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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업계 무관심 속 출범하는 대체거래소

“솔직히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잘 운영될지도 모르겠고요." 다음 달 출범을 앞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의 향후 전망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에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체거래소를 향한 증권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다음 달 4일부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정기거래소인 한국거래소(KRX)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 등 2개 거래소가 운영된다. 대체거래소가 도입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다. 퇴근 후에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주식 시장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임에도 업계는 ATS 담당팀 외에는 생각보다 무관심하다. 대체거래소 준비 초기 단계에 넥스트레이드가 전체 증권사에 ATS 참여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체거래소 거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 구축에도 증권사들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주최 열린토론회에서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으로 시장이 경쟁하다보면 전체적인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넥스트레이드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크게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보니 홍보도 많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체거래소가 왜 필요한 거냐", “오히려 주식 매매할 때 손해보는 것 아니냐" 등 우려하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심지어 부산에서는 한 시민연대가 “대체거래소로 거래가 몰리면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와 부산의 금융중심지로서의 지위, 역할, 비중이 감소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체거래소 운영도 초기 단계에서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혼란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당장 주말만 지나고 나면 대체거래소에서 주식 거래가 시작된다. 새 제도가 시장에 빠르게 녹아드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해서다.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무관심이 아닌 업계의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해 본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이상호 칼럼] 트럼프의 이유 있는 폭주와 유럽의 한심한 대응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는 외교·안보 정책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신속 종결이다. 이에 미국은 유럽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큰 틀에서 종전 합의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재자이며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인 무모한 전쟁광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받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젤렌스키에게는 충격적인 발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러시아와의 종전을 서두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군사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유럽보다는 인·태 지역이 미래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곳으로 무서운 중국의 질주를 막지 못하면 미국이 패권을 상실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란 인식이다. 미국은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줄이지 않으면 미국의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냉전 이후 유럽이 국방비를 삭감하고 미국에 의존해 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주유럽 미군이 10만 명에 달하는데 유럽 국가 대부분은 GDP 대비 2% 미만의 국방비를 지출하다 보니 10만 명 이상 상비군을 운영하는 나라가 몇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최대 규모 전쟁이고 만약 우크라이나가 점령되면 유럽이 다음 전쟁터가 되는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력 개선 노력을 미루고 있다. 더군다나 유럽이 종전 이후 평화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대안을 놓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런 무책임한 유럽의 태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국방비를 5% 이상 올리라는 요구를 하며 윽박지르고 있다. 유럽의 이기적인 판단이 큰 비극을 초래한 과거가 있다. 1991년 발생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유럽의 치부를 잘 드러낸 사례다. 특히 1995년 7월 보스니아 도시인 스레브레니차에서 발생한 세르비아의 대학살극으로 8,000명의 남자 성인과 어린이가 살해되었지만, 유럽은 나치 독일 수준의 인종청소가 재현되는 걸 막지 못했다. 이후 1998년에 발생한 코소보 전쟁에도 유럽은 계속 무기력했다. 당장 이익이 없다 보니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언동이 일견 폭주로 보일 수 있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유럽이 이런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크다는 사실이다. 덴마크, 폴란드 정보기관 등이 향후 수년 내 러시아가 유럽을 침공할 것이란 관측을 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유럽의 선두 주자인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 탈원전 등 파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경제가 망가졌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도 인기영합주의 마약을 끊기 어려워한다. 지금까지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나 시급히 국방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유럽은 한국산 무기를 구입하지 말고, 유럽산을 사야 한다며 이 급한 와중에도 자기 밥통을 지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의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에 실망이 크다. 비록 버틴다지만, 유럽은 결국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호

[EE칼럼] 동해안권 광역 수소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자

귀금속 취급점들은 서울 탑골 공원 주변 종로3가, 전자제품은 용산, 한약재는 경동시장 등 특정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이나 기업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집적지, 즉 클러스터(cluster)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함께 모여있으면 상대적으로 고객 유치나 원자재·인력 수급 등에 유리하기에 클러스터는 보통 자연 발생적일 수 있다. 한편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클러스터를 특정 지역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기업과 관련 시설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집단으로 정의하면서, 이들이 지역 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 경제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특정 산업, 특히 제조업 전후방 연관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클러스터'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들이 유행을 탔던 시기도 있었다. 보다 최근에는 전통적 제조업 대신 첨단 기술 기반 신산업이 경제 성장의 주된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혁신클러스터'가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혁신클러스터는 연구소, 스타트업, 벤처 캐피털, 대기업, 대학, 정부 기관 등이 특정 지역에 집적, 긴밀하게 연결, 기술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클러스터를 말한다. 산업클러스터가 주로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중점을 두었다면, 혁신클러스터는 연구개발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혁신'에 무게 중심이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메타), 테슬라, 인텔,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최첨단 혁신기업들이 집적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부, '실리콘밸리'가 바로 이런 혁신클러스터의 표본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이후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제이, 제삼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 기술혁신 기반 에너지 신산업인 수소산업도 동참하고 있다. 가령 일본은 2020년 야마나시현에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를 구축했으며, 미국은 2023년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총 17개주에 걸쳐 7개의 수소허브를 지정, 총 7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도 권역별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연계 또는 기존 지역 산업 연계 수소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소 혁신클러스터 조성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혁신클러스터 조성 의지를 밝혔다. 그 후속 조치로 지자체 공모를 통해 '강원 동해·삼척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와 '경북 포항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선정하였다. 또한 2020년 제정된 수소경제법을 통해 '수소특화단지'라는 명칭으로 수소 혁신클러스터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였다. 여기서 수소특화단지는 수소기업과 지원시설의 집적화, 또는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수소차·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히 지정하는 단지를 의미한다. 이미 선정된 두 곳의 클러스터도 여기에 해당하여 2024년 수소특화단지로 재지정되면서 총사업비 5천억 원을 투입, 2028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흥미롭게도 이 두 곳의 수소특화단지가 모두 태백산맥 넘어 동해안을 낀 강원 영서와 경북 일부 지역을 아우르는 동해안 경제권역에 있다. 또한 두 수소특화단지를 연결한 선의 중앙에는 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작년에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 낙찰된 삼척의 남부발전 빛드림 발전본부 1호기와 그린 암모니아 수입 터미널이 조만간 가동될 예정이다. 나아가 포항에는 수소환원제철용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포스코가, 연결한 선을 남쪽으로 연장하면 한수원의 월성 원전 지역과 함께 울산 석유화학단지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또한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부산에서 동해·삼척까지 편도 2시간대에 주파가 가능한 KTX 동해선도 개통되어, 혁신 활동에 필수적인 활발한 인적교류가 가능해졌다. 동해안 경제권역과 같이 제한된 지역 내에 수소특화단지를 포함한 다양한 수소 생산·유통·활용 혁신기업과 관련 시설이 지리적으로 인접된 곳은 적어도 국내에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을 묶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기술혁신과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적으로 파편화된 혁신클러스터를 연계, 새로운 광역 수소 혁신클러스터로 창발(創發)시킬 수 있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기자의 눈]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 환경이 을씨년스럽다. 글로벌 '관세전쟁' 눈치를 보느라 수출 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이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내려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 상황까지 불안하다. 이럴 때 고용을 창출하고 달러를 벌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의 '묻지마 파업'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대제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장폐쇄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조가 1인당 4500만원씩 성과급을 달라고 막무가내로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7983억원)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전망도 어둡다. 중국·일본 업체들은 저가에 물량을 쏟아내고 미국은 관세장벽을 쌓고 있다. 사측은 수백억원 적자를 감수하고 1인당 2650만원씩 성과급을 준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쟁의행위로 화답했다. 야심차게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GGM 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올해 들어서만 4차례 파업을 벌였다. '노사 상생' 기치를 걸고 출범한 지역상생형 일자리모델이지만 취지가 무색해졌다. 민주노총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올해 계획을 수립하며 '예고 파업'이라는 황당한 목표를 제시했다. 6월에는 최저임금 투쟁, 7월에는 사회대개혁 쟁취 총파업을 벌인다는 식이다. 노동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파업이 일상이 돼버린 순간이다. 노조가 생떼를 부리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는가 하면 사장실에 무단 침입해 물건을 부수는 등 법·질서도 안중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단체행동을 시작하며 '생산 차질이 목표'라는 기치를 내걸어 논란이 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 38.7일로 영국(18일), 미국(7.2일), 일본(0.2일) 등을 압도했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 이미 제조업체들은 줄줄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거대 권력으로 부상한 노조 기득권이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사이 우리 자식들의 일자리는 계속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 경제 구조개혁을 위해 노동시장 비효율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한은 총재 목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남극으로 향하는 뱃길,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대서양에는 여러 섬이 있다. 대서양의 가장 북쪽에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가 있으며, 남쪽에는 포클랜드섬 등이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South Georgia and the South Sandwich Islands)는, 사우스조지아 섬과 11개의 화산섬인 사우스샌드위치 제도로 구성되어 남극 가까운 남대서양에 있다. 사우스조지아 섬은 대부분 빙하로 덮여 있고,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에는 많은 활화산이 있다. 이 화산섬들은 무인도이지만, 사우스조지아 섬에는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다. 이 섬들은 영국이 실효 지배하는 영토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남극을 제외한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의 섬에 포함된다. 사우스조지아 섬은 1675년 런던의 상인이자 탐험가인 안토니오 라 데 로치(Antonio La De Rochi)가 처음 발견하였다고 추정되며, 1775년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은 남대서양을 탐사하면서 이 섬에 상륙하여 당시 영국 왕이었던 조지 3세의 이름으로 '조지아 섬'이라고 명명하였다.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중 남쪽 8개 섬도 제임스 쿡이 발견하였는데, 나머지 북쪽 3개 섬은 1819년 러시아의 탐험가인 파비안 고틀리프 폰 벨링스하우젠(Фаддей Фаддеевич Беллинсгаузен)이 발견하였다. 1904년 사우스조지아 섬에 카를 안톤 라르센(Carl Anton Larsen)이 포경 시설을 설치하면서, 그리트비켄(Gritviken)이라는 정착지가 형성되었다. 1913년 10월 8일에 남극권에서 최초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알려진 솔베이 군비에르그 야콥센(Solveig Gunbjørg Jacobsen, 1913~1996)도 바로 이 섬에서 태어났다. 1908년 영국 정부는 사우스조지아와 사우스샌드위치 제도를 합병하면서 1985년까지 포클랜드 제도와 함께 관리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별도의 영국 '해외 영토(Overseas Territory)'가 되었다. 영국 정부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정부에 이 섬에 관한 영국의 관리를 서한으로 알렸으나 별 반응은 없었다. 이후 이 섬들의 인근 해상에 매장된 석유 자원과 남극으로 향하는 전진 기지로서의 위치가 원인이 되어, 아르헨티나는 1927년 사우스조지아 섬 그리고 1938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아르헨티나는 1904년 노르웨이 포경업자들이 아르헨티나 본토에 포경회사 '콤파베라 아르헨티나 데 페스카(CAP)'를 세운 후 이 섬에 정착지를 설립한 점과 1905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기상 관측소를 세운 점을 근거로, 최초 거주자가 아르헨티나인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이 문제가 영국과의 법적 분쟁이나 외교적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1940~50년대에 이 섬에 관한 분쟁이 네 차례나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 직전까지 갔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반대로 실제 재판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1980년대 포클랜드 전쟁으로 무력 충돌에 이르렀는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1976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에 군대를 파견하였고, 1982년에는 이 섬보다 크고 아르헨티나 본토에 가까운 포클랜드섬을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75일간의 교전 끝에 아르헨티나 군대가 항복하면서 이 전쟁은 종결되었으나,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이 전쟁의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분쟁은 현재까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영국과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하였는데, 2016년 CLCS가 영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자 아르헨티나는 항소하였다. 이 섬은 파마나 운하의 개통 이전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주요 뱃길이 마젤란 해협이었던 시절, 그리고 포경 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계절에 따라 인구가 1,000명을 넘어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포경 산업이 쇠퇴하면서 거주 인구가 감소하였다. 현재 사우스조지아 섬에는 영국의 남극 해양 기지가 세워져 있으며, 공무원과 남극 연구원 등을 포함하여 약 30명 정도만 거주하고 있다. 최근 대서양의 그린란드에 대한 큰 관심이 다른 섬들에도 번지고 있는데, 과학기술과 국제사회의 변화로 이러한 섬들의 역할과 관심은 파도처럼 달라지곤 한다. 북극항로와 북극해의 활용에 연결된 그린란드, 그리고 남극 대륙에 연결된 여러 섬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상황들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도 많다. 만약 북극항로의 활용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된다면, 울릉도와 독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약 350킬로미터 정도 남쪽의 해양에 있는 이어도에 관한 사회의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봉철

[EE칼럼] 동해 대왕고래 사업 다시 보기; 에너지 안보의 함정

작년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을 발표하였다. 과학적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현재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쓸 수 매장량이란다. 산자부 장관은 해당 광구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로 추정했다. 오랜 자원 곤궁의 한계를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치권이 에너지 자원개발 성공 앞장서는 행태는 앞날이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의 석유-가스 발견 공표는 총선 참패와 지지율 하락에 즈음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후속대책과 관련 정책(안) 신뢰성에 한계를 준다. 따지고 보면 이번이 대통령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이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병을 보이면서 우리 미래 희망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육지 시추공에 스며든 경유를 원유를 오인해 벌어진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소동이었다.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90년대 포항 영일만 해상석유 시추 성공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1998년부터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최초 상업적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한 동해 가스전 추진 계기를 마련하였다. 2005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참여는 두 번째 정치권 개입 논란이다. 러시아 가스의 북한 경유 방안의 하나로 사할린 유전투자가 내밀하게 검토되었다. 충분한 물량학보로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의 경제성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금(620만 달러) 떼일 위험 논란으로 정치문제가 되었고, 특검 등을 거쳐 하릴없이 종결되었다. 에너지개발 부문 정치실패의 전형이랄 수 있다. 고위험ㆍ고수익 특성을 가진 석유-가스산업의 투자전략은 생산부문에서의 '규모의 경제' 구현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활용 가능한 지구 부존량 전체인 자원량(Resources)과 그 부존 상태가 알려지고, 경제성 있는 매장량(Reserves)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왕고래 지역은 완전한 매장량 검색 이전이지만 물리탐사를 통한 추론이 가능한 가상적/투기적 자원 범주에 있다. 어중간한 회색지대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추 등 경제성 평가 조치강화로 매장량으로의 전환이 긴요하다. 이것이 관련 정책의 요체이다. 우리 정부 대응정책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이 '대왕고래 관련 사업들이 모두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5월쯤 추가 경제성 공개가 가능하다고 단언하였다. 이번 1차 시추는 경제성 불충분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의 경제성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작년 우리 국회는 대왕고래 관련 예산 497억 대부분을 삭감하였다. 불명확한 경제성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해외민간투자 유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투자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부존자원의 공공재적 가치와 정부 개입 강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실패와 관료 이기주의 위험도 엄존한다. 민간에 대한 공공지원 수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아직은 대안 간의 상호비교나 선택 기준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효율적 동해 석유-가스 사업의 추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다지'라는 우리 말의 뿌리를 생각하는 것도 좋다. 조선 말기 개화기에 외국인 주된 투자처는 운산(雲山) 등지에서의 금(金) 광산이었다. 발견된 자연산 황금을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말라는 '노-터치(No Touch)라는 언급이 '노다지'로 바뀌었다 한다. 혹시 지금 대왕고래 사업에 관여자들은 자신만의 '노다지'를 키우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성공불(成功拂) 융자'제도를 활용한 자원개발 성과의 엄정한 평가'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성공불 융자는 자원개발과 같은 투자위험이 큰 사업에 대해 정부가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금융과 달리 사업이 실패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한다, 물론 성공하면 원리금에다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한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자원 안정확보 차원에서 1984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탐사·시추비를 대상으로 하며, 15년 이내(거치 포함), 탐사사업비의 80% 이내(석유공사는 100%)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성공불 융자 대상선정의 도덕적 해이 및 특별 부담금의 과소 징수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 되었다. 당연히 보완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번 대왕고래 사업은 우리 에너지-자원 독자 개발능력에 대한 중요한 평가 계기이다. 안전공급을 대가로 성공불 융자 등 국민부담을 강요하고, 집단 이기주의 대책수용을 강요하는 정책실패 방지책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참에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원전사업 검증도 병행하면 더 좋다. 신재생을 '정의로운' 대안으로 강요하면서 막대한 정부 지원을 수명 기간 내내 지속 강요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보완이 바로 그것이다. 원전의 경우 단기 발전원가의 이점만을 강조하면서 비싼 건설단가, 지금 계산이 불가능한 핵연료처리비용, 기술자립의 한계에 따른 대외 종속비용 등에 대한 전-후방 분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판에 우리 국회는 '전력망 확충법', '고준위 방폐장 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민부담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정치권 조치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에너지 안보 정책의 한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관련 전문가로 편하게만 지내온 필자의 어눌한 부끄러움은 어이할꼬? . 최기련

한국광업협회 회장에 한창희 전 부회장 취임

한국광업협회 제31대 회장으로 한창희 광업협회 전 부회장이 취임했다. 광업협회는 오는 25일 서울 종로 아미드호텔에서 제30대·31대회장 이·취임식을 가졌다. 한창희 광업협회 신임회장은 삼보광업 대표이사이며 지난 2019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광업협회 부회장을 맡은 광업계 베테랑이다. 광업협회는 국내 광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협회다. 한 신임회장은 “광업인의 권익 강화와 광업계에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및 유관 단체와 적극 협력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협회의 위상 제고 및 광업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주대영

신임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주대영(59·사진) 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사무차장이 임명됐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주 신임 이사장은 1994년 환경부에서 근무를 시작해 기획재정담당관, 감사관 등을 거쳤고, 국립환경인력개발원 원장, 환경부 정책기획관, 대구지방환경청장, 환경부 대변인 등을 지냈다.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탄녹위 사무차장으로 일했다. 주 신임 이사장은 경기 포천 출신으로 의정부고,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KDI국제정책대학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기는 2028년 2월 27일까지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이슈&인사이트] 우리 경제의 위험신호, 한계기업 비중 증가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트럼프 경제정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바이든 정부 시절 기업에 약속했던 보조금의 폐지, 축소를 넘어, 보편관세 부과를 언급하더니 이제는 부가가치세를 무역장벽 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려는 생경한 무역 정책은 다른 국가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역장벽을 피해 왔지만, 트럼프 정부가 과거의 자유무역협정을 고려해 줄지 미지수이다. 사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현 정부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되었고 트럼프 2기 정부에 들어 정점을 향하고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의 대미교역 여건은 점차 악화되었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되었듯이,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이 위기상황이다. 이미 일부 공장들은 가동률을 낮추거나 셧다운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국내산업을 고사위기로 몰아넣을 위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 국내 상품의 경쟁력 상실 등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보니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이 약해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가 바로 한계기업의 증가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모든 한계기업이 부실기업은 아니지만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26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3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 19.5%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G5 국가와 비교해 보면 2023년 3분기 기준 대한민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미국 25.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증가속도를 살펴보면 2016년 7.2%에 불과한 한계기업 비중이 2023년 3분기 19.5%로 12.3%포인트 증가했다. G5 국가와 비교하면 같은 기간 15.8%포인트 증가한 미국이 다음으로 증가폭도 크다. 특이한 점은 G5국가는 2016~2024년 3분기 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한계기업 비중이 줄어든 경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감소한 경우가 없다. 미국보다 한계기업 비중, 증가속도가 낮아서 다행일까? 미국은 세계의 위험자본이 몰리는 아주 예외적인 시장이다. 이 위험자본들은 적자기업이라도 미래가 유망해 투자가치가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하여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나라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도 대박의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익은 못내고 부채만 늘어가는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론 높게 나타난다. 그럼 우리나라도 그럴까? 우리나라는 작은 내수시장과 과도한 기업 규제로 미국과 같이 많은 모험자본의 유입될 환경이 되지 못한다. 우리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외면하고 미국 주식사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의 한계기업 비중 증가는 우리 경제를 버티는 기존 기업들이 점점 병들어 가고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치적, 경제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 경기도 더 좋아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한계기업 비중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언젠가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정말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정치는 타협을 모르고 국민도 분열되어 있으니 경제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할 것으로 믿는다. 유정주

[김성우 칼럼] 슬기로운 국제 감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최근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과연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이다. 사실 이 질문은 감축 주체에게 물어봐야 한다. 마침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산업계 전망을 발표했다. 국내 산업계는 산업 부문 NDC 달성 가능성을 38.6%로 내다 봤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NDC는 파리협정 당사국별로 스스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국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응답 기업들이 꼽은 달성이 힘든 이유는 전환 어려움, 개선 지연, 경영 위축, 기술 부족 등이다. 감축 투자를 하기에는 경제가 어렵고, 감축을 말자니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이러한 진퇴양란의 현실에서, 국제탄소시장이 출범해 비교적 싸게 감축하면서 투자 수익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말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9")에서 합의된 국제탄소시장(파리협정 제6조) 상세이행규칙은 국제감축의 기반이 되는 유의미한 성과로 2025년부터 사업 발굴 및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인데, 내용이 복잡하다 보니 의미만큼 상세히 알려지진 못했다. 국제감축이란 A국가가 B국가내 감축사업에 투자해 그 감축실적을 배출권으로 확보한 후 이를 A국가와 B국가간 나누어 가짐으로서, 각 국가의 감축목표 달성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국이 캄보디아에 작은 수력발전소에 투자하고 그 배출권을 양 국이 나누어 소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을 발급하고 거래하고 사용하는 글로벌 기준이 필요한데, COP29에서 이 기준을 마침내 합의한 것이다. 유연하게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국가나 UN기반 고품질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은 파리협정 제6조의 합의를 기다려 왔다. 2021년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기본지침이 타결된 이후 세부 이행규칙에 대한 온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COP29합의로 국제감축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된 것은 의미가 크다. 파리협정 제6조는 양 국가간 협의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2조에 의한 국제감축과 UN주도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4조에 의한 국제감축으로 대별되는데, 금번 합의로 국가간 협력사업(제6.2조)의 세부절차가 구조적으로 완성되고, UN주도 메커니즘(제6.4조)에 대한 운영표준이 확립됨에 따라 국제탄소시장의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발빠른 일본, 스위스, 싱가폴 등은 이미 제 6.2조에 따라 개도국의 국제감축 사업을 선점해 사업 등록을 시작했고, 제6.4조에 따른 국제감축 사업도 빠르면 올해부터 등록이 시작되고 내년부터 배출권이 발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상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2.8%가 국제감축 부문(3,750만 CO2 ton)으로 계획되어 있으므로, 파리협정 제6조 합의로 인한 영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 확정되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는 국제감축을 얼마나 수용할지 결정되어야 하고, 2035년 NDC 설정시에도 국제감축의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국제감축실적을 한국 탄소시장에 공급하고 싶은 해외 기업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탄소시장 본격화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선점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탄소가격의 변동 추이 및 거래 활성화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기업의 탄소배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그린워싱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한국 배출권거래제에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배출권 확보를 원하는 기업은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한 국제탄소시장 활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결국은 한국내 탄소가격과 국제감축 공급가격의 차이가 기업 투자의 주요 동인일 것인 바, 공급가격이 낮고 배출권 이외의 수익이 안정적인 사업 선점이 필요하다. COP29 직후 아세안(ASEAN)은 역내 탄소시장 활성화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3조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아세안이 하나의 주체로 뭉쳐 공동으로 국제감축을 추진함으로서 협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 협상의 상대방인 한국의 경우 국내 탄소시장을 10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이제 출범하는 국제탄소시장을 슬기롭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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