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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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개굴’거리는 대한상의…지배구조 개혁이 두려운가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는 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처럼,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사, 아니 어쩌면 '회원사의 오너'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할 뿐,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가 꼭 개구리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경영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입장을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대한상의에 들려주고 싶은 사자성어와 속담, 우화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이끼만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솝 우화도 떠오른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여우와 비슷하다. 개구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결국 '루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는 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 규제는 '폭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당장은 쓴 약과 같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과 경제 전체에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의 인내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을 생각한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게 어디있나. “이봐, 해봤어"라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교각살우'로 '소'를 들어 비유한 대한상의에게 이왕이면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더 좋을 거 같다는 제안을 해본다. 만리 길을 위한 한 걸음을 걷자.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오명이 된 밸류업 지수

“밸류없, 밸류 다운 지수…" 최근 시장에서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달 24일 밸류업 지수가 공개된 이후 시장에서는 혹평을 내놓고, 거래소는 해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가치 제고 종목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KT'가 빠지고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특례로 편입되면서 기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SM엔터, 두산밥캣도 편입됐다. 경영권 이슈나 인수·합병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고려할 여력이 제한적인데 포함된 것도 거래소의 시장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도 발 빠르게 '밸류업 지수 편입 부적합 명단'을 내놓았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 중 55개 종목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진행했고, 24개의 종목을 부적합하다고 봤다. 개별 지배구조 및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지 못했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도 기술적으로 편입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시장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B증권은 지난달 30일 '밸류업 미편입 금융주, 주가 하락은 기회'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내고 밸류업 편입 실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강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자본 비율을 개선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KB금융은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14.04%나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거래소는 지수 공개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 연내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조기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밸류업 지수 시장의 실망감, 지적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일은 벌어졌고,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지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은 중장기적인 우리 증시의 목표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기업의 특성, 지배구조, 기업가치 제고 현황 등을 세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 지수가 이름과 같이 평가 받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기자의 눈] ‘티메프 규제’, 이커머스 생태계도 고려해야

“규제는 한 번 생기면 없애기 힘들잖아요.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려도 큽니다." 대규모 정산 지연사태를 촉발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규제가 조만간 가시화될 조짐에 이커머스업체 한 관계자의 우려 섞인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제2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만들어 판매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규제라는 게 특정기업을 넘어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산업 성장과 유망 스타트업의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허들(장애물)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개정안의 여론수렴 공청회를 열었다.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은 재화·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 정산기한 준수 및 대금 별도관리 의무 부여'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전자결제대행(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별도관리 의무 부과'와 'PG사 건전경영 유도를 위한 실질적 관리·감독 장치 마련'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는 아직 개정안의 △적용 대상 기준 △정산기한 △대금 별도관리 비율 등 세부사항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법 적용 기준을 '중개거래 수익'으로 할 것인지, '중개거래액 전체'로 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의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바라보는 이커머스업계는 '과잉규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시행될 규제가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앞서 티메프 사태 여파가 일파만파 확산되며 이커머스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당시에도 업계 한켠에선 섣부른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티메프 사태의 본질이 결국 티몬·위메프 두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초래된 것인만큼 향후 이커머스기업 재무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적 관점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산주기 규제에도 비판적이다. 정산주기 규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적용하는 경우로 일괄 규제 시 판매자 성장에 장기적으로는 방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업계 일각의 역효과 우려가 혼재하는 가운데 국민 여론은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규제가 만능이 되어선 안된다. 자칫 '빈대(티메프) 잡으려다 초가삼간(이커머스 생태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더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여야 ‘민생 상품권’ 경쟁, 소비자 편의는 뒷전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하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삼아 밀어부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하면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온누리상품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전통시장 등의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의 내년도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로 편성하고, 사용처도 확대하며 야당의 지역사랑상품권에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추석 연휴 전라남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시도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상품권 모두 사용이 불편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전통시장 밖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사용처의 연매출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제한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면서 사용처 제한이 빡빡해졌다. 결국 상품권을 사 놓고도 못 쓴 셈이다. 지역 온라인몰에서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 살펴보니, 사고 싶은 제품이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환불을 받으려 했더니 그것마저 불가했다. 다시 살펴보니 상품권 환불 유효기간이 일주일이었다. 서울에선 환불 기한이 이렇게까지 빡빡하진 않았는데 좀 너무하다 싶었다. 온누리상품권도 불편하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어시장에 방문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쓰겠다고 했더니, 가맹점 등록이 안 돼 있다며 차라리 신용카드로 결제하라는 말만 들었다. 또 다른 점포에선 지류만 취급한다고 해 모바일 상품권을 아예 사용할 수가 없었다. 쓰지도 못할 상품권, 할인율만 높으면 뭐 하나 싶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집계한 모바일·카드 온누리상품권 가맹시장별 월평균 매출에 따르면, 올해 매출 1위는 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관으로 55억원이었다. 이는 전국 1387개 온누리상품권 가맹시장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여야가 각자 밀고 있는 민생 상품권 어느 것도 민생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여야 모두 '민생 살리기' 법안이나 제도를 마련했다고 생색내기에 앞서 국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시급하다. 그래야 전통시장이 살고, 지역경제도 숨통이 틘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디딤펀드가 노후 준비의 ‘진짜’ 디딤돌이 되려면

금융투자협회가 '디딤펀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퇴직연금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펀드명이 우선 직관적이다. 국민의 노후 준비에 디딤돌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디딤펀드'로 이름 붙였다. 디딤펀드는 금투협의 지휘 아래 지난달 25일부터 자산운용사 25곳이 일제히 내놓은 펀드다. 퇴직연금을 주식, 채권 등 자산에 분산투자해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의 85% 이상이 초저위험군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다. 노후 자금인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심리가 작용해서다. 협회는 디딤펀드를 통해 원리금보장형에 담긴 자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옮겨 국민들이 자산을 증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디딤펀드의 콘셉트, 펀드 조건 등을 논의해왔다. 서유석 회장이 취임 당시 공약으로 디딤펀드를 제시했던 만큼 올해 협회의 핵심 사업이 될 전망이다. 디딤펀드라는 명칭도 서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딤펀드의 핵심은 안정성과 수익률이다. 운용사별로 대표펀드를 하나씩 출시했는데 상품별로 자산 배분 비중이 다르고 수익률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부 상품은 ETF를 활용해 투자하기도 하고 물가상승률에 연 3% 수익률을 추가로 보장하는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지녔다.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복리 효과를 내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기존에 디폴트옵션이 가능한 타깃데이트펀드(TDF)와의 차별성이 모호해서다. TDF 자체도 아직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딤펀드로의 투자자 유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TDF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사들조차도 사업 추진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데 협회에서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부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아울러 디딤펀드는 아직 디폴트옵션으로 승인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협회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하다. 협회에서 직접 운용사들에게 디딤펀드 간담회를 해줄 것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오는 7일부터 자산운용사들은 각사의 상품을 소개하는 디딤펀드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어떤 사업이든 시작하기 전에 의구심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상품의 퀄리티나 운영 방식 등이 좌우하게 된다. 업계에서 공들여 준비한 만큼 디딤펀드가 그저 그런 보통의 펀드로 남지 않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기자의 눈]엉터리 국감 자료에도 사과 않는 국회의원

국정감사(국감) 시즌이 왔다. 국회의원들이 국가 기관을 감사하고 문제점을 파헤쳐 바로잡는 시기다.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검사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 제출 또는 증인 출석·증언이나 의견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기회를 '정치쇼'로 이용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여야 간 정쟁만 거듭해 '국감 무용론'이 확산된지 오래다. 황당한 통계를 가져오거나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윽박만 질러 빈축을 사는 의원들도 있다. 전문성 없이 상임위원회에 배치돼 '사고'를 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올해 역시 시작도 전에 일이 터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율이 30% 미만이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는 90%가 넘었던 것이다. 일부 축사와 국가유산 시설 화재 점검 시행률이 0%대라는 등 강렬한 내용이 많아 다수 언론사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상태였다. 아쉬운 점은 박정현 의원 측 대응 방식이다. '정정보도요청'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 숫자 산정에 오류가 있었고 실제 90%를 넘는 것으로 확인해 이를 바로잡습니다"고 밝혔을 뿐이다. 다른 조치는 없었다. 의원실에 “업데이트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왜 '정정보도요청'이냐"고 묻자 “자료 제출이 잘못됐다"며 책임을 회피하느라 바빴다. 국감은 의원들이 형사이자 검사가 돼 피감 기관들을 감독하는 일이다. 건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의미가 아무리 퇴색됐다고 해도 의원들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이에 임해야 한다. 초선들이 국감을 하고 나서야 국회의원의 진정한 힘을 깨닫는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아리셀 공장 화재 등 굵직한 사건이 일어나 소방시설 점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있는 시기다. 통계 작성 등에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신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책임감도 보였어야 한다. 박정현 의원실의 '뭐 어쩌라고 행보' 탓에 아직도 온라인상에는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들이 남아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국민들이 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믿음 못주는 체코 원전 수주, 왜?

15년 만의 해외 원자력발전 수출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권과 업계, 국민들에게 강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 저가 수주 등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말끔하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직접 체코를 방문해 현지 대통령과 총리들을 만나고 '원전 동맹'을 구축하며 최종계약까지 자신했음에도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관련주들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줄곧 주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제기하는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업 수익률과 투자 금액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계약관계가 있지만 자신이 있다면 어느정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24조원'(4000억코루나)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국이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상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체 24조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자금조달 등 사업 리스크의 책임을 발주자인 체코가 지지 않고 공급자인 우리나라가 지게 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여기에 발주처인 체코가 미국과 프랑스의 공격으로부터 최종계약까지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와 최종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EDF는 한국의 제시 가격을 문제 삼는 건 물론이고 입찰 절차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신들의 기술을 가지고 한국이 우선협상을 했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시 특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계인증 외에 원전에 대한 특허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이슈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제거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전 수출의 경제성 분석을 보다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 리스크를 발주자가 부담하는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피로감

“아직 부산 이전 안했나요?"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강석훈 산은 회장과 노동조합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기사에 보인 누리꾼 반응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데,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낸 말일 것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됐으나, 마무리 관문인 산은법 개정이 국회에서 막히며 동력이 줄어든 상태다. 정치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법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부산 이전을 할 수 있다. 법 개정은 여당 측에서 밀어부치고 있는데 야당 측은 여기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이 더 심화돼 법 개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부 갈등도 여전하다. 산은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설치하고 인력을 부산으로 이동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의결할 것을 통보하자 산은 노조의 반발은 더 극심해졌다. 산은 노조는 이번 조직 개편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서울 여의도 산은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산은 노조는 현재 부산 이전과 관련해 행정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부산 이전이 쟁점화된 지 2년 이상이 지났지만 산은은 부산 이전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단순한 은행이 아닌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을 수행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가진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정작 산은의 정체성은 부산 이전 이슈에 묻히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대립과 노조와의 갈등, 직원 이탈,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인 모습이 비춰지며 산은의 혼란스러움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갈등이 지속될 수록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산은 부산 이전의 명분은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적 싸움과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고 당사자인 직원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는 많다. 서로의 이유 대 이유로만 충돌하면 지금의 상황은 해결될 수 없다. 산은의 발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치밀한 경쟁’ 보여줘야

신한은행이 이달 23일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 발표 직후 KB국민은행도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자 10월 말 예정인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책무구조도란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하는 문서다.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 3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하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당초 당국이 예고한 시기보다 한 달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권에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면 이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금융사들은 얼마나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지가 핵심성과지표(KPI)의 기준이 됐다. 결국 금융사 일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 중요사항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판매에만 혈안이 된 탓에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고객들이 금융사의 영업행위를 신뢰하지 않고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사들의 경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사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으로, 판매 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질적인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무구조도 경쟁처럼 어떻게 하면 더 고객을 보호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내부통제 문화를 어떻게 하면 견고하게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고객들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내부통제 강화라는 건강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금융사들이 목표로 하는 회사의 성장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절박함과 전향적인 자세, 그것이 곧 K-금융을 세계에 알리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장기 불황기 ESG 경영의 난제

“잘 나갔을 때 했던 구두 약속을 너무나도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꼭 지켜야 할까요?"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임원이 장기 불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난제라며 내놓은 질문이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이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ESG 경영은 최근 5년여 기간 동안 국내 재계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모집한 자금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하도록 한정한 ESG채권의 신규 발행 흐름만 보더라도 최근 5년여 동안 재계의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국내에서 발행된 ESG채권은 1조25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1년 86조7510억원으로 3년 만에 69배 이상 늘었다. 당시 국내 많은 기업들이 2040~2050년까지 현재의 화석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 하겠다는 내용의 과감한 약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등이 발생하면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희소성이 치솟고 반대로 당장 이를 대체하기 어려운 친환경 에너지 및 관련 프로젝트의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ESG 프로젝트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줄어드는 추세다. ESG채권 신규 발행은 2022년 57조4804억원, 지난해 75조5305억원으로 2021년 수준에 미달했다. 불황이 2~3년 동안 장기화되면서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호황이었던 2021년 이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 10여년 이상 약속 기간이 남았기에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불황이 향후 몇 년 동안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기업의 수익성과 ESG가 완전히 대립되는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하나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경우에 따라서 동시에 추구해야할 가치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수익성에서 눈을 돌린 ESG 정책은 결국 허무해질 수밖에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도입한 기업도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수익성을 포함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자리매김할 때 ESG의 가치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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