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는 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처럼,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사, 아니 어쩌면 '회원사의 오너'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할 뿐,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가 꼭 개구리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경영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입장을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대한상의에 들려주고 싶은 사자성어와 속담, 우화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이끼만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솝 우화도 떠오른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여우와 비슷하다. 개구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결국 '루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는 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 규제는 '폭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당장은 쓴 약과 같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과 경제 전체에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의 인내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을 생각한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게 어디있나. “이봐, 해봤어"라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교각살우'로 '소'를 들어 비유한 대한상의에게 이왕이면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더 좋을 거 같다는 제안을 해본다. 만리 길을 위한 한 걸음을 걷자.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