이의'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오해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행동을 하게 되면, 이는 음모론으로 발전하기 아주 쉽다. 음모론이 횡행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균열 구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이런 틈을 타 음모론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자신들이 수사를 하겠다고 '자청'한 공수처다. 다수의 국민은 공수처에게 무슨 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공수처가 무리하지 말고, 법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해당 사안을 처리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쪽은 슬퍼하고 한쪽은 기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고,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 반복돼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한마디로, 좋아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영을 바라보지 말고,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절실하다. 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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