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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 원자력 전문가들의 만남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국가 산업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향후 투자 급증이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 AI의 확산으로 2030년에는 전력수요가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을 위해서라도 원자력 발전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의 후퇴는 원자력 관련학과를 진학하기를 주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7월 5일 경주고를 방문하여 진행한 '원자력 진로진학 멘토링'은 전국 15개 대학교 원자력 전공생들이 활동하는 원자력발전포럼 청년분과 활동 중 하나였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해증진을 위한 특강이다. 원자력 전공 대학생이 직접 나서 고등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할만한 전공의 장래성, 실제 대학에서의 경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원자력공학과' 하면 원자력 발전소만 알고 있었다. 이에 핵융합, 중성자 연구, 원자로 연구, 의료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특히 차세대 원자로로 각광받는 SMR 소형 모듈 원자로가 에너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소형 원전 연구 개발 소식을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SMR이 대형 원전에 비해 왜 안전한지 궁금해 했다. 소형 원전은 발전 용량의 축소, 냉각재의 자연 순환으로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함을 대형원전과 비교해 형태, 크기 계통 등을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또한 크기가 작은 만큼 대부분 사람들이 우려하는 방사능 유출 사고에도 대응 조치가 필요한 구역을 나누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범위가 작다는 점, 지역 단위로 분산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원자력 발전은 자원을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멘토링을 통해 미래 인재들이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 어떤 점이 장점이고, 단점인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또한 멘토링을 진행하며 원자력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왜 필요한 지 느꼈다. 질의응답 시간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오해하는 시각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매체에서의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원자력을 공부하는 공학도로서 국민들이 원자력을 보다 신뢰하고 기대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계속 고민해봐야겠다. 이를 계기로 진로를 고민하는 중·고등학생에게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멘토링 활동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정원웅 원자력발전포럼 청년분과 위원

[EE칼럼] 과유불급(過猶不及) 에너지 전문가

세계가 실질적인 에너지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관계 악화, 인플레이션, 다양한 '포플리즘' 등에 따른 것이란다. 신중한 국제기구들도 우려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적정 대처를 통한 긴축 위주 경제안정화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유럽 등지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시대상황적 특수요인도 가세한 것 같다. 전 세계 차원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의견은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진국 내지 선도 개도국들에게는 예상 외로 큰 부담초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요즈음 에너지위기의 발단은 2020년 '코로나'사태에 따라 인간과 물자의 이동 통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계 장애 현상에서 유발된 측면이 크다. 2차 대전 이후 인류공영의 기반인 개방형 자유무역체제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공급 장애가 심화되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러시아 규제조치 강화로 동-서 냉전체제 복원 우려마저 있다. 지난 50년 이상 인류복지 증진의 밑바탕인 '호혜적 경제협력체제' 붕괴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는 생존의 기반으로 공공 필수재(財)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장경쟁대상이다. 여기다 정부의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시장왜곡이 빈번하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 불확실성 고조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해외공급 불안이나 물량부족 걱정 보다 미래예측 혼돈과 한계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이 축적되고 나아가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장기 전력수급계획이다. 거의 2년 단위로 수정-변동되고 있어 미래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다 청정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른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정 논리근거 구성이 어려운 상태이다. 따라서 전력계획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공공계획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존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전력수급구조 급변이 심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정권에 따라 각기 신재생과 원전을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 예컨대 석탄발전 효율성에 주목해온 보수정권에서는 전력사업 확대와 기술혁신에 따라 원전 확대를 지속하였다. 그 후 문재인 진보 정부에서는 탄소 중립정책의 실행 수단으로 신재생 중시 전력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원전부흥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0조 이상의 한전 적자에도 지속된다. 결국 갚아야 할 공기업 적자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도 변함없다. 석유제품과 천연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석유 관련세금 징수유예로 국제유가변화 압력을 상쇄하는 동시에 민수용 천연가스비용을 한국가스공사 부담으로 전가하는 시장개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정책으로 호도하는 가운데, 정부실패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초당적 추진된 원전 확대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민간의 원전참여 확대를 위해 정부는 사업여건 조성지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형 시장경제체제에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5% 수준이다. 이에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에너지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성과 사명의식으로 무장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진다. 지금도 전력수급계획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문적 의견과 견해들은 진짜 쓸 만한 것일까? 한마디로 너무 많아서 가치충돌로 판단불능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전문 분야가 융합하는 에너지 문제 특성 때문이다.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논리의 특성이기도 한다. '학제적 특성'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그 정체성(Identity)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혼란이 많다. 그 개념의 정의(定義)와 범주(範疇)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공과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의적으로 에너지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 시장의 진입이 너무 쉽다. 그리고 그 퇴출경로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신규인력 진입도 기득권 보호 수준에서 이루어져 시장수요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진다. 한마디로 쓸 만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더욱이 자칭(?) 전문가들이 진짜 전문가를 밀어내기도 한다. 구축(驅逐; Crowding-Out)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 에너지 전문가시장은 '정도(正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논어(論語)의 경구(警句)를 생각하게 한다. 최기련

[EE칼럼] 자발적 탄소시장과 기후테크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규제 대상 법인 및 사업장에 연간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혹은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사업장은 잉여 또는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물론 규제를 받지 않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외부감축사업도 있지만 이는 규제적 탄소시장의 보완적 장치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없어도 탄소배출 감축과 그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주로 미국, 유럽, 싱가포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같은 시점에 동일한 가격이 책정되는 규제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과 달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탄소감축기술이나 방법, 감축활동 지역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삼림조성이나 생태계 복원과 같은 활동에서 비롯된 배출권이 산업용 불소가스의 포집 및 파괴에서 비롯된 배출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또한 아프리카나 남미의 최빈국의 지속가능개발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배출권이 중국, 인도 등 선발 개도국에서 발생한 배출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배출권의 구매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과 가치에 따라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배출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Story)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국내 증권사에서 탄소시장 전문팀을 신설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싱가포르 등에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0억 달러 수준이던 시장규모가 2023년에 표준 및 신뢰 문제로 답보했다. 게다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기업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목되어 규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이 톤당 200달러 이상의 매우 높은 가격으로 삼림복원이나 농업분야 감축 프로젝트와 더불어 혁신적인 신기술, 즉 기후테크에서 발생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미래 신기술의 실증 및 확대 측면에서 구매했다. 예를 들면, 공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제거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구매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 경제성은 없다. 하지만 미래 신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며,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없으면 누가 대규모의 비용을 써서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겠으며, 또한 누가 탄소배출권을 굳이 구매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미래를 이끌 수는 없다. 빅테크 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시장 자체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의 거래소나 방법론을 그대로 복사하는 형태가 되면 곤란하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후테크에서 비롯되는 탄소감축을 실증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표준화하여 국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용진

[EE칼럼]신규 재생에너지 설치 감소...RE100 기업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보급이나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 문제라는 것은 이제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다. 아직은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한국 재생에너지 없어도 너무 없다"..아마존 8조 투자 흔들', '미국도 탄소국경조정세? 공화당 의원까지 나서', '거세지는 RE100 요구...국내 차 부품사 계약 취소 잇달아' 등의 보도를 접할 수 있다. 정부도 수출 기업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할 수 있도록 2021년에 한전이 전기를 판매할 때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금 비싸게 팔 수 있는 '녹색프리미엄제'를 도입한 데 이어 RE100 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시장을 개설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한전이 중개 판매하는 '제3자PPA', 기업이 전력거래시장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직접전력거래제도'를 잇달아 시행하였다. 현재 국내 RE100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제와 REC 구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직접구매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기업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RE100시장에서 REC의 가격이 8만원대로 올라서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 REC'를 풀어 7만원대로 끌어내렸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다. 국가 REC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기준가격구매제도(FIT)의 적용 기간 동안 정부가 받는 재생에너지 인증서이다. 하지만 이런 대증처방은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문제는 기업의 전력 수요에 비해 재생에너지 전력의 생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현재 국내 36개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수요만 해도 연간 약 60TWh로 전체 전력생산량의 10%를 넘는다. 반면 2022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49TWh 수준이다. 미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부품회사들까지 하면 수요량은 더 늘어난다. 게다가 현재 6개 품목에 시범 적용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국경조정제도가 본격 확대할 경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의 필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매년 6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소박한 희망마저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한 것이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RPS 설비 통계를 보면 2021년 태양광과 풍력발전설비가 4GW 새로 설치된 것을 최고치로 2021년 3GW, 2022년 2.9GW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가 지난 지금 태양광과 풍력의 신규 발전설비는 1GW를 갓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올 연간 설치량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 및 환경정책 총괄 켄 헤이그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에는 굉장히 작은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 작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금도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AWS는 지난해 말 SKE&S와 6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설치하는 데이터 센터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에서 계획하고 있는 8조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는 재생에너지 공급 여부에 따라 다른 나라와 투자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부족한 재생에너지는 해외투자자를 떠나가게 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찾아 해외에 생산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에 대한 출력제어, 소규모 접속권 폐지, 경쟁입찰 도입 등 정부의 태양광 옥죄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하니 한국전력도 거들고 나섰다. 올들어 전국적으로 계통 부족을 내세운 발전사업 허가 유보가 급속하게 늘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수도권 이송을 내세워 대규모 송전망 확충을 추진하려 한다. 지역에서 배전망에 연결되는 소규모 태양광의 확충은 대규모 송전의 필요를 줄여준다는 것이 앞선 나라들의 경험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한전은 이참에 작지만 숫자만 많아 다루기 힘든 소규모 태양광의 진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해외투자의 유인, 한국 기업의 생산설비 국내 설치에 필수 요건이 재생에너지라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 이제 정부와 한전은 태양광 옥죄기에서 벗어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한 진입 장벽을 앞장서 허물 때가 되었다. 신동한

[EE칼럼] 여름 휴가철, 해양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 키우자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전국 곳곳 해수욕장들이 개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해변을 찾고 있다. 서해, 동해, 남해가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느니 만큼, 여름 휴가철에 아름다운 우리 바다를 찾는 것은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푸르른 바다의 이면에는 점점 심각해지는 해양 쓰레기 문제가 도사려 있다. 해양 쓰레기는 이미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매년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800만 톤이란 추정치는 2015년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게재된 연구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 수치에 대한 반박이 제기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해양대기연구소(IMAU: Institute for Marine and Atmospheric research Utrecht)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심해와 지표수 그리고 해변 등에서 조사된 플라스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육지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50만 톤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800만 톤과 50만 톤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IMAU 연구진 역시 해양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연간 4%씩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20년 이내 해양 내 플라스틱 양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해변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넘쳐나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는 단지 미관상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되돌려주는 부메랑이 된다. 관광객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병과 비닐봉지, 어업 활동 중 발생한 폐기물들은 바다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다거북이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고, 물고기들이 폐어구에 걸려 목숨을 잃는 장면은 슬프게도 이미 익숙한 장면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해양 자원이 고갈되면 어업 산업이 위축될 것이고, 이는 곧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물론 우리 정부 역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작년 4월, '해양쓰레기 수거를 넘어, 쓰레기 영향 제로(Zero)화 바다'를 목표로 내걸고, 연간 해양쓰레기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많아질 수 있도록 '해양쓰레기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해양 쓰레기의 수거 및 재활용을 촉진하고, 발생 원인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려지는 것 보다 수거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목표만으로 우리의 자연을 지키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은 물론,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을 위한 연구와 투자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종이 기반 포장재 등 친환경 대체재를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정부 역시 이런 소재들이 시장에서 보다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들로 뒷받침 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적인 협력을 계속해 가면서,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하고 적용 가능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스타트업인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The Great Bubble Barrier)는 강물 속에 기포로 벽을 만들어 쓰레기가 해양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개발한 바 있으며, 2013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 Cleanup)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서 2023년 7월까지 250톤에 이르는 해양폐기물을 수거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해양 쓰레기 문제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쓰레기는 반드시 스스로 수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해양 쓰레기 문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여름 휴가철, 아름다운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의 주체가 되어야겠다. 임은정

[김상호 칼럼] 하남시와 공무원 참사, 그리고 …

오는 9월15일이면 하남시 공직자였던 고(故) 이상훈 팀장이 작고한 지 1주기가 됩니다. 미사2동 행정민원팀 업무총괄 및 단체관리를 맡아온 이상훈 팀장은 업무와 관련해 특정단체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고, 유족 측은 관련자를 상대로 위계(속임수, 착각, 오인 등 유발)-강요-협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습니다. 하남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은 고 이상훈 팀장이 민원해결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란 관련자 진술을 공개했고, 고인 사망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우울증이 아닌 외부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하남경찰서는 아직도 사고 조사를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인사혁신처 역시 순직 심의 절차를 보류 중입니다. 공무원재해보상법상 고 이상훈 팀장 재해가 공무과정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고 고인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기를 진정 바랍니다. 고인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둔 성실하고 능력 있는 부부공무원이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하남시 공직자들은 고인에 대한 신뢰가 깊었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 공직을 이어가고 있는 고인의 부인과 자녀들의 회복과 치유, 그리고 행복을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최근 공직자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유난히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양주-남양주-의정부시 공무원 3명이 잇달아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들은 과중한 업무나 항의성 집단민원으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인들 명복을 빕니다.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시민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 행정은 시민요구에 더 민감하고 능동적인 부응이 요구됩니다. 적극행정이 필요합니다. 분명 공직사회는 시민을 위해 업무처리 자세나 방식에 개선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공직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불가능한 무한봉사를 원하는 일부 시민의 과도한 요구나 행동은 문제입니다. 이는 공무원 참사를 앞으로도 부추길 겁니다. 여기에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공직의 정도를 비트는 일부 정치인 태도 역시 참사의 도화선입니다. 공직자를 사지로 내몬 안타까운 사태 뒤에는 일부 시민의 비뚤어진 이기주의, 무책임하고 강압적인 정치인, 그리고 공직사회 경직성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제는 흔하고 낡아져버린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거버넌스는 '협치(協治)'라고 번역합니다. 어느 한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시민, 공직자, 정치인이 함께 공공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도시 거버넌스입니다. 이런 문제해결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공무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지방자치에서 올바른 협치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라도 이 길은 포기할 수 없는 길입니다. 6월22일에도 하남시 기간제공직자 한 분이 근무 중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단 하남시의 규정위반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 이후 뚝방길에 CCTV가 설치되고, 안전사고 대비를 위한 2인1조 근무로 바뀌었습니다. 하남시 거리를 가꾸기 위해 애쓰셨던 고인의 영면을 빕니다. 이번 사망사건도 원인이 무엇이든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 안전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우리 주변을 다시 한 번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민관 협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안전도시 구현과, 돌아가신 분들의 영면을 함께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원안위의 정치적 독립을 촉구한다

탈핵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 몫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자력계가 반발하고 있다. 양이원영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극렬 반원전 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실제로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 간다는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양이원영 전 의원을“탈핵 운동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삼척 신규 원전 유치에 반대했고 경주 방폐장 지질의 활성단층 문제를 처음 제기했으며, 월성 1호기 가동 연장에도 반대, 핵융합 연구 사업 등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했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 반원전의 상징으로 각인된 인물을 야당이 원안위 위원으로 추천한다고 하니, 원자력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탈원전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지난 총선 공약에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조기 퇴출만 포함했을 뿐 원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22대 야당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국회 주변 인사들의 전언도 있어, 원전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돋아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양이원영 전 의원을 원안위 위원으로 추천한다면, 야당의 탈원전 정책 기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이원영 전 의원은,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볼 때, 원안위 권한을 활용하여 반원전 활동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원전 인사가 장악한 원안위가 탈원전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한빛 4호기 원전을 지난 정부 5년 내내 멈춰 세웠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양당이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고받는 사실상 양당 체제다. 각 당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하나의 공약 묶음으로 만들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 유권자는 공약 묶음 안에 있는 개별 정책 모두에 찬성해서 선택하지는 않는다. 공약 묶음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선택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정책에 대해서는 선거 결과와 다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원전 정책이 대표적 예다.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도, 탈원전 정책 기조를 따르는 정당이 집권하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양당의 원전 정책이 극명하게 갈리면, 원전 정책은 탈원전과 복원전을 오가는 냉탕 온탕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은 70% 정도 내외에서 유지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일정 수준의 원전 비중이 유지되는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원하는 국민 여론과 달리, 원전 정책은 정권에 따라 급격히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문제는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은 5년, 10년마다 손바닥 뒤집듯 뒤바꿀 수 없는 장기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 수급 구조를 바꾸는 에너지전환은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에너지정책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체제의 각 당의 원전 정책 기조가 확연히 달라, 장기적 일관성은 고사하고 단기적 정책 안정성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원전과 복원전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원전 생태계 붕괴뿐만 아니라 에너지수급 위기를 초래할 위험성만 점점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희망이 있다. 원전 정책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가능성을 원전 정책에 침묵한 야당의 총선 공약집에서 찾을 수 있다. 야당의 지지층을 의식하여 탈원전 정책을 접을 수 없고, 전체 여론을 고려하여 탈원전을 내세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대한 정치적 처세가 침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치로부터 독립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셈법이 아닌 사실과 현실에 기초한 원전 정책과 규제의 길을 열어주면, 정권에 따라 냉탕 온탕을 반복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원안위는 정치적 독립이 아닌 정치적 중립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의 참여는 정치적 균형을 맞출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각 위원은 추천 정당의 정책 기조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정치적 종속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원안위 위원의 국회 추천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전의 안전 운영에 정치가 개입할 공간은 없다. 박주헌

[기고] 좀비기업 한전을 위한 변명

사실 한국전력의 경영위기는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려고 안간힘인 한전 사람들에게 매맞을 소리일지 모르나 처음 겪는 것도 아니다. 비근한 예로 한전은 2010년을 전후하여 내리 5년 동안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다. 누적 손실이 10조 원에 육박하였는데, 국제 자원시장의 슈퍼사이클로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하였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위기에 정부는 전기요금을 모두 8차례에 걸쳐 43% 올렸다. 한전 위기탈출의 결정적인 계기는 연료가격의 하락세였다. 국제 자원시장이 2012년을 정점으로 내리막 추세에 들어선 것이다. 덕분에 전기판매수익의 63%까지 치솟았던 연료비가 30%대로 뚝 떨어졌다. 전기요금은 오르고, 연료비가 절반으로 줄어 위기탈출은 식은 죽 먹기였다. 내친김에 한전은 2016년 글로벌 전력기업 1위에 선정되었고, 주가도 사상 최고인 6만 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그래서 47조 원의 영업적자도 때가 되면 지나갈 일이다. 지금 한전을 옥죄는 위기는 천수답 경영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다.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전력산업의 탈탄소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생에너지를 더욱 빠르게, 더욱 많이 보급해 석탄과 가스발전을 대신해야 한다. 문제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가 재생에너지의 핵심을 이룬다는 점이다. 한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한전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전력산업은 대규모 발전설비 중심의 중앙집중적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이 전력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선진적인 전력시장도 전통적인 대형 전력기업들이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 오래다. 한전이라고 전력산업의 환경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미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마 값싼 전기요금에 목매단 정부 덕에 근근이 버티고 있다 할까. 얼마 전부터 낙후한 전력시장을 손보겠다는 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의 손때로 이제는 손길만 닿아도 찢길듯한 상태라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력시장 선진화의 배경이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이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시장의 운영이나 전력계통의 안정에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혜택만 누린다고 한다. 그래서 질서 있는 태양광 확산을 위해 시장제도를 손보고 계통질서를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제도로는 우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사실상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를 입찰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도 '비중앙 유연성 서비스' 입찰시장을 도입하여 원인유발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계통질서를 위해서는 지난 6월 17일 계통관리변전소 205곳을 공개하였다. 계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신규 발전사업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8월까지 유예기간을 거친다지만 호남지역의 태양광 사업은 31년까지 아예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시장제도로 불이익을 주고, 계통관리로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5%를 갓 넘겨 더욱 강력한 지원이 필요한데 완전히 거꾸로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라는 말마따나 알량한 지식과 정보는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음흉한 속내로 오염되기 마련이다. 하여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그 진정한 의도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설령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지 않으면 또 다른 괴물이 태어날지 모른다. 위기는 기회다. 집단 이기주의나 무책임한 행정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 에너지전환에 발맞추어 시대에 뒤처진 전력산업의 독점구조를 바꿔야 한다. 뒤틀린 전력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총괄원가제의 폐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기라는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발전의 물적 토대는 충분히 갖춰졌다. 필요한 것은 문제를 직시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 뚝심 있게 추진하는 용기다. 더 이상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자원개발은 도전이 필요한 과학기술이다

“자원개발" 하면 연상되는 말들이 많다. 불확실성이 높다. 고위험 사업이다. 성공 확률이 낮은 사업이다. 복권처럼 운이 좋아야 한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다. 맞는 말이다. 지하에 부존하고 있는 지하자원을 찾아내서 개발하고 생산해서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모래 해변에서 동전 찾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개발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개발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회사 입장에서 자원개발을 하는 이유는 일을 성공적으로 잘 추진하면 높은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고위험 사업이며 탐사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자원개발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냥 어려우니 운에 맡기면 되는 것인가? 자원개발에 성공한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의 실패와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철저한 준비를 한 결과이다. 불확실하고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기에 더욱 전문성이 중요하고 여러 사업에 분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탐사에서 성공하더라도 생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일관성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또한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가 이루어져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조 원의 수익을 내고 있고 우리에게도 이름이 친숙한 엑손모밀, 쉘, 비피 등 대부분의 에너지자원 회사들이 규모가 큰 대형회사이고 100년 넘게 존속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에너지자원 분야의 특성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험에 통과하기 어려워서 실패를 반복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에 통과할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이지 실패가 두려워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아니다. 물론 일을 벌이지 않으면 실패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미래 발전도 없고 존재의 의미도 없는 것 아닐까? 특히 한 국가의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자원확보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정적 자원확보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자원개발이 복권과 다른 점은 철저한 자료 분석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불확실성이 크지만, 복권은 전적으로 운에 맡기는 일이고 매번 당첨 확률이 동일하지만 자원개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된 자료의 양도 증가하고 자료 분석 실력도 축적되고 향상되어 불확실성을 줄이고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자원개발 정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일관성 있는 추진이 불가능 했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중요한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자원개발이 정치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탈정치화 없이는 에너지전환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고 국가산업과 경제의 기본을 지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원확보을 위한 자원안보에도 미래는 없다. 자원공기업이 국가에 손 내밀지 않고 선순환이 가능한 규모와 수준까지 성장하도록 일정기간 동안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지원과 무간섭 원칙"이 지켜지는 독립된 시스템이 국회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성공적인 자원개발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항간의 말이 생각난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자녀의 입시 성공을 좌우한다는 농담이 있다. 어쩌면 자원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의 자본 투입, 자료의 축적, 그리고 간섭 없는 기다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신현돈

[EE칼럼] 자원개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유국 희망 프로젝트는 야당과 일부 언론들의 연일 전방위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는 본연의 업무 외 정치권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제대로 한다면 데이터를 검토해 최적의 시추 위치를 정하고 투자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 통상 석유.가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저 지형에 모래(저류층)와 석유 위를 덮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진흙(덮개암)이 있어야 한다. 또 바닥 지형을 받쳐주는 기반암과 돔 형태로 석유 유출을 막는 트랩의 존재도 석유 매장을 암시하는 요소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영일만 일대의 유전개발 프로젝트 분석을 의뢰해서 유명해진 엑트지오는 기존 시추한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개 요인(저류층, 덮개암, 기반암, 트랩)이 있음을 확인했고 입증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트지오가 지명도 낮은 소규모 업체라는 점, 동해를 16년간 탐사했던 호주 석유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작년 1월 장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좀 처럼 가라안지 않고 있다. 결국엔 정치권까지 나서게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현안이 정치화하는 상황이다. 전문영역이라 할 수 있는 자원개발이 또다시 정쟁화하고 있다. 자원개발은 어느 지역이나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있다. 세계 최고 유전 중 하나인 북해 유전은 개발 초기 노르웨이 국민 누구도 노르웨이 근해에 석유.가스전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업계와 정부, 정치권 등이 모두가 자원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이 국민에게 특히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유전개발 성공 이후 노르웨이 국민 삶은 달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노르웨이 항만청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2024년 4월 기준 1인당 국민총생산(GDP) 9만 4660달러로 세계 4위이다. 석유와 가스 일일 생산량이 작년 기준 약 2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의 3%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개발로 자원부국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며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내 소비 에너지 수입 의존도 98%가 우리의 현실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의 논쟁 중심엔 탐사 성공률 20%가 있다. 오랜 석유개발 역사를 갖고 있는 엑손모빌, 셸 같은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의 탐사 성공률은 통상 15~20%이다. 그 보다 작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독립계 기업은 10~15%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보다 낮은 10% 정도다. 우리 기업들이 탐사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짧은 기간 동안 축척된 경험이 부족하고 선진 기업에 비해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탐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인수한 해외 피인수 기업들이 갖고 있는 지역 전문성, 우수인력 및 기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이 처음부터 유망성이 높은 탐사사업을 선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해외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인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존 광구를 재조정하고 해외투자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를 뒷받침할 법.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불과 4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메이저기업과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우리 내부적으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해서 적극 자원개발에 나서 야 한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게 자원개발이다. 하지만 성공 시 얻게 될 막대한 수익을 감안하면 시추를 포함 어떤 탐사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하는 게 자원개발 특성이다. 예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7월 오사카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적게 밖에 못 바꿜 사람은 적게 바꿔어서 기여해라.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는 말을 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처럼 수천억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검증이 뒷다리 잡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 자원개발은 긴 호흡으로 꾸진히 추진해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자원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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