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탈석탄 보장 없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에너지전환 장애물 될라](http://www.ekn.kr/mnt/thum/202608/news-p.v1.20260810.3b2f3b9be73241018eb11ed13ea6ab73_T1.png)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의 당위성은 '탈석탄'에서 출발한다. 정부 목표대로 2040년 석탄발전이 사라지면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의 기존 사업 기반은 크게 쪼그라든다. 현재 이들이 보유한 석탄발전 설비만 32.1기가와트(GW)로 국내 전력생산의 약 30%를 맡고 있다. 공공은 탈석탄으로 석탄발전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잃게 된다. 이에 대비해 흩어진 발전사들의 투자 역량을 하나로 모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공공의 역할을 유지하자는 게 통합론의 핵심이다. 통합 이후 몸집은 막강하다. 5개사를 합치면 연매출 약 30조원, 정직원 1만3000여명, 발전설비 53GW를 보유한 국내 최대 발전사가 탄생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비용량 31.4GW를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공기업을 탄생시키는 전제인 2040년 탈석탄은 확실하게 보장돼 있지 않다. 지난 5월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에도 구체적인 석탄발전 폐쇄 시점은 담기지 않았다. 2040년 탈석탄은 현재 정부의 정책 목표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석탄 계획을 담더라도 정부 정책과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남는다. 최근 AI·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탈석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서 통합발전사의 딜레마가 생긴다. 통합의 명분은 석탄발전 소멸에 대비해 공공 발전의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작 석탄발전이 예상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석탄이라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그대로 가진 연매출 30조원짜리 공기업이 태양광, 해상풍력, 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시장에서 민간과 경쟁하게 된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통합이 오히려 민간을 전력시장에서 밀어내는 '공룡기업'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은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물론,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민간 자본과 사업자의 역할이 컸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공공의 책임과 함께 민간의 투자와 혁신 역량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남는다. 통합발전사는 과연 자신의 주력 자산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탈석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석탄을 내려놓는 것이 통합의 전제라면 그 전제부터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과 함께 구속력 있는 탈석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거대 통합발전사가 신규 발전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탈석탄 없는 발전공기업 통합은 에너지전환의 해법이 아니라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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